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로주점 2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4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4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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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 2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1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목로주점>19세기 프랑스 하층민들의 삶을 너무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찬반 논란까지 일었던 작품이라고 했잖니. 그래도 주인공 제르베즈가 힘든 역경을 이겨내고 집도 장만하고 자신만의 세탁소도 장만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희망을 품게 하면서 1권이 마무리되었단다. 그리고 2권에서는 제르베즈의 하나 남은 퍼즐인 사랑이 완성되길 바라면서 책을 펼쳤단다.

제르베즈의 생일 잔치 이후 쿠포는 랑티에와 아주 친한 술친구가 되었단다. 그래서 랑티에는 자주 제르베즈의 집에 찾아왔단다. 쿠포라는 사람은 1권에서 지붕에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을 때 몸만 다친 것이 아니라 머리도 크게 다친 것 같구나. 그 이전에는 성실해 보이고 제르베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같더니, 이제는 빌런이 따로 없구나. 랑티에가 누구니.. 제르베즈의 전 남편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었으나, 다른 여자랑 도망 간 사람이잖니. 결혼만 안 했지, 오랫동안 같이 살고 아이들도 낳았는데 말이야. 그런 사람은 자신의 집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이 말이 되니. 제르베즈가 얼마나 불편한 상황이겠니. 마을 사람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그런데, 랑티에는 특유의 사교력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서 마을 사람들도 랑티에를 대부분 좋아했단다. 랑티에는 이 마을로 이사 오고 싶다는 하자, 쿠포의 자신의 집으로 이사오라고 했어. 방 하나를 비워줄 수 있다면서 말이야. 제르베즈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쿠포는 결정하고 랑티에는 쿠포와 제르베즈의 집으로 이사를 왔단다. 이제 쿠포와 랑티에는 집에서 술을 자주 먹고, 쿠포는 종종 만취하여 정신을 잃었단다. 그 때가 기회다 싶어 랑티에는 제르베즈에게 계속 수작을 부렸고, 결국 그들은 선을 넘어서고 말았어.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제르베즈가 끝내 랑티에를 거부하기를 바랬지만, 결국 아빠의 바램과는 반대로 되었단다.

처음이 어렵지, 그 이후 랑티에는 계속 제르베즈에게 접근했어. 마을에는 당연히 안 좋은 소문이 났지. 그런데 마을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 놓은 랑티에였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제르베즈의 탓으로 돌렸단다. 일이 그렇게 되자 제르베즈는 자신을 짝사랑하고 거금까지 빌려준 구제에게 미안함을 갖고 있었어.

 

1.

문을 열고 난 이후 계속 수입이 늘어나기만 하던 세탁소도 점점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했단다. 세탁의 질도 떨어져서 단골도 줄어들었어. 그러다 보니 빚은 다시 늘어나고, 집안의 가구나 물건들을 전당포에 맡기는 신세가 되었단다. 결국 더 이상 세탁소를 유지하기 어려워져 집까지 내놓게 되었단다. 그것을 비르지니와 푸아송 부부가 산다고 했단다. 비르지니가 누구니. 1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금은 친한 척하며 지내지만 먼 옛날 주먹다짐을 했던 사이잖니비르지니에게만은 집을 내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서 제르베즈의 집은 결국 비르지니에게 팔리고 말았단다.

제르베즈, 쿠포, 그리고 그들의 딸 나나는 작은 공동주택으로 이사해야 했어. 아참, 제르베즈와 랑티에서 태어난 아들들은 모두 성장하여 다른 곳에서 지내고 있었단다. 이젠 세탁소도 없기 때문에 제르베즈는 다른 세탁소에서 직원으로 일해야 했어. 쿠포는 아직도 정신차리지 못하고 술독에 빠져 살고 있었어.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정신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도 했어. 이렇게 삶이 팍팍하고 되는 일이 없다 보니, 세탁소의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결국 짤리고 말았어.

제르베즈도 우연히 술을 먹게 되었는데, 그 이후에 제르베즈도 알코올 중독 수준이 되었단다. 돈이 생기면 술을 먹었고, 술에 취했을 때만이 삶의 고통을 조금은 잊을 수 있었던 것 같아. 제르베즈는 오랜 시간 잘 살아보겠다고 노력했지만, 결국 둑 무너지듯, 공든 탑이 무너지듯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단다. 제르베즈는 세탁소 일도 얻지 못해 굴욕적이지만, 결국 비르지니의 집에서 청소나 설거지를 하게 되었어. 그런데 제르베즈에게 그렇게 수작을 부렸던 랑티에가 이제는 비르시니의 바람 상대가 되어 있었단다.

….

