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할까요? 1 - 허영만의 커피만화
허영만.이호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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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이 참 많단다. 그래서 골목골목마다 커피숍도 참 많아. 전문 브랜드도 많고, 개인이 하는 작은 카페도 참 많단다. 아빠도 물론 커피를 즐겨 마셔. 주로 회사에서 마시지만, 커피숍에서 마시는 것도 좋아한단다. 너희들과 함께 마시는 것도 좋아하고, 혼자 마시는 것도 좋아해.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책을 읽으면 그 순간만은 모든 스트레스를 잊곤 하지.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할 거야.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커피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들도 많을 거야. 그리고 커피에 대한 추억도 많은 테고 말이야. 우연히 허영만 작가의 <커피 한 잔 할까요>라는 만화를 알게 되었단다.

….

 

1.

‘2대커피를 운영하는 박석. 원래 이화여대 앞에 커피숍을 내려고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하는구나. 30년 만에 처음으로 수제자를 받아들였어. 그 이름은 강고비. 강고비는 열정만으로 커피를 배우려고 하는데 에스프레소 한 잔 제대로 만들지 못했단다. 원래 에스프레소가 쉬운 커피는 아니라고 하는구나. 가장 기본적인 커피인 것 같은데, 그것 또한 여러 가지 조합들로 이뤄진대. 원두의 상태, 분쇄 입자의 크기, 분쇄 양그런 것들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다르다는 거야. 에스프레소를 잘 만들어야 그것을 바탕으로 만드는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카푸치노의 맛이 좋아지는 거야. 사실 아빠는 에스프레소는 잘 마시지 않는단다. 너무 쓴 맛이 강해서.. 그런데, 에스프레소의 매력을 아래와 같이 이야기하는데, 아빠도 에스프레소 한 잔 먹고 싶게 하는 평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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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의 진정한 매력은 입안에 감도는 향긋한 향기와 달콤한 여운에 있고 그런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고 나면 마치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를 나눈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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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는 실제 카페와 실존 인물을 모델로 등장시키기도 했단다. 5화에서 이야기한 헬카페와 그 카페를 운영하는 권요섭, 임성은이라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6화에서 등장하는 시인 최갑수도 실존 인물이라고 하는구나. 커피와 ‘2대커피라는 커피숍에서 일어나는 잔잔한 사람 사는 이야기그리고 커피에 대한 여러 가지 상식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어 좋았단다. 1권의 명 문장을 하나 고르라고 하면 탈레랑이라는 사람이 이야기한 커피 예찬을 들고 싶구나.

커피는 악마같이 검지만 천사같이 순수하고 지옥같이 뜨겁고 키스처럼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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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어째서 사람들이 자장면, 스파게티, 낙지볶음같이 맛난 음식들을 제쳐두고 휘발유, 유리, 신문지, 톱밥 따위를 먹고 있는 걸까. 인간은 아니 모든 생물은 자신이 먹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단 한 번에 알아낸다. 그것을 가르시아 효과(Garcia Effect)라고 한다. 그러니까 가르시아 효과에 따르면 한두 번 재미로 톱밥이나 유리를 먹을 수는 있지만 곧 ! 이것은 인간이 차마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구나. 나는 인간이므로 인간의 본분을 지켜야지하는 생각을 본능적으로 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것이 정상적인 인간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걸까? 인간은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식료품을 규정하는 이 세계의 상상력을 전복시키고 일대 충격을 주기 위해서? 아니면 <믿거나 말거나> 같은 프로그램에 한번 출현해보려고?

(32)

나는 혜성의 충돌, 기상이변, 한 미치광이에 의해 잘못 눌러진 원자폭탄의 발사, 공기전염되는 치명적 바이러스의 출현, 인공지능과 기계문명의 가공할 발전 등등의 이유로 인해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인간 자신이 만들어낸 질서 때문에 스스로 종의 역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것은 도대체 무얼 뜻하는 것일까? 마친 인류가 이백 년 전에 만들어낸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이 인간사회의 이곳저곳을 빨아먹고서 이제 인류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하는 괴물로 자라 있는 것과 비슷한 것일까?

(79)

현대인은 아무도 깊은 잠을 자지 못해요. 전기가 발명되고 매머드 도시가 등장한 이후로 현대의 밤은 일종의 교란상태에 빠져 있죠. 게다가 자본주의가 선물한 최고의 유산은 바로 불안이에요. 보험, 증권, 부동산, 주식…… 현대 경제는 불안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알다시피 불안은 숙면의 최고의 적이에요. 그리고 불면은 다시 불안을 만드는 악순환이 진행되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내적으로 외적으로 늘 불안한 겁니다. 반대로 원시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영적인 존재였죠. 해가 떠 있는 시간은 일하는 시간이었고 해가 지고 나서는 꿈을 꾸고 쉬는 시간이었어요. 그러니까 신의 섭리에 따르면 삶의 반은 일하고 나머지 반은 꾸어야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이죠? 밤에는 잠만 자자는 얘긴가요?”

