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9 - 3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9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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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문중 재산을 빼앗은 조준구를 반드시 무너뜨리겠다는 서희는 둘 다 ‘욕망의 화신’이었습니다. 복수를 위해 악착같이 재산을 모으면서도 평사리 사람들과 함께 살아갔습니다. 결국 두 아들과 함께 진주 집에 자리를 잡고 조준구에의 복수를 마무리를 하게 됩니다. 조준구에게서 평사리의 집문서를 인계 받음으로써 빼앗겼던 최 씨 집안의 모든 재산을 되찾아 가문의 재건이라는 자신의 사명을 다합니다. 그 이후의 서희의 생활은 복수와 재건의 과정에서 뿌려놓은 씨에 대한 뒤처리로 일관됩니다. 다시 말하면, 두 아들 환국과 운국의 양육과 기화가 되어 비극적인 삶을 사는 봉순이와 그의 딸의 생계를 보장해준다든가, 용이의 말년을 뒷받침 해준다든가, 남편 길상이의 옥바라지를 하는 등 모두 서희 자신의 가족사 성취 과정에서 맺었던 인연에 대해서 스스로 보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복수 후 허무에 부딪친 서희의 삶과 동학 잔당의 세력을 규합하여 독립운동을 벌이려던 김환이 일제의 고문 끝에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묘사됩니다. 서희가 빼앗긴 재산을 찾고 또 자신이 받았던 수모를 조준구에게 돌려주고 난 다음에도 '여한과 울분을 풀길 없는 밤'을 보내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삶의 목표가 정복된 다음에 오는 삶의 허무를 의미합니다.

서희의 복수가 성공한 이후에, 이야기전개가 다소 힘이 빠진 듯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서희의 이후의 행보는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줄거리>

이 부사댁 억쇠는 상현을 찾아 나서며 거지꼴이 되었다. 하동에서는 상현이 만세 때 주모자로 붙잡혀갔다느니, 죽었다느니 하는 소분이 분분해 불길한 생각 끝에 억쇠를 올려보낸 것이다. 그러나 상현은 허약한 지식인이 되어 서울 한 켠에서 술만 들이키고 있다. 임 역관이 만세 때 대구에서 사살되었고, 임명빈이 형무소에 갇힌 걸 안 서희는 억쇠 편으로 거금을 보냈다. 상현이 무사함을 본 억쇠는 하동으로 내려가고 상현은 무거운 걸음으로 임 역관댁엘 간다. 마침 명빈의 처가 아들을 낳았다. 대문 밖에서 명희를 만난 상현은 돈을 전달한다.

전윤경과 함께 전주로 내려 온 상현은 봉순을 찾아 기거하게 된다. 세상에 외로움을 느낀 두 남녀는 오누이 같기도 하고 친구 같은 감정을 느끼지만 외로움에 지쳐 하나가 된다.

만세 사건 때 잡혀 갔던 영팔의 두 아들이 나왔다. 둘째 아들 제술의 혼사날이 잡혀 영팔의 집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석이는 주모자라 하여 아직 감옥에서 나오지 못해 석이네의 애를 태운다. 봉기는 조준구와 평사리 소식을 전해준다.

홍이는 마음을 잡지 못해 근태네 집에 간다. 만주에서 나올 때 총명하고 사려 깊던 소년은 나날이 황폐해져 가고 있다. 기다리던 삼석이와 남수가 숨을 헐떡이며 들어오는데 길거리에서 마주 친 관수와 낯선 사람을 순경들이 뒤쫓더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들은 관수가 거물 임을 짐작한다.

관수는 용이에게 주라며 약재와 오골계 한 마리를 놓고 간다. 임이네는 남몰래 오골계 진국을 마시고 입가심을 하는데그 모습을 본 홍이는 오골계 솥을 내던지고 임이네와 한바탕난투극을 벌이다 뛰쳐나온다. 야학당 앞에서 장이를 끌고온홍이는 외로운 마음에 거칠게 장이를 유린한다. 별빛이 쏟아지는 풀숲에서 홍이는 장이에게 어디로든 떠나자고한다.

만세 때 잡혀가 감옥에서 여덟 달을 보내고 나온 짝쇠를 강쇠가 마중나가 맞이 한다. 짝쇠는 어딘지 좀 모자라는 듯 하지만 마음은 어진, 강쇠의 이종사촌 동생이다. 둘이 영산댁 주막에 도착하는데 영산댁이 사람 하나 구하자고 다급히 부른다. 병수가 물에 빠졌는지 언 몸으로 쓰러져 있기 때문이다.병수의 난감함을 보고 기분이 착찹한 두 사람은 발걸음을 재촉해 윤도집의 집으로 향한다.

관수는 대문도 울타리도 없는 한복이 집을 찾아간다. 옛날하고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함안댁이 목 맨 살구나무가 뽑혀져 없어졌을 뿐, 초라하기는 마찬가지다. 그새 한복은 처자식을 두었다. 장터를 돌던 거지 여자아이를 서서방이 데리고 왔고,동네 사람들이 목욕시켜 물 한 그릇 떠놓고 올린 혼례다. 한복의 처는 온순하고 부지런했다. 관수는 한복에게 만주에 있는 거복의 얘기를 하며 군자금을 옮겨 줄 것을 청한다.여태껏 부모의 일로 세상 일에는 고개 돌리지 않고 살려고 했던 한복은 그 일을 맡는다.

육손의 딸 언년이를 홍씨가 서울로 데려간 것은 언년이가 어렸을 때 일이다. 언년은 홍씨 밑에서 갖은 구박과 고통을 당하던 차에 석이를 만나 평사리에 내려와 있다. 처음 언년이를 뺏기고 몇 년 간을 반 넋이 나간 사람처럼 지냈던 육손은 서울 말씨가 배인 다 큰 언년이가 영 낯설어 딸 같지가 않다.언년 역시 몇 해를 그리워하던 아비였으니 낯설긴 마찬가지다. 그럭저럭 평사리 황폐한 집에 동화되어 가려던 차에 조준구가 나타나 집을 매매하려하고 뒤이어 홍씨까지 나타난다.언년을 본 홍씨는 그 옛날 삼월을 모질게 다루듯 언년을 호되게 때리는데 반 정신이 나간 육손이가 몽둥이를 들고 휘두르니 조준구와 홍씨는 혼비백산하여 그집을 나온다.

