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만물관 - 역사를 바꾼 77가지 혁명적 사물들
피에르 싱가라벨루.실뱅 브네르 지음, 김아애 옮김 / 윌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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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상적으로 쓰이는 물건들의 역사를 다룬 책을 읽었는데 <세계사 만물관>에서도 같은 물건들이 몇 가지 소개되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일상적으로 써왔던 물건들이라 "이걸 누가 만들었을까?', '언제부터 쓰였던 것일까?'란 생각을 미처 해보지 못하며 사용하고 있는 물건들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과 오랜 역사를 통해 처음에는 왕족이나 귀족들만 사용할 만큼 고가의 물건이 현재에 이르러서는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과연 <세계사 만물관>에는 어떤 물건들이 소개되어 있을까?

책은 일상에서 함께하는 것들부터 부엌에 놓여 있는 것들, 취향을 반영하는 것들, 혁명이 된 것들, 일터에서 접하는 것들, 여행지에서 만나는 것들, 이야기를 전하는 것들이란 주제로 일상생활 속에서 항상 어렵지 않게 손에 잡을 수 있는 것들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이 며칠인지 달력을 본 후 비데에 앉아 볼일을 보고 샴푸로 머리를 감은 후 마스크를 쓰고 플립플롭을 신은 채 마트로 향한다. 쇼핑 카트에 통조림과 캔에 든 음료수와 페트병에 든 물을 넣고 태풍 때문에 전기가 끊길지도 모를 불안함에 양초도 집어넣는다. 아차, 욕실에 전구가 떨어진 게 기억나 전구도 카트에 담은 후 스마트폰을 열어 메모장에 더 살게 없는지 목록을 확인한다. 모든 구매가 끝나 지폐로 계산 후 주머니 속에 있던 추잉 껌을 하나 꺼내 씹으며 마트를 나선다.' 어렵지 않은 일상이다. 하지만 구매한 물건의 역사를 되짚어보지는 않는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젓가락과 통조림, 음료수 캔, 비데나 샴푸의 역사가 경쟁적이었으며 그 시대에는 호화롭기까지 했다는 것을 미처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만나게 되는 물건들은 일상에서 쉽게 만나게 되는 물건들만 있는 게 아니다. 때로는 전쟁의 서막을 열게 할 만큼 세계사의 한 획을 그은 마약이나 리볼버, 전쟁에서 많이 쓰였던 페니실린 등의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대놓고 묻기는 부끄럽지만 그럼에도 궁금한 성과 관련된 물건들의 이야기는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이었던 그 시절 금기시되기까지 하여 겪었던 곤란한 상황들을 잘 보여준다.

먹고살기 위해 선조들이 다듬었던 주먹도끼부터 더 잘 먹고 더 편리하게 살기 위해 고민하여 만들었던 물건들의 역사,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 세계 핫 아이템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화려한 물건 뒤에 숨은 인종차별이나 노예사가 숨어 있어 가슴 아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의 물건이 아닌 앞으로 생겨날 물건들의 모습 또한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증에 가슴 설레는 기분 또한 함께 느껴졌던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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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과 버섯구름 - 우리가 몰랐던 일상의 세계사
오애리.구정은 지음 / 학고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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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뜻하지 않은 사건 때문에 수많은 인명 피해를 촉발시킨 전쟁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한순간의 실수 때문에 위대한 발명품이 탄생하기도 하는 등 예상하지 못한 일화나 일상적인 것들을 평범하게 지나치지 않음에서 탄생한 것들의 이야기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일화들은 흥미로움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그 당시에는 꽤나 획기적이라 수많은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물건이었지만 환경문제와 연관되어 인체에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기기도 하고 젠더 문제나 정치적 사안으로까지 번지는 것을 보면서 동전의 양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어떤 물건이 탄생하기까지의 역사를 거슬러 살펴본다는 것은 흥미로우면서도 대단한 여정이 아닐 수 없다.

