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오케스트라에서 콘트라베이스가 빠졌다면 과연 어떻게 될지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자고로 오케스트라라는 명칭을 얻으려면 지금, 단어의 정의에 입각해서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 베이스가 갖춰져 있어야만이 가능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1바이올린이 없거나, 관악기가 없거나, 북이 없거나, 트럼펫이 없거나, 그 밖에 다른 악기가 갖춰져 있지 않은 오케스트라는 있습니다. 하지만 베이스가 없는 경우는 절대로 없습니다.

결국 제가 지금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콘트라베이스가 오케스트라 악기 가운데 다른 악기들보다 월등하게 중요한 악기라는 것을 이 자리에서 서슴없이 말씀드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사람들이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지만 말입니다.

(18)

이 악기는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이렇게 많은 속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음을 끄집어내어 들을 수가 없을 뿐이지요. 음악의 속성상 그렇다는 겁니다. 현악기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의 경우는 더구나 더 그렇지요. 그 의미를 곰곰이 되새겨 보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마음속에 온 우주를 품고 있는 듯이 자로 잴 수 없을 만큼 넓은 속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도 그런 속성을 다 밖으로 표출해낼 수는 없지요.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그건 그 정도로 해두고.

현이 네 개면 이렇게 됩니다. - - - .

(26)

콘트라베이스는 인간이 악기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면 있을수록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특이한 악기입니다. 그리고 그런 속성 때문에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악기이기도 합니다. 여기 좀 보세요. 저는 여기 우리 집에 사방 벽과 천장과 바닥에 방음판을 다 붙여 놓았습니다. 문은 이중으로 만들었고, 이중문 사이는 비어 있지 않도록 속을 꽉 채워 놓았습니다. 창틀의 틈을 완전히 밀봉시킨 창문에는 특수 이중 유리로 된 유리창을 끼워 놓았습니다.

(51~52)

그럴 때면 저는 이 녀석을 저쪽에 있는 등받이 의자 위에 올려 놓고, 활은 그 옆에다 놓고, 저는 여기 이렇게 안락의자에 앉습니다. 그렇게 해놓은 다음 저는 이것이 아주 볼품이 없는 악기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여러분께서도 이것을 한번 봐주시기 바랍니다. 한번 자세히 봐주십시오. 꼭 살이 피둥피둥한 아줌마 같지 않습니까. 엉덩이는 축 처졌고, 허리 부분은 잘록하지도 못한 것이 위쪽으로 지나치게 길게 뽑아 올라져서 도대체가 못마땅합니다. 게다가 가늘고 축 늘어져 곱사등이 같은 어깨 부분 좀 보십시오. 정말 못 말립니다. 이렇게 외모가 엉망으로 보이게 된 원인은 콘트라베이스가 음악 역사상으로 보면 일종의 잡종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랫부분은 큰 바이올린과 같고, 윗부분은 커다란 저음 4현금 겜브와 같은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콘트라베이스는 이제까지 발명된 악기 가운데 가장 못생기고, 거칠고, 우아하지 못한 악기입니다. 악기의 돌연변이지요. 종종 저는 이것을 집어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톱으로 토막을 내고 싶기도 하고, 잘게 부숴 버리고 싶기도 합니다. 잘게 가루를 내거나, 톱밥처럼 만들어 목재를 가스로 바꾸는 기계에 집어 넣거나….. 아무튼 결판을 내고 싶기도 합니다. 제가 이 악기를 사랑한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습니다. 이 녀석은 연주하기도 무척이나 까다롭습니다. 반음을 세 개만 내려고 해도 손가락을 쫙 펴야만 하거든요. 겨우 반음 세 개를 가지고 말입니다.

(67~68)

음악은 사실 어떤 의미로 해석해 보면 지극히 인간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가능했을 겁니다. 정치나 역사와는 반대되는 성격을 띠는 것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음악을 아주 평범하고 인간적인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간적인 영혼과 정신에 따라 본질적으로 구성된 결정체 말입니다. 그러므로 동양이든 서양이든, 남아프리카이든 스칸디나비아 반도이든, 브라질이든 수용 군도이든지 간에 한결같이 어느 곳에서든 음악은 영원히 존재할 것입니다. 음악은 형이상학이니까요. 형이상학이라는 말 아시지요. 실제적인 존재 이상 혹은 그 이면, 다시 말하면 시간과 역사와 정치와 빈곤과 부귀와 삶과 죽음 그 이면의 것들을 말하는 겁니다. 일찍이 괴테는 음악은 영원하다라는 말한 바 있습니다. <음악은 지극히 지고한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이해력도 그것과 같은 수준에 있을 수가 없고, 그것은 모든 것을 통치하며, 어느 누구도 감히 그것을 말로 설명하려는 용기를 갖기 못할 만한 위력을 발휘한다….>

그 말에 저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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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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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작년에 재미있게 읽은 소설 <뜨거운 피>. 그 소설을 쓴 김언수. 그의 다른 소설을 찾아보았어. 그의 대표작 중에 하나인 <캐비닛>을 이번에 읽었단다. 2006년 문학동네 작품상을 받았단다. 그 당시에도 아빠도 나름 책을 읽었었는데, 이런 책들을 모르고 살았다니.. 정말 세상에는 많은 책들이 있는가 보구나. 그리고 분명 아빠가 재미있게 읽을 책들인데, 아직 만나지 못한 책들도 엄청 많을 테고 말이야.

