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허 아이즈
사라 핀보로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마지막 반전이 끝내주는 스릴러소설]

 

 

 

미스터리 스릴러 물을 읽을 때는 어느정도 예상되는 범위가 있다. 영화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그런데 간혹 이런 예상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작품을 만나면 황당하기 그지 없다. 영화 중에는 유주얼서스펜스가 그런 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그리고 소설에서는 이번에 만난 [비하인드 허 아이즈]가 간만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반전 소설로 기억될 듯하다.

 

소설의 구조는 사실 단순하다. 잘 나가는 멋진 남성 데이비드와 그를 만나게 된 이혼녀 루이즈, 그리고 데이비드의 아름다운 아내 아델의 삼각관계. 이런 구도에서 누군가를 옹호하게 된다면 그것 바람을 피우는 커플보다는 홀로 남겨진 단 한 명의 배신당한 외로운 사람일 것이다. 이야기 상에서는 분명 바람을 피우는 이는 데이비드와 루이즈이고 남겨진 사람은 아델이건만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아델의 정체성에 의심이 가게 된다.

 

저자 사라 판보로는 영어와 역사를 전공하고 단편 중편 소설 판타지 소설가로 명성을 얻고 있었다. 이 소설은 그녀의 첫번째 성인용 스릴러 작품으로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이미 영화화 되기로 했다고 하니 그 재미로는 이미 의심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작품의 구성상 두 여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점이 매력적이다. 스릴러물에서 누가 범인인지 혼동스럽게 하는 기법으로 선호되는 시점의 이동은 읽는 이로 하여금 더 긴장감을 갖게 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하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 바로 그후, 현재, 그때라는 세가지 시간의 흐름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적절하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뭔가 혼동스러웠는데 이에 대한 이해는 책의 마지막의 반전을 경험하고 다시 들춰 읽으면서 훨씬 이해가 된다.

 

사실 이번 소설에서 처음 경험하는 단어가 몇 있었다. 여러 소설에서 보았던 몽유병에서 훨씬 뛰어넘은 차원의 유체이탈이나 자각몽같은 건 정말 낯설었다. 실제라기 보다는 이 두가지 현상으로 이 소설이 판타지를 흡수한 소설이 되어버린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사실은 내게는 후자 느낌이 훨씬 강하기는 하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책의 표지에 적힌 그 문구가 계속 되리네 남는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놓아주어야 한다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지."

 

사랑에 대한 비틀린 소유욕과 일반 사람들은 경험하지 못하는 유체이탈과 자각몽. 이 소설에서는 아주 큰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 소설이 영화화 된다는데 아주 으스스한 느낌을 자아낼 듯 하다. 그리고 마지막은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영상이 떠오른다는 사실. 너무 많은 정보를 얻지 않은 상태에서 책을 읽기를 바란다. 관계의 흐름을 너무 많이 알면 반전의 묘미가 십분 사라질 테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 서울편 1 - 만천명월 주인옹은 말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디어 서울에 입성>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다. 처음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던가. 1권을 읽으면서 답사라는 개념도 없이 아이를 키우다보니 자연스레 접하게 된 문화와 장소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게 된 책이었다. 그러면서 왜 서울부터 시작이 아니지?라고 혼잣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나도 서울사람이라고 모든 것이 서울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내가  사는 곳부터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여하튼 전국을 누비고 가보지 못한 것들을 책으로 만나는 기쁨을 두루 누비다가 드디어 서울에 입성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서울편> 서울편은 모두 4권으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그 중에 첫번째로 접하게 된 서울편의 부제는 '만천명월 주인옹은 말한다. 이 글귀 참 낯익다 했더니 창덕궁 후원 존덕정에 걸려있는 정조의 글귀였다. 작년 가을 존덕정 앞의 가장 크고 오래된 은행나무가 가장 노랗게 물들었던 그때 가서 본 글귀라서 더욱 반갑고 반가웠다. 올 가을에도 변함없이 창덕궁의 후원을 걸으리라 마음먹으면서 반갑게 펼쳐든 서울편 답사기였다.

 

사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서울 편은 참 친근하고 익숙한 글이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서울의 종묘와 창덕궁, 창경궁을 1권에서 다뤘는데 서울에 사는 사람이고 답사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계절별로 궁궐을 찾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 역시 자주 들렀던 곳이고 갈때면 당연히 문화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면서 관람하였기에 이번 책은 친근하게 느껴졌고 알고 있는 것도 제법 보여서 반가웠다.  창덕궁의 후원에 있는 규장각을 이야기하면서 잠깐 언급한 노무현 대통령과의 일화를 들으면서 사람이 살고 나라를 다스린다는게 얼마나 힘들고 먼 길인가 생각해 보게도 된다.

