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부분에서 저자는 전문직의 본질적인 역할 및 그 변화에 대해 논한다.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잠시 언급했었지만 전통적인 전문직의 역할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거나 습득하기 힘든 지식들에 특화하여 관련 지식들을 익힌 뒤 그것들을 기반으로 일반대중이 해결을 필요로 하는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더이상 전문직들이 가진 지식이 전문직들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고, 일반인들도 AI(인공지능)같은 기술들을 활용하여 얼마든지 전문직들이 갖고 있는 지식에 접근하고 이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로인해 전문직의 전통적인 역할은 과거에 비해 상당부분 축소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렇게 전문직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지식적인 측면의 중요성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대신에 저자는 앞으로 전문직이 서비스 수요자들을 돕는 새로운 방식이 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듯하다. (살짝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봐 노파심에 조금 덧붙이자면 여기서 말하는 건 기존의 지식적인 측면만 가지고 전문직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는 말이지 지식자체가 아예 쓸모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이 책은 전문직의 미래를 예상하는 책이기에 저자의 예상이 100% 다 맞다고 섣불리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일리가 있어보이는 측면들이 많이 있기에 이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않고 이후에 나오는 저자의 생각과 의견들을 쭉 따라가며 살펴보고자 한다.


전문직은 사람들이 이익을 얻기 위해 이용하려는 대상인 ‘실용적 전문성을 유지하고 해석하며 적용하는 문지기‘ 역할을 했다. - P71

우리는 기존 방식대로 전문직을 통하는 것이 제한된 이해력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 또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확신을 버리고, 현재 사용 중인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 해결 방법도 가능하다는 사고방식으로 전환하기를 촉구한다. - P71

우리는 사람들이 전문직의 이면을 보고, 인간의 제한된 이해력을 해결할 수 있는 더 나은 대안에 마음을 열기를 요구한다. 수요자의 시각에서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더욱 저렴하고 덜 경직된 방식으로, 더 높은 품질로 더 투명하게 힘을 북돋우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돕는 방법이 등장하면 열렬한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해야 마땅하다. - P71

하지만 기존 방식이 이런 대안으로 바로 대체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의 일상에 견고하게 뿌리내린 전통적 전문직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이미 단단히 자리 잡은 믿음과 관행을 포기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 P71

전문가들이 씨름하는 문제는 대부분 사실 전문직 자신이 개발해온 해결책에 따라 정의된다. 예컨대, 고객에게 세무 또는 회계 관련 문제가 있다거나 환자에게 치과 또는 외과 관련 문제가 있다고 말할 때, 이런 문제를 정의하는 것은 바로 공급자인 전문가의 능력과 분류법이다. - P71

"가진 공구가 망치뿐이라면 모든 문제를 못처럼 취급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 것이다."

_에이브러햄 매슬로 Abraham Maslow - P72

현실에서 일어나는 문제와 그에 속하는 전문 영역이 언제나 깔끔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상의 문제는 혼란스럽다. 사람들이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상생활 속의 사건들을 해결하려면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의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는 것이 이상적이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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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연재에 대한 얘기로 시작한다. 특별히 오늘 나오는 부분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연이 되어 연재와 전략적으로(?) 붙어다니는 지수라는 친구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지수는 남의 집에 갈 때 빈 손으로 가면 안 된다는 신념이 있는 친구라 연재의 집에 갈 때도 각종 간식거리들을 사들고 갔다고 한다. 그 결과 살이 안 찌는 체질인 줄로만 알았던 연재는 단 몇 주만에 몸무게가 3kg이 늘었다고 한다. 오늘 처음 밑줄 친 문장은 지수와 시간을 함께 보내던 연재가 살이 찌고 나서 스스로 느낀 점을 표현한 문장인데 표현이 참 신박하다는 생각이 들어 밑줄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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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서는 연재와 휴머노이드 로봇인 콜리 간의 대화가 나온다. 콜리는 사람들이 위기의 순간에 누구를 가장 먼저 구할지 우선순위를 매기는 순서에 따라 그 사람을 소중히 여긴다는 얘기를 하면서 왜 꼭 위기의 순간으로 소중한 사람의 순위를 매기는지 의아해한다. 그러자 연재는 좋은 것은 쉽게 나눌 수 있지만 절박한 상황에서 사람을 구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나름대로 현명한 답변을 한다.