137 1의 경쟁력을 뚫고 공기업 연구소에 들어간 공덕근. 그가 주인공이란다. 137 1의 경쟁력을 뚫고 들어갔으니, 얼마나 엘리트겠어. 하지만 우리의 공덕근은 괴짜였어.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 유산으로 받은 돈으로 캔맥주를 집안 가득 사두고 178일 동안 캔맥주만 마시며 집안에 콕 들어박혀 살기도 했으니 말이야. 그런 그가 공기업 연구소에 신입으로 들어갔어. 그런데,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아침에 10분 정도 자재를 챙기는 것이 하루 일과의 전부였단다. 처음에는 그게 신입이라서 그런 줄 알았어.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 여전했어. 그래서 걱정이 되어 상사에게 물어 보니, 그 연구소에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한가한 거야. 각자 알아서 제 일들을 찾아 하거나, 또는 취미들을 찾아 했어. 그러면서 서로 요즘 너무 바빠서 힘들다고들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겠어.. ㅎㅎ 그런 회사가 정말 있다면정말 부럽구나. 우리의 주인공 덕근도 그런 생활에 곧 익숙해졌어. 자연스럽게 업무 시간에 사우나도 가고 그랬어. 그리고 그곳에서 상사를 만나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는 수준에 올랐어.

 

1.

그러던 어느날, 그는 연구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3층의 13호 캐비닛을 발견했어. 자물쇠로 채워져 있었지. 호기심이 생겼어. 비밀번호를 풀어봐야겠다고 했지. 비밀번호는 네 자리. 0000부터 하나씩 전부 맞춰봤어. 회사에 출근해서 특별히 할 일도 없었는데, 이제 생긴 거잖아. ㅎㅎ 시간도 잘 갔지.. 그러다가 비밀번호를 맞췄어. 철커덕 캐비닛 문이 열린 거지. 그리고 그곳에 있는 자료들을 읽어보았어. 그곳의 자료들은 심토머들에 관한 자료였어. 심토머란 변화된 종의 징후를 보여주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래. 심토머들은 생물학과 인류학이 규정한 인간의 정의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는 사람들로, 그들은 현재의 인간과 새로 태어날 미래의 인간 사이. , 종의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지. 심토머들 중에는 손가락에서 선인장이나 포도나무가 자라는 사람도 있고, 몸의 일부가 도마뱀의 형질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고, 남자의 성기와 여자의 성기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 손가락 끝으로 후각, 시각, 미각을 느끼는 사람 등등 일반 사람들에게는 보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는 형질을 지닌 사람들이었어. 그런 심토머들의 기록들이 그 13호 캐비닛에 있었어. 캐비닛을 연 다음날부터 그는 그 캐비닛의 자료를 읽어보았어.

그러던 어느날 권 박사라는 사람이 자신을 찾는다는 전화가 왔어. 권 박사. 그 박사도 그 연구소에서 괴짜로 알려져 있었어. 그리고 13호 캐비닛의 주인이었어. 심토머를 연구하는 사람. 13호 캐비닛은 폐쇄회로가 지켜보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폐쇄회로에는 덕근이 캐비닛을 열고 자료를 보는 장면이 모두 찍혀 있었지. 그 일로 권 박사는 자신의 일을 도와달라고 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덕근에게 중요한 임무 같이 생긴 것도 아니야. 그냥 자료 정리하고, 심토머들의 전화 받는, 아주 지루하면 단순한 일이었어. 그래도 그 전보다는 나았지. 그 이후 소설의 이야기는 여러 심토머들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져 나갔어. 읽다 보면 이런 심토머들이 정말 있는 것인가? 하는 착각에 구글링을 해보기도 했어. 장편소설다운 굵직한 사건 같은 없었지만, 여러 심토머들에 관한 이야기가 재미를 주었단다. 그 심토머들에 관한 이야기는 모두 지은이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거야. 그 기발한 상상력에 감동을 받을 정도란다. 그가 만들어내는 심토머들.. 읽다 보면 과연 그 다음에는 어떤 심토머들이 출현할까? 기대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게 된단다. 그런 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고, 그 매력으로 상까지 탄 것이 아닌가 싶구나. 손가락에 은행나무가 자라서 결국 지리산으로 들어가서 은행나무로 변한 사람. 입 속에 도마뱀을 넣어 키우다가 결국 도마뱀이 혀의 일부가 된 사람. 손가락으로 후각과 미각을 느낄 수 있는 사람. 많은 유형의 돌연변이가 등장한단다.

