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훌륭하다
하세 세이슈 지음, 윤성규 옮김 / 창심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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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나오키상을 받은 <소년과 개>에 이어 <소울 메이트>에서도 인간과 개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잘 담아냈기에 이번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기대가 되었다. 고양이 소설하고 떠올리면 '무레 요코'가 떠오르듯 두 편의 소설을 통해 반려견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충분히 느꼈기에 충분히 예상되는 이야기임에도 망설임 없이 읽고 싶어졌다.

전작에 이어 이번 소설에도 다양한 견종이 등장한다. 토이푸들, 믹스견, 래브라도 리트리버, 바셋 하운드, 플랫 코티드 리트리버, 프렌치 불독, 버니즈 마운틴 도그가 등장하는데 견종의 수만큼 일곱 편의 이야기가 가슴을 아프게도, 따뜻하게도 한다.

열세 살밖에 안된 치히로는 백혈병을 앓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병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후 병세가 나아져 집으로 되돌아온 치히로가 바란 것은 오직 하나, 바로 반려견을 키우는 것으로 그중에서도 버려지거나 학대받아 보호소에 있는 개를 키우겠다는 바람에 따라 보호 견인 초코와의 첫 만남이 이뤄진다. 토이 푸들인 초코는 귀엽긴 하지만 겁이 많고 낯을 가려 사람들이 오면 으르렁거리며 곁을 내주지 않아 보호견을 관리하는 진도 어느 정도 포기한 상태였고 애초에 치히로가 인터넷으로 보고 마음에 들어 했던 개가 초코가 아니었기에 아무에게도 곁을 내주지 않던 초코가 치히로에게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모습이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치히로와 함께 생활하게 된 초코는 이름을 단테로 바꾸었지만 치히로에게만 곁을 내줄 뿐 엄마 아빠에게는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는 생활을 이어가는데 즐겁던 시간도 잠시 치히로의 백혈병이 재발해 다시 입원하게 되면서 단테와도 떨어지게 된다.

오키나와의 크고 작은 섬들 중 한곳에 사는 에이쇼는 아내를 잃고 혼자 생활 중이다. 아내가 살아생전 애지중지 키웠던 흰둥이를 키우면서 아내의 빈자리도 느끼지만 혼자였다면 크게 느꼈을 공허함을 흰둥이로부터 달래기도 한다.

제대로 된 인생이 아니었다고 자책하며 죽음을 떠올리거나 사고로 시력을 잃어 좌절감을 맛보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거나, 다양한 이유로 인간은 좌절하고 절망한다. 그럴 때 신을 믿는 사람도 있겠지만 반려동물로부터 위안을 받고 다시금 용기를 내 살아갈 의지를 다지기도 한다. 심쿵 발랄했던 로맨스 소설이 있었던 반면 인간의 잔학함을 엿볼 수 있었던 기존 이야기와 달리 이번 이야기는 예고치 않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인생의 굴곡을 맛봐야 할 때 반려견으로부터 살아갈 용기를 얻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미약하고 한없이 작아 보이는 생명이지만 인생을 살아갈 강력한 용기를 주는 생명체라는 걸 떠올린다면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우리도 모르는 사이 반려동물로부터 받아온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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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여행입니다 - 나를 일으켜 세워준 예술가들의 숨결과 하나 된 여정
유지안 지음 / 라온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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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일 동안 31개의 나라와 160개 도시를 여행한 이야기라면 이미 접했던 여느 여행 이야기와 다르지 않게 다가왔을 것이다. 홀로 떠나는 배낭여행, 노모와 함께하는 세계 여행, 아이와 함께하는 유럽 여행 등, 틀에 박힌 생활에서 벗어나 인생의 소중함을 발 벗고 찾아 나선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는 특별하고 대단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런 여행에 동참한지라 신선하게 다가와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책에 손길이 머물렀던 것은 괴테, 고흐, 쇼팽이나 엘비스, 비틀스 등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이라 호기심을 접을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알고 집어 들었는데 도입부부터 등장하는 작가의 상처에 깜짝 놀라게 되었다. 그동안 나를 돌보는 일을 뒤로한 채 앞으로 전진하기만 했던 사람들이 문득 재미없었던 삶을 뒤로한 채 여행길에 올랐던 이야기는 많이 접했고 그래서 더 많은 공감을 하기도 했지만 저자는 오랫동안 곁을 함께했던 남편과 아버지를 잃고 힘든 상황을 견뎌내기 위해 여행길에 올랐기에 더 애틋한 느낌이었다.

