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백영옥 지음 / 김영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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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별은 앞으로 오는 것이다. 그러나 실연은 늘 뒤로 온다.

실연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감각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고, 

끊임없이 자신 쪽으로 뜨거운 모래를 끌어들여 폐허로 만드는 사막의 사구다.

 특이한 제목의 이 책을 몇 년 전에 보고 지나쳤다. 당연히 제목 말고는 본 적이 없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다른 출판사에서 다른 옷을 입고 나온 이 책을 왜 이제서야 읽게 되었을까? 그냥! 이 책의 제목이 너무 궁금했다. 


  조찬모임 하면 떠오르는 게 있다. 조찬 기도모임과 사장단 등 꽤 힘 있는 사람들의 조찬모임. 근데 이 모임은 뭔가 이름이 특이하다. 그리고 모이는 사람들 또한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다. "실연당한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고, 그 모임은 7시에 시작한다.


 책 안에는 윤사강과 이지훈, 정미도라는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사강의 이름을 보자마자 한 연예인이 떠올랐는데, 책의 말미에 등장하는 한 권의 책을 읽고 오!!! 떠올랐다. (흠흠! 나 이 책 읽었다!! 프랑스 작가 사강) 그만큼 특이한 이름의 사강은 L 항공 비행 승무원이었는데, 함께 승무원으로 일하는 정수와 헤어졌다. 그가 유부남이었기 때문이다. 캠퍼스 커플로 만나 10년간 사귀었던 현정과 헤어진 지훈. 지훈은 아주 잘나가는 기업 강연 강사다. 매너도 좋고, 타고난 신체적 조건 덕분에 강의를 끝나고 나면 러브콜을 꽤 자주 받을 정도로 소위 괜찮아 보이는 남자다. 하지만 그에게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사랑의 큰 상처가 있다. 어렵게 잡힌 C 전자의 강의 날. 강의를 마치고 아주 어렵게 잡힌 연수원장과의 독대 시간도 있는, 앞으로의 커리어의 정말  중요한 날이었던 그날, 그는 강의를 펑크 내고 서울로 향한다. 그가 향한 곳은 바로 현정의 회사. 그날 그는 커리어와 여자친구 둘을 모두 잃고 만다. 이미 둘이 떠났던 파리 여행에서부터 이별의 전조가 보였다. 아무렇지 않게 "우리 헤어지자."는 말을 내뱉는 현정의 말은 결코 애정이 있는 남자친구에게 하는 불만의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날. 현정에게 내뱉은 "우리 헤어지자."의 대답은 지훈의 예상과 달리 "고마워."였다. 폭설로 서울 전체가 마비된 그날. 모든 커리어를 던져버리고 현정을 만나러 올라오며 겨울에 핀 동백꽃을 보고 현정에게 어떻게 이야기해 줄까를 고민했던 그 말 말이다.      


지지 않는 것. 상대를 먼저 지치게 하는 것.

때론 이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상대보다 한 발 더 움직여야 한다.

살다 보면 이기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지지 않기 위해 살 때가 더 많다.

맞아도 쓰러지기 않기 위해서!

그리고 책의 첫 장면부터 이상한 여자로 각인된 정미도의 정체가 드러난다. 완전히 반전이었다. 속은 듯한 기분도 들었고, 그녀의 정체를 알고 나니 왜 유난히 튀는 행동을 그렇게 해대었는지 알 듯했다. 물론 그렇다고 이 모임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 그녀 역시 사내커플이던 지혁과 헤어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클릭한 모임에 마음이 동해서 가지만, 쉽지 않다. 그곳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이별의 물건들을 교환하고, 이별과 관련된 영화를 보는 것.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을 비롯한 책 꾸러미를 내놓은 사강과 현정의 첫 번째 선물이던 로모 카메라를 내놓는 지훈. 이들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이들의 이야기가 좀 더 진하게 드러난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은 쉽게 할 수도 있지만, 막상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에게는 아픔이 되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상처가 옅어지기도 하지만, 상처의 자국은 남기 마련이니 말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잔잔한 이별과 사랑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좋았다. 에세이로 먼저 만난 백영옥 작가의 소설이어서 그런지, 여기저기 눈에 띄는 멋진 문장들도 마주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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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최전선 프린키피아 4
패트릭 크래머 지음, 강영옥 옮김, 노도영 감수 / 21세기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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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못다 한 과학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서 일까? 인문학이나 사회과학만큼이나 과학 관련 서적을 종종 읽는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과학의 각 파타의 최전선의 최신 과학을 마주할 수 있다. 핫하디 핫한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보면 좋겠다. 덕분에 책 한 권으로 다양한 분야의 발전과정을 그리고 미래의 과학의 발전방향을 마주할 수 있다. 보통 과학의 분야 하면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으로 분류할 수 있다. 보통의 과학자라면 한 분야 그것도 더 세밀한 과학 분야를 가지고 있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과학의 각 분야를 언급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책을 펼치며 들었다. 이 모든 내용이 한 사람의 연구결과는 아니고, 1년간 84개의 연구소를 방문하여 살펴본 바를 정리하여 적은 것이라고 보면 좋겠다. 


