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잘하는 첫 숫자 쓰기 1 혼자서도 잘하는 첫 워크북
길벗놀이학습연구소 구성, 김희정 그림 / 길벗스쿨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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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숫자 어떻게 가르쳐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까? 큰 아이는 당시 한참 붐이 불었던 돌잡이 수학이나 만 나이별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책을 놀잇감으로 활용해서 그런지 앉혀놓고 숫자와 글자를 가르치지 않았지만 혼자 이래저래 잘 배운 케이스다. 물론 숫자를 배우는 데 도움을 준 것 중 하나가 바로 엘리베이터다. 보통 둘째들이 첫째보다 빠르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던 터라, 내심 둘째도 별 어려움 없이 숫자를 깨우치지 않을까? 하는 근자감이 있었다. 근데, 의외로 숫자를 세는 것도 그렇고 뭔가 기대치를 맴돌기만 하는 상황이라서 자꾸 조바심이 났다. 이 책에도 3+라고 적혀있지만, 이제 5살이 된 둘째를 그냥 두기에 뭔가 불안한 마음이 커져서 고민이 되었다. 혹시나 싶어서 확인해 보니 우선 숫자를 인지하는 것은 안되고, 손으로 짚어가면서 숫자를 세는 것은 가능하지만 뭔가 구멍이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입으로는 숫자를 1부터 10까지 셀 수 있다는 것.


 또 언니가 연필로 뭔가를 하는 것을 보고 둘째도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우선 숫자를 1부터 10까지라 정확히 인지할 수 있었으면 싶었다. 







책의 시작은 연필 잡는 법부터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니 고맙다. 손이 작은 아이기에, 큰 아이의 연필 중 작은 걸 준비하고 0부터 시작해 본다. 점선으로 숫자를 그릴 수 있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삐뚤빼뚤이지만, 그래도 얼추 숫자 비슷한 모양이 나온다. 여러 번 써보면서 숫자의 모양을 익힐 수 있다. 큰 칸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연필이 낯설고 미숙한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숫자를 써볼 수 있다. 또한 해당 내용에 대해 만화나 그림을 통해 한 번 더 숫자를 인지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위에서 본 숫자를 다시금 놀이 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숫자별로 다양한 놀이가 같이 있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1권을 통해 1부터 50에 대한 숫자를 인지했다면, 2권은 1부터 100까지의 숫자다. 사실 1에서 9까지를 배우고 나면 또 금방 느는 것이 숫자다. 대신 기초를 착실히 다져놓아야 앞으로 단계가 올라가도 헷갈리지 않기 때문에 책 외에도 별도의 노트를 준비해서 숫자를 써보는 연습과 함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숫자들을 통해 배운 숫자를 눈에 익히는 작업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 