근데 연재는 콜리의 질문에 답변을 함과 동시에 전략적으로 자신의 파트너가 된 지수와의 관계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만약 물에 빠졌을 때 나는 지수를 몇 번째로 구할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순위가 꽤 높게 나오자 연재는 잠시 고민에 빠진다. ‘그럼 지수는 나를 몇 번째로 생각할지‘를 말이다.

사람들마다 인간관계에서 우선순위가 각자 다를 것인데,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존재의 의미를 하나 더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연재가 고민했던 것처럼 상대에게 몇 번째 우선순위일지를 고민하기에 앞서 자기 스스로가 먼저 가치있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일단은 맞지 않을까 싶다. 위에서 언급한 우선순위라는 것은 늘 상대적인 것이기에 얼마든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1순위가 영원한 1순위가 되라는 법은 없다. 지금은 비록 후순위로 여겨질지라도 추후에 발생하는 다른 여러가지 일들로 인해 앞순위로 올라갈 수도 있는 것이고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내가 언급한 관계 중에서 혈연인 가족 관계 같은 경우야 그 우선순위가 크게 변동없을 가능성이 높지만 혈연 이외의 관계인 경우에는 아마도 내가 앞서 언급한 것들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소설 속에서도 연재와 지수도 피 한방울 안 섞인 그저 친구 관계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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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서 투데이를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의 여러 단계들 중에 연재는 새로운 난관을 만나게 되는 데, 여기서 상세한 내용을 다 얘기할 순 없지만 자신이 과거에 일했었던 가게의 점장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그 난관을 극복하는데 성공한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참 사람일이라는 게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이라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점장과 연재는 그닥 좋게 헤어진 관계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관계조차도 시간이 지난 뒤에 도움이 되어 돌아오는 걸 보면서 평소 인간 관계에서 설령 껄끄럽거나 조금 불편한 것이 있을지라도 원수같은 관계로만 헤어지지 않는다면 언젠가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관계로 다시 부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함께 보낸 시간이 몸에 쌓인 기분이었다.

"가장 먼저 구하는 거요. 그건 아낀다는 뜻이래요."

"바다에 빠지면 누구를 가장 먼저 구할거냐는 질문이 나왔어요. 그게 소중한 사람의 순위를 매길 때 사용되던데... 그런데 참 이상한 비유예요. 왜 꼭 절망의 상황에서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요?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를 누구에게 먼저 줄 거냐는 비유도 할 수 있을 텐데요."

"좋아하는 걸 나누는 건 쉽게 할 수 있잖아. 근데 절박한 상황에서 구할 수 있는 건 특별한 사람이 아닌 이상 잘 못 해."

지수에게 자신은 과연 몇 번째일까?

그려놓은 모델을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했고 3D로 바꿔보기도 하며 이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작지만 큰 혁명을 상상했다.

연재는 무언가에 열중할 때 빛나는 인간이었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빛으로 발산되는 것이다.

"투데이가 뛸 때와 같아요, 지금."
...(중략)...
"행복해하고 있어요. 투데이가 뛸 때처럼 당신도요."

"살아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에요. 살아 있다는 건 호흡을 한다는 건데, 호흡은 진동으로 느낄 수 있어요. 그 진동이 큰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에요."

행복이라는 건 결국 자신이 느끼지 못하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단어 아닌가.

"저는 호흡을 못 하지만 간접적으로 느껴요. 옆에 있는 당신이 행복하면 저도 행복해져요. 저를 행복하게 하고 싶으시다면 당신이 행복해지면 돼요. 괜찮지 않나요?"

"옆 사람이 불행한 건?"
"그건 못 느껴요."
"왜?"
"제가 느끼려고 노력하지 않으니까요."

"내가 외면한다고 외면할 수 있는 게 아니던데."

