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은 경제, 기술, 심리, 도덕, 품질, 그리고 이해 불가함 등 여섯 가지 측면에서 실패했다. 이런 결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 결합되어 더욱 큰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 P58
대부분의 사람들과 조직이 최상급 전문가의 서비스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 P58
부자 또는 보험을 충분히 든 사람만 의사, 변호사, 회계사, 경영컨설턴트 같은 일류 전문직을 다수 고용할 수 있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극소수가 지닌 전문성이 소수에게만 공급되는 것이다. 예컨대, 재력 있는 소수는 롤스로이스급 서비스를 받고, 나머지는 모두 걸어다녀야 하는 상황이다. - P58
대부분의 국가가 학교, 법률 제도, 의료 서비스 등 기존의 전문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힘겨워한다. - P58
공공지출액이 삭감되면서 심각한 문제를 겪는 전문직 분야가 많다. 물론 모든 시민이 가장 뛰어난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의 혜택을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이는 비현실적인 기대임에 분명하다. 전문성이 희소자원이라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문성 자체의 공급은 절대 부족하지 않다. 희소한 것은 전문가다. 현재 전문가 업무를 조직하고 전달하는 방식으로는 직접 만나 소통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서 제약이 발생한다. - P59
꼭 일류 전문가가 아니어도 된다고 눈높이를 낮춰도 비용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의료비용은 계속 치솟고, 학교는 한탄스러울 만큼 자원 부족에 시달리며, 중간급 변호사를 고용하는 비용은 다른 분야의 중간층 전문가마저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영세 기업은 힘이 없다. 소기업 소유자는 경영컨설턴트, 세무 전문가, 회계사를 확보할 만한 자원이 없다.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큰 조직도 전문 서비스가 엄청나게 비싸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CEO와 CFO들이 전문 서비스(특히 법률, 세무, 회계, 컨설팅) 비용을 크게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 P59
경제 문제는 전문직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 문제보다 시급하지는 않다. 경제 문제는 접근성 문제로, 서비스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일어난다. - P60
전문가의 전문성은 불균등하게 분배된다. 전문성의 불평등 문제는 다른 불평등 문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다른 사회적배제 문제에서는 비교적 소수가 피해를 입는 반면, 전문 서비스에서는 절대다수가 배제된다. 이제까지 쌓아올린 인간의 전문성이라는 영광스러운 성채에는 극소수만 입장할 수 있다. - P60
전문직 서비스는 마치 정의가 그렇듯, 그리고 최고급 호텔이 그렇듯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 - P60
인간은 연구와 질문을 통해 지식과 통찰을 획득하고, 이를 사용해 자기 문제를 해결할 때 힘을 발휘한다. - P61
가끔은 전문가에게 의탁하는 편이 훨씬 간단하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하지만, 노력 자체에서 얻는 만족감은 분명히 존재한다. - P61
개인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자립심이 약해질 뿐 아니라 과연 자기에게 자립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심하게 된다. - P61
서비스의 수요자가 자신의 문제를 직접 들여다보지 못하게 막는 전문가는 (지식을 지녔으면서도 전부 공유하지는 않음으로써) 힘의 균형을 유지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수요자가 무기력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 P61
현재처럼 조직된 전문직은 서비스 수요자의 자조, 자립, 자기발견을 가로막는 경우가 많고, 또한 한때 훌륭한 통찰력을 갖췄던 개인이 자기 문제에 더욱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참여해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불필요하게 억제하거나 심지어 소외시킨다. - P62
전문직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과 서비스를 대부분 책임진다. 하지만 접근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저렴한 전문가 업무는 한심할 정도로 적다. 기술 기반 인터넷 사회에는 비용이 비교적 덜 들고 접근하기도 편리한 지식을 창출하고 공유할 새로운 방식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렇듯 다양한 방식을 도입해서 얻을 이익은 약점을 크게 넘어선다. - P62
기술이 사람들에게 ‘힘‘을 주기도 하지만 ‘타락‘하게 만들기도 한다 ...(중략)... 사람들에게 악한 일을 할 (예컨대, 핵무기로 세상을 파괴할) 힘을 줄 뿐 아니라, 선한 일을 할 (예컨대, 인류 모두가 깨끗한 물을 사용하게 만들) 힘도 주기 때문이다. - P62