사십 중반을 바라보며 조금씩 전과 같지 않은 몸 상태에 적잖이 당황하는 일이 잦다 보니 아무래도 건강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에 더해 갑자기 배우자의 빈자리가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해서 저자가 갑작스럽게 맞이한 사별이 아무래도 선을 그어 생각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연달아 곁을 떠나고 아들과 함께 오른 여행길이었지만 책을 읽으며 엄마를 꿋꿋하게 단련시키는 법을 알고 있는 아들의 모습도 찡하게 다가와 모자가 참 건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낭을 메고 떠난 나라들, 아들과 헤어져 홀로 걸으며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저자의 여정이 담담하면서도 때론 가슴 벅차게 다가와졌던 것은 홀로 견뎌내며 이겨내려는 모습이 느껴졌기 때문이었고 여행길에 만난 수많은 사람들 또한 생김새와 언어는 달라도 인간의 정을 느낄 수 있었기에 험한 사건들이 많아도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힘든 상황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자신을 보듬으며 꿋꿋하게 일어나는 모습이 여행길에 소개되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만큼이나 인상 깊게 전해졌다. 살아가면서 다시금 힘들어질 때가 있겠지만 여행을 떠올리면 혼자여서 외롭다며 움츠러들기보다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금 힘을 내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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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올바름 - 한국의 문화 전쟁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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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al Correctness, 즉 정치적 올바름을 표하는 약자 PC는 전 세계에서 이미 정치적으로 뜨거운 이슈인 것 같다.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불거져 나왔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이 문제들이 정치적인 요인과 결합하여 애초에 내포한 뜻과는 다르게 변질되어가는 모습에서 과연 '정치적 올바름'이란 단어가 타당한 것인지, 존재할 수 있기나 한 것인지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올바름을 반대편 진영에서도 과연 올바르다고 판단할 것인가?를 떠올려본다면 이념과 신념, 그 모든 정치적인 상황에서 이 얼마나 의미 없고도 이상적인 단어일까 싶은 게 나의 부정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PC로 촉발되는 다양한 사안들을 바라봤을 때 그것을 시초로 한 진영에서도 아이러니한 짓거리들을 에둘러 포장하는 행태에 진저리가 나기도 했다.

사회적 약자, 젠더, 계급 등의 인간이 우월감에 젖을 수 있는 그 모든 상황에서 올바름의 잣대로 포장하는 인간의 본성은 역시 거스르기 힘든 것임을, 나의 올바름이 상대방에게 똑같이 적용되지 않음을,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이 정치적 사안으로 휘둘리며 충돌하는 사안들이 이제는 놀랍게 다가와지지도 않는다.

그동안 정치적인 사안들을 까대기 하는 강준만 교수님의 글을 보면서 인간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바뀌지 않는 숙명과도 같은 현상이 이것들이 아닐까 싶은 두려움은 늘 있었지만 그럼에도 선의로 시작되고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들이 이해충돌을 겪으며 정치적으로 변질되고 예기치 않은 편가르기가 되어 비난하고 헐뜯는 상황들을 지켜보며 그것이 더 악화되지 않기를, 모쪼록 그것을 바라는 무리들의 잇속을 충족시키며 놀아나지를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는데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며 역시 인간은 인간이라는, 작은 희망에 기대어보려는 마음조차 헛된 것은 아닐까란 생각에 암울한 마음만 가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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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
경민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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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제목인가?' 싶으면서도 호기심에 반드시 펼쳐보게 되지 않을까 싶은 이 소설은 K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눈여겨볼 출판사인 팩토리나인에서 출간된 소설이라 더 궁금증이 들었다.

부모님의 높은 교육열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자란 한수는 일찌감치 중학생부터 자신이 공부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각종 운동과 악기를 배우며 자신의 특기를 발견해 보려 했지만 부질없는 짓임을 깨닫게 된다. 발악하듯 한국의 교육 환경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며 외국으로 도피하였지만 이미 놓아버린 공부의 끈을 이어가기란 힘든 법. 그렇게 한심하기 그지없는 나날을 보내던 한수는 목소리가 배우 같다는 스터디원의 칭찬 한마디에 뒤늦게 배우의 길을 걷겠노라 선언하지만 부모님과 동생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그간 들인 노력에 허탈함을 느낀 부모님은 한수를 반지하 월세방으로 쫓아버리며 더 이상의 지원은 없노라 선언하고 떠밀리듯 홀로서기를 한 한수는 이제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는 처지에 몰리게 된다.