"가족들의 불행을 마주본다는 건 내가 외면했던 내 불행을 마주 보는 거랑 같거든."

콜리에게는 지난 일인 것처럼 말했지만 아직도 연재는 외면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이 흐름을 끊고 불행을 대면할 수 있는지 방법을 몰랐다.

"밥 먹으면 식곤증으로 졸려서 공부할 때 힘들어."

숨이 없는데 어떻게 욕망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늘을 보고 싶다는 콜리의 욕망은 도대체 어디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만큼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야 한다

투데이는 달릴 때 행복한 아이다. 태어나서 줄곧 주로를 달리는 것밖에 하지 못한 말은 결국 달림으로써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했다. 남은 시간 동안 마방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는 것보다 관절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주로를 달리는 것이 투데이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는 것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몇 주를 마방에만 갇혀 있던 투데이가 며칠 전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때, 서는 것조차 힘들 거라던 복희의 말과 달리 투데이는 기쁨의 울음을 쏟으며 주로를 활보했다. 물론 짧은 시간이었고 그 후에는 고통에 무너졌으나 마방에 있었을 때와 달리 웃고 있었다. 투데이는 웃고 있음이 확실했다. 콜리의 말이 맞았다. 수 만개의 바늘이 찌르는 고통이 있을지라도 평생을 달려 온 투데이는 달리는 것이 더 행복했다.

주로를 보고 달리지 않는 연습을 해야 했다. 오로지 경기에 출전할 수 있을 만큼의 속도. 빠르게 달리지 않아도 그 현장에 서 있을 수 있는 속도. 완주를 하더라도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을 수 있는 속도.

"고칠 게 보이지 않으면 고치지 않아도 괜찮아요."

"왜 그런 것들이 있는 건가요?"
"너는 모든 것에 꼭 이유가 다 필요해?"
...(중략)...
"세상에 모든 것들에는 이유가 있으니까요."

"제가 존재하는 이유는 기수가 되기 위해서이고 인간이 저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도 이유가 있어서예요. 무의미한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요."

이 휴머노이드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하기야 몇 세기를 보내며 인간이 차근차근 쌓았던 지식을 한번에 압축해 만든 존재였으니 인간 개개인보다 뛰어난 건 당연했다.

"틀렸어.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거야. 세상에는 원래 이유가 없었어. 인간들이 이유를 가져다 붙인 거지. 그러니까 순서를 따지자면 이유 없이 생겨난 게 먼저야."

"누구라도 틀려. 원래 살아가는 건 틀림의 연속이야."

콜리는 자신을 살아 있다고 표현해준 것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당신도 저를 그냥 데리고 온 건가요? 이유 없이요?"
...(중략)...
"응, 그냥 데리고 왔어."
"고마워요. 저도 당신이 그냥 좋아요."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끊임없이 낯선 것에 도전하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대화하지 않고 어떻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나요? 인간에게는 서로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기능이 있나요?"

말을 하지 않고 어떻게 아나요?

"내가 너를 친하게 생각하듯이 너도 나를 친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서."

연재는 이해받기를 원하지 않았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숱한 시간동안 이해받지 못해 상처 입은 날들이 쌓여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 터였다.

이해받기를 원하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가 저마다의 고통과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척 숨기기 위해 노력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란 모두에게 존재했다. 적어도 연재는 그렇게 생각했고, 이해받기를 포기했다.

이해에는 한계가 있고, 횟수가 있고, 마지노선이 있다. 그 선을 넘으면 이해해주던 사람은 어느 순간 상대방의 이기심을 지적했다.
"그런 것도 한두 번이어야지, 몇 번씩 그렇게 가면 우리는 뭐가 돼?"

이해받기를 포기한다는 건 이해하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았다. 연재는 상대방의 모든 행동에 사사건건 이유를 붙이지 않았다. 저렇게 행동하면 저렇구나, 하고 말았다.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해서 그러는지 싫어해서 그러는지 따위를 생각하면 너무 많은 이해심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타인의 이해를 포기하면 모든 게 편해졌다. 관계에 기대를 걸지 않기 때문에 상처받지 않았다. 적어도 지수를 만나기 전까지, 연재의 세계는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고요였다. 적막이기도 했다. 지수는 연재에게 강풍으로 불어왔다. 잠잠했던 연재의 돛을 한 방에 날렸다.