 총 17개의 주제는 각 분야의 대표적이고 앞으로의 과학의 발전을 아우르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얼마 전 마주했던 노화연구나 계속 핫한 분야로 떠오르는 인공지능, 문제의식을 가지고 환기를 시키고 있는  지구온난화와 생태계 파괴, 그리고 그와 연결된 대체에너지의 개발 등 다양한 과학의 문제들이 책 안에 쏟아져 나온다. 책의 첫 장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는 바로 우주. 지구과학이다. 우주와 중력, 블랙홀 등의 천체물리학과 함께 다양한 발전이 현재 목성의 촛불까지 볼 정도로까지 이어졌다는 부분은 꽤 흥미로웠다. 그러면서 저자는 우주의 생명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만큼 우리 지구를 돌아볼 시간도 필요하다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외부의 행성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지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끔찍한 상황을 목도할 필요도 있다는 부분이 또 다른 장의 생태계 위협과 생물 다양성 보존의 문제, 지속 가능한 미래와 대체 에너지의 부분과 연결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얼마 전까지 우리의 삶을 가장 큰 패닉으로 내몰았던 코로나 바이러스와 연관된 의학과 질병의 발달에 대한 부분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찾아내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그에 대한 백신으로 알려진 팍스로비드의 경우 2003년 사스 팬더믹 때부터 연구한 결과 덕분에 그래도 빠른 시간 안에 개발되었다는 사실을 읽고 정말 놀랐다. 의학 연구는 아주 오랜 시간 꾸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사실. 그뿐만 아니라 호기심과 기초연구로부터 시작되어 결국 생각지 못한 연구가 답으로 발견되기도 하기에 과학의 전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얼마 전 지인 한 분이 암으로 돌아가셨다. 그 즈음 표적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에 대한 분자 진단법에 대한 발전 내용과 학질모기 떼나 말라리아를 통제하는 유전자 변형까지 기술이 진보하였는데, 과연 이에 대한 실효성의 문제 제기 또한 기억에 남는다. 그 밖에도 보톡스 등의 엄청난 독소를 몸에 주입하는 기술은 사실 위험하고 지속성도 짧음에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의 전환이라고 한다. 보톡스는 신경독으로 보툴리눔독소(식중독 유발)를 활용하는데 0.001밀리그램만 있어도 근육을 마비 시키는 치명적인 독이라는 사실에 정말 경악했다. 


  각 분야의 지식이 응집되어 미래의 과학을 맛볼 수 있는 과학의 최전선을 통해 어설프게 알고 있던 과학지식을 조금 더 촘촘히 채울 수 있는 시간이었고, 너무 쉽게 이야기했던 그 하나를 위해 과학자들은 참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투자하며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한편으로 미안하고 민망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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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30분 회계 - 투자 유치를 위한 명쾌한 재무제표 만들기, 개정판
박순웅 지음 / 라온북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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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타트업 전문 회계는 없습니다. 

스타트업 단계와 성장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는 이슈에 대한 회계 기본을 익혀야 합니다.

