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장래희망. 내 꿈은 글써서 먹고사는 거였다. 지금도 그건 그렇다. 시간이 흘러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내게 글쓰는 소질이 그다지 유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과, 이렇게 많은 책이 나오는 시기에 글써서 먹고 사는 사람은 정말 소수인데다가, 대단한 직업이나 눈물나는 사연없이, 이야기로 써서 성공한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

 그래도 나는 글 써서 먹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을 써서 먹고 산다는 것은 나의 꿈이고, 소설가가 되든 수필가가 되든 쉽지 않은 것은 현실이다.

 

 알라딘의 이벤트를 보다 우연히 그리운 책을 만났다. 정말 그리운 책이다. 무려 십오년 전의 책이니까. 그래도 다시 속편이 나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아, 그 책은 아는 사람 많다. 바로 이 책.

 

  알 수 없는 옛날. 바이서스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사람들 다니기 좋고 사람좋은 영주님과 역시 인심좋은 사람들이 사는 괜찮은 마을이었지만, 심술궂은 무서운 용이 살았습니다. 그 용은 언제나 사람들을 괴롭히면서 살았기 때문에 시달리다 못해 다른 용을 모셔와 항의를 했지만, 운이 없었는지 뭔지, 그 동네 살던 용이 더 세서 또 지고 말았습니다. 한편 여러 차례 들어오는 이웃의 불친절한 민원에 짜증난 용은, 이번엔 영주님과 사람들을 잡아두고 엄청나게 많은 돈과 보석을 내 놓으라는 인질극을 선언했습니다.

 우리처럼 가난한 마을에 그만한 돈이 어디있어요? 이웃사람으로서 너무한다는 하소연을 하고 싶었지만, 용은 순전히 자기 덕에 가난한 마을 사람들의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마음껏 모른척했습니다. 거기에 돈을 가져오라는 시간도 무척 짧게 줘서, 더욱더 사람들을 무섭고 힘들게 만드는 협박도 매몰차게 하는, 그야말로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살지 않는 몰인정한 이웃이었습니다.

 쓰고보니 어쩐지 간단한 1권의 기본내용. 내가 읽었을 때는 표지는 왼쪽이고, 10주년기념으로 새로 나왔던 표지는 오른쪽. 전자책도 발매되었다. 1권에서 사건을 일으킨 나쁜 이웃 덕에 보석금 구하러 떠난 3인조의 이야기는 다음 권부터 일거다. 아마도.(십오년 전의 기억이다. 부정확하다.)

 

 드래곤라자를 읽으면 그 다음은 다음 시리즈인 퓨처워커를 읽고, 그 다음 순서상으로나 쓰여진 시기로 보나 이 책인 그림자자국이 된다. 그러나 위의 드래곤 자라를 다 설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1권만 설명한 지라, 다음 시리즈는 이번에는 하지 않겠다.

 왜냐면 추리소설을 한참 재밌게 읽고 읽는데, 묻지도 않았는데 누가 와서 심술궃게 범인을 말해버리는 건, 그것도 좀 그렇지? 그런 심정으로 다음 권은 다음에 또.^^;

 

 

 1997년에 <드래곤 라자>가 황금가지에서 나온 이후로 작가 이영도는 책을 많이 썼다. 페이퍼쓰려고 생각해보니, 이 작가의 시리즈 전권을 보니 상당하다. 그 꾸준함에 정말 놀라움이 생길 정도. 처음 나왔던 <드래곤 라자>도 권수가 적지 않다. 그 이후 비슷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속편격인 <퓨처워커>가 있고, 단편집도 있고, 그리고 <폴라리스 랩소디>와 <눈물을 마시는 새>, 그리고 <피를 마시는 새>가 나왔을 것 같은데, 그러면 <그림자 자국>은 언제 쓰인 건지? <드래곤 라자>가 연재될 당시, 그 때는 인터넷이 아니라, PC통신에 올라왔었으니 아마도 파란 바탕에 하얀 글이 올라왔으려나? 1997년 당시에도 인터넷이 있어서 PC통신을 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뭐 큰 기억이 없다만, 그 때 그렇게 하루 하나씩 올라오는 글을 읽었던 사람들이라면 꽤 생각날 듯하다.

