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 - 기쁨과 즐거움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불편한 진실
안톤 숄츠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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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20년 이상 산 독일인 저자가 들려주는 한국인과 행복에 관한 이야기.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같은 방송에 나오는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한국, 한국인의 전형적인 얘기들이 나올 것 같아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이 책은 좀 달랐다. 특히 뒤로 갈수록 공감도 더 많이 되고 재미있었다.

📖 다른 시대의 사람, 우리와 다른 상황에서 살았던 사람들을 너무 쉽게 판단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이 시대가 도덕적 관점에서 우월하다는 인식하에 과거의 사건을 소급해 따지고 당시의 사람들을 판단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를 살아보지 않았다. 실제로 그 시대에 살았다면 내가 지금 심판하고 침 뱉는 그들보다 더 나은 행동을 했을지도 확신할 수 없다. 과거의 인물과 그들을 기리는 유물에 대해 비판적으로 토론하고 그에 따른 판단을 내리는 것은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과거의 어떤 사실을 ‘지우는’ 행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위험하기도 하다. 역사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역사는 계속 흐르고 우리 역시 미래에는 역사가 된다. 이는 우리가 과거를 판단하는 것처럼 우리의 후손 역시 이 시대를 판단하고 지금의 우리를 규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8~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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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읽을 수 없는가 - 인문학자들의 문장을 돌아보다 메멘토 문고·나의 독법 1
지비원 지음 / 메멘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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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결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다. 인문학자들이 쓰는 학술적인 글과 일상적인 글. 우리의 위치는 대개 그 사이쯤 된다. 세계와 인간을 향한 관심에서 시작된 ‘읽기’는 번번이 그들만의 리그에 속하지 못하고 좌초되기 마련이다. 편집자면서 번역자인 저자는 그 이유를 수신자의 잘못이나 모자람에 돌리기 보다는 발신자의 태도나 능력부족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특히 우리가 쓰는 많은 용어들이 과거 일본으로부터 아무런 고민과 성찰 없이 들여온 탓에 지금의 인문학 글 읽기가 많은 이들의 외면을 받는다고 일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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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학습담 - 외국어 학습에 관한 언어 순례자 로버트 파우저의 경험과 생각, 2022 세종도서 교양 부문
로버트 파우저 지음 / 혜화1117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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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생 미국인 저자는 10대에 스페인어를 시작으로 일어, 한국어,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에스페란토, 이탈리아어를 공부했고 여전히 공부 중인 인물로 가히 언어의 순례자라 할만하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그가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글로 썼다는 것이다. 놀란 만큼 그의 순례기나 외국어 학습에 관한 이야기 또한 무척 흥미로웠다.

📖 나에게 와국어를 배우는 데 가장 익숙한 방법은 그 언어로 되어 있는 텍스트를 읽는 것이다.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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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2-05-31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할. 넘사벽이군요 ㅠㅠ
하지만, 하나 배워갈건, 영어로 된 소설 많이 읽어보자..이정도입니다 ㅎ

noomy 2022-06-04 17:17   좋아요 0 | URL
저도 그거 하나만 배웠어요~ 그 언어로 된 책을 많이 읽자. 쉽지 않지만 말입니다요.
 
평양냉면 :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띵 시리즈 10
배순탁 지음 / 세미콜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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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봉피양 가고싶다..

📖
음악 없이도 우리는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이건 반박 불가의 팩트다. 영화도, 사진도, 미술도, 게임도 다 마찬가지다. 이것들 없이도 우리는 아주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그렇다면 최후의 보루, 문학은 어떤가. 어느 인터뷰에서 소설가 김훈이 한 말로 대신한다.

“나는 문학이 인간을 구원하고, 문학이 인간의 영혼을 인도한다고 하는, 이런 개소리를 하는 놈은 다 죽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문학이 인간을 구원합니까. 도스토옙스키가 인간을 구원해? 난 문학이 구원한 인간은 한 놈도 본 적이 없어.”

