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를 든 사냥꾼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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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현은 법의관이다. 어느날 소도시 용천시에서 발견된 변사체 하나를 맡게 되었다. 세현은 사체를 부검하면서 낯설지 않은 인상을 받게 된다. 바로 그자다. 조균. 어린시절 조균은 사람을 죽이고 나서 뒷처리는 자신에게 맡겼다. 그는 분명 죽었을텐데.. 만약 그가 살아 있다면 경찰에서 그를 찾기 전에 먼저 찾아내야 한다. 아버지에게 벗어나 신분을 세탁하고 나서 촉망받는 법위관으로 살아가는 세현은, 조균이 경찰에 먼저 잡혀 자신의 과거가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강력계 팀장인 정현은 기름처럼 다른이들과 섞이지 못하는 가운데, 자꾸만 옛 미제 사건에 시선을 돌리는 것이 세현의 입장에서는 탐탁치 않아 보인다. 그러던 어느날, 세현은 조균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그를 만나게 되던 그 순간 묵직한 것에 맞아 정신을 잃게 된다.

작가는 경찰행정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꽤 사실감 있게, 법의관의 모습이나 경찰을 그려내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출간전에 이미 영상화가 확정된 것 같다. 과거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세현역이 누구일지 꽤 궁금하다. 세현을 '소시오패스'라고는 하지만, 나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다. 어릴적부터 범죄에 노출되었고, 그 중심에 있었지만, 어른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서 제대로 된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에 소시오패스라는 말은 좀 거북해보이지만, 어쩌면 이 것이 "소시오패스"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욕망을 잘 억제할 수 있는지... 참.. 어쨌든 나는 세현이 소시오패스라는 것엔 동의하기는 힘들 것 같다.

사건현장을 바라보는 세현의 눈은 날카롭다. 정현은 경찰대를 졸업하고 다른 형사들보다는 어린나이에 팀장에 오른 것 같다. 늘상 그렇듯이 살짝 겉도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세현을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정현만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현과 정현이 서로 합심해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모습을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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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모두 비 오는 어둑한 거리를 걸어도두려움에 떨지 않고 따뜻한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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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의 파수꾼 이판사판
신카와 호타테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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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와 호타테는 전직 변호사였다고 한다. 전직이라고 하면 지금은 작가로 아예 전향한 것일까? 너무 많은 능력을 준 건 아닌지... 내게는 읽는 능력만 준 것 같은데, 너무나도 공정하지 않은것 같다. ^^;;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들을 그리고 싶다"라는 바람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관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법률 미스터리이며, '공정의 파수꾼' 시리즈의 1권이라고 한다. 그러면... 계속 시로쿠마와 고쇼부가 등장할 것 같다. 약혼자인 데쓰야와 헤어져 혹시나 고쇼부와 연결되지 않을까 조마조마 했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워낙에 험지에서도 사랑이 꽃피는 스타일이라 결국엔 이렇게 연결되나 싶었는데, 약간의 기미가 보이긴 했지만 그냥 그렇게 끝난것 같아서..또 사랑이 꽃피지 않아서 서운도 했는데, 시리즈라면 기대해 볼만 하지 않을까.

가라테 유단자로 경찰을 꿈꿨지만, 아버지의 부상으로 엄마는 경찰이 되는 것을 반대해왔다. 경찰을 포기하던지, 엄마와의 연을 끊든지 하라고... 시로쿠마는 경찰을 포기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관이 되었었다. 하지만 조사과정에서 다치게 되자 엄마는 사무만 보는 것 아니었냐며 또 그만두라고 한다. 엄마 때문에 경찰을 포기했다고 하자, 엄마는 니가 선택한 것이 아니었냐며 반문한다. 둘 중에 선택한 것은 너라고... 물론 이 이야기는 "웨딩업계의 카르텔"을 다룬 이야기이지만 엄마와 시로쿠마의 이야기에서도 불공정 거래가 눈에 띈다. 다른 선택지도 많은데, '경찰을 포기하는 것'과 '엄마와 인연을 끊는 것'만은 선택지로 준다. 당연히 딸 입장에서는 엄마와의 인연을 끊을 수 없기에 선택지는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 거의 강요에 가깝지만 그래도 엄마는 '니가 선택한 거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웨딩업계에서도 이러한 담합으로 인한 요금 책정은 결국에는 소비자와 하청업체의 부담감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이익금으로, 좋은 곳에 기부를 한다고 해도 그것은 단지 잘못된 것을 가리기 위해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다. 엄마가 올해초에 갑자기 병원에 입원을 했었다. 예정되어 있지 않고, 아침에 응급실을 통해 입원을 했던터라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입원을 했던 터라, 외부로 나올 수가 없어서, 필요한 물품을 병원내 의료기기점이나 편의점에서 살 수 밖에 없었는데, 그 가격이 외부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격보다 1.5배 이상 턱없이 비쌌다. 환자를 위해서 어쩔수 없이 구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좀 씁쓸했다. 아마도 이것도 어떤 카르텔이 존재했기에 고스란히 환자 몫으로 돌아오지 않았나 싶었다.