처음에는 싫었지만 계속 싫지는 않았다.

"네가 로봇광인 건 알고 있었지만 진짜 로봇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지. 너보다 콜리가 더 인간적이겠다."

"내가 더는 못 온다고 해도 너는 알았어가 아니라 아쉽다고 했었어야지. 아쉬웠으면. 물론 네가 아쉽지 않았으면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나는 그때..."

아쉽다. 아쉬움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은 지 오래되서 완전히 잊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쉬움에는 약간의 설움이 섞여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아쉽다는 단어를 꺼내면서, 아쉬움에 면역되지 않은 마음이 설움에 정복당하는 듯했다.

인간에게는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속내를 알 수 있는 기능이 아예 없다. 다들 있다고 착각하는 것뿐이다.

"집을 더 신경써야 하는 사람들은 밖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진다고. 그냥 무감각해진대. 상처받지 않으려고 달팽이집으로 들어가는 거랑 똑같다고 그랬어."

세상 모두에게 이해받지 않아도 된다. 오직 연재가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만 이해받을 수 있다면.

"내가 너를 그냥 데리고 왔다고 했잖아. 사실 그거 거짓말이야."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속을 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연재가 이것만은 콜리에게 사실대로 말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몸이 다 망가진 채로 건초더미에 누워서 나한테 하늘이 예뻤다고 말하는 네가 불쌍했어. 그리고 순간 내가 너를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호기심도 들었어. 그대로 내버려두면 너는 사라지겠지만 내가 데리고 오면 사라지지 않으니까. 같잖은 연민이지. 그래도 후회 안 해. 나는 내가 좋아했던 걸 그동안 싫어한다고 믿고 살았는데, 아니더라고. 너 만지면서 알게 됐어. 그리고 지금 내 말에는 대답하지 마. 명령이야."

콜리는 연재의 명령을 지켰지만 처음으로 명령을 어기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 충동이 몸체 내부에서 실제로 일어났는지, 콜리는 영화를 보는 내내 속에서 무언가 어긋남을 느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연재를 방해할 수 없어 가만 충동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두렵지 않았다. 떨리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지만.

"언니는 자유롭고 싶은 거지?"
"나는 이미 자유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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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읽었던 내용 중에 그동안의 포스팅에서 그닥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던 인물이 한 명 있었는데, 은혜와 연재의 친척인 ‘서진‘이라는 인물이다. 소설 속에서 ‘서진‘은 이런저런 것들을 취재하는 기자로 소개되는데, 여기서 상세히 다 밝힐 순 없지만 우연한 기회에 은혜와 연재가 연관되어 있는 어떤 일을 취재하다가 그들과 오랜만에 만나게 된다.

한편 지난번 포스팅에서 다뤘던 내용에서는 경주마인 투데이를 살리기 위한 은혜와 연재의 프로젝트(?)가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 위에서 소개한 ‘서진‘이 중요한 키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제 3분의 2정도 읽었는데 이 소설의 남은 부분에서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갈지.. 조금씩 흥미진진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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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예상대로 서진이 키맨 역할을 하면서 은혜와 연재의 프로젝트가 그들이 계획한 방향대로 흘러가는 듯 보인다.