<성냥과 버섯구름>은 '미처 몰랐던 물건들의 이야기'를 통해 배터리와 못, 샴푸와 성냥 같은 지금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거나 화학물질의 유해 문제 때문에 지금은 쓰지 않는 물건 등의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고 '그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에서는 국가 간 전쟁을 다룬 문제들을 많이 다뤄지는데 핵폭발 실험이나 이란과 미국 간의 대립, 영국과 스페인의 지브롤터 싸움 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지막 장인 '알고 보면 더 흥미진진한 세계'에서는 박물관이 털린 희대의 사건과 요즘 이슈화되는 가짜 뉴스가 오래전에도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은 커피가 가뭄을 촉발하는 물먹는 식물이라는 사실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사용되는 물건들과 우리가 알고 있었던 사건들,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핫한 기호식품의 이야기는 사용이 편한 편리함 뒤에 감춰진 민낯이 실로 어둡고도 무거운 이야기라 어떻게 보면 꽤나 충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어릴 때는 교회의 십자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면 현재는 카페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지구촌에서도 유독 한국에서 그 커피 사랑이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데 최근 환경 문제로 대두되는 플라스틱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이용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빨대 또한 문제 되고 있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에 더해 커피 열매 농장의 착취 문제도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는 하지만 커피 열매가 열리고 우리 입으로 오기까지 물 사용량이 실로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미처 알지 못했기에 커피 애호가인 나로서는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더랬다. 소나 돼지를 키우며 들어가는 물 사용량의 두 배를 넘어서는 물이 커피나무에 들어가고 있으며 그런 악순환은 환경문제로, 그리고 인간에게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재난 상황이 자주 일어나는 사태를 경험하게 되면서 더 무섭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이외에도 젠더 문제를 다룬 피임 도구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여성의 몸을 죄의식과 고통으로 몰아넣은 사회적 인식 때문에 마트에서 눈앞에 보이는 생리대를 사기까지의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앞으로 더 개선되어야 할 문제이며 환경문제를 피해 갈 수 없는 일회용 생리대의 문제 역시 고민해야 할 과제 거리임은 분명해 보인다. 편리하지만 그 이면에 숨은 피해 갈 수 없는 환경 문제는 더 많이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기에 흥미로운 이야기도 많았지만 그보다 더 큰 무거움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이었지만 청소년 아이를 둔 부모라면 함께 읽고 고민해 보기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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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 - 도서관 소설집 꿈꾸는돌 33
최상희 외 지음 / 돌베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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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좋아했던 청소년 소설 작가님들의 이름이 기분 좋게 다가왔던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는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더욱 반길만한 도서관 소설집이다. 조용하고 쾌적한 공간이지만 조용함이 오히려 온몸을 나른하게 짓눌러 도서관보다는 카페나 침대 위에 드러누워 책 읽는 것을 더 선호하는 나이지만 그럼에도 생전 보도 듣도 못한 책들을 구경하는 재미를 느낄만한 장소로 도서관만한 곳이 없기에 왠지 애틋하면서도 기분 좋은 장소로 기억되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껏 다양한 앤솔로지 작품이나 도서관이 배경인 소설은 읽어봤지만 도서관 단편집이라니, 물론 행복하고 기쁜 이야기만 담겨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내용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 어떤 책보다 더 기대가 됐던 것 같다.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는 청소년 작가님들의 단편집답게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언젠가부터 학교 도서관의 제자리를 벗어나 엉뚱한 곳에서 발견되는 책들은 다람쥐들이 도토리를 숨겨놓은 것 같은 모습을 연상시킨다 해서 도토리로 이름 붙여졌고 도서부인 아이들은 숨겨진 도토리들의 공통점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와 시골 동네에 6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태어나 동네 어른들이 신랑 각시로 부르며 자란 아이들이 도서관에 방짜 유기가 특별 전시되는 이야기와 연관된 '우리가 아주 예뻤을 때', 지구의 파괴로 더 이상 종이로 된 책이 나오지 않으며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국지성 호우와 홍수로 책들이 파손당하는 일이 많아진 미래에 남아있는 책을 지키려는 자와 그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황혜홀혜', 페이지도 심지어 한 권으로 엮이지 않은 낱권이 어지럽게 널려진 데다 글자로 이루어진 것도 아닌 종이들의 집합 장소는 주인공이 자신에게 의미 있는 사람을 만나고 그 보폭에 맞는 인연을 인정하고 나아갈 수 있음을 연관시켜 엮은 '책 내기', 도서관 책들을 이런저런 이유로 훼손하는 사건들을 상기시키며 어떤 이유로 책을 열세권이나 찢은 아이가 왜 책을 찢어야 했는지, 도서관에 잠든 유령과 만나며 자신의 슬픔을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 '유령이 머무는 숲', 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친구 문제를 주인공의 심리적 상태를 잘 표현해 낸 '덜컹거리는 존재', 어릴 적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밤늦게까지 일하는 엄마, 자연스럽게 모자는 대화할 시간이 없으며 여느 집처럼 엄마가 살갑게 맞으며 저녁밥을 차려주는 일도 없는 주인공과 삶에 지친 엄마의 오해를 잘 담아낸 '한 밤에 만난 두 사람' 등 일곱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청소년들의 고민인 공부와 미래, 부모님 혹은 친구와의 갈등은 도서관이란 공간과 연관되어 그것이 하나의 큰 계기가 되어 또 다른 희망으로 다가온다는 이야기는 그것들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아는 아이들의 대견함에 뿌듯함이 느껴지면서도 지난 나의 청소년기의 고민들, 아이를 둔 부모로서 또 다른 입장이 돼버린 시선들이 교차하며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켜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들이다. 물론 아이와 함께 읽고 싶은 바람이 생길 만큼 작품들 모두 만족스러웠고 1318 청소년문학 시리즈로 다음엔 영화관이라는 공간과 연관되어 출간될 예정이라니 다음 편도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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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송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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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책과 관련된 것들을 두루 좋아할 것이다. 책 주인의 성향에 따라 장르가 돋보이는 독립서점부터 다양한 장르를 한눈에 두루 살펴볼 수 있는 대형서점까지, 책과 관련된 디자인부터 실용성까지 갖춘 다양한 굿즈부터 좋아하는 작가의 북토크까지, 책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시대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다시 책을 펼쳐들까라는 고민으로 쏟아지는 다양한 이벤트들은 참신하고 기발하며 놀랍기까지 하다. 하지만 나 또한 책을 좋아하면서도 그런 이벤트의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고군분투하는지는 사실 크게 알지 못했는데 최근 독립서점을 다니며,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알게 된 것 같다.

