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가고 있어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
김보영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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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가고 있어> 김보영 지음


작품을 휘리릭 읽고나서 글을 쓰려고하니... 어찌나 기가 막히고 가슴이 답답한지... 작품 속에 펼쳐지는 아픈 순간들보다 더 더 기가 막힌 상황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어서 마냥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고 하루종일 얹힌거마냥 한숨과 ... 눈물만 나온다.

주말에 남편 동창 모임이 있어 오랜만에 강원도 나들이 갔다가 일정을 마치고 느지막하게 잠든 새벽.! 갑작스런 전화벨 소리에 놀라 깨어보니 친정엄마 전화였다. 나이드신 엄마에게 큰일이라도 난줄 알고 받으니 손자, 손녀의 이름을 부르시며 애들 어디갔노? 하시는데 딸램은 집에, 아들은 테니스 모임에서 엠티 갔다고 하니 이태원에서 난리가 났다고... 애들 잘 있나 전화 좀 해보라고... 부랴부랴 전화하니 다들 무사하단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자식을 잃은 분들의 마음을 감히 다 알순 없겠지만, 나도 그 나이 또래의 두 아이 엄마라서 미루어 짐작이 안되는 것도 아니기에 더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
모든 국민이 지금 다 그런 심정이겠지 생각하며 일부러 더 책을 읽어보려 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와 짝을 이루는 이 작품은 작가후기에서 밝혔듯이 낭독용 소설이라는 취지에 맞게-<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심지어 프로포즈용으로 작가가 어는 남편분에게 의뢰받은 짧은 소설이다 -짧게, 그리고 아내분 편에서 쓰여진 소설이다.
그러니 두 편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해피엔딩일 수 밖에 없는 숙명을(?) 짊어진 채 태어났다고 할수 있다.^^
오늘 라디오에서 들리는 -느리고 슬픈 음악들이 주를 이루었더랬다. -김윤아의 <Going home>을 들으며 읽고 있었는데, 이 소설을 받은 아내분에게 작가가 배경이 될 노래를 부탁했을 때 역시 김윤아의 이 노래를 골랐다는 글을 보고 정말 글의 내용과 딱 어울리는 노래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이 슬픈마음과도 어울리면서 위로받는 느낌에 또 울컥했다.


Going home

집으로 놀아가는 길에
지는 햇살에 마음을 맡기고
나는 너의 일을 떠올리며
수많은 생각에 슬퍼진다
우리는 단지 내일의 일도
지금은 알 수가 없으니까
그저 너의 등을 감싸안으며
다 잘될 거라고 말할 수 밖에

더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을 것만 같아 초조해져
무거운 너의 어깨와
기나긴 하루하루가 안타까워
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
너에게 생기면 좋겠어
너에겐 자격이 있으니까

이제 짐을 벗고 행복해지길
나는 간절하게 소원해 본다.
이 세상은 너와 나에게도
잔인하고 두려운 곳이니까

언제라도 돌아와
집이 있잖아. 내가 있잖아
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
우리를 기다려 주기를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기를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 끝없는 우주를 방황하는 모험 3부작이라 했으니... 이 이야기는 <미래로 가는 사람들>에서 끝을 맺게 된다고 한다. 사실 난 이 두편의 이야기로도 충분하단 생각이지만!

왜 그런 말 있잖아.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는한 그 사람은 죽지 않는다는 말. 누군가를 기억하면 그 사람은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는 이야기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살아 있는 한 당신은 살아 있는거야.
그래서 나는 계속 살고자 해. 당신을 살게 하기위해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당신을 살게 하기 위해서.
당신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증명이자 흔적이바로 나니까. 내가 당신의 유적이니까.

그때였어.
고개를 돌리는데 저 멀리 이상한 것이 눈에 들어왔어.
모래를 꾹, 꾹 찍어 누른 자국이 점점이 숲까지이어졌어. 툭, 툭 떨어진 물방울에 모래가 뭉쳐있었지.
사람 발자국 같았어.
젖어 있었어.
젖어 있었어.
마치 금방 생겨난 것처럼.
조금 전 누군가 부서진 우주선에서 빠져나와이 해안가로 힘겹게 헤엄쳐 나온 것처럼. 젖은 몸을 간신히 일으켜 느릿느릿 이 모래사장을 걸어나간 것처럼.

나는 일어났어.
젖어 달라붙는 옷을 추스르며 발자국을 따라걷기 시작했어.
그러다 달리기 시작했어.
모래를 박차고 뛰기 시작했어.

기다리고 있어.
내가 여기 있어.


