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책을 집어들 수 밖에 없는…]

이 책을 집어 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책제목에 앨런 튜링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운의 수학자로 알려진 앨런 튜링에 대해 그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앨런 튜링.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암호기계인 '이니그마'에 대한 암호를 풀어낸 사람으로, 그것으로 인해 전쟁을 몇 년을 앞당겨 끝나게 하고, 또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살렸다고 한다. 그 독일군의 암호기계인 '이니그마'의 암호의 경우의 수는 세기도 어려운 158,962,555,217,826,360,000라고 한다. 그 암호를 푼 사람이 바로 앨런 튜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보안 상의 이유로 그는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갔고, 전쟁 중에 있었던 그의 기록과 업적은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또 세간에 이목을 끈 것은 청산가리를 묻은 사과를 먹고 자살하고 나서이다. 누군가는 애플의 로고가 앨런 튜링을 기리기 위해서 한 입 베어 문 사과를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좀더 찾아보니, 앨런 튜링의 세계대전에서의 활약상은 나중에 같이 참여했던 사람에 의해서 알려졌다고 하고, 2013년이 되어서야 그의 업적이 복권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에 인공지능 컴퓨터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경기가 있어서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킨 적이 있었다. 기계가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다는 개념. , 인공지능에 대한 개념을 착안한 사람도 바로 앨런 튜링이다. 이 소설은 바로 그 앨런 튜링에 대한 소설이다. 어떤 지적 호기심이 많은 젊은 경찰이, 앨런 튜링의 자살을 접하고, 그에 대한 조사를 해가면서, 결국 그가 전쟁의 영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 그런 내용이다.

작년 초에 우리나라에서 앨런 튜링에 관한 영화가 한편 개봉했었다. <이미테이션 게임>. 남자 주인공은 영드 <셜록>에서 셜록 홈즈의 역할로 나온 베네딕트 컴버배치이고, 여자 주인공은 내가 좋아하는 키이라 나이틀리이다. 그래서 더욱 보고 싶었던 영화다. 이 영화를 꼭 봐야지 하면서 보지 못하고 있다가 이 소설을 읽고 나서야 찾아서 봤다. 이 책의 책띠에 <이미테이션 게임>에 영감을 불어넣은 소설이라고 광고를 하고 있는데, 그만큼 소설과 영화의 내용이 많이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영화도 소설만큼 괜찮았다.

그리고 이 책을 집어 든 또 하나의 이유는 지은이 때문이다. 지은이는 다비드 라게르크란츠라는 스웨덴 사람인데, 처음 들어본 이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은이 때문에 책을 집어 든 이유는이 사람이 <밀레니엄> 시리즈 4부의 지은이로 공식 선정되었다고 해서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는 전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으나, 3부까지 쓰고 지은이가 심장마비로 죽어서 나를 비롯한 전세계의 <밀레니엄>시리즈의 팬들을 슬프게 했다. 그는 원래 10부작까지 쓰려고 했는데 3부에서 중단되고 만 것이다. 그런 <밀레니엄> 시리즈의 4부의 작가로 선정되었다니.. 정말 궁금하다. 그리고 이 소설에 대한 기대가 쫙 올라갔다.

 

[어떤 동성애자의 자살]

이 소설의 주인공은 스물여덟 살 코렐이라는 젊은 형사다. 1954 6월 영국. 어떤 가정부의 신고로 사망 사고가 접수되었다. 그 죽은 이의 집에 들어갔는데, 온통 복잡한 실험장치와 독극물들이 있었다. 그리고 강한 아몬드향이 가득 찼고, 시신 옆에는 한 입 베어 문 사과가 있었다. 강한 아몬드향. 그것은 청산가리 냄새란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의 집에서는 청산가리도 발견되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앨런 튜링. 대학 교수였다. 그의 집에는 복잡한 기계와 독극물도 많았고, 그리고 그의 수첩에는 아주 복잡한 수학 공식이 적혀 있었다. 많은 책들이 있었고, 특이한 물건으로는 전쟁훈장이 있었다. 수학자의 집에 왜 전쟁훈장이 있지?

코렐은 사실 어렸을 때부터 수학자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수학자의 죽음을 접하자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에 대한 조사를 해보고 싶었다. 그가 적어 놓은 수학공식에 대한 것도 풀고 싶었다. 그런데, 그의 자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고위 공무원들이 찾아와서 코렐에게 앨런 튜링의 자살 사고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수학자가 고위 공무원과 인맥이 있다? 코렐은 앨런 튜링을 조사해보니, 3년 전인 1951년 집에 절도범이 들어서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절도범이 집에 들었는데, 없어진 물건은 없다고 했다. 경찰은 이것이 더 수상하게 여겨서 그를 조사했더니,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이야기를 했다. 앨런 튜링은 속이고, 잔머리를 굴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 것이다. 지금이야 동성애자가 불법이 아니지만, 당시 영국에서는 불법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앨런 튜링은 동성애 범죄로 당시 경찰의 취조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사실들을 코렐이 조사하게 알게 된 것들이다. 이 사건은 동성애자인 수학 교수가 자살을 한 사건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고위 공무원들이 찾아왔지?