한편 제르베즈의 딸 나나는 어느덧 15살이 되었단다. 엄마의 미모를 물려받아 나나도 예뻤단다. 나나는 여직공으로 일하게 되었는데, 나나의 외모 때문에 남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쿠포는 오히려 나나의 행실을 탓하며 나나를 때렸단다. 집에 오면 쿠포는 매일 나나를 때리고, 나중에 가서는 제르베즈도 나나를 때렸어. 결국 나나는 가출을 했단다. 이런 집구석에서 살기 어려웠을 거야. 자신의 편이 하나도 없는나나가 어떤 늙은 영감과 다닌다는 소문도 있었어. 제르베즈는 나나를 찾으러 무도장에게 갔다가 오히려 자신이 춤에 빠지게 되고, 이제 제르베즈는 다시 일어설 수 없는 것인가. 제르베즈와 쿠포는 결국 나나를 찾아 집으로 데려왔지만, 그들의 폭행은 여전했어. 나나는 결국 다시 가출하고 다시 집에 끌려오고, 이런 것을 반복하는 삶이 되고 말았어.

쿠포는 알코올 중독으로 정신병원을 들락날락 하는 신세가 되었단다. 제르베즈도 정신병원만 안 갔지, 거의 알코올중독 수준이었어. 집의 물품들을 팔아 술을 사먹었고, 이제는 더 이상 팔 물건도 없는 거렁뱅이가 되었단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구걸하여 하루 먹을 것을 구했을 뿐이야. 그러다가 우연히 구제를 만났단다. 구제는 여전히 제르베즈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나 봐. 제르베즈를 집에 데리고 와서 먹을 것을 주었어. 제르베지는 자존심이 조금은 남아 있었나 보구나. 밥을 먹고 배가 부르자 구제에게 자신이 한 짓을 생각하니 미안함에 몸 둘 바를 모르고, 집으로 돌아왔단다. 다시 굶주림의 연속이었어. 구포는 정신병원을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정신병원에서 죽고 말았단다. 그리고 몇 달 뒤 제르베즈는 집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단다.

제르베즈가 이렇게 비극적인 죽음이 이른 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제르베즈 자신만의 잘못은 아닐 거야. 랑티에, 구포 등 남자를 잘못 만난 이유도 있겠지. 하지만, 아직 나라의 시스템에 제대로 완비되지 않아 이런 하층민들이 어려움에 빠지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을

지은이 에밀 졸라는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런 것이 소설을 통해 널리 알려지는 것이 프랑스 정부는 싫었던 것이 아닐까, 싶구나.

그런데 오늘날에도 여전히 복지의 사각지대는 있는 것 같구나. 우리나라에서도 가난 때문에 죽음에 이른 사람들의 뉴스를 간간히 들을 수 있잖니, 국가의 존재의 첫 번째 이유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 아니겠니. 이제 정부도 바뀌었으니, 기대를 좀 가져보자꾸나. 그나저나 쿠포와 제르베즈가 모두 죽었으니 딸 나나는 홀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하기야 폭행만 가하는 부모는 없는 것이 날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아빠가 에밀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 시리즈>를 두어 작품 더 사두었는데, 그 중에 <나나>라는 작품이 있단다. 조만간에 <나나>를 읽어봐야겠구나. 제르베즈의 불쌍한 딸 나나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구나. 부디, 나나라도 해피엔딩이 되길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그 후 첫번째 토요일, 저녁식사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았던 쿠포는 열시경 랑티에를 데리고 나타났다.

책의 끝 문장: 이제 편히 잘들라고, 어여쁜 부인!

  


"비자르가 부인을 발로 차서 죽인 거라고요." 제르베르는 단조로운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부인의 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거든요. 배 속 어딘가에 탈이 난 게 분명해요. 맙소사! 부인은 사흘 동안이나 몸을 뒤틀면서 끔찍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어요…… 아! 아마 노예선에 보내진 불한당들도 그 남자만큼 악한 짓을 하진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남편한테 맞아 죽는 여자들을 일일이 신경 쓰다보면 법이 할 일이 너무 많아지겠죠. 매일같이 맞고 사는 여자들한테는 한 대 더 맞고 덜 맞는 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안 그래요? 그런데도 그 불쌍한 여자는 자기 남편이 참수형이라도 당할까봐 거짓말을 하더라구요. 글쎄, 물통 위해서 떨어져서 배를 다친 거라면서…… 그러고는 밤새 비명을 지르다가 죽었어요." - P38

당연하게도 나태와 빈곤함이 자리 잡은 곳에는 불결함이 따라왔다. 과거에 제르베즈의 자존심이었던 하늘을 연상시키는 근사한 파란색 가게는 이젠 어디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창들과 판유리는 거리를 달리는 마차에서 튄 오물로 온통 뒤덮였다. 진열창 선반에 매달아놓은 놋쇠봉에는 병원에서 죽은 여자 고객들이 미처 찾아가지 못한 회색빛 누더기 옷 세 벌이 널려 있을 뿐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더 초라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천장에서 말리는 축축한 세탁물들의 습기 탓에 벽에서 떨어져 나간 퐁파두르 스타일의 사라사 벽지는 먼지가 잔뜩 내려앉은 거미줄처럼 너덜거렸다. 수없이 반복된 부지깽이질로 인해 구멍이 뚫리고 부서진 난로는 고물상에 쌓인 낡은 무쇠 조각처럼 보였다 - P87

