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이 가져다준 선물 - 생사의 경계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
박균영 지음 / Soljai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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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땀이 나기 시작했다. 한여름이면 모를까 1월이었다. 그리고 찾아온 불면증, 심장발작, 우울증, 이명증..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렇게 연이어 생기는 몸의 이상으로 병원을 찾게 되며 약성분을 비교해가며, 혹시 내성이 생기진 않을가, 평생 약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사실 처음에는 읽으면서 세상 참 피곤하게 사시는 분이라 생각했다. 내게 처방되는 약이 중복되거나 하는 것은 병원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세한건 아닐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엄마가 개인병원에 다닐때 다른 병원에서 처방된 약 성분이 겹쳐서 조정해주신 기억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 생각하고 있다. 또한 나는 너무나 둔감하고 의사의 진단을 너무 확신하고 있던가? 내가 먹는 약에 이렇게 고민해 본적이 없는 것도 같다. 하지만 나이를 생각해본다면 또 한편으로 수긍이 되는 면도 있다. 바로 내일 내게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는일 아닌가.

사실 "시련"이 가져다 준 선물이라고 생각을 해본다면, 누구나 시련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생사의 경계"라는 말이 붙게 되니, 가볍게만 생각할 수 없을 듯하다. 한번도 생사의 경계라는 것을 겪어 본적이 없으니 말이다. 아, 한번 있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강원도에 간 적이 있었다. 차를 렌트했었는데, 산길에서 무슨일인지 차가 급하게 한바퀴를 돌았던 것 같다. 한바퀴였나? 맞은편에서 오는 차도 없었고 다행히 멈췄을때 그 짧은 순간에 어쩌면 우리들은 각자 생사의 경계를 넘고 있었는지 모른다. 잊고 있었던 기억이었다. 그랬구나...

시련은 누구에게나 온다. 하지만 그 끝은 언제나 불행하지만은 않다. 시련을 헤쳐 나가는데는 고통도 필요하고 출구가 없을 것이라 여겨지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헤쳐 나간다면 선물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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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무녀전 조선의 여탐정들
김이삭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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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 한성부, 달 밝은 밤에 >의 스핀오프 역사 추리소설이다. 반가웠다. < 한성부, 달 밝은 밤에 >를 읽어봤으니 말이다. 헌데, 1년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짧게라도 리뷰를 쓰는게 좋은 것 같다. 요즘에는 스핀오프며, 시리즈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물론 전작을 읽지 않는다 해도 무리가 없겠지만, 전작을 읽고 기억을 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더 풍성해지게 되니 말이다.

한때 궁궐에서 감찰궁녀로 일했던 무산은 신병에 걸린척 하며 궁을 나오게 되었다. 무당골에서 만나 앞을 보지 못하는 판수 돌멩과 함께 벽사(귀신을 물리침)를 미끼로 탐관오리에게 사기를 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두박신에 대해서 조사하라는 왕명을 받게 된다. 두박신은 억울한 죽음을 위해 복수를 해주는 신이라고 한다. 민초들의 삶에 억울함이 어찌 없을까. 하지만 그들이 길다란 장대에 매달은 종이로 만든 신위에는 고려의 명장 최영의 이름이 있었다. 잘못하면 역모로 몰릴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사건을 조사하라는 것이다. 왕명이라 거역할 수도 없는일. 잘못 된다면 목숨이 날아갈 판이다.

신기 없는 무녀 '무산', 그리고 앞을 못 보는 판수 '돌멩', 거기에 천군만마 같은 귀신 보는 양반 서자 '설랑'까지. 각기 다른 결함을 지닌 이들이 서로를 보완하며 사건의 내막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꽤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다.