.

이야기는 어떤 대기업에서 공덕근으로부터 심토머들에 관한 유전공학적 기술이 담긴 자료를 요청하고, 자료만 정리를 하던 공덕근은 본 적이 없다고 해서, 어떤 사람에 끌려가서 갖은 고문을 당하고 폐인이 되어, 결국 섬에 들어가서 살게 되는 이야기로 끝이 나는데, 소설은 이런 줄거리는 크게 중요한 것 같지 않았어. 책을 덮고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어.

뭐냐 하면 평범한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과연 평범한 사람이란 있는 것일까? 모든 사람들은 제각각이란다. 같은 사람은 외모나 성격이나 한 명도 없을 거야. 다른 사람에 비해 독특한 자신만의 무엇이 있어. 누구나. 그러면 우리는 모두 심토머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단다.

.

 

2.

얼마 전에 누군가 아빠한테 우울할 때 읽으면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어. 곰곰이 생각하다가 몇 권을 알려주었는데, 그 책 목록에 이 책도 포함시켰단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주 유쾌하게 읽었기 때문에 말이야. 그리고 아빠는 이 매력적인 지은이의 또 다른 책을 알아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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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계단 -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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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채사장의 책을 마저 들었단다. 그의 앞선 책들에 너무 좋게 읽어서 그의 신간까지 읽었어. 제목은 <열한 계단>. 그의 조금 특별한 성장기라고 소개한 책이었어. 그가 책을 만나면서 한 계단 한 계단 성장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어. 물론 키가 컸다는 소리가 아니고 그의 영혼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겠지. 공부를 전혀 안 하던, 책을 전혀 보지 않던 고등시절 우연히 읽게 된 <죄와 벌>을 시작으로 그는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 되었대. 심지어 대학교 때는 대학 생활을 적응하지 못해서(그의 겸손인지 모르겠지만...)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지내면서, 하루 한 권씩 책을 읽었다고 하는구나. 그때 쌓은 지식들로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구수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사람이 되었어. 그리고 책도 펴내서 사람들에게 쉽게 인문학을 접할 수 있게 해주기도 했어.

아빠는 그의 팟캐스트나 인터넷을 통해 그가 큰 교통사고를 당하고 같이 탄 사람들이 죽었는데, 그는 멀쩡하게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었단다. 이 책이 그의 성장기를 이야기하는 것이니, 그 이야기도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약간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어. 그가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일 텐데, 어떻게 풀어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애써 내색하지 않고 담담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더구나. 그 사고 이후 정신과 치료도 같이 받았다고 하고 말이야. 그 힘든 시절 그에게 힘이 되어주는 음악을 만나서, 이겨낼 수 있었대. 그 음악은 아르헨티나의 가수 메르세데스 소사라는 가수였다고 하는구나. 아빠는 처음 들어보는 가수라서 유튜브에서 찾아서 음악을 들어봤어. 그녀의 목소리를 듣다 보니 채사장이 이야기한 것처럼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 같더구나. 그녀의 노래뿐만 아니라 반정부 시위로 오랜 망명생활을 했다고 하는 이력을 알게 되니, 더욱 그녀의 노래에 어떤 힘이 있어 보였어. 아무튼, 그녀의 노래와 그녀의 삶도 채사장을 한 계단 더 올라가게 해주는 역할을 했대.

...

지은이 채사장뿐만 아니라,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에게 영향을 준 책들이 있을 거야. 그리고 그 책들은 알게 모르게 나 자신을 성장시켰을 테고 말이야. 그래서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라고 하면 다들 이야기를 하겠지. 아빠도 그런 책들이 있단다. 아빠도 그런 책들을 통해서 아빠의 영혼이 바뀌었다고 늘 생각하고 있어. 그것이 채사장이 이야기한 것처럼 한 계단 올라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빠의 삶의 방식과 영혼은 바뀌었다고 생각해. 생각해 보니 아빠도 그런 책들이 꽤 되는 것 같구나. 지금 그 책들을 다 이야기하려면 길어질 것 같고, 아빠도 아빠를 성장하게 한 책들에 대해서 시간을 내서 정리를 한번 해봐야겠구나. 그리고 너희들도 앞으로 자라면서, 많은 책들을 만날 텐데, 어떤 책들이 너희들을 변화시킬지 궁금하구나. 아니면 벌써 그런 책들을 만났을 수도 있고 말이야. 막둥이는 <정글에서 살아남기>란 만화책이 그런 책들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이 드는구나. 얼마 전에 그 시리즈가 끝이 나서 대성통곡을 했을 정도니까 말이야.^^

 

1.

