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지난 5월말에 시작만 해놓고 다른 책들 읽는다고 미뤄뒀다가 다시 집어들었다. 한동안 정보 전달 위주로 된 비문학 위주로 읽다가 간만에 소설을 읽으니 글이 쭉쭉 잘 읽히고 진도도 잘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 시작하는 부분에서 저자는 서머싯 몸의 작품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을 언급하는데, 이것은 단순히 저자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독자인 내가 느끼기에 이것은 이《표백》이라는 작품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구도와도 어느정도 연관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론 이런 것을 보면서 작가가 글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한 것들 가운데 배경지식이라는 것은 많으면 많을수록 글감이 훨씬 더 풍부해질 수 있겠다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조금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자가 예로 든 서머싯 몸의 작품을 제목만 들어봤을 뿐 아직 읽어보진 못했는데, 향후에 기회가 되면 관심을 갖고 찾아서 읽어볼 수 있길 바래본다. 그리고 만약에 읽게 된다면 오늘 처음으로 밑줄친 부분의 의미를 좀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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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가 내 입으로 직접 언급하기 좀 꺼림찍한 단어지만 ‘ㅈㅅ‘ 이라는 것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이 책에서는 전반적으로 이 행위를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표현하려는 듯한 뉘앙스를 반복적으로 풍긴다. 이와 동시에 이 행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데, 물론 어떤 측면에서는 일정부분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람 목숨이라는 게 두 개도 아니고 한 개뿐인데‘ 하는 생각으로 인해 본능적인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사회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방법 중 하나로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방법을 쓰는 것이 과연 옳은지 여부는 독자 개개인의 생각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다만 저자가 이러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던짐으로 인해 이 문제에 대해 독자들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과연 무엇이 진정으로 옳은 것일지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는 측면에서는 주제의 끔찍함(?)과는 별개로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감은 하지만 방법이 너무 과격하다고 생각한다면 ...(중략)... 그건 당신이 충분히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뜻이다.

《인간의 굴레》《달과 6펜스》《어센덴》등 서머싯 몸의 작품에서 되풀이되는 테마가 있는데, 바로 너무 천박하다고 생각해 경멸해 마지않는 상대와 지긋지긋한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사랑을 하는 중에도 상대방을 천박하다고 여기고 그런 자기 자신을 용납하지 못하는 긴장 상태가 포인트다.

‘인생은 불가해한 것‘

몸은 그런 괴이한 사랑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상태를 마치 재활 노력에 번번이 실패하는 마약중독자나 도박중독자의 상황처럼 묘사하는데, 이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어차피 이 세상에 내가 원하는 싸움은 없어.

어떤 쓰레기 같은 짓을 해도 주변 사람들이 항상 관심을 보이고 매력을 느낀다 ...(중략)... 현실에서 그럴 정도로 재능이나 매력을 갖춘 캐릭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일들이 나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정말로 믿고 있나?"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은 어떤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고, 지금 하지 않으면 이 기회는 지나가 버려.

왜 내가 이 기회를 저버려야 해? 다른 기회를 기다리는 동안 닳고 닳아 지금의 내가 아니게 되는 것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죽음이야.

목숨을 바쳐 추진해야 할 목적이 생기니 지금 얼마나 활기에 차 있는지.

"어떤 일이 위대해지려면 그 시대의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어야 해. 그러니까 내가 나 자신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 일이 위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그건 내가 시대정신을 꿰뚫어봤다는 뜻이 되는 거야."

누군가가 손을 비비며 애원하는 모습을 실제로 본 적이 있는가? 엄청나게 코믹하고 궁상맞아 보인다. 희극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사회가 바뀌지 않으리라는 점

믿고 기다려보면 알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일탈할 때조차 정말 독특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사회가 궁극적으로 바뀌지 못해도 괜찮다. 우리는 그런 사회에 분명히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인간의 가치 하락은 인간이 하등의 항의도 없이 그것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생긴다" _버나드 맬러머드

아이러니했다. 식객이 집주인에게 큰소리치고 있는 꼴이.

딱히 별 이유도 없이, 동정심도 관심도 아닌 ‘그냥 그래야 할 것 같다는‘ 관성

실제로는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당신 주변 사람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절대 생활이 곤궁하거나 좌절했을 때 자살하지 마라. 그런 때 자살하면 세상은 당신의 선언을 그저 패배자의 개인적인 도피로 여길 것이다. 여태까지 인터넷 자살사이트나 집단 자살자가 그렇게 많았건만 모두 잊힌 이유도 그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어떻게 자살하든 세상은 뭔가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붙여 "겉으로는 괜찮아보였지만 심적 갈등이 심했고 도피처를 찾던 중이었다."라고 우겨댈 것이다. 그러므로 기다리고 참았다가 당신 삶의 중요한 성취를 이뤘을 때 실행하라. 이 선언이 분명한 사회적 저항임을 전달하려면 그래야 한다.

창의적이면서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길 바란다

시험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티끌만 한 유불리에 부들부들 떨면서 그 외의 것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전형적인 고시생의 모습

공감은 하지만 방법이 너무 과격하다고 생각한다면 ...(중략)... 그건 당신이 충분히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뜻이다.