 

 

[과거가 사라진 남자]

코렐을 도서관이나 경찰 자료 등에서 앨런 튜링에 대한 조사를 해보았다. 하지만, 그가 케임브리지 교수라는 사실 이외에는 아무런 기록이 없었다. 앨런 튜링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동성애로써의 앨런의 애인인 19살 머레이를 만났다. 앨런은 전자두뇌를 만든다고만 했고, 과거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었다. 존 튜링. 앨런의 형이 시신을 확인하려 왔고, 코렐은 그와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앨런은 1951년 동성애자로 경찰 조사를 받고 난 이후, 의사들은 앨런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에스트로겐 주사를 놓았다고 한다. 에스트로겐? 그건 여성호르몬인데... 동성애자에게 남성호르몬이 아닌 여성호르몬을? 이해가 잘 안 간다. 의상의 실수인가? 코렐이 조사를 좀 해보니, 에스트로겐 주사를 맞으면 우울증을 유발하게 된다고 한다. 어쩌면 앨런의 자살이 이 에스트로겐의 주사에 의해 생긴 우울증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이미 남성호르몬을 동성애자들에게 써보았는데, 효과가 없어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주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런 근거없이 임상 실험을 한 것이다. 존 튜링은 앨런이 전쟁 때 무슨 중요한 일은 했다는 것은 알지만, 정확한 것은 무엇인지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자살이 아니라 사고사일 가능성은 없는지 코렐에게 물어보았다. 왜냐하면, 앨런이 평소 덤벙대고 주의심이 없었기 때문에, 독극물 실험을 하다가 실수로 먹을 가능성은 없는지 물어 본 것이라고 한다. 코렐은 청산가리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

코렐은 앨런이 로빈이라는 사람한테 몇 년 전 쓴 편지를 손에 넣게 되었다. 그 편지 속에는 당시 앨런의 고민이 묻어 있었다. 동성애 사건으로 재판을 자주 받아 괴롭다는 내용이 있었고, ‘그들’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그들’은 누구인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헌신한 사람들부터 제거될 수 있는 두려움이 있다는 말도 있었다. 더욱 궁금해졌다. 도대체 앨런은 전쟁 때 무슨 일을 한 걸까? 그리고 코렐은 어쩌면 앨런이 자살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의심을 했다. 편지는 일단 자신만 보고, 동료 경찰 등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전쟁의 영웅]

검시관은 정식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앨런이 자살이라고 발표했다. 코렐은 혹시 자살이 아닐 가능성이 없냐고 돌발 질문을 했다가 상사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았다. 그런데, 그 돌발행동으로 그에게 프레드릭 크라우스라는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가 찾아왔다. 그와 앨런 튜링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핵심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몇몇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코렐은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전쟁 훈장을 받았다는 것. 앨런이 전쟁 중에 지능을 가진 기계를 제작했다는 사실. 그리고 체스 챔피온인 휴 알렉산더도 앨런과 같은 전쟁 훈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이런 정보들로 코렐은 앨런이 전쟁 중에 암호 해석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추리를 했다.

코렐은 좀더 공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휴가를 쓰고 케임브리지 킹스칼리지에 가서 앨런이 주려고 했던 편지의 주인공 로빈 교수를 만났다. 로빈은 코렐을 경계하면서도 지적 호기심이 많은 코렐에게 호감을 가졌다. 코렐은 앨런이 전쟁 중에 암호 해석을 했을 것이라는 자신의 추측을 이야기하니까로빈은 놀라면서도 즉답을 피하고 피파드라는 사람을 만나보라고 했다. 코렐은 피파드를 만나러 갔다. 피파드는 이미 코렐이 자신을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피파드은 전쟁 중에 코렐을 고용한 정부기관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코렐에 대한 뒷조사를 했다. 피파드는 그 전에 코렐을 찾아온 고위 공무원들, 즉 팔리와 서머셋과도 아는 사이였다. 코렐은 피파드에게 자신의 추측을 이야기했더니, 피파드를 코렐을 내쫓듯 보냈다.

이런 코렐의 추리를 어떤 이로부터 미행까지 받게 만들었다. 앨런의 편지 속에 적혀 있는 그들인가? 그는 미행 받다가 폭행까지 당해서 중상을 입었다. 이 일은 금방 관련자들의 귀에 들어갔고, 전에 코렐을 만나기 위해 경찰서에 찾아왔던 팔리가 코렐이 묵고 있는 호텔방에 찾아왔다. 그리고 코렐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팔리는 이성적인 사람으로 중상을 입은 코렐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코렐에게 앨런이 전쟁 중에 어떤 일을 했는지 이야기해주었다.