채사장은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불편한 책을 읽으라고 권했었어. 그는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어떤 책을 읽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사람들이 책을 읽을 때 익숙한 책을 선택하는 사람과 불편한 책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대. 그런데, 자신은 불편한 책을 선택하는 것이고, 그것이 또다른 지평을 열어준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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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첫 번째는 익숙한 책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하나의 책을 읽고 그 세계에 동감하면, 다음에는 그와 관련된 좀 더 심도 있는 책을 선택한다. 이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하나의 분야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사람이 있다. 두 번째는 불편한 책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하나의 책을 읽고 그 세계에 동감하면, 다음에는 그 세계를 무너뜨리는 전혀 다른 세계관의 책을 선택한다. 이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자기 세계의 지평을 점차 넓혀가는 사람이 있다. 두 가지의 방법이 있는 것이다. 익숙한 세계의 깊이를 더하는 방법과 불편한 세계의 지평을 넓히는 방법.(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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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런 불편한 책 읽기가 어떤 식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가? 그것은 헤겔의 '정반합'에 의해서 그를 성장시켰다고 했어. 그러면서 아래와 같이 설명을 해 주었는데, 그의 설명으로 아빠는 헤겔의 정반합이 어떤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단다. 사실 그 전에는 헤겔이라는 사람이 정반합을 주장했다고 듣긴 했지만, 그것이 정확하게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는 모르고 있었거든. 이 책을 통해서 적게나마 헤겔의 정반합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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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적인 상상을 해보자. 방금 하나의 어린 정신이 태어났다. 이 정신은 완벽한 하나의 세계로서 결함 없이 정상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 정신의 이름은()’이다. ‘은 평화롭고 고요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어린 정신은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자기 안에서 자라난 질문들, 모순된 결론들과 대면하는 것이다. 이제는 공존할 수 없다. 정상적인 자기 자신과 모순된 자아상을 분리할 때가 되었다. 이러한 반대되는 자아상을 이제부터()’이라 이름 붙이고, 자아로부터 떼어내자. 이제 나이면서 동시에 내가 아닌 것과 대면하게 되었다. 자아와 반자아의 투쟁이 시작된다. 치열한 투쟁 결과 어린 정신은 모순된 자아상을 수용한다. 이제는도 아니고도 아닌 새로운 성숙한 정신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성숙한 정신의 이름은()’이다. ‘은 완벽한 하나의 세계로서 결함 없이 정상적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이제은 동시에이 된다. 이 과정은 끝없이 반복되며 하나의 정신을 성장하게 된다.(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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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어떤 책을 읽는 편일까? 생각해 보았어. 익숙한 책을 읽나? 불편한 책을 읽나? 아빠는 그렇게 구분해서 책을 선택해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구나. 아빠의 책 선택 기준은 재미있는 책.. 또는 지적 욕구를 충족해줄 수 있는 책... 이런 것이 책 고르는 기준이었던 것 같구나.

 

2.

이 책은 아빠에게 위로가 되어주기도 했단다. 어떻게 생각하면 하찮은 일들인데, 그것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아빠가 힘들 때가 있거든. 그런데 이 책에서 채사장이 인용한 글들과 말들을 통해서 많은 위로를 받기도 했어. 앞서 이야기했던 메르세데스 소사.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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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아요. 당신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걸 잘 알아요. 사회 구조의 문제를 보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약한 자신이 미운 거죠. 그래서 더 세속적인 사람이 되려고 발버둥 치는 거고요. 하지만 당신은 잘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삶을 용기 있게 살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그렇지만 반쪽짜리 삶이었지요. 굳이 이상을 저 멀리 내팽개칠 필요는 없었어요. 지금처럼 현실을 묵묵히 걸어가세요. 동시에 언젠가 필요할 때 쉽게 꺼낼 수 있도록 이상도 함께 품고 가세요. 아무도 당신에게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습니다.(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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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티벳사자의 서>를 쓴 파드마 삼바바의 말도 큰 위로가 되었단다. <티벳사자의 서>란 책... 아빠가 류시화라는 시인을 좋아해서 예전에 그가 쓴 책들을 검색하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단다. 류시화가 번역한 <티벳사자의 서>가 있었거든. 그때 그래서 이 책을 읽을까 말까 몇 번을 망설이다가 어려울 것 같아서 다음을 기약했었는데... 이번에 읽은 <열한 계단>에서 채사장이 이 책에 대한 설명을 해주어, 이제 읽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팟캐스트에서도 채사장이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어. 아빠도 채사장처럼 이 책을 읽고 나서 한 계단 또 올라설 수 있을까. 큰 기대는 안 할래.... 아무튼, <티벳사자의 서>를 쓴 파드마삼바바의 글 또한 큰 위로가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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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해하지 마라. 너는 잘하고 있다.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행동을 해라. 미련과 아쉬움과 후회를 만들지 마라. 심판 받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너를 심판하는 존재 같은 것은 없다. 삶과 죽음이 바로 너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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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빠는 책을 편단다.

언젠가부터 그렇게 되었단다.

비록 바쁜 회사 업무와 너희들과 즐거운 시간 때문에 많지는 않은 시간이지만

책을 펴면 여행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

영혼의 여행 말이야.