기술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죄를 지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죄도 저지를 수 있는 힘을 즉각적이고 필연적으로 가져다준다. - P62
사회에 존재하는 전문성을 훨씬 낮은 비용을 들여 훨씬 널리 퍼뜨릴 기술 수단이 있을 경우, 그런 일이 현실화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 P63
모든 환자가 항상 최고의 의사에게 치료받는 것은 아니다. 모든 학생이 항상 열의를 북돋우는 교사에게 교육받는 것은 아니다. 종교 신자가 가장 뛰어난 영적 지도자의 인도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고객이 최고의 변호사, 회계사, 경영컨설턴트에게 조언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전문가 업무가 전통적으로 어떻게 수행되는지 생각해보면 이는 당연한 일이다. 전문가가 직접 만나 조언하는 방식으로만 경험과 지식을 나눈다면, 진정 훌륭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뿐이다. - P63
전문 서비스 수요자는 합의의 본질상 자신이 받은 도움의 핵심을 평가할 수도 없고, 자신이 의뢰한 전문가가 작업을 수행하기에 최적인지 판단할 수도 없다. - P63
전문가가 비싼 수수료를 정당화하거나 그저 자신의 지위를 강화하려고 일부러 고객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불투명하고 혼란스러운 곳에는 불신과 책임 회피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 P64
쟁점이 되는 현상을 서비스 수요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적절한 설명을 듣지 못하거나, 현상이 은폐되어 신중하게 조사할 수 없다면 개혁이나 변혁을 논하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 P64
현재의 전문직은 대체로 많은 대가를 요구하고,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며, 사람들에게서 힘을 빼앗고, 윤리 문제의 소지를 갖고 있으며, 낮은 성과를 내고, 이해하기 힘들다. - P64
대안을 생각하기 위해선 사고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 P64
신임 임원의 일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해 상상력을 동원해 더욱 창의적이고 경쟁력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 P65
전문가는 지금 하는 일이 무엇인지 돌이켜본 후(보통은 시간당 수수료를 청구하는 일대일 자문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더 빠르고 저렴하고 우수하게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자문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직에게 ‘벽에 뚫은 구멍‘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전문가는 드물다. - P65
"우리의 존재 의의는 우리 지식을 가치로 전환해 고객에게 이익을 주는 데 있다" - P65
전문가는 다양한 분야에서 보유한 지식, 전문성, 경험, 통찰, 노하우를 고객이나 환자 등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수요자가 처한 특정 상황에 적용한다. 이 경우 고객이 이용하려는 지식,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 지식을 고객이 처한 특정 상황에 적용하는 것이 바로 ‘벽에 뚫은 구멍‘이다. - P65
‘가치‘는 전문직의 종류에 따라 문제 해결 또는 문제 회피, 안심 또는 보험, 건강 또는 위안, 교화 또는 계몽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 P66
지식이 다양한 양상으로 전문가 업무의 핵심에 존재한다 - P66
전문가는 자신에게 도움을 청한 사람의 이익을 위해 지식을 얼마나 잘 획득하고 육성하며 공유하고 순환시키는가? 진실을 말하자면 많은 전문가가 자기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재활용하는데 그다지 능숙하지 않다. - P66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전문가의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면어떻게 될까? - P66
관찰자들은 대부분 현재의 전문직을 출발점으로 삼아 미래를 생각한다. 전동 드릴과 구멍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면, 한 걸음 물러나 다음과 같이 더 앞선 질문을 던져보자. 전문직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수단인가? - P66
기본으로 돌아가면, 사람들이 전문직의 도움을 구하는 것은 자신이 모르는 것을 전문직이 알기 때문이다. 물론 누군가가 특정한 문제를 다른 이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까닭에 사회에는 자연스럽게 지식의 불균형 또는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 P66
전문직은 특정 지식 분야에서 불균형을 제도화하고 심화해왔다. 의사와 환자, 변호사와 고객, 교사와 학생, 목사와 신도, 경영컨설턴트와 사업가, 세무 전문가와 납세자 등 전문가가 관련된 모든 관계에는 불균형이라는 특징이 보인다. 이들 서비스 수요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공급자의 지식을 사용해 이익을 얻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전문가는 통찰과 지식의 일부를 수요자에게 전달하기도 하지만 (교육 서비스에서는 이것이 핵심이다) 전문가의 역할은 대체로 수요자가 처한 특정 상황에 맞춰 자기 지식을 인용하고 해석하며 적용하는 데 집중된다. - P67