코렐이 추리했던 것처럼, 앨런 튜링은 케임브리지 대학 킹스칼리지 교수로 일하다가 전쟁 중에 암호 해석을 위해 ‘블레츨리 파크’에서 일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독일군의 암호기계인 '이니그마'가 내뱉는 말을 해석하는 일에 매달렸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158,962,555,217,826,360,000의 경우의 수가 있는 암호. 그것도 하루에 한번씩 바뀌는 그런 암호... , 하루 안에 158,962,555,217,826,360,000의 경우의 수에서 하나를 찾아내야 한다는 소리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지 않는가.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이 블레츨리 파크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암호해석의 패턴을 찾아내려고 했는데, 앨런 튜링은 접근 방식을 다르게 했다. 기계의 언어는 사람이 아닌 기계가 가장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이니그마'라는 기계를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기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비용도 엄청나게 들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졌다. 다른 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결국 앨런이 성공을 했다. 158,962,555,217,826,360,000의 경우의 수는 이제 한낱 숫자일 뿐 독일군의 암호는 바로 해석이 되었다.

하지만, 어려운 결정의 순간들도 있었다. 독일군이 영국의 민간인을 수송하는 배를 포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이것을 막게 된다면 독일군은 영국이 자신들의 암호를 풀었다는 것을 알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분명 암호를 바꿀 것이다. 몇 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은 전쟁의 승리를 위해, 더 많은 희생을 막기 위해, 수송선의 공격을 막아줄 수 없었고, 많은 민간인들의 희생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독일군의 모든 잠수함을 비롯한 많은 군사시설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그 이후 전세는 뒤바뀌어 영국을 비롯한 연합군의 우세가 되었고, 독일군의 항복까지 받아내어 전쟁을 끝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앨런이 만든 '기계'는 전쟁을 일찍 끝나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던 것이다. 그는 전쟁의 영웅이다. 하지만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그는 전쟁이 끝나고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고, 동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근거도 없는 강제 치료를 받고, 어쩌면 그 후유증으로 자살까지 하게 된 것이다. 국가의 권력으로 개인이 희생당한 또 하나의 사건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나는 또 다른 소설이 하나 있었다. 몇 년 전에 읽은 로버트 해리스의 <이니그마>라는 소설이다. 세계대전 당시 '이니그마'의 암호해석을 하는 블레츨리 파크에서 일어난 일에 관한 소설인데,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지은이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밀레니엄> 시리즈 4부를 어떻게 그릴지 기대되지만, 과연 스티그 라르손 만큼의 흡입력을 보여줄지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이 소설이 재미있긴 했지만, 스티크 라르손의 소설만큼은 아니었다고 평가한다. 그래도 출간되면 꼭 읽어볼 예정이다.

...

아참,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다가 괜찮은 대사가 나와서 적어보았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때로는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해낸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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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 번은 체 게바라처럼 - '인문학 특강''생존경제학' 최진기의 리얼 인생 특강
최진기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대한민국 최고 강사, 최진기]

내가 최진기라는 분을 처음 알게 된 게 어디였을까? 생각해봤는데, 정확하게 모르겠다. 그런데 이 분에게 관심을 가게 된 것은 기억한다. 김제동의 <톡투유>라는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데, 패널로 나오셔서 이야기를 하는데논리적이고, 적절한 비유로 이야기하는데 귀에 쏙쏙 들어오게 이야기를 했다. 자칭 대한민국 최고의 강사로 자기 소개를 하는데, 결코 잘난 척 하는 것 같지 않고,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인터넷에서 그가 하는 강의를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정말 타고난 강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타고남 뿐만 아니라 그런 최고의 강사가 되기 위해서 많은 책을 읽고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최고의 강사가 될 수 없겠지. 혹시 이 분이 쓴 책들이 있나 하고 검색을 해보았다. 이미 여러 권의 책들을 쓰셨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들도 많이 썼다. 그 중에 일단 눈에 띄는 책을 한 권 골라봤다. 일생에 한 번은 체 게바라처럼.

 

[혁명가의 FM, 체 게바라]

체 게바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혁명가다. 누군가는 그가 정말 완벽한 사람이라고도 한다. 예전에 <체 게바라 평전>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책과 담을 쌓고 살다가 책을 가까이 접하기 시작하던 이십대 끝자락에 친구의 소개로 이 책을 읽었다. 당시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내용이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 몇몇 기억의 조각만 남아 있다. 의사라는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었지만, 그걸 뿌리치고 힘들고 위험한 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자유를 빼앗긴 사람들을 위한 혁명에 그의 청춘을 바쳤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움직였을까? 라는 생각들을 당시 책 읽으면서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쿠바 혁명 성공에 일등공신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다시 한번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다시 한번 길을 떠난다. 볼리비아 국민들의 자유를 위해 다시 혁명의 길을 떠난 체 게바라. 하지만 그곳에서 그는 적군에 잡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그의 삶은 혁명가로써의 표준을 살았다고도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혁명가들 중에 가장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혁명가가 아닌가 싶다. 볼리비아에서는 그가 사망한 곳을 관광지로 만들기까지 했다고 한다.

