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3)

하지만 율리아를 잃은 고통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터였다. 카이사르는 크라수스와 달랐다. 돈은 카이사르의 목적이 아니었다. 그것은 존엄을 드높이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정무관 직의 사다리를 오르며 끊임없이 빚에 시달렸던 끔찍한 몇 년 동안 카이사르가 배운 교훈은 어느 일에서나 무형의 자산인 존엄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그의 존엄을 드높이는 것은 전부 그의 죽은 딸의 존엄을 드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카이사르는 위안을 느꼈다. 카이사르의 노력 덕분에, 그리고 타고난 본능에 따라 세상에 사랑을 불어넣은 율리아 자신의 선행 덕분에 세상은 율리아를 기억하게 되리라. 율리아가 카이사르의 딸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위대한 폼페이우스의 아내였기 때문도 아니다. 그리고 그는 개선장군이 되어 로마로 돌아갈 때 원로원이 율리아에게 허락해주지 않은 장례 경기대회를 직접 개최하리라. 앞서 다른 이유로 원로원에서 당당히 단언했듯이, 카이사르는 그네들의 고환을 군홧발로 전부 밟아 으깨버려서라도 반드시 자신의 뜻을 관철할 터였다.


(123)

카트바드, 로마는 정책상 이민족의 신들이나 종교 관행을 무시하지 않소. 당신도 당신이 믿는 종교도 나나 로마에 아무 위협이 되지 않소. 하지만 한 가지는 제외요. 인신공양 관행만큼은 폐지되어야 하오. 사람들이 서로 죽이는 일은 세상 어디에서나 또 어느 민족 사이에서나 벌어지오. 하지만 우리 지중해 주변의 민족들은 절대로 신들을 기쁘게 하려고 사람을 죽여선 안 되오. 성별은 상관없소. 신들은 인신공양을 요구하지 않소. 만일 그렇게 믿는 신관이 있다면 그는 단단히 잘못 생각하는 거요.”


(174-175)

리안논, 로마는 왕을 세우지 않소! 나 역시 로마에 왕이 서는 걸 동의하지 않고! 로마는 공화국이고 그 역사가 500년에 이르오! 나는 로마의 일인자가 될 것이지만 그렇다고 로마의 왕이 되겠다는 뜻은 아니오. 왕정은 구시대의 유물이오. 심지어 당신네 갈리아인들도 깨닫고 있는 사실 아니오. 나라는 선거 제도를 통해 바뀌는 사람들이 운영해야 더욱 번영하는 거요.” 그가 뒤틀린 미소를 지었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최고의 인물이 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선거요. 때로는 최악의 인물이 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185-186)

카이사르가 단상의 맨 앞으로 걸어 나왔다. “무엇보다도 먼저, 베르킹게토릭스, 당신네 갈리안들은 외세의 존재를 인정해야 하오. 세계가 좁아지고 있소. 그리스인들과 페니키아인들이 지금 로마가 우리의 바다라고 부르는 지중해 주변에 흩어져 살던 때 이래로 줄곧 그래왔소. 그리고 그 자리에 로마가 나타났소. 사실 그리스는 단 한 번도 단일국가였던 적이 없소. 작은 도시국가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당신네 갈리아인처럼 계속 싸웠소. 나라가 결국 망할 때까지. 우리 로마도 처음에는 도시국가였지만, 우린 서서히 이탈리아 전체를 단일 국가의 일부로 받아들였소. 따라서 로마는 곧 이탈리아요. 하지만 로마의 이탈리아 지배는 왕의 1인 통치에 기대지 않소. 이탈리아가 로마의 정무관 선거에 참여하오. 전 이탈리아가 로마의 일에 참여하는 것이오. 또한 이탈리아는 로마에 군사를 제공하오. 로마가 곧 이탈리아니까. 그렇게 로마의 국력은 커지고 있소. 파두스 강 이남의 이탈리아 갈리아 역시 이제 이탈리아의 일부로서 로마의 정무관 선거에 참여하오. 파두스 강 이북의 이탈리아 갈리아도 곧 로마의 일부가 될 것이오. 내가 그렇게 만들겠다고 맹세했소. 나는 통일의 힘을 믿소. 나는 우리가 하나가 될 때 더욱 강성해진다고 믿소. 나는 장발의 갈리아를 우리 진정한 통일 국가의 일부로 만들겠소. 이것은 로마가 주는 선물이오. 게르만족은 당신들이 받고 싶은 선물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오. 장발의 갈리아가 게르만 족의 소유가 되면 모든 것이 거꾸로 될 거요. 게르만족은 통치 체계나 상업 체계, 그리고 당신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단일한 중앙 정부를 갖추지 못했으니까.”


(189)

머릿수는 상관없소.” 카이사르는 이제 이 대화를 즐기고 있는 듯했다. “로마에는 켈트족이나 벨가이족에게 없는 세 가지가 있소. 조직, 기술, 그리고 가진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능력.”


(200-201)

아니.” 카이사르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아니오. 로마라는 거대한 행렬의 한 부분일 뿐이오. 중요한 부분이라는 건 나도 알고 있소. 훗날 사람들이 가장 위대한 부분으로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전체의 일부일 뿐이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죽었을 때 마케도니아는 죽었소. 그의 나라는 그와 함께 사라졌소. 그는 스스로를 왕으로 생각했기에 그리스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제국의 중심을 다른 곳으로 옮겼소.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나라가 위대했던 것은 오르기 알렉산드로스 대왕 때문이었소.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했고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갔소. 그는 왕이었으니까, 베르킹게토릭스! 그는 자기 자신을 목적으로 착각했소. 그 목적이 결실을 거두려면 그는 영원히 살아야 했을 거요. 반면 나는 내 나라의 종복이오. 로마는 로마가 낳은 그 누구보다도 훨씬 위대하오. 내각 죽더라도 로마는 계속 다른 위대한 인물들을 낳을 것이오. 내가 떠날 때 로마는 내가 오기 전보다 더 세고 더 부유하고 더 강력해져 있을 것이오. 내 뒤에 올 자들은 내가 남김 업적을 활용하고 향상시킬 것이오. 민주주의에서는 바보와 현자가 늘 공전하지만, 전반적으로 왕가의 계보보다는 낫소. 위대한 왕이 하나 나오려면 보잘것없는 왕을 열 명은 거쳐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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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인간의 시대
최평순.EBS 다큐프라임 〈인류세〉 제작팀 지음 / 해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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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주 가끔 EBS 다큐프라임에서 방영했던 내용을 책으로 엮을 것을 본단다. 이번에도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알게 된, <인류세: 인간의 시대>라는 책을 읽었어. 인류세. 이것은 최근에 많이 등장하는 단어란다. 왜 이런 용어가 생겨난 것일까.

지질시대를 구분하는 것은, 크게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이렇게 구분하고, 그 아래 세분하여 ‘~~이렇게 끝나는 것으로 구분한단다. 쥐라기, 백악기 등여기까지는 많이 익숙하구나. 학교에서도 배우고 그랬으니 말이야. ‘~~아래 더 세분하여 구분하는 것이 있는데, ’~~라는 말을 이용한단다. 한자어로 세상 세()를 사용해. 예를 들어, 1만년전부터 현재까지는 홀로세라고 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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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인류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공식 지질시대인 홀로세(Holocene)를 우선 알아야 한다. 홀로세는 빙하기 이후 지금까지의 비교적 따뜻한 시기를 말하며, 1만 년 가량의 시간에 해당한다. 홀로세는 전부를 뜻하는 그리스어 ‘Holos’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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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몇몇 학자들이 홀로세는 이제 마치고, 인류세라는 말을 사용하자고 주장했어. 아빠가 인류세라는 단어를 최근에 많이 봤다고 했잖아.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을 해보면 책도 여러 권 검색이 된단다. 아빠는 이 인류세라는 말을 지구 환경을 망쳐 놓은 인간들의 세상을 비유해서 쓰는 말인 줄 알았어. 그런데 실제 지실 시대의 한 구분으로 사용하려고 한다는구나. 그렇다고 좋은 뜻으로 붙여진 이름은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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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그는 2000년 멕시코에서 열린 국제 지권-생물권 프로그램(IGBP)’ 회의에서 처음 인류세 개념을 제안했다. 당시 회의에서 자꾸 홀로세가 언급되는 것에 굉장히 언짢아하던 파울 크뤼천이 말했다. “우리는 더 이상 홀로세를 살고 있지 않아요.” 놀란 동료들이 그럼 무슨 시대냐고 물어보자 크뤼천은 알맞은 단어를 찾으려 했다. 그리고 잠시 뒤 그의 입에서 ‘Anthropocene’, 인류세가 튀어나왔다. 인류세가 공식 석상에서 처음 쓰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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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1. 인류세가 지질학, 층서학적으로 실재하는가?

2. 1950년대를 인류세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는가?

두 안건 모두 위원 34명 중 29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인류세가 정식 지질시대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는 소식이었다.