진주에 나타난 조준구는 맨 처음 집을 흥정 붙이려던 장 서방을 찾아가나 장 서방은 본인과 거래하겠다는 서희의 말만 전한다. 점심대신 술을 한 잔한 조준구는 말끔한 차림새로 마침내 서희의 집 앞에서 섰다. 서희는 조준구를 사랑에 오래 기다리게 두고, 조준구는 자신이 함정에 빠지지나 않았나 두려워한다. 마침내 서희가 나타났을 때 조준구는 지난 일을 사과하지만 서희의 표정은 무심하다. 서희가 매매가를 묻자 조준구는 오천 원을 제시한다. 미리 준비한 보자기에서 절반을 갈라 놓을 때 조준구는 자신이 제시한 금액에 후회를 한다. 서희가 마지막으로 돈을 가져가든가 양심을 가져가라고 하자조준구는 허둥대며 돈에 손을 뻗는다. 서희는 회심의 미소를짓다가 마침내 커다란 웃음소리를 낸다.

서희에게 오천 원을 받아 간수한 조준구는 고급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데 마침 관수와 석이가 들어온다. 조준구는 서울에서 심부름꾼하던 석이가 정한조의 아들이었음을 알고 파랗게 질린다. 관수는 석이가 일을 저지를까 애가 탄다. 석이가조준구를 후려치는데 술 손님 중에 관수가 백정의 사위임을알아보고 문제 삼는다. 일이 크게 벌어질 것을 염려한 관수는 곧장 서희에게 뛰어간다. 조준구에게 오천 원을 주고 평사리집을 산 서희는 울었던지 눈이 부어있다. 서희는 장연학을 불러 귀뜸한다. 주점에는 얼굴이 부어터진 조준구 옆에서 사람들이 석이와 관수를 성토하고 있다. 연학은 조준구가 서희로부터 오천 원을 강탈한 강도라 하며 조준구를 진주에서 몰아낸다. 사람들은 오천 원이란 금액에 놀라고 달아나는 조준구를 보며 연학의 말을 믿는다.

관수와 석이는 울분을 삭이며 밤길을 걷고 있다. 관수는 석이에게 조준구는 이제 잊어버리고 올바른 길을 위하여 몸을 바치자고 한다. 백정의 사위로 살아야하는 관수의 슬픔도 이제더이상 슬픔이 아니다. 하고많은 일 중에 이런 길로 들어선 것이 좋고, 살아 있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하는 관수. 상민들과 예배당도 다닐 수 없었던 장인의 설움을 자식들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은 바람이 그를 더욱 일에 내몰고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관수와 헤어져 집에오니 석이네가 근심스레 마루에 앉았다 일어선다. 물지게꾼 석이가정 선생이된 것이 꿈인냥 행복하건만 수시로 경찰서를 의식해야하니노모의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석의 나이 스물 일곱. 석이네는 양을례와 혼인하라고 권해보지만 말 없이 제 방에 들어온 석이는 어둠 속에 떠오르는 봉순의 모습에 몸을 뒤챈다. 봉순은 석이에게 있어 지친 그를 쉬어갈 수 있게 해준 나무 그늘이었다.

봄이 오고 있다. 서희는 사랑 마루에 앉아 겨우내 견뎠던 번데기가 나비로 날아오르는 격정을 생각한다. 조준구와의 싸움이 끝난 지금 그는 한없이 허탈해하고 있으며 그것은 간도에 남아 있는 길장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며칠전 간도에서 사람이 왔을 때 서희는 십 년전 이동진에게 한 것처럼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아직은 친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혜관은 서희를 찾아와 군자금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하고 아이들은 혜관을 스스럼 없이 반긴다.

열 다섯에 시집을 가니 이제 손자까지 본 서른 여섯의 중년이 된 선이가 모처럼 독골로 친정 나들이를 왔다. 두만네를 닮아 너그러운 선이는 시댁도 부유해서 근동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두만네와 햇살 좋은 마루에 앉은 선이는 친구이자 올케인 기성네 편역을 들며 서울댁과 읍내에 사는 두만이를 욕한다. 선이는 작은 집 시동생인 연학에게 옷을 전해줘야 한다며 기성네를 데리고 읍내에 갈 작정이다. 울고 갈 친정도 없는 기성네가 기도 펴지 못하고 일만 하는 것이 가여워 옷도 한 벌 사주고 서울댁이 하는 비빔밥 집에 가서 본댁 시늉이라도 내어보라는 배려에서다.

오랜만에 시누 올케가 읍내 나들이 길에 나섰다. 햇볕에 그을린 기성네 얼굴은 분단장을 마다해서 검었고, 작은 키는 보는 사람을 힘들게 하지만 선이는 아이를 업어도 부잣집 안사람 티가 났다. 읍내 도착해서 기성 애비에게 간다는 말을 들은 기성네는 기겁을 하고 겨우 선이의 호통에 가게까지 가기는하나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 담벼락에 몸을 붙인다. 선이가 가게에 들어가자 두만이 반긴다. 그러나 제 처와 함께 왔다는 말을 듣자 길길이 날뛴다. 선이는 두만의가게를 나와 연학에게 간다. 연학은 큰 집 형수인 선이와 흉허물 없이 지낸다. 세 사람은 용이에게 가본다. 용이는 지팡이에 의지해 간신히 지내고 있다. 용이와 세 사람이 서로 반가워하며 안부를 묻고 있을 때 임이네가 들어와 못마땅해한다. 용이를 찾아오는 사람을 적대시하는 것이 한층 심해진 임이네다.