체 게베라는 자신의 청춘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그는 모든 것을 통해 배우고 생각하고 행동했다. 지은이 최진기는 그런 체 게바라에 반했다고 한다. 그래서 체 게바라에 대한 책들과 자료에 대해 섭렵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체 게바라에게서 배운 내용을 젊은이들에게 공유하고자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고는 하지만낯선 나라의 혁명가에 관한 두껍고 작은 글씨의 책들을 읽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쉽게 요점정리해준 책이 바로 이 책 <일생에 한 번은 체 게바라처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뛰쳐나가 혁명가가 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와 같은 열정을 한번 가져보라는 것이다.

청춘을 지나고 보면 그때는 몰랐는데, 그때가 참 좋았지.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그러면서 그때는 모르지만, 이 나이 되면 알게 될 거야. 이런 이야기를 덧붙인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겨 듣는다. 나도 그랬으니까… 나도 나의 아이들이 그런 나이가 되었을 때, 결국 그렇게 이야기할 것 같다. 젊었을 때 하고 싶은 거 마음 놓고 하라고… 그것도 많이 이야기할 것 같다. 나처럼 그냥 넘겨 듣지 않도록 말이다. 난 쫌 후회한다. 너무 평범하고 평균적인 청춘을 지나온 것 같아서 말이다. 누군가는 그러겠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분명 그때보다 덜 자유로운 것은 사실이다.

 

[청춘의 특권, 열정]

, 그럼 체 게바라의 어떤 삶을 보고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의 그런 삶을 통해 무엇을 배울까? 지은이 최진기는 체 게베라를 통해 먼저 불가능한 꿈을 지닌 리얼리스트가 되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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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엔 불가능한 꿈을 지니자.

 

만일 우리가 낭만주의자이고

도저히 구제할 길 없는 이상주의자이며

우리는 불가능한 것을 이룩하려 한다고 말한다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맞는 말이다

우리는 '그렇다'고 해야 할 것이다.

- 체 게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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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번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미쳐보자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자성어 '불광불급(不狂不及)'을 인용하면서 말이다. 불광불급. 미쳐야 미친다는 의미다. 어떤 것에 미친 듯 빠져들어야 그것의 경지에 미친다(다다른다)라는 뜻이다. 그리고 체 게베라를 통해, 친구와 우정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외모를 사랑하고, 가꾸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외모를 가꾸라는 것은 성형 수술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오래 남을 수 있는 매력을 만들어보라는 것이다. 멋진 패션 감각이나, 운동으로 멋진 몸매를 만들거나훌륭한 말솜씨, 글솜씨 등 자신을 매력덩어리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많이 있다.

체 게베라는 전쟁 중에도 꼭 책을 들고 다녔다고 한다. 그렇듯 책은 늘 가까이 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그만큼 책은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나도 사실 책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풀고 힐링을 하기도 한다. 정말 책은 빠져들면 들수록 무한한 세상이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도 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나도 악필에 졸필이지만, 독후감을 쓰고 일기를 쓴다. 나름 보람을 느낀다. 지은이 최진기는 글쓰기를 소통의 방법으로 사용해보자고 제안한다. 지인들에게 자주 메일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점, 깊이 반성해 본다.

그리고 여행. 지금보다 젊었을 때 많이 하지 못한 것이 여행인 것 같다. 그게 뭐 어때서? 이렇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젊었을 때 많은 여행을 한 사람들은 풍기는 분위기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될 때, 여행은 공부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여행을 자주 해야겠다.

그 밖에 지은이는 여러 가지를 더 이야기했지만기억 속에 남는 것들은 대충 이런 것들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체 게베라에 관한 책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고, 지은이 최진기가 쓴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또 인터넷 서점을 기웃해봐야겠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14쪽)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엔 불가능한 꿈을 지니자.

만일 우리가 낭만주의자이고
도저히 구제할 길 없는 이상주의자이며
우리는 불가능한 것을 이룩하려 한다고 말한다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맞는 말이다
우리는 `그렇다`고 해야 할 것이다.
- 체 게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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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나면 잎이 보이듯이

                                  - 이해인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사귀가 보인다

잎 가장자리 모양도

잎맥의 모양도

꽃보다 아름다운

시가 되어 살아온다

 

둥글게 길쭉하게

뾰족하게 넓적하게

 

내가 사귄 사람들의

서로 다른 얼굴이

나무 위에서 웃고 있다

 

마주나기잎 어긋나기잎

돌려나기잎 무리지어나기잎

 

내가 사랑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운명이

삶의 나무 위에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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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같은 사람이란 아마도 늘 희망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따뜻한 사람, 친절한 사람, 명랑한 사람,

온유한 사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 창조적인 사람, 긍정적인 사람일 게다......

자기의 처지를 불평하기 전에 

우선 그 안에서 해야 할 바를 최선의 성실로 수행하는 사람,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새롭게 하며 나아가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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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 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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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얼굴

.

