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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의 맛
그림형제 지음 / 펜타클 / 2025년 6월
평점 :
"총 20편의 이야기, 20개의 직업, 20명의 인물. < 퇴근의 맛 >은 각기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의 퇴근 후 저녁 식사에 얽힌 이야기를 따라가며, 오늘 하루를 버텨낸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네는 옴니버스 픽션이다." 라고 하는 책소개를 분명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들이 쓴 에세이가 아닌가 혼동했었다. 아마도 한 편의 글 뒤에, 주인공의 인적사항이나 MBTI도 등장했기 때문에 착각했는지도 모른다. 근무지까지 정말로 있는지 검색을 해봤다는 것은 비밀...^^;; 분명 책을 앞뒤로 넘겨가며 '소설집'을 봤으면서 말이다. 각자의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우리가 주위에서 보는 흔한 일들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게다가, 20가지 이야기들이 교묘하게 얽혀 있어서 어느 편에 등장하던 인물들이었는지 찾는 재미도 아주 쏠쏠하다.
이 글의 제목은 참 눈길을 끈다. 꿀맛같은 '퇴근'길에 그 어떤 것을 먹어도 세상을 다 갖는 기분이 아닐까. 일터에서 퇴근 뿐 아니라, 아이를 재우고 나서 즐기는 육퇴와 함께 하는 음식의 맛은 말해 무엇할까. 특히, 20가지 이야기 중에 가장 공감이 된 "퇴근의 맛"은 「목사의 햄버거」이다. 야채 없는 고깃덩이 버거, 쇼트닝에 튀겨 콜레스테롤 범벅 프렌치프라이, 칼로리 높은 바닐라셰이크는 몸에 죄를 짓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입에 원초적으로 맛있는 경험을 선사해 준다.(p.188) 젊은날에는 건강하게 먹어야 한다며 꽤 음식에 공을 들였던 적이 있다. 빵도 집에서 만들고, 라면은 먹어서는 안되고, 음식에 조미료를 넣지 않았다. 지금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하면서도 그렇게 먹거리를 챙겼지만, 이제는 슬슬 밀키트를 준비하기도 하고 배달음식도 즐겨 찾고 있다. 어쩌면 나이 들면서 건강을 위해서 더 신경을 써야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가끔은 하루 입에만 원초적 느낌을 선사해주는 날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마치, 하루 이유도 없이 반항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