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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ㅣ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5
오스카 와일드 지음, 이근삼 옮김 / 빛소굴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 빛소굴 제공 도서입니다.
“바질 홀워드는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나 자신이고, 헨리 경은 세상이 나를 보는 모습이며, 도리언은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다.” -오스카 와일드
빛소굴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세계문학을 읽고 수집하는 독자로서 기다리던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다섯 번째는 오스카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입니다. 이 책은 단편 작가인 오스카 와일드의 유일한 장편소설이자 가장 논쟁적 작품이라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고지식하지만 뛰어난 그림 실력과 예술에의 진중한 신념을 가진 화가 바질 홀워드,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냉소적인 농담과 경구를 즐기는 귀족 헨리 경, 그리고 불세출의 미모를 가졌으며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소년 도리언. 이 세 사람의 운명은 초상화를 중심으로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 쾌락과 순수라는 초상화를 둘러싼 세 사람의 운명, 영미문학연구회 번역평가사업단이 검토, 추천하고 이근삼 교수님의 번역으로 출간된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도리언 그레이는 헨리 워튼이라는 귀족 친구가 있는데 그 헨리의 친구이자 화가인 바질이 등장하는데 그가 바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그린 인물입니다. 한편 도리언은 시빌이라는 이름의 여배우와 사랑에 빠지는데 시빌에게는 제임스라는 남동생이 있습니다. 헨리 워튼이라는 젊은 귀족은 절친한 친구 화가인 바질 홀워드를 방문하는데 최근 바질은 한 젊은이의 전신 초상을 그리는 것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그 젊은이의 이름은 도리언 그레이로서 상당히 수려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었고 헨리 역시 비록 그림이지만 그 아름다움에 감탄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질은 이 그림을 어디에도 전시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그 이유로 자신이 이 그림에 자기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라고 하니다. 바질이 도리언에게 푹 빠져 있는 것을 본 헨리는 도리언에게 관심이 생기고 마침 초상화 모델로 설 시간이 되어 방문한 도리언을 만나게 되는데... 도리언은 순수한 청년이었고 헨리는 바질이 작업을 하는 동안 지루하게 앉아 있는 도리언과 대화를 나눕니다. 헨리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젊음이라며 젊음이 사라지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하라는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 합니다.

절묘하게 아름다운 것은 무엇이든 그 이면에 어떤 비극을 간직하고 있다. 아무리 초라한 꽃이라도 피어나려면 온 세계가 진통을 겪지 않을 수 없다.
--- p.61
이 작품 마지막 부분 도리언이 초상화를 찢으려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나서도 아마도 헨리는 지금까지처럼 안락한 삶을 살아갈 것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사실 헨리의 이중적인 태도는 작품 곳곳에서 드러나는데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말로는 결혼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나 원하는 삶을 살라고 하면서도 자신은 틀 밖으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그는 도리언에게 충고랍시고 듣기 좋은 말을 해주고 그것을 여과 없이 받아들인 도리언만 비참한 삶을 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조언자인 헨리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모습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인 마음들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서슴없이 조언이라고 하는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조언을 해주지만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책임지지 못하면서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조언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하게 됩니다.
예술 그 자체를 위한 예술을 주장해서 유미주의의 대표자로 알려진 오스카 와일드답게 그의 대표적인 이 소설에서 예술에 대한 관점이 잘 드러납니다. 초상화라는 그림, 즉 한 예술 작품으로 한 인간인 도리언 그레이를 완벽하게 구현해내고 심지어 그와 노화를 맞바꿀 정도로 평가한 점이 독특하며 예술의 가치를 실존하는 것들의 가치와 동등하게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 장면에서 초상화를 파기하려다가 도리어 자신의 죽음을 맞게 되는 도리언의 모습은 모든 인간들에게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추하게 늙어버린 도리언의 시신과 보란 듯이 돌아온 젊고 아름다운 초상화의 모습을 잘 대비 시키고 있는 점이 이 작품을 더 빛나게 하고 있다고 독자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