인류세실무그룹은 인류세를 정식 지질시대로 인정하자는 내용의 제안서를 2021년까지 국제층서위원회에 전달하기로 결의했다. 이 제안서가 국제층서위원회와 국제지질학연합에서 통과되면 인류세가 공식화된다. 우리의 이름 인류가 지질연대표에 새겨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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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류가 멸망하고, 먼 미래에 외계인이 지구를 들렀다면, 그들은 아마 다르게 이 시대를 해석할 것 같구나. 외계인들이 지구를 와서 오늘날의 지층을 분석한다면 인간이 아닌 다른 뼈를 잔뜩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것은 바로 닭뼈. 그래서, 외계인들은 이 시대를 닭의 시대로 기록할 것이라고 하는구나. 우리도 닭을 좋아하는데, 아마 닭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지금도 230억마리의 닭들이 살고 있다고 하는구나. 살고 있는 닭들만 그렇고, 일년에 죽는 닭들이 그것보다 두세 배 많다고 하는구나. 모두 인간들이 먹기 위해서 말이야. 고생대의 대표적인 화석은 삼엽충, 중생대는 암모나이트. 홀로세의 대표적인 화석은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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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고생대의 대표적 화석은 삼엽충, 중생대는 암모나이트다. 멀지 않은 미래에 우주의 외계인이 지구에 온다면 지금 시대의 어떤 화석을 발견할까?

현재로서는 닭 뼈가 유력한 후보다. 동 시간대에 77억 인구가 약 230억 마리의 닭과 함께 살아간다. 사람 한 명당 닭 세 마리꼴이다. 2008년에는 한국에서 조류독감으로 인해 약 1000만 마리의 식용 닭이 살처분돼 매립되기도 했다. 그럼 그 뼈들은 어떻게 될까? 썩거나 화석이 된다. 닭 뼈는 산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보통은 잘 썩지만, 매립지 환경은 산소가 별로 없기 때문에 화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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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런 인류세는 어떤 특징들을 가지고 있을까. 몇몇 단어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콘크리트, 플라스틱, 치킨, 미세먼지, 도시, 기후변화, 대멸종, 그리고 신종 전염병. 고개가 끄덕여지더구나. 그런데 행복함을 느끼는 단어가 하나도 없구나. 모든 것들이 생명체들을 죽이는 것들뿐이니 말이야.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 되었어. 그 어느 때보다 사라지는 생명체의 종수가 많다고 하는구나. 아빠가 예전에 다른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금은 여섯 번째 대멸종 시대를 살고 있단다. 대멸종의 원인은 인간그렇게 많은 생명체들이 사라지고 있는데, 인류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빠는 솔직히 부정적으로 생각한단다. 단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부디 가능한 오래 버티면 좋겠다, 바라고 있을 뿐이야.

….

앞서 이야기한 인류세를 나타내는 단어들 중에 플라스틱에 대한 내용이 슬프더구나. 오래 전 인류가 사용한 기구로 시대를 구분하기도 했어.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 이렇게 말이야. 그러면 오늘날은? 오늘날은 바로 플라스틱기 시대라고 이야기하는데, 부정할 수가 없구나. 하루에도 플라스틱을 한번도 사용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없으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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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147)

인류의 운명을 바꾼 돌, 청동, 철처럼 플라스틱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량 생산되며 현대 문명을 접수했다. 현 시대는 지질학의 관점으로 보면 인류세, 문명사적으로는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이은 플라스틱기() 시대다. 심지어 지금 이 글을 쓰며 누르는 자판, 노트북 본체, 마우스, 전원선, 스탠드 조명, 의자 바퀴까지 모두 플라스틱 소재가 포함돼 있다. 현대인이라면 하루 최소 한 번 이상은 플라스틱을 쓰게 되고, 둘러보면 어디에나 하나쯤은 보일 정도로 생활 반경 안에 널려 있다. 플라스틱은 공기 같은 존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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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의 유해성은 이제 많이 알려져 있단다. 하지만 그보다 플라스틱의 편리함을 버릴 수 없으니, 유해성을 알지만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사용할 수밖에 없구나. 그 많은 플라스틱은 어디로 가는가? 대부분이 바다로 흘러간다고 하는구나. 플라스틱이 완전히 썩기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걸리고, 그것을 태우려고 해도 좋지 않은 물질들이 나오고, 재활용을 해야겠지만, 생각만큼 재활용되는 양이 극히 적다고 하는구나. 사람들이 많이 분리 수거를 하지만 분리해서 버리는 것이지,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은 정말 적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많은 플라스틱은 바다로 모이게 된단다. 해류에 의해서 한 곳에 모이게 되어 거대한 쓰레기 섬이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그 섬들이 여기저기에 위치하고 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플라스틱을 먹이인줄 알고 죽은 바다 생물체들의 이야기그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이 눈에 보이지 않게 분해되어,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바다에 떠 다니고, 그것을 바다 생물이 먹고, 먹이사슬을 거쳐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의 몸 속에 들어가게 된단다. 우리들 몸 속에도 많이 들어 있을 것 같구나. 그것이 우리 몸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모른 채모르고 사는 게 나을 지도 모르겠구나. 알면 알수록 불편하구나.

=====================

(167)

가장 섬뜩한 점은 미세플라스틱이 어류, 야생동물, 그리고 인체에 머물면서 해당 종에 미치는 유해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리처드 톰슨 교수가 미세플라스틱의 존재를 밝혀낸 지 겨우 15년 정도. 플라스틱을 먹으면 건강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알아내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따져보면 플라스틱이 발명된 지 대략 150, 본격적으로 사용된 지는 60~70년 남짓이다. 우리는 플라스틱을 아직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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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류세의 또 다른 특징 기후 변화. 아빠가 이건 여러 번 이야기해서 자세히는 하지 않을게. 다만 이런 기후 위기를 다들 알고 있지만, 그 위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는 것에 안타깝구나. 정말 답은 없는 것인지. 미세 먼지가 잔뜩 낀 날 세상을 보면 세상이 망할 것 같은 풍경이란다. 디스토피아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을 요즘은 실제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고 있단다. 지구가 금성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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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인류세는 생물권, 수권, 암석권, 대기권 등 지구를 구성하는 여러 권역에서 인간의 활동이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음을 의미하는 용어다. 그중 대기오염처럼 도시인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는 경우는 드물다. 대도시에 살면 생물다양성이 감소해도 잘 모르고, 정수된 물을 사용하며, 여름 휴가 기간에나 산성화된 바다로 놀러 간다. 변하고 있는 지구 현장을 외면하기 쉬운 생활 방식 속에서 어떻게 해도 차단되지 않는 것이 공기다. 지금의 국가 정책과 생활 방식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가 미세먼지 재앙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마스크를 쓰거나,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틀어놓는 정도다. 금성에 간 우주인도 비슷할 것이다. 선체 안에서만 편하게 숨 쉴 뿐 밖으로 나갈 때는 기능성 헬멧을 착용해야만 한다. 더 나아질 길이 있음에도 우리는 점점 금성 같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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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아빠는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데, <, , >로 유명한 재레드 다이어몬드 교수는 희망을 이야기하더구나. 그의 말을 믿어보고 싶더구나. 이 아름다운 지구를 후손들에게 전해주어야 하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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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

이 질문은 2020년의 현대 문명을 살아가는 77억 지구촌 사회에도 적용된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기후 변화를 일으키거나 해수면 상승을 초래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우리는 어떤 일들을 합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불러와요. 우리는 의도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지구를 더 바꾸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가 강력하고 우리의 행동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결과들을 낳는 것이죠. 인간은 오늘날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종이에요. 역사상 존재했던 그 어떤 종보다 강력한 종입니다.”

=====================

….

이 다큐멘터리가 2019년에 3부작으로 제작되었다고 하는구나. 그 때만 해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없던 시절이었어. 2021년에 다시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면,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포함하여 방송횟수가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 싶구나. 이 다큐멘터리는 국내외에서 많은 상도 탔다고 하는구나. 아빠도 한번 찾아서 봐야겠구나. 슬프겠지만 말이야. 인류세 싫다.


PS:

책의 첫 문장 : 평소에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사실 우리는 21퍼센트의 산소와 78퍼센트의 질소로 구성된 대기 안에서 살아간다.

책의 끝 문장 :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우리는 인류세를 살고 있다.