김이삭 작가의 이야기는 철저한 고증 덕분인지 꽤 사실적으로 독자들을 유혹하는 힘이 있다. 정신없이 읽다보면 그 장소에 서서 함께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무산의 활약을 다룬 다른 이야기들도 나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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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23 제17회 나비클럽 소설선
박소해 / 나비클럽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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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문학상은 1985년에 제정되어 38년간 한국 추리문학의 성장을 견인해 왔으며, 특히 2007년부터 단편 부분인 '황금펜상'을 신설하여 최고의 추리적 재미와 소설적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을 선정하여 수상한다.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는 나는!!! 왜!!! 이걸 몰랐을까... 이래서 '우물 안 개구리'가 무서운거다. 그냥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전부인줄만 안다는 거지.. 이해력이 조금 부족한지 단편소설에도 좀 약점을 드러냈었는데, 많이 읽어봐서 그런지 단단한 근력이 생긴 듯하다. 2007년부터 황금펜상 또한 신설했다니... 슬슬 시동을 걸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2023년 17회 황금펜상 수상작이 수록되어 있다. 수상작인 박소해 작가의 「해녀의 아들」을 필두로, 우수상을 수상한 「죽일 생각은 없었어(서미애)」, 「40피트 건물 괴사건(김영민)」, 「꽃은 알고 있다(여실지)」, 「연모(홍선주)」, 「팔각관의 비밀(홍정기)」,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송시우)」들이다. 세분의 작가는 작품도 읽어보기도 했고, 낯익지만 다른 분들은 처음 만났을 수도 있고, 기억을 못하는 것일수도 있다. 특히 송시우 작가의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은 < 선녀를 위한 변론 >에서 이미 만나봤다. 그래서 더욱 반가우면서도 의외의 인물 때문에 열받았었던 기억이 있다.

특히나 「해녀의 아들」에서는 제주 4.3사건 당시 일로 벌어진 살인 사건의 이야기이다. 아마도 역사시간에 배웠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4.3사건에 눈을 뜨게 된 것은 현기영님의 < 순이 삼촌 >을 읽고서이다. 제주에서는 여자에게도 '삼촌'이라고 한다는 이야기도 알게 되었고, < 순이 삼촌 >을 읽고 난 후에 제주 여행을 갔을때 제주 43평화 공원을 방문하기도 했었다. 과거의 일을 속죄하려 했으나, 그 일로 인해 응어리 진 가슴을 안고 살아야 했던 유족의 마음은 어떤것으로도 위안이 되지를 않는다.

여기 실린 작품들은 다 재미있다. 다른 해에 수상된 작품집도 찾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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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마지막 서점
매들린 마틴 지음, 김미선 옮김 / 문학서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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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어쩜 독서모임 몽블랑과 참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모여 앉아서(우리는 온라인을 통해서지만) 책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할까. 서재가 배경이 되는 이야기는 늘 그렇듯이 많은 책들도 언급이 되는데, 조지가 그레이스에게 권했던 < 몬테크리스토 백작 >이나, 지난번 또 몽블랑에서 함께 읽은 < 레베카 >도 언급이 되어서 얼마나 반갑던지 말이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그레이스는 삼촌에게 남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다가 엄마의 친구인 웨더포드 아줌마네 집이 있는 런던으로 오게 된다. 아줌마의 소개로 "프림로즈 힐 서점"에서 일하게 되었다. 프림로즈 힐 서점 주인 에번스는 직원은 필요없다고 했지만, 웨더포드 아줌마 덕분에 6개월간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먼지 쌓인 서점은 조금씩 변하게 된다. 1939년이 배경이다 보니, 서점이 많은 게 이해가 된다. 어린시절 할일이 없게 되면 집안에서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책이 아닌 다른 환경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어딜가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유투브를 보기도 한다. 그래서 그레이스가 읽어주는 낭독회에 참여하게 된다. 배경이 제 2차 세계대전 중 런던 대공습중이기 때문에 밤에는 공습을 피하기 위해 등화관제를 해야 하고, 밤이면 반공호에 찾아드는 생활에 위안이 되는 것은 어쩌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함께 책을 읽는 것 뿐이었으리라..

전쟁을 겪어본 세대가 아니라 그 참혹함을 모르지만 아들을 잃고 실의에 빠진 웨더포드 아줌마, 연인과 절친을 전쟁터로 내보낸 그레이스, 그리고 공습등으로 처참하게 변하는 도시들 속에서도 서로 돕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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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란..."마치 기차나 배를 타지 않고 어디론가 가는 것 같아요. 새롭고 놀라운 세상이 펼쳐지는 거죠. 당신이 태어나지 않은 곳에서 살아보는 것이고, 다른 누군가의 관점에서 다채롭게 색칠한 것을 볼 기회가 되기도 해요. 실제로 실패를 겪지 않고 배울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도요."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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