사악한 무녀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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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로 작가님의 "섭주 유니버스", 또 하나의 이야기이다. 이젠 작가님의 책을 보면 "섭주"가 배경인지 아닌지 부터 보게된다. 마치 "섭주"가 우리나라 한켠에 있는 지명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친숙하다.

추리소설 작가인 민규. 층간소음 문제로 너무나도 괴롭다. 게다가 이젠 불 속에 갇히는 꿈까지 그를 괴롭힌다. 민규가 사는 곳은 "코어힐" 15층 건물이다. 민규는 604호에 산다. 자신이 집에 들어올라치면 그의 집을 둘러싸고 있는 603호, 605호, 504호, 704호에서 소음이 들린다. 정말로 견딜수가 없었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찾아간 정신과 전문의의 조언을 받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 완공된지 오래된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건물의 "동신아파트". 노인들이 많이 살아서 그런지 바깥에 보이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런데, 2층에 "통악산 신령보살 천지선녀"라는 말이 좀 마음에 걸린다. 무당이 아니던가. 하지만 민규는 그 집으로 이사가게 되었다.

동신아파트는 소음은 없었다. 불타는 악몽도 꾸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이상했다. 남들에게 보이지 않던 장군옷을 입은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윗집에 사는 무등은 닭 목을 자르고 피를 뿌리기도 한다. 마치 신병을 앓듯.. 몸이 떨리고 자꾸만 야위어 간다. 그런데 어느날 윗층에 사는 천지신녀가그녀를 찾아온다. 도무지 당신 때문에 잘 수가 없다고. 밤마다 벽을 차고, 물건을 집어던지고 소리를 지른다고.... 그제서야 깨달았다. 층간소음의 원인 제공자는 자신이었구나. 천지신녀는 알아차린다. 민규의 눈에 보이는 장군의 정체를... 신내림을 받지 않으려면 그를 내쫓아야 한다. 목숨을 걸고서라고 그에게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래서 천지신녀의 도움을 받아 퇴마의식을 치른다.

매우 흥미로웠다. 민규에게만 보이는 장군의 정체, 그리고 데자뷔 같은 현상. 도대체 천지신녀는 퇴마의식을 하는건지, 민규를 죽이려 하는건지.. 하지만 충격적인 반전은 정말이지 기겁하게 만든다. 작가님의 전작들이 살짝 살짝 언급되는 점도 재미났고,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반전들도 놀라웠다. "코어힐", "동신아파트"의 정체와 더불어, 후반부를 내달리게 되면 이야기가 다시 확 뒤집어진다. 민규와 그의 소설속 주인공 준찬이가 역할이 뒤집히는 것처럼 새로운 반전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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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지음 / 래빗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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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케어한다는 것은 참으로 쉬운일이 아니다. 하지만 옛날부터 사회는 "애 키우고 살림하는 건 별 일 아닌 것"으로 치부해왔었다. 하지만 그것이 어찌 별일이 아니겠는가. 신생아때는 2시간마다 젖을 물리거나 사소한 것 하나까지 신경을 써줘야 한다. 언젠가 "신생아 때는 잠만 자기 때문에 할일이 없다"라고 말하던 무식한 남편(?)의 영상을 보고 정말로 경악을 했다.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는 신생아 육아에 지친 젊은 부부가 말동무 기능이 있는 인공지능 젖병소독기의 홀로그램과 만나는 이야기를 담은 이경 작가의 데뷔작이다. 등록된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서 홀로그램이 설정되는데, 어째서 알렉산더로 설정되었는가 의문이다. 그야말로 젖병소독 역할 밖에 다른 것은 할 수 있는게 없지만, 젖병소독 안해본 사람은 그 심정을 어떻게 이해할려나. 그런데 어느날 자발적 리콜을 하겠다고 공지가 떴다. 근데.. 며칠 알렉산더와 지냈다고 리콜을 고민하게 되었다. 이게 말이 되나?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는 육아휴직후 복직을 하자마자, 중요한 프로젝트가 막 시작하려는 찰나 어린이집이 휴원공지가 내려와 고민인 혜인의 이야기이다. 전염병으로 인해 2주동안 휴원을 한다고 하는데, 남편이 돌아오기는(해외 출장이었나?) 시간이 좀 남았고, 복직한지 얼마 안되서 휴가를 내기도 그렇고, 엄마가 가게를 정리하고 올라와 주겠다고 했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진행이 안된다. 결국엔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아기를 데리고 혼자 내려가는 것도 참 문제다. 그때 친구가 소개해준 '황새송영' 서비스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KTX를 타고 가는 것보다 비싸지만, 읽는 내내 아주 흡족함은 왜 내가 느끼는지... 아마도, 어린 아이와 동행해본 사람이면 다 공감할 테다. 아이가 한동안 클 때 항상 백팩에 온갖 물품을 담고 두 손마저 언제든 준비상황을 만들었던 예전일이 기억나기 때문이다.