내가 지금 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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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의 노트 - 식물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
신혜우 지음 / 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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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의 노트> 신혜우 글. 그림

이 아름답고도 멋진 책은 작년 여름, 신혜우 작가의 사인본으로 나에게 왔지만 우리 산과 들에 피어난 예쁜 꽃과 나무를 눈으로만 보다가 문학작품이 아닌 책을 고르고 있는 내 눈에 다시 들어온 책이다. 표지의 그림도 그렇지만 책등도 눈에 드는 깔끔한 글씨체와 예쁜 노랑이 나를 끌어당기는 느낌이었달까.
평소 전원의 삶을 동경하던 나는 작년 늦가을 오랜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했는데,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을 지나는 시간 동안 전원생활에 푹 빠져 살았다.
우리 이웃엔 농사도 크게 지으시고 화초도 굉장히 잘 키우시는 노부부가 살고 계시는데 그분들의 생활을 옆에서 보면서 시골생활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기꺼이 따라하고 있는 우리 부부의 삶도 좀 더 풍요로워지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댁에 어여쁘게 피어난 꽃들을 구경하러 갔다오면 손바닥만한 우리집 정원도 아름다운 꽃들로 채워주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샘솟는걸 느낀다. ㅎㅎ
그런데.. 신혜우 작가의 책에 그려진 그림들에 있는 꽃들은 우리 집엔 거의 없다.
어찌 이럴수가 있나! ㅠ.ㅠ
매화, 배롱나무, 철쭉, 화살나무, 블루베리... 꽃잔디, 구절초, 맨드라미, 과꽃, 천일홍, 목수국, 상록패랭이, 작약, 난초, 플록스, 향들골풀, 바질, 백리향...등등
이름을 열거하고보면 꽤 많은듯 하지만 계절마다 다른 시기에 꽃을 피우다보니 늘 부족한것만 같은 ... 우리집 꽃들아 미안^^
계절마다 꽃은 피는데 휑하기만 우리 정원을 어찌하면 채울까.... 매일 그 궁리하느라 1년이 짧다. 시간이 지나면 좀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정원이 되지 않을까!

담백한 어조로 써나간 책을 보면 작가가 꽃, 나무 풀들에 얼마나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가 느껴진다.

섬백리향, 녹나무, 해국
이름만 들어도 예쁜 우리말 우리 꽃과 나무들..
오늘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지구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식물을 생각하고, 내가 지구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법이 무엇일지 우리모두는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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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0-31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우리집 꽃들에 미안 ㅠㅠ 합니다. 그림들이 정말 예쁘네요. ~

은하수 2022-10-31 17:58   좋아요 1 | URL
신혜우 님 그림이 저렇게 담백하고 아름답게 표현되어서 전 좋더라구요
내년엔 올해의 경험을 바탕 삼아 잘 가꿔서 꽃들에게 미안하지 않은 정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아까는 좀 이상한 일이 있었어.
여객선이 막 지구를 떠나려는 참이었어. 창밖
으로 새하얀 눈밭이 눈에 들어왔어. 거기에 덩그러니 놓인 작고 초라한 낡은 돛단배도, 워낙 멀고눈보라가 짙어서 흐릿하게만 보였어. 배가 작은눈사람 같다고 생각했지. 그러다 나는 갑자기 격정에 휩싸여 계단을 뛰어올랐어. 그리고 문을 향해 달렸어. 사람들이 날 붙들지 않았다면 아마 그대로 문을 박차고 배에서 뛰어내렸을 거야.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그저 그 이름도 모르는작은 배가 그리워서 죽을 것 같았어. - P73

왜 그런 말 있잖아.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는한 그 사람은 죽지 않는다는 말. 누군가를 기억하면 그 사람은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는 이야기 말이야.
만약 정보가 인격일 수 있다면,
내 기억 속의 당신도 인격일 수 있는 거야.
그게 사실이라면,
그게 사실이라면 당신은 지금 나와 함께 살고있는 거야. 내가 당신을 기억하니까.
나와 함께, 나라는 이 생체 컴퓨터 안의 정보데이터로서.
그러니까 내가 살아 있는 한 당신은 살아 있는거야.
그래서 나는 계속 살고자 해. 당신을 살게 하기위해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당신을 살게 하기 위해서.
당신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증명이자 흔적이 바로 나니까. 내가 당신의 유적이니까.

---오늘의 우리에게 알맞은 표현 같아서 마음에 와서 박힌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에게 닿았으면 참 좋겠다 - P85

"작동을 중지해, 훈. 인류와 이 배의 승객들과나 한 사람을 위해. 네 기능을 정지하도록 해."
훈이 연산을 끝낸 것과 문이 열린 건 거의 동시였어. 훈이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지.
"받아들이지요." - P112

나는 일어났어.
젖어 달라붙는 옷을 추스르며 발자국을 따라
걷기 시작했어.
그러다 달리기 시작했어.
모래를 박차고 뛰기 시작했어.
기다리고 있어.
내가 여기 있어.
내가 지금 가고 있어. - P122

따지고 보면 두 사람이 사랑하고 결혼을 한 덕에제게도 좋은 일이 계속 생겨난 셈입니다. 사람이그저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만으로도 우주는 변화합니다. 오늘도 이를 믿으며 펜을 내려놓습니다. - 작가후기 중에서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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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 내 집은 공간에 있지 않다고. 내 집은 사람에게 있다고. 그리고 그 사람은당신이라고, 당신이 내 집이고 내 고향이라고……….