사는 게 힘들다고

말한다고 해서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내가 지금 행복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나에게 고통이 없다는 뜻은

정말 아닙니다

마음의 문

활짝 열면

행복은

천개의 얼굴로

아니 무한대로

오는 것을

날마다 새롭게 경험합니다

어디에 숨어 있다

고운 날개 달고

살짝 나타날지 모르는

나의 행복

행복과 숨바꼭질 하는

설렘의 기쁨으로 사는 것이

오늘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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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사랑의 지향을 지니고 기도하기,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새로운 감동으로 감사하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성실히 행하기, 

다른 이의 필요에 눈 뜨는 예민함과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겸손함을 배우기, 

언제나 고운 말만 골라 애용하는 언어천사 되기, 

일의 우선순위를 잘 분별하는 지혜로 시간 관리를 잘하기, 

웃음과 유머를 잃지 말고 자신의 부족함을 받아들이며 고칠 것은 고치기! 2010.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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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교사의 기도


이름을 부르면 한 그루 나무로 걸어오고 

사랑해 주면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는 

나의 학생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그들과 함께 생각하고 꿈을 꾸고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힘든 일 있어도 내가 처음으로 교단에 섰을 때의 

떨리는 두려움 설레는 첫 마음을 기억하며 

겸손한 자세로 극복하게 해 주십시오


가르치는 일은 더 성실한 배움의 시작임을 기억하며 

최선을 다하는 열정을 지니고 싶습니다 

그 누구도 내치지 않고 차별하지 않으며 

포근히 감싸 안을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 

항상 약한 이부터 먼저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싶습니다


학생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그들의 필요를 민감히 파악하여 

도움을 주는 현명한 교사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아무리 화나는 일이 있어도 

충동적인 언행으로 상처를 주지 않으며 

자신의 감정을 절제할 수 있는 

인내의 덕을 키우도록 도와 주십시오 

학생들의 잘못을 따끔히 나무라고 충고할 줄 알되

더 많이 용서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얼굴 

지식과 지혜를 조화시켜 

인품이 향기로운 교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오늘을 살게 해 주십시오


기도하고 인내하는 사랑의 세월 속에 축복 받은 나의 노력이 

날마다 새로운 꽃으로 피어나는 기쁨을 

맛보게 해 주십시오


어느 날 그 꽃자리에 

가장 눈부신 보람의 열매 하나 

열리는 행복을 기다리며 

오늘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교사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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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가족들이

우리 집이라는 말에선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라는 말은

음악처럼 즐겁다.

멀리 밖에 나와 우리 집을 바라보면

 

잠시 낯설다가

오래 그리운 마음

가족들과 함께한 웃음과 눈물

서로 못마땅해서 언성을 높이던

부끄러운 순간까지 그리워

눈물 글썽이는 마음

그래서 집은 고향이 되나 보다.

 

헤어지고 싶다가도

헤어지고 나면 금방 보고 싶은 사람들

주고받은 상처를

서로 다시 위로하며

그래. 그래 고개 끄덕이다

따뜻한 눈길로 하나 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언제라도 문을 열어 반기는

우리 집 우리집

우리 집이라는 말에선

늘 장작 타는 냄새가 난다.

고마움 가득한

송진 향기가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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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길

     - 정호승


길이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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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정

      - 이해인

 

태어나면서부터

나는 순례자

 

강원도의 높은 산과

낮은 호숫가 사이에 태어났으니

나의 여정은 하루하루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았고

물 위를 걷는 것과 같았네

 

지금은

내 몸이 많이 아파

삶이 더욱 무거워졌지만

내 마음은

산으로 가는 바람처럼

호수위를 나르는 흰 새처럼

가볍기만 하네

 

세상여정 마치기 전

꼭 한번 말하리라

길 위에서 만났던 모든 이에게

가만히 손 흔들며 말하리라

 

많이 울어야할 순간들도

사랑으로 받아 안아

행복했다고

고마웠다고

아름다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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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엔 불가능한 꿈을 지니자.


만일 우리가 낭만주의자이고

도저히 구제할 길 없는 이상주의자이며

우리는 불가능한 것을 이룩하려 한다고 말한다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맞는 말이다

우리는 '그렇다'고 해야 할 것이다.

- 체 게바라



(23쪽)

그런데도 자신의 제자들에게는 시장의 무한경쟁으로 들어가라고 부추기는 교수들을 볼 때마다 진심으로 화가 난다.

"취업 못하는 건 순전히 너의 열정과 끈기가 부족하다"는 말, 그건 헛소리일 뿐이다.



(122쪽)

학생들이 가끔 논술이나 다른 시험, 혹은 교양을 쌓기 위해 어떤 신문을 봐야 하느냐고 물어온다.

이 책을 쓰기 전까지 나는 

"응, 보수적인 ㅇㅇ일보와 진보적인 ㅇㅇ신문을 함께 보렴.

기본적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잡아야지"라고 대답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고백한다. 

그 대답은 결코 올바른 대답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비겁한 대답이었다.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멋진 사람인 척 하는 동시에

일부 진영에서 가해질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묘수라고 생각해 부린 꼼수였다.

모두 나의 가식이었다.

'반성한다'. 이제 아주 홀가분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일보를 집어던져라!"라고.



(160쪽)

나는 글쓰기가 구체적인 문제에 부딪히는

한가지 방식이라고 믿는다.