어떤 주장에 대한 찬성과 반대에는 항상 여러 차원과 수준이 있다.

종교에 대해 생각해보자. 어떤 사람들은 문자 그대로 전세계가 6일 만에 창조됐고 또 아담과 이브가 과거에 살다 죽었다고 믿는다. 어떤 사람들은 예수가 물로 포도주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믿지만 창세기는 창조에 대한 비유라고 타협한다. 어떤 사람들은 매주 교회에 나가 예배에 참석하면서도 10계명과 예수의 가르침 중 일부는 현대에 맞게 재해석해야 한다고 여긴다. 어떤 사람들은 예수그리스도라는 고대 유대인을 통한 구원은 믿지 않지만 우주에 하나의 절대 원리가 있고 그를 통한 영적 구원이 가능하다는 점까지 부정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것을 전부 부정하지만 종교에 사회적 순기능이 많다는 점은 인정한다. 어떤 사람들은 우주는 신이나 악마가 없이 혼돈 그자체이며 종교를 인류 이성에 대한 거대한 범죄라고 인식한다. 이들 중 어디까지를 종교인으로, 어디서부터를 무신론자로 볼 것인가?

어떤 교회는 자신들의 교리 중 사소한 부분 하나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사탄의 자식으로 간주하고 그 교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모두 지옥불로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그러고 싶지 않다.

모든 혁명의 목소리가 처음에 그랬듯이, 우리의 주장은 다듬어져 있지 않다. 아마 당신은 우리보다 더 빈틈없는 논리와, 손실을 줄이면서도 더 효과적인 수행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마르크스는 공산혁명을 주장했지만, 공산혁명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우리 세대가 처한 상황과 이 세대의 운명에 대한 우리의 분석에 동의한다면 당신은 넓은 의미의 선언자다.

"그 방식은 과격하지만 그들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라고 맞서며 우리의 논리를 그 자리에 소개한다면 당신은 선언자다.

우리 세대가 하루하루 좌절에 빠지는 이유가 우리 개개인의 잘못이 아님을 알고, 그 좌절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당신은 우리와 같은 편이다.

공격은 언제나 번개같이 빠르고, 위협적이어야 한다.

1978년 이후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유지-보수자의 운명을 띠고 세상에 났다. 이 사회에서 새로 뭔가를 설계하거나 건설할 일 없이 이미 만들어진 사회를 잘 굴러가게 만드는 게 이들의 임무라는 뜻이다. 이들은 부품으로 태어나 노예로 죽을 팔자다.

오래 달리기 요령 ...(중략)... 보폭을 너무 크게 하지 말고 숨은 짧게 두 번 들이쉬었다가 두 번 내뱉는다.

완성된 사회라는 것은 구성원 또는 계층 간의 갈등이 완전히 사라진 사회를 의미하지 않는다. 완성된 사회는 그런 갈등과 모순이 어느 범위 이내에서 더 커지지 않는 상태로 지속될 수 있는 사회를 의미한다.

완성된 사회에도 근본적인 불의와 부조리는 있으나, 완성된 사회는 한 가지 답을 고집하지 않음으로써 그 부조리를 피해간다.

이 시스템(완성된 사회)에서는 어떤 모순도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지만, 또 어떤 모순도 혁명이 일어날 정도로는 쌓이지 못한다. 고작 해야 ‘선거 혁명‘이다. 즉, 오늘날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사이의 논쟁은 적당한 온도의 온수를 놓고 뜨거운 물이 나오는 수도관과 차가운 물이 나오는 관 사이에 레버를 어느 위치에 놓느냐를 두고 벌이는 싸움에 불과하다.

체제를 위협할만한 심각한 모순이 없는 가운데, 완성된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이데올로기인 자유민주주의와 수정자본주의를 대체할 만한 사상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진보세력이 대안이라고 내놓는 이데올로기는 기실 자유민주주의와 수정자본주의 틀 안에서의 미세 수정에 불과하다. 또 자유민주주의와 수정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과격한 이데올로기 대부분은 그 현실성을 따지기도 전에 논리의 정합성과 일관성에서 절망적으로 유치한 수준에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를 포함한 우리 이후의 세대들은 혁신적인 사상을 내거나 시도할 수 없고, 그런 까닭에 진정으로 세상을 바꿀 힘이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담론을 제기할 수조차 없는 환경은 우리 세대의 가치관에도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표백 세대‘의 등장이다. 이 세대에게는 실질적으로 어떤 사상도 완전히 새롭지 않으며, 사회가 부모나 교사를 통해 전달하는 지배 사상에 의문을 갖거나 다른 생각에 빠지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그런 시도는 기껏 잘돼봤자 기존 지배 사상이 얼마나 심오하고 빈틈없는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효과만 낳는다.