그건 책을 즐겨 읽는 사람들이 공감할 거야.

모두들 잠자고, 아빠 홀로 깨어 있는 이 밤.

이제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여행을 한번 떠나봐야겠구나.^^

 

 

허망해하지 마라. 너는 잘하고 있다.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행동을 해라. 미련과 아쉬움과 후회를 만들지 마라. 심판 받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너를 심판하는 존재 같은 것은 없다. 삶과 죽음이 바로 너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359쪽)

네 맞아요. 당신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걸 잘 알아요. 사회 구조의 문제를 보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약한 자신이 미운 거죠. 그래서 더 세속적인 사람이 되려고 발버둥 치는 거고요. 하지만 당신은 잘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삶을 용기 있게 살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그렇지만 반쪽짜리 삶이었지요. 굳이 이상을 저 멀리 내팽개칠 필요는 없었어요. 지금처럼 현실을 묵묵히 걸어가세요. 동시에 언젠가 필요할 때 쉽게 꺼낼 수 있도록 이상도 함께 품고 가세요. 아무도 당신에게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습니다.(3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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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불에 익힌 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훨씬 용이해졌고 이 또한 뇌 발달에 크게 기여합니다. 그런데 더 의미 심장한 변화는 인가니 불을 사용하면서 뇌가 더 커질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인류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42}

덕의 원래 의미는 하늘의 뜻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준비된 가장 순수하게 정제된 마음의 상태라고 했지요. 그래서 덕은 지식의 대상이 아닐 삶의 향기와 힘을 발산하는 동력으로 회복돼야 합니다. '이 있어야 인간은 지식의 저장고가 아니라 지혜의 발휘자로, 도덕을 연구하는 자가 아니라 도덕을 실천하는 자로,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사람에서 일상적으로 민주를 실천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겁니다.

(71)

인간이 인간만의 능력으로 건립한 그 길을 바로()’라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만의 능력이란 믿음의 힘이 아니라생각하는 힘'을 말해요. 인간은 이제 천명을 따르지 않고 도를 따라야 합니다. 우리는 이 단계에 이르러 비로소 우리에게 익숙한 도를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보면, 도의 출현은 바로 중국 문명에서 최초로 터져 나온 인간의 독립선언이에요. 도의 출현 이전에 중국인이 세계를 해석하는 두 개의 중심축은 이었습니다. 도가 출현하고 나자 이제 중국인들은 세계와 관계하고 세계를 해석하며 또 삶의 의미를 확인하는 두 개의 중심축을 새롭게 갖게 됐으니 그것이 바로 도와 덕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도덕(道德)’은 바로 이 도와 덕을 붙인 말이지요.

(77)

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아름답다고 하는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알면, 이는 추하다.

皆知善之爲善 斯不善已

세상 사람들이 모두 좋다고 하는 것을 좋은 것으로 알면, 이는 좋지 않다.

<중략>

노자는 여기서 특정한 기준을 정하고 모든 사람들이 거기에 집중하고 통일돼야 한다고 보는 공자 식의 문명을 반대할 뿐이에요. 여기서 아름답다고 하는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안다(美之爲美)”는 것은 정해진 미, 정의된 미,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미에 동조한다는 것입니다. “좋다고 하는 것을, 좋은 것으로 안다(善之爲善)”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정해진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공통의 본질적 특성을 기반으로 많은 사람들이 합의한 아름다움입니다. 그것은 보편적으로 관통하는 하나의 특성에 기반한다고 믿어지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합의해야 할 것 혹은 동의해야 할 것으로 강요됩니다.

(86)

노자는 이런 연유로 공자와 다른 방식으로 객관성, 투명성, 보편성이 확보된 질서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공자는 천명론을 극복하고자 자신만의 도를 건립하면서 인간 세계, 인간의 내면성으로부터 인사이트를 구했습니다. 그런데 이로 인해 주관성이라는 틀을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버렸습니다. 반면 노자는 인간을 완전히 벗어납니다. 우리 밖에 펼쳐진 자연에서 인사이트를 구하지요. 자연에는 주관성이나 가치가 개입되어 있지 않은데, 노자는 이를 천도무친(天道無親)’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자연의 질서에는 더 친하게 여기고 덜 친하게 여기는 구분이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어떤 주관적 가치도 개입시키지 않고 아주 평등하게 대할 수밖에 없지요. 이런 의미에서 자연 질서는 매우 객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103~104)

無名 天地之始

무는 이 세계의 시작을 가리키고

有名 萬物之母

유는 모든 만물을 통칭하여 가리킨다.

본질주의적 실체관에 익숙한 우리가 이 구조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여기서 무는 천지의 시작이댜라고 해놓으면 천지가 에서부터 시작되었다거니 천지가 로부터 발생했다고 이해하기가 쉽지요. 그런데 이는 잘못입니다. 동양 철학을 가까이하려면 한자를 신중하게 다루는 태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한자는 시대마다 의미를 더하거나 변형시켜 진화해왔기 때문입니다.