 

 작가 이영도는 내게 참 부러운 사람이다. 일단, 작가이고, 베스트셀러작가이고, 그리고 매우 재미있는 책을 쓰는 작가다. 누군가에게 이 책이 재미있다 골라주기는 쉽지 않다.  제각기 다른 사람 취향을 고려해서 말해줄 수 있을 만큼 내 독서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니까 내가 좋다고 남이 좋을 수는 없는 것도 있고. 그래도 내 입장에선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속편 <퓨처워커>시리즈도 반가웠었다. 한 권으로 끝나는 <그림자자국>은 지금 읽고 있는 중이다. 조금만 더 읽으면 됩니다. 그러니 이 추리소설의 범인, 조금만 참아주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월 들어 요 며칠간, 거의 매일같이 리뷰며 페이퍼를 써날랐던 나는, 갑자기 한 주일 동안 쉬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못해서 머리가 산만했던 것. 몇 차례의 리뷰와 페이퍼가 은근히 마음에 안들었으므로, 쓰다 지우기를 반복하다 결국 쉬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본래 나란 사람은 가끔이라도 일기 쓰는 시간이 아까워서 일기도 안쓰는 게으른 사람이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알라딘의 페이퍼도 약간씩 기능을 알아가는 중이다. 맙소사, 한달이나 걸려서 알게 된 것들, 정말 많다.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나는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 이럴걸, 저럴 걸. 현실이 마음에 들면, 그걸 두고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후회하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적어도 나는 그 상황에서는 그러지 않는 듯 하여, 여기서는 그 경우는 언급하지 않겠다.) 말하다보니 생각나는 제목, 있다. 이제는 유명해져버린 한 저자의 책.

 우린 짐이 너무 무겁다. 이래서도 저래서도 안된다, 안된다뿐이고, 반대로 어떤 것들은 해야한다만 있다. 하고 싶으면 해도 좋다, 는 별로 없다. 같은 의미에서, 안하고 싶으면 안해도 좋다, 역시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지 않은가. 사실 나이가 들어도 사람은 재미있고 즐겁게 살고 싶지만, 그것도 쉽지 않으니, 어딘가 텔레비전 연속극에나 나오는 시트콤 속의 별세계 이야기일지도. 요즘 들어서 내 생각은 그렇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도 그런 문제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나름대로 솔직한 저자와 그 저자의 가족 친구들의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재미있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가 외면해왔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죽기전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다 해보고 살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하니, 그래도 할 수 있을 때 해 보는 것이 좋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이 책. 가끔 꺼내읽으면 재미도 있지만, 생각할 것도 많아서 좋다. 다음 기회에 이 책이 왜 재미있는지, 좀 더 써 볼 필요를 느낀다.

 난 참 소심하다. 생각해보면 더 그렇다. (나도 그런 나를 잘 알고 있으니, 스트레스는 배가 된다.) 앞서 말한대로, 얼마 전에 썼던 리뷰와 페이퍼가 마음에 안들어서, 한 주일 정도 고심할 정도이니, 말 다 했다. 위의 책을 읽다보면 말로는 소심하지만, 은근히 결정을 신속하게 내리는 저자가 부럽다. 나는 어떤 편이냐면 마감 될 때까지 질질 끌다가 결국 시간 땡, 전에 허둥거리는 타입이다.

 

 그래서 올해는 신속한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신속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 가능한가? 의사결정이 빨라지면 가능하다. 집중력이 좋아지면 가능하다. 조금 부지런해지면 가능하다. 그런데, 왜 난 지금까지 안 그랬을까?

그래서 조금더 효율성에 관한 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런 분과의 책은 많이 읽는 편이 아니지만, 한때 메모의 유용성을 말해주는 책들이 있기도 했으니까 갑자기 등장한 건 아닐거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여러 가지 들지만 시간을 중요한 순서 기타로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동감. 또한 나이에 따라서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말에 귀가 솔깃하다. 왜냐면 그게 효율적일 것 같기 때문이다.

 

 소심하고 결단력 없는 나를 위한 처방 첫번째. 일단 그렇게도 하기 싫어했던 종이에 써서 구상하는 것부터 해봐야겠다. 저자는 스마트폰 등의 여러 기기로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하지만, 먼저 책부터 다 읽고, 기기활용등 세세한 것은 조금 뒤에 보고 기회되는대로 정리하겠다. 지금 나는, 이 책 말고도 할 일은 지금 넘쳐나고 있으나, 굳이 말하자면 할 수 있는 데까지 미뤄두는 중이다. 왜? 아까 말한듯 땡, 될 때까지 미루고 고민하는 나의 그 소심한 질질끌기 때문에. 어쩌면 그 버릇이 제일 문제다. 이쯤되면 그건 신중한 것도 뭐도 아니다.

 검색해보니 생각정리기술이 먼저 나온 책이므로 , 일단 활용도 높은 그림으로 그리려면 그 책을 먼저 읽어야 할려나. 아아, 그 사이! 엄청나게 쌓아두었던 책상위의 잡동사니와 책들이 미묘한 흔들림을 보여 정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녀석들이 먼저다 먼저!