하지만 뒤늦은 나이에 배우가 되겠노라 홀로서기를 했건만 연기조차 한수에게는 멀기만 했으니 앞에서는 많이 좋아졌다며 위로해 주는 이들이 뒤에서는 조롱하고 비웃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나중에라도 도움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친구들 모임에 나갔던 한수는 오랫동안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 기영에게 문자를 보내게 되고 뒤늦게야 자신의 집으로 찾아오라는 기영의 문자를 받고 반가운 마음에 만난 기영은 자신이 투명 인간을 죽였다며 도와달라고 이야기하는데.... 이에 한수는 기영이 장난을 치는 거라고 생각해 가볍게 받아쳤지만 이윽고 소파 위에 보이지 않는 감촉으로 정말 투명 인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기영의 부탁으로 투명 인간을 용달로 옮겨 처리하며 혹여 꿈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틀 후 기영의 형으로부터 기영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고 한수는 기영의 방을 정리하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편지에 모르는 오피스텔 주소가 적힌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편지에 적힌 주소를 찾아간 한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 인간인 사사녀와 대면하게 되고 그녀로부터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오래전부터 숲속에서 생활했던 투명 인간은 묵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고 인간으로부터 어떤 지령을 받아 좋지 않은 일에 개입하게 된다.

학창 시절 전교 1등의 수재였던 기영이 왜 묵인과 엮이게 되었으며 묵인들을 이용했던 인간들의 악랄함은 정말 어딘가에 이런 일이 존재할 것 같은 오싹함을 느끼게 한다. 그런 일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면서도 상상을 초월한 인간들의 비밀 프로젝트들을 음모론과 떠올려본다면 아주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지 않을까란 생각에 작가가 떠올린 기발한 상상력이 더 소름 끼치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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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괴담 - 오류와 왜곡에 맞서는 박종인 기자의 역사 전쟁
박종인 지음 / 와이즈맵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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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왜곡된 역사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광화문 괴담>

휴...책을 읽으면서 연신 터져나오는 탄식에 제발 박종인 기자가 오류만을 골라담은 글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강하게 들었다. 당연히 그러하겠거니 생각했었던 것들이 사실은 전혀 상관없었던 것이라면 어리둥절함을 넘어 문제를 비판하는 사람을 불신하기에 이르는 강한 심리적 반발심에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잘못 알고 있었는지 반박할 수 없는 다양한 사료와 고증들을 접하면 지금껏 알고 있었던,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이 지금 상황을 얼마나 위험하게 만들었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책은 우리나라가 국권침탈을 당했을 때 겪었던 가슴 아픈 내용들이 현재에 이르러 어떻게 와전되고 각색되었는지를 짚어보고 있다. 청와대 뒷편 바위에 새겨진 '천하제일복지'라는 글이 만들어낸 천하 명당이라는 풍수지리설부터 그 풍수지리에서 시작된 조선 수도 한성이 만들어진 이야기, 광화문 앞 월대의 존재 여부와 상징 여부, 조선 왕실 제단이라고 밝혀진 위령비가 일본군 말 위령비라는 사실, 아관파천으로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했던 고종의 길, 베트남 호찌민이 목민심서를 읽었다는 내용, 임진왜란 명나라로 향하며 망명을 결심했던 선조를 류성룡이 막았다는 이야기, 교과서에 당연하게 나오는 조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실학의 실상,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고 표현되는 정조의 실체 등... 이미 너무도 당연하게, 오랫동안 교과서로 배우고 매체로 접했던 내용들이 이 책을 읽으며 산산조각 부서지는 것을 느껴야하는 고통은 꽤나 쓰리고 아프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행한 가혹한 인권을 말살했던 실상을 접하는 것만큼이나 분노하게 되고 답답함을 넘어 복장이 터질 지경이라 읽으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은 마음이 너무도 컸다. 한치의 의심도 없이 너무 당연하게 알고 있었던 것들로 인해 엄청난 혈세가 길에 낭비되고 있으며 존재하지도 않았던 월대나 잘못 알려진 축들로 인해 인력과 돈낭비, 시민들의 불편함은 어떻게 정의내려야할지 난감하기만하다.

왜 좀더 제대로 된 고증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왜 당연하게 알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 한번도 의심해보지 않았을까 싶은 의문은 책을 덮을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엄청난 국세를 낭비해가면서 굳이 왜 용산으로 이전하려는지 모르겠는 현 정부의 행보도 분노하게 되지만 문화재청이나 관련 전문인들의 관점도 이쯤되면 문제가 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임진왜란 나라를 구한 영웅 이순신을 담은 이야기나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는 소위 국뽕에 차오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축적된 역사적 지식과 인식으로 전쟁 시기에 나타나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이들의 이야기는 억압받았던 감정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준다. 인간이라면 당연하게 느끼는 감정일텐데 몇년 전 개봉되었던 '봉오동 전투'를 재미있게 봤던 나로서는 한 네티즌이 그 전투로 인해 무고한 조선인들이 보복 학살되었다는 이야기를 올려 씁쓸한 반발심을 느껴야했는데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도 느껴져 내내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국민의 감정을 이용해 만들어진 왜곡된 역사를 진실이라고 알고 있었다면,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큰 혼란과 분노의 감정을 느껴야할지,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공사에 우리 문화를 다시 살리는 일이라면..이란 마음이었던 사람이라면 고증되지도 않은 역사에 쓸데없이 세금이 낭비되는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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