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망치 - 낡은 생각을 부술 때 시작될 삶의 변화
호리에 다카후미 지음, 김정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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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동시에 수백 가지나 되는 일을 진행하려면 '내가 직접 해야 하는 일'과 

'남에게 맡겨도 되는 일'을 냉정하게 구분해야 한다.

우선 이 책의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에 망치만큼이나 어울리는 표현이 있을까 싶다. 솔직히 책을 읽는 내내 반감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동안 읽어왔던 수많은 자기 계발서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통에 솔직히 당황스럽기도 했다. 책에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성실함이라고 하니 말이다.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에서 강조하는 꾸준히, 열심히, 성실하게에 대해 저자는 첫 장에서 그 관점부터 버리라고 이야기한다. 왜일까? 이 책의 가장 키포인트가 되는 단어는 "다동력(多動力)"인데, 이는 한 가지만 하는 것이 아닌 각기 다른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해 내는 힘을 말한다. 이 말은 한 번에 하나만 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말로 표현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타인과 함께 하는 일은 잘 하지 못한다. 내 손으로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손이 빠르긴 하지만, 놓치는 게 생기면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 돈을 만지는 일을 오래 했기 때문에 생긴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며 한편으로 놀랍기도 했지만, 왠지 나를 비판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령 회의 시간에 핸드폰을 보며 자신의 업무를 하거나, 생방송에 패널로 출연해서도 핸드폰을 하는 모습, 매일같이 유료 이메일을 발행할 때 여유가 안되면 과거에 썼던 글을 짜깁기 해서 쓰기도 한다는 것,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내고 있는데 직접 쓰기보다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요점을 잡고 그 밖의 글을 타인이 완성한다는 내용 등 뭔가 그동안 우리가 마주했던 자기 계발서와는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가 가득해서 반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소개하는 내용들은 틀에 갇혀있는 우리의 삶에 대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지극히 효율을 중심으로 일하고, 하루를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이 책은 일본에서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작년 초 일본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가 놀란 것이 편의점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장소에서 카드보다는 현금거래를 선호한다는 사실이었다. 효율보다는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그들의 문화에 대해 저자가 쓴 이 책이 주는 충격을 더 했을 것 같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저자의 다른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고 보면 나 역시 틀 안에 갇혀서 매일 똑같은 행동을 무한 반복했던 것 같다. 언젠가부터 바꾸려는 생각은 안 하고 그저 해온 그 상황 속에 안주하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전화를 하기보다는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을 선호하고, 직접 내가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하나에 깊이 집중하여 몰입하는 일을 하며, 가슴이 떨리지 않는 일은 타인에게 맡기라는 말. 그리고 원액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는 조언과 바쁨에 진정한 정의를 다시금 마주하면서 조금 더 내 시간과 행동에 욕심을 부려야겠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늘 미래만을 생각하며 현실을 희생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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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형사 : chapter 2. 마트료시카 강남 형사
알레스 K 지음 / 더스토리정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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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두 번째 만나는 강남 형사 2편은 마트료시카다. 1편에 등장한 우리의 형사들은 책의 중반부 정도 돼야 모습을 드러낸다. 마트료시카는 알다시피 러시아의 목각인형이다. 큰 인형을 열고나면 그 안에 또 작은 인형이 있고, 그렇게 가장 작은 인형까지 들어있는 전통 인형이다. 마트료시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양파라고 볼 수 있겠다. 러시아의 배 표토르호가 우리 해역에 침몰한다. 당시는 일본과 전쟁 중이었다. 침몰한 배에는 많은 금괴가 있었다고 한다. 현재 추산하자면 100조 원 즈음 될 정도로 엄청난 양이다. 표토르호의 침몰에 대한 진실은 과거의 역사자료뿐 아니라 울릉도 출신 노인들에 의해 이미 확인이 되었다고 한다. 승일 그룹의 의장인 허승도는 이 사업을 위해 승일 그룹을 만든다. 표토르호 인양에는 약 500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승도의 모든 재산이 지금 해외에 있는지라 당장 마련할 돈이 없어서 비상장회사인 제일 금속의 주식 49%를 매각하기로 한다. 제일 금속은 핸드폰과 반도체에 꼭 필요한 희토류를 개발하는 회사인데, 몽골 쪽에 희토류가 많이 묻혀있단다. 전직 장군 출신인 이규철이 제일 금속의 사장이 되었고 얼마 전 몽골 정부 관계자와 MOU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현재는 5만 원이지만, 1년 후 상장이 되면 50만 원은 될 것이고 제일 금속의 주식을 사는 사람들의 원금은 승일 그룹의 코인으로 주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음알음 퍼지자 그에 대해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승일 그룹의 명장범 회장은 테헤란로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재테크 명강사다. 그에 의해 승일 그룹의 법무팀장이 된 한혜수는 미국 콜롬비아대를 나온 국제변호사다. 승일 그룹의 부사장 조왕진은 재벌가인 대왕그룹 조회장의 숨겨둔 아들이다. 그리고 UDT 중령 출신의 표토르호 탐사대장 최상칠, 울릉도 출신 상덕배 이사, 경찰 출신 채양진 이사와 얼마 전 허승도 의장에 의해 스카우트된 기자 출신의 나진우까지...승일그룹의 임원들이 울릉도로 향한다. 바로 표도르호에 대한 회의 때문이다. 이곳에서 나진우에게 몰래 표토르호 탐사 계획에 대한 문서를 보여주는 명장범회장. 하지만 이 문서는 갑자기 사라진다. 그리고 얼마 후, 이 문서를 가지고 있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온다. 범인은 3억을 주지 않으면 이 문서를 경찰에 넘기겠다는 협박을 한다. 도대체 그 문서에는 무엇이 적혀있길래 이들은 범인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준 것일까?


