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다운
피터 메이 지음, 고상숙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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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 군인들과 돌보기를 포기한 건물들, 흡사 전쟁터 폐허가 연상되는 도시에서 매일 바이러스로 인해 수십만 명씩 죽어나가지만 이조차도 정확한 수치인지 알 수가 없다. 당장 내가 며칠이나 살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나라의 총리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음을 맞이한 와중에도 권력을 향한 정치인들의 다툼 공방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나라를 책임질 총리조차 바이러스를 피해 가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국민들은 허탈함과 무기력을 느낄 뿐이다.

바이러스로 인해 초토화된 도시, 아침저녁으로 인사를 나누던 이웃 주민들 얼굴을 못 본 지 오래전, 상가는 이미 약탈로 인해 텅텅 비었고 집 안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에서 형사 맥닐은 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형사직을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자신의 결심을 실현시키기 전날 턱없이 부족한 의료시설을 늘리기 위해 공사하던 장소에서 가방 안에 든 어린아이 뼈가 발견되면서 맥닐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부족한 의료시설을 임시적으로나마 짓기 위해 정부의 재촉으로 받으며 공사에 투입된 인부들, 잠을 제대로 못 잔 지 오래이며 상당한 보수를 받는다고 해도 그다지 쓸 일도 없는 상황이지만 몰아치는 재촉에 공사를 진행하던 중 전날까지는 보지 못했던 가방이 구덩이에서 발견되고 그 안에서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그것도 살과 분리된 뼈가 든 가방이 발견되면서 퇴직을 하루 앞둔 맥닐은 사건에 투입되고 두개골 복원을 통해 중국계 여자아이며 구순구개열의 특징을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가 왜 그런 끔찍한 죽음에 이르러야 했는지 사건을 파헤쳐 가던 맥닐은 아들 션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상황과 자신이 파헤치는 사건 뒤에 거대한 무언가가 있음을 직감하게 되는데 맥닐이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수록 그를 쫓는 죽음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다.

이 소설이 언제 쓰였는지 모르고 읽는다면 몇 년을 옴짝달싹할 수 없게 만든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썼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팬터믹 사태의 리얼함이 너무 잘 느껴진다. 하지만 소설이 코로나가 발병되기도 훨씬 전에 조류독감을 취재하며 쓴 소설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소설보다 더 큰 소름이 온몸을 강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예견한 듯이 너무도 리얼하게 쓰였기 때문에 그의 예지력에 감탄마저 하게 되는데 이렇게 쓰인 소설이 당시 아무 곳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해 최근에서야 출간됐다는 것은 안타깝기만 하다. 이미 비슷한 내용의 소설들이 시중에 나와있기에 이 소설이 탄생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모른다면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비슷한 소설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할 테지만 중국계 소녀 초이의 죽음 뒤에 감춰진 거대한 음모와 바이러스가 덮친 세상이 주는 기시감이 강해 그저 그런 소설로만 다가와지지는 않았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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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우연들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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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있기까지의 읽고 쓰기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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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우연들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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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을 구분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SF 장르에 남성 작가가 많은 게 사실이라 김초엽이란 이름과 SF, 여성작가라는 수식어는 꽤 강렬하게 다가왔다. 출간되는 작품마다 온오프 매장에서 핫한데다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와 차별화되는 독립서점에서조차 김초엽 작가의 소설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건 그녀의 소설이 대중적이면서도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는 뜻일 텐데 아무래도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다 보니 그녀의 소설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소설이 아닌 에세이란 형식이 소설과 달리 작가 개인적인 생각들을 더 많이 접해볼 수 있으리란 기대감에 SF 장르소설 앞에 늘 멈칫하던 마음을 돌리게 한 것 같다. 무엇보다 <책과 우연들>이란 제목은 보자마자 강한 동함을 이끌어 내기에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제목에서부터 격하게 끌리지 않았을까 싶다.

작가를 꿈꾼 것은 아니었으나 어려서부터 글 쓰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그녀, 읽는 것과 쓰는 것에 대한 고민을 담은 이 책은 작가가 아니라도 읽는 것과 쓰는 것을 좋아하는 모든 이들이 느꼈을 고민이겠기에 가슴에 많이 와닿았다. 책을 읽고 서평 하나 쓰는 것에도 이렇게 어려움을 느끼는데 농익은 캐릭터와 그 안에서 인간들이 빚어내는 사건들, 철학들, 사회를 뒤돌아 볼 수 있는 거울 같은 문장들을 장문의 글로 탄생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는 작가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아마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느껴봤음직한 고민이 아닐까 싶다. 하다못해 자소서를 쓰는 것도 그렇게 어려우니 말해 뭐하나 싶을 정도지 않을까.

