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평등 - 부와 권력은 왜 불평등을 허락하는가
토마 피케티.마이클 샌델 지음, 장경덕 옮김 / 와이즈베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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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과 공정. 이 두 가지는 사회 구조 속에서 실현되어야 하는 가치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 가치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현대 사회는 경제적 요소를 기준으로 계층을 나눕니다. 계층의 유동성은 굉장히 낮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노력하면 더 놓은 계층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교육을 받습니다. 그러나 노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계층 간의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에 더 높은 계층에 향하는 길이 얼마나 혹독한지 알아차립니다. 출발선을 유지하는 자체로도 벅찹니다. 사람은 출발선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출발선부터 다른 시스템을 두 저자는 어떻게 봤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두 저자는 탈상품화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합니다. <정신병을 팝니다>라는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현대사회는 유형뿐만 아니라 무형의 가치까지 상품화하는 사회입니다.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사고 싶은 상품이 많을수록 돈을 더 지불해야 합니다. 이 시스템은 사람이 하루의 대부분을 돈벌이에 보내게 만듭니다. 물론 쉬는 날이 있습니다. 그러나 쉬는 날에 무엇을 마음껏 누리려면 역시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상품화 시스템은 뿌리 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탈상품화를 진행할 수 있을까요? 모든 상품에는 인력이 필요합니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 돈이 듭니다. 돈을 사용하고도 무상으로 제공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하기는 할까요? 탈상품화에 참여한 사람에게 경제적 피해를 주지 않고 탈상품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할까요?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이 구축한 상품의 탈상품화 과정을 바라보기만 할까요? 그렇지 않겠지요. 큰 진통을 겪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상품화를 진행한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그 영역을 정할까요?

 

두 저자는 상품의 가치를 그 영역으로 제시합니다. 교육과 의료를 중심으로 대화를 나눕니다. 두 가지 분야는 이미 탈상품화를 진행 중인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입니다. 피케티는 말합니다. 두 가지 분야에 투입된 인력, 투입물은 국민계정에 반영되기 때문에 상품의 가치를 상품에 드는 비용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합니다.(40) , 상품을 제작할 때 무엇을 투입하고 어떤 인력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정해지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는 어떤 효과를 내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국민계층이라는 수치가 아니라, 사회를 어떻게 살아가는지 대목이 언급되지 않아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왜냐하면 국가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영역 밖의 소비자 가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데 소비자 가격이 다릅니다. 이는 최소한의 상품비용으로 품질이 좋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교차점이 존재한다는 뜻도 됩니다. 소비자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영역을 늘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라면 그 교차점을 찾을 때까지 비용이 많이 든다는 뜻입니다. 이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영역부터 탈상품화를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사회적 일원이 되기 위한 탈상품화 시도뿐만 일상을 보내는 사람을 위한 탈상품화가 늘어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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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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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읽기가 겁이 납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저자의 다른 도서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를 읽었는데 어려웠습니다. 과학적 지식도 어렵지만, 이해하기 쉽도록 들어주는 예시도 선뜻 이해되지 않았거든요. 저자의 다른 책의 난이도도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와 비슷하겠다고 생각해서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독서 에세이가 나왔습니다. 목차를 살펴보니 읽은 책은 한 권도 없었습니다. 감상의 주제도 정치, 사회 분야로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래도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자고 결심했으니, 책의 추천사를 읽는 기분으로 읽자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청춘의 독서>를 다 읽은 뒤, 문구 하나가 각인됐습니다. ‘역할의 전도챕터8에 등장합니다. 저자는 <사기>의 한고조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역할의 전도를 언급합니다. 한고조는 수많은 전쟁을 치르며 나라를 통합합니다. 여러 나라가 하나로 이루어졌으니 다스리기 위한 공통된 제도가 필요합니다. 문관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시기입니다. 무관의 쓸모가 사라지지는 않았으나 전쟁이 비일비재했던 때보다 활약할 기회가 적습니다. 저자는 이 시기를 역할의 전도가 일어난 시기라고 합니다. 국가를 다스리는 통치 방식의 비중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제 생각을 하나 덧붙이자면, 한고조의 역할 변화도 역할의 전도입니다. 한고조는 역할이 전장의 우두머리에서 국가의 황제로 바뀝니다. 자신이 겪어 보지 않은 영역까지 두루 살펴야 합니다. 역할이 바뀌면서 다스려야 할 영역이 더 넓어진 셈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사람은 그대로인데 환경이 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쟁터와 다르게 돌아가는 조정.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동료도 사라진 환경. 이런 낯선 환경 속에서 한고조가 버틸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요?