한편 이어지는 글에서는 은혜와 연재의 엄마인 보경에 대한 얘기가 잠시 등장한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등장하지만, 독자인 내가 주목했던 부분은 의도치않게 먼저 하늘나라로 가버린 전직 소방관이자 자신의 남편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치는 부분이었다. 이 부분은 꿈을 꾸는 장면으로 묘사되는데, 중간중간 등장하는 문장들에서 보경이 자신의 남편을 향한 그리움의 감정이 느껴졌다. 물론 보경과 비슷한 상황을 경험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그 감정을 100% 온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꿈에서 깬 뒤 보경은 자신의 처음 의도와는 달리 너무 오랫동안 잠이 들어있었다는 사실에 놀라 헐래벌떡 일터로 향하려 하지만 휴머노이드인 콜리가 일터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보경에게 말한다. 이미 일할 사람들이 다 가있으니 걱정할 필요없이 그냥 쉬라는 말도 덧붙인다. 그래서 보경은 쉬면서 콜리와 대화를 하게 되는데, 이 장면에서 콜리가 생각하는 시간에 대한 인식이 인상적이었다. 밑줄에도 몇 문장 쳐봤는데, 독자인 내가 느낀 요지만 언급하자면 물리적인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겠지만 주관적인 시간은 사람들마다 다르게 흐른다는 것이었다. 읽으면서 참 공감되는 말이었다. 자신에게 재미있고 흥미로운 행동을 할 때는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몰입하게 되어 시간이 훌쩍 지나가지만, 지루하고 따분한 상황에 놓여 있을 때는 콜리의 말처럼 1분이 1시간처럼 흐르는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다.

독자인 나는 이 부분에서 자신이 현재 놓인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느냐가 시간의 흐름을 결정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물리적으로 동일한 상황과 환경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그곳이 천국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옥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뭐 여기서 답은 명백하다. 누구의 시간이 더 잘 흘러가겠는가? 당연히 전자일 것이다.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해본다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천국처럼 느끼는 사람은 어찌보면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자신의 환경을 지옥처럼 느끼면서 살아가는 사람일 것이다.

이제 위에 적어본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천국처럼 느끼며 살아갈 것이고 그 결과 자신이 하고싶은 일에 몰입하면서 시간도 술술 잘가서 행복한 삶을 살아감과 동시에 일에 따른 보상으로 금전적인 영역도 풍족하게 채워질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자신의 삶이 지옥과도 같다고 생각하며 살 것이고 그로 인해 자신의 일에 몰입하기보다는 그저 시간만 때우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할 것이고 그결과 1분이 1시간처럼 느리게 흘러가서 불행한 삶을 살 것이고 일적으로도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기에 금전적으로도 부자가 되기보다는 그저 하루하루 먹고살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평범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감사하라는 말은 정말 여러 다른 책들에서도 봤던 것인데 오늘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감사의 중요성을 몸소 깨닫게 된 것 같다. 내가 어디에 있든지 관계없이 그 안에서 불평하기보다는 감사하며 살아가는 태도가 어느 때보다도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안 돼."
"무슨 일인지 알게 되면 될걸?"

아이들이 원하는 건 너무나 간단했고, 명료했고, 분명했다. 투데이의 삶이다.

서진은 구구절절 말하고 싶었다. 자신이 그 경마장을 조사하느라 얼마나 힘들었고, 얼마나 치욕스러웠는지 아느냐고.

거절한다고 하더라도 더 그럴듯한 명목이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살아 있는 생명이 주로를 뛰는 경기였으므로, 짜놓은 판에 맞추려면 생명에게 가혹한 학대가 가해져야 했다.

"어렸을 때부터 투데이가 달리는 걸 좋아했어. 나도 그 자세히는 모르지만 언니한테는 그게 위로였나봐. 아니면 군더더기 없는 행복이었든가."

"그런데 너무하잖아. 달릴 수 없으니까 죽으라는 건."

"고작 이틀에서 14일로 삶을 연장한다고 뭔가 달라질까?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길까...?"

"당연하지. 살아간다는 건 늘 그런 기회를 맞닥뜨린다는 거잖아. 살아 있어야 무언가를 바꿀 수 있기라도 하지."

부장님도 끝내 서진의 판단을 이해할 것이다. 기자란 무언가를 살리는 직업이라고 말했던 사람이니까.

"당신의 결정 덕분에 투데이는 행복할 거예요. 그리고 투데이가 행복하다고 느끼면 저도 행복하다고 느껴요."