(200)

이 우주적 가르침에 따르자면 한 개체가 감지할 수 있는 시간의 사이클이란 언제나 자신의 시간단 하나뿐이다. 우리에게 이해심이 부족한 게 아니다. 우리는 애당초 이해란 걸 할 수가 없다. 번개돌이는 달을, 달은 토끼를, 토끼는 번개돌이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가 더 빨리 늙어가고, 누군가는 더 빨리 배가 고프고, 누군가는 더 빨리 사랑했다가 더 빨리 식어버리고, 또 누군가는 그토록 사랑하는 애인과 헤어졌다며 밤새 죽을 듯이 울고 난 다음날 새로운 남자와 또다시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가 늘 하는 말은 나는 너를 사랑하는데 너는 나를 왜 사랑하지 않느냐.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 내가 너희만할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너희들은 어쩌자고 이따위냐? 같은 말뿐이다.

(201)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삶의 방식 이외에도 아주 많은 삶의 방식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무리 얼토당토않고 무모해 보여도 그것은 그들이 이 세계를 견디기 위해 나름대로 고안한 필연적인 질서라는 것을 모른다. 모르고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에 우리는 충고를 한다.

이봐, 이제 프리셀은 그만두고 좀더 생산적인 일을 골몰하는 게 어때?”

내가 프리셀을 빼앗아버리면 그는 아마 자살해버릴지도 몰라하고 말하면 사람들은 농담하지 말라는 투로 피식 웃는다. 하지만 정말이다. 프리셀 이외에 이 지루하고 막막한 세계를 견디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그는 정말로 견디지 못하고 자살해버릴지도 모른다.

(269)

실제와 환상의 경계가 무너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공포를 혹은 공포의 환상을 물리적인 세계에서 실제로 만난다. 환상 속의 악어는 실제로 사람을 물어죽이고, 삼십 센티미터 높이의 계단에서 떨어지면 온몸이 바스러진다. 그들은 악어를 상상해서는 안 된다. 악어를 상상하면 악어는 곧장 진짜 악어로 바뀌고 그들을 공격한다. 그러면 이제 본격적인 악순환이 시작된다. 환상 속의 악어를 실제로 만난 환자는 더 무섭고 강력한 악어를 상상하게 되고, 그러면 이빨이 더 커지고 몸이 더 부풀어오른 거대한 악어가 그들을 공격한다. 처음에는 살을 할퀴고, 두번째는 발가락을 물어가고, 세번째는 다리 전체를 물어가고, 결국에는 그들을 잡아먹어버린다.

이제 다시 물어보자. 당신은 아직도 침대 밑에 있는 악어가 가짜 악어라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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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스 스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5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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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전에 요 네스뵈의 <네메시스>를 읽고 나서 아빠가 그랬잖아. 조만간에 그 다음 이야기를 읽겠노라고그래서 이번에 그 다음 이야기인 <데빌스 스타>를 읽었단다. <레드브레스트> <네메시스>와 더불어 오슬로 삼부작이라고 부르는 작품. 세 소설은 각각 독립된 큰 사건을 중심으로 다루지만, 세 소설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큰 사건과 별도로 해리의 동료의 살해 사건으로 이어지고 있단다. 지난 <네메시스>의 마지막 장면에 결정적인 목격자도 나타났었잖아. 독자들은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살인 사건. 그래서 이번 <데빌스 스타>에서 그 진범이 잡힐 것을 뻔히 알면서도 책을 들게 하는 지은이 요 네스뵈의 필력.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어 굵은 줄거리만 후려쳐서 이야기해줄게.^^

 

1.

소설의 시작은 카밀라 로엔이라는 젊은 여자가 살해된 사건으로 시작했어. 너희들에게 이런 잔인한 살인 사건이 나오는 이야기는 좀 안 해주고 싶지만, 이야기가 그렇게 시작하니 어쩔 수 없구나. 시신에는 검지손가락이 없어졌고, 눈덩이 붉은 별 모양의 다이아몬드가 있었어. 하필 이 사건이 발생한 것이 한여름 휴가철이라서, 경찰서에도 남아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어. 묄레르 경정은 둘 사이가 안 좋은 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톰 볼레르와 해리 홀레를 보냈단다.

주인공 해리 홀레. 오슬로 삼부작의 전작들인 <레드브레스트> <네메시스>를 통해 알게된 해리 홀레와 톰 볼레르 관계를 다시 한번 이야기해줄게. 해리 홀레는 동료였던 앨런의 살인 사건의 배후로 톰 볼레르를 강력하게 의심하고 있었잖아. 그리고 <네메시스>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목격자도 나타났었고 말이야. 해리 홀레는 그 목격자를 찾아가 만났는데, 그가 앨런을 죽인 범인과 톰 볼레르가 만나는 것을 봤다고 했어. 증인이 나타나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결정적인 목격자가 나중에 자신이 잘못 봤다고 말을 바꿨어. 해리는 그가 톰 볼레르의 협박으로 말을 바꿨다고 생각했어. 목격자가 말을 바꾸면서, 다시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었고, 해리는 트라우마와 죄책감으로 다시 술에 찌들어 살게 되었어. 그러면서 무단 결근을 밥 먹듯 했고, 삶의 목적도 잃은 것 같았어. 애인이었던 라켈과도 멀어지게 되었어. 묄레르 경정는 해리의 능력을 알기 때문에 그를 보호해 주었는데, 해리의 무단 결근이 길어지니 더 이상은 어려워 사직서를 받을 수밖에 없었어. 그런데, 그 사직서에 싸인을 해야 하는 상사가 휴가 중이라서 아직 보직을 유지하고 있었지. 그 때 카밀라의 살인 사건이 발생해서 출동하게 된 거야. 해리는 여전히 술에 취해 있어 말썽만 부려서 그 사건에서 빼고 다른 일을 시켰어. 중요하지도 않고 귀찮기만 일에 말이야.