다시 시트로 랄리를 덮어준 제르베즈는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수가 없었다. 아이는 점점 더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제 랄리에게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예전에 검은 눈빛뿐이었다. 어린 소녀는 모든 것을 체념한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시선으로 그림을 자르고 있는 자신의 두 아이를 응시했다. 방 안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었다. 죽어가는 아이 앞에서 망연자실한 비자르는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아니, 이럴 수는 없다. 이건 너무나 가혹하지 않은가! 아! 이렇게 엿 같은 인생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정말 구차하기 짝이 없었다! 제르베즈는 비자르의 집을 뛰쳐나와 정신없이 계단을 달려 내려갔다. 삶에 깊은 회의가 느껴져 아무 승합마차에나 뛰어들어 그대로 바퀴에 깔려 죽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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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프릴다 칼로는 다다이즘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1927년이라면 새로운 미술 사조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올 때였고, 장래에 화가가 되기로 한 프리다 칼로는 그런 것들을 유심히 보고 따라 하려 했죠. 그중 하나가 이 실험 작품(미구엘 리라의 초상)입니다.

먼저 다다이즘이 무엇인지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안타깝게도 다다이즘은 설명하기가 까다로운 미술 사조입니다. 설명을 확실히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다다이즘이 아닙니다. 알쏭달쏭하시죠? 다다이스트들이 한 말을 보시죠.

우리가 다다라고 부르는 것은 공허에서 비롯된 엉뚱한 짓거리다.” – 후고 발

다다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세계를 변화시키고자 한다.” – 리하르트 웰젠베크

                     

(45)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순간과 사람이 있습니다. 프리다 칼로 역시 그랬습니다. 그녀의 경우는 좀 독특합니다.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그 순간을 함께했던 유일한 사람이 그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사람은 생명의 은인이었습니다. 프리다 칼로 하면 떠오르는 그 사고의 순간에 그 사람이 없었다면, 그녀는 이미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던 그 사고에서 프리다 칼로를 처음 목격한 의사는 그녀의 치명적인 부상을 보고 그녀를 포기하려 했었기 때문입니다. 그걸 말렸던 사람도 그 사람입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알레한드로 고메스 아리아스입니다.


(102)

프리다 칼로는 평생 엄청난 육체적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그렇게 아파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남자든 여자든 육체적 관계를 통해 고통을 위로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그녀는 건강이 악화되면서 더 많은 여자와 관계를 가졌다고 합니다.


(119-120)

디에고 리베라는 프리다 칼로를 무척 자랑스러워했고, 상상 이상으로 사랑했습니다. 프리다 칼로의 사랑도 그 이상이었고요. 그것은 둘의 행동이나 편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디에고 리베라의 여성 편력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이런 생각까지 한 것입니다. 자신과 디에고 리베라를 아예 반씩 잘라 붙여 하나로 만드는 것이죠. 한순간도 떨어지지 못하게 말입니다.


(126-127)

이런 모든 상황에도 프리다 칼로는 남편을 비하하거나 미워하지 않습니다. 고통을 참으면서 묵묵히 기다릴 뿐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일기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디에고 리베라. 시작

           디에고 리베라. 창조자

           디에고 리베라. 내 아이

           디에고 리베라. 내 남자 친구

           디에고 리베라. 화가

           디에고 리베라. 내 연인

           디에고 리베라. 내 남편

           디에고 리베라. 내 친구

           디에고 리베라. 내 어머니

           디에고 리베라. 내 아들

           디에고 리베라.

           디에고 리베라. 우주

           통합의 다양성

           왜 나는 그를 디에고 리베라라고 부르는가?

           그는 결코 내 것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자신의 것이다.


(204-205)

트로츠키가 일반인이었다면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던 연인의 작품을 걸어놓을 수 없었겠죠. 하지만 그는 러시아의 국민 영웅이며, 블라디미르 레닌, 이오시프 스탈린과 더불어 소련 공산주의 혁명의 3대 거물이었습니다. 이 그림을 걸어놓는다면 비난할 사람이 없었죠. 추종자들이 워낙 많았으니까요. 프리다 칼로가 이 그림을 준 것은 어쩌면 그를 존경하던 디에고 리베라를 향한 보복 심리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무시하고 배신했던 남편 디에고 리베라가 가장 존경하던 인물을 자신이 차버림으로써 남편을 초라하고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죠. 남편은 트로츠키를 대단한 혁명가로 평가했고, 그가 소련에서 축출당해 갈 곳이 없을 때 멕시코로 망명하는데 큰 힘을 쏟았습니다. 디에고 리베라도 혼란스러웠을 겁니다. 부인이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갖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는데, 부인의 불륜 상대가 자신이 존경하던 인물이었으니까요.


(211)

<도르시 헤일의 자살>이 이렇게 그려진 것은 프리다 칼로 입장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그녀에게 고통은 어떻게 해도 피할 수 없는 것이었고, 그것을 잊기 위해서는 오히려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다음 시간을 두고 희석시키는 것이죠. 하지만 죽음을 대하는 프리다 칼로의 방식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양편에 오해를 낳았던 이 그림은 한동안 모습을 감추었다가 현재는 익명으로 기증되어 피닉스 아트 뮤지엄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216)

그녀는 자신의 일기에 색깔에 관해 쓴 적이 있습니다.