인류의 운명을 바꾼 돌, 청동, 철처럼 플라스틱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량 생산되며 현대 문명을 접수했다. 현 시대는 지질학의 관점으로 보면 인류세, 문명사적으로는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이은 플라스틱기(器) 시대다. 심지어 지금 이 글을 쓰며 누르는 자판, 노트북 본체, 마우스, 전원선, 스탠드 조명, 의자 바퀴까지 모두 플라스틱 소재가 포함돼 있다. 현대인이라면 하루 최소 한 번 이상은 플라스틱을 쓰게 되고, 둘러보면 어디에나 하나쯤은 보일 정도로 생활 반경 안에 널려 있다. 플라스틱은 공기 같은 존재가 됐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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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7 1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류세의 핵심은 닭뼈랑 플라스틱이네요. 저도 리뷰 읽으니 인류세가 안오면 좋겠네요 ㅜㅜ

bookholic 2021-06-18 05:26   좋아요 1 | URL
플라스틱, 닭... 모두 줄이기 쉽지 않아요..ㅠㅠ
그래도 노력은 해 보아요~~^^
 
나를 보내지 마 민음사 모던 클래식 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2017년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유명한 가즈오 이시구로 님의 책을 읽었단다. 2017년 당시 노벨 문학상 소식을 뉴스로 접하고, 아빠는 들어보지 못한 일본 사람이 노벨 문학상을 탔네, 이런 생각을 하고 기사를 읽어본 기억이 있구나. 기사를 읽어보니 어렸을 때 영국으로 이민 간 영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노벨 문학상 수상을 하게 되면, 출판계에서는 그 작가에 대한 노벨상 특수로 매출이 올라가곤 하는데, 가즈오 이시구로 님의 책들도 그렇게 한 동안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었던 기억도 있구나. 당시 아빠는 딱히 끌리지 않아서 읽지는 않았어.

그런데 얼마 전에 아빠가 자주 보는 북플이라는 알라딘 책 어플에서, 가즈오 이시구로 님의 <나를 보내지 마>라는 책이 자주 언급이 되었고, 좋은 평이 있어서 뒤늦게 읽어보게 되었단다. 평이 좋고, 재미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서 리뷰나 책 소개는 거의 읽지 않았단다. 지금 생각해보니 리뷰나 책 내용을 아마 읽었을 수도 있겠다 싶더구나. 다만 아빠의 순삭 기억력으로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다 지워져서 기억을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아무튼 무엇이든, 아빠가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책의 내용을 전혀 몰랐어. 그래서 책 중간 정도에서 나오는 반전의 재미가 더했던 것 같구나.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냐고? 조금 있다가 알려줄게.


1.

주인공이자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이는 캐시 H라는 서른 한 살 여자였어. 11년 넘게 간병사라는 직업으로 일하고 있었고, 혜일셤 출신으로 다른 사람들이 좀 다른 시선으로 캐시를 바라보기도 했어. 캐시는 혜일셤 시절을 떠올릴 때가 많았는데, 소설은 캐시가 13살 학창 시절로 돌아가 이야기를 해주는 것으로 본격적으로 시작한단다.

토미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학습능력과 체력이 다소 떨어져서 왕따를 당하곤 했는데, 캐시는 그에게 동정을 표시하면서 친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얼마 뒤 다른 애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 모습으로 보였어. 그래서 캐시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자, 토미는 루시 선생님과 면담을 하고 나서 괜찮았다는 거야. 루시 선생님이 이야기하시기를, 창의적으로 되려고 애쓰지 말라는 거였어. 루시 선생님의 조언이 좀 이상하긴 하지? 그것뿐만 아니라, 캐시가 다니는 학교에서 사용하는 용어들 중에는 낯선 말들이 있고, 아이들의 행동도 조금 이상하고 평범한 학교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혜일셤에 있는 아이들은 어떤 목적을 위해 함께 생활하면서 지내는 것이라는 깨닫게 되는데, 조금 더 읽다 보면 그 목적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더구나. 그것이 아빠가 앞서 이야기했던, 책의 내용을 모르고 읽으면 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그런 내용이야.

결론부터 이야기를 하면 헤일셤에 다니는 아이들은 평범한 아이들이 아니고, 모두 유전 기술로 태어난 복제 인간들이었단다. 그들은 혜일셤을 졸업하게 되면, '기증'이라는 일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그들의 장기를 보통 사람들에게 이식해 주는 것이야. 그들은 그것을 당연히 여기고 있었어. 그렇게 교육을 받은 것이지. 이쯤 되니 아빠가 예전에 본 영화 <아일랜드>가 생각이 나는구나. 아빠가 좋아는 배우들인 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이 나와서 봤던 영화인데, 자신들이 복제인간인 것으로 모르고 집단생활을 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였어. 영화 <아일랜드>처럼 소설 <나를 보내지 마>도 그런 복제인간들이 겪는 이야기를 해주고 있단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말이야. 아무튼, 헤일셤의 아이들은 나중에 '기증'을 목표로 학교 생활을 하고 있었지. 그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단다. 그래서 아이들의 미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심적 갈등을 겪으면서 힘들어하는 선생님도 있었단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선생님이 루시였어. 루시 선생님은 안타까움에 그들에게 그들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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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119)

"다른 누군가가 너희한테 얘기해 주지 않는다면, 내가 말해 주마. 전에 말한 것처럼 문제는 너희가 들었으되 듣지 못했다는 거야. 너희는 사태가 어떻게 될 건지 듣긴 했지만, 아무도 진짜 분명하게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감히 말하건대 사태가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데 무척 만족하는 이들도 있지.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아. 너희가 앞으로 삶을 제대로 살아 내려면, 당연히 필요한 사항을 알고 있어야 해. 너희 중 아무도 미국에 갈 수 없고, 너희 중 아무도 영화배우가 될 수 없다. 또 일전에 누군가가 슈퍼마켓에서 일하겠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너희 중 아무도 그럴 수 없어. 너희 삶은 이미 정해져 있단다. 성인이 되면, 심지어는 중년이 되기 전에 장기 기증을 시작하게 된다. 그거야말로 너희 각자가 태어난 이유지. 너희는 비디오에 나오는 배우들과 같은 인간이 아니야. 나랑도 다른 존재들이다. 너희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미래가 정해져 있지. 그러니까 더 이상 그런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 너희는 얼마 안 있어 헤일셤을 떠나야 하고 머지않아 첫 기증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해.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너희가 앞으로 삶을 제대로 살아 내려면, 너희 자신이 누구인지 각자 앞에 어떤 삶이 놓여 있는지 알아야 한다."

===================

...

하지만 아이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어. 그들은 그런 목적을 위해 사는 것을 당연시 하는 것 같았고, 그런 삶에 맞춰 교육을 받았고, 몸도 그렇게 관리되어 있었단다.


2.

16살까지만 헤일셤에서 지냈고, 그 이후에는 다른 곳에 가게 되었단다. 헤일셤에서 여러 친구들을 만났지만, 캐시에게 가장 친한 친구는 루스와 토미 둘뿐이었단다. 그리고 루스와 토미는 서로 사랑하는 연인 사이였어. 헤일셤에서 공부를 마치고, 코티지라는 곳에 갔단다. 코티지라는 곳은 '기증'을 할 때까지 대기하면서 생활하는 곳이야. 그곳에는 먼저 졸업한 선임들도 있었어. 헤일셤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어. 가까운 곳으로 외출을 다녀올 수도 있었는데, 선임들이 외출을 다녀오더니, 루스의 근원자를 본 것 같다고 했어.

근원자... 그러니까 루스를 만들어낸 세포의 주인.... 기분이 이상할 것 같으면서 궁금할 것 같구나. 자신을 만들어낸 사람. 어떤 사람일까. 캐시, 루스, 토미는 그 사람을 보기 위해 외출을 했어. 루스의 근원자라고 한 사람은 평범한 50대 회사원이었단다. 그런 사실에 약간 충격을 받았단다. 그들이 알기로는 근원자들은 부랑자나 하층민이라고 생각했거든. 생활이 어려운 자들이 복제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평범한 사랑이라니... 하나하나 모르는 사실을 알게 되어도 그들은 바뀌는 것이 없었어.

...

헤일셤을 졸업하고 기증을 하기 전에 코티지에 대기한다고 했는데, 기증을 하기 전에 또 하나 거치는 것이 있는데 간병사란다. 기증자를 보살피는 일이었어. 먼저 기증자를 보살피다가 자신의 차례가 오면, 기증을 하고 기증을 하고 나서는 한동안 회복 센터에서 몸을 회복하고, 다시 기증을 하고 다시 회복 센터에서 회복을 하고... 그런 기증은 많아야 두세 번이었단다. 그런 기증을 마치고 나면 그들은 죽게 되는데, 그들은 이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

그런데 캐시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간병사 일을 남들보다 길게 하고 있었단다. 간병사 일을 잘 해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캐시의 근원자가 아직 그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싶더구나. 캐시는 간병사 일을 잘 해서, 자신이 간병할 기증자를 직접 선택할 수도 있었는데, 두 번 기증을 마친 루스를 간병하기로 했단다. 코티지에 머물고 있으면서 마지막에 루스와 말다툼을 하고 헤어진 이후에 그들은 제대로 된 화해를 하지 못했단다.

루스와 다시 만난 캐시는 화해를 했고, 근처 회복센터에 있는 토미를 만나러 가기도 했어. 화해를 하긴 했는데, 루스는 기증을 두 번이 해서 그런지 기력도 없고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어. 루스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자신이 죽으면, 캐시와 토미에게 집행 연기를 신청하라고 했단다. 집행 연기 신청이 뭐냐고? 그들은 그런 게 있다고 들었어. 두 사람이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것이 확인이 되면, 기증이라는 집행을 연기할 수 있다고 말이야. 루스와 토미가 연인 관계라고 했지만, 오래 전부터 캐시와 토미가 속으로만 서로 좋아하고 있었어. 그것을 루스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죽기 전에 그렇게 이야기를 한 거야. 그렇게 루스는 두 번째 기증의 후유증으로 그만 죽고 말았단다.