홍이는 저물어 석이네를 찾아간다. 외로웠던 홍이는 위로 받고 싶은 마음에 텅 빈 방에서 석이를 기다리며 간도 생활을 떠올린다. 헌신적인 모성애를 보여 준 월선에 대한 그리움과 앓아 누운 아버지. 그리고 야차 같은 어머니 임이네 사이에서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이 암담하기만 하다. 이런 홍이의 괴로움을 들은 석이는 용이를 평사리로 옮길 궁리를 한다.

하룻밤 자고 가려고 들렀던 주막집 주인의 눈빛이 심상찮다. 환이와 강쇠는 밤 늦도록 술잔을 비운다. 그새 장가를 간 강쇠는 술도 배워서 어지간히 환이와 동무가 된다. 환이는 러시아 정세를 들어 앞으로 농민보다 도시 공장 근로자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말을 하며 자객이 들거란 귀뜸을 하곤 잠이 든다. 강쇠는 자객을 기다리며 잠들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가 수마에 빠진다. 꿈속에서 인이 마누라가 던지는 돌팔매를 맞다 놀라 눈을 뜨는데 벌써 환이가 주막집 주인의 목을 누르고 있고 방에는 비수 한 자루가 떨어져 있다. 지삼만의 수하인 것을 안 환이는 그저 웃으며 새벽 술을 청해 마시고 그 주막을 떠난다.

굴 속에서 지삼만과 강쇠가 싸움을 벌이고 있다. 모닥불이 타고 있는 둘레에 앉은 장정들은 그저 보고만 있다. 패를 나눠 싸운다면 남는 것은 그마나 지탱해 온 동학의 패가 붕괴되는 것뿌닌줄 다 알기 때문이다. 왜놈과 붙어 김환과 혜관을 곤경에 처하게 한 행위를 두고 지삼만은 증거를 대라고 소리 치고 강쇠는 힘으로 누른다. 싸움은 윤도집의 일갈로 가라앉고 환이는 조용히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한다. 환이와 윤도집의 골은 메워지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용이가 평사리 최 참판댁으로 거처를 옮긴다. 조준구 며느리와 아들 둘의 거처가 병수의 처가로 옮겨지자 용이는 연학과 홍이와 함께 평사리로 돌아온 것이다. 이튿날 산소를 찾은 용이는 홍이에게 넓은 세상으로 나가라고 권한다.

허름한 품팔이 차림으로 용정에 온 한복은 용이가 적어준 약도를 들고 공 노인댁으로 찾아간다. 관수는 만주로 보내는 한복에게도 환이와 혜관 스님은 뒤로 빼고 용이에게 길을 물으라 했다. 공 노인은 한복이 전해 준 군자금을 받고는 열흘 뒤에 길상과 한복을 대면시킨다. 길상을 만난 한복은 공 노인의 의심이 서러웠다며 반가워한다. 길상은 만주의 넓은 들판에 단련된 듯 단단하고 깊이 있어 보였으나 한복에게는 다정한 형님이었다. 두 사람은 거복이를 만나기에 앞서 훈춘으로 간다.

훈춘에서 장인걸을 비롯한 거물들이 한복을 환대하며 주연을 베풀어준다. 한복은 분에 넘친 환대가 그의 형 두수로부터 비롯됐음을 깨닫고 관수와 길상을 원망한다. 길상은 한복에게 위축된 마음을 떨쳐버리라 말하고 아버지의 망령에서 벗어나 그 자신의 인생을 살라고 충고한다.

하얼빈에서 4년동안이나 사람을 시켜 금녀를 잡으려던 김두수의 집념이 이루어졌다. 양차생의 지하실에 금녀를 잡아 가둔 후 김두수는 마음이 안정되지 못함을 느낀다. 금녀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 욕심과 금녀 배후를 캐보겠다는 두 가지 모두 이룰 수 없음을 어렴풋이 느낀 것이다. 김두수는 연거푸 술을 마시고 양치생이 자신에게 공손하지 않다는 구실로 그의 아내를 겁탈한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양차생은 김두수가 이끄는 대로 금녀가 잡혀있는 자하실 문을 열지만 금녀는 벽에 머리를 부딪고 죽어있다.

공 노인의 객주집에서 두수의 연락을 기다리던 한복은 주갑을 만나 어울리게 된다. 한복이 고향으로 돌아갈 때 주갑과 동행하기로 약속하고, 한복은 찾아 온 최 서기와 함께 두수를 만나기 위해 최서기의 집으로 향한다. 금녀의 죽음으로 심사가 불편했던 김두수는 최서기가 한복을 객주집에 묵게 했다고 노발대발 난리를 친 것이다. 그리움으로 가득한 형제는 울음으로 서로를 격하게 끌어 안는다.

명빈이 형무소에서 출옥한 지 보름. 어머니 유씨는 남편의 죽음을 아들의 출옥 후에나 느꼈는지 자리에 누워있다. 아내 백씨가 약을 달여 명희에게 들여준다. 약을 가져 온 명희에게 명빈은 벼르던 이야기를 시작한다. 중인의 집에서 귀여움을 받으며 동경 유학까지 마치고 온 명희는 스물 다섯살의 노처녀다. 교직이 있어 결혼에 크게 마음을 두지 않는 누이에게 명빈은 상현을 마음에 두지 말고 그저 평범하게 결혼해서 살라고 한다. 남보다 뛰어났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막상 오라비로부터 그저 그러한 여자들처럼 결혼이나 하라는 지적을 받은 명희는 속이 상해 선혜를 찾아 볼 작정을 한다.

<밑줄긋기>

4장 앞으로 그런 일은 자꾸자꾸 생길 기거든. 우리가 모리고 있는 일도 많을 기라

4장 아무리 세상이 넓어도 근본은 못 속이는 법이라

6장 별고야 있다면은 있고 없다면은 없는 것일 거여. 사람 사는 것이란 노상 그런 거 아니란가?

