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 BOOn 3호 - 2014년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 편집부 엮음 /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월간지)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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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잡지 시장이 많이 무너졌지만, 1990년대만 하더라도 별별종류의 잡지들이 있었고, 영화를 좋아했던 나는 씨네21부터 스크린, 맥스무비, 무비위크 등등 많은 잡지들을 모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종이 컨텐츠(신문, 책, 잡지등)은 멸종될 것 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아직은 책과 신문은 간신히 살아 남았지만.  유독 '마니아'층을 이루고 있는 '잡지'라는 매체는 그 시장성이 많이 축소 되었다. 요즘은 지하철이나 편의점 가판대에 진열대가 아예 없는 곳도 허다하다. 이동하는 짬짬히 잡지를 읽던 시민들의 모습은 이제 추억속의 한장면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그런데 며칠전  목마름을 채워 준 잡지를 만났다. 바로 ​《BOON》.(1,2호도 읽어봐야겠다)

제목 'BOOn'이란 '유쾌한'이라는 뜻을 가진 말로 '文​化'의 일본어 음독인 '분카'에서 '분(bun)'이라는 발음만 차용하여 표기한 것이다. 따라서 《BOON》은 '유쾌한 일본문화 읽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본문에서)

​말그대로 '일본 문화에 대한 세세한 정보와 자유기고자들의 의견'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일본문화콘텐츠 전문잡지!

 

 

 

그동안 일본문화는 한국사회에서 금기시 되어 있는 영역 중 하나였다. 허나 일본문화개방을 계기로 음지에서 쉬쉬하면서 즐기던  대중들은 이제 제대로 된 일본문화 즐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일본 문화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접 할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일본 영화'에 매료되어 극장 혹은 비디오로 많이 보았던 기억이 난다.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의 문화는 우리가 생각 했던 서양의 문화보다 좀 더 강력하며, 독특하고, 중독성 있는 것 들의 향연이였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권쯤은 소장하고 있다는 일본의 대표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미 일본을 넘어,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문호다. 우리나라에도 이 '하루키'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숭배시하는 독자들이 많은데.(그 중 필자 포함) 이번 호에서는 드디어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특집글을 다뤘다.  인기있는 일본작가들이 많이 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요시모토 바나나, 무라카미 류, 에쿠니 가오리 등등) 하루키 만큼의 위상과 인기를 갖지 못한다. ('하루키즘'이라는 단어까지 생겨나지 않았는가)

 

 

 

첫째 , LGBT로 본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

둘째, 그를 읽었는데 그가 읽었네

         -무라카미​ 하루키와 독자 그/그녀

셋째, 순례하는 나르키소소의 트라이앵글 ​

​<작가를 읽다>코너에서는 이미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마니아층을 갖고 있는 작가 '하루키'에 대해 다뤘다.  특히 그의 소설 속 늘 등장하는 ' 자극적인 성관계'를  LGBT의 시각으로 본 해석이 무척 흥미로웠다. 그러한 질문에 어느 인터뷰에서 하루키는 이렇게 대답한 적이 있는데.

"성적 활동은 외부 세계와 자신의 내면을 연결하는 중요한 인간의 행위입니다. 또한 커뮤니케이션의 한 형태이자 사람 사이의 축제로 볼 수도 있죠. 즉, 다른 곳(세계)으로 갈 수 있는 중요한 길 혹은 방법 입니다."

참, 무심한 듯 쿨한 그의 성격과 맞는 대답이 아닐 수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즐겨 있는 독자라면 쏠쏠한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집>의 '오타쿠의 생태학'은 오타쿠라는 단어의 창시국인 일본의 여러 오타쿠의 소개와 단어의 기원, 변형,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소토코모리'(해외 히키코모리 족)에 대해 다뤘다. 그들이 생기게된 배경과 원인, 변형과 발전되어 국가가 무너지고  새로운 공동체가 생기는 시대의 초국가성에 대해 소개해주었는데, 새로운 일본 젊은이들의 문화에 대해 충격과 함께 공감이라는 양분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밖에 <문화 산책>의 '아베고보: 전쟁과 식민지가 낳은 아방가르드 문학'과 <연재소설>, <서평-침묵의 거리에서 ,또 하나의 일본>, <오사카 즐기기> 등 짧지만 간결하고 깔끔하게! 얇지만 강렬하고 충실하게 알찬 구성이 매우 만족 스럽다.