3.

캐시는 이제 토미의 간병사가 되기로 했어. 그리고 그들은 집행 연기를 신청하기로 했어. 그렇기 위해서는 '마담'이라는 직책을 가진 사람을 만나야 했지. 마담은 그들이 헤일셤에 있을 때부터 그들을 관리하는 사람이었어. 캐시와 토미는 마담이 살고 있는 곳을 알아내어 그를 찾아갔는데, 마담은 그들의 방문을 당황했고, 그들이 이야기하는 집행 연기라는 것은 없다고 했단다. 그러면서 같이 살고 있는 한 분을 데리고 왔는데, 그 사람은 다름 아닌 헤일셤의 교장 선생님이었던 에밀리 선생님이었단다. 에밀리 선생님은 헤일셤과 그곳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든 진실을 이야기해주었어.

헤일셤이 있기 전까지 복제인간들은 가축들과 마찬가지로 '사육'되었다고 했어. 비인간적으로 다루고 그랬다고 했어. 복제인간들이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최소한이라도 인간적인 대우를 받게 하고자 만든 것이 바로 헤일셤이었다고 했어. 하지만 그런 곳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문제였지... 캐시가 졸업하고 나서 얼마 뒤 헤일셤에 대한 후원이 줄어들면서, 문을 닫았다고 했어. 다시 비인간적인 기관들에서 복제인간이 사육되는 것이었어. 캐시와 토미의 희망이었던 집행 연기는 하지 못했어. 사실, 그런 것은 전혀 없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토미는 네 번째 기증을 하고,(정말 드물게 많이 기증을 한 것임) 그만 죽고 말았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현대의 기술로 복제 인간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단다. 다만, 윤리적인 문제로 실현될 수 없는 것이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들의 욕망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복제인간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을 것 같구나. 그리고 먼 미래에는 그 윤리적인 문제를 회피해가면서, 그러니까 적당한 핑계를 만들어 복제인간을 합법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렇다면 이 소설이나 영화 <아일랜드>에서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라 법이 없을 것 같아. 아참, 이 소설 <나를 보내지 마>를 원제로 한 영화도 있다고 하더구나. 아빠도 기회가 되면 보고 싶긴 하구나. 소설 속의 암울한 세상을 어떻게 영상으로 담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가즈오 이시구로라는 작가가 어떤 소설들을 썼는지 아빠는 잘 모른단다. 이런 SF를 주로 쓰신 것인가? 다른 장르의 소설도 썼나? 썼겠지? 최근에 출간한 <클라라와 태양>도 인공 지능을 가진 로봇에 관한 SF리고 하던데, 그 책도 기회 되면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내 이름은 캐시 H. 서른한 살이고 11년 이상 간병사 일을 해 왔다.

책의 끝 문장: 다만 잠시 그렇게 서 있다가 차로 돌아가 가야 할 곳을 향해 출발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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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5 06:4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 읽고 너무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문장은 정말 담담한데 뭉클함이 잘 느껴지는. 읽다보면 하얀색의 배경이 펼쳐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bookholic 2021-06-15 08:59   좋아요 6 | URL
가즈오 이시구로 님의 책은 처음이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문체가 수채화 느낌이었어요.. 그 분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scott 2021-06-15 15: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가즈오 이시구로의 문장에 담긴 서늘함 아련함 쓸쓸함을 좋아 합니다.
영화 네버 렛미고 시나리오 작업에도 가즈오 이시구로가 참여 해서인지
원작 만큼 영화도 좋아합니다.
책의 첫문장은 외울정도인데
끝문장은 북홀릭 님 때문에
암기 中ㅎㅎ
영화 추천 합니다 ◜◡◝

bookholic 2021-06-16 08:15   좋아요 1 | URL
영화를 찾아보고, 예고편도 함 봤습니다~~
낯 익은 배우들도 나오고 분위기도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딱 그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영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꼭 보는 걸로 하겠습니다.^^
 















(454)

맹자가 제선왕에게 고하여 말씀하시었다: “군주가 신하를 보기를 자기 자신의 팔 다리와 같이 여긴다면, 신하 또한 군부를 보기를 자기의 생명 같이 여길 것입니다(복심 腹心 : 뱃속과 심장이라는 뜻인데 옛 사람들은 인간의 생명의 중추를 뇌로 보지 않고 복심, 즉 오장육부로 보았다). 군주가 신하를 보기를 자기가 기르는 개나 말 정도로 여긴다면, 신호 또한 군주를 보기를 성내를 걸어다니는 보통사람의 하나로 여길 것입니다. 군주가 신하를 보기를 토개(土芥, 짓밟는 흙과 쓰레기. 아주 천한 것)처럼 여긴다면, 신하 또한 군주를 보기를 죽여야 할 원수나 적수로 여길 것입니다.


(457)

맹자가 말씀하시었다: “한 나라의 최고통치자가 인()하면 그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인()하지 않을 수가 없고,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가 의()로우면 그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의()롭게 되지 않을 수가 없다.”


(468)

맹자가 말씀하시었다: “사람을 감복시키기 위한 동기를 가지고서 선을 행하는 사람은 진실로 사람을 감복시켜 존 적이 없다. 그러한 동기가 없이 스스로 선을 행하여 사람들에게 감화를 주고 저절로 그들이 교화되도록 한 연후에나 비로소 천하사람들의 마음을 감복시킬 수 있다. 천하사람들이 가슴속으로부터 우러나와 감복되지 않고서 천하를 통일하는 왕자가 된다는 것은 여태까지 있어본 적이 없다.


(570~571)

만장이 여쭈어 말하였다: “감히 친구를 사귀는 원칙에 관하여 한 말씀 듣고자 하나이다.”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참으로 좋은 질문이로다. 친구 사귀는 데도 중요한 원칙이 있으니ㅏ, 친구 사귐의 사이에는 장유의 나이의식이 끼어들면 아니 되고, 귀천의 신분의식이 끼어들면 아니 되고, 연줄이나 패거리의식이 끼어들면 아니 된다(沃案 : 천하의 명언이라 할 것이다. 세 번째 불협형제(不挾兄弟)”를 주희는 해설치 않았고, 조기는 사귀는 사람의 형제 중에 부귀한 인간이 있기 때문에 사귀어서는 아니 된다는 식으로 해석했으나, 그 주제는 이미 앞에서 말한 ()” 포함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형제등이(等夷)”로 보아 같은 한 동아리라는 의식, 타 인간 패거리와는 다르다는 의식, 혹은 대형교회 나가서 형제자매 찾는 연줄의식으로 보았다. 여기 맹자의 언급은 오륜에 얽매여 예의절차에만 충실한 듯이 보이는 동방문화에, 전혀 다른 인간관계(human relationship)가 상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래디컬한 언급이다).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그 덕()을 벗하는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 덕과 실력 이외의 어느 것도 끼어들어서는 아니 된다.


(602~603)

맹자께서 이를 반박하여 말씀하시었다: “선생의 말씀은 매우 명료하오. 물은 진실로 선생의 말씀대로 동서를 가리지 않는다 할 것이요. 그러나 과연 상하의 분별조차 없다고 할 수 있으오리이까? 물은 본시 그 자체로 항상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소. 인성(人性)이 본시 선()하다고 하는 것은 물이 항상 아래로 흐르는 것과도 같소. 인성은 선하지 아니 함이 없고, 수성(水性)은 아래로 흐르지 아니 함이 없소이다. 지금 대저 물이라는 것은 손가락으로 튕겨 튀어오르게 하면 사람의 이마를 훌쩍 넘어갈 수도 있고, 인위적인 힘을 가하여 역류시키면 산꼭대기에 올라가 있게도 할 수 있소. 그러나 어찌 이런 현상을 물 그 자체의 성질이라고 할 수 있겠소이까? 그것은 외부적인 힘에 의하여 그렇게 될 뿐이오이다. 사람 또한 불선(不善)을 행하도록 만들 수는 있으나 그것은 그 본래적 성()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물이 본성에 어긋나게 격발되듯 잘못 격발되었기 때문이라 할 것이외다.”


(637~638)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이란 사람의 마음이요, ()란 사람의 길이다. 그 길을 버려두고 그곳으로 걸어갈 생각을 하지 않으며, 그 마음을 놓아버리고 다시 구할 생각을 하지 않으니, 그 얼마나 슬픈 일인가! 사람들이 집에서 기르던 닭이나 개가 없어지는 일이 있으면 부지런히 쏘아다니며 그것을 되찾아오려고 열심이나, 자신의 마음이 사라진 것은 되찾아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학문(學問, 우리가 쓰는 학문이라는 말의 한 유래)의 길이란 별것이 아니다. 그 놓아버린 마음(放心)을 되찾아오는 걸일 뿐이다.”


