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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부호 꾸러기반 ㅣ 만만한국어 4
곽미영 지음, 김규택 그림 / 만만한책방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문장부호 꾸러기반

언젠가 시를 읽으면서 긴 호흡으로 문장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마침표가 없어서 의문인 적이 있었다. 시는 마침표나 느낌표, 쉼표 등 문장부호의 사용이 산문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이를테면 마침표가 들어갔을 때 시를 읽는 사람 입장에선 한 호흡 쉬어갈 수 있는데 시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흐름을 유지하고 싶다면 마침표를 생략할 것이다. 또한 시에선 마침표가 문장의 종결기능이라기보단 강한 긍정, 혹은 강한 부정을 의도하는 것 같기도 하다. 보통 시집에서 이러한 부호 사용 작품이 드문 건 부호를 사용할 때 작자의 감정이 드러나는 오류를 방지하고자 하는 의지 때문이 아닐까?
각설하고, 오늘 아이와 읽은 <문장부호 꾸러기반>은 내가 어릴 적 원고지의 사각 틀에서 기계적으로 말줄임표, 쉼표 등을 쓰던 기계적 연습방식과 글자에 비해 부록 취급을 받는 문장부호에 대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스토리텔링하여 특성을 익힐 수 있게 구성된 재밌는 그림책이라 마음에 들었다.
등장인물은 모두 7명인데 큰따옴표, 마침표, 느낌표, 물음표, 쉼표, 말줄임표, 작은따옴표인데 각자 선생님과 아이들로써 개성있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예상할 수 있듯이 큰따옴표는 목소리가 크고 마침표는 또박또박 말을 잘하고 야무지며 느낌표는 마음을 솔직하고 숨김없이 표현하는 스타일이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숨바꼭질을 하는 에피소드에서는 줄지어 가는 개미 틈에 숨어 있는 말줄임표를 찾기도 하고 야구장에서 야구 방망이에 숨어 있던 느낌표를 발견하기도 한다.
쉼표는 말하는 로봇에게 말을 할 때 숨을 쉬면서 천천히 해야 된다고 느릿느릿 조언하기도 한다. 빨리 말하면 말들이 서로 쾅, 쾅 부딪친다는 문장이 와닿았다. 환상의 짝꿍 에피소드편에서는 2명씩 3팀이 짝을 지었는데 마침표와 느낌표가 짝이 되었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삐걱거리는 이유가 있다. 느낌표는 우린 정말 낭만적이라고 소리치자 마침표는 또박또박 무미건조하게 말하기에 느낌표가 넌 너무 딱딱하다고 폭발한다! 그때 느낌표의 모자가 마침표의 머리에 떨어졌다는 발상이 너무 귀여웠다. 모자를 쓴 마침표가 느낌표처럼 마음을 잘 표현하게 된 것이다. 둘은 환상의 짝꿍이 된다.
이 밖에도 문장부호를 통해 화자의 의도를 표현하거나 어감이 차이나는 부분을 잘 발견할 수 있었다. 캐릭터와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직관적인 문장부호의 역할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초등학생이 된 첫째가 애정하는 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