선진 시대의 철학을 이해하려고 하면서 요즘 나오는 한자사전의 가장 앞에 기록된 뜻만을 가지고 덤비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는 요즘 이해로 보면 당연히 시작이라고 번역할 수 있겠지만, 노자는 라는 개념을 비롯되다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자가 말하는 비롯됨이란 없는 데사 갑자기 생겨나는 게 아니라 의지해서 같이 가는 겁입니다.

(133)

모차르트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보겠습니다. 피터 월리가 쓴 <철학가게>에는 다음과 같은 모차르트의 말이 나와 있습니다. “음악은 음표 안에 있지 않고 음표와 음표 사이에 존재하는 침묵 안에 있다.”

(181)

인간 존재의 근거가 이성 대신에 욕망으로 설명되면서 우리의 현대는 시작됩니다. 이성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존재하여 공통의 비율과 공통의 계산력을 사용하지요. 그래서 집단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서 인간을 욕망의 존재로 이해하면서 인간에게는 점점 물질(육체)이 더 근본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욕망은 집단보다는 개별자에게 더 분명히 확인되죠. 육체성을 통해서 인간은 각자가 됩니다. 그래서 세계는 이제 집단적 통합보다는 개별적 주체들의 자율적 융합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입니다.

현대에서는 세계를 해석할 때 사유보다는 무시되었던 경험이 새롭게 부각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 같습니다. 사유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던 시대에서 경험이 부각되는 시대로, 정신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던 시대에서 육체 혹은 욕망이 새롭게 조명되는 시대로 이행하는 것이죠. 집단에서 개별로, 보편에서 특수로, 본체에서 현상으로 건너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194)

해를 해만으로 보거나 달을 달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달을 해와의 관계 속에서, 해를 달과의 관계 속에서 보는 것이지요. 해를 해로 보고, 달을 달로만 보는 것은 해와 달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지요. 분리된 것으로서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을 ()’라고 합니다. 반면 해와 달을 상호 연관 속에서 인식하는 것을 ()’이라고 하는데, 달과 해가 존재적으로 따로따로 분리된 두 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이루는 한 벌의 사건으로 보는 것이죠. 해와 달을 동시에 포착하는 능력, 이것이 바로 입니다. 이것이 노자의 통찰입니다.

(205)

도가사상에는 광이불요(光而不耀)’화광동진(和光同塵)’과 같은 표현들도 있습니다. ‘광이불요빛을 발하지만 눈을 부시게 하지는 않음을 의미합니다. 외부의 것들을 제압할 정도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절제와 그 절제가 빚어내는 탄성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말이지요. ‘화광동진자기 빛을 다른 흙먼지들과 함께 펼쳐 같은 수준으로 만들어 버림을 의미합니다. 빛이 난다 함은 하나의 방향으로 무엇인가가 드러나는 겁니다. 대립면의 긴장을 품은 사람은 하나의 빛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구슬처럼 빛나지 않습니다. 그 대신 돌처럼 소박하지요.

(242)

노자는 <도덕경> 41장에서 대기면성(大器免成)’을 말합니다. 즉 큰 그릇은 특정한 모습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뜻이죠. 큰 그릇은 특정한 모습으로 굳지 않고 그냥 너덜너덜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말로 읽어도 됩니다. 그런데 보통은 이 구절을 대기면성으로 읽지 않고, ‘대기만성(大器晩成)’으로 읽습니다. 그래서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는 의미로 새기죠. 이런 말도 할 수 없는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노자의 의도가 반영된 말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대기면성이라는 구절 앞에는 정말 큰 사각형에는 모서리가 없다(大方無隅)”고 기록되어 있고, 그 뒤에는 정말 큰 음에는 소리가 없고, 정말 큰 형상은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구절들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245)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일을 그르치는 지름길입니다. ‘내 아들을 반드시 의사로 만들어야겠다는 부모의 선의(善意)가 탈을 내잖아요.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치자가 어떤 신념을 고집하는 한, 그 신념으로만 세계를 해석하게 되어 그 신념을 집행하는 것을 진리를 행하는 것으로 자처하게 되어 버립니다. 선의 확신에 빠져버리는 것이죠.

(253)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덜고 또 덜어내면 무위의 지경에 이르는구나.

덜어낸다는 것은 이미 내면에 들어 앉아서 지배력을 차지하고 있는 것들을 약화시킨다는 뜻이죠. 즉 그런 것들을 약화시키고 또 약화시키면 무위에 이르게 됩니다. ‘무위란 아무것도 안하는 게 아닙니다. ‘무위란 세계와 관계할 때 기존의 견고한 틀이나 방식에 갇힌 상태가 아님을 뜻해요. 이미 있는 신념, 이념, 가치관을 무시하고 자신이 주인이 돼서 자신이 고유하게 생산한 자신만의 문제의식으로 세계와 직접 관계하는 겁니다. 세계를 볼 때 기준을 갖고 보지 말라는 겁니다. 이론을 가지고 문제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안으로 직접 침투해 들어가는 태도가 무위입니다.