(639)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지금 여기 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 사람의 무명지(無名指, 넷째 손가락으로서, 가장 용도가 적을 수 있기 때문에 무명(無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약지(藥指)라고도 하고 반지를 끼는 손가락이기도 하다. 안중근도 단지동맹할 때 이 손가락을 끊었다)가 구부러져서 펴지질 않는다(“()”()”과 같다). 무명지가 구부러진 것이 별로 아픈 것도 아니고 생활에 큰 불편도 없지마는, 누군가 그 손가락을 잘 펴주는 용한 의원이 있다고 하면 진()나라나 초()나라로 가는 먼 길도 마다 않고 달려간다. 그 이유는 단지 내 손가락이 남의 손가락 같이 안 생겼기 때문인 것이다. 내 손가락이 남의 손가락 같이 안 생겼다는 것을 혐오스럽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자기 마음이 남의 마음 같이 생기지 못한 것은 혐오스럽게 생각할 줄 모른다. 이것을 나는 사람이 경중을 가릴 줄 모른다, 즉 부지류(不知類)라고 일컫는다.”


(691)

전쟁에 의존하지 않고 그냥 한 나라의 땅을 빼앗아 다른 나라에 줄 수 있는 역량이 누군가에게 있을 수 있다 해도 그가 진실로 인자(仁者)라고 한다면 그러한 짓은 하지 아니 할 것입니다. 하물며 사람을 죽여서 토지의 확대를 꾀한다는 것이 과연 사람이 할 짓입니까? 군자가 군주를 섬긴다고 하는 것은 그 군주로 하여금 정당한 길을 걸어가도록 인도하는 것을 힘쓰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오직 군주가 인()을 향하여 전력투구하도록 만드는 것밖에 딴 길이 없습니다.


(694)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오늘날 군주를 잘 섬긴다 하는 자들은 모두 이와 같이 말한다: ‘나는 나의 군주를 위하여 토지를 개산하여 조세를 잘 거두어들여 국고를 충실하게 할 수 있도다’. (여기 가장 포인트가 되는 말은 위군(爲君)”이라는 말이다. “위민(爲民)”이 아닌 군() 개인을 위하여 복무한다는 뜻이다). ~ 진실로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위대한 양신(良臣)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옛 성왕의 기준으로 말하자면 모두 백성을 등쳐먹는 민적(民賊)들이다. 군주가 바른 정도의 도덕을 지향하지 아니하고, ()의 실현에 근본적으로 뜻을 두지 않고 있는데 그런 불선한 군주를 부강하게 만들기를 꾀한다는 것은 곧 폭군 잡놈 걸()을 부강하게 만드는 꼴일 뿐이다.


(699)

맹자는 민중의 평동사상을 존중하지만, 왕도의 실현을 위하여 문명의 번영을 동시에 주장한다. 무조건의 하향분배는 국가문명의 수준저하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것이 묵가의 사상과 대비되는 맹자의 인문주의사상이다. 문명은 부정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긍정되어야 하며, 그 긍정의 대전제가 여민동락(與民同樂)”의 보편주의적 가치일 뿐이다. 따라서 세율이 과중하면 측정이 되지만 세율이 과하게 불급해도 야만의 정치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금의 중용이 이루어져야 한다. 세금이 문명의 번영을 이룩하여 그것이 다시 서민의 교육과 문화생활로 환원되는 피드백 시스템을 맹자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705)

집안의 가사고 그렇고 회사의 결정도 그러하지만,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결단을 내린다고 하는 것은, 그 결정 프로세스가 혼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중지(衆知)를 모아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정치적 행위의 정도이다. 이 정도를 상실한 상태를 우리가 독선, 독재라고 부르는 것이다. 나의 경우를 반추해보아도, 오늘날까지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그래도 사회적 하자를 보이지 않을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 바로 주변의 시세에 밝은 제자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면서 살고, 그들의 의견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삶의 자세였다고 생각한다. 독선과 독재를 증오하는 개방된 삶의 자세야말로 유교의 인문정신의 핵심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740~741)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내가 내 주변의 인물들을 자라보는 네 가지 틀이 있다. 그 첫째가 군주를 섬긴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부류가 있다. 이 자들은 군주를 섬기면서 군주의 비위를 맞추는 데만 신경을 쓰는 아첨꾼들이다. 그 두 번째가 국가사직을 평온하게 만든다는 일념만을 가지고 있는 신하들이다. 이 자들은 물론 국가사직이 편안하기만 하면 만족하는 현실주의자들이다. 그 세 번째가 천하의 안위를 걱정한다고 뻑시는 좀 큰 스케일의 천민(天民)이 있다. 이들은 천하를 움직이고자 하는 포부가 실현될 수 있는 지위를 얻었다고 생각할 때에만 출사하여 행동하는 부류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기회주의자들이며 공리에 밝은 인물들이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인물은 네 번째의 부류이니 곧 대인(大人)이다. 대인은 오직 세태에 관계없이 자기를 바르게 함으로써 주변의 모든 사물이 바르게 되는, 그러한 인물이다.”


(742)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에게 삼락(三樂)이 있으니, 천하를 통일하는 왕자가 되어 왕도를 구현하는 일조차도 이 속에는 들어가 있지 않다. 엄마 아버지가 다같이 건강하게 살아계시고 형과 동생이 모두 별 사고 없이 지내고 있으면 그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다. 하늘을 우러러 보아 부끄러움이 없고 인세를 굽어보아도 부끄러움이 없으니 그러한 공명정대한 삶의 모습이 두 번째 즐거움이다. 천하의 영재를 얻어 그들을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군자에게 이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니 천하를 통일하는 왕자가 외어 왕도를 구현하는 일조차도 이 속에는 들어가 있지 아니 하노라.”


(751)

민중의 삶의 도덕성의 기초를 통치자가 민생으로써 체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맹자의 주장은 만고의 명언이며 고금에 통용되는 철칙이다. 20세기에 아무리 서구 정치학과 경제학이 발달했다 한들 이러한 맹자의 주장을 구현하는 데 별 도움이 없다. 우리나라 경제학의 태두이신 조순 선생께서 서구의 경제학은 결코 한국의 경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경제는 수리가 아닌 상식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우리가 가슴 깊이 새겨봐야 할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여기 절약이라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데 유교의 절약은 묵가의 절용과는 달리 예()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소비는 더 올라가서는 아니되는 한도가 있는가 하면 더 내려갈 수 없는 한도가 있다. 그 한도의 표준을 ()”라고 하는 것이다.


(760~761)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어떠한 일을 한다고 하는 것은 비유컨대 우물을 파는 것과도 같다. 우물을 판다는 것은 반드시 끝까지 지하수에 도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물 파기를 구인(, 조기는 1() 8()이라고 했다. 혹자는 7척이라고 한다. 9인이면 상당한 깊이를 나타낸다)이나 했어도 지하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중단해버리는 것은 우물 파기를 처음부터 포기한 것과 동일한 것이다. 결국 우물을 안 판 것이나 마찬가지다.”


(795)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소목장, 대목수, 수레바퀴공, 수레거푸집 장인과 같은 최고의 기술자들도 후학들에게 콤파스와 곡척의 원칙을 가르쳐줄 수는 있으나, 후학들로 하여금 명인의 솜씨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줄 수는 없다. 그것은 오로지 자득하는 것이다.”


(818)

맹자께서 방황하는 그의 제자 고자(高子)를 타일러 말씀하시었다: “산봉우리의 작은 길도 당분가 사람들이 열심히 그 길로 다니면 탄탄한 좋은 길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그 길로 당분간 사람들이 다니지만 않아도 금새 억새 같은 잡초로 길이 막혀 버리고 만다. 학문이란 이와 같이 끊임없이 쉬지 않고 정진해야 하는 것인데 지금 너의 마음은 억새로 덮여 길이 보이질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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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전영애.박광자 옮김 / 청미래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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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아빠가 프랑스 대혁명에 관한 책을 읽고 이야기해 주었잖아. 그 책을 읽고 나서 문득 예전에 사 두고 읽지 않은 책 한 권이 생각났단다. 마리 앙투아네트에 관한 책.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라는 책이란다. 슈테판 츠바이크라고 하면, 아빠가 아주 오래 전에 재미있게 읽은 <광기와 우연의 역사>라는 책의 지은이란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1881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독일에게 오스트리아가 합병된 뒤 망명생활을 전전긍긍하다 안타깝게도 1942년 우울증으로 부인과 함께 동반자살을 했다고 하는구나. 그의 삶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지만, 그는 많은 책들을 남겨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단다. 그가 산 시기를 보면 세계 대전으로 온 세계가 혼란에 빠져 있던 시기였을 텐데, 그리 많은 작품을 남긴 것을 보면 천재가 아니었나 싶구나. 그가 쓴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를 읽으면서, 프랑스 대혁명 책 읽기의 에필로그를 대신하였단다.


1.