 

끊임없이 쏟아지는 국정 문제입니다. 한고조는 수많은 나라를 한 국가로 통합하면서 무엇을 꿈꿨을까요? 화살을 맞아서 생긴 부상을 치료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대목을 보면 한 국가를 탄생시키겠다는 꿈은 있었으나, 국가를 세운 뒤의 꿈은 없었던 듯합니다. 한고조는 국가의 최고 지위에 오른 사람입니다. 꿈이 있었다면 국정이 안정되어야 합니다. 국가 유지는 꿈을 이룰 수 있는 토대를 다지는 일입니다. 수많은 신하, 수많은 백성. 국가의 구성원이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유지하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한고조는 이루고 싶은 꿈을 생각할 틈이 없었습니다. 국가 곳곳에서 반란과 봉기가 일어납니다. 조정에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사람도 없습니다. 수시로 발등에 처리해야 할 문제가 떨어집니다. 끝이 없습니다. 한고조는 화살이 꽂힐 때까지 황제의 의무를 수행하는 데 급급해서 꿈을 꿀 기회조차도 잃은 것은 아닐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상을 입고 죽기 전까지 한고조는 버티어 냈습니다. 국가에 자신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황제로서 국정에 참여합니다. 자신이 세운 국가에 보탬이 되는 삶을 보냈습니다. 비록 주어진 역할에 충실한 소극적 삶이어도 국가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역할의 전도를 깨닫고 자신의 방식으로 실천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 쓸모는 아무 데도 없다고.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는 역할에 맞는 쓸모 있는 삶을 지내고 있습니다.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학생으로서 직장인으로서 다양한 역할에게 맡겨진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연령대별로 장소별로 어울리는 처세까지 생각하는 사고방식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쓸모만을 갖추었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그 또한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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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디어 그레이스
민이안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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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원하는 삶은 어떤 삶인가요? 지금까지 당신이 걸어온 길은 원하던 곳으로 데려다 주었나요? 그런 일은 없었다고요? 그렇다면 여기 호텔 디어 그레이스를 방문해 보면 어떨까요? 호텔 디어 그레이스에서는 자신이 꿈꾸는 삶을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처음 방문할 때는 무료, 두 번째 방문부터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비용은 돈이 아니라 자신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물건입니다. 원하던 삶을 경험하는 비용치고는 굉장히 싼 값입니다. 은혜도 가성비가 훌륭하다고 생각했겠지요. 그래서 선뜻 자신이 왜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물건을 내놓습니다. 호텔 서비스를 만끽합니다. 그렇다면 은혜가 호텔에서 보내는 시간은 꿈꾸던 삶 즉, 미래의 일이기만 할까요?

 

제 생각에는 과거도 포함됩니다. 과거 어느 순간에 누리고 싶었던 것, 미래의 어느 순간에 해 보고 싶은 것. 과거의 어느 순간, 미래의 어느 순간. 은혜가 호텔에서 누린 경험입니다. 호텔과 현실을 오가며 은혜는 자신이 씌운 프레임을 깨닫습니다. 프레임을 깨트리기 위해서 호텔의 경험을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호텔에서 골랐던 선택을 적용해 볼 수는 있겠지요. 호텔이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해 준 셈입니다.

 

은혜가 깨달은 프레임은 무엇을 뜻할까요? 호칭에 묶인 선입견 아닐까요? 호칭은 관계 속에서 태어납니다. 가장 가까운 예로 가족을 들 수 있습니다. 태어났기 때문에 호칭 자식을 얻습니다.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호칭 부모’, ‘어머니’, ‘아버지를 얻습니다. 더 나아가 자신이 몇 대인지에 따라 호칭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할아버지’, ‘할머니같은 호칭도 생깁니다. 형제가 생긴다면 호칭 오빠’, ‘언니’, ‘남동생’, ‘여동생도 생기겠지요. 이렇듯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호칭이 생기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호칭이 태어납니다.

