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감각기관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감각기관의 임무는 주변의 자극을 수집하는 것인데, 대부분의 자극은 동물의 신체조직에의해 왜곡되기 때문에, 감각기관은 거의 항상 환경에 직접 노출되거나 동공이나 콧구멍 같은 개구부를 통해 환경과 연결된다. 이러한 개구부들은 큰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방울뱀의 구멍, 상어의 로렌치니 팽대부, 물고기의 측선이 무엇을 감지하는지 알아내기 훨씬 전에, 과학자들은 그것들이 감각기관임을 인식했다. 그러나 자기수용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단서를 가지고 있지 않다. 자기장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않고 생체 물질을 통과할 수 있어서, 자기장을 감지하는 세포-자기수용체 magnetoreceptor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기수용체는 동공과 구멍 같은 개구부나 렌즈와 귓바퀴 같은 초점 조절 구조가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그것은 머리, 발가락, 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느 부위든 존재할 수 있다. 그것은 살 속 깊숙이 파묻혀 있을 수있으며, 심지어 감각기관에 집중되지 않고 다양한 신체부위에 흩어져있을 수도 있다. 그것은 주변 조직과 구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손케 욘센의 말을 빌리면, 그것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바늘 더미 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을 수 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자기수용은 알려진 센서가 없는 유일한감각으로 남아 있다. - P464

2000년, 슐텐과 그의 제자 토르스텐 리츠Thorsten Ritz는 ‘명금류의 나침반이 크립토크롬에 의존한다‘는 주장이 담긴 논문을 발표했다. 그것은 판도를 뒤집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리츠 덕분에, 마침내 생물학자들이 슐텐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또한 생물학자들에게 구체적인 연구 대상-그들이 연구할 수 있는 실제 분자을 제공했다.
실험에 실험을 거듭한 끝에, 연구자들은 슐텐의 예측을 다수 확인했다. 예컨대 빌치코는 명금류의 나침반이 실제로 빛 특히 청색광 또는녹색광에 의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탐조가에서 생물학자로 전향했고, 현재 자기수용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 하나인 덴마크의 헨리크 모리첸Henrik Mouritsen‘도 ‘자기수용에 있어서 빛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그는 달빛이 비치는 방에 유럽울새와 정원솔새를 넣고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했다. 새들이 추군루에를 보이기시작했을 때, 모리첸은 특별히 활성화된 영역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그들의 뇌를 살펴보았다. 그는 하나의 영역을 발견했는데, ‘클러스터 N‘으로 알려진 그것은 뇌의 맨 앞에 위치하며, 이주성 명금류(비이주성 명금류는 아님)가 여행하는 야간(여행하지 않는 주간에는 아님)에 나침반으로 방향을 잡을 때만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러스터 N은 새 뇌의 자기 처리 중추인 것 같다. 그리고 분명히 그것은 뇌의 시각중추의 일부이기도 하다. 클러스터 N은 망막에서 정보를 얻으며, 눈가리개가 제거되고 주변에 약간의 빛이 있는 경우에만 활성화되어 윙윙거린다." "이것은 광의존성 light-dependent 라디칼 쌍의 개념을 뒷받침하며,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 중 하나예요"라고 모리첸이 나에게 말한다. - P469

이러한 일련의 증거들은 놀라운 결론을 암시한다. 명금류는 지구의자기장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자기장은 아마도 통상적인 시야에 부가되는 미묘한 시각신호라는 것이다. 이것은 광의존성 라디칼 쌍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이지만, 새에게 물어볼수 없으니 확인할 길이 없어요"라고 모리첸이 말한다. 아마도 날아다니는 유럽울새는 언제나 북쪽 방향에서 하나의 밝은 점을 볼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풍경 위에 칠해진 음영의 그러데이션을 볼지도 모른다. "우리는 세 장의 그림을 가지고 있어요. 설사 세 장이 모두 틀리더라도, 그것들은 ‘새들이 무엇을 볼 수 있는지‘를 상상하는 데 도움이 돼요." 라디칼쌍 아이디어가 가장 그럴듯해 보이지만." 세 가지 가설-자철석, 전자기 유도, 라디칼 쌍- 모두 타당성이 있다. "하나 이상의 메커니즘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라고 키스는 말한다.  - P470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라디칼 쌍 설명이 그토록 많은 관심을 끌게된 이유 중 하나는 이것 때문인지도 모른다. 비록 복잡하지만, 라디칼 쌍 설명은 자기수용을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감각인) 시각의 영역으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나침반을 자주 언급하는데, 그 이유는 추상적인 자기 세계로 들어가는 친숙한 관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침반의 메타포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나침반은늘 북쪽을 가리키며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다. 그러나 손케 욘센, 켄 로만, 에릭 워런트에 따르면, 생물학적 나침반은 본질적으로 소란스럽다." 즉 지구의 자기장이 너무 약하기 때문에, 지자기장에 대한 정확하고 즉각적인 판독 값을 얻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다. 동물은 장기간에 걸쳐 자기수용체에서 나오는 신호의 평균을 유지해야할 수도 있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자기수용은 느리고 번거롭고 매우 역설적이다. 그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만연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극 중 하나-지자기장-를 탐지하지만, 본질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방식으로그렇게 한다. 이쯤 되면 그렇게 많은 자기수용 연구 결과가 재현되기 어려운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동일한 최우수 연구를 두 번 이상 반복해도 일관된 결과를 얻기가 정말 어려울 수 있어요"라고 워런트는 나에게 말한다.
불규칙하게 흔들리는 자신의 나침반에서, 한 동물이 올바른 방향을결정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5분이 걸린다고 가정해보자. 실험자가 그 동물을 자기장에 노출시키고 1분 후 반응을 기록한다면, 그결과는 중구난방이 될 것이다. 나는 이 시간적 창을 임의로 선택했지만,
내 말의 요점은 ‘우리가 올바른 창을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거의 즉각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시각이나 청각 같은 감각에 익숙하다. 아마도자기수용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을 텐데, 우리는 그것이 작동하는 시간범위 timescale를 알지 못한다. 그것을 모르거나, 알아내야 한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면 좋은 실험을 설계하기가 어렵다. 내가 서론에 적었듯이, 과학자의 데이터는 ‘그가 던진 질문‘의 영향을 받고, 그의 질문은 ‘그의 상상력‘에 의해 조종되고, 그의 상상력은 ‘그의 감각‘에 의해 제한된다. 우리 자신의 환경세계의 경계는 다른 동물의 환경세계를 이해하는 우리의 능력을 불투명하게 만든다.
자기수용의 소란스럽고 불규칙한 특성은, 어떤 동물도 자기수용에만 의존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수도 있다. 즉 그들은 시각과 같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감각‘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자기수용을 ‘예비 감각‘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만약 당신이 이주하는 동물이라면, 완전히 길을 잃지 않는 한, 자기수용은 아마도 가장 덜 중요한 감각일 거예요"라고 키스는 말한다. 자기신호가 없을 때, 보공나방은 밤하늘의 별 패턴을보며 비행할 수 있다. 난생처음 바다에 들어갈 때, 새끼 거북은 자기장을 무시하고 파도의 방향에 의존한다. - P475