 꽤 많은 홍보가 돼서 표토르호 인양작업에 필요한 금액이 모였을 텐데도 뭔가 움직임이 없다. 오히려 울릉도에 있는 탐사팀의 월급도 몇 달째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상칠은 결국 명장범을 찾아가지만, 명장범은 이런저런 핑계로 그를 만나 주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수하인 봉만을 데리고 상칠을 심하게 폭행한 채 버려두고 떠난다. 


 한혜수는 명장범의 애인 노릇이 하기 싫어진다. 나진우에게 추파를 던지지만, 나진우는 그런 혜수의 어떤 행동에도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런 진우가 왕진의 애인이었던 진성희에게 성폭행으로 고소를 당한다. 자신 때문에 회사에 누를 끼칠 것을 염려한 진우는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그만둔다. 얼마 후, 큰 소란이 일어난다. 승일 그룹 사무실을 찾아온 사람들은 자신의 돈을 내놓으라며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사무실을 물론 그곳에 있던 사람들까지 사라진 후다. 이 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많아지자 강남 경찰서 강력 3팀에게 이 사건이 배정된다. 3팀장 부기원과 김정선 형사, 미국 뉴욕총영사관 경찰주재관 임기를 마치고 귀국해 3팀에 배정된 박동금 형사, 권수찬 반장과 막내 신수석 형사까지 승일 그룹 사건을 맡고 뛰기 시작한다. 그중 보물선 사건의 담당은 동금이 된다. 


 책을 읽을수록 뭔가 이상하다. 앞에 나왔던 인물들은 과연 누구였던 것인가? 사건을 파면 팔수록 이들의 정체가 오리무중이다. 마치 마트료시카처럼 앞에 등장한 이름과 다른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얼굴만 빼고 전부 가짜였다. 이름도, 직책도, 하는 일 모두가 전부 가짜였다. 수사가 거듭될수록 총책 중 두 명은 죽고, 나머지 인원들을 구속되었지만 피해자들의 돈은 어디로 갔는지 행방이 묘연하다. 강남 형사들에 의해 사건이 풀려나가면서 예상치 못한 큰 반전을 맞이한다. 모든 것을 뒤집을 정도다. 정말 믿는 도끼에 발등을 제대로 찍혔다. 과연 이 사건의 진짜 범인은, 이 모든 그림을 그린 사람은 누구일까? 이번에도 강남 형사들은 특유의 팀워크로 사건을 제대로 해결한다.


 역시 이번에도 느끼지만, 힘들이지 않고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쉽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넘어간 사람들은 자신의 집도, 퇴직금도, 빚까지 내서 일타 사기꾼들의 입에 돈을 넣는다. 인간의 탐욕이 결국은 자신을 망치게 된다는 교훈이 씁쓸하기만 하다. 강남형사의 마지막 3권에서는 어떤 사건이 등장을 얼마나 속 시원하게 풀어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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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소담 클래식 3
제인 오스틴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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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동일 제목의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 장면은 없다. 내 기억이 확실한지는 모르겠는데, 벌판 같은 곳에서 여주인공(엘리자베스였나 보다)이 녹색 드레스를 입고 남주인공과 입씨름을 벌이는 장면이 겨우 떠오른다. 책으로 본 적은 없었기에, 오만과 편견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이 책을 이번에는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명의 딸이 있는 베넷가의 둘째 딸 엘리자베스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부유하지도, 높은 지위를 가지지도 못한 베넷 부인은 딸들을 유력한 가문에 시집보내는 것이 삶의 목표다. 남들에게 내세울 만한 사위를 얻어서 큰소리를 치면서  살고 싶기에 마을에 부유한 누가 왔다는 이야기만 들으면 자신들의 딸을 내보이고 싶어서 안달이다. 그런 베넷 부인과 달리 베넷 씨는 그런 부인의 행동이 못마땅할 뿐이다. 다섯 딸들 중 미모가 뛰어나지만 조용조용한 성격의 큰딸 제인, 책을 좋아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표현할 줄 아는 둘째 엘리자베스는 결혼할 나이가 되었기에 베넷 부인은 얼마 전 마을에 이사 왔다는 빙리씨와 그의 친구 다아시씨가 엄청난 재력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들을 빨리 만나고 싶어 안달이다. 결국 무도회에서 빙리씨는 제인과 두 번이나 춤을 추었다는 사실에 무척 고무된 베넷 부인은 제인이 빙리씨와 결혼이라도 할 것처럼 혼자 김칫국을 마신다. 물론 제인도 빙리도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과연 이들의 만남은 베넷 부인의 생각처럼 순조로울까?