더불어 자신의 독특한 감수성으로

삶을 바라보는 태도라고...

 - 체 게바라


(217쪽)

체는 여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청춘은

 여행이다. 

시인 랭보의 <나의 방랑>이란 시에서처럼, 찢어진 주머니에 두 손을 내리 꽂은 채,

그저 길을 떠나가도 좋은 것이다.

여행은 그렇게 마음속에 품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피곤은 지친 몸, 금방이라도 무릎을 꿇고 쓰러져 쉬고 싶겠지만

우리의 의지는 그걸 용납해서는 안 된다.

때로는 육체의 한계를 극복해내는 새로운 삶을 향한 갈망이 

청춘의 전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32쪽)

우리가 '다름'을 접하고 배우며 그 과정에서

자기만의 발전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단순한 개인의 호기심 충족 때문은 아니다.

한국이라는 공동체의 운명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세계에는 

'다른 것', '익숙하지 않은 낯선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다름'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에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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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참고] 스포일러 포함/기억력에 의한 내용상 오류 있을 수 있음.

 

 

이번에 읽은 <허즈번드 시크릿>이란 책은 작년에 신간소개에서 알게 된 책이다. 난 귀가 얇은 편이라서, 이 책에 대한 호평을 보고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장르도 좋아하는 추리 소설이고그러다가 얼마 전 알라딘 중고 매장에 갔다가 이 책을 보고 무척 반가웠다.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망설임 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 소문대로 재미있었다. 지은이는 리안 모리아티라는 호주 사람이어서인지 소설의 배경도 호주 시드니다. 나의 신혼여행지.이 소설을 읽으면서 잠시 당시의 시드니가 떠오르기도 했다. 허즈번드 시크릿우리말로 번역하면 남편의 비밀도대체 어떤 비밀일런지그리고 그 비밀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급하게 책을 펼쳤다.

 

이 소설은 세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루어진다. 먼저, 세실리아의 가족. 세실리아는 세 딸을 둔 평범한 워킹 맘이다. 남편은 존 폴. 그들은 시드니에서 살고 있다. 큰 딸 에스터가 요즘 베를린 장벽에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세실리아 자신이 젊었을 때 베를린 여행을 갔다가 가지고 온 벽돌을 찾으러 다락방에 갔다가 우연히 남편의 편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봉투에는 반드시 자신이 죽은 다음에 열어보라는 문구가 써 있었고, 그 문구로 인해 세실리아의 머릿속에는 온통 그 편지만 가득 찼다. 남편 존 폴은 미국 시카고로 출장 가 있었다. 그 편지를 열어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던 세실리아는 남편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고 열어보지 않았다. 그리고 남편이 전화를 안부 전화를 걸어와서 그 편지 이야기를 했더니 긴 침묵.... 그리고 당황한 목소리로 존 폴은 아주 오래 전에 쓴 것이라면서, 제발 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세실리아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그렇게 치졸한 사람은 아니라면서하지만, 궁금증은 더욱 커졌고, 다른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남편 존 폴은 자신을 만나기 전에 우울증을 겪기도 했지만, 지금은 세 딸에게 가장 좋은 아빠이자 모범적인 남편이기도 했다. 그런 남편이 죽은 다음에 열어보라고 편지를 썼다? , 궁금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세실리아 뿐만 아니라,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도 그 편지의 내용이 무척 궁금해서 그 편지의 내용이 나오는 부분까지 손을 놓지 못하고 소설을 읽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두번째 가족은 테스의 가족. 남편 윌과 여섯 살 아들 리엄과 같이 멜버른에서 살고 있었다. 그들 부부는 테스의 사촌이자 절친인 펠리시티와 함께 광고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윌과 펠리시티가 폭탄선언을 했다. 윌과 펠리시티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선을 넘지 않았다는 이야기와 함께그게 무슨 문제인가? 그들은 이미 사랑하고 있다는데테스는 강한 배신감에 충격을 받고그 자리에서 짐을 꾸려서 리엄과 함께 엄마가 있는 시드니로 날아가 버렸다.

세번째 가족은 레이첼의 가족. 그녀의 나이는 68세로 남편과 사별하고 시드니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근처 학교에서 가끔 비서 일을 하면서 생활했다. 그에게는 롭이라는 아들과 아들보다 잘 나가는 며느리 로렌, 그리고 두살배기 손자 제이콥이 있었다.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사는 레이첼에게 손자 제이콥을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그리고 레이첼은 좋은 시어머니가 되기 위해서 며느리에게 간섭하지 않고, 잔소리도 안했다. 그런데, 로렌이 일하는 은행에서 로렌의 능력을 인정하여 뉴욕 발령을 하게 되었고, 식구 모두가 뉴욕으로 가기로 했다고 한다. 물론 손자 제이콥도 함께레이첼의 유일한 낙이었던 제이콥을 못보다니레이첼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며느리를 미워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레이첼에게는 롭 말고 한 명의 아이가 더 있었다. 롭의 누나였던 자니자니는 열여덟 살 때 목이 졸려 죽은 채 발견되었는데, 범인은 밝혀지지 않은 채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이미 수십년 전 일이지만, 자니가 죽은 이후 레이첼은 평생 마음의 짐을 얹고 살아갔다. 행복할 수도 없었다. 레이첼에게는 자니를 죽인 범인으로 의심하는 사람이 한명 있었다. 그 사람은 자니의 마지막 남자친구로 코비 휘트비라는 사람인데, 그 사람은 우연히도 레이첼이 일하는 학교에서 체육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아직 그는 결혼하지 않았고, 학생들 뿐만 아니라 엄마들한테도 인기가 좋은 선생님이었다. 그런 코비를 레이첼은 학교에서 날마다 봐야 하니, 늘 어색해했고, 보면 볼수록 그가 범인이라는 확신이 점점 들었다.