하나의 전략으로 모기를 유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은 한 가지감각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그들은 복잡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수많은 단서를 사용한다. 모기와 관련된 주요 단서인 열만 해도 그렇다. 그들은 온혈 숙주의 체온에 끌리지만, 이산화탄소 냄새를 맡았을 때만 그렇다. 보셜의 제자인 몰리 리우 Molly Liu가 모기를 방에 넣고 네 개의 벽 중 하나를 천천히 가열했더니, 대부분의 모기들은 벽의 온도가 사람의 체온에 도달했는데도 감감무소식이었다. 하지만 리우가 이산화탄소 스프레이를 한번 뿌렸더니, 모기들은 뜨거운벽에 몰려들어 계속 머물렀다. 요컨대 이산화탄소가 없을 때 열은 ‘역겹고 위험하다‘는 신호다. 그에 반해 이산화탄소가 있을 때, 열은 ‘매력적이고 먹을 만하다‘는 신호다. 보셜은 여전히 ‘인간을 모기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지만, 그러려면 후각, 시각, 열 감각, 미각등 여러 가지 감각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 P482

서로 보완하는 것을 넘어, 몇 가지 감각이 결합될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상이한 감각들이 경계를 넘어서는 것을 경험하는데, 이를 공감각 synesthesia이라고 한다. 어떤 공감각자에게는 소리에 질감이나 색깔이 있을 수 있고, 어떤 공감각자에게는 단어에 맛이 있을 수 있다. 이 지각적번짐 perceptual blurring은 인간에게는 특별하지만 어떤 생물들에게는 표준이다. 예컨대 오리너구리의 ‘오리 같은 주둥이‘에는 ‘전기장을 탐지하는 수용체‘와 ‘접촉에 민감한 수용체‘가 각각 존재한다." 그러나 뇌에서는 전자의 신호를 받는 뉴런이 후자의 신호도 받는다. 그렇다면 오리너구리는 전기촉각adecrotouch이라는 단일감각을 보유하고 있어서, 먹이를찾아 잠수할 때 가재가 일으키는 수류를 감지하기 전에 전기장을 탐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부 연구자들은 "오리너구리가 두 가지 신호의시간차를 이용해 ‘가재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판단한다"고 제안했다. 우리가 번개와 천둥 사이의 간격을 이용해 폭풍우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편 모기는 온도와 화학물질 모두에 반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뉴런을 가지고 있다. 나는 레슬리 보셜에게 묻는다. "그렇다면 모기가 체온을 맛볼 수 있다는 뜻인가요?"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세상을 감지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촉각과 후각과 시각을 분리하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모든 것이 매우 깔끔하겠죠. 하지만 동물계를 더 많이 살펴볼수록, 하나의 세포가 몇 가지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는 사례가 더 많이 발견돼요." 예컨대 개미를 비롯한 곤충들의 더듬이는 후각기관인 동시에 촉각기관이다. 1910년, 곤충학자인 윌리엄 모턴 휠러 William MortonWheeler는 "개미의 뇌에서 후각과 촉각이 융합되어 하나의 감각을 생성하는 것 같다"라고 썼다. 그는 ‘우리의 손끝에 섬세한 코가 있다고 상상해보라‘고 제안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우리가 길의 좌우에있는 물체를 만지며 이동한다면, 우리의 환경은 형상화된 냄새로 구성된 것처럼 보일 것이며, 우리는 ‘구형 냄새‘, ‘삼각형 냄새‘, ‘뾰족한 냄새‘라는 말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의 정신 과정은 ‘시각적(즉색깔) 형태의 세계‘에 의해 결정되지만, 그렇게 되면 주로 ‘화학적 구성chemical configuration의 세계‘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 P486

동물이 움직일 때 그들의 감각기관은 두 종류의 정보를 제공한다. 하나는 세상에서 일어난 일이 생성한 외부 구심성exafference 신호이고, 다른 하나는 동물 자신의 행동이 생성한 재구심성reafference 신호다. 나는 아직도 이 둘의 차이점을 기억하느라 애를 먹고 있는데, 만약 당신도 그렇다면, 타자의 생성물과 자아의 생성물로 생각할 수 있다. 나는 내 책상에서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나뭇가지를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외부 구심성신호이고 타자의 생성물이다. 그러나 나는 그 나뭇가지를 보기 위해 왼쪽을 쳐다봐야 한다. 그 순간 갑자기 거스르는 움직임으로 인한 빛의 패턴이 내 망막을 스쳐 지나가는데, 그것은 재구심성 신호이고 자아의 생성물이다. 모든 동물은 각각의 감각에 대해 이 두 가지 신호를 구별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애로사항이 있다. 감각기관의 관점에서 볼 때 두가지 신호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 P488

이건 너무나 근본적인 문제여서, 매우 다른 생물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해결해왔다. 동물이 움직이기로 결정하면, 동물의 신경계는 운동명령-근육에게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일련의 신경 신호을 내린다. 그러나 이 명령은 근육으로 가는 도중에 복제되며, 그 사본은 감각계로전달되어 ‘의도된 움직임의 결과‘를 시뮬레이션하는 데 사용된다. 움직임이 실제로 일어날 때, 감각은 이미 ‘동물이 경험하게 될 자아의 생성물(재구심성 신호)‘을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예측을 현실과 비교함으로써, ‘어떤 신호가 실제로 외부 세계에서 오는지‘를 알아내고 그것에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 모든 일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며, 직관적이지는 않지만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다. 감각에 의해 탐지된 정보는 항상 자아의 생성물(재구심성)과 타자의 생성물(외부 구심성)의 혼합물인데, 동물들은 자신의 신경계가 끊임없이 전자를 시뮬레이션하기 때문에 둘을 구별할 수 있다.  - P489

과학자들은 (동반방출을 이용해 전기감각을 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진) 코끼리고기를 연구함으로써 동반방출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10장에서 보았듯이, 코끼리고기는 세 종류의 전기수용체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수용체는 코끼리고기 자신의 전기 펄스를 탐지하고, 두 번째 수용체는 다른 코끼리고기의 의사소통 신호를 탐지한다. 그리고 세 번째 수용체는 잠재적인 먹이가 생성하는 약한 전기장을 탐지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수용체는 물고기 자신의 전기 펄스를 무시하는 경우에만 작동하는데, 그들은 동반방출을 통해 그렇게 한다. 동반방출은 전기기관이 작동할때마다 생성되며, 물고기 자신의 펄스를 무시하기 위해 두 번째와 세 번째 수용체로부터 신호를 받는 뇌 영역을 준비시킨다. 이런 식으로 코끼리고기는 ‘잠재적인 먹이가 수동적으로 생성하는 신호‘와 ‘다른 전기어가 능동적으로 생성하는 신호‘와 ‘자신이 능동적으로 생성하는 신호‘를구별할 수 있다. "전기어는 예외적인 생물이지만, 거의 모든 동물은 이와 다소 비슷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어요"라고 브루스 칼슨은 나에게말한다. 동반방출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간질일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당신은 꿈틀거리는 손가락이 생성하게 될 감각을 자동으로 예측해,
실제로 느끼는 감각을 상쇄한다. 당신의 안구가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지만 시야가 안정적인 것도 동반방출 때문이다. - P491

일부 과학자들은 조현병이 근본적으로 동반방출 장애라고 제안했다. 이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내면의 말‘과 ‘주변의 목소리‘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환각과 망상을 경험할 수 있다. 타인과 자신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조현병의 이상한 증상 중 일부(예: 자신을 간질이는 능력)를 설명할 수도있다. 조현병을 앓는 코끼리고기가 자신의 분비물을 다른 물고기들의 분비물과 구분하지 못할 수도있지 않을까? "확실히 가능해요"라고 칼슨이 나에게 말한다. "극적으로 혼란스러운 행동이 예상돼요." - P492