일본문화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있는 작가라면 ​《BOON》을 정기구독하는 방법도 추천할만하다. 결코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것 같다. 매우 알차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1년 정기구독료: 45,000원

2년 정기구독료: 85,000원 ​ (*격월 1회 15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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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향의 맛.멋
이재인 지음 / 멘토프레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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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맛과 멋이 모두 충족되는 여행은 모두가 꿈꾸는 여행 중 하나 일 것이다. 저자 '이재인'씨는 이 모두가 부러워 하는 여행의 주인공으로, 우리나라 20여개 지역을 돌아다니며, 명소와 명사 소개 그리고 여행의 정점을  '먹방'으로 마무리 하는  맛.멋 여행의 행복한 가이드를 자처하고 있다.

저자는 '잃어버린 고향의 맛을 찾아서'​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전국을 여행한다. 광시, 공주, 논산, 단양, 대전, 덕산, 보령, 부여, 목포, 수원,안동, 옥천, 익산, 장성, 인사동, 천안, 청주, 청양, 해미, 홍성을 돌아다니며 그곳의 맛과 정취를 즐겼다. 해당 지역의 토박이 음식, 특산물의  만찬을 즐기는 저자가 부럽기만 하였다.

​20여 곳의 명소 중 '인사동'편을 소개한다.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고 외국인과 내국인이 뒤섞인 곳, 인사동은 맛집들이 많은 동네로 유명하다. 저자는 조선 시대의 인사동의 위치와 위상이 높았음을 일러주고, '천상병'시인의 자취를 따라 그의 시와  인생,  아내가 운영 하였던 찻집 '귀천'에 대해 소개한다. 정처 없이 구경을 하다보면 배꼽시계가 울린다. 그러면 늘 그 지역 명사의 추천 식당을 들르는데, 그 중 '박영대 화백'이 추천하는 마늘 양념생강 비법이 담긴 '인사동 수제비' 찾는다. 마늘과 생강의 효능과 우리나라에 전해지게 된 유래 등 '음식' 하나를 먹더라도 구체적인 배경까지 습득하게 하는 재미난 입담이 먹는 재미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하지만, 너무 토속적인 음식점을 소개하다 보니. 젊은층은 쉽사리 공감을 얻지 못할 것 같아 아쉽다. 애초 서문에서 밝힌 것과 같이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잠시, 잊었던 고향을 다시 떠올릴 것이고, 단 한 번도 고향다운 고향을 가져본 적 없는 이들에게는 한없이 달려가고픈 마음의 고향을 더러 꿈꿔보기도 할 것이다"​ 라고 적어 놓았으니, 연령대가 좀 높은 독자는 전자를 젊은 독자는 후자의 느낌으로 읽어 내려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다시, 고향의 맛.멋》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검색만 하면 쏟아져 나오는' 파워 블로거의 맛집 정보'보다 ' 검증된 맛집'이라는 점일 것이다.  전국 곳곳에 포진해 있는 저자의 지인들이 소개하는  추천 맛집들은  일단 맛은 합격점! 그곳의 정취는 후식이 될터이니!  맛깔스러운 맛.멋기행이 되기 충분하다.  이번 휴가 해외도 좋지만, 전국의 향토유적 탐방과 맛집 기행도 특별하게 기억될 휴가로 손색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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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리얼하게 10.5 - 졸업하는 날, 진짜 돌직구 인생 강의를 만났다!
찰스 윌런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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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날, 학업을 마쳤다는 뿌듯함 보다 세상이라는 정글 속에 옷 한벌도 못 걸치고 알몸으로 나와있는 것 같은 두려움이 앞설 것이다. 학교라는 테두리에서 공부만 하던 학생이 사회라는 곳으로 예행 연습도 없이 덩그런히 떨어진 무방비 상태.  그때 누군가가 뜬 구름 잡는 이야기 보다 쓰디쓴 레알의 경험을 들려준다면 어떨까? 

 

 

《지독하게 리얼하게 10.5》는 저자 '찰스 윌런'이 "졸업식날 내게 누가 이런 조언을 들려주었으면 어땟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 했다고 한다. 결코 호락호락 하지 않을 졸업 이후의 인생을 달콤한 말로 포장하기 보다,  직절석으로 더 현실적인 경험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것도 10.5라는 애매한 숫자로 말이다. 여기서 10.5라는 숫자는 10개는 부족하고, 11개는 과하다고 생각한 저자의 고뇌가 뭍어나는 저자의 생생한 인생조언 목록을 말한다.


