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에 부는 바람
현기영 지음 / 한길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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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제주는 버리려고 해도 버릴 수 없고 아픔 없이는 회상할 수 없는 고향이다. 극우 세력은 미군정이 개입한 4.3을 부정,왜곡,폄훼하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재기억‘함으로써 그 기억을 계승해나가야 한다. 세계를 향해 전쟁이 아닌 평화의 메세지를 당당하게 외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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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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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작품 모두 몰입의 대 환장 파티라고 할 만큼 빠져들어 읽었다. ˝치열함˝과 담대함˝, 그리고 섣불리 인위적으로 갈등을 무마하려하지 않는 태도에 감탄이 배어 나온다. ˝‘지독하고 뜨겁고 불온하며 그래서 더더욱 허무한‘ 사람들만 남는다˝, 그리고 넷플릭스보다 성해나 책이 한 수 위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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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4-09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이거 읽어봐야겠네요!

은하수 2025-04-09 10:21   좋아요 0 | URL
네~~꼭이요.
강추합니다.
단펀 하나하나 빠짐없이 다 재밌어요. 소재의 다양성은 말할 것도 없구요^^
 

지워진 풍경

내가 태어난 곳은 제주시 노형동 외곽에 자리 잡았던 ‘함박이글‘이라는 이름의 자연 부락이었다. 그곳은 정부 수립 당시 4.3 토벌군의 초토화 작전에 의해 잿더미로 변했던 300여 부락들 중 하나였다. 재앙에 회진이 되었던 그 마을들은 훗날 주민들의 손에 의해 대부분 재건되었으나 그러지 못하고 영영 폐촌이 되어버린 곳들도 더러 있었다. 내 고향이 바로 그러한 곳이었다. 잔인무도한 권력의 손이 그 장소를 먹칠해서 지도상에서 영원히 지워버린 것이다.
- P123

한때 탑알 매립을 반대하는 시민운동이 맹렬히 벌어졌고, 객지에서 생활하는 나도 그 운동에 가담해 목소리를 보탠 바 있다. 하지만 자본과 자본주의적 인간들의 무차별 공세 앞에는 도무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 P128

그리하여 나는 고향을 잃었다. 오래전 군軍 토벌대의 초토화 작전에 의해 나의 태생지인 함박이굴은 주민들의 떼죽음과 함께 지상에서 사라져버렸고, 제2의 고향 역시 그 이채로운 현무암 바위들과 선반물의 매몰과 함께, 그리고 수많은 바다 생물의 떼죽음과 함께 두꺼운 콘크리트 층에 덮여 영영지워지고 말았다. 내가 살던 동네도 사주관상을 보는 점집들의 밀집 지역으로 변해버려 옛 자취를 찾아볼 수 없다. - P128

자본은 과거를 소비해버린다. 자본이 휩쓸고 가는 곳에는 더이상 과거는 존재하지 않고 앞만 보고 무조건 내달리는 일직선의 진화론만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무한 질주의 자본에게 자연이란 소비되기를 기다리는 일시적 존재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고향을 찾아갈 때면 어쩔 수 없이 상실감에 빠진다. 고교졸업과 함께 그 섬 고장을 떠난 이후, 나의 삶을 인도해준 것은유년이란 과거와 자연의 빛이었다. 가난했지만 아름다웠던 그시절, 나의 유년은 자연 속의 삶, 자연의 일부로서의 삶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그 유년의 자연이 파괴되어 없어져버린 것이다.
버치 기여 파괴 - P129

야만적 선동의 추악함

"야만성의 역사가 없는 문명의 역사는 없다"고 발터 베냐민은 말했다. 하지만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어느 때보다도 풍요로운 물질문명을 구가해온 
20세기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참혹한 유혈의 세기이기도 했다. - P197