전문직이 무엇을 왜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려면, 애초에 사람들이 왜 전문가를 만나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법철학자 허버트 하트 Herbert Hart의 표현을 빌리면, 사람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원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이 ‘제한된 이해력‘만 가졌다는 지당한 ‘인간 본성‘에서 비롯된다. - P67
그 누구도 모든 것을 알 순 없다. 사람들은 편안하게 생활하고 일하기 위해 외부 정보에 의지한다. 사람들은 전통적 전문직을 발명하고 조직한 후, 이들에게 도움을 받아 제한된 이해력을 극복하려고 했다. 전문직은 자신들만이 보유한 지식을 제공해 시민 또는 조직이 직면한 특정한 문제나 복잡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때 전문가는 미숙한 일반인과 전문성을 지닌 거대한 조직 사이에서 접점 역할을 한다. - P67
신뢰, 안심, 품질, 지위, 훈련, 규제 등등 전문 서비스를 구성하는 다른 모든 차원은 부차적인 요소다. 수요자의 이해력이 제한되지 않아서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면 신뢰를 요구할, 안심을 갈망할, 품질을 관리할, 서비스나 행동을 규제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 P67
실제로 전문가 서비스가 존재하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조건은 사람들이 지식을 필요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요소가 없으면 신뢰나 훈련 같은 다른 요소는 무의미해진다. - P68
수요자가 원하는 것은 이론가나 학자가 쓴 책 등 출판된 글에 나오는 추상적 지식이 아니다. 자기 문제를 얘기했는데 전문가가 책을 건네며 읽어보라고 한다면 누구도 만족스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지식은 분명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 P68
서비스 수요자는 무엇보다도 전문가가 실질적 지식(사실에 관한 지식know-that)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할 적절한 ‘노하우 know-how (방법에 관한 지식)‘도 보유했으리라 기대한다. 전문가가 "이론상으로는 모두 맞는 말이지만 현실에서는..."이라고 말할 때가 바로 노하우를 전달하려는 시점이다. - P68
노하우란 책에 나오는 지식을 언제 어떻게 적용하느냐 하는 것에 관한 통찰이다. - P69
노하우는 ‘암묵적‘일 때도 있다. 의식적으로 언급되거나 공식적으로 표현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비공식적으로 절차에 적용되는 ‘비법‘ 또는 ‘요령‘인 경우도 많다. 추정, 직감적 반응, 주먹구구, 직관에 근거하는 경우도 잦다. 이런 노하우는 때로 소위 ‘휴리스틱heuristic (시간과 정보가 불충분하거나 체계적 합리적 판단이 불필요한 상황에서 직관에 의지해 신속하게 사용하는 어림짐작 방식. 발견법이라고도 한다.)‘ 개념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 P69
서비스 수요자는 전문가가 지식과 노하우를 오랜 기간 깊이 있게 쌓아왔기를 바란다. 요컨대, 서비스 공급자가 ‘많이 아는 사람‘을 넘어 ‘숙련된 전문가‘이기를 원한다. 그뿐만 아니라 전문가가 과거에 전문성을 여러 번 활용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기를, 그래서 자기가 안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전문가를 학자와 구분하는 것은 바로 실적이다. - P69
공급자가 자신의 전문성과 경험을 실제 세계에 효과적으로 적용하려면 기술, 기법, 수단을 갖춰야 한다. - P69
공식적 지식, 노하우, 전문성, 경험, 기술이 이루는 복합체를 ‘실용적 전문성 practical expertise‘이라고 부를 것 - P69
각각의 전문 분야는 원재료를 다루는 방식이 대체로 비슷하다. 각자 의존하는 방법은 서로 다를지 몰라도, 토대가 되는 원천을 해석한 후 여기서 얻은 지식을 일상 환경에 적용한다는 것은 같다. - P70
어떤 분야에서든 전문가는 원재료를 관리할 수 있는 크기로 재구성해 머리에 넣은 뒤 책으로 펴내거나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게 만들고, 정제해 작업절차를 때로는 설명서를 만들고 실행 기록으로 요약하는 등의 작업을 한다. - P70
이 책에서 제기하는 결정적 주장은, 비록 이제껏 원재료의 해석과 적용이 지성을 갖춘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가정해왔지만, 사실 그런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실용적 전문성‘이라는 개념을 확장해 기존 전문가의 공식적 지식, 노하우, 전문성, 경험, 기술뿐 아니라 다양한 기계와 장비가 내놓는 산출물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 P70
일반인은 이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예전에 전문가로부터 서비스를 받는 과정에서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전문가와 기계에서 얻은 지식, 노하우, 전문성, 경험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이 같은 지식과 경험 역시 실용적 전문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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