7장 살아 있는 기이 죽은 것보다 못할 경우도 있긴 있제 하기야

15장 모든 것은 거짓이요 진실 아닌 것만 같다. 죽음도 삶도 비참한 건데, 비참하고 말고

16장 물이란 많으면 골짜기를 채우지만 적을 때는 깊은 곳에서만 넘쳐흐른다

17장 고생이란 혼자 짊어지는 한탄일 뿐이지 일이란 결과에서만이 나타나는 거 아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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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8 - 2부 4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8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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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권은 서희 일행이 길상을 남겨둔채 평사리로 돌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용정에서의 이야기는 조국을 등진 사람들의 애환과 독립운동가들의 민중에 대한 이상과 같은 무거운 주제을 다루었습니다.

한 권 한 권 읽어갈 수록 박경리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루에 1장을 쓰느라 허덕이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토지를 써 내려 갔는지, 그 원동력은 무엇인지 정말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시대에 담겨있는 시대상은 물론, 미시적인 디테일함을 배우고 싶어집니다.

또, 등장하는 어느 인물이든지 각각의 삶 속에서는 ‘조연’이 아니라 ‘주연’이자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토지’가 주는 감동은 “가장 무력한 상황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삶을 찾아나간 사람들”에 있을 것입니다. 한치 앞 안 보이는 순간에도 한 발 한 발 내디딘 그들의 삶을 놓고, 우리는 감히 그들의 삶을 재단할 수 없을 것입니다.


<줄거리>

공 노인은 하동으로 내려와 이 부사댁을 찾는다. 형편상 인삼 장수라 칭하고 억쇠에게 월선의 소식을 묻는 척하니 억쇠는 반가워하며 이상현의 처가 태기가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나릿선을 타고 평사리로 들어가니 마을은 조용하기만 하다. 공 노인은 영산댁이 가져다준 술잔만 비운다.

혜관은 윤도집의 집에서 자신이 간도와 연해주 등지에서 보고 들을 것을 밑천 삼아 윤도집과 환이의 거리를 좁히려 애쓴다. 하지만 윤도집은 수그려들지 않고 오히려 환이의 메마른 열정을 근심한다. 혜관은 공 노인을 운봉 노인에게 데려다 준 뒤 휑하니 가버린다.

공 노인은 영산댁에게 환이에 대한 소문을 듣는다. 그가 김개주의 아들이라는 것과 최 참판댁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공 노인은 환이가 영웅의 아들임을 인정한다. 환이는 일이 끝나는 대로 회령으로 가는 공 노인과 동행하려 하고 함께 조준구의 집을 찾는다.

길상은 서희와 환국, 윤국 두 아들이 자신에게 있어 문어발이 되어 옥죄고 있다고 느낀다. 서희는 돌아갈 날만 손꼽고 있으나 길상에겐 의미없는 일이다. 권필응이 길상의 집에 묵고 있지만 길상은 어수선한 마음을 달랠 길 없다. 자유롭고 싶으나 서희와 두 아들이 사랑스럽지 않은 것도 아니다.

정호네가 연추로 이사간 후 두메는 용정에서 하숙을 하고 있다. 강 포수는 두메 학자금을 송장환에게 맡긴 후 산에서 죽는다. 오발사고라 하지만 미심쩍은 죽음이다. 열여덟의 두메는 어쩐지 쓸쓸한 마음이 들어 홍이를 찾아간다. 두메와 홍이는 강가에 나와 앉았는데 홍이가 서럽게 운다. 월선이 죽을 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사춘기인 이들은 모든 것에 예민해져있다.

서희 일가가 조선으로 돌아간다는 소문이 무성할 즈음, 권 서방은 서희가 내놓을 땅을 맡아 처분하고 싶어서 공 노인을 찾으나 공 노인은 조선에 나가고 없다. 늦장가에 자식들은 자꾸 생겨 권 서방의 앞날도 어둡기만 하다. 이 년 전 용정을 떠난 홍 서방도 별 수없이 돌아와 일을 찾고 있는 처지다. 박 서방도 손바닥만한 구둣방에서 하루 종일 일하지만 앞날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몇 년만에 나타난 송애의 차림은 여염집 아낙 같지 않게 번쩍인다.

송애는 서희가 타고 가는 인력거 앞에서 트집을 잡다가 서희에게 면박을 당하고 물러선다. 영사관 안채에서 일본인들과 다과회를 즐기고 있는 서희는 도무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능수능란한 것이 그 옛날 윤씨 부인을 닮은 듯하다. 집에 돌아온 서희는 길상이 하얼빈에 간다는 이야기에 긴장하지만 자신의 계획에 차질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얼빈에서 송장환을 만난 길상은 서희와 함께 고향에 가진 않을 거라고 말한다. 송장환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지만 막상 길상의 입에서 직접 그 말을 듣고나니 기뻐서 어쩔줄 모른다. 길상은 옥이네를 만나 회령에서의 일을 사과한다. 옥이네는 미국인 목사의 집에서 옥이와 함께 살고 있었다.

회령 여관에 있던 공 노인은 그곳의 순사부장으로 있는 김두수의 부름을 받고 그의 집으로 가 술잔을 나눈다. 집에는 네살 된 아들과 하녀가 있다. 김두수는 공 노인의 조선 출입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대화를 나누다 결국욕설을 하며 다투고 만다. 일이 거진 끝난 마당이어서 그런지 공 노인은 한결 늙은 듯하다. 서희는 공 노인을 치하하고, 월선의 병은 깊어만 간다.

추수가 끝난 들판에서 용이는 가을걷이를 하고 있다. 월선이 아파 누운 것을 알면서도 벌목장으로 떠나는 용이의 마음을 영팔은 이해할 수 없다. 눈이 내리는 벌목장 오두막에서 일꾼들이 고단함을 나누고 있을 때 뜻밖에도 홍이가 찾아온다. 의아해하는 영팔에게 홍이는 월선이 죽어간다는 말을 전하나 용이는 벌목장 일이 끝나면 내려간다 하고, 영팔이가 홍이와 함께 용정으로 떠난다.