 

책 속의 밑줄 쫙 ​

우리는 성공이라는 게 반드시 정해진 방향으로 남보다 빨리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삶은 열정을 찾는 것, 모험에 나서는 것, 새로운 방향으로 달려가 것,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것이기도 것이기도 하다.

p101​

​현재도 소중하고 미래의 계획도 소중하다. 그러니 여러분이 직접 현재와 미래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이 지점에서 진심 어린 충고를 하고 싶다. 정상에 올라서면 어떤 풍경이 보일지 기대하고 삶을 살아가기보다는 그 여정에서 즐거움을 찾아라.

p176​

저자는 졸업 후 부모님이 원하는 방향의 삶과는 동떨어진 인생을 살고자 할때마다 늘 난관에 부딪혔다. 부모는 자식이 실수하거나 실패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멋진 결단을 내렸다. 배낭여행을 다녀오면 남들 보다 1년은 뒤쳐질 것이라는 부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다녀 온 것! 밥 벌이가 일정치 않는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은 것! 박사학위를 받은 것! 부모와의 마찰을 겪었던 일련의 행동들이 돌이켜 보니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시도라는 것을..

 

 

감히 나도 졸업한지 꽤 되어 인생의 2막을 시작한 선배로 조언하나 하겠다. 졸업 후 막막함과 함께 나노단위의 시간까지 쪼개어  팍팍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  대학생, 졸업생, 취업 준비생들에게 고한다. 나도 그때는 '사당오락'이란 말처럼 네시간 자면 붙고 다섯시간 자면 떨어질 것 같은 괜한 두려움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나는 다른 길을 갔다. 남들이 토익과 대기업 입사시험을 준비할 때 내가 좋아하는 '영화'과 관련한 영세 기업부터 시작. 그곳에서 첫 직장을 시작 했다. 남들은 처음부터 대기업에 들어가야 다음 직장, 그 다음 인생의 관문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나는 어느 세월에 그 좁은 문을 통과 할수 있을지 기약이 보이지 않았다.  100만원 남짓한 월급으로  끊임 없이 이직을 준비하고,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시간과 돈을 아껴가며 연애와 친구들 여행도 많이 다녔던 때였다. 그때도 늘 놓지 않았던 것은 시간을 쪼개어 독서와 글쓰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때의 내 삶의 충실함이 지금 나를 만들어 준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꾸준함. 충실함은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언젠가는 이루어 질것이다.

​저자 '찰스 윌런'도 강조하고 있는 중요한 인생의 조언 중 하나를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마무리 하겠다. 목표를 위해 떠나는 일련의 과정들이 더욱 의미있다는 것을 그당시에는 깨닫지 못한다. 그러니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충실히만 하라. 잘하려고만 하면 오히려 긴장하여 일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실히, 열심히 한다면 일이 조금 어긋나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면 나쁠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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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 - 마음을 움직이는 경제학
유리 그니지 & 존 리스트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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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수업시간에 정치나 사회에서 널리 쓰이는 커뮤니케이션 방법, 혹은 심리를 매우 흥미롭게 배웠던 기억이 난다. 일정한 집단을 모아두고 실험을 하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들이 나올때면 당황하기도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를 읽다보니 그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인간의 행동을 통제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생활밀착형 경제학에 대해 미국의 사례들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또한 경제학을 떠나 비지니스, 교육, 노동, 정치 등 인간의 전반적인 사회 활동을 '현장 실험'을 통해 보여주는데 현장 실험에서 생기는 여러 변수들을 보는 재미도 매우 흥미롭다. 다만 미국의 실정이다 보니 다소 한국 사회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아쉬웠다.

특히 저자 '유리 그니지 Uri Gneezy' '존 리스트 John A. List '는 이론과 데이터만으로 결과를 얻어내는 방법을 벗어나.  20여년간의 독창적인  '현장 실험'으로​ 훨씬 현장감 있는 데이터와 수치를 얻어 내었다. 실험실에 앉아서 이론과 데이터로 계산하는 '탁생 실험'은 실질적인 연구를 어렵게 만든다. 두 저자는 이러한 낡은 관행을  버리고, 생활 속으로 과감히 들어가고자 했다. 인간이 행동하는것에 동기와 원인을 밝혀내는 행동경제학자들로서 2014년 가장 주목해야할 이름 중 하나이다.

그동안 경제학은 어렵다는 인식이 박혀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삶 곳곳에서 부터 사소한 경제학은 시작된다. 경제적인 이익을 얻고자하는  동네 가게부터, 비만을 막기 위한 아이들의 식습관 개선, 자선단체의 기부금 독려 등​ 우리의 실생활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부를 창출하는 일들이 꽤 많았다.

그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6장과 7장에서 소개하고 있는 '경제적, 현대적 차별'에 관한 부분이다. (앞부분에서는  성별과 인종에 관한 차별을 다웠다.)

6. 사람들이 차별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당신을 싫어하지 않아요. 그냥 돈이 좋을 뿐이에요.