 

테스는 리엄과 밤비행기를 타고 시드니에 도착했다. 테스의 엄마 루시는 발목이 부러져서 병환 중이다. 테스는 다친 엄마를 도와주기 위해서 왔다고 이야기했지만, 엄마는 금방 눈치를 챘다. 그것도 윌과 펠리시티가 바람을 피웠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될 줄 알았다면서테스는 다음날 리엄을 학교에 전학시키려고 갔다가 레이첼과도 만나고 체육 선생님 코비 휘트비를 만났다. 십 여 년 전 테스가 열아홉살 때 코비와 사귄 적이 있었다. 테스가 엄마 집에 있는데 윌과 필리시티로부터 연이어 전화가 와서 테스의 화만 더욱 부추겼다. 테스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펠리시티의 엄마 아빠, 즉 테스의 이모와 이모부가 와서 미안하다고 했지만, 테스는 여전히 화는 풀리지 않았다. 테스는 야밤에 기분 전환하려고 드라이브나 하겠다고 나섰다가 주유소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온 코비를 다시 만났다. 코비는 가볍게 차나 한잔 마시자는 제의를 했고, 테스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한편 레이첼은 방에서 혼자서 옛날 비디오를 보다가 지금까지 못 본, 자니가 녹화한 비디오 테이프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 영상에서 자니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코비가 화를 내는 장면을 보았다. 레이첼은 흥분했다. 이 정도 장면이면 코비가 범인이라는 충분한 증거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레이첼 눈으로만 그렇게 보였다. 옛날부터 자니의 사고를 담당했던 경찰 로드니를 불렀는데로드니는 다시한번 코비는 범인이 아니라고 이야기했고, 하지만 레이첼이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비디오 테이프는 분석팀에 넘기겠다고 했다.

또 한편, 세실리아는 하루종일 남편의 편지 때문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그 동안의 남편의 행동을 하나하나 생각해보면서, 남편과 사랑을 나눈 지도 오래되었다는 것에 생각이 닿자, 남편이 바람을 피고 있다고 단정을 했다. 오늘 집에 들어가면 편지를 봐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런데 집에 오자 일정보다 며칠이나 일찍 집에 도착한 남편 존 폴을 볼 수 있었다. 편지 개봉은 잠시 뒤로 미루어야 했다. 그날밤 남편 존 폴과 세실리아는 간만에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고 잠에 빠져 있는데, 존 폴이 다락방에서 왔다갔다 하는 소리를 듣고 깼다. 그것도 폐쇄공포증으로 다락방에 한번도 들어가지 않았던 존 폴이었는데세실리아는 당장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편지를 한 치 망설임 없이 뜯어 보았다. 더 이상 궁금증을 참을 수 없던 것이다. 도대체 그 편지가 뭐라고 말이야. 그런데, 그 편지는 충격적인, 알아서는 안 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첫딸 에스터가 태어났을 때 쓴 편지존 폴 자신이 열여덟 살 때 자니를 죽였다는 내용이 있었다. 충격적이고 우발적인 사고였다면서 용서를 구하는 내용이었다. 다락방에서 내려온 존 폴은 편지를 들고 있는 세실리아를 보았다. 그러면서 용서를 빌었다. 당시 자수하려고 했지만, 용기를 낼 수 없었다고 했다. 그 일로 열여덟 살에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고,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폐쇄공포증도 그때 생긴 것이라고 한다. 스스로 벌을 받으면서 생활하려고 했다고 한다. 이 편지를 읽고 난 이후 세실리아는 심한 갈등을 했다. 편지를 읽기 전에는 궁금증으로 온 마음이 가득 차 있었는데, 이제 심한 갈등으로 온 마음이 가득 차 있다. 남편 존 폴은 살인자이다. 당연히 그로 하여금 지금이라도 자수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세 딸이 그토록 사랑하는 아빠이자, 자신에게도 좋은 남편이었다. 세실리아는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구토도 하고, 불안 증세가 나타났다. 특히 자니의 엄마인 레이첼 부인 앞에서는 더욱 심한 증세를 보였다. 레이첼로부터 새로운 증거인 비디오 테이프를 발견하였고, 그것을 경찰에게 건네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만 실신까지 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레이첼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주고, 그들은 자수를 하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최종 결정은 하지 못하고 계속 갈등을 하였다.