 회계업무로 밥을 벌어먹고 산 지 17년이 되었다. 막 회계 자격증을 따서 입사한 회사를 꽤 오랜 시간 다녔는데, 처음 해보는 법인 회계 업무인지라 각 시즌이 되면 머리가 아팠다. 다행히 매년 경험이 쌓일수록 나만의 노하우가 생기다 보니 자연스레 미리 정리하고 확인을 하긴 했지만, 매번 쉽지 않았던 것은 영업팀과의 문제였다. 대표이사 역시 영업맨 출신인지라, 영업에 대한 마인드와 그에 대한 보상은 컸지만, 회계는 그저 정리하는 정도의 역할이라 치부했기에 급여 인상폭도 바닥이었고, 무엇보다 회계 프로그램을 쓰는 것을 상당히 좋아하지 않았다. 덕분에 엑셀로 장부를 만들어 복식부기를 했다. 당연히 자체 기장이 아니기에, 매년 법인세를 앞두고는 전체적으로 계정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참 많았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외상매출금 관리였다. 외상매입금은 발주서 등의 전표가 있어야 지급이 되기에 그나마 빠뜨리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외상매출금은 전표 누락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못할 뻔하기도 하고 받을 시기가 지났음에도 체크하지 않고 두어서 악성채권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때마다 업체에 전화를 해서 돈을 달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내 일이 될 때가 있어서 참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꽤 오랜 시간 회계 일을 했음에도,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막 자격증을 땄던 신입 때에 비해 늘 쓰는 것만 쓰다 보니 회계지식을 놓치는 경우가 자꾸 생겨서 자극을 위해서가 첫 번째 이유였고, 혹시 내가 잘못 처리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두 번째, 읽고 좋으면 영업팀이나 대표님께 권하고 싶어서가 세 번째 이유였다. 우선 책을 읽으면서 속이 시원해지는 경험을 했다. 아무래도 이 책의 저자와 회계사기에 회계인의 입장에서 답답하지만 해결하지 못했던 부분을 속 시원하게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앞에서 힘들었던 외상매출금 부분 역시 대표이사와 영업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부분이라는 것! 


 당연히 외상매출금은 자산성 계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외상매출금이 악성채권이 되어서 실제 받지 못하는 경우는 비용을 인식해야 한다는 부분을 읽고 좀 놀라웠다. 그 밖에도 재고자산의 경우 감가상각을 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 또한 비용으로 인식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겠다. 영업권이나 개발비 등의 무형자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 개발비는 언젠가 비용으로 인식을 해야 한다. 그저 재무제표를 예쁘게 만들기 위한 방법들이 결국 시한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책을 읽으며 또 하나 얻게 된 것은 바로 정부 지원금에 대한 분개였다. 그동안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받았던 지원금을 보면 상당수가 급여에 보전 성격으로 주어지는 지원금이 많았다. 내가 그동안 분개했던 것이나, 회계법인들에서 기장한 내용을 보면 대부분 영업 외 수익으로 인식해서 잡이익 성격으로 정리를 했었다. 근데, 실제 지원금의 성격에 따라 영업이익 혹은 판관비 등의 비용에서 직접 상계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당기순이익의 측면에서 보자면 내가 했던 분개나 책에서 소개하는 분개에 차이점이 없긴 하지만, 상당수 회사들이 영업이익의 수치에 관심이 많고, 해당 부분의 숫자가 크게 나오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 면에서 복잡하긴 하지만 보조금의 성격에 따라 분개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어서 실제로 활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가 어려워지니 기업을 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내가 다녔던 회사 중에는 VC 등의 투자금 상환 등의 문제로 결국은 기업 회생에 들어가서 파산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에도 다시금 느끼는 것은 회계는 회계팀만 알아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표이사를 포함해서 각 구성원들이 회계의 흐름을 파악하고, 함께 건강한 회사로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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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자의 상속녀 캐드펠 수사 시리즈 1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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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성 위니프리드 축일을 맞아 큰 행사를 진행하진 않았지만, 내심 슈루즈베리성 근처에서는 처음 성녀 위니프리드의 시신이 안치되었을 때의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들떠 있었다. 근데 그들이 갑자기 웅성대면서 길을 터주기 시작했다. 무척 무거운 짐과 관을 들고 오는 두 남자를 봤기 때문이다. 강인해 보이는 남자는 어디선 가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무언가 수도원에 요청할 것이 있는 것 같았다. 그가 걷는 모습을 보니 다리 쪽에 부상을 입은 것 같은 생각이 든 캐드펠 수사. 얼마 후, 에드먼드 수사가 한 남자를 치료소로 데리고 온다. 아까 봤던 관을 가지고 온 남자였다. 그의 손에 깊이 박힌 가시를 빼낸 후, 불빛에 얼굴을 비춰 본 캐드펠 수사는 그를 알아보았다. 그는  리스우드의 윌리엄 노인의 서기로, 19살이던 해에 주인 윌리엄 노인과 함께 성지순례를 떠났던 일레이브였다. 7년이 지나 그는 26살의 청년이 되었지만, 윌리엄 노인은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바로 관에 누운 시신이 바로 윌리엄이었던 것이다. 그는 성지순례 중 바르플뢰르로 가던 중, 프랑스 발로뉴에서 사망을 했다. 다행이라면 그가 순례를 떠나기 전, 가지고 있던 빚은 다 청산하였으며 그가 운영하던 것들은 조카들에게 이미 다 맡긴 터였다. 그의 마지막 유언은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의 교회 묘지에 안장되는 것이었다. 성실한 서기였던 일레이브는 그 먼거리를 주인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관을 들고 온 것이었다. 윌리엄 노인의 안장을 놓고 총회가 열린다. 캔터베리 아우구스티누스파 참사회원이자 시어볼드 대주교의 신하인 거버트는 성 위니프리드 축일을 맞이하여 슈루즈베리성 성 베드로 성바오로 수도원에 있었기에 그 자리에 참여하게 되었다. 부임한 지 오래지 않은 라둘푸스 수도원장 대신 로버트 페넌트 부수도원장이 윌리엄 노인에 대한 발언을 하였다. 그는 상인으로 수도원의 많은 부분을 헌금하였고, 마을 안에서도 존경받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확인된다. 하지만 거버트 참사회원은 딴지를 건다. 설로 부제의 말을 곡해해서 그에게 이단이라는 누명을 씌우려고 한다. 하지만 라둘푸스 수도원장은 부수도원장을 비롯한 여러 수사들의 의견을 존중해 윌리엄을 교회 묘지에 안장하기로 한다.


