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마음에 있는 수많은 가능성 중 무엇을 끄집어내 내 것과 만나게 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내 의지와 노력에 달렸다.
소설가 정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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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무리 맞지 않는 사람이라도 장점이 하나도 없을 수는 없다. 내가 애써 안 보고 싶을 뿐,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누구나 자신의 장점을 발견해 주고 말해 주는 상대를 좋아한다. 누군가의 좋은 구석,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면모를 찾아 주는 일.
그것은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이로운 일이다. - P153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부럽다. 하지만 부러워한다고 가질 수 있는 성향, 성격이 아니라는 사실도 안다. 타고난 것을노력으로 이기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니까. 그것이 성격이든 재능이든. 다만 노력하는 건 내 성향을 인정하고 잘 가꾸는 일이라고예전부터 생각해 왔는데, 뒤통수를 치는 한마디를 읽었다. 마흔이넘은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화가윤석남의 인터뷰. "예술이란 99퍼센트가 노력이라고 생각한다는 말, "내가 하고 싶은 거라 하는 건데 재능이 있거나 말거나 무슨 상관이야?"라는 이야기를 읽고서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내가 내 성격 바꾸고 싶어서 노력하는데, 그것이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무슨 상관이야? 앞으로 누군가 내 마음에 태클을 걸어오면 속으로 읊조리겠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야?" - P181

"하루를 산다"는 말, 예전에는 곱게 들리지 않았다. 고민 없는인생이구나, 걱정 없는 인생이구나,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인생이구나 싶어 혀를 찼다. 하나 지금의 나는 ‘잘 산 하루하루가 내일을 만든다는 진리를 몸소 깨치고 있다. 내일은 오늘을 잘 산 사람에게 오는 선물이니까. 내일의 나는 또 다른 모습이니까.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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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즐기지 않아요. 다만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늘도 인터뷰하기 전에 사진부터 찍었잖아요. 아주 어색해요. 무대에서 노래하는 일이야말로 어색할 수 있지만, 지금은 누군가 ‘하나 둘 셋‘하면, 노래할 수 있게 트레이닝한 상태예요. 사진도 그래요. 초반에는 어쩔 줄 몰라 했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진 않죠. 제가빨리 적응해야 모두가 빨리 퇴근하고 좋잖아요. 잘해 봐야 저고, 못해 봐야 저니까요. 할 수 있는 한 잘해야죠."
이보다 더 프로페셔널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가 있을까. 바둥거리는 모습마저 나로 인정하는 것, 그는 영민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물론 나는 덕분에 조기 퇴근의 기쁨을 얻었다. - P75

알면서 참는 것. 지금은 분통이 터져도 그 인내를 언젠가 상대는 알게 된다. 영영 모를지라도 건건이 짚고 넘어가는 것만큼 미련한 짓이 없다. 말하고 싶은 욕망이 가득한 입을 닫고, 억지로라도 귀를 열어 음악이라도 하나 듣고 나면 내 안의 화가 언제 있었나는 듯이 달아나는 게 사람 마음이다. - P101

진심이 중요하지만 우리 관계에서 더 필요한 건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다. 오랫동안 친밀했던사람들과 떨어져 지내다 보면, 그 사람의진심보다 나를 대했던 태도가 기억에 남는다.
태도는 진심을 읽어 내는 가장 중요한 거울이다.
소설가 한창훈 - P106

서로를 향한 한결같은 마음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변하기 마련인 마음을 붙잡고 서로를 토닥거리며 끌어당길 때, 우리의 첫마음은 흩어지지 않는다. 내가 알듯 그도 안다. 우리는 서로에게 마음을 써 봤으니까.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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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인
Une veuve

사냥철 동안 반빌 성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해 가을은 비가 많이 오고 우중충했다. 붉은 낙엽들이 발밑에서 바스러지는 대신 소나기 때문에 바퀴 자국 밑에서 썩어 갔다.
나뭇잎들이 떨어져 헐벗은 숲은 마치 욕실처럼 축축했다. 비바람에 열매들이 거의 다 떨어진 키 큰 나무들 밑으로 들어가면 곰팡이 냄새, 떨어진 빗물이 뿜어내는 수증기, 물에 젖은 풀, 축축한 흙이 몸을 감쌌다. 사수들은 물기가 흥건한 그곳에서 몸을 굽혔고, 개들은 기운 없는 모습으로 꼬리를 낮추고 옆구리의 털을 찰싹 붙였다. 허리 부분을 착 감싸는 옷을 입은 젊은 여자 사냥꾼들은 매일 밤 빗속을 통과해 심신이 지쳐서 돌아왔다. - P169

