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일 년 만에 글을 쓴다. 혹 그동안 엄청나게 바빴다거나 신변에 무슨 큰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책을 읽는 것은 숨 쉬는 것과 같아 늘 읽었지만, 글은 하루 이틀 안 쓰다 보니 내성(?)이 생겨 이 지경까지 왔다. 한마디로 귀찮아서 안 썼다는 말이지만 사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긴 하다.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는 딜레마다. 아니 글쓰기를 하는 순간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 글은 자아를 좀 더 분명히 드러낸다.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적든, 어떤 사안에 대한 생각이나 주장을 담든 그 글은 나를 선명히 부각시킨다. 본 것, 들은 것, 느끼고 생각한 것, 행위를 한 것 등 나라고 믿고 있는 것들이 경험한 모든 일을 풀어쓰는 것이 글쓰기다. 이런 작업을 통해 우리는 각자의 정체성을 더욱 견고히 하고, 자아감에 더 도취해 살아간다. 때로는 거기서 어떤 위로를 얻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존재의 이유를 구하거나 구원까지 얻기도 한다. 사실 내가 원하는 삶은 이런 것과는 좀 거리가 있다. 쉽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반대로 자아를 흐릿하게 하여 진정으로 나라고 할 만한 것들이 없음을 증득하고 싶다. 그래서 글쓰기를 딜레마라고 한 것이다.


 거창하고 쓸데없는 변명을 길게도 썼지만, 거짓은 아니다. 그렇다면 자아를 흐리게 하는 글쓰기도 있을까? 글쎄, 계속 고민 중이다.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연기의 관점에서 글쓰기를 바라보면 또 그냥 그렇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언어의 구조를 벗어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기에 또 그냥 그렇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 무슨 개소리인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틈틈이 글을 쓰면서 고민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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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와 같이 2주일마다 집 근처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린다. 오래전부터 해온 의식과도 같은 일이다. 둘 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습관인데 취향은 정 반대다. 사진에서 보이는 책 등 하단 숫자 8은 한국 십진분류법에 의하면 문학으로 대부분 아내가 고른 책이다. 나도 문학을 싫어하진 않지만 가져온 책을 보면 주로 비문학이 많다. (학창시절엔 문학소년 이었...)

1. <고양이와 결혼한 쥐에게 일어난 일>
 이 무슨 그로테스크한 제목이란 말인가! 고양이와 결혼한 쥐라니... 혹시 나를 두고 하는 소리? 농담입니다... 그림책인데 아내가 고른 책이다. 아내는 그림책 공부를 꽤 오랫동안 했고 관심도 많다. 무식한 얘기지만 그림책은 유치하고 애들만 보는 거로 생각했는데 옆에서 권해주는 걸 하나둘 보다보니 생각보다 재미있고 가볍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예전이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텐데 요즘은 가능한 읽으려고 노력한다.

2. <있는 그대로>
 위대한 영혼의 스승 스리 라마나 마하리시에 관한 책이다. 참자아를 깨닫기 위한 스승의 가르침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내가 고른 책인데 개인적으로 영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종교(특히 불교), 명상, 신비주의 등에 관한 책을 자주 빌리는 편인데 이런 책을 고르고 있으면 아내는 혀를 차며 안타까운 눈으로 보곤 한다(극현실주의자^^;). 한번은 기독교, 불교, 힌두교 관련 책을 동시에 보고 있는데 가지가지 한다며 한 가지만 고르라는 자상한 충고를 하기도 했다...

3. <누구에게나 신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네. 제가 빌린 겁니다. 글밥이 많아 보여서 패스하려고 했으나 고양이가 생선 가게를 못 지나치듯...

4. <대치동>
 아내의 선택. 대치동에서 오랜 기간 논술강사로 일했던 저자가 쓴 대한민국 사교육의 중심지 대치동에 관한 이야기. 난 별 관심 없는데 이미 절반 이상 읽은 아내의 말에 의하면 상당히 재미있다는 귀띔. 돼지맘이란 용어를 처음 알았네요.

5. <활활발발> 
 Wife's pick. 글쓰기 모임을 통한 사람과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 활활발발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없는 단어다. 추측건데 글방에서 때로는 성난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지만, 늘 '발발(생기있고 활기차다)"함을 잃지 말자는 말인듯하다. 시간 되면 읽어야지.

6. <헬프 미 시스터>
 아내는 황정은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책읽아웃> 애청자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책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는다. 이 책도 여기서 알게 된 것. 이서수 작가의 장편소설인데 플랫폼 노동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다. 다 읽은 거 같은데 무척 재미있다는 평이다. 마침 전기가오리(서양철학 공부모임)에서 보내준 배달 플랫폼 노동에 대한 자료가 있어 건네주며 읽어 보라고 했다. 사실 나도 아직 안 읽었다. 다 읽으면 짧게 요약해 달라 해야지.

7. <나의 덴마크 선생님> 
 지리산 대안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저자가 덴마크 세계시민학교에 들어가서 배운 인생 공부를 담은 책. 내가 고른 책인데 거의 다 읽었다. 이전부터 덴마크 교육시스템에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찾아 읽었는데 이 책도 괜찮았다. 