연출가로 유명한 빌리라는 사람의 부인 리즈베트의 실종 사건이었어. 실종된 지 몇 시간도 안되었는데, 빌리가 신고를 한 거야. 과잉 반응이지.. 그런데, 며칠 뒤 리즈베트의 가운데 손가락이 경찰서로 배달이 되었어. 그걸 보는 순간 그 전의 카밀라 살인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특별한 증거는 없었어. 그러다가 세번째 희생자가 발견되었어.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던 바바라라는 여자가 화장실에서 살해당한 거고네번째 손가락이 사라진 채 발견되었고, 시신 옆에는 오각형 별 모양의 다이아몬드가 있었어이제 이 세 사건은 동일범에 의한 연쇄살인범이라고 간주하고 수사를 시작했어.

 

2.

연쇄살인사건의 전문가인 해리 홀레는 이 사건의 연관성을 찾아보았어. 지도에서 범행장소를 지도상에 표시하니, 그 위치가 마치 별 모양의 꼭지점에 위치하고 있었어. 시신에서 발견한 별 모양의 다이아몬드와 관계도 있고 말이야. , 이제 그러면 별의 꼭지점의 3군데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으니, 그 다음은 장소는 알 수 있었겠지. 별의 다섯 개 꼭지점 위치 중 두 군데.. 그 중에 한 곳. 그 전의 사건들이 5일 간격으로 일어났고 일어난 시간대도 동일했기 때문에 잠복만 하면 범인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 한 지점은 어떤 학교의 기숙사였고, 나머지 한 지점은 어떤 노파가 살고 있는 곳이었어. 지금까지 희생자를 봤을 때, 젊은 여자들이 많은 기숙자가 확률이 높았어. 그곳에 CCTV를 설치하고 경찰 병력들이 모두 동원해서 숨어 있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났지만 너무 조용했어.

한편, 노부인이 있던 곳에는 베아테 뢴이라는 여자 경찰만 혼자 출동했어. 베아테는 노부인과 이야기해봤는데, 노부인의 아들 스벤의 이상한 행보가 범인의 동선과 동일한 것을 알았어. 프라하에서 일하는데, 5일마다 오슬로에 방문을 했다는 거야. 그런데 그 날들이 정확하게 살인사건이 발생했던 날과 동일했고, 이번에도 그날 저녁 때 오기로 했던 거야. 베아테 뢴은 지원 요청을 했고, 전화를 받은 톰 볼레르는 혼자 지원을 갔어.

기숙사에서는 해리가 기숙사 벽에 그려진 별 모양을 보게 되었어. 그리고 마리우스란 청년이 20일 전에 여행을 가고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20일 전그러니까 첫번째 살인 사건이 있던 날 5일 전…. , 그래, 첫번째 희생자로 알랐던 카밀라의 사라진 손가락은 두번째 손가락그럼 카밀라는 첫번째 희생자가 아니었던 거야. 바로 마리우스가 첫번째 희생자였던 것이지. 그런데, 시신은 어디있었을까? 해리 홀레는 기숙사의 다락방에서 완벽하게 밀봉된, 엄지손가락이 사라진 시신을 발견했단다. 그러면, 오늘 사건이 발생할 곳은 노부인의 집? 그리고 정황상 범인은 노부인의 아들 스벤이었지. 이런 싸이코 성향의 연쇄살인범의 마지막 희생자는 주로 친족이었다는 정신의의 이야기도 스벤이 용의자라는 것을 암시했어. 모두들 그쪽으로 향하고 있지만, 시간이 부족했지. 그곳엔 베아테와 먼저 간 톰 볼레르만 있었어. 그리고 스벤이 도착했어.

현관에서 대치한 톰 볼레르와 스벤. 톰은 총을 버리라고 경고하고 안 그러면 쏘겠다고 경고하고.. 몇 번씩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베아테가 거실에서 듣고 있다가 상황을 보려고 현관으로 갔는데, 놀랍게도 스벤은 비무장이었어. 베아테가 톰을 부르자, 톰은 그제서야 자신의 총을 내리고 스벤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어. 톰이 왜 그렇게 행동했냐면바로 스벤이 하던 일이 무기 밀반입이었고, 그 거래를 톰 볼레르와 했던 거야. 스벤이 경찰에 잡히게 되면, 자신의 범죄가 들통날까 봐 그를 죽이려고 했던 거야. 그리고 자신은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할 테고.. 그 전과 마찬가지로 말이야. 그런데 베아테가 봐 버렸으니, 그럴 수 없었지. 그냥 체포하는 수밖에

 

3.