 

 누구는 여름에 더우면 며칠 지나서 시원해지기를 바라고, 또 그러다 추워지면 다시 좀 따듯해지기를 바라지만, 그러다보면 시간이 다시 훌쩍훌쩍 가버린다. 부지런해진다는 건, 시간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쓴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 과연 시간을 어떻게 아낀단 말인가, 잡지도 못하고 저장도 못하는 그것을. 그러니까 아낀다는 말은 쓰는 시간을 줄인다는 말이다. 물론 어린왕자에선가, 시간 아끼는 사람은 별로 좋은 평가를 못 받았지만, 우리는 지구별 사막 어딘가에서 만난 별나라 왕자님이 아닌 고로, 시간을 아껴서 다른데 써야 잘산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하여 자기맞춤형 실전 활용을 하자면, 리뷰나 페이퍼를 쓴 뒤에 고치는 것도 좀 적당히 해야겠다. 쓰는데 한 시간이면 고치는데 두시간이다. 심지어 전번엔 내용이 일부분 사라지기까지 했다. 그러다보면 처음에 뭐였더라만 찾지 말고, 그냥 새로 쓰는 게 낫다. 이 순간 지난 한 주를 떠올리며 갑자기 밀려오는 은근한 후회에, 쓰다보니 생각나 덧붙이는 말.

 

후회라는 한 집안의 족보를 그린다면 이럴 수도 있을 것이다.

후회는 후회를 낳고,(중간생략) 후회는 후회를 낳고.

 

... 한도 끝도 없는 거였다. 이 녀석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월부터 알라딘에 리뷰와 페이퍼를 쓰고 있다. 한 10여일간은 거의 매일 이것저것을 써서 올렸다. 나는 주로 집에 있는 책을 중심으로 쓰고 있는데, 그건 이 글을 쓰다가도 계속 찾아봐야 하기 때문일 거다. 리뷰를 쓰면서 느끼게 되는 건 페이퍼보다 잘 안맞는다는 점이다. 페이퍼랑 무슨 차이가 있다고. 사실 한 일 년 정도는 꾸준히 이것을 해보고 싶긴 했다. 그러나 나는 할 일이 분명 있는 사람이고, 그 일을 하는데 방해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도 문제된다. 참고로 알라딘에 올라간 글들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면 금전적보상이 제공되는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은 그래서 작가가 등장하는 소설의 에피소드만 골라본다. 둘다 전에 한 번 페이퍼를 나가서 이젠 리뷰로 나가야겠지만, 도통 내가 리뷰를 잘 못쓴다. 이번엔 오쿠다 히데오다. 다음에는 또 다른 작가의 책에서 골라 보겠다만.

 

어느 날부터 구토때문에 살 수가 없게 된 한 작가. 주로 연애소설을 쓰고 그 분야에서는 단연 알아준다. 그러나 신예는 언제나 도전을 해오고 그들도 새롭고 참신한 스타일을 무기로 만만치않은 상대임을 인정해줘야 한다. 그래서 어디든 프로의 세계인 이상 경쟁은 치열하다. 결국 수상한 의사를 찾아가 상담하기로 했는데, 오히려 자기가 프로데뷔할 욕심에 난 관심도 없다. 물론 주사맞을 때는 예외.

 수상한 의사의 말을 듣고 파격적인 소설을 써보려고 했더니 그건 좀 이상하더라는. 이젠 너무 많이 썼는지, 이전에 쓴 걸 또 쓰는지 찾아봐야 할 것만 같은 불안감도 들고, 난 이렇게 고생스러운데 이 의사 꼭 이렇게까지 날 귀찮게 만들어야 겠어? (지난번 페이퍼에서는 소개하지 않았던 공중그네의 에피소드에서 구토증에 시달리는 작가의 에피소드. )

 

 

언제나 나를 주눅들게 만드는 이웃집 부부. 요즘 우리집 경제사정이 좋아진 이후 계속해서 그 집을 벤치마킹하려는 아내. 사실 나도 로하스가 싫은게 아니야, 그치만 살던대로 살고 싶을 뿐인걸. 그리고 솔직히 따라가기 너무 힘들다구. 어느 날 마감은 다가오고 쌓인 건 늘어가는데, 나도 모르겠다! 로하스스러운 소설을 쓰고 말았다. 아마도 옆집 사람들은 이 책을 읽지 않을 것이고, 그 집 개도 별 관심이 없을거고, 아내의 새로 생긴 이웃친구들도 큰 관심은 없을테지만.