 7년 만에 고향을 다시 찾은 일레이브는 윌리엄 노인의 조카들을 찾는다. 마거릿 부인이 그를 반갑게 맞이하지만, 윌리엄 삼촌의 사망 소식을 듣고 급하게 남편과 시동생인 제번에게 사실을 알린다. 하지만 마거릿의 남편은 이미 멀리 나가있는 터라, 다음 날 장례식에 참여하기가 힘들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다들 일레이브의 귀환을 환영하지만, 일레이브의 후임으로 서기 일을 보는 올드윈과 코넌은 일레이브의 귀환이 반갑지 않다. 사실 일레이브에게는 두 가지 할 일이 남아있었다. 하나는 윌리엄 노인을 교회 묘지에 안장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딸처럼 키웠던 포추너터에게 상자를 전해주는 것이었다. 포추너터의 것이라기에, 내심 일레이브는 결혼 지참금이라 생각했지만 열어보지는 않는다.


 코넌은 애매한 말로 올드윈을 자극한다. 사실 올드윈의 서기 자리는 원래 일레이브의 것이었고, 일레이브가 훨씬 똑똑하고 유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레이브는 자신의 자리를 다시 찾을 생각이 없었다. 그저 주인인 윌리엄 노인을 잘 모시고, 윌리엄의 선물을 포추너터에게 전해주고 마을을 떠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코넌과 올드윈은 일레이브에게 이단의 누명을 씌워서 그를 쫓아내려고 계략을 꾸민다. 물론 성실한 일레이브의 성격을 알고 있는 마거릿 등은 일레이브의 이단 누명의 전말을 알고 있고, 그를 바로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홀드 윈이 살해당한 채 발견되고, 올드윈을 살해한 범인으로 일레이브가 몰리기 시작하는데...


 예상치 못한 범인과 드디어 열리는 윌리엄 노인의 상자. 그리고 상자의 주인인 포추너터의 발언.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었는데, 아무래도 중세 유럽인지라 종교 특히 이단 시비에 관한 부분은 참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 같다. 마녀사냥도 수시로 일어났던 시대였기에, 이단으로 잘못 몰리면 그냥 죽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혹스럽지만, 다행히 모든 누명을 밝혀낸 캐드펠 수사가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그리고 값을 따질 수 없는 상자보다 더 귀중한 것을 얻게 된 포추너터. 역시 그녀도 사람 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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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식물원 (아틀리에 컬렉션) 메리골드 시리즈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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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참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가 베스트셀러로 등장했을 때, 내용이 무척 궁금하긴 했다. 분명 마음이 붙는 걸 보면 힐링 일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결국 못 읽었다. 시리즈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는데, 두 번째 마음 사진관 역시 비슷한 이유로 읽지 못했는데, 마음 식물원이 나왔다. 근데, 앞으로 무궁 무진하게 나올 것 같았는데 마음 식물원이 완결판이라고 한다. 아쉽다. 계속 나오면 좋겠는데... 마음 카페, 마음 분식집.... 이번에도 나는 역주행을 하게 될 것 같다.