이들(표백 세대)에게 지배사상은 큰 틀에서 항상 옳으며, 그 사상을 받아들이는 데 개인마다 과정과 깊이가 다를 수는 있으나 결론은 언제나 같다. 이들은 지배 사상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따라서 실제 삶에서 온갖 종류의 불편함과 부당함을 겪어야 하는데도,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개인이나 작은 이익집단 단위를 넘어서지 못하게 되며, 세계는 사상적으로 완전무결한 상태가 된다. 이것이 바로 표백 과정이다.

아무도 더 나은 시스템을 떠올리지 못한다. 거대한 흰색 세계는 모든 빛을 흡수하며 무결점 상태를 유지한다.

위대한 일을 할 기회를 박탈당한 세대는 어떻게 되는가? 그들은 출세나 개인적인 성공과 같은 보다 작은 성취에 매달리게 된다. 그런데 완성된 사회는 개인적인 성공에 대해 사실상 단 하나의 평가 기준만 지니고 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와 수정자본주의의 결합에서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결과다.

자유민주주의는 교리에 따라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근본적으로 우월할 수 없고 모든 사람이 가치 면에서 평등하다고 주장한다. 수정자본주의는 시장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평가 척도 한 가지만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두 이데올로기가 결합한 가치체계에서 한 인간의 가치를 재는 방법은 ‘그 사람이 자유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 있는가(독재자나 범죄자가 아닌가)‘ 와 ‘그 사람이 얼마나 높은 시장가치를 갖고 있는가‘ 가 된다.

완성된 사회에서 표백 사회의 젊은이는 부에 대한 욕심이 크지 않더라도 자신의 능력과 야망을 증명하려면 돈을 버는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 외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의 존재가치를 주장할 다른 방법이 없다.

군대를 일으켜 무공을 세우는 일은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어긋나며, 단식과 묵상으로 깨달음을 얻는 행위는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느냐를 놓고 벌이는 시합에서도 표백 세대는 좌절할 수밖에 없다. 완성된 사회는 가능성이 그만큼 고갈된 사회이기 때문에, 부를 창출하는 능력에서도 성숙한 단계에 있다. 닷컴 열풍, 부동산 시장 활황과 같은 국지적인 성장은 때때로 가능하지만 산업화 초중반에 볼 수 있었던 ‘경제 전반에 걸친 활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완성된 사회의 경제성장률은 이론적으로 0퍼센트에 가까워야 한다.

표백 세대들은 아주 적은 양의 부를 차지하기 위해 이전 세대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경쟁을 치러야 하며, 그들에게 열린 가능성은 사회가 완성되기 전 패기 있는 구성원들이 기대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아주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 가장 똑똑하다는 젊은이들조차 엘리트 조직의 끄트머리가 되기 위해 몇 년을 골방에 처박혀야 하고, 그런 노력이 결실을 얻은 뒤에도 조직의 말단에서 다시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

표백 세대는 같은 세대 뿐 아니라 이미 사회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성세대들과도 경쟁해야 하는데, 사회 각 분야가 고도로 발전해 있고 표백 세대들이 가진 자원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불리한 게임이다. 분배 방식이라는 게임이 규칙조차 기성세대가 정한 것을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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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과 기억의 과학 - 최신 과학으로 풀어낸 수면과 기억의 메커니즘 뉴턴 하이라이트 Newton Highlight 141
뉴턴프레스 지음 / 아이뉴턴(뉴턴코리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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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의 질 향상과 기억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본문에 나온 친절한 설명 및 관련된 그래픽은 수면과 기억에 관련된 뇌과학의 세세한 과정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막판에는 치매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데 잘 몰랐던 내용들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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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러가지 기억들 중 ‘작업 기억‘이라는 것에 대해 살펴보면서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이것은 순간적으로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기억인데, 이러한 기억의 속성을 보면서 기억이라는 것도 단순히 다 똑같은 기억이 아니라 그 세부적인 특징에 따라 좀 더 다양하게 분류될 수 있겠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앞선 포스팅에서 만나봤던 메타 기억, 과잉 기억 등을 포함해 실제로 이 책에 소개되는 기억들만 봐도 참으로 다채롭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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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내용에서는 기억을 잘하지 못하게 되는 치매 현상과 관련된 얘기들이 나온다. 본문 내용을 통해 우리가 종종 들어서 알고 있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외에도 혈관성 치매, 루이 소체형 치매 등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이들의 특징들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서 많은 공부가 되었다.

이외에도 치매 이후에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망 원인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었고,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전세계적으로 국가의 경제적 수준의 높고 낮음에 따라 사망에 이르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질병들이 차이가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간단히 핵심만 언급하자면 경제적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감염성 질환보다는 비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 비율이 높다는 점이었다. 책에서는 그래프로 시각적인 비교가 가능하게 나와있어서 좀 더 직관적인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치매 환자를 보호하는 보호자들이 환자의 행동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환자들을 케어할 때 받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을 소개한다. 치매 환자를 둔 가정이 있다면 참조해서 해볼만한 노하우들이 소개되어 있기에 유익하다고 느껴졌다.