비명에 간 그 죽음 가운데 서럽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을까마는 그래도 제일 애통한 것은 아무 방어 능력 없는 민간인들을 대량학살한 경우일 것이다. 한 사회를 생물학적으로 멸절시키려 했던 제노사이드의 사례들은 문명의 가면을 쓴 야만의추악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우슈비츠, 난징, 히로시마, 킬링필드, 르완다, 동티모르, 보스니아의 학살과 국내 사건으로는 제주 4.3이 그 목록에 들어간다. - P197

얼어붙은 바다

후진국에 있어서 자유란 민중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위정자의 이데올로기로 전락되어 있다. 즉, 안정과 성장을 구실 삼아 자유란 ‘누리는 것‘이 아니라 ‘수호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것이다. 이 ‘수호하는 자유‘란 진열장에 박제된 자유를 지키기 위해 민중이 목숨을 바쳐야 함을 뜻하고 소수 특권층의 자유를 위해 대다수의 자유가 유보되어야 함을 뜻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자유가 오히려 위정자의 통치무기가 되고 있음을 본다. - P228

민중이라는 바다는 그 위에 한 정권이라는 배를 태울 수도 있지만 풍랑을 일으켜 그 배를 뒤집어엎을 수 있는 무서운 잠재력도 있다는 경구가 있다. 후진국의 민중이라는 바다는 지금 꽁꽁 얼어붙어 있다. 이 얼어붙은 바다를 누가 각성시키는가? 저 한겨울의 결빙을 도끼로 깨뜨리고 싱싱하게 살아 있는시퍼런 민중의 바다를 드러내는 작업을 누가 하는가? 셸리와바이런이 해주지 않는다. 오늘날 후진국에는 그런 낭만적인지성은 없다. 그들은 늘 어둡고 괴롭고 어눌하다. 그건 그들이 항시 체포의 위협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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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인재가 전멸하다시피 한 것이 4.3이었다. 만 15세 이상 젊은이는 학살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죽은 젊은이들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했다. 고향의 촌로들은 "마을의 똑똑한 사람들은 그 사태에 다 죽고 우리 같은 무식쟁이나 살아남았다"고 입 모아 말한다. 그러니까 그 선배는 만 15세가 되지 않아 운 좋게 살아남은 경우였을 것이다. 그 선배에게는 손잡아 이끌어줄 바로 윗대 선배들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 P89

그것은 이른바 ‘레드 아일랜드‘ 출신 젊은이들이 겪어야 했던 숙명적 콤플렉스였다. 폭도·용공의 누명을 쓴 채 수만의 인명이 희생되었고, 그 대참사에서 용케 살아남은 생존자들 역시 어쩔 수 없이 뿌리 깊은 피해의식에 눈이 멀게 되었다. - P89

그랬다. 4·3은 결코 발설해서는 안 될 무서운 금기여서 모든 사람의 입을 얼어붙게 했고, 피해의식은 깊이 내면화되어 마치 제2의 천성처럼 굳어져버렸다. 그것은 숙명적인 열패감과 자기부정 사상을 낳았고, 권력에 대한 맹목적 두려움, 중앙에 대한 맹목적인 선망을 불러일으켰다. 오랫동안 여당의 표밭이 되었던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의 고향 땅은오랫동안 ‘레드 아일랜드‘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 P89

물론 《순이 삼촌》에 호의적인 독자들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작품 속에 묘사된 참상들은 전체의 극히
일부일 뿐인데도 너무 충격적이어서 읽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너무 끔찍하다고, 공권력이 설마 그런 일을 저질렀겠느냐고,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심지어 저자인 나를 불온한 의도, 불온한 사상을 가진 자로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 사상을 새빨갛지는 않더라도 불그죽죽하게 본 모양이었다. - P105

"당신, 왜 그따위 소설을 쓰는 거요! 난 그 책 읽다가 너무 끔찍해서 내동댕이쳤소, 추접하고 징글징글해서 구역질까지 했소. 왜 그걸 까발려? 그런 끔찍한 일은 누가 저질렀든 간에 우리의 정신 위생을 위해서 덮어두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 짜증나! 동족에 의한 학살, 그런 이야기를 누가 읽어서 좋아하겠소. 이건 적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일 뿐이야."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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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이 쓰레기 ㅅㄲ
대체 뭐래는 거냐
읽을수록 쓰레기란 말도 아깝다.
개선의 여지가 안보인다 정말!


