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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알츠하이머 기록자
사이토 마사히코 지음, 조지혜 옮김 / 글항아리 / 2025년 4월
평점 :

제 어머니는 어린 시절부터 문학과 친숙했고 글솜씨가 뛰어났습니다. 어머니는 여기서 다루는 20년보다 더 오랫동안 일기를 계속 썼고 , 여기서 분석하는 읽기는 그 흐름 속에 있습니디. 어떤 의도를 가지고 타인에게 읽히기 위해 쓴 글이 아닙니다. 저는 정신과 의사로서, 어머니라는 한 고령자가 자신의 인지 기능 저하와 그에 다라 생겨난 불편함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하려 했는지 분석하고 싶습니다. (-8-)
아버지의 사후 3년 무렵인 1991년, 어머니는 '성장'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습니다. 이 글은 그 후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계속되었던, 죽음의 여로를 향한 준비의 시작이었습니다.자식들에게 자신의 생애를 기록으로 남기려던 이 연대기는 제 남동생이 태어난 시점에서 끝납니다. (-17-)
어머니는 1924년 5월 17일, 부친 모리오카 야스키와 모친 모리오카 스미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위로는 어머니가 다른 오바 두 명과 언니 두 명, 거기다 어머니가 같은 언니 한 명이 더 있었습니다. (-18-)
빛깔이 바랜 군사 우편
북녘 만주엔 용담꽃의 푸른색
젊은 오빠의 글씨
아버지 기일 가족의 저녁 식사
꿈에 보았던 오빠의 마지막
군사 우편 이야기
금이 간 안경
끈으로 지탱하며 엮어 끼고서 (-31-)
저는 어머니의 시가집에서 이 노래를 발견하고 놀랐습니다.지금까지도 제 뇌리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아버지가 떠나시는 순간의 모습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당시 마쓰자와 병원 의사였던 저는 직장에서 아버지가 위독해가는 전화를 받고 아버지가 입원 중이던 지바대학 의학부 부속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53-)
이해에는 건망증에 관한 기록이 두 군데 있습니다. 첫 번째는 4월에 딸과 둘이 여행하면서 이전부터 약속되어 있는 유학생 일본어 수업을 깜박 잊고 취소하지 않은 일입니다.다른 하나는 12월 1일 "니사마고메행 전철을 탔다가 환승하는 걸 깜박해 오시아게까지 갔고, 결국 이가시긴자 부근에서 늦어버렸다. (-56-)
틀림없이 분주했을 이해, 어머니의 일기에는 인지 기능 저하를 한탄하는 기록이 거의 없습니다. 2월에 딱 한 번 파우치를 잃어버렸다는 기록이 있지만, 어머니는 이를 특별히 크게 받아들이지 않은 듯 그 이상의 기술은 없습니다. (-64-)
약속을 깜박하거나 물건을 잃어버리는 문제는 어머니가 가장 직접적으로 자신의 기능 저하와 맞닥드리는 사태였습니다. 실패의 일화를 기록한 뒤에는 이따금 어머니 나름의 의견이 붙어 있습니다.1월 13일에 약을 봉지째 분실하고 "정말이지 요즘은 심하게 잊어버려 스스로도 걱정",3월 5일에는 책을 사고는 서점에 두고 와"정말 멍청한 짓이라 나 자신이 싫어졌지만, 이런 실수는 젊은 시절부터 있었으니 새삼스럽지는 않다." (-105-)
아침 병원.다음부터는 혼자서 갈 거라 이런저런 요령을 기억해둔다. 진찰은 간단하고 상태도 양호하니까.약도 필요 없고 진료비는 80엔. 덕분에 경과도 좋고, 이제 조금씩 걸으라고 한다.서두러 돌아가는 길에 미코가 하마리큐로 안내해줘서 일제히 핀 벚꽃, 유채꽃, 민들레 등을 구경했다. (-120-)
아침, 볼일이 좀 있어 마트로, 생협에서 배달 오는 날이라 기다렸는데, 다섯 상자가 와서 깜짝 놀랐다. 날라서 들여놓기도 힘들었다. 입춘 전날이라 콩을 사러 라라포트로, 온종일 바보처럼 물색 없이 보냈다. 후토마키를 만들 생각이었는데, 워낙 자꾸 어긋나니 귀찮아져서 고기감자조림을 했다. 조금 마음을 내려놓고 싶다. 내일 성서 주간이 없어져서 한숨 놓인다. (-160-)
인지기능이 저하된 어머니는 여러 사람이 서로 의견을 나눌 때 흐름을 따라가기가 곤란해졌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존재 가치의 중요한 일부였던 성경 공부나 단카 모임, 여대 동창들과 계속해왔던 고전 공부 모임 등의 소규모 활동에 거리를 두게 되었고, 그에 따라 개인적인 교재도 점점 더 들었습니다. 그 결과 어머니는 딸이 회사에 가 잇는 동안 집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196-)
'상주한다' 라는 말은 기묘한 단어입니다.아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몰라서 직원에게 주소를 물어보고 쓴 거겠죠. 저희는 여기가 어디인지 , 돈을 내지 않고 식사를 해도 되는지, 똑같은 질문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 어머니를 난처해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요양원에 계시고, 돈을 내고 있으니까 걱정 안해도 된다는 설명을 하면서 저는 조바심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245-)