벌목장 일을 마치고 용정으로 돌아 온 용이를 월선은 기쁘게 맞이한다. 여한이 없음을 확인한 용이와 월선.

월선은 이틀을 더 살다 용의 품에서 죽는다. 예정된 죽음이라 장례는 차질없이 치루어지는데 서희가 찾아와 문상을 하며 눈물을 흘리니 모두 놀란다. 뒤늦게 달려온 임이네가 헛울음을 운다.

장례가 끝난 후 사흘동안 용이는 잠만 잔다. 임이네는 월선의 재산을 제것으로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나 손에 넣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월선이 길상에게 맡긴 돈과 집은 모두 좋은 일에 쓰라는 용의 고집을 이길 수가 없어 임이네는 자리에 눕고 만다.

용의 가족과 영팔의 가족은 그리던 고향으로 떠난다. 공 노인의 객주집으로 환이가 찾아온다. 환의 정체를 안 길상은 경악한다. 둘은 사흘 내리 술을 마시고 강가에서 헤맨다.

길상은 김환에게 인사하라며 서희를 부른다. 서희는 윤씨 부인의 친정 조카뻘이 된다는 길상의 말에 얼떨결에 인사를 하지만 떠오른 의문이 지워지지 않는다. 서희가 보기엔 그 옛날의 하인 구천인 것이다. 그러나 그 구천의 얼굴이 윤씨 부인과 닮았다는 것 또한 풀 수 없는 수수께끼다.

길상은 환과 하얼빈에 착하는동안 내내 즐겁기만 하다. 하얼빈 역에서 김두수를 만난 이들은 조심하기로 한다. 김환은 송장환을 만나 담소하고 손님을 위해 금녀가 시장엘 가는데 김두수가 쫓는 걸 눈치 챈다. 금녀는 김두수를 유인하여 총을 쏘고, 김두수는 쓰러진다.

금녀를 기어이 제 아이의 어미로 만들려고 하는 김두수. 그러나 그 금녀에게 총을 맞고 병실에 누운 김두수는 외로움에 짐승 같은 울음을 토한다. 다리를 스친 가벼운 총상으로 일찍 퇴원한 김두수는 용정의 최 서기로부터 서희가 고향으로 돌아 갈 것이란 말을 듣는다.

길상과 환이는 훈춘에 도착해 추 서방 집에 가서 하룻밤을 보낸다. 환은 왠지 의기소침해있다. 권필응과 장인걸을 만난 일행은 연추로 이동하고, 연추에서 이동진을 만난다. 이동진은 김환에게 깊은 분노를 느끼나 이미 자신의 분노가 아무 쓸모없다는 것을 깨닫고 오열한다. 권필응과 김환이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어간다.

길상은 봄에 하얼빈을 다녀온 뒤 서희에게 김환에 대한 얘기를 한다. 길상이 다시 하얼빈으로 떠나자 용정에서는 길상이 옥이네를 못잊어 떠났다는 풍문이 돈다. 서희는 공 노인에게 지난 수고를 치하한 뒤 마음을 잡아 용정을 떠난다.

<밑줄긋기>

16장 안 살 사람도 사게 하는 것이 장사아니오

5편 1장 사람이 미치듯이 역사라는 것도 때론 미치니까. 예측할 수 없는 일이란 얼마든지 있는 거구

7장 어쨌거나 시간은 간다. 인간사의 격동이 무슨 상관일까

8장 으레 길흉사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의 감정이란 확대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좋은 것은 더욱더 좋게, 나쁜 것은 더욱더 나쁘게, 슬픔이나 기쁨도 표준을 잃기 쉽다

12장 절반의 운이라도 운은 운이야

13장 세상엔 제 가족이 없는 사람이 젤 불쌍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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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을 때 그(그녀)의 전화가 올까 봐 그가 알고 있는 일정에 한해서, 일에 관계된 어쩔 수 없는 용건을 제외하고는 가능한 한 외출하지 않은 적이 있으신가요? 행여 전화 벨 소리를 못 들을까 봐 진공 청소기나 헤어 드라이어를 사용하는 일조차 하지 않은 적이 있나요?


p11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주거나 내 집에 와주기를 바라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이런 경험은 한번쯤은 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 소설은 1980년대 후반 매력적인 기혼 남성과의 2년 간의 연애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소설의 1인칭 서술자인 여자 주인공은 그를 사랑합니다. 언제나 그를 생각하고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무슨 일을 하건 그 남자만을 생각하고 대화에서도 그와 관계된 화제에만 흥미를 보일 정도입니다. 그는 유부남이어서 어쩌다가만 만날 수 있었고 그나마 몇 시간만 같이 있었지만 주인공은 세심하게 준비하며 그 순간을 기다립니다.


p33 때로, 그 사람이 내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건 아닐까 자문해보기도 했다. 나는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듯이 태연히 잠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하고 웃는 그 사람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한시도 그 사람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와의 차이 때문에 너무나 불안해졌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그와 함께 있을 때는 행복했지만 떠나고 나면 다시 불안해졌고 그와의 만남을 준비하면서만 불안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에게 일상적인 일들은 모두 무의미해졌고 아들들도 방해가 될 뿐이었습니다. 그와 만나면서 예술 취향도 달라지고 만남을 기원하며 선행을 하는 등 그는 주인공의 삶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의 실수나 그와 함께 있다 타버린 카펫 같은 것까지 아름답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p47 내가 그 사람을 떠올리는 행위와 환각 사이에,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나의 기억과 광기 사이에는 차이점이 전혀 없는 듯했다

주인공 여자는 그 남자 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어떻게든 그녀에게 그를 상기시키거나 그와 공통점이 있지 않는 한 다른 어떤 것 또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온종일 전화기 옆에 앉아 그의 전화를 기다립니다. 그녀는 남자에게 완전히 의존하고 있으며 다른 것들은 그들의 만남 외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약점, 그녀의 의존, 그녀의 욕망, 그녀의 집착. 마약 중독자의 이야기를 읽는 것과 같습니다. 그녀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녀는 때때로 그가 같은 감정을 느끼는지 궁금해하지만 그녀는 전혀 모릅니다.