 사실 제목만 알았지, 앞의 이야기들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해서 주인공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책을 읽는 데 어려움은 없다. 단, 마음 식물원 주인인 지은(앞의 이야기에도 지은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것 같다.)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여럿 등장하는데, 그 부분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책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같은 경험을 해보진 않았지만 그들의 마음이 공감이 갔던 것은, 내 주변에도 이들과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열 번 넘게 시험관 시술을 했지만 번번이 임신이 안돼서 큰 상처를 가지고 있는 윤지,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사촌누나와 단둘이 살다가 집을 떠났다가 누나가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상수, 13년 다녔던 텔레마케팅 회사를 다니다가 전화 공포증이 생겨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둔 우연 등 각자 다른 아픔을 가진 그들이 지은이 연 마음 식물원에 우연히 들어온다. 신기한 것은 지은은 이들이 올 것을 얼핏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녀는 마법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식물로 피워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지은. 참 대단하고 멋진 능력을 가졌다 생각이 들고, 덕분에 본인의 마음도 잘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은 역시 큰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여러 번 새로운 삶을 살아도 그 상처에는 굳은살이 좀처럼 박히지 않는다.


 늦은 결혼을 한 터라, 결혼 초기부터 빨리 아이가 생기길 바랐다. 다행히 6개월 만에 임신이 되었는데, 내게 6개월도 참 고통스러웠던 시간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했던 지인들이 하나 둘 임신 소식을 알려왔다. 그중에는 둘째를 임신한 지인도 있었다. 왜 나는 아이가 생기지 않는 거지? 6개월을 노력해도 안되면 병원에 가 봐야 하나... 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인테 기를 달고 살았던 것 같다.  먼저 결혼한 친구가 7개월에 갑자기 아이가 사산이 되었다. (책 속 윤지와 같은 상황이었다.) 아이를 무척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정말 큰 상처가 되었다.(다행히 지금은 아들 둘을 낳고 잘 지내고 있다.) 그 이후 나 역시 아이가 잘못될까 봐 정말 매일매일 걱정스럽게 지냈던 것 같다. 태동이 조금만 없어도 배를 만지고 두드리기도 하고, 그래도 태동이 없어서 울면서 남편에게 전화를 하기도 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아이를 건강하게 만날 수 있었다. 책 안에 윤지의 아픔은 내게 또 다른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친동생도, 친한 친구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참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윤지가 말한 임신한 사람만 봐도 질투가 났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직접 들어서 그런지 더 와닿았다. 


  누나의 희생에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상수는 치매에 걸린 누나에 대한 죄책감이 크다. 결혼할 사람을 만났는데, 상수를 데리고 가겠다는 누나의 말에 시부모님이 될 사람들이 결혼을 반대했고 결국 누나는 결혼을 포기하게 된다. 학교도 그만두고 상수의 뒷바라지를 하는 누나에게 고마운 마음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고마움이 아닌 부담감으로 누나의 희생을 받아들였던 상수. 뒤늦게 누나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이미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의 부담이 있었다.


꽃이든 나무든 시든 잎을 정리해 주지 않으면 새순이 잘 자랄 수 없어요.

아깝다고 시든 가지 그대로 두면 식물 전체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쳐요.

마치 사람과 비슷하네요. 시들고 정리해야 할 것들을 끌어안고 살면 새 살이 돋아나지 못하듯이요.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마음 식물원을 찾아 각자의 마음을 담은 식물의 싹을 틔워낸다. 직원이 되기도 하고, 스스럼없이 찾는 단골이 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이들의 마음을 식물로 피워내는 데 지은의 마법이 사용되기도 했지만, 이들 주변에 이들은 아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윤지 곁에 준호가, 상수 옆에 누나가, 우연 옆에 엄마가 있듯이 말이다. 이들의 이야기에 나 또한 마음이 따뜻해지고 몽글몽글해지는 경험을 한 것 같다. 책에 등장하는 해인이 어떤 사람인 지 궁금해졌다. 아무래도 역주행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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