 빙리의 친구 다아시는 첫인상부터 건방지고 예의가 없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힌다. 사실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의 고급스럽지 않은 의상과 이들 가문이 이름이 없다는 사실에 엘리자베스를 무시했던 것도 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엘리자베스를 다시 만나게 된 다아시는 곧 그녀의 매력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미 다아시가 자신을 무례하게 대한다는 편견이 생겨버린 엘리자베스는 다아시를 피하기만 한다.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오히려 빙리의 여동생 빙리 양은 이런 다아시의 마음을 알고 엘리자베스를 질투해 사사건건 그녀를 괴롭힌다. 


한편, 딸만 5명인 베넷가의 유산은 가까운 친척 남자에게 상속이 되게 된다. 아버지 베넷 씨가 돌아가시면 집은 바로 그 사람에게 가게 된다는 사실에 베넷 부인은 기분이 좋지 않다. 베넷 가의 유산을 상속할 콜린스 씨가 목사로 마을에 온다. 사실 엄청 겸손한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만, 콜린스는 베넷가의 유산상속은 물론 그 유산에 대한 보상을 하겠다는 미명하에 베넷가의 딸과 결혼을 생각한다. 이미 김칫국을 마신 베넷 부인의 이야기를 들은 후, 큰 딸 제인은 포기하고 둘째인 엘리자베스와의 결혼을 생각하는 콜린스. (물론 엘리자베스는 전혀 생각이 없다.) 


 서로 좋아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고 왠지 내키지 않는 제인은 빙리씨에게 자신의 마음에 대해 그 어떤 표현도 하지 않는다. 당연히 엘리자베스 역시 다아시씨가 자신에게 애정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짐작도 하지 않기에 이들의 관계 역시 진전이 없다. (엘리자베스만 빼고 다 아는 듯... 답답하다.) 오히려 주변에서 다아시의 상대로 엘리자베스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친척들과 지인들이 이들의 관계를 더욱 방해만 할 뿐이다. 결국 다아시와 빙리는 마을을 떠나게 되는데...


 오만과 편견이라는 제목이 도대체 무슨 뜻인가 궁금했는데, 처음부터 색안경으로 상대를 대했던 다아시의 오만과 그런 다아시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던 엘리자베스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결국 오만과 편견은 무너지지만, 그러기에 이들이 겪었던 마음고생과 시간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도 멋진 여성 엘리자베스를 알아볼 줄 아는 눈을 가진 다아시. 그리고 그런 다아시의 마음을 받아들여주었던 엘리자베스의 모습이 좋은 결실을 맺어서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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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서양
니샤 맥 스위니 지음, 이재훈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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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과거에 비해 동양에 대한 평가가 많이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를 비롯하여 상당수 사람들은 서양을 동양보다 문명국 혹은 더 발전된 나라라고 생각한다. 동양의 문화와 기술을 봤을 때, 서양에 비해 그리 뒤처지지 않음에도 왜 우리는 서양을 더 발전된 문화를 가진 나라들이라는 생각에 갇혀살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그런 우리의 생각의 틀을 깨준다. 교묘하게 감추고 묻어두었던 진짜 서양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얼마나 만들어진 역사에 길들여져 있었는지에 대해 책을 읽으며 직접 자문할 수 있었다. 사실 조금만 파도 보이는 민낯인데 말이다. 성경에는 회 칠한 무덤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무덤에 하얀 석회를 발라 깨끗하고 멋있게 만들지만 실상은 무덤일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멋진 신사와 발전된 문명, 깨끗한 환경의 잘 사는 부유한 서양의 모습 역시 한 면만 벗겨내도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책에는 14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서양사의 각 부분의 민낯을 드러낼만한 인물로 저자가 꼽은 사람들이다. 역사가이자 역사라는 저서를 남긴 해로도토스를 비롯하여 로마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손녀인 리빌라,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 홍콩의 정치인 캐리 람에 이르기까지 이들을 통해 우리가 떠올리는 서양의 시작과 그  범주에 대해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을 좀 더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가령 고대 그리스인의 범주는 지금과 다르다. 아테네인만을 그리스인이라 생각했고, 아테네인들은 (우리가 생각할 때는 그리스인이지만, 아테네인들은 인정하지 않는) 다른 그리스인에 대한 혐오감과 반감이 컸다. 당연히 외지인과 비 그리스인은 위험한 "타자"로, 자신들은 "이상적인 그리스인"이라는 이중의 잣대를 가지고 선을 그었다. 우리가 잘 아는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그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자신들이 태생적으로 다른 그리스인에 비해 우월하기에 노예제는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니 무척 실망스럽기도 하다. 참 아이러니한 것이 서양의 범주가 누가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마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이런 방어막은 계속 이어졌던 것 같다. 이후에 서양에 대한 경계 속에서 늘 자신들은 우월하며, 자신들의 경계에 속하지 못한 부류에 대해서는 덜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니 말이다. 모든 인간 평등하다는 것을 강조했던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조차 자신들의 대통령 임기 가운데 노예제를 폐지하지 못했다. 자신들은 노예가 되면 안 되지만(영국으로부터의 독립 등) 남들이 노예가 되는 것은 용납할 수 있는 이중잣대들이 보이기도 하다.