무엇인가 목적 있는 행동을 할 때, 그 의사 결정을 위해서는 많은 정보 중에서 행동에 필요한 정보를 선택해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쇼핑하려고 생각했을 때 집을 나설 시간, 가는 길, 들를 가게, 사야할 물건 등, 일련의 목표를 정한 다음 행동에 옮긴다. 그때, 시간과 순서 등을 일시적으로 기억하고 그 기억들은 목적하는 행동이 끝나면 재빠르게 사라진다. 행동을 위해 뇌 안에 일시적으로 정보를 보존하는 이런 메커니즘을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이라고 한다. - P160

작업 기억은 선택한 정보에 주의를 기울였다가 작업이 끝나면 재설정(리셋)되는 특징 때문에 작업대에 비유된다. - P160

작업 기억을 사용하는 상황에서는 행동하면서 기억하는, 처리와 기억의 ‘이중 과제‘가 자주 요구된다. 독서를 예로 들면, 필요한 내용을 잠시 보존하면서 그 의미를 이해하는 처리가 필요하다. 대화와 암산, 요리 등도 마찬가지로, 기억과 처리가 요구된다. - P160

동시에 하는 보존과 처리의 총량이, 즉 개인의 작업 기억 용량의 한계에 이르면, 작업 속도가 느려지거나 실수나 망각을 하게 된다. 일상생활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서는 작업 기억이 꼭 필요하다. - P160

작업 기억 용량이 큰 사람은 ‘독해력‘, ‘주의 제어력‘(예를 들어 필요한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당장은 불필요한 정보를 억제하는 것)과 ‘자기 모니터링‘에도 뛰어나다고 한다. - P161

자기 모니터링이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아는 것을 말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 적절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말하자면 자기를 감시하는 마음의 기능이다. - P161

작업 기억 능력은 나이가 들면서 떨어진다. ...(중략)... 이 저하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독서나 요리 등 작업 기억을 사용하는 일을 일상생활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 P161

스마트폰 등의 외부 기억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작업 기억의 저하로 이어진다. ...(중략)... 작업 기억 감소는 어린이들의 독해력, 더 나아가 사고력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작업 기억을 잘 유지하는 일은 어린이부터 고령자까지 모든 사람에게 중요하다. - P161

전전두 영역(작업 기억의 중추)은 작업 기억에 실린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을 결정해 고차 운동 영역에 지령을 내린다. - P160

전전두 영역은 작업 기억에 실린 정보를 바탕으로 강하고 급격한 감정, 즉 정동(情動)을 관장하는 대뇌 편도핵과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 등의 작용을 적절하게 조정한다. - P160

인생의 남은 시간이 적은 고령자는 부정적인 정보에 주의를 기울여 미래의 위험을 회피하려는 동기가 작기 때문에 감정적인 충족을 우선시하는 심리가 작용한다. 따라서 긍정적인 것에 관심을 갖기 쉬워진다 ...(중략)... 같은 이유에서, 돈이나 새로운 자극에 관심이 적어지며 친밀한 인간관계 등을 중시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 P163

우리의 인지 기능 가운데, 나이가 들면 쇠퇴하기 쉬운 것이 ‘기억력‘ ‘주의력‘ ‘처리속도‘이다. - P164

‘어제 저녁으로 무엇을 먹었는가‘와 같은 비교적 최근의 일화에 관한 기억 능력은 쇠퇴하기 쉽다고 알려져 있다. - P164

‘주의력‘이란 어떤 것에 주의를 집중할 수 있는 능력 외에 다양한 것에 주의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 가운데, 주의를 배분하는 능력이 빠르게 쇠퇴하기 쉽다고 한다. - P164

다양한 인지 기능이 쇠퇴한 결과, ‘처리 속도‘, 즉 ‘두뇌 회전‘ 이 느려진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 P164

운전할 때는 시시각각 변하는 도로 상황을 인식해, 복수의 선택지 가운데 최적의 것을 재빠르게 골라 실행해야 한다. 복수의 선택지가 있는 상황에서 인식하고 실행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선택 반응 시간‘이라고 하는데, 인지 능력이 떨어지면 인지와 판단 등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선택 반응 시간이 증가해 운전 조작을 제대로 할수 없게 된다. - P164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원인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나이에 따른 인지 기능 쇠퇴이고, 또 하나는 치매같은 질병 때문이다. - P164

나이가 들면, 뇌 신경 세포의 기능이 쇠퇴하거나 신경 세포가 죽는데, 그로 인해 뇌의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세포 안에서 만들어진 ‘활성 산소‘는 세포의 구조와 DNA를 손상시킨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손상이 축적되면 뇌의 기능은 떨어진다. - P164

가지 돌기의 가시, 즉 ‘스파인(spine)‘이 위축되는 것도 기능 쇠퇴의 원인이다. 신경 세포끼리는 ‘신경 전달 물질‘이라는 물질을 주고받으며 정보를 전달한다. 스파인은 다른 신경 세포가 방출한 신경 전달 물질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있는 돌기 모양의 부분이다. 이것이 위축되면서 신경 세포끼리의 연결이 나빠진다. - P164

신경 세포의 ‘신경 돌기(축삭)‘라는 부분에 변성 등의 이상이 생기거나 뇌에 공급되는 혈류량이 줄어드는 것도 노화로 인해 인지 기능이 쇠퇴하는 원인의 하나로 여겨진다. - P165