p31 그 사람의 질투는 나에 대한 사랑의 유일한 증거라는 생각에, 나는 그 사람이 하는 말 중에서 질투의 증거로 생각되는 것은 탐욕스럽게 기억해두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크리스마스 휴가에 여행 떠날 거야?"라는 그 사람의 물음이 그저 흔한 일상적인 물음일 뿐이지 내가 누구와 스키를 타러 갈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우회적으로 하는 질문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언제 전화가 올지 몰라서 전화를 기다리는 불안함을 포착합니다. 그리고 그가 떠난 후 그녀가 경험하는 압도적인 피로감, 곧 부재의 고통이 뒤따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기분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즉 연인의 부재와 존재의 구분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p59 그런데도 나는 그 사람을 끊임없이 기다리고 갈망했던 지난해 봄 그 사람을 떠날 수 없었던 것처럼, 지금도 여전히 그 사람에게서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나는 알고 있다. 글에는 자신이 남겨놓고자 하는 것만 남는 법이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다른 사람에게 읽힐지도 모른다는 고통을 연장시키는 것과 같다. 하지만, 내가 글을 써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한, 그런 건 개의치 않는다

6개월 정도 지난 후, 주인공은 그가 다시 나타났을 때 그와 같은 방식으로 그의 사귐을 즐길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됩니다. 사실, 그녀는 그가 결국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순간의 쾌락은 미래의 고통으로 물들게 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프랑스를 떠나 고국으로 돌아갑니다.


p74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같은 것을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사치가 아닐까

이 책은 삶, 사랑, 그리움, 기다림, 이별의 고뇌에 대한 화자의 생각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불륜을 해본 사람이나 심지어 사랑에 ​​빠진 적이 있는 사람에게도 깊이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모든 페이지에 아름다운 문장이 있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읽었지만 아주 천천히 읽었고 아름다운 문장들에 여운이 남았습니다.

책 제목 그대로 ‘단순한 열정’ 그 자체를 보여줍니다. 솔직하게 내면의 심리와 감정, 생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주인공이 남자와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습니다. 사랑에 빠져드는 과정은 설명하지 않았지만, 사랑에 빠진 상태에 대해서는 아주 사실적으로 나열해 놓았습니다.

사실 줄거리 자체는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절대로 불륜을 미화하지는 않습니다. 소설의 끝 부분 역자 후기에서 이 이야기가 사실이었고, 이 소설이 발표될 당시 상당히 논란을 일으켰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 저자는 이 이야기를 책으로 왜 썼을까요?

육체적인 쾌락만을 위한 만남에 느껴지는 것이 논란거리가 된 것일 뿐이지, 그녀가 느낀 감정은 지극히 평범하고 아주 ‘단순한 열정’ 이었을 뿐이었습니다.

 가끔은 기다림이 집착이 되고 그 집착이 상처가 되는 관계를 보게 됩니다. 정말 사랑하는 관계라면 상처가 없는 관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정말 사랑한 것일까요? 정말 사랑했다면 그 사람의 빈자리가 아름답고 지나간 순간만으로도 가슴 벅찬 따뜻함을 느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약속시간을 알려올 그 사람의 전화 외에 다른 미래란 내게 없었다. 내가 없을 때 그의 전화가 올까봐 그가 알고 있는 일정에 한해서, 일에 관계된 어쩔 수 없는 용건을 제외하고는 가능한 한 외출을 하지 않았다. 행여 전화벨 소리를 못 들을까 진공청소기나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는 일조차 피했다.
- P13

그 사람과 사귀는 동안에는 클래식 음악을 한 번도 듣지 않았다. 오히려 대중가요가 훨씬 마음에 들었다. 예전 같으면 관심도 갖지 않았을 감상적인 곡조와 가사가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 P23

어느덧 4월이다. 이제는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곧바로 A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한다거나 영화를 본다거나 외식을 하는 등 ‘일상의 작은 기쁨‘을 누려보겠다는 생각에도 거부감을 덜 느끼게 되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열정의 시간을 살고 있다. (잠에서 깨어나도 더이상 A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공언하게 될 언젠가에 비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예전처럼 그렇게 내 일상을 집요하게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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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털리스트 -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
조나 버거 지음, 김원호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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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삶과 비즈니스의 기본입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행동을 바꾸려고 했지만 완전히 실패한 적이 있습니까? 완고한 고객이 주문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사장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구식 기술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실패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풍부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명백히 잘못된 생각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가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누군가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보기 어렵게 만드는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p20 누군가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면 촉매처럼 행동하라. 변화를 가로막는 벽을 낮추고 장애물을 치우는 식으로 행동해야 한다

이 책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고집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고수하는지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감정, 사회적 압력 및 기타 요인이 우리의 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면서 설득의 심리학을 탐구합니다. 마지막으로, 친구나 동료에게 우리의 방식대로 보도록 설득하거나 대규모 그룹이 새로운 정책을 채택하도록 설득하는 등 마음을 바꾸기 위한 실용적인 팁을 제공합니다.

p56 리액턴스 효과를 줄이려면 촉매를 통해 행위자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게 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거나 완전히 손을 떼는 게 아니라 중간 지대를 찾아야 한다.

1. 리액턴스 효과: 사람들은 타인의 설득에 저항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고 느낄 때 변화에 저항하는 경향입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느낄 때 우리가 하고 싶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그 반대로 반응합니다. 사람들은 설득에 반대하는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설득하도록 격려함으로써 그것을 극복해야 합니다.


p134 새로운 것이 더 좋다고만 강조해서는 사람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어렵다. 사람들 스스로가 기존의 것을 그만두게 해야 한다. 사람들이 소유 효과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2. 소유효과: 사람들은 전부터 해오던 방식을 고수한다.