의자 고치는 여자
La Rempailleuse

레옹 에니크에게베르트랑 후작 집에서 사냥이 시작된 날 저녁 식사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사냥꾼 열한 명, 젊은 여자 여덟 명, 그리고 그 고장의 의사가 조명을 밝히고 과일과 꽃이 놓인 커다란 탁자 주위에 모여 앉았다.
사랑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곧 분위기가 열기를 띠어 갔다. 진정한 사랑이 일생에 한 번 찾아오는지 아니면 여러 번 찾아오는지를 놓고 끝없는 토론이 벌어졌다. 어떤 사람들은 진지한 사랑을 딱 한 번 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격렬한 사랑을 여러 번 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열정이란 마치 질병처럼 한 존재에게 여러 번 찾아오며, 그 앞에 장애물이 있을 경우 그를 죽일 만큼 충격을 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관점에 이론의 여지는 없었지만, 관찰보다 서정적인 면을 중시하는 여자들은 진정한 사랑이란, 위대한 사랑이란 한 인간에게 딱 한 번 찾아온다고, 그 사랑은 마치 번개와도 같아서 그것에 타격받은 영혼은 녹초가 되고, 피폐해지고, 남김없이 불타오른 나머지 다른 어떤 감정도, 심지어 몽상조차도 그 자리에 다시 움틀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 P178

기발한 대책
Une ruse

나이 든 의사와 젊은 여자 환자가 불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자 환자는 예쁜 여자들이 흔히 겪는 여성 질환, 즉 빈혈, 신경증, 피로감으로 몸이 조금 불편했다. 연애결혼을 한 신혼부부들이 결혼하고 한달쯤 지나면 자주 겪는 피로감 말이다.
여자 환자는 긴 의자에 누워 이야기했다. "선생님, 저는 아내가 남편을 속이는 것을 절대 이해할 수 없어요.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약속이나 맹세를 지키지 않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 다른 남자에게 몸을 맡길 수 있어요? 어떻게 모든 사람들의 눈에 그것을숨길 수가 있어요? 어떻게 거짓말하고 배신하면서 사랑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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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자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왜 그런 가증스러운 이야기를 저에게 하시는거죠?"
그가 정중하게 대답했다.
"기회가 닿으면 부인을 도와 드리려고요" - P189

피에로
Pierrot

앙리 루종에게르페브르 부인은 리본을 달고 장식이 과한 모자를 쓰고 다니는 시골과부였다. 흉갑기병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공공연히 으스대고, 붉게 튼 커다란 손을 실크 장갑 속에 감추듯 교양 없고 거드름 피우는 영혼을 요란스럽고 희극적인 외양 아래 감추는 여자였다.
그녀는 로즈라는 이름의 순박하고 선량한 시골 여자를 하녀로 데리고 있었다.
두 여자는 노르망디의 코 지방 중심 길가에 있는, 초록색 겉창이 달린 조그만 집에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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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라린 경험을 한 뒤, 살아 있는 다른 개들 생각에 숨이 막힌 그녀는남은 빵 조각을 들고 자리를 떴다. 걸어가면서 그 빵 조각을 먹었다.
로즈는 파란 앞치마자락으로 눈을 닦으며 그녀를 따라갔다. - P198

달빛
Claire de lune

쥘리 루베르 부인은 언니 앙리에트 레토레 부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스위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레토레 부부는 약 5주 전 여행을 떠났었고, 앙리에트는 남편 혼자 칼바도스에 있는 그들의 영지로 돌아가게 했다. 거기서 사업상 중요한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집에 돌아가는 길에 파리의 여동생 집에 들러 며칠 있기로 했다.
어둠이 내렸다. 루베르 부인은 석양에 물든 부르주아 가정의 자그마한 응접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나 주의가 산만해서인지 무슨 소리가 들릴 때마다 눈을 들어 주위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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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우리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사랑을 사랑하는 경우가 자주 있어. 그리고 그날 밤 언니의 진정한 애인은 달빛이었던것 같아"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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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시 : 두 분 다 뛰어난 과학자이자 사상가였지만 다윈은 당시 과학자 공동체의 더 강력한 ‘허브‘였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연결점 말입니다.
데닛: 그 ‘허브‘라는 개념에 대해 더 자세히 얘기해줄 수 있으신가요?
바라바시 : 제 책의 논리대로라면 다윈은 당시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과학자 네트워크에서 ‘주변의 점들과 비정상적으로 많이 링크된 점‘, 즉 허브입니다. 제가 어딘가에서 보니 다윈은 평생동안 거의 2000명의 사람들과 수만 통의 편지를 교환하였다더군요. 얼른 계산해보면 하루에 한두통은 썼다는 얘긴데요, 이메일도 없던 시대에 그리 하였으니 요즘으로 치면 틀림없이 파워네트워커‘ 또는 ‘파워 블로거‘랄 수 있을 겁니다.
데닛: 파워 블로거 다윈이라, 재밌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우선, 몇 가지 중요한 키워드부터 짚고 넘어가 봅시다. 선생이 표방하고 있는 ‘네트워크 과학‘이란 게 뭡니까?
바라바시 : 그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복잡계‘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복잡계‘란 그 안의 다양한 구성요소들이 상호작용해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시스템을 말하지요. 생명체, 인간 사회, 인터넷 등이 대표적인 복잡계입니다. ‘네트워크 과학‘이란 이런 복잡계의 구성 요소들과 그들 간의 상호작용을 점과선으로 단순화시켜 네트워크로 바꿔 연구하는 방법론입니다. 가령 네트워크 과학에서 사회는 점(사람)과 선(서로간의 관계)으로이뤄진 인맥입니다. - P109