기억을 관장하는 뇌의 ‘해마‘의 신경 세포는 새로운 신경 회로를 형성하거나 이미 있는 회로의 결합 강도를 변화시켜 새로운 기억을 정착시키는데, 나이의 영향을 받기 쉬울 뿐만 아니라 활성 산소 등의 공격으로 변화가 쉽게 일어난다고 한다. - P165

인지 기능 쇠퇴를 막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동맥 경화는 뇌의 혈류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평소에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금연은 특히 효과적이다. - P165

운동과 인지 훈련 외에 한 끼 식사에 다양한 음식을 조금씩 먹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단순한 노화 이상으로 인지 기능의 쇠퇴가 진행되면 치매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 P165

‘치매‘는 뇌의 신경 세포가 변성하는 등의 이유로 사고, 이해, 기억, 계산 등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증상을 말한다. - P166

치매에는 70개 이상이나 되는 종류가 있다. 그 가운데서도 ‘알츠하이머형 치매‘ ‘혈관성 치매‘ ‘루이 소체형(Lewy小體型) 치매‘의 3종이 90%를 차지한다. - P166

알츠하이머형 치매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단백질‘이라는 단백질 ‘쓰레기‘가 뇌 속에 쌓임으로써 신경 세포가 죽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를 중심으로 뇌가 위축된다. 치매 가운데서도 기억에 관한 장애(기억 장애)가 가장 강하게 나타나며, 특히 새로 기억하는 일이 어려워진다는 특징이 있다. - P166

혈관성 치매는 성인병이 원인으로 뇌의 혈관이 막히거나 파괴됨으로써 뇌 세포의 괴사가 일어나 인지 기능이 쇠퇴하는 병이다. 손발의 저림이나 감정 제어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의 증상이 특징적이다. - P166

루이 소체형 치매에서는 뇌 속에서 단백질이 모여 ‘루이 소체‘라는 작은 덩어리가 생기고 신경 네트워크에 이상이 일어난다. 젓가락을 들 수 없게 되는 등의 ‘운동 장애‘나, 움직이는 동물 등이 보이는 ‘환시‘가 주된 증상이다. 한편 뇌의 위축은 적고 기억 장애도 가벼운 경우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 P166

치매에서는 뇌의 장애에 의해 ‘핵심 증상‘이 나타나며, 그에 따라 ‘주변 증상‘이 나타난다. 망상이나 폭언 등의 주변 증상은 돌보는 사람과 관계가 나빠지는 계기가 되며, 증상을 억제하는 치료가 특히 필요하다. - P166

무언가를 잊었다는 자각이 있는 경우는 노화에 따른 건망증이라고 생각된다. 치매에 의한 기억 장애에서는 잊었다는 사실 자체도 잊어 자각할 수 없다. - P166

(치매) 핵심 증상

• 기억장애

• 일시나 장소 파악 장애

• 계획적 실행의 장애

• 인지, 행동, 언어 장애

• 판단력 장애

• 성격 변화

(치매) 주변 증상.

• 우울

• 불안 초조

• 망상

• 배회나 움직임이 많음

• 폭언이나 폭행

• 식사 행동이나 성행동의 이상 등 - P167

같은 운동 장애가 일어나는 ‘파킨슨병‘과 루이 소체형 치매는 인지 장애의 유무에 따라 구별되는 연속된 병으로 생각된다. - P166

세계 전체의 사망 원인으로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허혈성 심장 질환‘이다. 허혈성 심장 질환이란 심근 경색 등 심장의 혈관이 막힘으로써 일어나는 심장병이다. 다음으로 많은 것은 뇌의 혈관이 막히거나 파괴되는 ‘뇌졸중‘이다. - P168

알츠하이머병은 일반적으로 치매를 일으키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이나 판단력을 저하시키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뇌의 기능이 쇠퇴함으로써 음식물을 먹는 기능과, 폐나 심장의 기능을 저하시켜 최종적으로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알츠하이머병은 죽음과 직결되는 병이다. - P169

치매 증상은 점차 악화한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경우, 처음에는 건망증 정도였던 기억 장애가 점점 중증화함과 동시에 인식 장애, 배회, 불결 행위(변을 만진다) 같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며 증상이 나타나고 평균 8년 정도에 죽음을 맞는다. - P170

