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범생 2006-06-05
새우범생입니다(1)^-^ 안녕하세요. 새우범생입니다. 매너리스트님 서재에서 본의 아니게 토론을 벌였네요.^^; 아니 좀 더 정확히는 제 말꼬리 잡기였지만요.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희망은 가난한 자의 빵이라는 말을 주절거렸지만 내심 아픈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서울 어느 구청장 선거 낙선자의 낙선사례 현수막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낙선에 울지 않고 국민의 성원에 웁니다"라는 문구였어요. 물론 상투적인 문구지만 의기소침하던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패배에 상심하지 말고 더 부끄러워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국적으로 20~30% 가량 고른 지지를 받은 열린우리당은 과분한 성원에 책임감을 느껴야겠고요.
사실 저는 이 땅의 정치가 제자리를 잡아 제가 마음 놓고 보수정당을 지지하기를 바랍니다. 일말의 양심과 최소한의 역사의식, 그리고 고등학교 사회교과서 수준의 상식만 있다면 도저히 지금의 보수라는 이들의 손을 들어줄 수가 없기 때문에 부득이 극우의 난동을 구박하고, 사이비 보수에 게거품을 물고 있을 뿐이죠. 『고종석의 유럽통신』서문에 나오는 표현을 빌리자면 저 또한 “지식인들의 선정적 발언들과는 달리 통념이라는 것은, 때때로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옳다”고 생각하는 보수주의자입니다. 불완전한 인간들이 축적한 상식과 양식은 무시할 수 없는 무게가 있다고 보고요.
저는 제 앞가림하기도 급급한 학생에 지나지 않은지라 진보나 보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것이 절대선과 절대악의 건곤일척이 아니라는 확신은 가지고 있습니다. 고만고만한 인간들이 때로는 실수하고 때로는 타협하며 티격태격하는 정책과 관점의 차이라고 봅니다. 뭐 그렇다고 상대론적 허무주의 이런 건 아니고요.^^; 한 표의 권리가 소중한 까닭은 사람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설령 제 자신이 오래도록 누추한 정치적 소수파가 되더라도 결코 이 원칙을 원망하지 않으려고요. 끝끝내 유권자들이 향원(鄕愿)같은 사람을 제 대표로 뽑는다고 해도, 화이부실(華而不實)이 득세한다고 해도 제 한 표의 권리를 넘어서지 않는 절제를 견지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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