8. <더 셜리 클럽>
9. <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 
 둘 다 박서련 작가의 책인데 역시나 <책읽아웃>에 소개되었다고 한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박서련 작가는 카드캡터 체리나 세일러문을 좋아했던 만화광이었는데 황정은 작가가 그 보다 더한 덕후스러움을 보이자 이내 꼬리를 내렸다고 한다. 근데 웃긴건 난 카드캡터 체리를 한 편도 본 적이 없는데 주제가는 무척 좋아했었다. 노래가 좋아~

10.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 
 이것도 역시 <책읽아웃> 소개로 아내가 빌린 건데 나도 알고 있던 책이다. 배우 손수현과 뮤지션 신승은이 쓴 지속 가능을 위한 비거니즘 에세이. 비거니즘 또한 주된 관심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시간이 허락하면 꼭 읽어 볼 예정.

마지막으로 추억을 소환해준 카드캡터 체리 주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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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6-04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와 결혼한 쥐에게 일어난 일

제목만으로 이미 홍보 효과 100! 입니다^^ 바로 지역 도서관 소장 여부 검색하러 갑니다

noomy 2022-06-07 12:35   좋아요 1 | URL
찾으셨어요?^^ 전 며칠전에 읽었는데 와 이걸 뭐라고 해야할까 보통 책이 아니네요. 페미니즘에 관한 내용인데 시덥잖은 책 10권보다 훨 좋네요.

얄라알라 2022-06-16 01:48   좋아요 0 | URL
noomy님 덕분에 가정폭력을 다룬 이 그림책 심각하게 잘 읽었습니다. 휴우....말씀그대로 굉장한 작품이네요

noomy 2022-06-16 14:47   좋아요 1 | URL
재미있게 보셨다니 저도 기쁘네요^^

얄라알라 2022-06-07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요^^ 상호대차 기다리고 있어요. ˝오후의 소묘˝라는 출판사 최근 기억에 담아두었는데 그 출판사더라고요

han22598 2022-06-17 0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이제 이해가 되네요. 누미님의 책 취향은 다양한 이유가...와이프였네요 ㅎㅎㅎ

noomy 2022-06-18 09:41   좋아요 0 | URL
정말 그래요~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건 아니고 저만 영향을 받네요 ㅋㅋㅋ
 
우파니샤드 - 인간의 자기 발견에 대한 기록
정창영 옮김 / 무지개다리너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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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니샤드는 '가까이 아래에 앉는다'는 뜻의 산스크리트어로 스승의 발밑에 앉아서 전수받은 가르침을 의미한다. 기원전 8세기부터 기원전 1~2세기까지 여러 저자에 의해 기록된 우파니샤드는 베다 경전의 끝, 정수를 모아놓은 문헌으로 현재 약 108개 정도가 전해진다. 이 책은 그 중 11개를 번역한 것이다.  


"늘 함께 다니는 정다운 새 두마리가

같은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

그 가운데 한 마리는

열매를 따먹느라고 정신이 없다.

하지만 다른 한 마리는 아무 집착이 없이

열매를 탐닉하고 있는 친구를

초연하게 바라보고만 있다.

열매를 탐닉하고 있는 새는 에고이고,

그것을 초연하게 바라보고 있는 새는 참 자아이다.

그 둘이 함께 앉아 있는 나무는 육체이고

열매를 탐닉하는 새가 따먹고 있는 열매는 행위이다."

-문다카 우파니샤드 제 3부 1장 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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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2-05-31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년전 남동생에게 보내줬던 책인데,정작 그분에게는 리뷰를 듣지 못하고...누미님의 글을 보게 되네요 ㅎㅎ

noomy 2022-06-04 17:16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도 사놓은지는 몇 년 전인데 이제야 읽었어요.
 
단단한 영어공부 - 내 삶을 위한 외국어 학습의 기본
김성우 지음 / 유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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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세계 사이에서 관계하는 언어, 특히 영어를 연구하는 응용언어학자의 글. 궁금해서 찾아보니 응용언어학이란 이론적 틀을 구성하는 이론언어학과 반대로 실제 상황에서 발생하는 언어의 획득 및 습득, 외국어 교육의 방법론 적용 등의 분야를 일컫는다. 이 책은 특히 영어 학습과 습득에 관한 일반적인 잘못된 믿음에 대한 반성과 통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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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선언문 프랑스 책벌레
이주영 지음 / 나비클럽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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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여행벌레(?) 프랑스인 남편을 둔 멀티링구얼 작가의 좌충우돌 여행기. 훈화 말씀 하시는 교장 선생님을 늘 동반하는 여행이 어떨지 상상이…^^; MBTI 중 P인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여행 스타일이지만(무계획이 상계획~ㅋ) 읽을수록 이런 여행도 해보면 재미있을 거 같다는 이상한 기대감을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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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2-05-3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계획으로 떠나지만, 정작 떠나고 나선 미췬듯이 계획을 짜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해요ㅎㅎ

noomy 2022-06-04 17:1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저도 뭐 비슷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