치매의 약물 요법은 약을 통해 증상을 어느 정도 억제해,
진행을 늦추기 위해 사용된다. - P170

치매 예방을 위해 적당한 운동,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 계산 등을 하는 ‘인지 훈련‘이 주로 권장된다. 이것들은 치매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확실하게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략)...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단정하지 않는 편이 좋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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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생,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되다
차현나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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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어떤 일을 하고 이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지 배울 수 있다. 또한 데이터 관련 프로젝트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간단한 사례와 함께 살펴봄으로써 전반적인 업무의 진행 방식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다. 마지막에는 진로선택과 관련된 저자만의 노하우인 ‘캐릭터 마이닝‘ 이라는 것이 나오는데, 이것은 취업이나 이직 혹은 전직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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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작하는 내용에서는 기억이라는 것이 실제와 실제가 아닌 것이 혼합되어 재구성된 것이라는 점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본문에는 기억에 관해 연구하는 도네가와 스스무라는 박사님의 인터뷰가 실려있는데, 이 분의 연구를 통해 기억의 속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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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지는 내용에서는 과잉 기억이라는 것이 나오는데, 이와 관련된 한 예로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 이라는 것이 소개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독서를 통해 처음 들어본 용어인데, 이런 사례가 실제로 있긴 있구나 하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암기해야 할 양이 많은 것을 공부할 때는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부러운 증후군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언어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한만큼 자폐증 환자가 많이 나올 수 있는 증후군이라 일장일단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메타 기억‘이라는 것이 나온다. 이것은 자신의 기억에 대한 판단을 가리키는 용어인데, 우리가 요즘 흔히 얘기하는 ‘메타 인지‘와도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의 내용을 통해 메타 기억은 우리의 제한된 기억 용량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자신만의 효율적인 기억 방법을 찾아서 최소의 기억 용량으로 최대의 기억을 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자신의 기억이 희미해지는 순간을 포착하여 적절한 시기에 그것을 다시 상기해주는 것도 메타 기억을 잘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로 볼 수 있겠다.

원래 기억의 상기라는 것은, 정말로 일어난 일을 테이프레코더처럼 그대로 비춰내는 것이 아닙니다. 일화 기억 (에피소드 기억)은 상세한 부분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것은 상기하는 과정에서 뇌 안에서 비슷한 다른 경험을 합쳐 만들어진 것입니다. - P148

심리학 분야에서는 상기할 때는 다양한 일을 혼동한다는 것이 확실히 밝혀져 있습니다. - P148

녹조류의 일종은 빛을 감지하면 나트륨 이온을 세포 안으로 들어가게 하는 이온 채널을 가지고 있다. - P148

지금까지 많은 사람은 간단히 말하면, 시냅스의 강도(전달하기 쉬운 정도)가 바뀌고, 바뀐 강도가 유지됨에 따라 기억 정보를 저장한다고 했습니다. 맨 처음 기억을 만들 때는 분명히 시냅스의 강도는 변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실험에서는 기억을 저장하기 위해서는 강해진 시냅스를 그대로 저장할 필요는 없다는 데이터가 나왔습니다. - P149

결국 한 개의 세포 안의 일련의 시냅스에 특정 기억이 저장되는 것은 아니다, 세포 집단의 시냅스에 저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일련의 기억 세포군의 연계(커넥션) 패턴이 어떤 기억을 저장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입니다. - P149

뇌는 시스템입니다. 분자 현상만으로는 정신 현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기억에 대해 말하면, 전체의 신호 전달 경로가 어떤 ‘상태 1‘에서 ‘상태 2‘로 옮겨갑니다. 그리고 ‘상태 2‘에서 안정화합니다. 그로 인해 기억이 생겨 유지되는 것이라고 우리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 P149

기억은 결코 ‘본 대로, 들은 대로 남겨 두었다 나중에 정확하게 재생할 수 있는 기능‘은 아니다. 때때로 기억은 바뀌어 ‘거짓을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이 ‘가짜 기억(false memory)‘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 P150

"섬광 기억이 왜곡되는 이유는 그 후 여러 차례 뇌의 ‘전전두 영역‘에서 상기되고 재편성되기 때문이다" - P152

"원래 ‘언제‘ ‘어디에서‘라는 정보는 사건이 기억될 때 거의 주의가 기울여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계속 떠올리려고 한 결과, 정보원(source)을 머릿속에서 검색, 식별하는 능력인 ‘소스 모니터링(source monitoring)‘에 오류가 생긴다." - P152

정확한 기억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확신도는 큰 경우가 있다. - P152

소스 모니터링 능력은 6세 어린이도 어느 정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3세 이전의 기억은 보통 떠오르지 않는다. 소스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뇌의 전전두 영역과 해마, 언어가 발달하지 않은 유아기의 기억 방식은 어른과 다르며, 따라서 어른이 되면 떠올릴 수 없게 된다는 설이 있다. - P152

실제로 경험한 기억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을 ‘리얼리티 모니터링(reality monitoring)‘이라고 하는데, 이 판단은 6세 아동에게도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그 이전의 기억은 거짓이었다 하더라도 판단할 수 없어 사실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 P152

뇌의 전전두 영역이 담당하는 ‘기억의 떠올림‘은 날짜를 알 수 없는 퍼즐 조각을 모아 하나로 조합하는 것에 비유된다. - P152

서술 기억은 의식적으로 떠올려진 ‘현재 기억‘, 비서술 기억은 무의식적으로 상기된 ‘잠재 기억‘과 대략적으로 대응시킬 수 있다. - P154

일화 기억이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다‘는 정보를 포함한,  개인적인 사건의 기억이다. 그리고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서술 기억) 특징도 있다. 한편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억(비술 기억)에는 기능, 습관 등이 있다. - P154