​일반적인 차별(인종,성별,종교)을 떠나 현재 새롭게 떠오르는 차별은 '경제적 차별'이다.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성차별 보다 미묘한 성격을 띠고 점차 확산되어 여러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분석이 어렵고 경제적 사리사욕에 근거하여 '자기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편견말이다. 즉, 경제적으로 자신에게 이익으로 돌아 온다고 생각되면 상대방의 의사나 경제적 손실을 떠나 차별과 불이익을 감행한다는 논리다. ​

7. 현대의 차별을 끝내는 방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을 선택할지 주의 하라, 아니면 역습을 당할 수 있다. ​

​이번 장에서는 소위 판매원에게 '호갱'이 되지 않기 위한 전략을 소개한다. 어떤 물건을 구매하고자 할때는 '지지도록 쇼핑하라'라고 말하고 있다. 즉, 쇼핑할 때 받는 경제적 차별을 줄이려면 대항 가능한 현재 가격에 대한 충분한 숙지와 제품 정보로 무장 하라는 것! 그러면 점원에게 신호를 보내게 되고, 손님을 차별하려는 점원의 인센티브가 바뀌게 된다는 논리다.

좀 더 실질적인 데이터와 실험을 통해 자본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인간 심리'가 궁금한 독자에게 권한다. 당신이 무심코 하는 행동 속에도 경제학의 법칙이 숨어 있다는 재미있는 논리는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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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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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 남편의 그리움이 묻어나는, 작가 '줄리언 반스'의 에세이다. 책에서 줄리언 반스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개인적인 자아를 아낌 없이 세상에 드러내보이는데, 전작들을  읽어보지 못한 독자라면 쉽게 읽히지 않는 그만의 문체에 적응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지도 모르겠다. 나또한 표지 디자인만 보고서는 '죽음으로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은 세 가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줄리언 반스의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를 위해 설명을 해보자면.

 

비상의 죄 (하늘) : 기구광신도인 세 사람의 삶을 다큐형식으로 쫓아감

평지에서  (땅) : 보헤이안이면서도 땅에서의 정​착을 원한 바람둥이 '버나비'와 예속됨을 거부하는 리얼 보헤미안 '사라'의 로맨스.

 

깊이의 상실 (지하) :
'오르페우스'의 신화를 빌려 드디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함.

 

 

 

▲ 작가  '줄리언 반스'의 온 우주였던 아내' 팻 카바나'와 함께 찍은 사진. ​

두 부분 '비상의 죄'와 '평지에서'는' 열기구'​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19세기 열기구를 타고 하늘에서의 삶을 갈망한 실존 인물들  '프레드 버나비'와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 사진가 '나다르'의 이야기를 통해  건조하게 다루고 있다.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기구 이야기'를 책의 1/3이상을 차지하는데.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 그려지는 두 파트는 지속되고 픈 자유(사랑)와 추락(실연,상실)이라는 상반된 사실을 기구라는 메타포로 상징하고 있다.

즉, 누군가와 사랑을 시작 했을때 우리는 이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에 빠지게 되지만 결국 실연, 혹은 죽음으로 그 사랑은 추락하고 말기 때문이다.  작가 줄리언 반스의 탁월한 문장력은 초반부 기구 이야기를 할때까지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책장을 덮었을때야 비로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단언컨대, 책을 덮은 후 다시 앞장으로 돌아가 한번 더 읽게 되는 독자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 그러면 세상은 변한다. 사람들이 그 순간을 미처 깨닫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세상은 달라졌기 때문이다. ​

p 11​

 

 

 

왜 하필 열기구를 등장 시켰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비행기가 발명되기 전 ,인간은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을 열기구로 대체하던 시절. 열기구는 하늘에서 세상을 관조할 수 있고 무엇보다 땅의 구속됨이 없이 자유를 만끽 할 수 있던 존재다. 영화 <업>에서도 어릴적부터 함께 해 온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함께 이루자고 다짐 했던 모험을 수많은 풍선을 매달고 떠나는 주인공 '칼'과 오버랩 되었다. (아내와 모험을 떠나기로 약속 했지만 결국 혼자 떠나게 되는 남편은 가슴이 짠하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와 <업>은 모두 상처한 남편이 남겨진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전자는 무겁게, 후자는 유쾌하게 다루고 있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감정을 가진 동물이라면 극복하기 어려운 '죽음'이라는 슬픔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남겨진자로써 살아갈 것인지에 관한 정답을 없을 것이다.

쑥쓰럽다는 핑계로 그냥 보낸 아이, 남편, 가족, 친구, 연인 모두에게 ​'사랑의 표현'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을 마지막처럼 다 쓰고 가는 삶이 필요할 때이다. 버스 떠나고 후회해 봐야 소용 없다.

 

참고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작가. 줄리언 반스의 다른 문학에 급관심이 생긴다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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