'공정한 사회'가 되기 위한 길은 참으로 험난한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꼭 그 길로 가야만 할 것 같다. 아니,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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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 6 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 6
김용세.김병섭 지음, 센개 그림 / 꿈터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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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랑이 돌아왔다. 얼마나 반가운지..대한민국 어린이들을 사로잡은 K판타지 동화인데, 어째 나같은 대한민국 아줌마들도 사로잡은 것 같다.

이번 책에서는 요또 번호 맞히는 맛, 스파이크 내리꽂는 맛, 영혼을 바꾸는 맛, 영혼을 되돌리는 맛이 등장한다. 아무래도 나는 '요또 번호 맞히는 맛'이 제일로 눈에 띄었다. 어린이들이 아니면 제일로 관심이 가는 맛이 아니겠는가. 소유는 요즘 요또를 사는데 중독이 된 아빠때문에 걱정이다. 아빠는 정리해고를 당하고, 집안일만 하던 엄마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아빠 또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손님에게 팔던 복권 중 한장이 1등에 당첨이 된 것이다. 그 때부터 아빠는 요또 중독자가 되었다. 소유는 모르겠지만 가장으로서 아빠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웠을가. 그 맘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도깨비 식당에서 요또 번호 맞히는 맛 음식을 먹고 소유는 꿈을 꾸게 된다. 물론 아빠도 이력서를 제출한 회사에 최종 합격하여 다시 회사에 출근하게 되었고, 요또는.... 음... 이제껏 이 책 좋았는데, 이번 에피소드는 좀.... 괜히 어린이들이 읽는데, 사행심이 조장되는 것 같은 소재는... 별로... 그저 마지막 결론을 짐작할 수 있는 그 결말에.. 그냥 3등정도만 당첨되고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아빠의 굳은 다짐으로 꽉막힌 결말이면 어떨까 싶다. 아무래도 작가님이 어린이들만이 아닌 나 같은 아줌마도 좋아하니 고른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다.

다음 에피소드는 무얼까 기대도 되면서 조금씩 밝혀지는 "도화랑의 비밀"도 궁금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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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세상에 머무르는 까닭
김상량 지음 / 아침놀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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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극적인 변화의 시대를 살아온 세대의 삶 이야기, 77년의 삶의 발자취를 따라 시간여행을 시작하다.

이 책은 77세인 저자의 이야기이다. 처음부터 이 책이 낯설지 않았던 것이 엄마도 올해 77세였기 때문이다. 엄마는 출생신고가 조금 늦었다고 했지만, 45년생이든 46년생이든 다들 해방둥이라 하니 그런걸로 그냥 나 혼자 결론 내린다. 이 책 속의 시간여행을 쫓아가보면 낯설지 않음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해방이 되고 나 직후라, 일제 강점기를 경험하지는 못했어도 어린 나이에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들이다 보니 지금에서야 머리에 서리가 내려 앉았다 하더라도 당시는 10세 미만의 어린이들 아닌가. 지금 곳곳에 분쟁이 있는 곳에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 쓰고, 떨리는 몸을 어찌할 줄 모르고 공포에 질린 모습들이 당시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엄마도 그랬다. 공직생활을 하셨던 할아버지는 수난을 당하셨다는, 제주도로 피난을 갔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고, 큰오빠(나의 외삼촌)와 막둥이만 살아남아서 외삼촌이 어른이 될때까지 고모할머니가 키워주셨다는 이야기까지.. 전쟁은 겪었던 그 세대들의 이야기들은 이제서 보면 아주 오래된 일들이지만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나도 전쟁 세대가 아니라서, 그저 어린시절 민방위 훈련쯤으로만 기억하던 일들이고 마냥 낯설기만 한데 내 다음세대들은 피부에 와닿기라도 할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가 살아왔던 그 격변의 시대를 함께 따라 가본 것 같은 시간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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