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지 않는 게 너무 익숙해진다.

백지가 일상이고, 글이 쓰여 있는 게 낯선 것처럼.

백지가 일상이라는 건, 마음 속에 ㅍ무고 있는 게 많다는 

되도 안 되는 변명을 해보며^^;;

다시 망상해본다.

내가 읽은 책들에 대해 빠짐없이 서평을 쓰는 장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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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루만지다 -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고종석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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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루만지다-고종석


읽는 맛.

<어루만지다>는 다시 읽어도 읽는 맛이 있습니다. 편하게 한번 만에 넘어가는 읽는 맛이 아닐지라도, 요모조모 씹고 씹어도 읽는 맛이 계속 느껴지는 글들의 향연. 한국어를 문학이 아닌 글에서 이렇게까지 아름답고 다채롭게 쓸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저자의 글에 감탄합니다. 언어학적인 개념과 지식이 가미된 글이 문학 못지않게 아름다움과 다채로움으로 빛난다는 게 이 책의 큰 매력입니다. 사랑에 관련된 다양한 상황과 지식이 가미되는 것도 좋고요. 저자가 거침없이 성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당황할 수 있지만, 그건 그것대로 저자의 개성이라고 생각하니 문제가 없습니다. 너무 칭창만 하는 것 같은데, 오랜만에 다시 읽어도 좋아서 칭찬만 떠오르네요. 칭찬만 하는 것도 뭐해서 이렇게 부족하지만 책을 따라해서 표제어를 적고, 그것에 이어지는 글을 적는 방식의 서평을 써봤습니다. 단지 하나 아쉬운 건, 이 책을 썼을 때까지의 저자와 지금의 저자는 제가 보기에는 다른 사람인 것 같다는 점. SNS에 집착하는 현재 저자의 상황을 보며, 저는 역시 SNS는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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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어떤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내가 책을 읽으면 읽고나서 반드시 서평을 쓰자고.

그러나 이내 말도 안 되는 망상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말만 했지, 지금까지 한 번도 이루어본적이 없었거든요.

망상이라는 걸 아니까, 마음은 편해지네요.^^;;

근데 마음 한편에는 편해지는 마음을 씁쓸해하는 면이 있어요.

이왕 망상이니까 망상답게 내가 읽은 책들에 대해 서평을 쓰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너무너무 좋았어요.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백지만 보일 뿐.

이게 지금 저의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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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6-21 12: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평 쓰는게 쉽지만은 않더라구요~ 그래도 좋았던 책만 서평 쓰는 방법도 한번 생각해보시면 좋을거 같아요 ^^

짜라투스트라 2022-06-21 13:11   좋아요 3 | URL
그런 방법도 좋죠^^

mini74 2022-06-21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지도 서평이라 우겨봅니다 ! ㅎㅎ

짜라투스트라 2022-06-21 20:33   좋아요 1 | URL
그것도 맞는 말이죠 ㅎㅎ
 
그러나 러브스토리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39
장수진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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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40.그러나 러브스토리-장수진


'나는 구제불능의 낭만주의자다.' 이 말은 과거에 내가 즐겨 읽던 저자의 책에서 인상 깊게 본 문장이다. 오늘 드디어 이 문장을 적을 수 있는 상황이 왔다.


실로 오랜만에, 정말로 오랜만에, 6개월이 넘는 시간의 벽을 건너서, 나는 시집을 찾아 읽었다. 여기서 등장한다, 저 문장이. 나는 구제불능의 낭만주의자라서, 나의 낭만주의를 만족시켜줄 시집을 찾아보았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제목만 보고 <그러나 러브스토리>를 골랐다. 낭만주의에 대한 기대를 담아서 시집을 펼쳤다. 그리고 책은 나의 예상대로 낭만주의를 벗어난 내용을 펼쳐 보였다.


아니, 낭만주의를 기대하며 책을 읽으면서도 낭만주의를 벗어난 내용을 기대하다니,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맞다. 어딘가 이상하다. 하지만 이 이상함은 내가 시집을 읽어오며 축적한 경험과 관련이 있다. 위에서도 적었지만 나는 구제불능의 낭만주의자다. 낭만주의자답게, 나는 시에서도 나의 낭만을, 이상을, 상상을, 관념을 만족시켜줄 시들을 기대한다. 삶에 밀착된, 인간을 표현하고, 인간의 삶을 표현하고,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시들을 기대한다. 그러나 내가 읽어온 모든 시들이 나의 기대를 항상 충족할 수는 없는 법. 내가 읽어온 시들 중에는 어렵고, 이해가 쉽지 않고, 표현이 거칠고, 때로는 폭력적이고, 난해하며 자극적인 시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시를 읽을 때 나의 낭만주의를 만족시켜줄 시들을 기대하면서도, 동시에 기대에서 벗어나도 상관없다는 마인드를 가진다. 낭만주의를 기대하면서도 벗어나도 어쩔 수 없다는 느낌으로.