오스카

참담함의 기록

파리에서 우연히 레베카 라테를 봤다. 그 배우가 그간 맡아온 캐릭터가 머릿속에 차례차례 소환되어 다시 상영되었다. 위험하고, 치명적이며, 연약하고, 애처롭다가도, 때론 영웅적이기까지 한 여자. 얼마나 숱한 나날을 레베카와 사랑에 빠졌던가. 무수히 많은 사진이. 허다한 집을 거치며, 얼마나 많은 침대 머리맡을 장식했던가. 얼마나 많은 나날을 그 사진을 보며 꿈꾸었던가. 그런데 끝으로 치달은 한 시대의 비극적 은유를 목도한 것이다.  - P7

절정에 이른 여인의 유혹이란 얼마나 매혹적인 것인지 무수한 소년들이 레베카를 통해 입문했는데, 지고의 아름다움이 완전히 몰락해버렸다. 단지 나이 때문만은 아니다. 레베카는 살이 올랐고,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옷차림에 피부 상태도 엉망이었다. 칙칙하고 수선스러운 캐릭터 같았다. 그야말로 난장판. 사람들 말로는 레베카가 젊은 페미니스트들에게 아이콘 같은 존재라고 한다. 비참한 이들의 대표격으로는 여전히 강력한 셈이다. 그래서 얼마나 충격받았느냐고? 전혀. 언짢은 기분으로 소파에 구겨져 비기의 노래 ‘힙노타이즈‘를 무한히 반복해 들을 뿐. - P8

레베카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여성이라는 개념은 무리 없이 받아들여집니다. 단지 그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요. 아주 어리거나 아주 나이가 많은 여성은 이야기가 달라요. 그 말인즉슨, 성욕이 활발한 연령대의 여성은 남성에 의해 희생될 수 있다는 생각이 잘 받아들여진다는 겁니다. 기혼 여성이든, 어머니이든, 착한 동생이든, 사춘기 때부터 칠십오 세에 이르기까지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받아들인다는 말이죠. 내 생각에 그 이유는 단지 그 사람이 성적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사회는 살해를 묵인하고 있어요. 물론 그런 행위를 처벌은 하죠. 하지만 그에 앞서 사회가 묵인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살해 행위보다 더욱 강력한 행위죠. 자기 아내든 모르는 여성이든 막론하고 그렇습니다. - P87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의 자리에, 고용주에게 살해당한 직원을 넣고 상상해보세요. 여론은 급격히 강경해질 겁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직원을 살해한 고용주의 뉴스가 보도 된다고 생각해봐요. 다들 말하겠죠. 상황이 도를 넘었다고요. 사람들은 분명 교살당하거나 칼에 찔려 죽거나 총에 맞아 죽을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이를 명확히 비난할 수 있을 겁니다. - P87

이틀에 한 번꼴로 직원이 고용주를 죽였다고 해볼까요. 나라 전체가 뒤집어질 겁니다. 대문짝만하게 헤드라인이 실리겠죠. 고용주는 세 건의 고소장을 제출했고 접근 금지 명령을 얻어냈으나, 직원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면전에서 총을 쏘았다. 이제 그 사건의 피해자에 여성을 대입해본다면 여성 살해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용인되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남성이 당신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그 문제는 바로 수면으로 올라오겠죠. 우리 모두 알아요. 나는
죽을 마음은 없었지만, 하드코어 마약과 폭력적인 남자들 그리고 속도 내는 걸 열광적으로 좋아했어요.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라고 추천받은 것과 비슷하죠. 하지만 사람들은 남자 문제보다는 센 마약 문제를 더 많이 걸고 넘어지며 설교해댔죠.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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