그룹 전체를 따지면 직원이 3천 명에 매출도 6천억 엔이 넘는 대형 출판유통회사인 '다이한'에 입사한 '오모리 리카', 평소 책에 관심이 있어 입사한 동기들과 달리 출판유통회사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이며 책을 좋아하기는커녕 책 한 권을 읽는 법이 별로 없을 정도로 책에 무관심한 인물이다. 어떻게 하다 보니 규모가 제법 되는 출판유통회사에 들어왔지만 정작 책에 대해 몰랐던 리카는 그래서 더 일에 대해 확신할 수 없고 위축된 회사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회사 생활에서 물류창고나 지점에 나가 일을 배우며 신입사원 초기의 기간을 보내고 오사카로 발령받은 리카는 도쿄를 떠나 낯선 오사카에서의 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고 평소 책을 좋아하지 않아 책을 사러 오는 독자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점점 자신감이 떨어진다. 그런 리카를 본 오사카 지점에서 내려준 미션이 바로 고바야시 서점에 가서 고바야시 씨를 만나는 것이었으니 그 만남을 계기로 리카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즐거움을 알아가게 된다.

오사카의 작은 시골마을 부모님이 시작한 고바야시 서점을 이어받은 유미코는 애초에 서점을 이어받을 생각이 없었다. 결혼 후 잠깐 부모님을 도우면서 자신이 얼마나 책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어 그대로 부모님에게 서점을 물려받았지만 대형서점은 물론 온라인 주문으로 편하게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에서 발걸음조차 어려운 작은 서점이 당연히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지만 유미코는 굴하지 않고 서점에서 우산을 팔거나 발품을 팔며 아이디어를 낸 덕분에 다양한 기록들을 세우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고바야시 서점처럼 작은 서점들이 문을 닫지 않게 작은 서점끼리 연대하며 살아갈 길을 도모하게 되고 그런 유미코에게 리카는 책을 대하는 즐거움을, 재미있는 책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배우게 된다.