나의 낭만주의를 만족시켜주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다. 낭만주의를 만족시켜주지 않는 시들이라면, 나는 찾아나선다. 내 마음에 드는 한 구절이든, 한 표현이든, 시어들의 나열이든. 그것들을 찾아내면 만족한다. 시 전체는 이해 못해도 상관없다. 하나의 표현, 하나의 구절이 내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면, 그 시 읽기는 내게 성공적인 것이다.


어쩌면, 저런 읽기는 불완전한 읽기라고도 할 수 있다. 시를 총체적으로 읽기보다는 부분에만 집착하기에. 하지만 시집을 읽고 모든 시에 만족할 수 없는 것처럼, 하나의 시에서 모든 표현에 만족할 수 없는 것처럼, 부분에만 만족해서 시를 읽어나가는 것도 시 읽기의 또다른 묘미 아닐까. 시집에서 내가 만족하는 부분 부분들을 모아서 자신만의 시적 풍경을 완성해가는 것도 시 읽는 독자의 시적 감상의 한 측면일 수 있지 않을까.


시집을 나만의 시적 풍경으로 완성한다는 건, 시인이 써내려간 시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읽어내는 하나의 방식일 것이다. 적어도 나는 내가 이해할 수 없어도, 읽기 힘들어도, 읽기 고달파도, 나만의 방식으로 고투하며 시를 읽어나가려 한다. 내가 책을 펼쳐 들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독서의 책임감을 느끼기에.


적고 놓고 보니 온통 내 이야기만 한 것 같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오랜만에 시 읽기라서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만 적어도 이 정도가 나온다. ㅎㅎㅎ


어쨌든 <그러나 러브스토리>를 '러브스토리'로 읽으려던 내 시도는 보기좋게 빗나갔다. <그러나 러브스토리>는 러브스토리보다는 장수진이라는 시인이 자신만의 시어로 그려낸 시적풍경으로서 다가왔다. 거기에는 시인의 삶에서 빚어진 시인만의 삶과 시적 세계가 그러져 있다. 이것도 시인만의 낭만일 수 있다. 낭만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른 법이니까. 하지만 적어도 시인의 낭만은 내가 생각하는 낭만과는 확실히 달랐다. 달라도 어쩔 수 없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시를 읽어나갔고, 나의 낭만과는 다르지만 시로서는 이해하려 노력했다.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만나는 데, 이질감은 피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그러나 러브스토리>는 '그래도 러브스토리'와 '그러나 러브스토리'를 왔다갔다하며 '그래서 러브스토리'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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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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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21.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와카타케 나나미


어린시절 불법 해적판으로 나온 만화책 <란마 1/2>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제목이 무슨 '금동이 어쩌구'였는데(^^;;) 저는 그 만화책이 <란마 1/2>인 줄 전혀 모르고, '재밌다'를 연발하며 술술 읽었죠. 남자가 여자가 되고, 여자가 남자가 되고, 인간이 동물이 되고, 동물이 다시 인간이 되는 다양한 인물들이 좌충우돌하며 온갖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 데 어린 마음에 너무 즐거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처럼 재밌게 다시 만화책을 읽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어쨌든 과거에 읽었던 만화 <란마 1/2>를 떠올리면 언제나 저는 그 만화에다 '활극'이라는 단어를 동시에 떠올립니다. 모험담이나 미스터리, 공포, 첩보물 처럼 공포와 서스펜스가 동반되는 소재를 다룬 허구의 작품을 가리키는 활극이라는 단어가 왜 그 작품을 생각하면 떠오르는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활극이라고 하면 '란마 1/2'처럼 어딘가 왁자지껄하고 좌충우돌하는 모험담이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은 제가 생각하는 활극의 정의에 잘 들어맞는 책입니다. 우선 이 소설은 일상을 배경으로 하는 코지 미스터리물 답게 살인이 있고, 미스터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건에 대응하는 인물들의 갈등과 대립, 와카타케 나나미 특유의 유머와 왁자지껄하고 좌충우돌하는 상황들이 즐비합니다. 어딘가 유머러스하고 시끄러우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거기에 맞서서 무언가 행동하는 인물들이 빚어내는 스토리 때문에 분명히 이 소설은 재밌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제가 이 작품이 조금 더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입니다. 작가의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처럼, 저는 이 작품이 조금 더 극단적이고 예측이 안 되는 상황으로 나아가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그게 없더군요. 음, 생각해보면 제 생각 자체가 이상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아주 실험적인 전위적인 작품이 될 수도 있고, B급 느낌의 작품이 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는 게 옳은 것일까요? 한바탕의 모험담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 다시 안온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아마도, 제가 장르 문학을 너무 많이 읽어서 이렇게 평온한 일상의 해피엔딩에 만족을 못 느끼는 것이 더 문제가 아닐까요? 그렇다고 한다면 이 작품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습니다. 책을 읽는 저 자신이 문제라는 것이죠. 이래서 덕후의 삶(??)이 힘든 것입니다. 쉽게 만족을 못하니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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