막스 갈로의 <프랑스 대혁명>을 이야기하면서 마리 앙투아네트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했으니까 마리 앙투아네트가 어떤 사람이란 건 대충 알고 있지? 오스트리아 황녀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해서 살았다면 장수하면서 좀더 행복하게 살았을 텐데, 오히려 오스트리아 황녀라는 자리 때문에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한 마리 앙투아네트. 남의 삶을 살다가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것을 보니,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단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리 앙투아네트에 감정이입을 해서 책을 읽다 보니, 짠해더구나. 특히 아이들을 남겨두고 단두대를 향할 때 적은 편지를 볼 때는 더욱 그랬어. , 그럼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오스트리아 여왕이었던 마리아 테레지아의 막내딸인 마리 앙투아네트는 막내딸답게 약간은 철부지였다고 하는구나. 영리하기는 하지만, 공부보다 노는 것을 좋아했대. 귀여운 막내딸이니 하고 싶은 것 하게 두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런 마리는 15살 어린 나이에 정략결혼으로 프랑스 루이 16세와 결혼하여 프랑스로 오게 된단다. 15살이면 무척 어린 나이인데 가족과 떨어져 프랑스와 왔으니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것도 남들의 시선을 잔뜩 받는 왕세자비였으니 말이야. 남편인 루이 16세는 한 살 많은 16살이었으니 마음이 잘 맞는 친구가 될 수도 있었으나, 루이 16세는 마리와 함께 하는 것보다 사냥 등 자신의 놀거리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결혼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아이가 없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루이 16세의 신체적 문제가 좀 있었다고 하는구나. 결혼하고 나서 7년이 지난 다음, 외과 시술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야 아이 낳는 것에 성공했단다.

아무튼 그것은 나중 이야기이고, 결혼 직후 신혼 시절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생활을 잠시 이야기를 해줄게.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겉으로는 금슬 좋은 부부로 보였지만, 금슬이 좋다기보다 서로 맞는 것이 없어서 각자 놀다 보니 부부싸움 같은 것이 없었다고 해야 맞지 않을까 싶구나. 지은이 슈테판 츠바이크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세의 다른 점을 이야기하면서 그 어떤 소설가도 이런 설정이 어렵다고 이야기했단다. 그러니까 소설 속에서도 이런 부부를 이야기하면 독자들이 억지 설정이라고 했을 것이라는 거지. 그들이 정략결혼이 아니라면 절대 같이 살 수 없는 그런 부부였던 거야. 좀 내용이 길지만, 이 글을 읽어보면 이들 부부를 이해하는데 좀더 도움이 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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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극단적일 정도로 서로 다른 이 부부보다 성격학적으로 더 날카로운 대조를 이루는 부부를 만들기란 어떤 소설가라도 불가능할 것이다. 신경의 맨 끝, 피의 리듬, 기질의 말초적 진동에 이르기까지 함스부르크가의 마리 앙투아네트와 부르봉가의 루이 16세는 성격과 특징 모두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안티테제를 보여준다. 한쪽은 무거운데 다른 한쪽은 가볍고, 한쪽은 비둔한데 다른 한쪽은 나긋나긋하고, 한쪽은 곰팡내가 나는데 다른 한쪽은 거품처럼 끓어오르고, 한쪽은 무신경한데 다른 한쪽은 파르르 떨도록 신경이 예민했다. 정신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남편은 우유부단한데 아내는 너무 성급하게 결단을 내리고, 남편은 신앙심이 투철하고 독신자인 체했으나 아내는 쾌활하고 세속적이고, 남편은 겸손하고 겸허하되 아내는 애교 만점에 오만하고, 남편은 현학적이나 아내는 경박하고, 남편은 검약하나 아내는 낭비벽이 심하고, 남편은 지나치게 근엄한 반면 아내는 절도 없이 놀기를 좋아하고, 남편은 묵직한 바도 속에 깊은 흐름이라면 아내는 물거품이요 춤추는 파도였다. 남편은 혼자 있을 때가 제일 편한데 아내는 언제나 시끌벅적한 무리들의 한가운데 있었다. 남편은 동물적으로 둔감함으로써 안락하게 많이 먹고 독한 술을 마시기를 좋아했으나 아내는 술에는 손도 대지 않고 음식은 아주 조금, 얼른 먹어치웠다. 남편의 본령은 잠에 있었고, 아내의 본령은 춤에 있었다. 남편의 세계는 낮이고, 아내의 세계는 밤이었다. 따라서 이 부부의 생활 시계 바늘은 해와 달처럼 서로 반대되는 방향으로 돌고 있었다. 루이 16세가 잠자리에 드는 밤 11시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제대로 타오르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오늘은 오락실로 내일은 무도회로 모레는 또 다른 곳으로, 남편이 아침에 일어나 몇 시간이고 사냥을 하며 돌아다닐 때 그녀는 겨우 침상에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습관, 취향, 하루 일과 어느 한 가지도 공통되는 것이 없었다. 실제로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세는 그들 생의 대부분을 따로 살았다. 거의 언제가 잠자리를 따로 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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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가 결혼했을 때는 루이 16세의 할아버지 루이 15세가 왕이었단다. 루이 16세의 아버지도 있었지만, 얼마 안 있다가 돌아가시고, 루이 16세는 왕위 상속 1순위가 되었단다. 루이 15세에게는 애첩 마담 뒤바리가 있었는데, 우리 15세의 세 딸들과 사이가 안 좋았어. 아버지의 젊은 애첩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게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 루이 15세의 세 딸들은 조카 며느리인 마리를 이용하여 마담 뒤바리를 공격했어. 어린 마리는 고모들의 계략이 넘어가서 마담 뒤바리를 헐뜯는데 활약하게 된단다. 이 일은 문제가 크게 났었나 봐. 오스트리아에 있는 마리의 엄마 마리아 테레지아의 귀에까지 들어가고, 마리아 테리지아가 손을 써서 이 사태를 수습하게 되었으니 말이야.


2.

세월은 나이 든 루이 15세를 데리고 갔고, 루이 16세가 드디어 왕위에 올랐단다. 루이 15세가 정치를 잘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가 죽고 나서 많은 백성들이 그의 죽음을 기뻐했고, 새로운, 거기에 젊기까지 한 왕에 대한 기대감으로 루이 16세를 환호했단다. 오래 가지 못했지만 말이야. 그것에는 마리 앙투아네트도 한몫을 했단다. 이제 왕비가 된 마리는 왕비에 걸맞는 품격을 지켰으면 좋았겠지만, 결혼 전부터, 왕세자비부터 해오던 생활 그대로 노는 것 좋아하고 사치가 잘못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 없는 듯 생활했단다. 옷에 꾸미기에 정성을 다하고, 머리 치장에 정성을 다하고, 장신구에 정성을 다하는 생활이었지궁전 밖에 백성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관심도 없었고, 알지도 못했어. 그런 마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마리 앙투아네트는 자신이 은신할 수 있는, 정확히 이야기하면 숨어서 마음껏 놀 수 있는 성을 달라고 루이 16세에게 요청을 했어. 그래서 루이 16세는 크리아농 성을 마리에게 주었고, 마리는 그곳에서 가장무도회를 여는 등 신나게 놀았어. 마리는 트리아농 성에는 밤 늦게까지 놀다가 새벽에 궁전으로 돌아가고 했다는구나. 결혼한지 오래되었는데 제대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해서 더욱 놀이와 사치에 빠져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단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결혼 생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오스트리아에서 마리의 오빠 요제프2세가 찾아왔단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우호를 다지기 위한 방문으로 알려졌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들이 있었어. 루이 16세의 결혼생활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첫 번째였고, 엄마 마리아 테레지아의 지시에 따라 마리 앙투아네트를 훈육하려는 것이 두 번째였어. 루이 16세와 남자 대 남자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의 문제점을 알게 되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외과적 시술로 루이 16세의 문제점을 해결하도록 도와주었단다. 그리고 드디어 마리와 결혼 7년만에 사랑을 나누게 되고, 아이도 갖게 되었단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멀리 있는 엄마로부터 조언과 충고를 받았지만, 그가 좋아하는 사교 모임을 그만둘 수 없었어. 심지어 연극 배우로 연극도 참여했단다. 평범한 연극이라면 모르겠는데, 루이 16세를 조롱하는 희극 <세빌리아의 이발사>라는 연극에서 하녀 역할을 했어. 마리 앙투아네트는 점점 백성들의 눈밖에 났단다. 그리고 그들의 어려운 삶이 모두 오스트리아에서 온 마리 앙투아네트의 탓으로 돌렸어. 국민밉상이 되어 버렸어.

..

국민밉상에 되는데 더 불을 붙인 사건이 있었으니, 일명 목걸이 사건이었단다. 라모트 백작 부인의 사기극으로 판명이 나서, 마리 앙투아네트 피해자였지만, 백성들은 마리 편을 들지 않았어. 그 사건의 내막을 간단히 이야기하면 이렇단다. 라모트 백작 부인은 로앙 추기경을 속여 자신이 왕비 마리 앙투어네트의 심부름을 한다고 하면서, 로앙 추기경에게 목걸이를 원한다고 이야기했어. 로앙 추기경이 값비싼 목걸이를 라모트 백작 부인에게 건네주었는데, 그것은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뇌물로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마리 앙투아네트는 전혀 모르고 있는 일이었지. 중간에서 라모트 백작 부인이 꿀꺽 한 것이었어. 나중에 이 사건이 드러나면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게 밝혀졌고, 라모트 백작 부인은 종신형을 받게 되었단다. 그런데 라모트 백작 부인은 감옥을 탈출하게 되고, 왕비를 중상모략 하였고, 민중들은 이 말을 믿게 되었단다. 그래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더욱 미움을 받는 사람이 되었단다.