 

궁의 전각에 얽힌 이야기나 개인적인 경험에 얽힌 이야기까지 담겨 있으니 서울의 종묘와 창덕궁, 창경궁을 자주 갔던 이들이라도 읽어봐도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서문에서 저자의 말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종묘와 창덕궁인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을 때 5대 궁궐을 한꺼번에 묶지 못한 아쉬움이다. 한 시대에 모든 궁궐이 있었던 때는 없었지만 현재의 우리는 다른 시대의 궁궐을 서울 한복판에서 모두 만나고 있다. 이 또한 얼마나 신기하고 희안한 일인가? 어떤 외국인들은 조선의 왕은 이렇게 궁을 많이 짓고 계절별로 다녔냐고 오해하기도 한다는데 말이다. 우리도 모르게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에만 정성을 기울이거나 더 가치있게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본다.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되지 않았더라도 우리 역사를 이해하고 후손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곳이 남아있다는 것에 큰 가치를 두면서 우리가 훨씬 더 잘 보존하고 챙겨야 하리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리에서 한 달을 살다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전혜인 글.사진 / 알비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도 파리에서 한 달 살아보고 싶다>

 

 

 

 

 

제목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나도"라는 말을 하게 되더군요. <파리에서 한 달을 살다> 이게 가능할까요?  한동안 제주도에서 일년 살아보기, 한 달 살아보기 등이 유행했는데 이제는 쉽게 제주도에서 살아보기를 하더군요. 요즘 여행 다니는 사람들은 일년 넘게 세계 여행을 다니는 이들도 많지만 이렇게 이렇게 한 장소에 오래 머무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많은 곳을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한 곳에서 그곳 사람들과 삶을 공유해보는 것도 너무 부러운 여행법 중의 하나랍니다.

 

 

 

방송작가로 일하다가 문득 떠나버린 파리에서의 한달 삶은 사실 그녀의 인생 저 밑에서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해야만 할 삶의 경험 중의 하나였어요. 사람들은 왜 파리?라고 물을 테지만 그저 구차한 설명 없이 그냥 파리..라고 해도 설명이 되죠. 그만큼 파리에는 세월이 쌓은 문화와 예술이 풍부한 도시였으니 말이에요. 그런데 책을 읽다가 보니 저자가 파리에 대해서 담고 있던 동경이 하나 둘씩 흘러나오더군요.

 

 

학창시절의 기억이라고 생각되요. 너무너무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전혜린을 무척 동경했답니다. 당시 여학생들에게는 최초로 독일에 유학을 간 여성이며 선망의 대상이었던 작가죠. 전혜리에 대한 동경으로 언젠가는 꼭 뮌헨에 유학을 가겠다고 햇어요. 누구나 다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작가 역시 자신의 뮤즈였던 이사도라 던컨이나 사상가 시몬느 드 보브아르의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그들이 지냈던 파리가 언제나 가보고 싶었을 거에요. 그래서일까 작가의 여행기는 마치 마음 속에 담아둔 보석상자에서 하나씩 꺼내서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어요.

 

 

 

시간에 쫓겨 여행하는게 아니라 내일 가도 되겠다 싶어서 게으름도 피우고 아침이면 빵냄새가 끝내주는 파리의 전통 크라상을 한입 베어물고 감탄하기도 하고, 그리고 파리 하면 떠오르는 에펠탑을 오히려 뒤로 미뤄두고 구경하려다가 막상 대면하고는 감탄을 금치 못하는 일상까지 모두 사랑스럽게 느껴지더군요.

 

 

대학을 졸업하고 막연히 파리에 가보고 싶어서 혼자 불어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어요. 물론 기초만 공부하는 미수에 그쳤지만 말이에요. 이제 딸아이가 불어를 공부하면서 프랑스에 한번 가보겠다고 하네요. 자신이 공부하는 문화와 언어를 간직하고 있는 곳은 꼭 한번 가볼만 하기에 저도 응원하고 있답니다. 파리에서 한달 살아보기~ 독특한 여행법 저도 그렇게 파리에서 한달간 살아보고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반역실록 - 12개의 반역 사건으로 읽는 새로운 조선사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역으로 불리는 그 행간의 역사 찾기>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 이제는 얼마나 익숙한가? 학창 시절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가 최고의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배우고 외우기에 급급했다면 어른이 되어서 서점가에서 만나는 역사서는 조금 다른 면을 담고 있다.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은 하나만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가 진실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면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박영규 작가의 실록 시리즈로 나온 이번 책은 제목이 독특하다. 고려왕조실록이나 조선왕조실록에서 벗어나 <조선반역실록>이라 지었다. 조선의 역사에서 12개의 반역으로 기록된 사건으로 새롭게 조선사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반역이라 함은 승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반역, 그렇다면 누가 승자이고 누가 반역자일까? 이에 대한 의문이 든다. 