 . 녹색 : 따뜻하고 좋은 빛

 . 붉은 보라색 : 아즈텍. Tlapali(그림과 그림 그리기에 사용되는 색상을 뜻하는 아즈텍어), 붉은 선인장의 오래된 피, 가장 오래되고 가장 살아 있는

 . 갈색 : 점의 색깔, 썩어가는 잎의 색깔, 지구

 . 노란색 : 광기, 질병, 두려움, 태양과 기쁨의 일부

 . 코발트블루 : 전기와 순수, 사랑

 . 검은색 : 없다, 정말로 없다

 . 잎의 녹색 : 나뭇잎, 슬픔, 과학, 독일 전체가 이 색깔이다

 . 연두색 : 더 많은 광기와 미스터리, 모든 유령들은 이 색상의 옷을 입는다. 최소한 속옷이라도

 . 다크그린 : 나쁜 소식과 좋은 사업의 색깔

 . 네이비블루 : 거리감, 부드러움도 이 파란색일 수 있다

 . 마젠타 : ? 글쎄, 누가 알겠어!


(281)

조금 아프다고 해서 수술을 받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어쩔 수 없으니까 받는 것이죠. 또 한 번의 수술로 모든 증상이 해결된다면 다시 받을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안 되니까 자꾸 받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프리다 칼로는 사고 이후 32번 이상 수술을 받았습니다. 39살이 되던 1945년에도 프리다 칼로는 또 한 차례 척추 수술을 받게 됩니다. ‘혹시나 좋아지지 않을까하는 생각 때문이었죠. 물론 잘못 되면 지금보다 더 나빠질 위험도 있었지만, 이전 수술 이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고, 아직은 젊으니 기대를 해본 것이죠.


(302)

1944년 프리다 칼로는 한 평론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 가지 이유로 나는 그림을 그릴 수 밖에 없었다. 하나는 어린 시절 사고 당시 몸에 흐르던 피를 보았던 생생한 기억이고, 또 하나는 탄생, 죽음, 그리고 생명을 이끄는 끈에 관한 나름의 생각이다. 마지막 한 가지는 엄마가 되고 싶은 바람이다.”


(345)

죽기 얼마 전 프리다 칼로는 자신의 일기장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난 건강하게 잘 탈출했다. 나는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절대 어기지 않을 생각이다. 디에고 리베라에게 감사하고, 나의 테레에게 감사하고, 그라시 엘리타, 그리고 딸에게 감사하고, 주디스에게 감사하고, 이사우아 미노에게 감사하고, 루피타 주니에게 감사하고, 파릴 박사와 폴로 박사와 아르만도 나바로 박사와 바르가스 박사에게 감사한다. 나 자신에게도 감사한다.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모든 이와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를 위해 삶을 지탱하려는 나의 엄청난 의지에도 감사한다.

기쁨, 인생 만세. 디에고 리베라 만세. 테레 만세. 나의 주디스 그리고 내게 놀라우리만치 잘해주었던 모든 간호사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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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주점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3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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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작년에 처음으로 알게 된 에밀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 시리즈. 그 시리즈는 총 20작품인데, 작년에 <패주>를 읽고 나서 아빠가 가끔씩 루공 마카르 총서 시리즈를 읽겠다고 했잖니. 그래서 두 번째로 집어 든 작품이 아빠의 기준에서 에밀 졸라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목로 주점>이란다. <목로 주점>은 루공 마카르 총서 시리즈의 순서대로는 일곱 번째에 해당한단다. 이 시리즈는 주인공 간에 연결이 되어 있지만, 각 작품이 독립적인 작품이라서 순서 없이 읽어도 상관은 없단다. 하지만 그래도 아빠의 성격상 순서대로 읽으면 좋은데, 우리나라에는 루공 마카르 총서 시리즈가 모두 번역되어 있지도 않고, 출판사도 여러 출판서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을 듯 하구나. <목로 주점>은 에밀 졸라의 대표작답게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이 되었는데, 아빠는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책으로 읽었단다.

두 권으로 출간되었으며, 오늘은 <목로 주점> 1권을 이야기해줄게. 이 작품은 출간 당시 프랑스 파리의 하층민의 비참한 삶을 너무 적나라하게 그렸다고 해서 찬반양론에 휩싸이기도 했다는구나. 오늘날 읽어도 당시 파리의 하층민의 삶을 눈 앞에 그려지는 듯 하고, 파리의 모습, 결코 깨끗하지 않은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자신들의 민낯이 그대로 그려진 소설이다 보니, 이 책의 출간을 반대했을 만도 하구나. 우리는 덕분에 당시의 파리의 시대상을 알 수 있구나. 물론 재미는 당연하고 말이야. 그럼, 1권의 이야기를 해보자..

 

1.