이때 프랑스는 나라 빚이 엄청나게 많았고, 그로 인해 백성들이 내야 하는 세금은 계속 오르고 있었고, 물가도 가파르게 올라 빵조차 사먹지 못해 굶어 죽는 사람들이 많았단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을 사먹지 못하면 케이크를 사먹으면 된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구나. 아무튼 당시 프랑스 국민들은 이 모든 것들이 왕비의 낭비 탓이라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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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245)

민중이라는 불가해한 존재는 사물을 의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사물을 단지 인간으로 환원해서 생각하는 사고력만을 가진 것이다. 민중의 이해력으로서는 결코 개념을 파악할 수 없다. 다만 인간의 모습을 확실히 알 수 있을 뿐이다. 프랑스 백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어디에선가 자기들에게 부정을 저지르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들은 오랫동안 복종하고 굴종하면서 보다 좋은 시대가 오리라는 것을 믿으며 기다렸다. 새로운 루이가 왕위에 오를 때마다 깃발을 흔들었고, 영주와 교회에 공손히 세금을 바치며 부역을 해왔다. 그러나 허리를 낮게 구부리면 구부릴수록 압박은 가혹해졌고, 세금은 더욱 더 탐욕스럽게 그들의 피를 빨았다. 프랑스는 넉넉한 땅이었으나 곡물창고는 텅텅 비었고 소작인은 가난의 밑바닥에서 허덕였다. 유럽에서 가장 비옥한 땅과 아름다운 하늘을 누리면서도 끼니를 거르는 판이었다.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만 했다. 빵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진탕 먹는 자가 있기 때문이며, 의무에 목이 졸리는 사람이 있는 것은 권리를 독차지하는 자가 있기 때문이다. 명철한 사고와 탐구에 앞서 나타나기 마련인 어렴풋한 불안이 점차 온 나라를 휩쓸기 시작했다. 볼테르, 루소와 같은 인물에 의해서 잠을 깬 시민계급은 스스로의 힘으로 판단하고, 비판하고, 독서하고, 저작하고, 의지와 소통을 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무서운 폭풍에 앞서 번갯불이 번쩍였다. 부농의 집은 약탈을 당했고, 영주는 압력을 받았다. 거대한 불만이 오래 전부터 먹구름처럼 온 나라를 뒤덮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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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리도 나라의 사태가 엉망이라는 것을 인식을 했는지, 유능하다고 하는 네케르를 재무부 장관으로 고용했어. 한번 고용을 했다면 그를 믿었어야 했지만, 오래 가지 못해서 그를 다시 해임시켰단다. 네케르가 그나마 백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던 사람인데, 그마저 다시 자르니,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격이었지. 민중은 더 이상 참지 않고, 행동을 보여주었단다.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여 프랑스 대혁명의 불꽃을 일으켰단다.

때는 1789 7 14. 이 일이 있고 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왕과 왕비의 곁을 떠났단다. 그 중에 남은 이가 파르센이라는 사람인데, 그가 남은 이유는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때문이었단다. 파르센은 스웨덴 귀족이었는데, 오래 전 가장무도회에서 마리 앙투아네트가 왕세자비 시절에 처음 만났었는데, 사실 그 때 둘은 첫눈에 반했었단다. 서로의 직위 때문에 사랑을 하지 못했지만 말이야. 파르센은 마리 앙투아네트를 잊지 위해 프랑스를 떠났지만, 세 번이나 다시 돌아왔고, 이번에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지키기 위해 다시 프랑스에 왔다고 하는구나.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한 민중은 베르사유 궁전으로 가서 시위를 했어. 마음 약해빠진 왕을 노리면서 시위대 대부분을 여자들 또는 여자로 위장한 남자들로 했어. 루이 16세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단다. 그런 와중에 반대 진영에 있던 미라보라는 사람이 접근을 해왔어. 자신이 다시 권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면서 말이야. 구체적인 계획도 있었어. 하지만, 그가 갑자기 죽는 바람에 무위로 돌아갔단다. 이제 더욱 선택지는 줄어들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몰래 탈출 계획을 세웠단다. 이 일은 가장 믿을만한 사람 파르센을 시켰어. 하지만, 국경을 넘기 직전인 바렌이라는 지역에서 그만 발각이 되어, 다시 파리로 강제소환 되었단다.

이런 어려움을 겪고 나서야 마리 앙투아네트는 드디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왕비 같은 모습을 보였어. 그녀 몸 속에 숨어 있던 엄마 마리아 테레지아의 피가 흐르는 듯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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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321)

불행과 함께 이 특별한 여자의 내부에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불행이 성격을 바꾸어놓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불행 때문에 새로운 성격이 생기지는 않는다. 오래 전부터 있어온 싹을 불행이 꽃피우게 한 것일 뿐이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현명해지고, 활동이 왕성해지고, 활발해진 것은 마지막 고통스런 해에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해이다. 모든 것이 이미 싹으로 영혼의 은밀한 한구석에 숨어 있었고, 감각의 유치한 도박성 한구석에는 전혀 다른 반쪽이 그 대가로 남아 있었다. 그녀는 지금껏 인생을 가지고 장난 전혀 애쓸 필요가 없었다 만 해왔다. 인생과 맞서서 싸울 필요도 전혀 없었다. 그러다가 강한 자극을 받자 모든 에너지가 총동원된 것이다. 생각해야 할 때가 오자 마리 앙투아네트는 처음으로 생각하고 숙고하게 되었다. 또 일을 해야만 할 때는 일을 했다. 우월한 위치에서 비참해 보이지 않으려면 운명적으로 커지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녀는 점점 더 성숙해졌다. 내적, 외적 생활에서의 완전한 변모가 튈르리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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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많이 늦었단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왕비로서 품격을 찾으려고 할 때 더 이상 왕비가 아니었으니까 말이야. 루이 16세마저 죽음을 앞두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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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

일생 동안 왕을 뒤따라다녔던 완전한 무감각이 이 절박한 최후의 순간에는 시련을 겪는 그에게 도움이 되었다. 견디기 어려운 무신경이 결정적인 순간에 루이 16세에게 어떤 도덕적인 위대함을 부여했다. 그는 공포감도 흥분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옆 방에 있던 4명의 시 위원은 단 한번도 그가 소리 높여 흐느끼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듣지 못했다. 가엾고 연약한 남자에 불과한 위엄 없는 왕은 가족들과의 이별 장면에서는 그의 온 생애를 통해서 보여주지 못했던 힘과 위엄을 보여주었다. 사형 선고를 받은 그는 10시에 여느 날처럼 조용히 의자에서 일어나 가족에게 이젠 올라가라는 손짓을 했다. 꺾을 수 없는 그의 의사에 마리 앙투아네트는 감히 싫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7시에 그녀에게 가겠노라고 그가 거짓말까지 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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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도 드디어 마리 앙투아네트의 심판일. 여러 가지 혐의가 있었는데, 루이 16세를 타락시켰다거나 백성을 기만했다는 등 입증하기 어려운 것이었고, 국고 낭비, 오스트리아와 결탁 등에 대한 내용도 있었지만, 이런 것들도 그 당시까지만 해도 증거가 없고 심증만 있었다고 하는구나. 다른 사람이 된 마리 앙투아네트는 자신의 변호를 직접 했다는구나. 검찰 측에서도 제대로 된 증거를 내놓지 못했지만, 결국 마리 앙투아네트는 유죄 선고를 받고 처형을 당하게 된단다. 마리가 죽기 전 시누이에게 남긴 편지가 있는데, 이 편지를 읽다 보면 남긴 자식들에 대한 어머니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더구나. 부모의 마음은 시대와 장소를 따지지 않는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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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는 사람은 모두 그렇겠지만, 나는 극히 평온합니다. 불쌍한 아이들을 남기고 가는 것이 정말이지 마음에 걸리는군요.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아이들만을 위해서 살아왔습니다. 심지가 곧고 마음씨가 좋은 시누, 당신을 위해서도 나는 살아왔습니다. 우리와 함께 지내려는 다정한 마음씨로 모든 것을 희생해온 당신을 남겨두고 떠나게 되나니! 재판의 변론을 통해서 나는 내 딸이 당신과 떨어져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습니다. , 불쌍한 어린 것! 그 아이한테는 편지를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쓰더라도 전해주지 않을 테니까요. 이 편지가 당신에게 전해질지조차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나의 이 편지에 의한 축복을 전해주세요. 아이들이 자란 뒤에 당신을 만나 당신의 착한 마음씨를 접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자기 주장을 지키고 의무를 다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 곧은 심지를 가지고 신뢰하고 화합하면 행복해지리라는 것을 가르쳐주세요. 딸은 연상이므로 누나로서 풍부한 경험과 아름다움 마음씨로 동생에게 충고를 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들은 누나에게 우정에서 우러나오는 염려와 봉사의 태도를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두 아이가 어떤 처지에 놓이더라도 서로 도우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음을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이 우리를 본보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괴로움 가운데에서도 우리들의 우정은 얼마나 많은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행복이란 친구와 함께 그것을 나누어 가질 때 배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가족 말고 어디에서 아름답고 내적인 친구를 구할 수 있겠습니까? 아들이 아버지의 마지막 말을 절대로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훗날을 경계하기 위해서 되풀이하면, 우리들이 죽음에 복수할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말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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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로 슈테판 츠바이크의 <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이야기를 마치련다. 읽기 전에 책이 두껍고 해서, 어려우면 어쩌나 걱정을 좀 했는데, 지은이 슈테판 츠바이크의 글솜씨가 좋아서인지, 옮긴이님들이 번역을 잘 해주셔서인지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그리고 먼저 읽은 <프랑스 대혁명> <이야기 프랑스사>도 이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되었단다. 관련된 책들을 같이 읽는 것이 역시 도움이 되는구나. 연관된 책들이 있다면 같이 읽어봐야겠구나. 아참, 그리고 슈테판 츠바이크의 다른 책들도 찾아서 또 읽어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마치 검사와 변호사가 서로 상반되는 주장으로 팽팽하게 맞서 싸우며 100년이나 끌어온 소송을 속개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책의 끝 문장 : 반쯤 썩은 스타킹 대님을 보고 사람들은 무서움에 떨며 젖은 흙 속에서 찾아낸 한 줌의 그 하얀 먼지가 그들의 시대에 우아와 세련의 여신이었으며, 이후에는 모든 고뇌에 괴로워하도록 선택되었던 왕비의 최후의 흔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맨 처음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마리 앙투아네트 내부의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인간성은 결혼으로 인해서 접하게 된 주위 세계의 부자연스러움에 항거했다. 무거운 스커트 버팀쇠와 답답한 코르셋으로 대표되는 부자연스러운 장중함에 항거하여 싸웠다. 마음이 가볍고 매인 곳 없는 빈 여인은 수천 개의 창문이 달린 장엄한 베르사유 궁전에서 언제까지나 자신을 이방인으로 느끼고 있었다. - P59