 문제는 나랑 사는 사람은 관심이 있을 것만 같은, 이 강렬하면서도 불길한 예감이란! 편집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명작이든 걸작이든 포기할 수 밖에. 근데 애들도  싫다고 하고 나도 참 맞춰가기 힘든데 우리집의 로하스는 계속 되어야만 하는 걸까? (지난 번에는 자세히 쓰지 않았던 오 해피데이의 에피소드 중에서 '아내와 현미밥' 에피소드)

 

 나도 그래서 오늘은 고민스러워진다. 조금 전 리뷰 두 개를 올리면서, 이 작은 글 쓰는 게 뭐 이리 어렵단 말인가, 한심해했었다. 그런데 리뷰를 쓸 때는 좀더 조심스러워지는 건 맞다. 이 리뷰를 읽고 혹시 책을 샀는데 이게 아니네? 하면 곤란하지 않겠나 싶은 생각에서다. 나도 리뷰라거나 또는 인터넷서점의 소개를 읽어보고, 고작해야 미리보기 정도나 보고서 책을 산다. 여러 사람 많이 사지 않을 수험서나 전공서라면 그 리뷰나 미리보기도 없는 게 거의 대부분이다.

 

 그래서 실은 전공서의 리뷰를 쓰는 건 잘 쓸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근데 그래도 하지는 않았는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페이퍼를 써날리는 나. 만약 이걸 묶으면 이 나름대로 나의 기록이 되어줄지는 모른다. 하지만, 당근없이 힘들어서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작가들의 창작력에 경의를 포한다>는 앞으로 되는대로 시리즈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일관성 없어보이는 책들을 두 가지 묶어서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고 잘 하는 것같다. 그러니, 오늘의 특별편이라고 해서, 전에 나왔던 책 다시 내보내는 거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차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4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회파 미스테리로 유명한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진 이 책이, 올해 3월 우리나라에서도 동명의 영화<화차>로 나왔다. 그 덕에 이전 번역본에서 빠진 내용을 축약한 완역본이 출간되어 읽을 수 있었다. 책이 처음 나온 것이 1992년이니, 이 책이 나오고 거의 2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 책에서 나오는 카드빚이라거나 하는 것이 그다지 생소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는 듯 하다. 물론 1990년 초의 버블 경제 붕괴 직후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다보니, 낯선 것은 상당히 많고 특히 용어라거나 지금과는 다른 당시의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래도 외국이 배경인 탓에 먼 옛날처럼 생각되지는 않았다.

 악질적인 채무로부터 도무지 벗어날 길이 없는 한 여자가 살기위해서 선택한 방법은 남의 신분을 훔치고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다른 인생을 살고싶어했지만 이 과정은 결국 누군가를 지우고 그 위에 자신을 덧입히는 과정으로 바뀌게 되고, 그것마저 오래 가지 않아 그 자신은 새로운 대상을 찾아 나서기를 계속한다.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지우고 그 자리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녀의 소망일 뿐, 누구도 그것을 인정해 줄 수 없다. 왜냐면 그 모든 것은 범죄라는 말로 표현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처음에는 피해자로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수단방법을 가리지않는 가해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끝에 이르러 드디어 그녀를 찾아내지만, 여전히 멀리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뿐이다.

 신용카드 소비자금융을 비롯 여러 가지가 용어는 익숙하지 않으나 읽다보면 대강 어떠한 것인지 알 수 있도록 등장인물을 통해 간단히 설명해주고 있어서, 굳이 찾아보면서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사라지지 않은 문제이기에 이 책은 20여년이 지난 이 시기에 영화로 되어 우리를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전남편으로부터 계속된 시달림을 받다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모녀를 돕기 위해 이웃에 사는 수학교사가 사건을 조작한다. 절대 범인을 찾을 수 없도록. 목적은 단 하나, 옆집 모녀를 지키기 위해서다. 모든 건 정확히 계산되고, 오차없이 움직이는 것 같았으나, 의외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이 완벽한 계산에도 허점이 생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지금 상영중이다. 원작을 바탕으로 이미 일본에서도 영화화된 적이 있다. 우리나라판에서는 제목도 약간 바뀌어 <용의자X>이고, 딸이 조카로 바뀌는 등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다. 그러한 것도 만든이의 의도가 있을것 같아, 이 영화도 한 번 보고 싶어진다.

 영화는 그렇다 치고. 어쨌든 소설에서는 이 '헌신'이라는 말이 중요한 단어이다. 옆집에 이사온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 모녀를 도와주고 싶다, 그렇지만 모녀가 저지른 것은 중범죄이고 사정이 어떻든 간에 그 두사람은 형벌을 피할 수 없기에, 결국 그 둘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대신하려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인물의 범죄동기이며 그 모든 것의 과정을 만들고 결말까지 변하지 않는다.  문제를 내는 수학자와 그 문제를 풀어가는 물리학자간의 공방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결국 이 모든 희생과 헌신은 누군가를 향한 마음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