 

 

 

반역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조선사 <조선반역실록>의 사건은 역성혁명을 해서 조선을 세운 이성계, 아버지의 역적이 되어 왕의 자리를 차지한 이방원, 이성계의 복위를 위해 나선 조사의, 역적으로 몰려 죽은 태종의 처남들, 세종의 장인이자 역적으로 몰려 죽은 심온, 단종을 몰아내고 왕이 된 수양대군,  세조에 대항했던 이시애, 남이장군, 동인과 서인의 당쟁으로 유명한 정여립, 허균, 이괄, 경종 복수를 꽤한 이인좌와 소론 강경파를 다루고 있다. 

 

 

 

어떤 이는 왕을 몰아내고 자신이 왕이 되었고 ,또 어떤 이는 왕에 대항하다 죽음을 맞기도 한다. 왕의 자리에 있건 왕에게 죽임을 당하건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왕에 대한 반기 내지는 반역을 도모했던 인물이었기에 반역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었던 거 같다.  태조는 고려왕조를 몰아내는데 성공하고 자신이 왕이 되어 조선을 세웠지만 왕을 몰아냈다는 의미에서 후에 그에게 반역의 꼬리표를 붙일 수 있었다. 그의 아들인 태종 역시 매한가지이다. 왕이 되기 위에서 약한 왕을 몰아냈던 태종, 수양대군은 그러한 의미에서 함께 묶어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중종이나 인조는 함께 역지 않은 것이 신하들에 의한 반정이고 전대의 왕이 왕으로서의 신임을 얻지 못했기 때문인듯하다.  의도하지 않았던 의도하였던 왕권과 연결된 고리에서 누군는 공신이 되고 누구는 역적이 되는 과정을 보면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시대를 부정하고 또 다른 시대를 꿈꾸었던 사람들, 그들이 성공을 하거나 성공하지 않았거나 저자는 조선의 반역자라는 꼬리표를 함께 붙여서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기는 하나 새로운 시대를 열거나 시대를 부정하는 과정에서 반역과 혁명이 교차한다는 의미심장함에서 반역이라는 고리로 조선사를 새롭게 보는 작업도 흥미로웠다. 이는 저자의 입장에서 고른 12가지의 사건이니 아마도 그 누군가에 의해서는 다른 사건이 재구성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울 시간은 필요하다 - 실질적인 상처치유 방법서
정지영 지음 / 또또와함께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처받은 나를 위한 치유의 시간>

 

 

현대를 사는 사람들의 템포는 무척이나 빠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추려면 결코 버벅이거나 느려서는 안된다. 그래서일까? 예전보다 결정도 정보수집도 빨라지고 결단도 빨라졌지만 대신 우리들에게는 고민하고 걱정하는 시간이 훨씬 줄어들었다. 그것은 어쩌면 나를 위해 남을 위해 생각하는 시간이 줄었음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서라를 타이틀을 달고 나온 책의 제목은 <울 시간은 필요하다>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너무도 강하게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내는 것보다 상처받은 사람들에게는 그 상처를 받아들이는 솔직한 시간이 필요함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넌즈시 생각하게 만드는 제목이다.

 

책을 읽기 전 늘 보는 저자의 약력이 흥미롭다. 어쩌면 글쓰기와는 먼 직업이다. 보건대학을 졸업하고 자살에 대한 연구 논물을 쓰면서 저자는 사람에 대한 상처와 치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가 보다.

 

책을 자세히 보면 처음에는 상처받은 나의 이야기가 집중된다. 마치 시를 읽는 듯한 느낌이랄까? <상처바라보기>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화자는 '나'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상처를 먼저 자세히 들여다 보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랄까? 상처를 바라보는데 있어서 나 자신의 이기심도 함께 보인다.

 

....멀리 있으므로

아름다운 것이다.

내 것이 된

첫째 날부터

그 아름다움에

허물이

보이기 시작하다..... (본문 p16)

 

당연하기는 하지만 가장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상처주고 상처받는 과정을 우리는 민낯으로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다.

 

저자는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고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거쳐서 행복찾기까지 이르기를 바란다. 저자가 담고 있는 글을 읽으면 타인에게 받은 상처도 결국 사람으로 부터 회복되는 과정을 겪게 되는가 보다 .치유의 대상을 한정하지 않고 많은 부분에서 찾는 것을 보면 그렇다. 그리고 마지막 행복찾기. 그것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늘상 당연히 누리고 있던 것을 달리보면서 시작된다. 울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들에게는 나를 둘러싼 평범한 일상과 익숙한 사람들에게서 소중함을 발견하는 행복을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임을 알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