때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조카인 나폴레옹 3세가 대통령을 하던 시기였단다. 프랑스 최초의 대통령이었지. 나폴레옹 3세가 대통령을 즉위한 것이 1848년이고, 쿠데타를 일으켜 황제로 즉위한 것이 1852년이니까, 그 사이가 이 소설의 시작 지점이라고 생각하면 되겠구나. 주인공 제르베르는 22살의 여자로, 절름발이 장애를 가지고 있고, 벌써 아이가 두 명이나 있단다. 그것도 여덟 살이나 된 클로드, 그리고 네 살인 에티엔이다. 그러니까 열 네 살 때 임신을 하게 된 거야. 아이들의 아빠는 스물여섯 살인 랑티에라는 남자인데, 둘은 결혼하지는 않았단다. 제르베르의 아빠인 마카르가 결혼을 결사 반대했기 때문이래. 이 사연의 자세한 내용은 루공 마카르 총서 1 <루공가의 행운>에 실려 있다고 하는구나.

랑티에는 그리 책임감 있는 남자는 아니야. 일자리를 찾느라 하루 종일 밖에서 돌아다니고 집안 일은 거의 신경을 쓰지도 않아. 어느날 랑티에는 제르베르와 함께 산 이후 처음으로 외박까지 했어. 제르베르는 랑티에를 기다리다 밤새 걱정을 했지만, 아침 여덟 시 넘어 귀가한 랑티에를 보고는 화가 나서 큰소리를 치고 부부싸움을 대판 했단다. 그리고 빨래를 하려고 세탁장에 갔어. 그런데 빨래를 하던 중 아이들이 찾아와서 아빠가 짐을 싸서 집을 나갔다고 하는 거야.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세탁장에 있던 베르지니라는 여자가 말하길, 랑티에가 자신의 여동생 아델과 함께 도망을 갔다는 거야. 그러면서 제르베르를 조롱하고 욕을 했어. 제르베르도 참을 수 없어 둘은 말싸움 끝에 몸싸움을 했단다. 옷이 찢어지고 피나고 몽둥이까지 휘두르는 사태로 번졌지만 다른 여인네들도 그저 구경을 말뿐이었단다. 삶이 지루한 그들에게 좋은 구경거리가 아니었나 싶구나. 제르베르와 베르지니가 지치고 나서야 싸움을 말렸단다.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제르베르. 랑티에가 남아 있는 돈까지 다 가지고 가서 제르베르는 빈털터리가 되었단다.

함석공 쿠포는 제르베르를 짝사랑하고 있었는데, 랑티에가 도망가서 제르베르가 혼자가 되자 계속 구애를 했어. 랑티에가 도망간 이후 제르베르는 더 이상 남자와 살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고, 애 둘 있는 여자가 무슨 결혼을 하냐면서 쿠포의 구애를 계속 거절했단다. 하지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던가. 그리고 제르베르는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쿠포의 경제력에게 마음이 흔들렸어. 결국 제르베르는 쿠포의 계속된 구애를 받아들였지. 쿠포의 누나들은 이 결혼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는데, 특히 둘째 누나 로리외는 제르베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어.

구포는 제대로 된 결혼식을 하겠다고 돈까지 밀리고 손님들을 초대했어. 하객들은 다들 비슷비슷한 처지의 하층민들이었단다. 결혼식에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서, 비도 많이 왔어. 피로연은 저녁 시간인데 그 때까지 시간은 많이 남아 있고, 비도 많이 오고 해서 그들은 누군가의 제안으로 루브르 박물관에 가기로 했단다. 그리고 저녁 시간이 되어 피로연 하기로 예약한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었는데, 시끌벅적하고 난리통도 그런 난리통이 없었단다. 서로 언쟁도 심하게 하고 나중에는 식사값 가지고 식당 주인과 시비도 붙었어. 어찌됐든 잊지 못할 결혼식이로구나.

 

2.

4년이 흘렀어. 그 동안 빚을 갚느라 고생했지만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었단다. 그리고 딸 아이도 하나 낳았는데 이름은 나나라고 했어. 아빠가 루공 마카르 총서 몇 권을 더 구매를 해 두었는데 그 중에 제목이 <나나>라는 책도 있었단다. <나나>의 주인공이 바로 제르베르와 쿠포의 딸이겠구나. 그 책도 나중에 읽게 되면 이야기해줄게. 나나를 낳고 또 3년이 흘렀어. 그 시절도 시간이 잘도 가는가 보구나. 제르베르와 쿠포는 그동안 아껴 모은 돈으로 그 동안 꿈꾸었던 세탁소 딸린 집을 계약할 수 있었단다. 제르베르도 그 동안 다른 세탁소에서 일하면서 돈을 벌었는데, 이제 자신 소유의 세탁소가 생긴 것이란다. , 얼마나 기뻤을까.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할까. 쿠포가 지붕 위에서 작업을 하다가 그만 떨어지는 사고가 났단다. 다행이 목숨은 건졌지만 다리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었어. 한 동안 어쩌면 영원히 함석공 일을 다시는 못할 수도 있었어. 그리고 이 사건으로 세탁소를 계약하기 어려워졌단다. 하지만 제르베르는 정성껏 쿠포를 간호했단다. 쿠포는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만큼 성격이 횡폭 해져갔어. 신경질도 자주 부리고 먹지 않던 술도 먹기 시작했어. 사고의 여파일까? 원래 근성이 드러나는 걸까?