(254)

無爲而無不爲

무위를 실천해봐라, 그러면 안 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 문장을 말할 때, 노자의 시선은 절대 무위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바로 무위를 지나 무불위에 가서야 멈추지요. 노자의 시선이 닿고 싶어 하는 곳은 바로 무불위의 지경입니다. 노자가 무위를 강조한 이유는 무불위의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노자는 현실을 초탈하려는 철학자가 아닙니다. 현실적 성취를 매우 중시했던 철학자입니다. 세상 속으로 아주 깊숙이 들어간 철학자였죠.

(258)

사람들은 세계와 어깃장 나는 데서 방황합니다. 세계는 끊임없이 변합니다. 세계의 변화는 사람에 맞추어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세계는 감정이 없이 그저 변할 뿐입니다. 사람이 세계와 어깃장 나지않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할 일은, 세계가 자신에게 맞추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세계에 맞추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고정되어 있거나 일정한 틀을 고수하고 있다면, 변화하는 세계에 맞추는 일은 불가능하죠. 자신을 고집하지 않고 세계에 유연하게 맞출 수 있으려면 무위의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새로운 사건이 생길 때나 새로운 정책을 결정할 때, 혁신에 성공하는 나라는 항상 새로 전개될 패러다임에 맞는 판단과 결정을 합니다. 반대로 혁신에 실패하는 나라들은 항상 기존의 패러다임으로 미래를 설계하지요. 바로 유위하는 것입니다.

세계는 변합니다. 움직입니다. 누구도 이를 부정할 수 없지요. 우리의 판단, 우리의 행동은 항상 변화하는 세계와 함께해야 합니다. 세계가 움직이는 방향과 함께하라는 것이 무위가 강조하는 핵심입니다.

(272)

제가 자식을 키우면서 겪은 여러 시행착오들 때문에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자식에게는 세 가지만 해주면 될 것 같아요. 첫째, 진심으로 믿어야 합니다. 믿지 않으면 예뻐 보이질 않습니다. 자식의 꿈과 희망을 존중하고 믿어야 합니다. 둘째, 자식을 사랑해야 합니다. 자식이 아닌 자식의 성공이나 출세를 사랑해선 안 됩니다. 성적이 올라가면 더 예뻐하고, 성적이 떨어지면 덜 예뻐진다면 아마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 가지고 온 성적표를 사랑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셋째, 기다려줘야 합니다. 간혹 실패하더라도 기다려줘야 해요. 실패를 통하지 않고는 배울 기회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눈앞의 작은 실패들도 허용하지 않는다면 커다란 학습장을 잃게 됩니다. 믿고 사랑하고 기다리기. 다만 진심으로. 여기서 가정의 행복이 나오고 창조적 성휘가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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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코믹스 - 버트런드 러셀의 삶을 통해 보는 수학의 원리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 크리스토스 H. 파파디미트리우 지음, 전대호 옮김, 알레코스 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작년에 버트런드 러셀이라는 사람이 쓴 <행복의 정복>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어. 버트런드 러셀이라는 사람은 수학자이자, 철학자이자, 논리학자 등으로 불리는 사람이었어. 그리고 그가 쓴 책들, 그에 관한 책들을 살펴보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단다.

? 지은이가 아빠가 아는 사람이네. 공저이긴 한데, 그 중에 한 명.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아빠가 아주 예전에 재미있게 읽은 책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한 외로운 수학 천재 이야기>를 쓴 사람이었어. 그래서 더 관심이 가더라구.

? 만화책이네.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어. 그런데, 우연히 찾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단다. 그래서 구입해서 읽었단다.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의 전작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아빠가 너무 기대를 했었나? 그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어. 그리고 만화라는 생각에 약간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폈는데, 쉽지 않은 용어와 문장들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읽어야 했어. 만화이다 보니, 자세함을 담기에는 부족했던 것도 있었단다.

 

1.

버트런드 러셀은 어렸을 때 부모님과 누이를 잃고 혼자가 되었어. 그래서 펨브로크로지에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살았단다. 할아버지는 존 러셀이라는 유명한 영국 수상이었어. 그런데 그 할아버지도 오래 사시지 못하고 돌아가셔서 버트런드 러셀은 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할머니는 엄격한 규율로 버트런드 러셀을 키웠어. 러셀은 개인교수로부터 지식을 얻었는데, 유클리스 기하학에서 큰 영향을 받았어. 그때부터 논리학에 대한 큰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수학과 과학에 대한 동경심이 생겨나게 되었단다. 젊은이가 된 러셀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을 했고, 독실한 집안의 앨리스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지기도 했어.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어. 이 책에는 러셀과 친분을 쌓은 여러 사람들이 나오는데, 당대 최고의 석학들, 철학자들, 수학자들의 이름들이 나온단다. 러셀은 추론계산법이란 것을 접하면서 논리학을 엄밀한 과학으로 설명하려고 했고, 자신을 논리학자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논리학에 푹 빠져있었어.