 1권에 비해 2권은 좀 더 많은 숫자가 등장해서 그런지, 책이 더 촘촘하고 내용이 많다. 아직 숫자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아이가 100까지 배우는 건 너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색칠하기나 빈칸의 숫자 쓰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숫자를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만족스럽다. 다양한 그림과 올 컬러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유아들에 맞춰 책 사이즈가 큼직한 것도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책 두께가 두껍지 않으니 하루에 한두 페이지씩 놀이하면서 공부하면 좋겠다. 그뿐만 아니라 이 책과 함께 생활 속에서 다양한 숫자를 접해본다면 좀 더 쉽게 숫자를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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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
샬럿 버터필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라곰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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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점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종교적인 이유가 있긴 하지만, 어떤 결과가 주어지든 그 말에 메일 것 같아서다. 물론 누구나 그렇지는 않지만, 좋은 말보다는 나쁜 말이 우리의 생각을 휘어잡을 확률이 높은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나 역시 주인공 넬의 마음이 공감되고 이해가 된다. 네 명의 친구가 함께 여행을 갔고, 그곳에서 만난 맨디라는 점쟁이는 이들에게 죽을 날짜를 이야기해 준다. 넬의 남자친구인 그렉은 백 살 넘게, 헤일리는 40살까지 살 수 있단다. 넬은 38세 그리고 소피는 다음 달 17일에 죽는단다. 이 말을 듣고 기분 좋게 웃은 사람은 그렉뿐이다. 메이고 싶지 않았지만, 넬이 이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소피가 정말 1월 17일에 죽었기 때문이다. 물론 소피는 그날 절벽으로 다이빙을 하러 갔다. 친구들은 다 소피를 말렸지만, 소피는 그 말이 틀리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그리고 소피는 돌아오지 못했다. 넬의 기억 속에 2024년 12월 16일은 각인되어 있었다. 이 말을 듣기 전에 넬은 꼭 그렉과 결혼을 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이야기를 들은 후 넬과 그렉은 헤어졌다. 원인은 넬에게 있었다. 자신이 죽은 후, 그렉이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렇게 그렉과 헤어진 넬은 학교도 중퇴한 채 38세를 향해 삶을 살아간다. 38세에 죽을 거기 때문에(?) 옷장도 사지 않았고 필요한 물건들도 최소한으로 했으며 장기 계획이 필요한 일은 하지 않았다. 다양한 곳으로 여행을 떠났던 것도, 가족들과 자주 왕래하지 않은 것도 자신의 미래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예언의 날이 얼마 안 남은 어느 날, 넬은 자신의 물건들을 처분하기 시작한다. 침대를 사러 온 코미디언 톰에게 침대를 파는 이유를 털어놓게 된다. 그리고 둘은 잠자리를 한다. 며칠 안 남은 인생을 위해 버킷리스트를 쓴 넬은 그중 하나로 코미디쇼를 적는다. 그리고 그 공연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톰을 만나게 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가십으로 떠벌리는 톰에게 상처를 받은 넬. 사실 톰은 넬의 이야기를 우스갯소리로 치부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저 넬이 안쓰러웠고, 한 번의 만남이었지만 넬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상처받은 넬은 집 계약을 종료하고, 물건들을 다 정리하고, 핸드폰을 해지하고 기계를 팔고 sns를 삭제한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팔거나 기부한 넬은 자신의 마지막 날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화려한 드레스를 빌리고, 멋진 호텔의 스위트룸을 예약한다. 드레스가 무척 불편하긴 했지만, 자신의 마지막을 발견한 사람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해 주길 바랐기에 꾹 참는다. 이제 얼마 안 남은 인생을 떠올리며 편지를 쓰는 넬. 엄마와 아빠, 언니 폴리, 오래된 연인이었던 그렉 그리고 한 번의 잠자리를 했던 톰. 그렇게 눈을 감았던 넬은 12월 17일 눈을 뜬다. 그것도 체크아웃 시간이 지났다고 알리는 청소 직원의 소리 때문에 깬 것이다. 분명 죽었어야 했지만(?) 살아남은 넬은 난감해진다. 수중에 돈도 없고, 옷은 빌린 드레스 한 벌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스위트룸 숙박비를 치러야 하지만 돈이 없는 넬은 몰래 호텔을 빠져나가려고 계단으로 가다가 두 사람과 마주친다. 근데, 그중 한 사람이 바로 그렉이었다. 이런 우연히 있을 수 있나! 그렉의 도움으로 호텔을 빠져나온 넬은 그렉의 집에서 며칠을 지내게 된다. 부유한 금융맨이 된 그렉과 빈털터리 신세의 넬은 다시 그렇게 마주한다. 넬이 그 말에 지금까지 메여있다는 사실에 기가 찬 그렉. 하지만 그렉 역시 그 말에 메여있었던 것 같다. 예상치 못한 삶을 살게 된 넬은 자신이 붙인 편지들이 배송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엄마와 아빠, 언니의 연락처를 모조리 지워버린 터라, 빨리 수습을 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언니는 편지를 보게 된다. 편지 속에 형부의 바람과 불륜에 대한 이야기까지 적어 보냈던 터라 언니는 또 다른 상처를 받게 된다. 