그들이 살고 있는 건물에 살고 있는 구제라는 대장장이가 있었어. 구제는 제르베르를 몰래 짝사랑하고 있었단다. 제르베르가 세탁소 차리는 꿈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구제는 제르베르에게 돈을 빌려주겠다고 했어. 제르베르는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세탁소를 차려 빨리 돈을 갚으면 된다는 생각에 구제가 빌려주는 돈으로 세탁소 딸린 집을 결국 살 수 있었단다. 다행히 세탁소는 번창하여 조수도 두 명이나 고용했단다. 하지만 남편 쿠포의 술버릇은 점점 안 좋아지고 술주정도 점점 심해졌어. 어느날은 만취한 쿠포가 귀가하여 제르베르를 때리기도 했단다. 술이 원수인가? 남편이 원수인가?

가끔 제르베르는 대장간에 구제를 보러 가면 마음의 위안을 찾는 듯 했어. 제르베르의 아들 중에 에티엔이 구제의 대장간에서 일하고 있어서 아들 보러 간다는 핑계로 구제를 만나러 간 거야. 구제가 자신을 짝사랑을 한다는 것을 알면, 그를 더욱 멀리해야 하겠지만, 제르베르도 자신의 삶이 힘들다 보니 위안이 필요했던 모양이구나. 그렇다고 쿠포와 헤어져 구제와 살 수 있는 상황은 안되고 말이야.

어느 날 그 마을에 비르지니가 남편 포아송과 함께 이사를 왔단다. 비르지니는 오래 전에 제르베르가 세탁장에서 심하게 싸운 여자잖니.. 더욱이 비르지니의 남편 포아송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경찰이었어.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다행인지, 발톱을 숨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인지 제르베르와 비르지니는 옛 일은 이야기하지 않고 친하게 지냈단다. 비르지니는 제르베르의 세탁소도 자주 찾아왔단다. 그러던 어느날 비르지니는 자신의 동생과 도망을 갔던, 비르지니의 전남편이나 다름없는 랑티에의 소식을 알려주었어. 자신의 동생 아델과 대판 싸우고 헤어졌다고당연히 오래 못 갈 사이라 짐작은 했지

제르베르는 처음으로 자신의 생일잔치를 하기로 했단다.  세탁소의 작업대를 정리하고 식탁으로 이용하고 식탁의 자리수인 열 네 명을 초대하려고 했어. 처음으로 하는 생일잔치이니 먹을 것도 충분히 준비했고, 사이가 좋지 않았던 시누이인 로리외와 화해도 했단다. 생일 잔치 당일 시간이 되어 다들 모였는데, 남편인 쿠포가 오질 않았어. 구제와 제르베르와 비르지니가 쿠포를 찾으러 나섰는데, 역시나 어떤 술집에서 술을 먹고 있는 것을 끌다시피 데리고 왔단다. 그런데 오는 길에 제르베르의 전남편이나 다름없는 랑티에를 만나 거야. 술 취한 쿠포는 랑티에와 싸울 기세였으나 잘 말려서 제르베르의 생일 잔치에 데리고 왔단다. 생일잔치에 참석한 이들은 오랜만에 배를 가득 채우고 술도 먹고 노래도 신나게 불렀단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구경거리가 되기도 했지. 그 구경꾼들 사이에는 제르베르의 전남편이나 다름없는 랑티에도 있었단다. 그런 랑티에를 구포가 발견했어. 구포는 당장 달려가 랑티에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지만, 이내 곧 친해져서 구포는 랑티에를 데리고 왔어. 그렇게 랑티에도 제르베르의 생일잔치에 합류하게 되었단다. 생각도 없고, 눈치도 없고 배려도 없는 구포와 랑티에로구나. 랑티에는 또 무슨 꿍꿍이로 그곳에 나타난 것일까. 이래나 저래나 제르베르만 불쌍하구나. 그래도 오늘은 제르베르의 생일이잖니.. 제르베르의 생일잔치는 성황리(?)에 끝이 났단다.

여기까지가 <목로주점> 1권의 이야기란다. 읽는 내내 등장인물들의 팍팍한 삶이 느껴졌단다. 그리고 주인공 제르베르를 응원하면서 읽게 되는데, 주변의 남자들이 안 도와줘서 답답하기도 했단다.

2권에서는 좀 나아질까? 희망고문은 갖지 않는 걸로조만간 2권도 이야기해줄게.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제르베즈는 새벽 두시까지 랑티에를 기다렸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쿠포 가족이 잔치의 후유증을 떨쳐내려는 듯 밤새도록 죽은 듯이 잠자는 사이, 열린 창문으로 몰래 들어온 이웃집 고양이가 예리한 이빨로 조심스럽게 거위의 뼈를 갉아 먹으며 결정적으로 거위를 끝장내고 있었다.