문어의 중추신경계에는 약 5억 개의 뉴런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다른 모든 무척추동물들을 압도하며 작은 포유동물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 뉴런들 중에서 3분의 1만이 문어의 머릿속, 즉 중앙 뇌와 (눈에서 입력된 정보를 받는) 인접한 시신경엽 안에 위치한다. 그리고 나머지 3억 2000만 개의 뉴런은 여덟 개의 팔 안에 있다. 각각의 팔은 크고비교적 완전한 신경계를 보유하고 있으며, 팔 상호 간의 소통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로빈 크룩은 언젠가 이렇게 썼다. "그렇다면 문어는 사실상 아홉 개의 뇌를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뇌가 독자적인 의제를가지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각 팔에 있는 300개의 빨판도 어느 정도 독립적이다. 일단 뭔가와 접촉하면, 빨판은 흡착기 같은 모양으로 바뀐 다음 흡인력을 발휘해 달라붙는다. 한편 빨판은 가장자리에 있는 1만 개의 기계수용체와 화학수용체를 동원해, 물체에 달라붙음과 동시에 만지고 맛을 본다."
우리의 혀는 풍미 flavor와 입맛mouthfeel (음식물을 섭취할 때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이나 촉감 등을 의미한다-옮긴이)을 별개의 특성으로 인식하지만, 빨판의배선을 감안할 때 문어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문어의 미각과 촉각은 아마도 ‘불가분의 관계‘로 융합되어 있을 거예요. 마치 공감각처럼 말이에요"라고 그라소는 말한다. 느껴지는 맛이나 질감에 따라, 빨판은 물체에 계속 달라붙어 있을 수도 있고 물체에서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 그리고 300개의 빨판은 제각기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모든 빨판이 자체적인 미니 뇌-빨판신경절sucker ganglion- 이라고 불리는 전용 뉴런 군집 dedicated cluster of neuron- 를 하나씩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부들은 종종 ‘문어의 몸에서 분리된 팔‘들을 목격하는데, 이 팔들이 물고기의 옆구리에 달라붙지만 (동일한 문어의) 다른 팔에는 절대 달라붙지 않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빨판의 독립성은 명백해 보인다.  - P495

‘문어의 뇌가 하는 일‘을 설명할때 선택지를 들먹이는 것은 난센스다. 여덟 개의 팔이 각자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대부분이고, 어쩌다 한 번씩 거중조정 차원에서 넛지nudge (넛지는 원래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이다.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법학자 캐스 선스타인은 <넛지>에서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넛지를 새롭게 정의했다. 옮긴이)를 행사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어는 두 개의 독특한 환경세계 ‘팔의 세계‘와 ‘머리의 세계‘를 가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팔은 미각과 촉각에 의존하고, 머리는 시각에 의해 지배된다. 의심할 여지없이 두 세계 사이에 약간의 혼선이 있겠지만, 그라소는 ‘머리와 팔 사이에서 교환되는 정보‘가 단순할거라고 생각한다. 동물의 몸을 ‘감각 창이 있는 집‘에 비유한 웍스의 은유를 확장하면, 문어의 몸은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다. 즉 건축양식이 완전히 다른 ‘두 채의 연립주택‘과, 그 사이에 자리 잡은 ‘작은 쪽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 P498

수 세기에 걸친 노력을 통해 사람들은 다른 종의 감각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만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우리는 그 세계를 뒤엎었다. 우리는 지금 인류세 Anthropocene 인류의 행위에 의해 정의되고 지배되는 지질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함으로써 기후 변화를 야기하고 바다를 산성화했으며, 대륙을 넘나들며 야생동물을 뒤섞고 토착종을 침입종으로 대체했다. 우리는 일부 과학자들이 생물학적 절멸"의 시대라고 부르는 것을 촉발했는데, 이는 선사시대의 5대 대멸종 사건에 필적한다.‘ 그에 더해, 뜻있는 사람들을 낙담하게 만드는 생태적 죄악의 치부책을 들여다보면, 쉽게 평가할 수 있음에도 종종 간과되는 죄명이 눈길을 끈다. 그것은 바로 감각 오염이다. 다른 동물의 환경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며 그것을 이해하는 대신, 우리는 인위적인 자극으로 동물들을 괴롭히며 우리의 환경세계 안에 살도록 강요했다. 우리는 밤을 빛으로, 고요함을 소음으로, 토양과 물을 낮선 분자로 가득 채웠다. 우리는 동물들의 주의를 ‘실제로 감지해야 하는대상‘으로부터 분산시키고, 그들이 의존하는 신호를 익사시키고, 나방을 불길 속으로 유인하듯 그들을 감각덫으로 유인했다. - P506

심지어 바다에도 그 나름의 소리가 있다. 자크 쿠스토 Jacques Cousteau는 한때 바다를 ‘고요한 세계‘로 묘사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그것은 자연적으로 부서지는 파도 소리, 부는 바람 소리, 부글부글 끓는 열수분출구 소리, 갈라지는 빙산 소리로 가득 차 있는데, 이 모든 소리는 공기 중에서보다 수중에서 더 멀리 운반되고 더 빠르게 이동한다. 해양동물도 이에 가세한다. 고래는 노래하고, 두꺼비는 웅웅거리고, 대구는 으르렁거리고, 턱수염바다물범bearded scal은 떨리는 소리를 낸다. 커다란 집게발이 만들어내는 충격파로 지나가는 물고기를 기절시키는) 수천 마리의 딱총새우snapping shrimp들이 산호초를 ‘지글거리는 베이컨‘ 소리나 ‘우유를 튀기는라이스 크리스피‘ 소리로 가득 채운다. 이러한 음향풍경 중 일부는 인간이 바다의 거주자들을 그물로 잡고, 갈고리로 낚아채고, 작살로 찌름에따라 소거되었다. 다른 자연적 소음들은 우리가 추가한 소음에 파묻혔다. 해저를 훑는 그물이 만든 긁힌 자국, 석유와 가스를 탐사하는 시추기의 스타카토 진동, 군사용 수중 음파 탐지기의 초음파, 그리고 이 모든 소동에 대한 보편적 반주 backing track로서 선박 소리. - P519

우리의 영향력이 본질적으로 파괴적인 건 아니지만 종종 주변 환경을 균일화 homogenizing 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감각 공습을 견디지 못하는 ‘민감한 종‘을 몰아냄으로써, 우리는 ‘더 작고‘ ‘덜 다양한 개체군만을 남겨둔다. 우리는 경이로울 만큼 다양한 동물의 환경세계를 탄생시킨 굴곡진감각풍경을 평평하게 만든다. 동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호수를 생각해보자. 한때 이곳은 500종이 넘는 시클리드cichlid 물고기의 고향이었고, 거의 모두가 다른 곳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종이었다. 그 비범한 다양성은 부분적으로 빛 때문에 생겨났다. 호수의 깊은 곳에는 황색광이나 주황색광이 풍부한 반면, 얕은 곳에는 청색광이 풍부했다. 이러한 차이는 토종 시클리드의 눈에 영향을 미쳤고, 결과적으로 짝 선택을 좌우했다. 진화생물학자 올레 시하우젠Ole Schansen 은 ‘깊은 물에 사는 암컷 시클리드는 더 붉은 수컷을 선호하는 반면, 얕은 물에 사는 암컷은 더 푸른 수컷에 시선을 고정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발산된 기호 diverging penchant가 물리적 장벽처럼 작용해, 시클리드를 다양한 색깔과 형태의 스펙트럼으로 나눴다. 빛의 다양성이 시각, 색상, 그리고 종의 다양성을 이끌어낸 것이다. 그러나 지난 세기 동안농장, 광산, 하수에서 흘러나온 유거수流去水(지표면을 따라 흐르는 물-옮긴이)가 호수를 가득 채워, 부영양화된 호수에서는 물을 흐리고 숨 막히게 하는 조류의 성장이 급증했다. 이전의 빛 기울기 light gradient가 일부지역에서 소실되자, 시클리드의 색상과 시각적 성향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어 종의 수가 감소했다. 인간이 ‘호수의 등불‘을 끄자 다양성을 추동하는 ‘감각의 엔진‘도 꺼져, 시하우젠이 "지금껏 관찰된 것 중 가장 빠른 대규모 멸종"이라고 부른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 P522