이 일은 해리의 귀에도 들어갔어. 톰은 나중에 해리에게 만나고, 스벤 같은 넘은 재판을 받으면 감형이 되고, 나중에 다시 출옥을 하면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면서, 자신이 심판하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어. 아니, 변명이었지. 해리는 톰이 스벤을 죽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몰래 스벤을 경찰서에서 빼돌려서 그를 심문했어. 스벤은 자신은 결백하다고 주장했어. 무기 밀반입을 한 것은 맞지만, 살인사건의 범인은 아니라는 거야. 그가 5일마다 오슬로에 온 것은 그때마다 주문이 있어서 왔던 것이고, 오슬로에 온 김에 엄마를 만나려고 집에 왔던 것이라고 했어. 그가 잡힌 날도 마찬가지이고 말이야. 그러면서, 범행이 일어났던 시간에 다른 곳에 있었던 사진으로 알라바이를 보였어. 그리고 그가 프라하에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그 사진에서 해리는 뜻밖의 인물을 보게 되었단다. 그리고 해리의 머리 속은 초고속으로 회전하고 연쇄 살인의 범인이 누군지 감을 잡게 된단다. 그 범인은 바로 유명한 연출가이자 희생자 중에 한명인 리즈베트의 남편인 빌리였어.

그는 왜 이런 범죄를 꾸몄을까? 그는 리즈베트와 신혼여행을 프라하로 갔었는데, 그곳에서 리즈베트가 몰래 바람을 피웠어. 그 상대는 스벤이었고그런데, 그걸 모르고 있다가 빌리는 최근에 리즈베트의 편지를 통해서 알게 되었단다. 그래서 빌리는 스벤과 리즈베트에게 복수를 하려고 했던 거야. 리즈베트는 죽이고, 스벤을 연쇄살인범으로 몰려고 했던 것이지. 빌리는 아주 유명한 연출가였잖아. 이런 시나리오를 짜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지. 그래서 거의 성공할 뻔 했던 것이지. 그런데 해리에 의해서 그의 음모가 드러난 것이야. 이렇게 연쇄 살인범의 범인은 밝혀졌단다. 하지만, 아직 해리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 있어. 톰 볼레르.

스벤에 의해 톰 볼레르가 무기 밀수업자의 중간 도매상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앨런의 살인 배후인 것도 밝혀졌어. 톰 볼레르는 아직 자신이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어. 스벤과 해리만 죽으면 말이야톰 볼레르는 스벤과 해리가 숨어 있는 곳을 알게 되어 그곳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해리와 톰의 잔인한 결투가 벌어졌단다. , 결과는 누군가 예상할 수 있는 결과로 끝이 났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아빠가 짧게 이야기한다고 했는데, 하다 보니 또 길어진 것 같구나. 중간중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이야기들은 많이 뺐는데도 말이다.

책을 펴기 전부터 예상했던 결과로 끝이 났지만, 그래도 요 네스뵈의 소설은 매력이 있구나. 또 다른 그의 소설을 찾아 나서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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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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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작년에 <댓글부대>란 책을 읽고 나서, 지은이 장강명이 쓴 다른 소설들을 읽어봐야겠다고 하고 고른 책이 바로 이번에 읽은 <표백>이라는 책이란다. 2011 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더구나. 제목이 왜 표백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들었어. 사실 좀 가볍게 책을 들었는데, 내용은 그리 가볍지 않더구나. 잘못된 우리나라 사회 구조 속에서 힘겹게 생존 경쟁을 하는 젊은 세대에 관한 이야기였어. 이 책이 출간된 것이 2011년인데, 오늘날에도 그대로 그 문제점이 널려 있어. 아니, 더 심각해졌을 수도 있고왜냐하면 그때의 정권이나 지금의 정권이나 젊은이들의 어려움과 아픔을 쓰다듬어 주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아빠가 봤을 때는 거의 방치 수준이었어. 앞으로는 더 나빠질까? 너희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쯤 되면 지금보다 주변 여건은 더 나빠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란다. 하지만, 나라가 그 어려움을 알고 사회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을 한다면, 그래도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고 아빠는 생각해. 그래서 비록 여건은 나빠질 수 있지만, 사회 구조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 그러기 위해서는 그런 노력을 하는 사람이 정권을 잡도록 해야겠지. 그런 희망을 올해는 다시 한번 가져보련다.

, 다시 소설 이야기를 할게. 이런 사회성이 짙은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빠의 역량 밖이란다. 그냥 줄거리만 쭉 이야기하기는 그렇고, 소설에서 이야기하려는 바를 아빠는 어찌 생각하는지 알려주어야 할 것 같은데, 아빠가 소설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선뜻 너희들에게 잘 이야기할 수가 없거든. 그런 걸 감안하고 글을 읽어주길 바란단다.

표백. 표백 세대.