일화 기억과 기능, 습관 모두 장기 기억의 일종이지만, 일화 기억은 틀리기 쉽고 기능, 습관 등은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 P154

우리가 기억하는 사건의 기억을 ‘즐거운 사건‘ ‘보통 사건‘
‘싫은 사건‘으로 분류하면, 어떤 연구에서든 대체로 즐거운 사건의 기억이 약 50%로 가장 많다고 한다. 보통 사건의 기억은 약 30%, 싫은 사건의 기억은 약 20%라고 한다. - P154

강한 감정을 가지면 일반적으로 기억 정도는 낮아진다. 또 그 기억을 떠올릴 때는 ‘소스 모니터링‘이 실패하기 쉽다. - P154

7가지 기억 오류

①건망(망각이나 병적인 것, Transience)

②부주의(계획을 깜빡 잊음, Absent-Mindedness)

③방해(이름을 까맣게 잊음, Blocking)

④혼란(데자뷰등, Misattribution)

⑤암시(출생시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 Suggestibility)

⑥편향(바이어스 등, Bias)

⑦고집(이른바 트라우마 등, Persistence) - P154

한국에서 출간된 <기억의 일곱 가지 죄악(The seven sins of memory))(한승)에서는 1. 소멸, 2. 정신없음, 3. 막힘, 4. 오귀인(誤歸因), 5. 피암시성, 6. 편향, 7. 지속성으로 번역 - P155

눈 같은 감각 기관은 뇌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입력한다. 우리가 의식하는 것은 그 일부일 뿐이며 게다가 그 일부가 뇌의 해마에 기억된다. 만일 모든 것을 기억한다면 바로 용량을 초과할 것이다. - P154

기억이 바뀌기 쉽다는 점은 사용하기에 따라 유용하기도 하다. 기억은 변하기 쉽다는 바로 그 점으로 인해, 시험이나 어려움 같은 힘든 기억을 세월이 지난 다음 긍정적으로 되새기기도 한다. - P154

‘기억은 항상 정확하다‘라는 말은 잘못된 믿음이다. 평상시에도 사실 우리는 주의를 기울인 것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50원짜리 동전을 보지 않고 정확하게 그릴 수 있을까? - P155

기억은 삶의 바탕이지만, 오류는 늘 있을 수 있다. 틀리기 쉬운 특징을 잘 살펴, 제대로 대처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수 있다. - P155

돌발적으로 마주친 강도 사건은 놀라움과 공포의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그런 상황에서는 ‘흉기 주목 효과(터널 시야)‘ 라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 현상은 흉기에 주의가 집중된 나머지, 범인의 얼굴과 복장 등의 배경 정보를 지각할 수 없고 기억조차 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 P155

흉기에 주목하게 되는 메커니즘으로 두 가지 설이 유력하다. 하나는 놀람과 공포가 시각적인 주의의 범위를 좁힌다는 것. 다른 하나는 보통은 있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각적인 주의가 흉기에 집중된다는 것이다(칼이 부엌에 있으면 아무렇지도 않지만, 만일 침실에 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 P155

긴장감(스트레스와 각성의 정도)이 너무 강하거나 약해도 기억력(억의 효율)은 떨어진다는 관계성이 알려져 있다. 긴장감에는 최적의 수준이있다. 흉기 주목 효과는 긴장감이 지나치게 강한 상태에 해당한다. - P155

기억은 오감 정보가 입력된 뇌 안의 ‘해마‘가 관장한다. - P155

개인적인 기억이나 강도를 만났을 때처럼 강한 감정을 동반하는 기억에는 급격한 감정 변화, 즉 정동(情動)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특히 큰 역할을 한다. 그런 부위의 대표적인 예가 ‘편도체‘이다. 뇌의 좌우편도체가 손상된 환자는 감정에 호소하는 이야기를 들은 1주일 후, 그 이야기에 관한 질문의 정답률이 보통 사람에 비해 낮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 P155

해마와 편도체는 진화 과정에서 비교적 일찍 나타난 ‘오래된 뇌(대뇌변연계)‘이며 그것들과 새로운 뇌(대뇌 신피질) 사이에 회로(기억에 관여하는 파페츠 회로, 감정에 관여하는 야코블레프-나우터 회로)가 만들어져 있다. - P155

원주율을 몇 만 자리까지 암기할 수 있는 사람은 무의미한 숫자의 나열을 의미 있는 이야기로 가공해 기억한다. 이와는 달리, 주변의 정보를 가공하지도 않고 그대로 모두 기억하는 능력을 선천적으로 지닌 사람들이 있다. 그런 능력을 ‘과잉 기억(hypermnesia)‘이라고 한다. - P156

우리의 귀와 눈에는 항상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가 들어온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않으므로 의식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뇌가 입력된 정보 가운데 필요한 정보에만 주의를 기울여 선별함으로써 의식적으로 ‘보고‘ ‘듣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 P156

과잉 기억 증후군인 사람들은 이런 의도적인 정보 선별이 불가능하다. 더구나 정보에 특정한 이미지나 감정을 더해 기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대한 양의 정보가 무기질 정보로서 기계적으로 기록된다. - P156