다른 환경세계를 탐험하는 능력은 우리의 가장 위대한 감각 기술이다. 이 책의 도입부에서 상상했던 코끼리, 방울뱀 등의 동물들이 있는 가상의 방을 다시 생각해보라. 그 상상 속의 방에서, 인간-리베카-은 자외선 시각, 자기수용, 반향정위, 적외선 감각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다른 동물들이 무엇을 감지하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었고, 아마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일 것이다.
보공나방은 금화조가 자신의 노래에서 무엇을 듣는지 결코 알지 못하고, 금화조는 검은유령칼고기의 전기적 윙윙거림을 결코 느끼지 못하고, 칼고기는 갯가재의 눈을 통해 볼 수 없고, 갯가재는 개와 같은 방식으로 냄새 맡지 못하고, 개는 박쥐가 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일 중 어느 것도 제대로 할 수 없지만, 나름 근접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우리는 문어가 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결코 모를 수 있지만 적어도 문어가 존재하고 그들의 경험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다.
참을성 있는 관찰을 통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 과학적 방법을 통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호기심과 상상력을 통해, 우리는 그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려고 노력할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하기로 결정해야 하며,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선물이다. 그 선물은 우리가
‘얻어낸‘ 게 아니라 자연이 ‘거저 준 ‘것으로, 우리가 소중히 간직해야 할 축복이다. - P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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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모든 것이 섬뜩하게 들린다면, 헤엄치는 물고기가 어떻게 자신의 몸 주위에 ‘유수flowing water의 장場을 만드는지 다시 생각해보라. 주변의 물체들은 이러한 흐름 장을 왜곡하고, 물고기는 측선을 사용해 이러한 왜곡을 감지할 수 있다. 스벤 데이크흐라프는 이것을 "원거리 촉각‘이라고 불렀다. 이는 전기어가 하는 일과 정확히 일치하며,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전기어는 수류 대신 전류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사성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왜냐하면 전기감각은 측선에서 진화했기 때문이다." 전기수용체와 측선은 동일한 배아 조직에서 성장하며, 두 감각기관 모두 같은 종류의 감각 유모세포(인간의 내이內耳에서도 발견된다)를 포함한다. 전기감각은 변형된 형태의 촉각이며, 흐르는 물 대신 전기장을 감지하기 위해 용도가 변경되었다.
그러나 측선이 이미 존재했다면, 왜 그 위에서 전기정위가 진화했을까? 전기장이 다른 어떤 자극보다 더 신뢰할 만한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은 난류에 의해 왜곡되지 않기 때문에, (급류와 소용돌이가 측선을 뒤덮는)빠르게 흐르는 강물 속에서 유리하다. 전기장은 어둠이나 진흙탕에 의해 가려지지 않으므로, 전기어는 탁한 물과 어두컴컴한 물속에서 활동할 수 있다. 전기장은 빛과 냄새처럼 장벽에 의해 차단되지 않으므로, 전기어는 단단한 물체를 투시함으로써 숨겨진 보물을 탐지할 수 있다. - P427

이러한 메시지는 멀리 전달되지 않지만, 전기적 의사소통electrocommunication은 능동적 전기정위보다 범위 제한이 덜하다. 전기정위를 할 때 물고기는 더 강한 전기장을 생성함으로써 감각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지만, 어느 순간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하지만 다른 물고기의 전기 신호를 "듣는" 경우에는 전기장을 생성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이릴 때는 더 민감한 전기수용체만 있으면 되는데, 이것은 전기기관보다 진화하기가 쉽다. 전기어는 3센티미터 이내의 먹이를 감지할 수 있을뿐이지만, 몇 미터 이상 떨어진 다른 전기어의 신호를 탐지할 수 있다. 동종同種의 전기어들은 맬컴 매키버가 상상했던 지각의 안개 perceptual fog속에서 반짝인다. - P431

상어의 전기감각은 수동적 전기수용 passive electroreception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까지 살펴본 전기감각과 다르다. 즉 상어와 가오리는 주변의 물체를 찾기 위해 능동적으로 전기장을 생성하는 게 아니라, 다른 동물-대부분의 경우 먹이-의 전기장을 수동적으로 탐지한다. 그들은 다른 동물의 전기장을 유난히 잘 탐지하는데, 아마도 이 분야에서 그들을 능가할 동물 그룹은 없을 것이다. 스티븐 카지우라 Stephen Kajiura는 작은 귀상어 hammerhead가 1센티미터의 물을 가로지르는 1나노볼트-10억분의 1볼트의 전기장을 감지할 수 있음을 보였다. 그러나 상어의 전기감각은 단거리에서만 작동하며, 바다 건너편이나 수영장 건너편에있는 물고기(또는 전극)를 감지할 수는 없다." 목표물은 상어로부터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어야 한다.
요컨대 상어는 네 가지 감각기관을 보유하고 있다. 1.6킬로미터 이상의 거리에서, 상어는 먹이의 냄새를 맡는다. 가까이 접근하면 시각이 바통을 이어받고, 더 가까이 접근하면 측선이 끼어든다. 전기감각은 사냥의 막바지에 개입해, 사냥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공격을 안내한다. 로렌치니 팽대부가 일반적으로 입 주위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P437

이 광범위한 전기수용 동물들은 우리에게 세 가지 중요한 점을 일깨워준다. 첫째, 전기감각은 오래된 감각이다. 전기수용체는 오래전 측선에서 처음 진화했고, 모든 살아 있는 척추동물의 공통조상은 전기장을 감지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전기감각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6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우리의 조상은 거의 확실히 전기감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둘째, 척추동물은 진화 과정에서 적어도 네 번 전기감각을 잃었다. 그래서 먹장어 hagfish, 개구리, 파충류, 조류, 거의 모든 포유류, 그리고 대다수의 어류는 전기감각을 갖고 있지않다. 셋째, 오리너구리와 바늘두더지, 기아나돌고래, 전기어를 포함한 여러 척추동물 그룹은 조상들이 가졌던 능력을 되찾았지만, 그들의 친척들은 그러지 못했다. - P441

