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마틴과 그의 동료들은 그리폰독수리의 시야, 즉 눈이 볼 수 있는 머리 주위의 공간을 측정했다." 그들은 독수리의 부리에 특별히 설계된 입마개를 씌운 다음, 시야 측정계를 이용해 모든 방향에서 독수리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안경사가 눈을 검사할 때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장치예요." 마틴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맹금류를 30분 동안 앉혀놓는 게 문제예요. 나를 잡아채려고 덤비는 독수리를 피하려다, 엄지손가락을 조금 잃었어요." 측정 결과, 머리 양쪽의 공간은 독수리의 시야에 포함되지만, 위와 아래 공간에 커다란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으로나타났다. 그런데 날아갈 때 고개를 아래로 숙이기 때문에, 사각지대는바로 앞에 있다. 독수리가 풍력 터빈에 정면충돌하는 것은, 하늘을 나는동안 정면을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진화사의 대부분에서 그들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독수리들은 비행경로에서 그렇게 높고 큰 물체를 본적이 없었을 거예요"라고 마틴은 말한다. 독수리가 가까이 있으면 터빈을 끄거나, 지상 표지를 이용해 유인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터빈 날개에 그려진 시각적 단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북아메리카에서는 흰머리수리bald eagle가 똑같은 이유로 풍력 터빈에 충돌한다). - P112
"인간의 시각 세계는 눈앞에 있고, 인간은 그 안으로 들어간다. 마틴은 언젠가 이렇게 썼다. "그러나 조류의 시각 세계는 주변에 있고, 새들은 그 사이를 통과한다." ‘어느 쪽을 향하는가‘ 외에, 새와 인간의 또 한 가지 차이점은 어느부분이 가장 예리한가‘이다. 많은 동물의 망막에는 고해상도 영역이 존재하는데," 이 영역의 특징은 광수용체(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뉴런)가 밀집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영역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 무척추동물의 경우 첨예부 Lacute zone라고 한다. 척추동물의 경우 중심부arca centralis(또는황반)라고 하며, 인간처럼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부분이 있는 경우에는 중심와 fovea라고 한다. 우리 모두를 위해 죄송하지만, 감각생물학자를 제외하고), 나는 첨예부라는 용어를 고수할 예정이다. 인간의 첨예부는 시야의 한복판에 있는 동그란 점으로, 정곡(과녁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은 첨예부를 통해 글자를 들여다보려 애쓰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새들도 동그란 첨예부를 가지고 있지만, 가리키는 방향이 다르다. 즉 그것은 앞쪽이 아니라 바깥쪽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어떤 물체를 자세히 조사하고 싶을 때, 두 눈을 동시에 사용하는 게 아니라 한쪽 눈씩 교대로 사용해야 한다. 예컨대 닭은 뭔가 새로운 것을 조사할 때,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각 눈의 첨예부를 번갈아 들이댄다." "닭이 당신을 바라볼 때, 당신은 닭의 다른 쪽 눈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결코 알 수 없어요"라고 새의 시각을 연구하는 동물학자인 알무트 켈버Almut Kelber는 말한다. "그들에게는 필시 두 가지 이상의 관심사가 있을 텐데, 인간의 머리로 그것을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요." 독수리, 매, 콘도르를 비롯한 많은 맹금류는 실제로 각각의 눈에 두개의 첨예부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앞을 바라보는 데 쓰고, 다른 하나는 45도 각도로 측면을 바라보는 데 쓴다. 그런데 측면 시각이 정면 시각보다 예리하므로, 많은 맹금류들이 사냥할 때 측면 시각을 애용한다. 예컨대 비둘기를 쫓아 하강하는 송골매의 경우, 먹이를 향해 똑바로 곤두박질치는 대신 나선형 하강곡선을 그리며 비행한다." 그래야만 비둘기를 ‘치명적인 곁눈질‘의 사정거리 안에 두는 동시에 머리를 아래로 향한채 유선형을 유지할 수 있다. - P114
바닷속으로 잠수한다는 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서식지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 영역에는 지표면의 모든 생태계를 합친 것보다 160배 많은 생활공간이 존재하는데, 대부분의 공간은 어둡다. 해저 10미터에서는 수면에서 내려온 빛의 70퍼센트가 흡수된다. 만약 당신이 잠수정을 타고 내려가고 있다면, 당신의 몸에 있는 빨간색주황색, 노란색은 이제 검은색, 갈색, 회색으로 보일 것이다. 해저 50미터쯤에서는 녹색과 보라색도 대체로 사라진다. 해저 100미터에는 파란색만 존재하는데, 빛의 강도가 수면의 1퍼센트에 불과하다." 중층원양mesopelagic z[zone (또는 약광충 [wilight zone)가 시작되는 해저 200미터에서, 빛의 강도는 50배 더 떨어진다. 파란색은 이제 레이저와 거의 비슷해져, 소름끼치도록 순수하고 모든 것을 아우른다. 그 속에서 은빛 물고기들이 쏜살같이 왔다 갔다 하고, 젤라틴 같은 해파리와 관해파리siphonophore가 천천히 뱀처럼 지나간다. 해저 300미터는 달밤처럼 어둡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더 어두워진다. 점차적으로 물고기는 더 검어지고 무척추동물은 더 붉어진다. 점점더 그들은 자신들만의 빛을 만들어내고, 그들의 생물발광 섬광이 하강하는 잠수정의 윤곽을 그리게 된다. 해저 850미터에서는 잔류하는 햇빛이 너무 희미해서, 눈이 더 이상 기능할 수 없다. 해저 1000미터에서는 어떤 동물의 눈도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여기서부터 점심漸深해수층이 시작된다. 수면의 복잡한 시각적 장면들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완전한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생물발광의 ‘살아 있는 별밭‘으로 대체되었다. 당신이 세계의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1만 미터의 바다가 더 남아 있을 수도 있다. - P126