우리의 기억은 그것이 떠올려져(상기되어) 여러 차례 사용되지 않는 한 서서히 희미해진다. 슬픔이나 힘든 일이 트라우마가 되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나타나는 예외는 있어도, 강한 슬픔과 분노의 감정은 대부분 시간과 함께 조금씩 희미해진다. 그러나 과잉 기억을 지닌 사람은 그런 기억조차 잊혀지지 않아, 그 기억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 P156

과잉 기억을 지닌 예 가운데서도 더욱 특이한 예로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 있다. 서번트 증후군은 선천적인 것이지만, 드물게 사고 등으로 뇌에 장애를 입어 후천적으로 서번트 증후군에 걸린 예도 있다. - P156

서번트 증후군인 사람(서번트)은 대부분 놀라운 기억력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눈앞의 사물을 마치 사진을 찍듯이 기억할수 있으며, 세세한 부분까지 상세히 재현해 묘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소리에 대한 예민한 기억력을 지녀, 한번 들은 음악을 세세한 부분까지 재현할 수 있는 사람도 있다. 또 여러 연도의 연월일과 요일을 정확하게 기억해, 무작위로 제시된 과거와 미래 특정 날짜의 요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답하는 ‘캘린더 계산 능력‘을 지닌 사람도 있다. - P156

서번트는 언어를 관장하는 좌뇌에 선천적으로 어떤 장애가 있어, 그 기능을 우뇌로 보충하려고 하기 때문에 생긴다는 가능성이 유력시되고 있다. - P156

우리의 뇌는 언어와 수학적인 능력을 관장하는 좌뇌와 회화와 음악, 공간적 지각력을 관장하는 우뇌가 뇌들보(뇌량)라는 조직으로 연결되어 있다. - P156

"한쪽 뇌의 기능을 보충하기 위해 다른 쪽 뇌의 기능이 활성화하는 일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 P156

실제로 많은 경우, 서번트가 발휘하는 일은 회화와 음악의 뛰어난 우뇌적 기능이다. 한편, 언어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불충분한 경우가 많아 학습 장애를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폐증 환자(선천적 뇌 기능 장애로 인해 커뮤니케이션 장애 등을 지님) 가운데 10~25%가 서번트라고 한다. - P156

우리는 보통 매일의 사건(일화 기억)이나 일반적인 지식(의미 기억) 정보를 장기 보존할 때는 대뇌 피질에 보관한다.
한편, 운동 방법이나 습관 같은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절차 기억)은 뇌 안의 대뇌 기저핵에 보관한다. 절차 기억은 일화 기억보다 잘 잊혀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서번트의 놀라운 기억력도 대뇌 기저핵에 보존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 P157

대뇌 기저핵은 대뇌 피질보다 안쪽에 있다. 설치류에서 영장류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대뇌 피질만큼 발달하지 않은 장소로, 진화적으로 보다 오래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 P157

‘메타 기억‘이란 자신의 기억에 대한 판단을 가리킨다. 눈앞의 영어 단어의 의미를 모를 때, ‘예전에 기억했던 단어인데 단지 의미가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처음 보는 단어이다‘와 같은 식으로, 일반적인 기억 활동보다 한 단계 위에서 자신의 기억상태를 판단하는 것이 메타 기억이다. - P158

기억을 바탕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기억하는 방법을 생각하거나 기억한 것을 잊지 않게 하는 방법(메모를 하거나 운율맞추기를 하는 것)을 생각하는 능력도 이 메타 기억이다. - P158

메타 기억 능력이 높으면 보다 효율적인 기억 방법을 통해 행동 패턴을 바꾸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매일 출근하기 전에 필요한 소지품을 잊지 않기 위해 열쇠와 교통카드, 사원증 등 하나하나의 이름을 기억하기보다 이것을 하나로 묶어 현관에 놓아둠으로써 기억 용량을 절약할 수 있다. - P159

행동을 습관화하는 식으로, 어떤 정보를 어떻게 기억하느냐를 판단함으로써 미래를 보다 정확하게 전망할 수 있게 된다. - P159

메타 기억력이 높은 사람은 기억이 희미해지는 감각도 매우 강하게 느끼기 때문에 가끔 강한 불안과 초조감이라는 스트레스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 P159

"기억이 희미해지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면,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낄 때마다 다시 한번 상기하는 방법 등을 통해 기억을 유지하면 좋다." - P159

메타 기억 능력이 높고 낮음에는 개인차가 있으며 어느 정도는 선천적으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일기나 수첩에 기록하며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스스로 모니터링함으로써 자신이 기억하기 쉬운 방법을 확인할 수 있고 메타 기억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 P159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머리가 유난히 큰‘ 동물이다. 몸에 비해 지나치게 큰 뇌를 가지고 있다. 뇌가 커짐에 따라 인간은 매우 복잡한 신경 네트워크를 갖게 되었다. 인간에게 특히 발달한 것은 대뇌의 전전두 영역으로, 메타 기억도 전전두 영역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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