이건 그저 SF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 서비스가 충족되면 좋을 것 같다. 자극적이지 않고, 그냥 생활속으로 스며드는 이야기인 것 같아 너무나도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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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냥! 일하는 야옹 형제 - 고양이들의 말랑한 하루
주노 지음, 노경실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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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fusand"의 첫 그림책^^ 사실.. 모후샌드(mofusand)를 잘 모른다. 그런데 꽤 인기 있는 고양이 캐릭터라고 한다. 모후샌드를 잘 몰라도 이 토실토실한 "야옹 형제"에게 금새 빠져들 수 있을테다.

똑소리 나는 갈색줄무늬 치즈냥은 형이고, 처진귀에 회색반점의 고양이는 태평스러운 동생이다. 먼저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동생을 챙기는 것은 형 몫이다. 형은 놀이동산 동생은 사무실에서 일한다.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고, 퇴근을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안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흡사 내 모습과 같다.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면 다 자신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음짓지 않을까. 하루종일 일터에서 일하고 힘들게 퇴근해서 함께 식사준비에 취미 생활까지 하는 모습들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같아 "너희들도 피곤하겠다~"라고 말하고는 싶지만 그야말로 뚠빵뚠빵한 모습에 귀여워서 피로가 한방에 날아갈 것 같으니 어쩌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 그림책을 본다면 하루 피로가 싹 날아갈 것 같다. 오늘도 수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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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수명 시네마
노유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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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수명을 알 수 있는 특별한 영화관. 정말로 이런 영화관이 있다면 내 직업 수명도 알아보고 싶다.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과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손바닥을 뒤집듯 머릿속을 휘젓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내 직업 기대수명을 알게 되는 것도 위험한 것 같다. 이 소설의 한 에피소드 중에 등장했던 한의사는 자신의 직업 기대 수명이 48년이라는 것을 알고나서 전재산을 주식에 넣었다가 모두 날려먹어서 1년만에 한의원도 문을 닫았다고 한다. 어떤 직업의 기대수명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자신의 의지와 노력이 갖추어져야만 완성될 수 있다라는 것을 알려준다.

11년차 무명 배우 지망생 송세린. 타고난 재능은 뛰어나지만 캐스팅에서는 항상 불발이다. 좌절감에 빠진 그녀 앞에 '기대 수명 시네마'가 나타났고, 세린의 직업 수명이 '0년'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세린은 기대 수명 시네마에서 재연 배우 생활이 시작된다. 세린의 업무는 자신의 직업 기대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사라진 사람들을 대신해서 기대 수명이 사라진 이유를 찾아 작업의 서사를 만들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여러 에피소드에서 유독 눈길이 가는 것은 아무래도 장르소설 마니아이다 보니 '장미꽃 99송이'와 연결된 '사라진 변호사' 이다. 진아는 신욱과 사내 연애를 한다. 게다가 직장과 집이 너무 멀어 이사를 고민하고 있던 차에 신욱이 같이 사는 것을 제안한다. 물론, 신욱과의 사내 연애는 비밀이다. 함께 살면서 진아는 행복할까. 신욱의 의심과 감시가 날로 심해져 간다. 회사에서 남자 동료들과 눈이 마주치거나 귀가 시간이 늦는 것도 신욱은 트집을 잡게 된다. 과연 이것이 사랑일까. 급기야 신욱은 진아에게 폭력과 사과를 반복하더니 그녀를 살해하고 만다. 신욱의 변호를 맡은 유안은 도저히 변호할 의지가 솟아나질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도 때로는 의도치 않게 일이 풀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변호사 유안도 마찬가지일테다. 억울한 사람들을 변호하고자 했을테지만 범죄자의 변호를 맡을 땐 늘상 그들도 딜레마에 빠지지 않을까 싶다. 간혹 어떻게 저런 사람을 변호할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었는데, 이 에피소드를 통해서 그들도 고민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물론, 변호사도 그들 나름이겠지만)

참 흥미있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왜 명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보인다는 시네마가 세린의 눈에 보였는지와 시네마에서 일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까지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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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놓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잡아준 사람도 있었어요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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