칼고기류와 코끼리고기류는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세계의 반대편에서, 그들은 세 종류의 전기수용체를 독립적 · 연속적으로 진화시켰다. 첫 번째 수용체는 다른 물고기의 전기장을 수동적으로 감지했고, 두 번째 수용체는 자신이 만든 전기장을 능동적으로 감지했으며, 세 번째 수용체는 다른 전기어의 전기장을 탐지했다. 이 두 그룹의 역사는 수렴진화 convergent evolution의 훌륭한 예인데, 수렴진화란 상이한 두 생물그룹이 우연히 똑같은 옷을 입고 생명의 파티에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전기감각의 복잡한 역사는 또한 전기수용체의 특별한 점을 암시한다. 뇌의 언어는 전기이므로,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동물들은 빛, 소리, 방향제, 그 밖의 자극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기기묘묘한 방법(수용체)을 진화시켜야 했다. 그러나 전기수용체는 전기를 전기로 번역할 뿐이며, 우리의 생각을 작동시키는 실체를 탐지하는 유일한 감각기관이다. 따라서 전기수용체를 진화시키는 것은 비교적 쉬웠을 것이므로, 그것이 척추동물의 진화 계통수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기를 여러 차례 반복한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그런데 전기수용체에는 한 가지 중요한 제한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전도성 매질 conductive medium에 잠겨 있을 때만 작동한다는 점이다. 물은 확실히 중요한 매질이며, 우리가 지금까지 만난 전기수용 동물들이 거의 예외 없이 수서동물이라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공기는 물보다 200억 배 높은 저항률을 가진 절연체다.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전기감각은 육지에서 작동할 수 없다‘고 가정해온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 P442

꽃은 음전하를 띠지만 양전하를 띤 공기 속으로 자란다. 꽃들의 존재는 주변의 전기장을 크게 강화하며, 이 효과는 잎 끝, 꽃잎 가장자리, 암•술머리, 꽃밥과 같은 끄트머리와 가장자리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모든꽃은 모양과 크기에 따라 독특한 전기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전기장에•대해 곰곰이 생각하던 중, 갑자기 이런 의문이 떠올랐어요. 벌이 이사실을 알고 있을까?"라고 로버트는 회상한다. "그리고 대답은 ‘그렇다‘였어요."
2013년 로버트와 그의 동료들은 전기장을 제어할 수 있는 인공 꽃(전자꽃)을 이용해 뒤영벌을 테스트했다." 그들은 달콤한 꿀이 담긴 ‘하전된 전자꽃과 쓴 액체가 담긴 ‘하전되지 않은 전자꽃‘을 미끼로 던졌다. 가짜꽃들은 전하 외에는 똑같았지만, 벌들은 전하만으로 그것들을 구별하는 법을 재빨리 익혔다. 벌들은 심지어 다른 모양의 전기장을 가진 전자꽃들-전압이 꽃잎에 고르게 퍼져 있는 전자꽃과, 과녁처럼 생긴 전기장을 가진 전자꽃을 구별할 수도 있었다. 물론 이러한 패턴은 인공적이지만, 실제 꽃도 이와 비슷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로버트 팀은 디기탈리스, 페튜니아, 거베라에 하전된 쇳가루를 뿌림으로써 이를 시각화했다. 쇳가루는 꽃잎의 가장자리 근처에 자리 잡아, 그러지 않으면 보이지 않았을 패턴의 경계를 표시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밝은 색깔(그리고 볼 수 없는 자외선)과 함께, 꽃은 보이지 않는 전기 후광electric halo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뒤영벌은 이것을 감지할 수 있다. "벌들이 전기장을감지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기절초풍했어요"라고 로버트는 말한다. - P444

지구의 핵은 용융된 철과 니켈로 둘러싸인 고형 철구solid iron sphere다. 그 액체금속의 휘젓는 움직임은 행성 전체를 거대한 막대자석으로 만든다. 지구의 자기장을 교과서 스타일로 묘사하면 다음과 같다. 자력선은 남극 근처에서 나와 지구 주위를 반 바퀴 돈 다음 북극 근처에서 다시 들어간다. 이 지자기장geomagnetic field은 항상 존재하고, 하루 종일 또는계절에 따라 변하지 않으며, 날씨나 장애물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항상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여행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인간은 나침반을 사용해 1000년 이상 그렇게 해왔지만, 다른 동물들-바다거북, 닭새우 spiny lobster, 명금류, 그 밖의 많은 동물들은 수백만 년 동안 혼자힘으로 그렇게 해왔다.
자기수용 magnetoreception으로 알려진 이 능력 덕분에, 그들은 전천후로-심지어 천체가 구름이나 어둠으로 가려지거나, 커다란 랜드마크가 안개나 어둠에 휩싸이거나, 하늘과 바다에서 숨길 수 없는 냄새가 풍겨나지 않을 때도- 길을 찾을 수 있다. 독자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모른다. 자신의 소중한 보공나방이 ‘자기수용 동호회‘ 회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워런트는 이런 환상적인 감각을 연구하느라 신바람이 났겠구나. 천만의 말씀. 그 대신 그는 나에게 이런 농담을 건넨다. "자기감각magnetic sense이 보공에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아, 안돼‘라고 생각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자기수용 연구는 치열한 경쟁과 혼란스러운 오류로 오염되었으며, 자기감각 자체는 연구하고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모든 감각이 해결되지 않은 숙제를 안고 있지만 시각, 후각, 심지어 전기수용의 경우에는 ‘작동 메커니즘‘과 ‘관련된 감각기관‘이 대략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기수용은 그렇지 않다. 수십 년 전에 그 존재가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감각은 지금까지도 가장 불가사의한 감각으로 남아 있다. - P453

로만이 생각했고 1991년에 증명한 것처럼, 거북은 하나의 자기감각20(나침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가진 또 하나의 자기감각은 훨씬 더 인상적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것은 지자기장의 두 가지 속성과관련되어 있다. 첫 번째 속성은 기울기 지자기장 선이 지구 표면과만나는 각도-다. 지자기장 선은 적도에서 지면과 평행을 이루고, 자극magnetic pole에서는 수직을 이룬다. 두 번째 속성은 강도-자기장 강도의차이다. 기울기와 강도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며, 바다의 대부분 지점은 둘의 독특한 조합을 가지고 있다. 둘은 함께 위도와 경도처럼 좌표노릇을 하며, 지자기장이 해양 지도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로만이 나중에 발견한 것처럼, 거북은 그 지도를 읽을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로만과 그의 아내 캐서린 Catherine은 대서양으로 떠난자기 여행에서 붉은바다거북loggerhead 새끼들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그들을 긴 여정의 다양한 장소에서 경험하게 될 것과 동일한) 기울기와 강도에 노출시켰다. 놀랍게도 거북은 각 지점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환류내에 머물 수 있는 방향으로 헤엄쳤다. 이것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나침반과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지도를 모두 가지고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두 가지 감각을 모두 보유해야만 적절한 장소에서 방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거북의 이 같은 능력은 선천적인것이기 때문에 특히 인상적이다. - P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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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의 종류는 1400종이 넘는다. 모든 박쥐는 날아다니며, 대부분의 박쥐들은 반향정위를 한다. 반향정위는 우리가 지금까지 만난 감각과 다른데, 그 이유는 환경에 에너지를 투입하는 과정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눈은 스캔하고, 코는 킁킁거리고, 수염은 휘젓고, 손가락은 누르지만, 이러한 감각기관들은 항상 ‘더 넓은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자극‘을 포착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반향정위를 하는 박쥐는 먼저 자극을 생성하고 나중에 그것을 탐지한다. 소리가 없으면 메아리도 없다. 박쥐 연구자 제임스 시먼스 James Simmons가 나에게 설명했듯이, 반향정위는 주변 환경에 재주를 부림으로써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박쥐가 "마르코"라고 외치면, 주변의 사물들은 "폴로"라고 응답해야 한다. 박쥐가 말하면고요하던 세상이 맞장구치게 되는 것이다.
기본적인 원리는 간단하다." 박쥐의 울음소리는 주변의 모든 사물들에 퍼져나간 후 반사되고, 박쥐는 반사되는 부분을 탐지해 해석한다. - P376