 유식하게말하면, 허브가 많은 네트워크는 ‘멱함수 분포‘를 따르는 척도없는 네트워크입니다.
데닛 : 음. 좀 쉽게 설명해주세요.
바라바시:자, 여기 보세요. 고속도로 지도와 항공노선 지도가있지요. 고속도로 지도의 경우 각 도시(점)는 대개 비슷한 수의고속도로(선)에 연결되어 있어요. 반면 항공노선 지도의 경우는수많은 항공편을 가진 몇 개의 허브 공항과 수백 개의 작은 공항이 네트워크를 이루게 됩니다. 항공노선이 바로 척도 없는 네트워크인 셈입니다. - P111

드 발 : 보노보의 삶을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는다면 딱 포르노 수준이죠. 사실 보노보에 대한 연구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것도 이런 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내 안의 유인원》에서 폭력과 권력의 맛을 아는 침팬지와 평화와 섹스의 즐거움을 아는 보노보 모두가 우리 인간 속에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려 했습니다. 그동안 영장류학자들이 인간 본성을 논할 때 인간과 침팬지를 주로 비교하는 선에서 끝내다 보니 인간의 이기심, 권력욕, 폭력 등만 크게 부각되었죠. 하지만 우리 인간에게는 평화에대한 갈망, 협력, 사랑과 섹스 등과 같이 밝고 아름다운 측면도있습니다. 저는 우리의 잊혀진 사촌인 보노보에 대한 연구가그런 측면들의 기원과 진화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제공할 거라믿습니다. - P116

 예술, 철학, 문학은 인간 마음의 산물이고 인간의 마음은 뇌의 산물이죠. 그리고 인간의 뇌는 유전체에 의해 조직되고 진화해왔습니다. 과학에 입각한 인문주의는 이런 사실들을자신의 지적 작업에 진지하게 반영해야 합니다.
데닛: 물론 저도 공감합니다. 시공간에 대해 논의하면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빼놓거나 인간의 정신에 대해 말하면서 진화론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아무리 정교하고 현란한 인문학적 논의일지라도 가치가 없는 것이겠죠. 그래서 저도 인문학은 적어도 현대 과학의 성과들과 일관적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과학에 무지하거나 과학을 무시한 인문학도 문제지만, 인문학적 상상력이 전혀 없는 과학도 문제 아닙니까? 스노가 셰익스피어도 모르는 과학자들이 많다고 개탄했는데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거든요.
브록만:불행히도 그건 사실입니다. 제가 엣지 포럼과 재단을만든 이유가 바로 인문적 소양이 있는 과학자와 과학에 귀 기울이는 인문학자 간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 P130

애커로프: 네. 기존 경제학자의 분석이 무력해지는 대목이지요사람들은 뒷소문이나 이야기 등에 심리적으로 아주 민감합니다. 심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주어지는 정보의 형태가 어떤가따라 기억 능력이 달라집니다. 가령 이야기 형태로 주어진 정보는 쉽게 저장될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아주 효과적으로 전달되지요.
데닛: 그렇군요. 예컨대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다 알지 못해도 그 이야기 구조는 전부기억하는 것을 보면 정말 그런 것 같군요. 그러니까 매력적인이야기에 끌린 나머지 합리적인 방식으로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얘기군요.
애커로프 : 친구가 땅을 사서 큰 재미를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갑을 터는 게 우리 아닙니까?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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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Le Voleur

"이 이야기를 해도 여러분은 믿지 못할 거요."
"그래도 해보세요."
"그러지. 하지만 내 이야기가 조금은 황당무계하게 들려도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임을 먼저 밝혀 두겠소. 사회 풍속을 묘사하는 작가들만이 놀라지 않을 거요. 또한 무척 진지한 상황에서도 장난질할 생각이 사람들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만큼 익살스러운 정신이 맹위를 떨치던 시대를 살았던 나이 든 사람들이라면 놀라지 않을 거요."
이렇게 말한 뒤 그 늙은 화가는 말을 타듯 의자에 걸터앉았다.
바르비종의 어느 호텔 식당 안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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