 물론 이 책은 서양의 역사에 대해 대놓고 비판만 하는 책은 아니다. 적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서양과 실제의 서양의 차이를, 서양문명을 이루고 있는 각 범주의 경계를 통해 서양은 어찌 보면 자신의 것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덕분에 마냥 대단하게만 보였던 서양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제대로 벗겨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각 책의 시작이 소설 같은 느낌이 주어서 지루하지 않았다. 물론 그 안에는 좀 딱딱한 내용들이 섞여있어서 지루해지는 틈도 있었긴 했지만 그래도 각 분야를 하나하나 언급하며 서양의 총체적인 형태를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꽤나 고무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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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동양철학사
강성률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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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철학 하면 익숙하게 마주하는 철학자들 때문인지, 동양보다는 서양의 철학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면 고등학교 때 배운 윤리에서도 동양철학보다는 서양철학을 더 비중 있게 배웠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인지 동양철학 하면 공자와 맹자, 노자와 장자 이상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나마 익숙하게 배운 논어와 맹자, 노장사상 때문이다. 한번 즈음은 동양철학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철학은 사실 쉽지 않다는 생각이 크기에 마음 한편에 생각만 하고 있었다. 꾸준히 읽어오는 시리즈 중 하나가 "청소년을 위한"인데, 아무래도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다 보니 내 아이가 접하기 전에 내가 먼저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꾸준히 읽고 있다. 참고로 이 책 전에 만났던 시리즈에는 초한지, 논어, 수호지가 있었다. 네 번째 만나는 시리즈는 동양철학사다.



우선 전 편에서도 책에 사용된 용어를 각 장마다 풀어주었기 때문에, 문해력을 키우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고 사진과 그림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다양한 배경지식을 통해 흥미롭게 각 주제를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이 이번에도 톡톡히 역할을 한다. 흥미로운 만화와 함께 낯설거나 배경지식이 필요한 어휘는 별도로 구분하여 설명을 해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오래전 동양철학을 현재에도 익숙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설명과 구성이 이루어져 있어서 한결 이해도 빠르고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개인적으로 철학사 안에 중국사나 아시아의 역사가 같이 담겨있어서 전체적으로 개관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익숙한 공자나 맹자뿐 아니라 묵자, 양자, 명가 등 이름도 낯선 철학들을 만나볼 수 있었고, 불교와 성리학, 양명학을 비롯하여 인도의 철학과 한국의 철학까지 별도의 장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놀랐던 것이 동양철학이 이렇게나 깊고 다양했다는 사실이다. 조선은 성리학, 고려는 불교 이렇게만 외워왔지, 왜 유학이 성리학으로 발전했고 이후 양명학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에 대해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물론 교양을 위해서도 유익하지만, 이 책을 통해 실제 교과서에서 배우는 다양한 지식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기에 청소년들에게 여러모로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철학 하면 실제 생활이 아닌 정신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기에 실생활과 관련이 없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는데, 철학도 실생활에 접목하여 발전했다는 사실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당장 공자만 봐도 글자만 배우는 이론이 아닌 실습을 통해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우는 교육을 시켰다는 사실만으로도 동양의 주옥같은 철학을 통해 현재를 사는 우리 또한 배울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동안 철학은 서양철학이 더 깊다는 생각을 했었나 싶을 정도로 동양철학사를 통해 다양한 철학의 뿌리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이 읽어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동양철학사 속에 아우르는 핵심뿐 아니라 그와 연계된 다양한 동양의 역사까지 한 번에 만나볼 수 있기에 이 책을 통해 접점이 되는 다양한 분야까지 배울 수 있어서 일석 다조의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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