대왕오징어(그리고 똑같이 길지만 휠씬 더 무거운 남극하트지느러미오징어 colossal squid)의 눈은 직경이 최대 27센티미터이며, 축구공만 한 크기로 성장할 수 있다. 이러한 신체 비율은 당혹스럽다. 물론 더 큰 눈은 더 민감하며, 어두운 바닷속의 동물이 그런눈을 가지는 것은 이치에 맞는다. 그러나 심해에 사는 동물을 포함해 다른 어떤 동물도 대왕오징어나 남극하트지느러미오징어와 비슷한 크기의 눈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다음으로 큰 대왕고래blue whale의 눈은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직경 9센티미터로 모든 물고기 중 가장 큰황새치의 눈은 대왕오징어의 눈동자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대왕오징어의 눈은 그냥 크기만 한 게 아니다. 다른 어떤 동물의 눈보다 터무니없이 과도하게 크다. 그 이유가 뭘까? ‘황새치만 한 크기의 눈으로 볼 수없는 것‘을 봐야해서 그럴 텐데, 그게 도대체 뭘까? 손케 욘센, 에릭 워런트, 단-에릭 닐손은 자신들이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그들의 계산에 따르면, 눈은 깊은 바닷속에서 수확체감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크기가 커질수록 작동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지만, 추가적인 시력은 거의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눈의 직경이 9센티미터-즉 황새치 눈의 크기-가 되면, 더 이상 확대하는 것은 별의미가 없다. 그러나 그들은 고심 끝에 초대형 눈의 존재가치를 발견했다. 그 내용인즉, "초대형 눈은 수심 500미터 이상의 해저에서 ‘크고 빛나는 물체‘를 발견하는 데 적당하며, 그것 하나만 집중 견제하면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기준에 맞는 동물이 뭘까?그건 바로 향유고래sperm whale로, 그걸 발견하지 못한다면 초대형 눈은 무용지물이며 대왕오징어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이빨 달린 포식자‘인 향유고래는 대왕오징어의 숙명적 라이벌이다. 그들의 위는 오징어의 앵무새 같은 부리로 가득 차있고, 머리에는 종종 오징어 빨판의 톱니 모양 테두리에 의해 생긴 둥근 흉터가 있다. 그들은 스스로 빛을 생성하지 않지만, 하강하는 잠수정과 마찬가지로 작은 해파리, 갑각류, 기타 플랑크톤과 충돌할 때 생물발광섬광을 유발한다. 과도하게 큰 눈을 가진 대왕오징어는 120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이 독특한 빛을 볼 수 있어서, 도망칠 시간이 충분하다. 대왕오징어는 생물발광 구름을 먼발치에서 볼 수 있을 만큼 큰 눈을 가진 유일한 생물이며, 또한 그럴 필요가 있는 유일한 생물이다. - P129
세상에 이렇게 많은 단색형 색각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색각에 대한가장 반직관적인 것 중 하나를 암시한다. 그 내용인즉, 색각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동물이 눈을 사용하는 거의 모든 활동탐색,먹이 찾기, 의사소통은 회색 음영으로도 얼마든지 수행될 수 있다. 그렇다면 색깔을 본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리학자 바딤 막시모프Vadim Maximov의 제안에 따르면, 현생동물의 조상이 등장한 약 5억 년 전 캄브리아기에 그 해답이 있을 수 있다. 그 시절에는 동물의 조상 중 상당수가 얕은 바다에 살았고, 그들 주위에서 햇빛이 깜박였을 것이다. 이 잔물결 같은 광선은 현대인의 눈에는 아름답지만, 고대의 단색형 색각자들에게는 엄청나게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주어진 지점에서 배경의 밝기가 1초 동안 100배나 변할 수 있다면, 관심 있는 물체를 찾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 방금 나타난 검은 형체는 포식자의 어렴풋한 그림자일까, 아니면 구름 뒤에서 잠시 길을 잃은 태양의 그림자일 뿐일까? 명암만을 다루는 단색형 눈으로는 구별하기 어럽겠지만, 컬러로 보는 눈은 형편이 훨씬 더 나을 것이다. 왜냐하면 빛의 총량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더라도 파장이 서로 다른 빛은 상대적 비율을 동일하게 유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밝은 햇살 아래서 빨갛게 보이는 딸기는 그늘에서도 여전히 빨갛게 보이고, 그 초록색 잎은 석양의 붉은 색조 아래서도 여전히 초록색을 띤다. 색깔그리고 특히 대립되는 색각은 항상성 constancy을 제공한다. 만약 서로 다른 파장에 동조된 광수용체의 출력을 비교할 수 있다면, ‘춤추고 깜박이는 빛‘의 세계에 대한 시야를 안정화할 수 있다. 심지어 두 개의 원뿔세포도 그런기능을 차질 없이 수행한다. 이것은 색각의 가장 단순한 형태인 이색형색각 dichromacy의 기초로, 레티나를 비롯한 개들과 대부분의 포유동물이가지고 있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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