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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앰버슨가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0
부스 타킹턴 지음, 최민우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3월
평점 :

『위대한 앰버슨가』
부스 타킹턴 (지음) | 최민우 (옮김) | 휴머니스트 (펴냄)
풍요는 어떻게 인간을 바꾸는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 경제는 호황기를 접어들었다. 손쉬운 노동력이 여기저기에서 몰려들었으며 내연기관의 발달로 그와 관련된 산업들은 그야말로 돈을 쓸어모았다. 더 이상 시골 속의 대저택에서의 삶은 낭만적인 유혹거리가 되질 못했으며 사람들은 화려한 세계로, 그리고 더 풍요로운 미래를 찾아서 도시로 몰려나왔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바로 몰락의 길이었다. 소설 [위대한 앰버슨가]는 바로 그 변화를 외부에서만 찾지 않는다. 내부로 들어가 독자에게 보여준다. 바로 변화하기를 원하지 않았던 남자인 앰버슨 가의 막내 조지 앰버슨 미내피를 통해서 말이다. 미국 중서부 지역의 중산층의 삶을 조지를 통해서 독자들은 유추해낼 수 있다. 그리고 변화의 물결이 그들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는 지도 말이다.
앰버슨 가문의 아들이었던 조지는 그야말로 골칫거리다. 옮긴이의 말처럼 '세기말의 금칠한 젊은이'라는 호칭에 맞게 여기저기 분란만 일으키고 만다. 옹고집스럽고, 오로지 자기중심적이다. 자신의 세계밖에 모르던 그에게 호기심 어린 대상이 생겼다. 그녀는 바로 루시... 가슴 뛰는 단 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에게 방해 거리가 있다. 바로 루시가 유진의 딸이라는 사실이다. 유진은 예전 그의 어머니인 이저벨과 사랑하는 사이였고, 어머니가 홀로된 지금 어머니에게 구애하는 사내였다. 그것을 안 순간 조지의 눈에는 루시보다 유진이 먼저 보였고, 루시보다 유진을 생각하는 나날이 더 많아졌다. 어떻게든 말려야 한다. 조지는 가문의 명예를 위해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루시의 아버지라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는 오로지 어머니의 재혼이 가문의 명예 그 자체를 훼손한다고 생각했으므로 말이다.
조지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그가 앰버슨 가에서 얻는 특권은 당연한 것이었다. 노동은 천박한 것이었으며 작업 바지, 멍키, 렌치의 기름투성이는 그가 경멸하는 것이었다. 점점 계속되는 대립에 루시마저 그에게서 멀어진다. 루시가 그녀의 아버지의 삶에 대한 이상을 조지에게 말한 순간 말이다. 조지에게 루시는 그동안 아버지 유진과는 별도의 존재였다.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뒤이은 가문의 몰락으로 조지는 현실에 발을 딛게 된다. 항상 들떠있고, 혼자서 딴 세상에 사는 것 같았던 조지는 이제 현실의 무게를 몸소 깨닫는다. 모든 것을 잃어야 그것을 알다니... 이제 그를 둘러싼 앰버슨 가의 명예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폐허만 남은 앰버슨 가의 투명한 망토 뒤에 초라하게 서 있는 남자 한 명이 서 있을 뿐이다.
소설가 타킹턴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결코 변화가 온전히 옳다는 것만 말하지도 않는다. 그의 말투에 이것이다 하는 단언은 없지만 발전과 변화에도 폐단이 있다는 것, 그리고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뒤에 남은 조지, 그리고 앞으로 가는 유진과 루시... 또 한 명의 신기루 같은 존재였던 이저벨... 사실 조지를 그렇게 만든 것은 이저벨이었다. 유진이 사랑한 그녀, 그리고 아이러니하게 조지에게서 이저벨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유진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위대한 앰버슨 가는 이제 없지만 그 유산은 살아남아 있는 걸까?
소설은 변화와 회환의 모습뿐만 아니라 각 인물을 역동적으로 그림으로서 독자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곳곳에 숨어있는 타킹턴만의 유머 코드 또한 매력적이다. 유진과 조지, 그리고 이저벨 사이의 묘한 삼각관계에서는 우리네 현실의 모습이 읽히기도 한다.
아직도 지난날의 향수가 그리운 사람이라면, 그리고 변화가 두려운 사람이라면, 그 외에도 충분히 모두가 일독할 만한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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