지은이가 소설 속에서 표백 세대라는 말을 사용했어. 그래서 이 말이 원래 통용되는 말인데, 아빠만 처음 들어본 말인가 하고 검색을 해봤더니, 지은이가 이 소설을 통해서 처음 사용한 것 같더구나.(아빠가 대충 찾아봐서 틀린 내용일 수도 있어.) 이 소설에서 사용한 이후 다른 곳에서도표백 세대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 같아.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표백세대는 일단 1978년 이후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을 지칭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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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이후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유지, 보수자의 운명을 띠고 세상에 났다. 이 사회에서 새로 뭔가를 설계하거나 건설할 일 없이 이미 만들어진 사회를 잘 굴러가게 만드는 게 이들의 임무라는 뜻이다. 이들은 부품으로 태어나 노예로 죽을 팔자다.

나는 여기서 나를 포함해 이런 사명을 부여 받은 우리 세대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해서 만성적인 좌절감에 빠지는지 밝히고, 그런 좌절감이 누구의 탓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원인에서 기인한 근본적인 문제임을 증명해보겠다. 또 타고난 능력과 근면, 성실함으로 개인적인 성취를 이루는 것은 우리가 겪고 있는 굴욕에 대한 답이 아니며, 그런 성공은 본질적으로 시시한 것임을 논해보겠다.(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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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 세대들에 의해 완성된 사회에 태어난 사람들. 그래서 사회를 바꾸거나, 새로운 담론을 제기할 수 없는 세대. 이런 세대를 지은이는 표백 세대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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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담론을 제기할 수조차 없는 환경은 우리 세대의 가치관에도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표백 세대의 등장이다.

이 세대에게는 실질적으로 어떤 사상도 완전히 새롭지 않으며, 사회가 부모나 교사를 통해 전달하는 지배 사상에 의문을 갖거나 다른 생각에 빠지는 것은 낭비일 뿐이다. 그런 시도는 기껏 잘돼봤자 기존 지배 사상이 얼마나 심오하고 빈틈없는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효과만 낳는다.

이들에게 지배 사상은 큰 틀에서 항상 옳으며, 그 사상을 받아들이는 데 개인마다 과정과 깊이가 다를 수는 있으나 결론은 언제나 같다. 이들은 지배 사상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따라서 실제 삶에서 온갖 종류의 불편함과 부당함을 겪어야 하는데도,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개인이나 작은 이익집단 단위를 넘어서지 못하게 되며, 세계는 사상적으로 완전무결한 상태가 된다.

이것이 바로 표백 과정이다. 아무도 더 나은 시스템을 떠올리지 못한다. 거대한 흰색 세계는 모든 빛을 흡수하며 무결점 상태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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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표백 세대는 새로운 것이 없기 때문에 같은 세대뿐만 아니라 기성 세대와도 경쟁을 해야 한다고 했어. 그래서 불리한 게임을 할 수 밖에 없는 세대. 지은이의 말들이 틀리지 않아 답답했단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지은이는 표백 세대가 살아가는 방법에는 순응, 타협, 소극적 저항, 적극적 저항이 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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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세대가 완성된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은 순응, 타협, 소극적 저항, 적극적 저항의 네 가지로 분류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순응은 완성된 사회의 시스템과 경쟁 체제를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삶을 사는 것이다. …중략

타협은 완성된 사회의 가치관에 대해 약간의 의심을 품으면서도 대체로 그에 따라가는 삶의 형태다. 이런 삶의 유형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이타적인 행위를 통해 자기만족을 얻으며 그런 의심을 억누른다. …중략

소극적 저항은 완성된 사회의 가치관을 전복시키고자 하는 의도는 없으나 적어도 그 가치관에 따라 사는 것이 아닌 삶의 형태다. … 중략이들은 완성된 사회의 가치관을 따르는 일을 경멸하지만, 자신들이 완성된 사회로부터 제대로 된 존경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중략소극적 저항자들은 대체로 연대를 하지 않으며 사회 시스템을 전복하려는 의도가 없기 때문에, 수가 너무 많아지지 않는 한 완성된 사회의 관점에서 대체로 무해하다.

적극적 저항은 사회에 대한 폭력적인 타도를 시도하는 것이다. 정의에 따라, 완성된 사회에서 적극적 저항은 이념적 근거를 가질 수 없다. 적극적 저항자들은 처참할 정도로 논리가 없거나 아니면 일반인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극단적인 원리주의를 자신들의 이념으로 채택한다. …중략

완성된 사회는 이들을 사회의 적으로 규정하는 데 망설임이 없으며 이념적으로 물리적으로든 적극적 저항자들이 성공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들은 기껏해야 기억에 남는 테러를 몇 건 저지를 수 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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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지은이가 정의 내린 표백세대는 아니지만, 근접한 세대로써 표백 세대가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이 무척 공감이 가더구나. 아빠가 현재는 위 네 가지 방법 중에 현실과 타협하고 살아가는 것 같더구나. 이 더러운 사회 구조를 욕하면서도 그 사회 구조에 일부는 순응하고 일부는 의심하면서 살아가는 타협의 자세어떤 것이 이런 사회를 살아가는 자세로 옳은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구나. 그대로 최근에 최악의 대한민국 정부에 맞서 시민들의 저항들이 많아져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 희망을 가져본단다.

 

1.

