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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는 과학자들 - 위대한 과학책의 역사
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제효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월
평점 :
과학의 역사가 아니라, 과학책의 역사! 소재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전공을 제외한 과학 분야는 모두 글 잘 쓰는 과학자들의 대중과학서로 배우는 중이라서, 속속들이 기대되는 책!
“과학 저술의 변천사를 시대별로 따라가 보면, 책을 누가, 얼마나 이용할 수 있는지와 과학책의 특성이 함께 맞물려 변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90년대 과학전공자가 선택할 수 있는 교양과목은 많지 않았다. 운 좋게도 과학사와 과학철학 교양 수업은 아주 재미있었다. 수학어로 도출된 답의 물리학적 의미를 파악하는 공부만 하던 때에, 소재가 과학이긴 하지만, 철학과 역사 강의는 한국어(?)를 잊지 않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실험물리학을 전공한 저자의 책이 그 추억을 능가하는 감탄과 재미를 준다. 과학책 박물관의 전시 도록처럼 아름다운 구성은 페이지를 넘기는 기쁨을, 흥미로운 관련 일화들은 읽는 즐거움을 끝까지 지속시킨다. 과학의 역사, 과학책의 역사, 과학자들의 이야기 모두를 재밌게 읽고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무엇부터 기록이고 문자이며 과학인가란 질문에 독자 나름의 기준을 고민해볼 수도 있다. (발견된)최초의 숫자 표시, 문자, 기록 방식, 기하학과 수학, 무엇보다 수많은 ‘사본’으로 전해지는 지식 내용의 변화와 오류 가능성, 필사의 방식이 가진 내용 변질의 문제, 논문과 저술과 정전 등 다양한 전승 방식들. ‘과학책’이란 무엇인가 막연한 정의를 다채롭고 풍성하게 바꾸어준다.

간략한 연도와 발명 기술의 조합이 아니라, 해당 기술이 가져온 과학과 과학책과 시대의 변화를 부드럽게 연계하는 방식이 이해와 기억 모두에 도움이 된다. 지도와 발명, 암호와 회화기법, 백과사전식 집필, 세계지도, 우아한 컬러 삽화들, 수작업으로 채색된 판화 예술, 강의록 형식, 사진의 활용 등. 과학책들은 예술 작품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정성스럽다.
“대중 과학 장르는 크게 번성해서 해마다 수백 권의 과학책이 출간되고 있다.”

전공이기도 했지만, 평생 여러 분야의 과학을 좋아하고 대중과학서를 즐겁게 읽는 독자로서 호사스럽고 행복한 독서를 누릴 수 있었다. 무더위도 잠시 잊을 만큼 즐거웠다. 그러니 #강추합니다
아쉬운 마음에 다 읽은 책을 덮고 나니, 이 책을 가이드 삼아 ‘과학책의 역사’란 주제의 책장을 새로 만들고 싶다. 등장한 모든 책을 읽게 되진 않겠지만, 관심이 더 커진, 전에 읽었으나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적지 않다.
“우리는 사람들이 과학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도록 독려해야 하며, 일부 정치적 신념과 손잡은 반과학적 관점을 물리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