제르베르는 의자 등받이에 젖은 옷들을 걸쳐놓았다. 그리고 멍하니 서 있다가 몸을 돌려 가구들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았다. 너무나 큰 충격에 눈물마저 말라버린 듯했다. 그녀에게 남은 돈이라고는 세탁비로 남겨둔 4수 중 1수가 전부였다. 그사이에 마음이 진정된 에티엔과 클로드가 웃는 소리에 제르베즈는 창가로 가서 두 팔로 아이들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그렇게, 바로 그날 아침, 노동자들과 파리의 거대한 일터가 깨어나는 것을 지켜보았던 그곳에서 회색빛 도로를 바라보면서 잠시 자신을 잊고자 했다. 그 시각, 세관의 담벼락 뒤쪽 도시 위로는, 분주한 일상으로 인해 달구어진 도로에서 뜨거운 복사열이 뿜어져 나왔다. 제르베즈는 바로 저 용광로 같은 뜨거운 길바닥 사로잡혀 외곽 도로의 오른쪽 끝과 왼쪽 끝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제 그녀의 삶은 바로 저곳, 도살장과 병원 사이의 공간에 달려 있다는 예감과 함께. - P58

인간의 육체가 쇠로 된 기계와 싸워 이길 수 없음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고자 애쓸 때조차 그의 우울함은 커져만 갔다. 물론 언젠가는 기계가 노동자들을 모두 죽이고 말 터였다. 그 때문에 이미 그들의 하루 일당은 12프랑에서 9프랑으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어쨌거나 소시지를 만들 듯 리벳과 볼트를 찍어내는 이 커다란 짐승들은 전혀 유쾌하지가 않았다. 구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삼 분 정도 기계를 응시했다. 그러면서 그가 눈살을 찌푸리자, 아름다운 황금빛 턱수염이 위협적으로 곤두섰다. 그러다가 온화함과 체념의 기운이 그의 표정을 점차 누그러뜨렸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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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9-11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에밀 졸라 작품 3개 읽었는데 목로주점만 좋았어요. 패주랑 나나는 진짜 괴로웠습니다. ㅎㅎ 그래서 남은 제르미날은 좀 쉬다가 읽으려구요.

bookholic 2025-09-13 22:19   좋아요 0 | URL
에밀 졸라 소설 읽기 전에 심호흡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야 할 것 같아요..^^
 















(198)

내 생각 속에서 너를 지운다고! 너는 내 존재의 일부야. 나 자신의 일부야. 내가 상스럽고 비천한 꼬마의 모습으로 (너는 그때도 그런 아이의 불쌍한 가슴에 상처를 입혔어) 이 곳에 처음 왔던 날 이후로, 너는 내가 읽어 왔던 모든 책의 한 줄 한 줄 속에 있었어. 넌 그때 이후로 내가 보와 왔던 모든 풍경들 속에 강물 위에, 배의 돛들 위에, 습지대에, 구름 속에, 햇살 속에, 어둠 속에, 바람 속에, 숲 속에, 바다에, 길거리들 위에 있었어. 넌 그동안 내 마음이 알게 된 모든 우아한 공상이 구체화된 존재였어. 런던에서 가장 튼튼한 건물들을 짓는 데 쓰인 돌덩이들조차도, 런던이든 어디든 모든 곳에서 내게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네 존재와 영향력보다는 덜 구체화된 존재들일 거야. 네 손으로 옮기기 덜 힘든 것들일 테고, 너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라는 존재로 일부로, 내 안에 있는 얼마 안 되는 선한 면의 일부로, 또 악한 면의 일부로 남아 있을 거야. 하지만 이렇게 이별하게 되었으니 이제부턴 너를 오직 내 선한 면하고만 결부시킬게. 그리고 앞으로는 충직하게 늘 그런 면만 붙들고 있을게. 지금은 비록 너무나 쓰라린 고통을 느끼게 하고 있지만. 너는 그동안 분명히 내게 해보다는 이로운 도움을 더 많이 주어 왔어!”


(227-228)

내가 살았던 삶은 불행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산맥의 수많은 산들 사이에 우뚝 솟아 있는 고산처럼 그 모든 걱정거리들을 지배하듯 굽어보고 있던 한 가지 걱정거리는 내 시야에서 결코 사라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새로운 원인지 아직은 생겨나지 않고 있었다. 나는 그가 발각되었다는 공포감이 새롭게 찾아오는 바람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곤 했고, 밤이 되어 허버트가 귀가하는 발소리가 평소보다 더 빨라지면 두려움에 떨면서 혹시 그가 나쁜 소식이라는 날개를 달고 오는 건 아닌지 잔뜩 귀 기울이며 앉아 있곤 했다. 그러나 그런 두려움이라든가 그와 비슷한 의미를 지닌 그보다 더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계속 그대로 돌며 지속되었다.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고, 끊임없이 불안하고 긴장된 상태에 빠져 사는 선고를 받은 셈이나 마찬가지였던 나는 보트의 노를 저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안간힘을 다해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256-257)