그럼 줄거리를 이야기해줄게. 진호그룹이라는 대기업 회장의 장남 선우가 미국에서 유학 중 사망했다는 신문 기사로 이야기를 시작돼. 선우는 실질적 후계자로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서, 그의 죽음은 큰 뉴스거리가 되었어. 그리고 1인칭 시점의가 이야기를 끌어간단다. 이름은 나와 있지 않아서 그냥 주인공이라고 부를게. 주인공은 서울 소재 A대학 경영학과에 다니고, 자신 소개를나는 아무 생각 없었고, 매사에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바보였다하고 했어. 그에는 친구들도 많지 않았고 절친 휘영과 후배 병권, 그리고 미모의 후배 정세연 등과 어울려 다녔어. 정세연은 남자들과 거리낌 없이 지내고 그로 인해 좋지 않은 소문이 있었는데, 자신은 개의치 않았어. 주인공도 이상하게 세연에게 이성에 대한 감정이 없었대. 그런데 휘영과 병권은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었던 것 같았어. 어느날 넷이 술을 먹는 자리에 세연이 자신의 친구라면서 추윤영을 데리고 와서 소개해 주었어. 추윤영은 자신을 추라고 불러달라고 했어. 추 역시 대단한 미인이었단다. 그 해 6월 세연은 갑자기 죽었어. 자살. 그것도 대기업 입사 합격을 하고 나서..

 

2.

이 소설은 중간중간 회색 바탕에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온단다. 처음에는 그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는데, 세연의 죽음 이후 그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지 밝혀지게 돼. 세연이 죽고 나서 주인공과 휘영, 병권은 세연으로부터 메일을 받게 되는데, 세연이 죽기 전에 쓴 잡기(주인공은 세연이 쓴 글을 잡기로 불렀어.)를 첨부 파일로 받았단다. 회색 바탕에 쓰여진 이야기들이 바로 그 파일에 담긴 글들이었어. 세연이 지어낸 이야기들. 하지만 등장인물들은 세연의 주변 인물들로 채워져 있고, 일부 내용들인 실제 있었던 일들이었어. 주인공도 그 세인이 쓴 잡기 속에 적그리스도라는 별명으로 등장하고 있어. 그런데, 주인공이 모르는 등장인물도 꽤 있었단다. 그 중에하비라는 사람은 대기업 후계자인 것 같은데, 독자들은 바로 소설 첫부분에서 나왔던 진호그룹 후계자 선우라는 것을 눈치챘을 거야. 불분명한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로 주인공은 7급 공무원을 준비하기로 했어. 그가 사실 하고 싶었던 것은 따로 있었어. 그런데 일반 기업에 들어가면 늦은 퇴근 시간으로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공무원이 되고자 했어. 그러면 퇴근 일찍 하고 이후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추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같이 하자고 했어. 그들은 그 즈음 사귀고 있었거든. 놀기 좋아하는 추가 공무원 시험을 한다고 해서 믿기지 않았는데, 처음에는 같이 공부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추는 공부를 소홀히 하게 되었고, 주인공 공부에도 방해하기 일쑤였어. 주인공은 첫 시험에서 떨어지고 나서, 추와 결별하고 나서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어. 그런데, 그게 되겠냐. 또 떨어졌지. 그래서 서울의 짐을 싸들고 지방에 있는 자기 집으로 돌아갔단다. 그 즈음 추는 미국에 간다고 했어. 1년이 지나구 주인공은 7급 공무원에 합격했어. 하지만 공무원도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칼퇴근은 할 수 없었어. 그렇다고 지금 와서 지금 와서 공무원을 그만둘 수도 없잖아. 그렇게 주인공은 기성 세대가 되어가고 있었지.

 

3.

주간지 기자가 된 휘영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세연으로부터 메일이 왔다는 거야. 세연이 죽은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 말이야. 그런데 그것보다 그 메일 속에 링크된와이두유리브닷컴이라는 사이트가 더 의문이었어. 그 사이트는 만든 지 얼마 안된 사이트였어. 세연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자살선언이라는 글이 있었어. 그리고 주인공이 몇 년 전 받은 세연의 잡기들이 올라와 있었어. 그 사이트에는 표백 세대에 대한 설명들이 올라와 있었어. 그리고 젊은이들의 잇단 자살을 어쩔 수 없이 최악의 선택이라고 하는 기성 세대들과 언론들에 대해 비난하는 글들도 있었어. 그러면서 자신은 그런 우울증이나 나약함 때문이 아니고, 인생 최고의 순간에 성과를 이루고 난 뒤에 자살을 했다고 했어. 그래, 세연은 대기업에 합격하고 나서 자살을 했으니까 말이야. 세연은 그러면서 자신을 뒤따르라고 했어. 그렇게 써 있지만 그 게시판은 회원도 거의 없어서 세연의 글이 영향력이 있기나 하겠냐고 생각했어.