그러나 박쥐는 자신의 외침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은 명백한 두번째 도전을 제기한다. 그들은 자신의 비명소리에 귀가 먹먹해지는 것을 회피해야 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자신의 부르짖음에 박자를 맞춰 중이 근육을 수축시킴으로써 청각을 둔감하게 만든다. 그러고는 메아리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청각을 회복시킨다. 좀 더 미묘하게, 박쥐는 목표물에 접근할 때 귀의 민감도를 조정할 수 있으므로, 실제로 아무리 큰 소리를 내더라도 일정한 음량으로 되돌아오는 메아리를 감지한다. 이것을 음향 이득 제어acoustic gain control라고 하며, 목표물에 대한 박쥐의 지각知覺을 안정화할 수 있다. - P378

여덟 번째로, 반향정위에는 (시각에는 해당 사항이 없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물체가 위장되지 않는 한, 눈은 배경에 놓인 물체를 포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음파 탐지기의 경우, 큰 배경에 놓인 작은 물체는 자동으로 위장된다. 예컨대 나방이 잎사귀 앞을 날거나 그 위에 앉아 있으면, 잎사귀의 강한 메아리가 나방의 약한 메아리를 삼켜버릴 것이다. 박쥐가 개발한 이 문제에 대한 몇 가지 해결책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큰귀박쥐 common big-eared bat의 솔루션이다. 그들은 음파 탐지기 하나만을 이용해, 나뭇잎 위에 (심지어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는 잠자리 등의 곤충을 족집게처럼 집어낼 수 있다. 이것은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신공이다. 잉아 예이펠Inga Geiped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박쥐는 ‘먹잇감을 향해 비스듬히 접근하며 초음파를 발사하는 놀라운 트릭을 사용한다. 그럴 경우, 나뭇잎에 비스듬히 부딪친 초음파는 멀리 튀어나가는 반면 곤충과 정면으로 충돌한 초음파는 박쥐 쪽으로 반사된다. 박쥐는 머리를 고정한 상태에서 곤충 앞에서 위아래로 맴돎으로써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한다. 처음에는 뭔가 흐릿하고 불명확한 것-가능한 먹잇감에 대한 가장 단순한 힌트-이 감지될 것이다.
하지만 위아래로 맴돌며 다양한 각도에서 정보를 수집하면 먹잇감의 모양이 점차 선명해지므로, 어느 순간부터 (곤충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불가능했던 일이 가능해진다. - P382

주변은 어둡고, 큰갈색박쥐인 당신은 배가 고프다. 나무와 그 밖의 큰장애물을 쉽게 감지할 수 있으므로, 당신은 그것들 사이로 쌩 하고 날아간다. 그러는 동안 곤충을 찾기 위해 공간을 가득 메운 공기 속으로 (강력하고, 드문드문하고, 좁은 음역의) 초음파를 발사한다. 대부분의 초음파는까마득히 멀리 사라지지만, 일부는 되돌아와 1시 방향에서 날고 있는 뭔가의 존재를 드러낸다. 혹시 나방? 목표물이 음파 탐지기의 원뿔형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당신은 머리와 몸을 차례로 돌린다. 지금쯤 목표물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당신의 인식은 여전히 흐릿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달라진다. 당신의 외침은 짧고 빨라지며, 음역이 넓어지면서 목표물에 대한 감각이 날카로워진다. 커다란 나방 한 마리가 날아가고 있다. 당신이 그 곤충을 제압할 때, 목구멍의 놀라운 근육은 최대한 빠른 초음파 펄스를 발사해 나방을 날카로운 초점에 고정시킨다. 심지어 꼬리를 이용해 입안에 넣는 동안에도, 나방의 머리 • 몸통 • 날개의 디테일은 풍부해진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이 단락을 읽을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당신은 이 모든 것을 성취한다. - P385

 앞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나방 종의 절반 이상이 박쥐의 음파 탐지기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고 있다. 그런 귀는 상당한 이점을 제공한다. 박쥐는 나방에게 갔다가 되돌아오는 메아리에 귀를 기울이지만, 나방은 처음 발사된 소리(즉 메아리보다 훨씬 더 강력한 원음原)를 탐지하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쥐는 9미터 이내에서 조그만 나방의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나방은 13~30미터 떨어진 곳에서 박쥐의 소리를 들을수 있다. 그들 중 상당수는 박쥐 소리가 들릴 때마다 회피, 맴돌기, 급강하를 함으로써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다. 다른 나방들은 심지어 말대꾸를 한다.
1만 1000종의 다양한 나방으로 구성된 불나방tiger moth은 옆구리에 한쌍의 드럼 같은 기관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이것을 진동시켜 초음파를 생성하는데, 이에 당황한 박쥐가 나방을 놓칠 수 있다. 때때로 이런 말대꾸는 경고색의 음향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불나방은 불쾌한 맛이 나는 화학물질을 가득 품고 있으므로, 박쥐에게 ‘나는 먹을 가치가없다‘고 알려주기 위해 말대꾸를 한다." 말대꾸 소리는 박쥐의 음파 탐지기를 교란할 수도 있다.  - P391

또한 돌고래는 은폐된 물체를 반향정위를 이용해, 마치 TV 화면으로보는 것처럼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이것은 명백한 위업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잠깐 멈추고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자. 돌고래는 물체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감각으로 번역될 수 있는정신적 표상을 구성한다. 그들은 소리-원래 풍부한 3차원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는 자극-로 그렇게 한다. 만약 당신이 색소폰 소리를 듣는다면 악기를 알아보고 그 음악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수 있지만, 소리하나만으로 물체의 모양을 예측하려면 요행수를 바라야 한다. 그러나 색소폰을 만져보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 확실한 감을 잡을 수 있다.
반향정위도 마찬가지다. 이 감각은 종종 ‘소리로 보는 것‘으로 기술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소리로 만지는 것‘이다. 그건 마치 돌고래가 ‘환상의 손‘을 뻗어 주변을 더듬는 것과 같다. - P397

또한 소리는 물체와 다게 상호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음파는 밀도의 변화가 있을 때 반사된다. 그런데 공중에서는 고체의 표면에서 튕겨 나오지만, 물속에서는 살(대부분 물과 비슷한 밀도를 가진다)을 관통하고 뼈와 기낭 같은 내부 구조에서 튕겨 나온다. 따라서 박쥐는 목표물의 외형과 질감만을 감지할 수 있지만, 돌고래는 그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만약 돌고래가 당신에게 음파를 발사한다면 당신의 폐와 골격을 감지할 것이다. 심지어 참전용사의 총알 파편과 임신부의 태아를 감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주요 먹이인 물고기의 부레-부력을 제어하는 기관-를 골라낼 수도 있으며, 부레의 모양에 따라 상이한 종들을 거의 확실히 구별할 수 있다. 그리고 물고기 안에 금속 갈고리 같은 이물질이 들어 있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하와이에서 범고래불이는 종종 낚싯줄에 걸린 참치를 훔쳐가곤 해요. 그런데 그들은 물고기의 몸속에서 낚싯바늘이 있는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요"라고 돌고래를 연구하는 아우데 파치니 Aude Pacini가 말한다. "우리는 엑스레이 촬영기나 MRI(자기공명영상) 스캐너 같은 장비에 의존해야 하지만, 그들은 그냥 ‘볼‘수 있어요." - P401