최근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독립서점 방문을 미루었었다. 책방 주인들과 책과 관련된 이야기도 나누며 정을 느끼기도 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신경 쓰임이 고단하게 다가오기도 해서 서점나들이가 소원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서점 나들이가 너무도 가고 싶어졌다. 소설은 고바야시 서점의 주인 이야기를 제외한 픽션이 가미된 이야기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유미코 씨가 제법 시간이 걸리지만 들어줄 거냐고 묻는다면 고민 1도 없이 그러겠다고 즐겁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유쾌한 서점의 역사를 누가 마다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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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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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사무실에 다니는 신견은 전날 술집에서 만난 여성의 집에서 밤을 지새우고 마침 그 집에 걸려있던 양복을 입고 출근한다. 첫눈에 반한 건 아니지만 왠지 묘한 느낌의 여성, 그리고 여자의 집에 있던 누군가의 양복을 입고 출근한 신견에게 형사 출신 탐정이 다가와 그와 함께 하룻밤을 보낸 여자의 뒤를 캔다. 여자와 함께 살던 남자는 행방불명 상태이며 탐정은 혹시 여자의 집에 있던 엄청나게 큰 화분 안에 남자의 시체가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탐정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신견은 자연스럽게 퇴근하는 대로 그 여자의 집으로 들르게 되고 그렇게 사나에와 동거에 들어가게 된다.

왠지 낯설지 않은듯한 묘한 기시감이 드는 사나에를 신견은 복잡한 마음으로 대하면서도 탐정이 토해내는 그녀의 뜨악한 과거에도 신견은 그녀를 피할 수 없다. 어떤 강력한 힘에 이끌려 다시금 그녀에게 되돌아가고 마는 신견, 탐정이 말해준 사나에의 과거를 숨김없이 사나에에게 말하며 피하지도 못하면서 정말 사나에가 오래전 사건과 연관이 된 것인지, 함께 동거하던 남자조차 살해한 것은 아닐지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오래전 종이학 살인사건이라고 이름 붙여진 살인사건, 아버지와 어머니, 청소년이었던 장남이 끔찍하게 살해당한 사건은 사람이 절대 드나들 수 없는 작은 창문이 열려 있던 것 외에 모든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으며 아름답던 아내를 감시하기 위해 설치했던 CCTV 조차 들고난 흔적을 찾을 수 없었고 나체로 살해당한 엄마의 시체 위에 어지럽게 놓여있던 종이학 때문에 기묘한 미궁으로 남은 사건, 가족 모두가 살해당한 사건 속에서 홀로 살아남은 사나에는 훗날 탐정의 용의선상에 오르게 되고 사건이 일어났던 당시 신견과 사나에는 같은 학교에 다니던 동급생이었으며 행방불명 된 사람 또한 사나에의 학창 시절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도대체 사나에는 무엇 때문에, 정말 사나에가 범인인 것인지, 소설은 신견의 관점에서 계속 쫓아간다.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냈고 삶에 대한 강력한 희망조차 없는 이들, <미궁>은 미제 사건으로 남은 섬뜩한 살인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사나에를 쫓아가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인 신견조차 그런 사나에와 마주하면서 의심은 하지만 그녀에게 죽임을 당한다고 해도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소설은 주인공이 죽임을 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과 우울한 유년기를 보낸 사나에의 이야기들이 합쳐져 물먹은 솜처럼 한없이 무겁기만 하다.

사나에가 범인이냐 아니냐의 여부보다 소설은 이들의 한없는 염세적인 모습을 독특한 방식으로 담아낸 것이 주목할만한데 번역가는 이 작가의 소설을 흥미로워하는듯하지만 나에게는 조금은 낯설면서도 고구마 오십개쯤 먹은 답답함이 남았던 소설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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