하지만 그해 여름이 지나고 가을 기운이 짙어질 즈음, 어머니의 불안은 점점 더 심해져 안정감을 잃어갔습니다. 진득하게 앉아 있지 못하고 의미없이 배회하지만 어디를 가도 안정을 찾지 못하는 나날이 이어였습니다. 겨우 유지되던 가족 이외의 지인들에게 감정을 날 것 그대로 터트리는 일도 먾아졌습니다. (-280-)
쇼와 시대의 끝무렵에 남편을 잃고서야 자유 시간을 얻은 어머니를 충동했던 것은 잃어버린 청춘을 되돌리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게다가 힘든 성장과정을 겪다보니 보통은 현실 생활과 타협하며 조화를 이루어가는 유소년기의 동경이 그대로 마음에 남아 있었고, 만년에는 그것이 지나치지 않을가 싶을 정도로 사회생활을 확대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319-)
책 『알츠하이머 기록자』의 원제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가 본 세계: 모든 바람이 다 이루어지리라곤 생각않지만』이다. 책에서는 '치매'라는 단어 대신'인지증;으로 대신하고 있으며, 저자 사이토 마사히코 씨는 마쓰자와 병원의 명에원장이자, 노년학 연구소 대표다. 노년의 인지증 의료, 돌봄, 고령자의 의사 능력 및 행위 능력에 관한 사법 판단이 주요 연구 분야다.
저자는 어머니의 언어를 빌려 헤이세이 시대에서 쇼와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 속에서, 동시대사를 그려내겠다는 것이 이 책을 쓴 목적으로 한다. 1924년 5월 17일에 태어났으며, 어머니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은 어머니가 네 살 되던 해, 1929년 9월 6일이었다. 1949년엔 첫째이자 장녀인 .사이토 교코를 , 뒤이어 저자인 사이토 마사히코씨가 태어났으며, 차남인 아키히코씨는 1954년에, 차녀 미도리 씨는 1958년에 태어났다. 문학적 깊이를 가지고 있었던 어머니는 대학을 나왔고, 시를 짓고, 단카를 즐겨 써왔다. 일기를 써서 자신의 생애르 스스로 써온 바 있다.
책은 아버지가 암으로 덜아가시고, 얼마지나서,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어머니의 일기장을 참고하였고, 67세부터 87세까지 어머니의 뇌기능 상실, 인지증 저하의 흐름을 글 속에서 파악하고자 하였다. 정신과 의사로서, 의학적 지식에서 얻을 수 없었던 알츠하이머 임상 소견에 대해서, 어머니의 생애를 담아낸 일기에서, 어머니의 감정의 동선,느낌이나, 행복과 말의 변화에서, 알츠하이머의 진행과정을 알아내고자 한다.
우리는 알츠하이머 병에 대해서,건망증과 분리해서 바라본다. 물건을 잃어버리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냄비르 태우느 일도 바찬가지다. 이 책을 읽으면 다른 시선으로 읽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하는 수많은 실수 속에는 알츠하이머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 인과관계가 존재하며, 치매에 걸린상태라 하더라도,일상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다. 그건 알츠하이머 병이 서서히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치명적인 실수나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곧바로 알아채기 힘들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나이가 먹어서, 고령의 나이가 되면, 일상생활에서 실수가 생긴다. 평소 하지 않았던 실수, 착각들이 알츠하이머로 가는 과정 속에 있다.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착각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강박관념이 생긴다.하지만, 실수나 착각은 사라지지 않고,더 심해진다. 그렇다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방법을 모색하게 되는데, 보호자가 없으면, 스스로 혼자가 되는 것, 집안에 갇혀서 지내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한다.결국 그 과정에서, 그르치는 일이 나타나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일이 존재하지 않게 되고, 외로워지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다. 즉 나이가 들어서, 건망증이 나타나면, 그 즉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치매 검사나 알츠하이머 검사를 통해서, 내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말 그대로 단순한 실수인지, 뇌기능 저하로 인한 실수인지 알아내는 것이 시급해진다.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환이므로 상황과 조건을 예의 주시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