1951년 리스만은 전극을 사용해, 칼고기가 꼬리의 기관에서 지속적인 전기장을 생성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물보다 전기 전도성이 높거나 낮은 물체가 있으면, 그 물체가 칼고기의 전기장을 왜곡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그러한 왜곡을 감지함으로써, 칼고기는 그것을 초래한 모든 것을 탐지할 수 있을 터였다." 리스만과 그의 동료 켄매친Ken Machin은 이 능력의 한계를 조사해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약간의 훈련을 받은 후, 칼고기는 ‘단열 유리 막대가 들어 있는 점토‘와 ‘비어있는 동일한 점토‘를 구별할 수 있었다. 심지어 순도가 다른 다양한 혼합액을 구별할 수도 있었다. 그것은 필시 인간이 가진 어떤 감각과도 다른 전기감각일 터였다. 리스만과 매친은 1958년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이를 계기로 ‘이상한 새로운 감각‘이 수십 년 만에 두 번째로 공식 문서에 등장했다. 불과 14년 전, 도널드 그리핀은 박쥐의 음파 탐지기를 기술하기 위해 반향정위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적절하게도, 전기어의 ‘동등하게 이상한 능력‘은 능동적 전기정위 active electrolocation로 알려지게되었다(왜 ‘능동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까? 그 이유는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자.
물고기의 꼬리에 있는 전기기관은 작은 배터리와 같다. 스위치를 켜면 동물을 에워싸는 전기장이 생성되어, 전기기관의 한쪽 끝에서 다른쪽 끝으로 (물을 통해) ‘전류가 흐른다. 근처의 도체 conductor 이를테면 동물(동물의 세포는 본질적으로 ‘소금물 봉지‘다)는 전류의 흐름을 증가시키고, 부도체 non-conductor-이를테면 암석-는 그것을 감소시킨다. 이러한 변화는 물고기 피부의 다양한 부분의 전압에 영향을 미친다. 물고기는 전기수용체라는 감각세포를 사용해 이러한 차이를 탐지할 수 있다. 검은유령칼고기는 1만4000개의 전기수용체가 전신에 흩어져 있어, 이것들을 이용해 주변 물체의 위치, 크기, 모양, 거리를 알아낸다. 시력을 가진 사람들이 망막에 비치는 빛의 패턴으로 세상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처럼, 전기어는 피부를 가로지르며 춤추는 전압의 패턴으로 주변 환경의 전기적인 이미지를 만든다. 도체는 그 위에서 밝게 빛나고, 부도체는 전기적인 그림자를 드리운다. - P421

능동적 전기정위는 항상 노력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반향정위와 유사하다. 다른 감각들의 경우, 능동성은 선택 사항이다. 코는 킁킁거리고, 눈은 바라보고, 손은 쓰다듬을 수 있지만, 이런 감각기관들은 자극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 반향정위를 하는 박쥐와 전기정위를 하는 물고기는 기다릴 수가 없다. 둘 다 자신이 탐지하는 자극을 생성해야한다. 그러나 반향정위와 전기정위 사이에는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있으니, 전기장은 이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감각은 움직이는 자극에 의존한다. 냄새 분자, 음파, 표면 진동, 심지어 빛까지도 예외없이 원천에서 수신자에게로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전기장의 경우, 칼고기가 전기기관을 작동할 때마다 그의 주변에 즉시 형성된다. 박쥐는 메아리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칼고기는 기다릴 필요가 없다. 전기정위는 즉각적인 감각이다.
전기정위는 또한 전방위적이다. 전기어의 영역은 모든 방향으로 확장되기 때문에, 그들의 인식도 확장된다. 내가 본 검은유령칼고기와 한스리스만을 사로잡은 아프리카칼고기가 후방의 장애물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물고기들은 한 번에 몇 미터씩 뒤로 헤엄칠 수 있다. ‘뒤로 5미터 걷는다고 상상해보세요." 포춘이 나에게 말한다. ‘당신은 할 수 없겠지만 전기어는 할 수 있어요." -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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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은 이렇게 말한다. "참되고 올바른 식견은 진실로 옳다고 여기는 것과 그르다고 여기는 것 중간에 있다." <낭환집 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참되고 올바른 식견이란 천지자연 및 우주만물과 인간의 관점과 인식 사이의 중간 지점, 즉 대상과 작자의 사이와 경계가 분리되고 통합되는 어느지점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박지원조차도 참되고 올바른 식견이 존재하는 중간 지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다만 그 중간 지점이란 결코 절대적이고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것이라는 이치만을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까닭에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은 틀렸다는 극단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견해의 다양한 전환과 관점의 무궁한 변환만이 참되고 올바른 식견이 존재하는 중간 지점에 접근할 수있는 유일한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P58

정신이 맑을 때 한 송이 꽃과 한 포기 풀과 한 덩어리 돌과 한 사발물과 한 마리 새와 한 마리 물고기를 조용하게 관찰한다. 즉시 가슴속에 연기가 무성하게 피어오르고 구름이 가득 일어난다. 마치 기분 좋게 스스로 깨달은 것이 있는 것 같다가 다시그곳을 깨달아 알려고 하면 도리어 아득해지고 만다.

-돈오점수(頓惡漸修)와 돈오돈수(頓惡頓修)라는 말이 있다.돈오점수는 단박에 깨치고 점진적으로 닦는다는 말이다. 깨달음을 얻은 다음에도 계속해서 수행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돈오돈수는 단박에 깨달음을 얻고 단박에 닦는다는 뜻이다. 단박에 깨달음을 얻어 더 이상 수행할 것이 없는 경지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전자가 깨달음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기때문에 계속해서 수행을 해야 한다는 말이라면, 후자는 한번의 깨달음만으로도 수행이 완성된다는 말이다.
여기서 어느 쪽이 옳은지 판정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 같다.
다만 깨달음을 진리의 문제로 옮겨와 생각해 보면, 누군가단 한 번의 깨달음으로 인간 세계와 우주 만물의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면 필자는 그에게 사기꾼이라고실컷 욕을 퍼부을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안다고 말할 때, 동시에 그 안다는 것 밖에는 필연적으로 우리가 모르는 것이존재하게 된다. 즉, 앎이란 안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이 끝없이 돌고 도는 것이다. 누구나 앎과 진리와 깨달음을 향해 무한히 나아갈 수 있을 뿐 그 끝은 알 길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앎과 진리와 깨달음이란 시작과 끝을 알 수없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 꽃과 풀과 돌, 물과 새와 물고기를 관찰해 만물의 이치를 자득했다가도, 다시 스스로 터득한것을 이해하려고 하면 오히려 아득해지고 만다는 이덕무의말은 앎과 진리와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 인식의 한계를 진솔하게 표현한 것이다. 세상의 진리를 모두 알고 천하의 이치를 모두 깨달았다고 떠들어 대는 것은 지적 사기꾼들의 허풍에 불과하다. 이덕무의 말과 사기꾼의 허풍 중 어떤것이 더 가치 있겠는가? - P68

천리마의 한 오라기 털이 하얗다고 해서 미리 그 천리마가 백마라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온몸에 있는 천만개의 털 중에서 누런 털도 있고 검은 털도 있을지 어찌 알겠는가. 이러한 이치로 보건대, 어찌 사람의 한 가지 면만을 보고 그의 모든 것을 판단하겠는가.