그간의 정을 토대로 한 배려

어쩔 수 없이 굴복하게 만드는 사회 시스템

약자가 굴복할 수 있는 순간은 아무도 그 일을 알지 못했을 때뿐이라고, 모두가 알게 된 이상 더는 굴복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좋은 파트너인 것 같아요."

관리자의 언성이 커졌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함을 잃지 않아야 통하는 법.

"악행은 누군가가 반드시 알아내게 되어 있어요. 오늘 저희가 찾아온 게 아저씨한테 온 마지막 행운인 줄 아세요. 나쁜 짓 하고 살지 마세요."

도태되면 결국 고생은 제 몫이었다.

인간은 아프면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다

콜리는 고개를 끄덕일 줄 알았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정보는 도리어 그게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대화였다.

콜리는 공감을 느낄 수 없는 개체였지만 공감하는 척 움직이게 만들어졌다. 어차피 사람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공감이었다. 보경은 콜리를 앉혀놓고 몇 번 대화를 한 후에야 진정으로 필요했던 건 들을 수 있는 귀와 끄덕일 수 있는 고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생 보경의 이야기를 들어주겠노라 약속했던 사람이 오래도록 비워둔 자리를 뜻하지 않은 것이 채웠다.

"콜리잖아요. 콜, 리. 콜, 미. 발음이 비슷하지 않나요? 언제든 저를 부르세요. 콜-미."

세상에 생명을 탄생시키고 책임지고 기른다는, 가정을 지키고 있다는,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떠들지 못할 일

자신이 알아서 끈을 놓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세상의 편견과 고지식함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절망스러운 운명에서 구해내지 못했을까. 조금만 달랐더라도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운명이었는데. 고작 그 시선이 뭐라고.

독립적인 사건들처럼 보였는데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 모든 일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이 수면 위의 파동 같았다. 넓고 잔잔한 파동이 끊임없이 교차되고 연속되는, 그 에너지가 끝내 물살을 만들어버리는.

은혜가 아픈 손가락이었다면 연재는 신경이 손상된 손가락이었다. 어느 날 문득 쳐다보면 언제 다쳤는지 알 수 없는 오래된 상처가 엉망으로 아물어 있었다. 딱지를 뜯어 약을 발라 줄 수도 없었다. 상처가 흉터가 되는 것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빨리‘가 아니라 ‘천천히‘가 터져 나오는.

슬픔이 비림으로 바뀌자 후에는 꺼내려고 해도 비릿해서 꺼낼 수 없어졌다. 그렇게 계속 몸에 담아두었다. 고여서 비려질때까지. 끝끝내 썩어 마를 날을 기다리면서.

나는 지겨워. 지겹다고. 그러니까 우리 그만 좀 하자.

잊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오래 머물고 싶지도 않았다.

잘 가, 조심해서 가.

방에 앉아 있으면 시간이 잘 가지 않는다

"창밖으로 아침 해가 뜨는 것과 세상이 색으로 덧칠해져 가는 모습을 보고 있던 순간은 1시간이 1분처럼 느껴졌는데 그곳(좁은 방)에서는 반대로 1분이 1시간으로 느껴졌어요."

"시간이 서로 다르게 흘러간다는 이론에 대해서는 연재가 말해줬어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것이라고요. 제가 투데이와 함께 달릴 때 느꼈던 시간이 접힌 듯한 현상은 실제라고요. 생명은 저마다 삶의 시간이 다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인간은 함께 있지만 모두가 같은 시간을 사는 건 아니네요."

"같은 시대를 살고 있을 뿐 모두가 섞일 수 없는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맞나요?"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요?"

결승점이 어디인지, 완주의 상품이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일단 태어났으므로 자연히 출전하게 된 경기를 하고 있노라고.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했고, 지쳐 기절하듯 침대에 누워야만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내 시간은 멈춰 있어."
화재가 난 빌딩 속에 있던 소방관을 기다리던 그 시간에 멈춰 있어. 반드시 살아서 나오리라 믿고 있는 그 시간 안에서.