그런데, 어느날 게시판에 추가 글을 올렸어. 24시간 뒤에 자살하겠다는 자살선언 글이었어. 그것도 세연이 이야기한 것처럼 자신이 꿈을 이루고 난 후의 자살 선언. 주인공은 놀랬어. 그녀의 죽음을 막아보려고 했어. 하지만 추가 죽기로 한 장소가 어디인지 몰랐지. 그래서 언론 이나 다른 사이트에 추의 글을 퍼다 나르면서 추의 소재지를 파악하려고 했어. 하지만 결국 추의 죽음을 막지는 못했단다. 추의 죽음은 큰 파장을 일으켰어. 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퍼다 다른 글들 때문에 본의 아니게와이두유리브닷컴을 홍보하고 말았던 거야. 또 한 소식. 그동안 소식이 끊겼던 병권이 공인회계사 최종 합격을 하고 나서 바로 자살선언문을 써서 게시판에 올렸어. 주인공과 휘영은 병권의 죽음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실패했어. 소설의 맨 처음 죽었던 진호그룹 후계자 선우도 이 사이트에서 자살선언문을 올리고 자살했던 거야. 이렇게 세연은 죽은 지 수 년이 지났는데, 인생 최고의 순간에 죽음을 선택하는 이들이 나타난 거야. 사이트의 회원수는 점점 증가하고, 주인공과 휘영은 도대체 이 사이트의 운영자는 누구인지 궁금했단다.

그리고 밝혀진 사이트의 운영자는…. 바로 죽은 세연의 동생 세화였어. 세연이 죽기 전에 이 프로젝트를 꾸몄던 것이었어. 사태는 점점 일파만파이십 대 자살율은 급증. 사이트 회원 수도 급증. 이후 주인공은 세화와 우여곡절 끝에 만나게 되고, 세화는 경찰에 잡혀 유죄 판결도 받지만, 사이트는 또다른 운영자에 의해 나날이 번창하게 된단다. 주인공은 세연과 세화가 틀렸다고 생각했어. 그들의 에너지를 잘못된 곳에 썼다고 말이야. 세연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세상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힘은 없을 수 있지만, 우리 시대에 태풍은 몇 번은 들이치리라 생각했어. 그러면 그때 그 에너지를 이용하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이런 주인공의 마지막 메시지는 결국 이 책을 읽는 독자, 특히 젊은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했단다. 그리고 요즘 주인공이 이야기한 시대의 태풍이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주말마다 자신의 에너지를 거리에서 쏟아 붓는 많은 젊은이들을 볼 수 있고 말이야. 결국 세연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은 주인공의 옳았다는 것이지…. 너희들이 나중에 커서, 젊은이가 되었을 때 젊음의 에너지를 어떻게 쓰는 것은 너희들의 의지에 달렸지만, 그 시대의 태풍에 맞서 쓰면서도 너희들의 행복과 즐거움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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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첨 민주주의 - 선거를 넘어 추첨으로 일구는 직접 정치
어니스트 칼렌바크 & 마이클 필립스 지음, 손우정.이지문 옮김 / 이매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추첨 민주주의란 용어를 아빠는 몇 년 전 녹색평론에서 처음 접했단다. 그 이후 녹색평론에서 여러 차례 추첨 민주주의에 대한 글을 실어서 대략적인 개념을 알고 있었어. 그리고 그것에 관련된 책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한번쯤 추첨 민주주의에 관한 책을 읽어보고 싶었어.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인데, 추첨 민주주의에 관한 정의가 명확하고, 그것에 대한 설명이 간단해서 그런지 책도 두껍지 않았어. 어쩌면 추첨 민주주의란 것이 이런 책의 두께처럼 간단하고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이 책은 마이클 필립스와 어니스트 칼렌바크란 미국 사람들이 1985년에 처음 출간했었고, 2008년인가 다시 출간한 개정판을 옮긴 책이란다. 그런데 책의 내용은 거의 바꾸지 않았대. 1985년 당시의 미국 정치 상황과 이십여 년이 지난 미국의 정치 상황이 그리 바뀌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지. 이 책의 한국어판에는 지은이의 글 말고, “보론”이라고 덧붙인 글이 책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글은 우리나라에서 추첨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글을 담고 있단다. 그들의 주장도 지은이들의 주장과 크게 틀리지 않아. 미국은 하원 의원들을 추첨으로 뽑자고 하고, 우리나라는 국회의원을 추첨으로 뽑자고 하는 것만 빼고 말이야.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말도 안 된다고 할거야. 국회의원을 선거가 아닌 추첨으로 뽑는다고? 아빠도 맨 처음 추첨 민주주의란 용어를 들었을 때, 이게 가능할까? 하고 생각했었거든. 그런데 설명을 보면 볼수록 추첨 민주주의가 실제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가치에 더 가깝고, 직접 민주주의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직접 민주주의에 가장 가까운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이런 추첨 민주주의는 갑자기 나온 생각이 아니야. 이미 고대 그리스에서 시행했던 것이고, 민주주의라는 것이 원래 누구나 공평하게 관리가 될 수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에, 추첨 민주주의가 그런 민주주의의 정의가 더 가까운 제도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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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에서 추첨을 민주주의의 핵심 제도로 인정한 이유는 민주주의(democracy)를 어원이 말하는 그대로 ‘데모스(demos, 전체 인민)가 자기 스스로 통치(kratos)하는 체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것은 곧 민주주의를 특별한 엘리트의 지배가 아니라 보통 사람의 지배로, 그리고 누구나 지배자의 지위에 오를 수 있는 동일한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을 지향하는 정치 체제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한다. 추첨은 데모스의 모든 시민들에게 관리가 될 수 있는 동일한 확률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내일 내가 앉아 있을 수도 있는 자리에 오늘 앉아 있는 이의 지배를 수용하는’ 민주주의의 공평한 원칙으로 수용될 수 있었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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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의 민주주의를 하고 있단다. 모든 국민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없으니, 국민을 대표해서 국가 현안이나 정책 등을 결정하는 거지.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국회의원이 있고, 미국에는 상원과 하원 의원들이 있는 거야. 그런데 그들이 과연 국민의 대표성을 띠고 있는가? 하는 의심을 품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어. 이 책의 지은이들은 그 의심을 품은 거지. 누군가는 이야기하겠지. 국민들이 선거를 해서 뽑은 사람이니까 대표성이 있다고 말이야. 하지만, 국민들의 대표성을 가지려면 국민들의 구성 비율과 비슷하게 의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거야. 그러면서 이 책이 처음 쓰여진 1985년 미국의 상황과 하원의 구성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설명해 주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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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입법 기관은 국민을 전혀 대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체 사회를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볼 수 없다. 우선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성인 인구의 51퍼센트인 여성은 하원의 4.8퍼센트만을 차지한다. 인구의 12퍼센트인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하원의 4.5퍼센트만을 구성한다. 인구의 6퍼센트를 차지하는 히스패닉도 하원의 2.5퍼센트만을 차지해 저대표되고 있다 .투표를 하지 않는 유권자의 절반 정도는 전혀 대표되지 않으며, 이 중에는 (전체 인구의 6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가난과 실업 등 열악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