 

또한 호칭에는 그에 걸맞다고 여겨지는 행동과 마음가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호칭이 학생이라면 자신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호칭이 직장인이라면 회사의 이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업무를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한다는 프레임입니다. 프레임은 호칭마다 다릅니다. 나이, 직업, 취미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호칭이 주어집니다. 기존에 없던 호칭이 새로 생기기도 합니다.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호칭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 수만큼 프레임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프레임에 자신을 맞추어 움직이면 프레임 바깥의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은혜가 바로 이런 유형입니다. 여자로서, 딸로서, 언니로서, 직장인으로서 주어지는 세상의 프레임에 자신을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노력으로 안 되는 경우에는 그 프레임이 주어지는 상황을 기피합니다. 선입견 바깥의 세상을 떠올리지 않습니다. 그랬던 은혜가 프레임 바깥을 내다볼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을 타인을 이해해 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입니다. 프레임을 아예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서로 다른 프레임끼리 부딪치며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호칭이 생겨나는 이유는 어쩌면 프레임 바깥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우리 모두가 원하는 삶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당신은 가능성을 발견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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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
미우라 시온 지음, 임희선 옮김 / 청미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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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 작가의 소설은 늘 새로운 세계로 독자를 초대합니다.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직업군의 일을 세밀하고 정교하게 묘사해 줍니다. 일하는 과정을 두루뭉술하게 표현하지 않고 세세하게 모두 묘사합니다. 과거 <사랑 없는 세계>를 구매하면서 과학 분야의 소설이 재미있을까 고민했는데, 꽤 빠른 속도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는 임업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여 독자들을 매료합니다.

 

이 소설은 파트를 쪼개어 보면 제목처럼 느긋한 나날을 보내는 일상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일을 배우며 고군부투하는 히라노 유키. 일을 할 때만큼은 진지하게 임하는 선배. 다른 사람을 짝사랑하는 히라노 유키가 반한 여성. 가무사리 마을에 전해지는 전설과 전통. 일상에서 쉽게 접할 만한 에피소드로 가득합니다. 웃으면서 볼 수 있습니다.

 

미우라 시온 작가는 이걸로 끝내지 않습니다. 삶에 대한 위로를 숨겨 놓습니다. 제가 발견한 위로는 가무사리 마을에서 전해지는 전통입니다. 마쓰리 마지막 날, 숲에서 제일 몸통이 굵고 거대한 나무를 베고, 그 나무를 타고 산을 내려오는 전통입니다. 이 때, 숲은 마을이 관리하지 않는 숲을 가리킵니다. 가지치기를 하지도 않고, 솎아내지도 않습니다. 나무의 가지들은 서로 뒤엉킵니다. 이름 모를 풀들도 함께 자랍니다. 마치 정글 같습니다. 그 정글 속에서 가장 굵은 나무를 고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더 베기 쉬운 나무도 있을 텐데.

 

가장 굵은 나무는 오랫동안 깊이 묻어뒀던 꿈을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꿈을 처음 꿨을 때의 설렘, 꿈을 이루려고 노력해 왔던 시간, 벽에 부딪쳐서 좌절했던 경험, 먹고 사는 일에 매달리느라 미뤄놓은 나약함……. 감정이 복잡하게 엉켜 있는 나무. 멋대로 자란 가지와 뿌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나도 큽니다. 그 크기만큼 느껴지는 미련, 후회, 자책……. 그냥 두면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키 작은 나무를 차지 못하겠지요. 그래서 가장 굵은 나무를 베어야 합니다.