예쁜 말 해 줬으니 늦는 거 용서해 주기야.
내가 지금 집에 가고 있어.
기다리고 있어 줘. - P20

당신과 결혼하고 싶었는데,
당신과 네 배 더 가족이 되고 싶었는데, 다 틀렸나 봐.
그래도 나는 지구로 가려 해.
내게 무슨 다른 선택이 있겠어? 내 집은 당신뿐인데.
기다려 달라는 말은 차마 못 할 것 같아.
그저 항구에 나와 줘.
11년 뒤에 나를 마중 나와줘.  - P33

선장은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어.
10년에 한 번씩 항구에 내려가 두 달씩머물고,
주변 관리를 하고 우주로 떠났다가 돌아오기를반복한다는 거야. 
땅에 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고,10년 뒤 나무가 자라 숲을 이루면 다시 씨를 뿌리고, 그걸 열 번을 할 거래. 열 번 만에 안 되면 다시열번을 더 할 거고.
선장 방에는 옛날 인천 사진이 덕지덕지 붙어있어. 선장은 언젠가는 그 사진에 있는 건물도 다시 다 지을 거래. 설마, 그냥 하는 말이겠지? 좀미심쩍기는 해도 그 사람의 확신과 추진력이 사람들 기운을 북돋아 주는 모양이야. - P53

도시에 갈 때마다 우리가 결혼하기로 했던 예식장에 들러 갈 때마다 식물을 걷어 내고 청소를하고, 당신을 위한 메모를 하나 더 붙여. - P59

그런 날이 올까.
앞으로 수십 수백 년이 지나, 얼음이 녹아 교회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때 당신이 우연히 예식장에 갔다가 내 메모를 볼 날이 오기는 할까.
그때에 그 종잇조각들이 당신에게 위로가 되기는 할까.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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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주도에서 멸종위기식물 2급인 으름난초를 몇 번 만난적이 있습니다. 이 난초는 썩은 생물에게서 영양분을 얻기 때문에잎이 없고 가을이면 붉은 열매가 홍고추처럼 주렁주렁 달리는 신기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이런 잎이 없는 독특한 형태의 난초에 관심이 많아 틈틈이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하고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인터넷을 보다 사람들이 이 난초의붉은 열매를 잔뜩 넣어 술을 많이 담가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이 종이 멸종위기식물 2급이기에 더 귀한 술이라고 자랑을 늘어놓았더군요. 저는 바로 환경부에 신고했습니다.
난초는 씨앗이 가루처럼 많긴 하지만, 그 발아율이 매우 낮습니다. 그 때문에 이런 식으로 열매를 모두 뜯어버리는 것은 그 난초의 내일을 빼앗는 것이죠, - P255

식물분류학자들 사이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이야기를합니다. 멸종위기식물을 지정하면 그 식물은 곧 그 자생지에서사라지더라는 것이죠. 자생지가 알려지면 도굴꾼들이 금방 식물들을 다 캐가기 때문입니다. 학자들은 멸종위기 종을 보전하기위해 조사하고 보고하지만, 그것이 식물에게 정말 좋은 것인지고민되는 순간이 많습니다. 그래서 자생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일부러 제외하고 보고서나 논문을 출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신 저자들과 정부 관계자들만 장소를 알고 보호 조치를 합니다. 이렇게 멸종위기식물을 지키는 것도 사람이지만, 식물들이멸종위기에 놓이게 된 것도 결국 사람 때문입니다. 지구에서 오랫동안 진화해오며 살아온 종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주된 이유는 기후변화나 자연선택이 아닙니다. 직간접적인 인간의 활동이가장 큰 원인이죠. - P257

대화와 달리 식물과 음악에 대해서 뚜렷한 결과를 보여주는 실험들은 꽤 많습니다. 식물은 음악 장르에 따라 좋아하는 음악과싫어하는 음악이 분명해 보이고 음을 들려주는 좋은 시간대와 음악에 대한 반응도 구체적입니다. 클래식, 헤비메탈, 재즈를 들려주면 식물 성장을 촉진시키거나 과일맛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있습니다. 악기 중에는 현악기를 선호하고 클래식 작곡가 중에는비발디, 베토벤, 슈베르트 등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기도 하죠. - P264

여러 종류의 음악은 자연에서일어날 수 있는 자극의 모방이며, 식물의 성장 촉진, 수분 증가, 결실율 증가, 해충 감소 등의 이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결국 이런 과학적 원리를보면 식물은 역시나 마음도,마음이 생길 수 있는 뇌도 없고, 우리 인간과 교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하게됩니다. - P265

한국에 있는 외로운 식물로는 울릉도에 있는 오래된 향나무가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울릉도 도동항 절벽 끝에 위태롭게 자라고 있는 이 향나무의 모습은 궁궐이나오래된 절에서 만나는 우아한 향나무의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 모습을 보면 외롭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요. 흙도 많이 없는절벽을 붙잡고 비스듬히 친구도 없이 홀로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향나무로 2천 년을 넘게 살아왔습니다. 긴 시간 홀로 있었으니 그만큼 외로운 순간들도 많았겠지요.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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