대신 하원은 거의 모두 백인과 부유한 남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불균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계층이 바로 변호사다. 변호사는 1983년 현재 전체 인구의 아주 적은 부분을 차지하는데도 하원의 46퍼센트를 차지하고 잇다. 따라서 우리는 ‘대의 없는 과제’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복지뿐만 아니라 엄청난 전쟁 무기와 대규모의 국내외 경찰과 정보기관을 지탱하는 데 충분할 정도로 많은 세금은, 형식적인 의미에서만 국민을 대표하는 의회가 승인한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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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야. 국회의원들의 구성 비율과 국민의 구성 비율은 전혀 다르거든. 이런 구성 비율이 과연 모든 국민의 대표성을 띠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리고 선거에 의해 의회 의원들은 과연 국민들을 위해 일을 할까? 그렇지 않단다. 오직 자신의 재선을 위해 일을 할 뿐이야. 그리고 자신의 정치 후원금을 지원해준 이들을 위해서 일을 할 뿐이란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인데,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는 정책인 경우, 특히 자신의 재선과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이라면 과연 그걸 추진하려고 할까?

어떤 이는 그런 말을 하더구나. 지금의 민주주의는 엘리트 민주주의라고… 소수의 엘리트들이 정치를 이끌어 간다고 말이야. 하지만, 그런 정치적 엘리트들을 뽑아 정치를 할 거면, 인기투표와 같은 선거를 하지 말고 시험을 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러면 지금처럼 부정부패도 심하지 않고, 선거로 인해 들어가는 돈도 적지 않을까 생각한단다. 무엇으로 보나 지금의 대의 민주주의는 크게 잘못된 것 같더구나. 국민들의 대표성도 띠지 않고, 그렇다고 선거로 뽑힌 사람들이 정말 우수한 인력인 것도 모르겠고… 요즘 우리나라 정치판을 보고 있노라면, 무능한 사람들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고, 대통령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단다. 아무나 국회의원도 할 수 있고, 아무나 대통령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잘못을 하면 기억이 안 난다, 모른다고 하면 되고…. 양심에 털 난 인간들도 많고… 추첨 민주주의를 하게 되면 보통 사람들도 국회에서 하는 일들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될까 생각했는데, 요즘 국회의원들을 보면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더구나. 그리고 정책들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잘 설명을 해주어서 이해시키면 되고, 정책 결정에 있어서 신중하게 하면 될 것 같구나.

 

2. 

추첨 민주주의가 상당히 설득력 있고, 타당한 제도인 것 같으나, 그런 것이 현실이 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단다. 이미 기성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권력과 밥그릇을 놓으려고 할 것 같지 않고 말이야. 미국에서도 추첨 민주주의를 이야기한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바뀐 것은 없잖아.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지. 소선거구제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데, 추첨 민주주의라니.. 이상세계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인 것 같구나. 그러면 현실에서 가능한 것 중에 타협할 만한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정당의 지지율 만큼 국회의원을 차지하는 전면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단다. 하지만 이 또한 거대 정당들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 실현 가능성은 높지는 않단다. 하지만, 최근 햇수로 2년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대규모 촛불 집회의 힘을 보고 나서는 그리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결국 민심의 불꽃이 모이면 힘이 된다는 것을 증명되었거든… 그래, 한번 희망을 걸어보자꾸나.

새해에는 부디 정치 때문에 짜증나는 일이 없고, 촛불 들고 길바닥에 앉는 일이 없길 바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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