 사실 마지막을 떠올리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았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넬은 유한한 삶을 알았기에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으로 삶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넬이 다시 새로운 삶을 부여받았을 때, 넬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넬을 통해 그들의 삶이 조금씩 변화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늘 일에만 파묻혀서 살던 그렉도, 딸과 남편과의 생활만 떠올리며 살았던 언니 폴리도, 넬과 하루를 보냈던 톰도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넬을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바람을 피우고 자신들을 버렸다고 생각했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게 된 넬. 책을 읽으며 과연 넬의 삶이 불행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우리의 삶이 유한한 것은 맞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꽤 오랜 시간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 면에서 매일매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으로 삶을 채우는 넬이야말로 삶을 영양가 있게 산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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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아일랜드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임희선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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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술집 아일랜드에 모인 손님들과 마스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무인도 이야기가 나온다.  만약 무인도에 가게 되었을 때, 3가지 아이템만을 가지고 갈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것을 가지고 갈 것인가? 책의 초반을 읽다 보니 나 또한 학창 시절 이런 질문을 참 많이 받아봤던 것 같다. 수업 시간에도 이런 내용으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고 말이다. 우연히 이들은 아일랜드의 마스터가 가지고 있는 무인도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섬인데, 꽤 좋은 풍경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한다. 그렇게 9명의 사람들은 무인도로 향한다. 그중에는 의사도 있었고, 공무원, 유튜버 그리고 커플도 있었다. 요트도 가지고 있고 운전도 할 수 있다는 마스터 덕분에 이들은 흥미롭게 무인도로 향한다. 무인도에 내린 이들은 각자가 가지고 온 아이템을 가지고 둘러앉는다. 마스터가 준비한 웰컴 드링크를 기분 좋게 마신다. 큰 소리를 들었지만 무슨 일인지는 아무도 모르던 차에, 갑자기 마스터가 사라진다. 유튜버 유우 고이치의 카메라에 담긴 영상에서는 서로를 죽이는 서바이벌을 통해 남겨진 1명에게 10억 엔의 상금을 주겠다는 이야기였다. 위성 화면을 통해 해변에 시체를 펼쳐 놓은 후 4일을 확인을 하게 되면 2명 정도가 탈 수 있는 보트를 보내주겠다는 말에 눈치싸움이 시작된다.


 우선 1순위로 버려진 사람들은 연인이었다. 부유한 집안의 딸인 이시하라 리리코가 아이템으로 뽑은 것은 애인인 오무라 슈이치와 선크림 그리고 메이크업 박스였고, 오무라 슈이치 역시 (강요에 의해) 애인인 리리코와 리리코가 거의 결정한 에어 매트리스와 고기뿐이었다. 여러 번의 서바이벌 경험이 있는 스에히로 게이고는 이들이 오히려 무리에게 큰 해를 입힐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들을 고립시키고 6명은 당장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위한 식량과 머물 곳을 찾는다. 의사인 아마노 마모루는 살인을 하기보다 마스터를 속일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의견을 낸다. 그렇게 각자가 가진 방법으로 살 궁리를 하는 이들 앞에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 일을 벌인 인물은 예상치 못한 사람이었다. 그는 이곳에 올 때부터 누군가를 해칠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또한 독이 있는 물고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타인에게 권한 인물도 있었다. 그렇게 하나 둘 사람들이 죽기 시작한다. 과연 마스터의 계획대로 이들은 서로를 죽이고 죽이는 처절한 서바이벌을 진행할까?


 극단적인 상황에서 실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혀를 차게 되는 끔찍한 상황들 속에서 그들은 나를 위한 선택을 하는 모습이 참 처절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도대체 마스터는 이 모든 것을 왜 꾸민 것일까? 역시 작가는 반전을 숨겨두었다. 과연 누가 살아남을까? 이번에도 나는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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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탐험대 옥토넛 똑똑한 숫자 탐험 백과 어린이 첫 백과
서울문화사 편집부 지음 / 서울문화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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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파트에 살다보니 오고갈 때 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덕분에 큰 아이는 자연스럽게 숫자를 깨우쳤다. 데리고 숫자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지만, 엘리베이터 버튼을 보면서 하나 둘 숫자를 배웠기에 숫자도 한글도 수월하게 배울 수 있었다. 둘째 역시 같은 방식으로 숫자를 가르치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리가 사는 층은 그나마 찾아서 버튼을 누를 줄 알았지만. 1과 우리 층 외에는 숫자를 낯설어한다. 이제 5살이 되니 아무래도 슬슬 숫자를 알려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큰 아이와 다른 방식(?)인지라 어떻게 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나마 하나 둘 셋 손가락을 구부리며 숫자를 세는 법은 알지만 막상 이 숫자가 무엇인지는 전혀 모르는 상황이니 말이다. 



