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인 Une veuve
사냥철 동안 반빌 성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해 가을은 비가 많이 오고 우중충했다. 붉은 낙엽들이 발밑에서 바스러지는 대신 소나기 때문에 바퀴 자국 밑에서 썩어 갔다. 나뭇잎들이 떨어져 헐벗은 숲은 마치 욕실처럼 축축했다. 비바람에 열매들이 거의 다 떨어진 키 큰 나무들 밑으로 들어가면 곰팡이 냄새, 떨어진 빗물이 뿜어내는 수증기, 물에 젖은 풀, 축축한 흙이 몸을 감쌌다. 사수들은 물기가 흥건한 그곳에서 몸을 굽혔고, 개들은 기운 없는 모습으로 꼬리를 낮추고 옆구리의 털을 찰싹 붙였다. 허리 부분을 착 감싸는 옷을 입은 젊은 여자 사냥꾼들은 매일 밤 빗속을 통과해 심신이 지쳐서 돌아왔다. - P169
의자 고치는 여자 La Rempailleuse
레옹 에니크에게베르트랑 후작 집에서 사냥이 시작된 날 저녁 식사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사냥꾼 열한 명, 젊은 여자 여덟 명, 그리고 그 고장의 의사가 조명을 밝히고 과일과 꽃이 놓인 커다란 탁자 주위에 모여 앉았다. 사랑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곧 분위기가 열기를 띠어 갔다. 진정한 사랑이 일생에 한 번 찾아오는지 아니면 여러 번 찾아오는지를 놓고 끝없는 토론이 벌어졌다. 어떤 사람들은 진지한 사랑을 딱 한 번 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격렬한 사랑을 여러 번 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열정이란 마치 질병처럼 한 존재에게 여러 번 찾아오며, 그 앞에 장애물이 있을 경우 그를 죽일 만큼 충격을 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관점에 이론의 여지는 없었지만, 관찰보다 서정적인 면을 중시하는 여자들은 진정한 사랑이란, 위대한 사랑이란 한 인간에게 딱 한 번 찾아온다고, 그 사랑은 마치 번개와도 같아서 그것에 타격받은 영혼은 녹초가 되고, 피폐해지고, 남김없이 불타오른 나머지 다른 어떤 감정도, 심지어 몽상조차도 그 자리에 다시 움틀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 P178
기발한 대책 Une ruse
나이 든 의사와 젊은 여자 환자가 불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자 환자는 예쁜 여자들이 흔히 겪는 여성 질환, 즉 빈혈, 신경증, 피로감으로 몸이 조금 불편했다. 연애결혼을 한 신혼부부들이 결혼하고 한달쯤 지나면 자주 겪는 피로감 말이다. 여자 환자는 긴 의자에 누워 이야기했다. "선생님, 저는 아내가 남편을 속이는 것을 절대 이해할 수 없어요.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약속이나 맹세를 지키지 않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 다른 남자에게 몸을 맡길 수 있어요? 어떻게 모든 사람들의 눈에 그것을숨길 수가 있어요? 어떻게 거짓말하고 배신하면서 사랑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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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자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왜 그런 가증스러운 이야기를 저에게 하시는거죠?" 그가 정중하게 대답했다. "기회가 닿으면 부인을 도와 드리려고요" - P189
피에로 Pierrot
앙리 루종에게르페브르 부인은 리본을 달고 장식이 과한 모자를 쓰고 다니는 시골과부였다. 흉갑기병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공공연히 으스대고, 붉게 튼 커다란 손을 실크 장갑 속에 감추듯 교양 없고 거드름 피우는 영혼을 요란스럽고 희극적인 외양 아래 감추는 여자였다. 그녀는 로즈라는 이름의 순박하고 선량한 시골 여자를 하녀로 데리고 있었다. 두 여자는 노르망디의 코 지방 중심 길가에 있는, 초록색 겉창이 달린 조그만 집에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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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라린 경험을 한 뒤, 살아 있는 다른 개들 생각에 숨이 막힌 그녀는남은 빵 조각을 들고 자리를 떴다. 걸어가면서 그 빵 조각을 먹었다. 로즈는 파란 앞치마자락으로 눈을 닦으며 그녀를 따라갔다. - P198
달빛 Claire de lune
쥘리 루베르 부인은 언니 앙리에트 레토레 부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스위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레토레 부부는 약 5주 전 여행을 떠났었고, 앙리에트는 남편 혼자 칼바도스에 있는 그들의 영지로 돌아가게 했다. 거기서 사업상 중요한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집에 돌아가는 길에 파리의 여동생 집에 들러 며칠 있기로 했다. 어둠이 내렸다. 루베르 부인은 석양에 물든 부르주아 가정의 자그마한 응접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나 주의가 산만해서인지 무슨 소리가 들릴 때마다 눈을 들어 주위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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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우리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사랑을 사랑하는 경우가 자주 있어. 그리고 그날 밤 언니의 진정한 애인은 달빛이었던것 같아"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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