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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역은 서울역입니다
근하 지음 / 여섯번째봄 / 2025년 4월
평점 :




서평_이번 역은서울역입니다._근하_여섯번째 봄
정치적인 얘기를 하자면 진보당은 행정 수도를 세종시로 완전히 옮길 계획을 추진한다고 한다. 다만 여전히 보수당은 수도 이전은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개인적으로는 진작에 옮겼어야 하는 게 도시 발전의 불균형을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물론 지극히 내 생각일 뿐이다. 정치적인 얘기는 웬만하면 하고 싶지 않지만 근하 작가가 쓰고, 그린 ‘이번 역은 서울역입니다’를 보며 아직도 ‘인 서울’하며 지방에서 자란 젊은 청년들은 서울에서 살 길 희망한다. 문화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모든 면에서 지방보다는 서울이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솔직히 현실적인 문제다. 작가의 이야기는 그래서 지방에 사는 고등학생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게 되면서 상경하는 모습을 그렸다.
근하 작가는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서양화를 공부했다. 현재 대구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사랑하는 이모들>, <지역의 사생활 99:달구벌 방랑> 등이 있으며 그린 책으로 <원통 안의 소녀>, <내 기분은 여름이야>, <꿈에서 만나> 등이 있다.
내가 이 만화를 보고 싶었던 이유는 학생이었던 때의 추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경화 여자 고등학생 박시영처럼 서울을 참 좋아하고 동경했다. 그래서 전공 때문에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을 앞두고 서울에서 지방을 오가며 레슨도 받은 기억이 있다. 대학에 가고 나서도 좋아하는 일 때문에 주말만 되면 서울을 갔으며 대학 시절에도 수업은 몰아서 하고 목요일 오후부터 금, 토, 일요일은 서울에서 지낸 적도 있었다. 위험천만하게도 찜질방을 전전하면서 말이다. 그만큼 서울은 내게 특별했다. 하지만 시경은 나처럼 처음부터 서울을 꿈꾸진 않았던 것 같다. 자신의 오빠에 비해 부모는 경제적으로 금전적으로 밀어주지 못했으며 최소한의 용돈을 받았다. 그마저도 장학금을 받거나 부족한 부분은 알바를 하며 버텨야 했지만 한계였다. 어쩌면 시경이 서울로 가게 된 건 하나의 탈출이었지 않았을까? 그녀는 좋은 성적으로 서울에 갔지만 행복하기보다는 현실에 맞서 싸워야 했다,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학교에 가서도 취업을 위해 공부해야 했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친구가 몇 명 있었지만 그마저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고 스스로 버텼다. 그래서 그런지 웃는 얼굴이 아니다. 그렇다고 활짝 웃는 것도 아니고 사는 대로 사는 모습이다. 시경이의 모습은 마치 현시대를 살아가는, 아주 처절하게 살아가는 청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한편으론 마음이 아팠다. 이 책임 오롯이 사회라고만 생각하기도 그렇고 결국은 자신이 헤쳐나가야만 하는 거 같다.
이 만화의 표지 그림에서부터 빛나는 푸른 색깔이 밝기보다는 외롭고 쓸쓸하며 우울함이 느껴졌다.
만화책을 다 읽고 나니 그냥 생각이 없었다. 무언가 완전하게 해결이 된 것 같진 않지만 그대로 흘러가는 듯한 이야기. 끝나지 않은 현실을 또 이어가는 청년 박시경의 모습에 동정하게 되었다. 서울이라고 해서, 서울에 산다고 해서 행복 그 자체가 아닌 더 큰 세상과 마주하며 이겨내야 하는 어떤 큰 책임감이 또 느껴진다. 물론 이런 세세한 면까지 작가가 생각하며 만든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모든 건 독자의 판단과 평가이기에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의 도움도 받았다고 했으며 옛 시골집에 살던 추억 또한 이 책을 만들며 떠올렸다고 하는데 결국 가장 가까이에 있는 존재는 가족인 것 같다. 그것이 어떤 감정이 되든 세상에 내가 태어난 이상 가족은 혈육으로 둘러져 있기 때문이다. 싫어도 가족이고, 좋아도 가족이란 말도 맞는 것 같다.
이 만화가 현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청년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으며 아울러 어린이부터 다 큰 어른들까지 두루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작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대된다. 왠지 다음엔 주제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바뀌지 않을까? 변함없이 대한민국 청년의 현실을 반영하며 동시에 응원해 주고 위로할 수 있는 작품이 또 나왔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근하 작가를 응원한다. 작가의 꿈과 독자의 꿈 또한 하나가 되어 이 각박한 세상에서 희망으로 빛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