 다행히 어려서 부터 인연(?)이 있던 바타 탐험대 옥토넛의 캐릭터를 통해 숫자를 배울 수 있는 숫자탐험백과를 만나게 되었다. 아무래도 숫자만 나열되어 있는 책 보다는 좋아하는 캐릭터가 담긴 책이 확실히 집중력과 재미를 이끌어내는 것 같다. 1부터 차례대로 숫자를 읽어보고 그와 관련된 옥토넛 속 탐험대원들과 동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숫자 뿐 아니라 크다 작다, 넓다 좁다 등 반대되는 개념들과 표현들을 그림을 통해 배우며 다양한 수학적 사고들을 마주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것도 좋다. 중간중간 O X 퀴즈나 숨은그림찾기 처럼 흥미와 집중력을 다잡을 수 있는 코너들도 등장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사실 수학백과라고 하지만, 다양한 생물들을 통해 상식도 넓히고 초성퀴즈와 그림 퀴즈 등을 통해서 글자 공부도 할 수 있다. 책 안에 이렇게 다양한 활동들이 있다니! 미취학 아동에서 부터 초등학생까지 전부를 아우를 수 있는 구성이라서 무척 만족스럽다. 책의 사이즈도 크지 않고, 하드커버로 되어 있어서 들고 다니기에 부담이 없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전체가 올컬러로 구성되어 있고, 다양한 퀴즈와 내용을 함께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숫자는 물론이고 다양한 개념들까지 쏙쏙 들어오는 구성에다 평소 옥토넛 캐릭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더 깊이 빠져들어서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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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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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그러니까, 끝은 아니구나, 나는 생각했다.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책을 읽으며 제목의 의미를 깨닫고 깜짝 놀랐다. 그 해방의 의미가 정말 이념적인 의미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버지의 해방은 바로 죽음이었다. 평생을 소위 빨치산, 사회주의자로 살았던 아버지의 해방은 이념적으로 자유를 누린 때가 아닌 죽음이었다니...! 전봇대에 부딪쳐 병원으로 옮긴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딸인 고아리는 고향 구례의 반내골로 향한다. 뭐 하나 낯설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가운데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들이 등장한다. 동네 장례식장의 황 사장을 비롯하여, 아버지의 동창이자 삼오 시계방 사장인 박한우 선생, 아리의 동창이지만 아버지와 더 이념적으로 친구같이 지냈던 학수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10살 되던 해 감옥에 가게 된 아버지는 6년의 옥고를 치르고 풀려난다. 그 사이 아리는 부쩍 성장했고, 아버지와의 거리감은 아버지가 사망하는 날까지 좁혀지지 않았다. 이념적 동기인 어머니와의 결혼. 그리고 고문으로 성 불구자가 된 아버지가 한약을 먹고 기적적으로 낳게 된 고아리. 그리고 장례식이 진행되면서 밝혀진 아버지의 전처와 어머니의 전 남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사회주의자였지만, 노동과는 평생 친하지 않았던 아버지는 문자로 농사를 짓는 사람이었다. 책에서 하라는 대로 파종을 하고, 김을 맸기에 매번 농사를 망치고 말았다. 작은 논 조금 메고 힘이 들어 주저앉아 소주 한 병을 먹고 쉴 정도로 아버지였으니 말이다. 그나마 엄마 덕분에 입에 풀칠은 하고 살았긴 하지만 말이다. 늘 인민을 위하고, 바른 소리 하기만 했던 아버지는 작은아버지와 평생 척을 지고 살았다. 그리고 작은아버지가 빨갱이라는 이유 때문에 육사에 떨어진 큰 오빠의 사연을 비롯하여 할아버지의 사망, 아버지와 연관되어 있던 친척들 간의 소소한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드러난다. 처음에는 아버지에 대해 좋지 않게 여겼던 아리는 조문을 위해 오는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씩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찾는다. 가장 어린 친구라 할 수 있는 10대의 아이는 아버지와 담배 친구 사이였다. 학교 담벼락에서 담배를 피우다 아버지를 알게 된 아이는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했었다. 그런 아이의 마음을 읽고 그와 종종 담배를 주고받았던 아버지. 몇 달 후 검정고시에 합격하면 소주를 사주겠다는 약속을 안 지키고 세상을 떠났다는 말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아이를 통해 아리는 또 다른 아버지의 모습을 마주한다.



"민족이고 사상기고, 인심만 안 잃으먼 난세에도 목심은 부지허는 것이여."



이념은 반대라도 같은 마을 사람들이기에 서로 돕고 살았던 그네들의 이야기는 책을 통해 잔잔하게 풀어진다. 남의 일이라도,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더라도 앞장서서 도와줬던 아버지인지라 그의 마지막을 지키기 위한 발걸음은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올 것 같지 않았던 작은아버지의 등장은 그동안 쌓였던 형제간의 반목이 눈 녹듯 사라지는 뭉클한 장면이었다.



여전히 이념으로 갈린 이 나라. 홍범도 장군의 일만 보더라도 여전히 우리는 전쟁 중인 나라가 맞다. 책을 읽고 나니 무엇이 맞느냐고 묻는다면 글쎄...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 속에 등장한 아버지 고상욱의 삶은 옹호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이 따뜻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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