그 어떤 예술이든 실재하는 삶보다 위중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주 가끔씩 예술은 우리에게 잊지 못할 경험 혹은 체험을 선물해주기도 한다. 이 두 가지 태도를 ‘함께’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 “음악 없이는 못 살아.”라며 섣부르게 선언하는 대신 이 양극단 사이의 어딘가에 머물면서 가끔씩 찾아오는 경이의 순간을 맞이하면 되는 거다. (89~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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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2-05-0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배순탁이다! 매불쇼를 안 들은지가 꽤 되긴 했지만, 반가운 이름을 듣네요 ㅎㅎ
봉피양은 어디인가요?

noomy 2022-05-04 10:06   좋아요 0 | URL
매불쇼 배순탁 진짜 잼있었는데 그죠 ㅋㅋ 봉피양은 평양냉면이랑 돼지갈비랑 파는덴데 그렇게 맛나다네요~ 저도 못가봄. 가보고 싶어요ㅠ
 
민주주의 공부 - 개나 소나 자유 평등 공정인 시대의 진짜 판별법
얀-베르너 뮐러 지음, 권채령 옮김 / 윌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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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인상적인 문구들을 정리한다.


 "첫째, 민주사회의 국민은 다른 시민을 제명하거나 다른 시민의 권리를 빼앗을 수 없다. 즉 타인의 의지에 반해 타인을 배척할 수 없다. 또한 특정 시민의 입지를 부정할 수 없다. 이는 민주적 평등의 가치에 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은(설령 수사에 그친다 해도) 민주적 충돌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다른 시민을 쫓아내거나 권리를 빼앗으려 하는 이들의 소망을 거부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위배가 아니다. 그런 행동을 하는 시민은 애초에 합의된 집단적 민주주의 프로젝트에 동의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치 체제의 합의된 틀 자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으므로, 이들을 대상으로 특정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노력을 들일 필요도 없다. <중략>

 둘째, 국민의 정의를 둘러싼 논쟁에서 어떤 국민 개념이 '자명하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특정한 인종적 분류에 따른 국민 개념을 선호하는 쪽에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지도자란 그저 대중의 뜻을 밝혀낼 뿐이라고 주장하는 포퓰리스트만 그런 주장을 하는 게 아니다. 이민을 제한하자는 주장이 반드시 민주주의 논쟁 밖의 주장이라고는 할 수 없다. 주장 자체보다는, 주장하는 방식이 관건이다. 국민의 개념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문제다. <후략>" -60, 61쪽



 "현실의 대의민주주의에는 고도의 균형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우리 편이 졌지만 다음에 다시 이길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가능성이 존재해야 한다. 일말의 가능성도 없다면 이 게임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 동시에, 언제나 우리 편의 승리가 확실하다면 우리야 좋겠지만, 외부의 시각으로 보면 민주주의가 사라졌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 애덤 셰보르스키가 민주주의를 "제도화된 불확실성"의 한 형태로 정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략> "민주주의는 정당들이 선거에서 지는 정치 체제"라는 셰보르스키의 정의는 싱거운 소리처럼 들리지만 실은 빛나는 통찰을 담고 있다. 약간의 설명을 덧붙이자면, 민주주의는 여러 정당이 선거에서 지는 정치 체제이지, 똑같은 정당이 계속해서 지는 체제는 아니다." -95쪽

 


 "민주주의는 정치에 단일하고 온전한 하나의 진실을 제시하는 게임이 아니다. 아렌트의 주장대로 정치에서 유일한 진실은 독재적일 수밖에 없다." -125쪽



 "민주주의에서 요구되는 것은 공적 토론이지 정보가 아니다. 물론 정보도 필요하지만, 민주주의가 필요로 하는 정보는 오직 활발한 공적 토론을 통해서만 생성될 수 있다.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기 전까지는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알 수 없으며, 제대로 된 질문을 알아내는 방법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공적 토론의 시험대 위에 올리는 것뿐이다. 흔히 토론의 전제 조건으로 여겨지는 정보는 오히려 토론의 부산물로 보아야 한다. 완전한 집중을 이끌어내는 토론에 참여할 때, 우리는 의미 있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정보를 얻더라도 그저 소극적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127쪽



 "민주주의에는 규칙이 필요하다. 규칙은 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는 동시에 제한하기 위한 것이다. 대의민주주의에서 규칙은 불확실성을 제도화한다. 불확실성을 제도화한다는 말이 영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최대한 긴장감 넘치는 경기를 보고 싶어 하는 스포츠팬 정도를 제외하면, 도대체 누가 불확실성을 좋아한단 말인가? 그러나 확실한 규칙을 기반으로 나오는 결과의 불확실성은 민주주의의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면과 직결된다. 민주주의는 아이디어와 이해관계,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대표의 등장에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가능성 안에서 존재한다." -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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