우리가 이미 소유하고 있는 어떤 것을 더 가치 있게 여긴다는 생각입니다. 이것이 사람들이 자신이 정말로 원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가진 것을 포기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채택하도록 설득하려는 것을 이미 가지고 있거나 친숙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p192 큰 변화를 한 번에 요구하지 말고, 상대방이 받아들일 만한 수준부터 조금씩 진행하라

3. 거리감: 사람들은 수용 범위 밖의 정보를 거부한다.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든 가까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생각을 바꿀 가능성이 더 높다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사람들이 채택하도록 설득하려는 것을 더 가깝게 보이게 만드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그들은 그것을 고려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p225 '시험 사용 가능성'은 불확실성을 줄이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새로운 것을 직접 경험하고 평가하면 이에 좀더 쉽게 접근하게 된다.

4. 불확실성: 사람들은 불확실한 상황을 접하면 일시정지한다.

우리가 그것에 대해 확신을 느끼면 그것에 대해 생각을 바꿀 가능성이 더 높다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사람들이 채택하도록 설득하려는 것을 확실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그들은 그것을 고려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무료 평가판 및 사례 연구는 여기에서 유용합니다.


p274 더 많은 정보와 더 많은 구조적 요소, 혹은 더 많은 확신이 필요하다. 사람들을 변화시킬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

5. 보강 증거: 사람들은 더 많은 증거를 원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는 증거가 있는 경우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 생각을 바꿀 가능성이 더 높다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사람들이 채택하도록 설득하려는 것에 대한 증거를 제공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그들은 그것을 믿게 될 것입니다. 제품 또는 서비스의 동료 사용에 대한 리뷰, 평가 및 시연과 같은 사회적 증거가 여기에 적합할 수 있습니다


관성의 힘과 변화에 대한 저항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런 다음 사람들이 사고 방식을 바꾸도록 하는 더 나은 방법을 논의하고 이를 화학 반응과 관련시킵니다. 또, 인질 협상가와 행동 과학 연구에서 사용하는 성공적인 설득 기술을 활용합니다.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이러한 기술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예가 가득합니다.

상대의 마음을 바꾸고 싶다면 설득을 멈추고, 상대방이 스스로 자신을 설득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 P85

여러 사람이 똑같은 소리를 한다면 묵살하기가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순간에 한목소리를 낸다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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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7 - 2부 3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7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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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권은 서울과 용정을 두 곳을 주요 배경을 하며, 이 과정에서 두 공간적 배경을 이어주는 매개로 역할을 하는 것은 혜관과 기화(봉순이)입니다. 유난히도 ‘만남’이라는 요소가 많이 등장하는데 혜관의 여정에 동행하는 기화와 평사리마을 사람들의 만남이 그렇고, 강포수의 귀환(직접적 만남은 아니지만), 그리고 길상과 김두수의 대면까지 나옵니다. 거복이(김두수)가 주는 긴장감은 팽팽하여 이야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줍니다. 무엇보다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항일투쟁을 벌이는 이들의 다양한 모습이며 이에 맞물려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서희의 공노인을 위시한 물밑 작업입니다.

서희와 길상을 중심으로 해서 토지를 되찾으려는 큰 줄기의 얘기와 함께 또 다른 이야기들이 함께 흐르고 있습니다. 특히 기화(봉순이)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서희가 용정으로 올 때 봉순이는 조준구를 유인하느라 함께 오지 못하고, 진주에서 기화라는 이름으로 기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서도 술을 따르는 일을 했는데, 혜관 스님과 함께 용정에 와서 서희, 길상과 만납니다. 사랑하는 남자가 모시던 사람의 남편이 되었을 때의 마음이 어땠을지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줄거리>

환이는 혜관을 만나 서울로 가려는 도중 최 참판댁 별당에 이른다. 별당은 쇠락하여 볼품 사납게 변해있다. 새벽에 일어난 육손이는 환이를 보고 기겁을 한다. 환이는 병수가 혼인했음을 들었다. 영산댁 주막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환이를 봉기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몽둥이를 들고 와 덮친다.

혜관은 화엄사에서 만나기로 한 환이가 오지 않아 걱정이다. 기다리다가 진주 관수 집에서 하룻밤 묵는다. 혜관은 관수에게 석이를 공부시켜 보자고 제안한다.

환이는 마을사람들에게 몰매를 맞고 기다시피해 춘매의 오두막에 와 쓰러진다. 그나마 영산댁이 말려서 목숨이 붙어있는 것이다. 강쇠는 환이의 모습이 의외다. 강쇠 집으로 옮겨 온 환이는 심하게 앓는다.

혜관은 서울로 와서 봉순을 찾는다. 봉순은 함춘관을 운영하는 추산의 눈에 들어 상당히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혜관이 봉순의 집에 가니 미리 기별을 받은 상현이 와 있다. 혜관은 두 사람에게 석이 일을 부탁한다. 봉순은 혜관이 간도에 간다는 말에 따라나서기로 작정한다.

혜관과 봉순이 찾아왔다는 전갈을 받고도 서희는 선뜻 일어나지 못한다. 길상과 혼인한 일이 서희의 권위 의식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권위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생겼을 때, 서희는 혜관과 봉순을 맞아들인다. 혜관은 오는 길에 묘향산에 들러 별당 아씨 묘를 찾아보았노라 전하고 서희는 발끈한다. 서희와 봉순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고 혜관은 월선을 찾아간다.

서희와 결혼한 길상은 쓸쓸하다. 자유를 빼앗긴듯 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주판알을 퉁기며 살아야하는지 자문해보고 돌아보는 중이다. 서희는 남편에게 공손하게 대하지만 왠지 모를 벽을 느낀다. 회령에 온 길상은 여관에서 추풍을 만나 김두수가 아편장사와 밀정을 겸한데 대한 분노를 듣는다. 여관으로 찾아온 응칠에게 혜관과 봉순이 와 있다는 소식을 들은 길상은 마음이 착찹하다.

연추에 있는 윤이병은 금녀의 소개로 학교에 나가고 있다. 김두수는 윤이병에게 금녀를 데리고 나오라 하지만 이미 금녀는 윤이병에게 정이 없어진 상태다. 윤이병은 어쩔 수 없이 김두수의 손이 닿이 않는 곳으로 떠난다.