- 일반화의 오류란 부분을 갖고 전체인 양 착각하는 잘못을 말한다. 사물의 일부나 단면을 두고서 모든 것이 그렇다고 지레 짐작하기 때문이다. 박지원 역시 <능양시집 서문>이라는 글에서 까마귀의 비유를 통해 일반화의 오류를 통쾌하게 반박한다. "까마귀를 보라. 세상에 그 깃털보다더 검은 것은 없다. 그러나 홀연히 유금(乳金)빛이 번지기도하고 다시 초록빛을 반짝거리기도 하고, 해가 비치면 자줏빛이 튀어 올라 번득이다가 비취색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러면내가 그 새를 두고 푸른 까마귀라 해도 좋을 것이고, 붉은 까마귀라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본래부터 그 새에게는 일정한 빛깔이 존재하지 않는데, 먼저 내가 눈으로 빛깔을 정했을 뿐이다. 어찌 눈으로만 결정했겠는가? 보지 않고도 마음속으로 먼저 그 빛깔을 정한다." 획일성이 아닌 다양성의 눈과 마음을 갖추고 세상 만물과 우주 자연의 이치와 조화를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백마를 백마라고 단정하지 말라"는 이덕무의 말은 꽃을 ‘붉을 홍(洪)‘이나 까마귀를 ‘검을 흑(黑)‘ 한 글자로 가두어서는 안 된다는 박제가와 박지원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 P82

‘무위도식(無爲徒食)‘과 ‘무위지치(無爲之治)‘라는 말이 있다. 모두 무위를 말하지만, 전자는 무위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나쁜 행위라고 하는 반면 후자는 무위야말로 인간이 도달해야 할 궁극의 진리라고 한다. 같은 말을 갖고 어찌 이리도 다르게 사용한단 말인가?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도록 말까지 제멋대로 써먹고 있기 때문이다. 천하를 다스리는권력을 쥐고 있는 자신들의 무위는 지극히 높고 바른 것이지만, 자신들을 위해 피땀 흘려 일해야 할 자들의 무위는 결코용납되어서는 안 될 천하의 몹쓸 짓으로 만들어 놓은 셈이다. 이러한 까닭에 무위지치는 최선의 용어가 된 반면 무위도식은 최악의 용어가 되었다.
그러나 만약 무위지치가 최선이라면 무위도식 역시 최선이며, 무위도식이 최악이라면 무위치 역시 최악이다. 어째서누구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에서 지극한 즐거움을 누리고, 누구는 피땀 흘려 일하는 것에서 지극한 즐거움을 누려야 한단 말인가? 사람은 누구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에서지극한 즐거움을 누릴 권리가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것은 이익과 명예와 권세와 출세를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다. 카를 마르크스(Karl Marx)의 사위이기도 한 폴 라파르그(Paul Lafargue)의 말처럼, 인간에게는 천부적으로 ‘게으를 권리‘가 있다. 다시 말해 자신이 하고싶지 않은 일이나 좋아하지 않는 일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자본가의 이익을 위해 기계처럼 일하다 폐기되는 것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권력의 도구가 되어 뼈 빠지게 일하다가 버려지는 것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그렇다면 거부의 전략이 무엇인가? 그게 바로 무위도식이다. 흔히 일하지 않고 놀고먹는 것을 사람들은 무위도식한다고 오해하지만 그렇지 않다. 누군가 일하지 않고도 돈을 벌어 온다면, 세상 누구도 그를 무위도식한다고 비난하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열심히 일하는 데도 돈을 벌어 오지못하면, 세상 사람들은 그를 무위도식한다고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며 조롱한다. 사실은 일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돈을 벌어 오느냐 벌어 오지 않느냐에 따라 다른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뭐 이따위 용어가 있단 말인가? 돈과 권력을위해 일하지 말라. 그저 자신이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을 위해 일하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무위의 지극한 즐거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게으를 수 있는 권리를 향유하려면 오히려 무위도식하는 삶을 긍정하고 창조해야 한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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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많은 세월이 지난 뒤, 총살형 집행 대원들 앞에 선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아버지에 이끌려 얼음 구경을 갔던 먼 옛날 오후를 떠올려야 했다. 그 당시 마콘도는 선사시대의 알처럼 매끈하고, 하얗고, 거대한 돌들이 깔린 하상(河床)으로 투명한 물이 콸콸 흐르던 강가에 진흙과 갈대로 지은집 스무 채가 들어서 있는 마을이었다. 세상이 생긴 지 채 얼마 되지 않아 많은 것이 아직 이름을 지니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지칭하려면 일일이 손가락으로 가리켜야만 했다. - P11

사물의 이면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은 동양적인 눈빛에, 슬픈 분위기에 둘러싸인 침울한 표정을 지닌 남자였다. 그는 활짝 펼쳐진 까마귀 날개처럼 커다란 검은모자를 쓰고, 수세기의 녹청(綠靑)이 끼어 우중충해진 벨벳조끼를 입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무한한 지식과 신비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어떤 인간적인 부담과 자신을 일상의 자질구레한 문제에 얽매이게 만드는 삶의 조건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늙어 가는 고통에 대해 불평했고, 가장 하잘것없는 경제적 궁핍을 겪고 있었으며, 괴혈병으로 이가 다 빠져 버렸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웃는 것도 그만두었다. 그가 자신에 대한 비밀을 털어놓았던 어느 찌는 듯한 정오에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자기와 그 사이에 위대한 우정이 싹트기 시작했다는 확신을 가졌다. 아이들은 멜키아데스가 들려주는 신비로운 이야기에 감탄했다. 그 당시 다섯 살밖에 안된 아우렐리아노는, 그날 오후의 더위로 녹아 내린 기름기가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가운데 깊은 어둠에 둘러싸인 상상의 세계를 오르간 소리처럼 깊이 있는 목소리로 밝히면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쨍쨍한 햇빛을 받으며 앉아 있던 멜키아데스의 모습을 평생 기억해야 했다. 아우렐리아노의 형 호세 아르카디오는 그 경이로운 이미지를 마치 유전시켜야 할 기억이나 되는 듯 자신의 모든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했다.  - P19

그때 온 집시들은 새로운 집시들이었다. 그들은 자기 나라 말밖에 할 줄 모르는 젊은 남녀들로서, 매끄러운 피부와 고운 손은 아름다움의 표본이었다. 그들의 춤과 음악은 이탈리아 아리아를 부르는 온갖 색깔의 앵무새, 탬버린 소리에 맞춰 황금 알을 백여 개나 낳는 암탉, 남의 생각을 알아맞추는 훈련된 원숭이, 동시에 단추를 달기도 하고 몸의 열을 내려 주기도 하는 만능 기계, 나쁜 기억을 잊게 해 주는 기구,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해 주는 고약, 그 외에 수천 개에 이르는 독창적이고 기이한 발명품들과 더불어 거리를 왁자지껄한 즐거움의 도가니로 만들어 버려, 호세 아르카디오가 그 모든 것을 다기억할 수 있는 기억 장치를 발명하고 싶어 했을 정도였다. 그것들은 순식간에 마을을 뒤바꿔 버렸다. 왁자지껄 인산인해를 이루는 장터로 정신이 멍해진 마콘도 주민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갑자기 길을 잃고 헤맸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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