논리학이란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논리학이란 새롭고 필연적인 추론이다라고 이야기했대. 러셀은 화이트헤드 교수와 만나게 되는데, 그와 만남은 그의 삶에 아주 중요한 일이었어. 화이트헤드 교수와 함께 논리학 공부를 위해 독일로 여행을 갔어. 그곳에 논리학의 대가인 고틀로프 프레게 교수와 집합론의 창시자인 칸토어 교수를 만났어. 아참, 그 전에 러셀은 앨리스와 결혼을 했는데, 화이트헤드 교수와 여행에 동참을 했단다. 그런데 여행을 하면 할수록 앨리스는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러셀과 사이는 안 좋아지게 되었어. 러셀과 화이트헤드 교수는 파리 박람회도 참석을 하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그동안 공부한 것과 연구한 것 등을 정리해서 <수학의 원리>란 책을 써서 유명해지게 되었단다. 그 책은 한마디로 집합론의 역설을 이야기한 책인데, 그것은 “자신을 포함하지 않는 모든 집합들의 집합은 자신을 포함할까?”라는 질문의 답은 “만일 포함한다면, 포함하지 않는다. 또 만일 포함하지 않는다면 포함한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쉽게 이해되지는 않더구나.

 

2.

, 이제 러셀은 이 역설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을 한단다. 하지만 쉽지 않았어. 그래서 화이트헤드 교수와 같이 연구하기로 했어. 하지만, 계속 오류가 생겨 다시 시작을 해야만 했어. 아예 화이트헤드 교수의 집에서 생활하게 되었어. 연구에 몰두하면 할수록 아내 앨리스와 사이는 점점 벌어져서 결국 헤어지게 되었지. 그리고 화이트헤드 교수의 젊은 아내인 애벌린과 사랑에 빠지기도 했어. 그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는 이 책에서는 자세하게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진지했던 것 같았어. 러셀과 화이트헤드가 공동 연구를 같이 한 지 10년이 지났어. 아직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그들이 해온 연구를 책으로 내기로 했어. 하지만 출판사에서 거절을 했어. 우여곡절 끝에 책을 출간했지만, 그들의 책은 빛을 보지 못했어. 그리고 완독하기에는 책이 너무 두껍기도 했단다. 2000페이지가 넘었거든. 그런데 그 책을 완독한 이가 나타났어. 괴델이라는 수학자야. 아빠는 괴델이라는 과학자를 대략 알고 있단다. 앞서 이야기했던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의 책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한 외로운 수학 천재 이야기>에서 나왔었거든.

괴델의 불확정성 원리. 괴델은 러셀과 화이트헤드의 책을 기반으로 더욱 연구를 해서 불확정성 원리를 세상을 발표하게 된단다. 답이 없는 질문이 항상 존재한다고 했어. 당시 학자들은 모든 것에는 진리가 있다고, 그러니까 모든 질문에는 답이 있다고 생각했어. 단지 현시점에 찾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말이야. 그런데 괴델은 그것이 아니라 아예 답이 없는 질문이 있다고 했어. , 어떤 진리에 대해서는 증명할 수 없는 진리도 있다는 것이었어. 거기에 하나 더 덧붙였어. 그리고 그것이 증명 가능한 진리인지 아닌지도 모른다고 했어. 그의 정리는 너무 명확해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수긍을 할 수 밖에 없었단다.. 어떤 수학자가 말한 것처럼 수학자에게 괴델의불완전성의 정리는 끝장이었어. 그들이 진리를 위해 탐구하고 있는 것에 답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그것이 답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것이고그럼 그 연구를 계속 해야 할까? 중단해야 할까? 절대 진리가 있을 거라 믿어왔던 수학자들이 좌절하는 것이 이해가 가더구나. 이 발표 이후 괴델을 일반인들에게도 피습을 받기도 했는데, 결국 광신자에게 피살당하게 되었단다.

솔직히 아빠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려는 핵심적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중에 다시 한번 집중해서 천천히 읽어봐야겠구나. 아참, 이 책에 비트겐슈타인도 등장했었어. 비트겐슈타인은 아빠가 알고 싶어하는 철학자인데, 그의 관한 책들도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선뜻 책을 들지 못하고 있단다. 비트겐슈타인이 러셀의 제자였다는구나. 부잣집 아들인데 가지 않아도 될 전쟁터에 자원에서 갔다가 죽음에 다다르는 경험까지 하고 근원적인 깨달음을 얻었대. 이야기의 큰 줄기와 관련이 없어서 이야기 안 했는데, 나중에 비트겐슈타인에 관련된 책을 읽을 때 참고하려고 적어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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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그린 2017-02-04 0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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