쓰는 것엔 재능이 없다고, 그럼에도 노력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나는 쓰는 것의 고민보다는 늘 읽는 것에 대한 고민이 큰데 한 권을 제대로 다 읽어내지 못한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고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는다고 해서 그 많은 문장들이 가슴속에 콕콕 박히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같은 책을 두세 번 읽을 자신은 없기에 이왕이면 제대로 많은 책을 읽고 싶다는 고민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늘 괴로워하는 편이다. 이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다가도 어느 때는 타협이라는 도피로 회피해 버리기도 하는데 읽는 것과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 반가운 마음도 있었다.

SF 작가라 그녀가 읽었던 책 또한 과학과 관련된 책들이 많은데 평소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곰팡이 등의 이야기는 호기심이 동해 읽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 외에 소개되는 수많은 책들 중에 유명한 책들도 많고 제목은 들어봤지만 읽어보지 못한 책들, 아예 제목부터 생소한 책들도 많았지만 이 모든 것은 어쩌면 작가에게 우연이 모인 필연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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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매 소녀 안전가옥 쇼-트 14
박에스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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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 은파와 이채의 잡귀 소탕전! 읽을수록 흥미진진함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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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매 소녀 안전가옥 쇼-트 14
박에스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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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최은파, 어릴 적엔 눈에 보이는 것들을 여과 없이 말했었지만 이후 자신에게 돌아오는 차가운 시선을 알아버린 은파는 자라면서 눈에 보이는 대로 말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어릴 적 은파의 할머니나 엄마에 대한 이야기와 은파가 어린 마음에 보이는 것들을 말했던 전력은 커서도 따라다녔고 그 여파로 고등학교에 진학한 은파 곁에 아무도 다가오지 않는다. 그런 은파에게 입학식 날 예쁘다는 말을 해준 기율 선배, 보기만 해도 빛이 나 아찔함을 안겨주는 기율 선배의 이 말은 할머니나 엄마도 해준 적이 없었던 말이기에 은파는 가슴 설레지만 그런 기율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고3 선배들을 위한 축원문을 쓰면 이상하게 다음날 젖어서 글자를 알아볼 수 없다며 퉁퉁거리는 모니카의 말을 듣게 된 은파는 모니카에게 자신이 도와주겠다며 나서고 이후 축원문에 붙은 귀를 없애주고 우연찮게 타로점을 봐주게 되면서 그동안 아웃사이더였던 입지가 조금씩 바뀌게 된다. 그리고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은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많아지고 축원문 사건으로 콤비가 된 이채와 함께 못된 귀들을 소탕하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

학교의 마스코트라 불리는 검은 고양이 이채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은파처럼 잡귀를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잡은 잡귀를 먹어치우는 것을 좋아해 환상의 콤비보다는 다소 환장의 콤비 같은 느낌이지만 악어와 악어새같이 서로 이익이 되는 관계이기에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을 조장하는 잡귀들을 함께 소탕한다.

그리고 이런 자잘한 사건들을 거치며 은파와 이채는 고3 학년 중 누군가 죽거나 다쳐야만 명문대로의 진학이 높아진다는 소문의 실체에 다가가게 되고 쳐다보기만 해도 눈이 부실 것 같았던 기율 선배의 정체와 자세한 내막을 몰랐던 가족의 이야기, 함께 콤비를 이루었던 이채에 관한 이야기까지 이어지면서 끝까지 흥미진진함을 놓을 수 없다.

이런류의 소설은 비슷비슷한 느낌이 있지만 그럼에도 호기심을 꺾지 못하고 읽게 되는 건 작가의 문장력이나 전문적인 지식이 기대되기 때문인데 이 중에 뭔가 하나라도 어설펐다면 분명 그저 그런류의 소설이라는 아쉬움이 더 컸겠지만 이 소설은 의외로 영매와 관련된 내용들이 생생하게 전달되고 이채와 사건 해결을 하며 티격태격하는 두 캐릭터가 주는 케미가 또 재밌어서 요런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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