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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공주들 - 동화책에는 없는 진짜 공주들 이야기
린다 로드리게스 맥로비 지음, 노지양 옮김, 클로이 그림 / 이봄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옛날 옛적 아주 먼 옛날, 공주와 왕자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시작하는 여느 동화들과 달리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에 나오는 '무서운 공주들'을 한데 모았습니다. 연일 푹푹 찌는 여름, 등골을 서늘하게 할 오싹한 괴담, 엽기적인 사연들.. 도대체 공주인가 마녀인가 헷갈리게 만드는 세계 여러 나라의 공주들의 사연으로 가득한 《무서운 공주들》. 당신은 어떤 타입의 공주가 취향인가요?
영화로 따지면 B급 정서 물씬 풍기는 판타지, 호러 일색인 장르 영화의 종합선물세트인 책이네요. 각 장의 공주들은 소재로 단편이나 장편 영화로 만들어 보아도 좋을 공주스럽지 않은 공주들 이야기. 착하고, 예쁘고, 단아하며, 총명한 낭만과 잘 어울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공주들은 이 책에 없어요. 미모와 권력으로 남자들을 들었다 놨다하는 공주, 사랑하는 법을 몰랐던 스토커 공주, 남자 후궁들에거 여자옷을 입힌 여왕, 복장도착자 공주, 씻지 않는 공주, 노출증 환자 공주, 생고기 마스크팩을 한 황후,전리품이 되고만 비운의 공주.. 제목만으로도 오금거리게 만드는 서른 명의 무서운 공주들을 추렸습니다.

"내가 더이상 아름답지 않다면 인생의 아무 의미가 없어."
오스트리아의 황후이자 헝가리의 여왕인 된 '엘리자베트'는 육아 스트레스와 시집의 간섭에서 벗어나는 시간은 '미모 관리'였는데요. 인생의 거의 모든 부분이 통제 받게 되고자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로 외모에 관심사를 가진겁니다. 꼼꼼한 모발 관리, 18인치 허리 사이즈를 유지하기 위해 굶기를 서슴지 않았고, 하루에 2번 몸무게를 쟀으며, 173cm에 50kg을 유지하기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도 서슴없었죠. 탄탄한 몸매를 위해 강도 높은 승마와 걷기, 펜싱을 즐겼습니다. 아이 넷의 엄마라고는 믿기지 않는 20인치 허리, 피부 탄력을 위한 갖은 식재료와 미용 재료들에 대한 집착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더욱 심해졌는데요. 주근깨 완화를 위해 실크에 송아지 살을 올린 수면 마스크팩을 했다고 하네요. 먹기에도 아까운 소고기로 마스크팩을 하다니.. 역시 공주였기에 가능했을까요? 미모 관리를 위해 정성을 쏟는 엘리자베트를 생각하니 미인인 잠꾸러기가 아니라 바지런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천연화장품들을 만들어 쓰고,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고, 알맞은 식단을 계산해서 먹으려면 보통의 부지런함은 이길 수가 없겠어요.
하지만 그녀의 인생은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답니다. 남편의 외도와 유약한 정신 상태로 점점 미쳐하고 있었고요. 가족들의 삶도 평탄치 않아 그 사이에서 받게 된 엘리자베트의 스트레스도 극에 달했다고 합니다. 공주라고 해서 꼭 행복하고, 잘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했어요. 자리는 사람을 만드는 것 같아요. 높은 지위라도 소용없어요.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정도의 조금 부족한 삶이 더 풍족한 삶을 채워주는 1%가 된다고 봅니다. 늘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살면서 있겠지만 그걸 채우려고 노력하는 과정의 달콤함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