 

테스는 코비와 데이트를 했는데, 그만 너무 쉽게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옛날의 좋았던 감정이 되살아난 것도 있지만, 그보다 남편 윌에게 대한 배신감에 대한 보복성도 있었다. 그런데 한번 사랑을 나눈 이후로 테스는 코비에게 완전히 빠지고 말았다. 분명 자신도 불륜을 한 것이지만,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자신도 윌의 탈선을 알게 된 지 3일만에 이런 행동을 보인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지만, 다음날 다시 코비와 만나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 리엄이 아빠는 언제 오냐고 물어볼 때는 뜨끔하기도 했다. 그런데, 펠리시티가 시드니로 찾아왔다. 테스가 떠난 이후로 윌과 아무 일도 없이 관계를 정리했고자신은 이제 호주를 떠나 유럽으로 가겠다고 했다. 테스는 오히려 코비와 사랑을 그리워하고 펠리시티와 윌의 부정이 계속될 것을 내심 바랬다. 하지만 겉으로 그렇게 이야기할 수 없는 일이다. 꼬일 대로 꼬이니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펠리시티가 가면서 곧 윌도 온다고 했다. 그제서야 코비와 데이트 약속이 생각이 나서, 테스는 코비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취소했다. 윌이 도착하자, 테스는 오히려 그의 부정을 부추기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테스 자신은 윌의 배신을 보복으로 불륜까지 저질렀는데, 윌은 펠리시티와 아무 일도 없이 끝냈다? 윌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완전히 입장이 반대가 되는 것이다. 테스는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아들 리엄을 생각해서 윌과 헤어질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사랑은 없고, 관계만 유지된 생활을 하겠지? 행복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런데, 테스가 코비에게 데이트를 취소하는 그 전화그 전화는 무지막지한 사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데이트 취소에 대해서 코비는 이해를 한다고 하면서도, 자신이 차였다는 생각에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집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그때 레이첼이 운전중이었는데, 레이첼은 범인이 코비라고 확신을 하고 있었다고 했잖아. 그런데 코비가 차도를 걷고 있었다. 순간 사고사로 위장하여 그를 죽여서 자신의 딸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레이첼은 가속 페달을 밟았다. 목표는 코비하지만, 갑자기 차 앞에 세실리아의 셋째 딸 폴리가 나타났다. 세실리아의 셋째 딸 폴리는 코비 선생님을 보고 따라 온 것이었다. 폴리는 레이첼의 차에 치였다. 생명은 건졌지만, 오른팔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게 되었다. 평생 불구자로 지내야 했다. 레이첼은 심한 죄책감을 가졌다. 다른 사람들은 차도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단순한 교통사고라고 위로했다. 심지어 폴리의 엄마 세실리아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레이첼은 자신에게 평상시에도 친절하게 대한 세실리아에게는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솔직히 이야기하고 울면서 용서를 빌었다. 사실 자니를 죽인 범인인 코비를 죽이려는 마음이 있어서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말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세실리아는 충격을 받았다. 자니를 죽인 것은 코비가 아니고 존 폴이였으니존 폴은 레이첼의 딸 자니를 죽이고, 레이첼은 존 폴의 딸 폴리를 불구자로 만들고...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그렇게 운명의 사슬로 묶여 있었다. 세실리아은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용서를 빌었다. 그러면서 존 폴도 자수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은 레이첼은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자상한 아빠인 존 폴이 자신의 딸 자니를 죽였다니레이첼은 갈등을 하지만, 결국 레이첼은 존 폴을 용서하기로 했다. 자신의 잘못도 있으니까 말이다.

 

소설의 마지막은 '만약'이라는 가정과 우연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만약 이랬더니 이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왜 존 폴은 자니를 죽였을까? 존 폴은 자니를 여자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자니는 존 폴이 아닌 코비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했다. 그 말에 우발적으로 열여덝살 젊은 혈기를 가진  존 폴은 자니의 목을 졸랐다. 하지만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손을 떼었다. 금방 이성을 찾은 것이다. 그런데 그 몇 초의 목조름으로 자니는 죽고 말았다. 사실 그날 자니는 병원 예약이 되어 있었다. 며칠 전 병원에서 마르판 증후군일지도 모른다면서 추가 검사를 받아보자고 했었다. 마르판 증후군은 아주 사소한 충격으로도 호흡중단 등 충격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자니는 그때 그날 병원예약했던 것이 생각이 났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리고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다. 존 폴은 그 일로 인해 평생을 죄책감으로 살았고, 그 일로 인해 자신의 딸은 불구가 된 것이다.

이 세상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수많은 우연들의 합들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하는 소설이다. 오늘도 아주 황당한 여러 가지 우연들로 인해 만들어진 스트레스를 어깨 가득 안고 왔다.


 

※ 이 리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를 수정하여 작성함.

 

우리 인생이 어떤 길로 가게 될지,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마도 그 편이 나을 것이다.
어떤 비밀은 영원히 비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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