시간이 흘러 보경은 그곳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시간은 그곳에서 1초도 흐르지 않았다. 보경이 매일 일찍 일어나 쉬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이유는 그 지긋지긋한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음을, 그곳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달리기였음을 인정해야 했다.

시간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정적이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수면 위에 돛을 펼치고 있었다.

"흐르게 하는 법을 잊었어."
시간은 고여 있어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괜찮다고 생각했다가도 여지없이 그날로 빨려 들어갔다.

슬픔을 겪은 많은 사람들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 것일까. 사실은 모두 멈춰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지구에 고여버린 시간의 세계가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그 시간들을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렇다면 아주 천천히 움직여야겠네요."
...(중략)...
"멈춘 상태에서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많은 힘이 필요하니까요. 당신이 말했던 그리움을 이기는 방법과 같지 않을까요? 행복만이 그리움을 이길 수 있다고 했잖아요.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 거예요."

"저는 실수로 만들어진 거라고 연재가 말했어요. 저를 결정하는 제 안의 칩 하나가 다른 휴머노이드와 다르다고 했어요."
"..."
"연재는 실수와 기회가 같은 말이래요."

콜리의 말처럼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려면 행복으로 그리움을 이겨냈듯이 현재의 시간도 흐르게 해야 했다. 그날에 함께 묶여 나아가지 못한 관계부터 풀어내면 되지 않을까. 보경은 너무 가까워서 미뤄두었던 실타래부터 잡았다. 연재는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적당한 답변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몸짓이었다.

아이가 아님이 어른이 되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세상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되고 인정했을 뿐이지, 보경은 아직까지는 그 세상을 자신이 온전히 책임지고, 슬픔을 삼켜야 하는 어른의 세계로 연재를 보낼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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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전직 절대자는 아카데미 펫 관리자 09 전직 절대자는 아카데미 펫 관리자 9
말랑부들 / ARC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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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 중에 과거에 갈등이 있었다는 이유로 서로 어색했던 관계가 있었는데,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그 둘이 힘을 합쳐야만 하는 상황이 생기자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얼굴에 철판을 깔면서 힘을 합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통해 관계라는 것은 언제든지 급변할 수 있음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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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를 보니 이 책은 거의 1년 만에 다시 읽는다. 시간이 참 빠르다. 기억을 잠시 더듬어보자면 그당시 《데이터를 부탁해》라는 책을 읽고 데이터 분야에 관심이 생겨서 다음에 읽을 책으로 다짜고짜 시작했었는데, 어찌하다보니 다른 책들을 다양하게 읽게 되면서 우선순위에서 좀 밀려났던 것 같다.

요 근래에는 데이터 분야와 관련하여《문과생,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되다》라는 책을 읽었었는데, 그 책을 통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게 필요한 역량 및 데이터를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살펴봤던 기억이 있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1년 만에 다시 집어든 이《데이터 문해력》에서도 조금은 비슷한 취지의 내용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보통 데이터 분석이라고 하면 무슨 통계분석 기법 등을 동원하여 자료를 단순히 해석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본문을 통해 이러한 것은 데이터 분석 단계에서 지극히 도구적인 것일 뿐 본질적인 게 아니라고 반복적으로 말한다.

1년 전 포스팅의 기록을 잠시 살펴보면, 데이터 분석이라는 것은 앞서 언급한 통계적 기법 같은 것을 사용하기에 앞서 분석 전에 자신이 해결하고자하는 문제 및 프로젝트의 목적을 정의하고 가설을 구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단 이것을 명확하게 하고나서 자신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뒤 마지막 단계로 분석 결과를 해석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프로젝트의 목적에 맞게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스토리를 구축한 뒤 그 결과물이 필요한 곳에 적용하는 것 까지가 궁극적인 데이터 분석의 목적이라는 게 저자가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다.

오늘은 이 3단계 중에서 마지막 단계인 해결책 제시와 관련된 내용부터 시작한다. 다만 이를 위한 선행 단계로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

애당초 ‘해결 방안‘이란 것은 겉으로 드러난 문제를 비근원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을 규명해서 이에 대한 ‘방안‘을 적절하게 마련하는 것입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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