회령에서 돌아온 길상은 집으로 가지 않고 월선의 주막에서 술을 마신다. 주막에는 집을 지을 때 날품을 팔던 사람들이 앉았다가 길상을 어색하게 대한다. 길상은 집으로 돌아가 혜관과 봉순을 만난다. 이들은 서로 옛날의 감정에 빠지지 않으려 애를 쓴다.

길상은 혜관을 모시고 김 훈장께 간다. 혜관이 김 훈장의 양자 한경의 소식을 들려 준다. 이미 두 아들을 낳아 바지런히 잘 살고 있다는 아들 소식에 김 훈장의 얼굴에 모처럼 환한 웃음이 피었다. 그동안 서희와 결혼한 길상을 못마땅하게 여긴 것은 사실이나 지금은 길상에게조차 따듯해지는 심사다.

서희는 봉순을 데리고 절에 간다. 봉순은 서희에게 왜 군자금을 도와주지 않느냐고 묻고, 서희는 고향에 가기 위해서라고 잘라 말한다. 서희의 집념은 단 한 가지. 최 참판댁의 모든 것을 되찾는 것이다.

월선은 홍이 손을 잡고 봉순과 함게 통포슬로 간다. 홍이는 봉순을 누님이라 부르며 자랑스러워 한다. 용이와 영팔 내외는 봉순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임이네와 임이는 월선이 가지고 온 보따리로 시끄럽다.

통포슬에 남은 봉순은 영팔의 집에 묵으며 하루에 한두 번 용의 집에 들른다. 마침 아무도 없는 집 부엌에서 무엇을 먹던 주갑은 봉순을 보고 무안해 한다. 솥안에는 월선이 가지고 온 고기가 양념되어 들어 있다. 주갑의 말을 빌면 임이네가 고기를 감춰두고 혼자 먹는 것이 괘씸하여 고기를 다 먹고 솥을 부술 작정이라는 것이다. 봉순은 웃고 주갑도 한바탕 웃는다.

한밤중, 주갑은 식은 땀을 흘리며 방안을 맴돈다. 급체다. 용이와 영팔은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하는데 임이가 노 대인집에 와 있는 의원을 모셔온다. 의원은 침을 몇대 놓고, 급체가 가라앉은 주갑은 의원의 말을 깊이 새겨듣다가 함께 길을 나선다.

강 포수가 아들 두메를 데리고 공 노인 객주집에 나타난다. 강 포수는 두메나 자신의 과거가 드러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생명도 단축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공 노인에게 두메를 부탁하자 공 노인은 흔쾌히 머물 곳을 알아봐주겠다고 한다. 송애는 두수에게 매달리고 두수는 송애와의 정사 중에도 윤이병의 마지막을 생각하며 금녀에 대해 이를 간다.

송영환은 부친의 장례가 끝나자 장씨를 더욱 혹독하게 다룬다. 집안은 어수선하여 차츰 한 일가가 망해가는 징조가 나타난다. 송장환은 두메 문제를 의논하러 온 공노인에게 송애가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있다고 귀뜸한다. 강가 주점에서 김두수와 송애가 함께 있는 걸 안 공 노인은 길상과 함께 가서 김두수를 붙든다.

이동진과 장인걸은 쉐리판 심의 집에 왔으나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금녀는 교사로, 학생으로 차근히 변모해가고있다. 장인걸은 술집에서 이동진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애국이라고 일갈하고 이동진은 조용히 장인걸의 뺨을 친다. 자신이 사내장부임을 내세우며. 이튿날 이들은 담담한 마음으로 공 노인과 혜관을 만나 서희의 생남 소식도 듣는다.

서의돈은 기화가 소리 공부하기 위해 전주로 내려가는 것이 서운하지만 말리지는 못한다. 추산은 은근히 황태수와 기화가 인연 맺기를 가다렸는데 볼 품없는 서의돈이 기화와 관계 한 것이 못마땅한 차에 운삼의 독려로 기화를 전주로 내려보낼 작정을 한 것이다. 서의돈은 임 역관에게 공 노인을 만나 달라고 부탁한다.

공 노인은 두 번 임 역관을 만나서 일이 거진 성사된 것을 알고 호기롭게 여관으로 돌아온다. 여관에는 봉순이와 석이가 기다리고 있다. 석이는 공 노인에게 아버지 원수를 갚을 수 있게 조준구 집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조른다. 공 노인은 일의 전모를 발설한 봉순을 야단친다. 서의돈은 봉순에게 함께 일본에 가자고 하고, 봉순은 함께 만주로 가자고 해보지만 실상은 둘다 이야기 일 뿐이다. 화류계의 사랑은 이렇듯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소나기 같은 것을 서로 느끼는 것이다.

조준구의 기생첩인 향심은 홍씨에게 불려가 매를 맞고 생각에 잠긴다. 조준구에게 정이 있어 첩노릇하는 것도 아니나 달리 수가 없으니 조준구가 내치지만 않는다면 굳이 나가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조준구가 임 역관과 공 노인의 술책에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나서지 않는 것은 그런 사이기 때문이다. 조준구는 공 노인의 입담에 속아 폐광을 사들일 작정이고, 공 노인은 능청스레 임 역관과 더불어 조준구를 망하게 하려고 일을 도모한다.

<밑줄긋기>

10장 도둑이라도 사람이니 죽이면 살생이요, 아니 죽여도 살생인 것이오. 도둑으로 인하여 죄없는 백성이 얼어죽고 굶어죽는다면 그 도둑을 죽이지 아니하였던 자는 도둑의 손을 빌려 백성을 살해한 것이오!

4편 2장 도대체 운명의 실꾸리를 어디다 숨겨놨기에 얽히고 설키고

8장 언젠가는 돌아가야지요

13장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도시 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 한두 번

15장 뉘우침 말고는 악이란 결코 용서받을 순 없는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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