이제 먹구름이 갈라졌다. 팸플릿이나 논쟁서가 비처럼, 우박처럼 쏟아지고 문서와 청원이 홍수처럼 넘쳐흘렀다. 프랑스에서 이처럼 시끄럽게 거론되고, 쓰이고, 입에 오른 사건은 일찍이 그 예가 없었다. 인민은 눈을 뜨기 시작했다. 미국 독립전쟁에서 돌아온 지원병들은 궁정도, 국왕도, 귀족도 없고 시민만이 있는 나라, 완전한 평등과 자유가 지배하는 민주주의적인 나라에 관한 이야기를 무지몽매한 마을에까지 돌아다니며 퍼뜨렸다. 그리고 루소의 <사회계약론> 속에는 이미 뚜렷이, 볼테르나 디드로의 저작 속에는 보다 미묘하고 은밀한 필치로, 왕정이 결코 신의 뜻에 의한 한 한의 정치 체제도 아니며, 현존하는 최상의 것도 아니라고 쓰여 있었다.246 - P248

그뒤의 나날은 불멸의 문자로 세계사에 새겨져 있었다. 단 한 권의 책만은 그렇지 않은데, 그것은 불행하게도 둔감하기 짝이 없는 루이 16세, 그가 썼던 일기장이다. 그 일기장의 7월 11일의 대목에는 "아무 일도 없음. 네케르 씨 출발"이라고만 적혀 있을 뿐이며, 국왕의 권력을 결정적으로 때려부순 바스티유 감옥의 습격이 일어났던 7월 14일 역시 똑 같은 비극적인 언어, "아무 일도 없음"이라고만 적혀 있다. - P261

그러나 혁명은 자꾸 앞으로만 달려가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혁명이란 밀려오는 흐름과도 같은 것이므로 정체는 재앙이며, 후퇴는 종말이기 때문이다. 혁명은 자기 주장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더 많이 자꾸 요구하게 된다. 그리고 패배하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적으로 공격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휴식 없는 행군의 북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는 것이 신문이었다. 혁명의 아이들, 혁명의 골목대장들은 주저 없이 대열의 앞에 섰다. 펜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자유라는 말을 휘둘렀고 난폭하고 무절제했다. - P298

"우리는 지금 고통을 당하고 괴로워하고 있지만 적어도 우리 아이들만이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것이 유일한 소망입니다." 아이들과 관련된 생각만이 마리 앙투아네트를 "행복’이라는 단어와 연결시켜주는 유일한 다리였다. "내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두 아이들을 통해서일 뿐입니다."라고 그녀는 한탄했다. 그러고 또다른 편지에는 "너무나 슬플 때면 나는 작은 아이를 불러옵니다."라고 썼다. "하루 종일 혼자였습니다. 아이들만이 유일한 위안거리입니다. 아이들을 될 수 있는 대로 오래 내 곁에 두고 싶습니다."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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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1 09: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 다섯개군요 ㅎㅎ 두께 때문에 안샀는데, 가야겠군요 ^^ (우주점에 찜해놓음)

bookholic 2021-06-11 14:25   좋아요 3 | URL
제가 좀 후한 편인데요.. 이 책은 후하게 안 줘도 별 다섯..
그리고, 새파랑님도 좋아하시는 츠바이크 님 아닙니까..^^

그레이스 2021-06-11 11: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콩시에르쥬리에서 가이드하시는 분은 프랑스인들이 마리 앙투와네트를 좋아한다고 이야기 하시더라구요.^^
그 가이드 분도 좋아하시는 것 같았어요.

bookholic 2021-06-11 14:28   좋아요 4 | URL
그렇군요~~ 이 책을 읽다 보니, 불쌍하고 안쓰러운 면만 가득 있지, 미워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죽고 나서 다음 생을 살았다면 행복한 삶이었길...

바람돌이 2021-06-11 14: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집에 사놓고 안 읽은 책 중 하나! 책에 먼지 좀 털어내고 읽어야겠습니다. ^^

bookholic 2021-06-11 14:30   좋아요 4 | URL
저도 이번에 먼지 털고 읽었어요.^^
즐거운 독서 되시길....

mini74 2021-06-11 18: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큰아이는 5살에 한글 못 떼면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고 막내는 8살에 한글 몰라도 그것마저 귀엽다던데요. 그런 막내를 적국으로 시집보내는 부모마음도 안타까움과 걱정이 많았을 것같아요. 억울한 면이 많았지만 요즘은 그래도 많이 밝혀져서 다행인거 같아요 *^^*

bookholic 2021-06-12 07:33   좋아요 2 | URL
맞아요.. 저라면 절대 못 보내죠~~^^
마리 앙투아네트의 엄마가 그리 냉정한 엄마였으니 왕까지 했겠죠?
문득 마리 앙투아네트의 엄마 마리아 테레지아에 관한 책도 있다면 읽어보고 싶네요..^^

꼬마요정 2021-06-15 0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아해요!! 츠바이크의 메리 스튜어트도 재미있어요. 북홀릭님 리뷰 좋아서 아는 책 나오면 신나고 모르는 책에는 관심 가고 그러네요^^

bookholic 2021-06-15 12:07   좋아요 2 | URL
ㅎㅎ 감사합니다~~
저도 꼬마요정 님 덕분에 좋은 책들 많이 추천받고 있습니다. 감사~~
츠바이크 님의 <메리 스튜어트>도 검색해 보았어요..
지금은 절판이지만, 언젠가는 기필코 꼭 읽어보겠습니다~~^^

scott 2021-07-07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추카~추카~
메리 스튜어트 꼬옥 읽어보세요
절판이지만 명작 입니다 ^.^

그레이스 2021-07-07 16:09   좋아요 2 | URL
scott님 오늘도 먼저 시작하시는군요^^
북홀릭님 축하합니다
scott님께도 감사!

새파랑 2021-07-07 16:40   좋아요 1 | URL
북홀릭님 축하드려요~!! 딸과 아들에게는 여전히 비밀로~!!😄

bookholic 2021-07-08 04:40   좋아요 3 | URL
Scott님, 그레이스님, 새파랑님..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졸필에 님들께서 ˝좋아요˝를 마구마구 누른 덕분입니다~~~
즐겁고 시원한 하루 되세요~~^^
아참, 메리 스튜어트는 꼭 읽어보려고 알람 걸어놨습니다^^

초딩 2021-07-07 23: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21-07-08 04:25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닷~~^^

이하라 2021-07-08 01: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bookholic 2021-07-08 04:25   좋아요 4 | URL
잊지 않고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닷~~^^

서니데이 2021-07-08 04: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1-07-08 09: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이 글을 북플로 보다가 오늘 pc로 보니 그 길이가 엄청나네요. 언제나 정성으로 리뷰쓰셔서 감동입니다. 북홀릭님의 다른 이름은 ‘아빠사랑‘이십니다^^

bookholic 2021-07-08 17:49   좋아요 1 | URL
구구절절 쓸데없는 말도 많아서 ㅎㅎ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