 

그 나무를 타고 숲을 내려갑니다. 복잡하게 뒤얽힌 숲을 내려가다 보면 빠른 속도에 나무에서 떨어지기도 합니다. 나뭇가지에 얼굴이 긁히기도 하지요. 숲을 다 내려갔을 때, 아래쪽에서는 잔치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왜 잔치를 벌일까요? 무언가를 포기한 사람을 위로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서입니다. 숲을 내려오면서 떨어지거나 상처 입었을 용기, 향상심, 도전 정신……. 그것들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걸을 뗄 수 없기 때문에 잔치를 하며 같이 기다려줍니다. 잔치를 하다 보면 숲에서 잃었던 감정들이 조금씩 돌아오고, 상처가 아물어 갑니다.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길을 골라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문제라면 현대사회는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빠르게 적응하고 빠르게 회복하고 빠르게 나아가야 하는 속도전이 벌어집니다. 회복되기도 전에 발을 떼어야 합니다. 자정작용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쌓인 부정적 감정은 어디로 내려갈까요? 아마도 굵은 나무가 가득한 또 다른 숲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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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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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하루는 어떠나요? 제 하루는 별 다른 일 없이 흘러갑니다. 가끔 화를 느낄 때도 있지만 책을 읽고 노래를 듣고 하다 보면 가라앉습니다. 기쁠 때도 있지만 금세 잊어 먹고 짜증을 느낍니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됩니다. 마치 관성의 법칙 같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밖에서부터 힘을 받지 않으면 물체는 정지 또는 등속도 운동 상태를 계속하는 법칙이라고 합니다. 어떤 계기가 없는 이상, 그 계기가 마음을 쥐어 잡고 흔들지 않는 이상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그렇다면 이 일상을 깨트리는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크게 환경의 변화, 마음의 변화를 들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두 가지 요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환경의 변화는 거부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원해도 원하지 않아도 찾아옵니다. 그에 반해 마음의 변화는 바꾸고 싶다는 의지입니다. 그 대상이 환경이든 자신의 행동이든 무엇을 바꾸겠다는 의지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저자는 말합니다. 결심이 가능하다는 것은 자신의 현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과거-현재-미래로 시간을 나눈 뒤, 사뭇 다른 미래의 자신을 창조해내겠다는 의지를 갖는다고 것이라고.(31) , 의지 없이 평소와 다른 선택을 하기는 어렵다는 뜻도 됩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우리는 모두 의지를 드러냅니다. 내일부터 다이어트 할 거야, 내일부터 매일 10분 씩 책을 읽을 거야, 내일부터 외식비를 줄일 거야. 자신의 일상에 변화를 주려고 노력합니다. 한 번 시도해서 원하던 바를 성취하지 못하면 다른 방법을 찾아서 다시 시도합니다. 이는 집단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집단이 나아갈 방향을 구성원이 제시합니다. 그 의지들이 부딪히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갑니다. 그 과정이 순탄하기만 할 리는 없습니다. 시행착오 없는 변화는 없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더 나은 방법을 찾아 나아갑니다. 그 끝이 합리적이라고 믿을 때, 버티면서 지속할 수 있습니다. 공격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면서. 고통 끝에 올 미래를 꿈꾸면서.

 

인간은 의미 있는 고통이라면 더 큰 고통도 감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295) 고통의 강도와 시간 중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더 오래 버티게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는 강도입니다. 고통의 강도가 강력할수록 사람은 버틸 힘을 얻습니다. 비합리적 현상을 겪고 있으니, 어떻게든 견디어 합리적인 미래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다질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요? 고통의 강도가 약한 상태에서 시간만 계속 흐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따라서 고통의 강도가 약하며 고통의 시간이 긴 상황을 경계해야 합니다. 평소에 꾸준히 경계하며 집단이 나아가는 방향을 꾸준히 살피는 태도를 취하는 것, 무척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자체가 실현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큰 문제로 자리 잡은 사회에서 집단의 미래까지 살필 여유는 없습니다. 비합리적이라고 외치고 바꾸고 유지할 수 있도록 꾸준히 살필 여력이 없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평생 끌어안고 가야 합니다열심히 일을 하는 행위를 끊임없이 반복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렇다보니 잠시 시간이 나면 한 순간이라도 그 고민을 잊게 해 줄 수단을 찾습니다. 우리가 게으르거나 하고 싶은 게 없어서 스마트폰에, 테블릿에, 티브이 앞에 앉는 게 아닙니다. 한 순간의 망각이 가져다주는 위로, 그 위로가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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