나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어떻게 그녀를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그녀가 감수성 예민한 아이를 양녀로 데려와서, 자신의 미칠 듯한 분노와 퇴짜 맞은 애정과 상처 입은 자존심에 대한 복수의 수단으로 주조해 내는 가혹한 짓을 저질렀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밝은 대낮의 햇빛을 차단함으로써 무한정 더 많은 것들을 차단시켜 버렸다는 것, 격리된 은둔 생활을 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치유의 힘을 지닌 많은 영향들로부터 자신을 격리시켜 버렸다는 것, 고독한 수심에 빠진 그녀의 정신이, 창조주께서 정한 질서에 역행하는 모든 정신이 반드시 그리고 으레 그러하듯 병들어 왔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파멸에 빠져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심히 부적합한 자의 모습으로, 헛된 참회와 헛된 후회와 헛된 자기 비하, 그리고 이 세상에서 저주가 되어 버린 다른 모든 헛된 망상들처럼 지배적인 광증(狂症)이 되어 버린 헛된 슬픔에 사로잡힌 그녀를 내가 어찌 동정심 없이 바라볼 수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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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8)

양심이란 어른이든 아이이든 그것에 비난이 가해지면 끔찍한 존재가 되는 법이다. 그러나 아이의 경우, 양심이라는 그 비밀스러운 짐이 바짓가랑이 아래에 들어 있는 또 다른 은밀한 짐 덩어리와 더해지면 엄청난 벌이 되는 법이다(내가 증언할 수 있다). 조 부인에게서 나는 집안 살림 중 어느 것도 조의 재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그에게서 도둑질한다는 생각은 결코 하지 않았다 도둑질을 한다는 사실로 인한 죄책감에다, 앉아 있을 때나 부엌 주변에 자잘한 심부름을 하러 갔다 오라는 지시를 받을 때마다 불가피하게 한 손을 바짓가랑이 속 빵 조각에 대고 있어야 하는 상황까지 더해지자, 나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습지대에서 불어온 바람이 난롯불을 타오르게 하고 불길을 너울거리게 만들던 그때, 나는 바깥에서 들려오는 어떤 목소리가 내게 비밀을 지키라고 겁맹하고, 다리에 쇠사슬 족쇄를 찬 죄수가 내일까지 마냥 기다리다 굶어 죽을 수 없으니 당장 음식을 먹어야겠다고 외치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후 여러 번 젊은이가 나를 잡아먹기 위해 손에 피를 묻히겠다는 걸 죄수가 어렵사리 말렸지만, 그 젊은이가 타고난 조급함에 굴복하거나 시간을 잘못 알아서 다음 날이 아니라 바로 그날 밤 내 심장과 간을 빼 먹어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졌다고 오해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어떤 사람의 머리카락이 공포감으로 쭈뼛 곤두서는 일이 있다는, 아마 그날 밤 내 머리카락이 틀림없이 바로 그 상태였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그 정도로 머리칼이 쭈뼛 곤두서는 일은 여태껏 없지 않았을까?


(127)

그날은 내게 기억할 만한 날이었다. 내게 큰 변화를 만들어 준 날이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그건 어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인생에서 하루를 선택하여 삭제한다고 상상해 보고, 그러고 난 후 그 인생항로가 얼마나 달라졌을지 생각해 보라. 이 글을 읽는 독자여, 글 읽기를 멈추고 쇠로 만들어졌던 황금으로 만들어졌건 가시로 만들어졌건 꽃으로 만들어졌건 간에, 당신을 얽어매고 있는 긴 사슬이 만약 그 제일 첫 번째 연결 고리가 어떤 기억할 만한 날 맨 처음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면 결코 당신을 꽁꽁 얽어매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잠시 생각해 보라.


(382)

, 사랑하는 내 단짝. 인생이란 너무나도 많은 부분들이 하나로 용접되어 결합된 구성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대장장이, 어떤 사람은 양철공, 어떤 사람은 금세공업자, 어떤 사람은 구리 세공업자인 거야. 그런 식의 구분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고 그런 게 생기면 반드시 만족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거란다. 혹시 오늘 내가 조금이라도 실수를 했다면 그건 다 내 잘못이야. 너와 나는 런던에 같이 있으면 안 될 사람들이다. 또한 사적이고 친구들 사이에서만 알려지고 이해되는 장소 말고, 다른 곳에서 만나면 안 되는 사람들이지. 이런 말은 내가 거만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올바른 처신을 하고 싶어서 하는 말이야. 이제부터 넌 이런 복장을 한 마를 결코 더 이상 보지 못할 거다. 나는 이렇게 차려입으면 거북해. 나는 대장간과 부엌을 벗어나거나 습지대만 떠나면 실수를 저질러. 손에 망치를 들고 있거나 파이프를 들고 있을지언정, 대장정이 작업복을 입은 나를 떠올려본다면 넌 내가 저지른 실수의 절반도 찾아낼 수 없을 거야. 혹시 조금이라도 나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네가 내 집을 찾아와 대장간 창문으로 머리를 쑥 들이밀고 거기서 대장장이 조가 불에 그슬린 낡은 작업복 앞치마를 입고 그리운 모루질을 하며 옛날부터 해오던 익숙한 노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넌 내가 저지른 실수의 절반도 찾아낼 수 없을 거야. 나는 끔찍할 정도로 우둔한 사람이란다. 그래도 올바른 생각에 가까운 이런 최종적인 생각을 망치로 두드려 펴듯 생각해 낸 것이길 바란다. 그리고 하느님의 가호가 너와 함께하길 빌게, 사랑하는 친구야. , 어이 내 친구, 하느님의 가호가 있기를 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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