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감각기관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감각기관의 임무는 주변의 자극을 수집하는 것인데, 대부분의 자극은 동물의 신체조직에의해 왜곡되기 때문에, 감각기관은 거의 항상 환경에 직접 노출되거나 동공이나 콧구멍 같은 개구부를 통해 환경과 연결된다. 이러한 개구부들은 큰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방울뱀의 구멍, 상어의 로렌치니 팽대부, 물고기의 측선이 무엇을 감지하는지 알아내기 훨씬 전에, 과학자들은 그것들이 감각기관임을 인식했다. 그러나 자기수용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단서를 가지고 있지 않다. 자기장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않고 생체 물질을 통과할 수 있어서, 자기장을 감지하는 세포-자기수용체 magnetoreceptor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기수용체는 동공과 구멍 같은 개구부나 렌즈와 귓바퀴 같은 초점 조절 구조가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그것은 머리, 발가락, 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느 부위든 존재할 수 있다. 그것은 살 속 깊숙이 파묻혀 있을 수있으며, 심지어 감각기관에 집중되지 않고 다양한 신체부위에 흩어져있을 수도 있다. 그것은 주변 조직과 구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손케 욘센의 말을 빌리면, 그것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바늘 더미 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을 수 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자기수용은 알려진 센서가 없는 유일한감각으로 남아 있다. - P464
2000년, 슐텐과 그의 제자 토르스텐 리츠Thorsten Ritz는 ‘명금류의 나침반이 크립토크롬에 의존한다‘는 주장이 담긴 논문을 발표했다. 그것은 판도를 뒤집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리츠 덕분에, 마침내 생물학자들이 슐텐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또한 생물학자들에게 구체적인 연구 대상-그들이 연구할 수 있는 실제 분자을 제공했다. 실험에 실험을 거듭한 끝에, 연구자들은 슐텐의 예측을 다수 확인했다. 예컨대 빌치코는 명금류의 나침반이 실제로 빛 특히 청색광 또는녹색광에 의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탐조가에서 생물학자로 전향했고, 현재 자기수용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 하나인 덴마크의 헨리크 모리첸Henrik Mouritsen‘도 ‘자기수용에 있어서 빛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그는 달빛이 비치는 방에 유럽울새와 정원솔새를 넣고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했다. 새들이 추군루에를 보이기시작했을 때, 모리첸은 특별히 활성화된 영역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그들의 뇌를 살펴보았다. 그는 하나의 영역을 발견했는데, ‘클러스터 N‘으로 알려진 그것은 뇌의 맨 앞에 위치하며, 이주성 명금류(비이주성 명금류는 아님)가 여행하는 야간(여행하지 않는 주간에는 아님)에 나침반으로 방향을 잡을 때만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러스터 N은 새 뇌의 자기 처리 중추인 것 같다. 그리고 분명히 그것은 뇌의 시각중추의 일부이기도 하다. 클러스터 N은 망막에서 정보를 얻으며, 눈가리개가 제거되고 주변에 약간의 빛이 있는 경우에만 활성화되어 윙윙거린다." "이것은 광의존성 light-dependent 라디칼 쌍의 개념을 뒷받침하며,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 중 하나예요"라고 모리첸이 나에게 말한다. - P469
이러한 일련의 증거들은 놀라운 결론을 암시한다. 명금류는 지구의자기장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자기장은 아마도 통상적인 시야에 부가되는 미묘한 시각신호라는 것이다. 이것은 광의존성 라디칼 쌍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이지만, 새에게 물어볼수 없으니 확인할 길이 없어요"라고 모리첸이 말한다. 아마도 날아다니는 유럽울새는 언제나 북쪽 방향에서 하나의 밝은 점을 볼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풍경 위에 칠해진 음영의 그러데이션을 볼지도 모른다. "우리는 세 장의 그림을 가지고 있어요. 설사 세 장이 모두 틀리더라도, 그것들은 ‘새들이 무엇을 볼 수 있는지‘를 상상하는 데 도움이 돼요." 라디칼쌍 아이디어가 가장 그럴듯해 보이지만." 세 가지 가설-자철석, 전자기 유도, 라디칼 쌍- 모두 타당성이 있다. "하나 이상의 메커니즘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라고 키스는 말한다. - P470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라디칼 쌍 설명이 그토록 많은 관심을 끌게된 이유 중 하나는 이것 때문인지도 모른다. 비록 복잡하지만, 라디칼 쌍 설명은 자기수용을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감각인) 시각의 영역으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나침반을 자주 언급하는데, 그 이유는 추상적인 자기 세계로 들어가는 친숙한 관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침반의 메타포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나침반은늘 북쪽을 가리키며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다. 그러나 손케 욘센, 켄 로만, 에릭 워런트에 따르면, 생물학적 나침반은 본질적으로 소란스럽다." 즉 지구의 자기장이 너무 약하기 때문에, 지자기장에 대한 정확하고 즉각적인 판독 값을 얻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다. 동물은 장기간에 걸쳐 자기수용체에서 나오는 신호의 평균을 유지해야할 수도 있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자기수용은 느리고 번거롭고 매우 역설적이다. 그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만연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극 중 하나-지자기장-를 탐지하지만, 본질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방식으로그렇게 한다. 이쯤 되면 그렇게 많은 자기수용 연구 결과가 재현되기 어려운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동일한 최우수 연구를 두 번 이상 반복해도 일관된 결과를 얻기가 정말 어려울 수 있어요"라고 워런트는 나에게 말한다. 불규칙하게 흔들리는 자신의 나침반에서, 한 동물이 올바른 방향을결정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5분이 걸린다고 가정해보자. 실험자가 그 동물을 자기장에 노출시키고 1분 후 반응을 기록한다면, 그결과는 중구난방이 될 것이다. 나는 이 시간적 창을 임의로 선택했지만, 내 말의 요점은 ‘우리가 올바른 창을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거의 즉각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시각이나 청각 같은 감각에 익숙하다. 아마도자기수용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을 텐데, 우리는 그것이 작동하는 시간범위 timescale를 알지 못한다. 그것을 모르거나, 알아내야 한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면 좋은 실험을 설계하기가 어렵다. 내가 서론에 적었듯이, 과학자의 데이터는 ‘그가 던진 질문‘의 영향을 받고, 그의 질문은 ‘그의 상상력‘에 의해 조종되고, 그의 상상력은 ‘그의 감각‘에 의해 제한된다. 우리 자신의 환경세계의 경계는 다른 동물의 환경세계를 이해하는 우리의 능력을 불투명하게 만든다. 자기수용의 소란스럽고 불규칙한 특성은, 어떤 동물도 자기수용에만 의존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수도 있다. 즉 그들은 시각과 같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감각‘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자기수용을 ‘예비 감각‘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만약 당신이 이주하는 동물이라면, 완전히 길을 잃지 않는 한, 자기수용은 아마도 가장 덜 중요한 감각일 거예요"라고 키스는 말한다. 자기신호가 없을 때, 보공나방은 밤하늘의 별 패턴을보며 비행할 수 있다. 난생처음 바다에 들어갈 때, 새끼 거북은 자기장을 무시하고 파도의 방향에 의존한다. - P475
하나의 전략으로 모기를 유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은 한 가지감각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그들은 복잡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수많은 단서를 사용한다. 모기와 관련된 주요 단서인 열만 해도 그렇다. 그들은 온혈 숙주의 체온에 끌리지만, 이산화탄소 냄새를 맡았을 때만 그렇다. 보셜의 제자인 몰리 리우 Molly Liu가 모기를 방에 넣고 네 개의 벽 중 하나를 천천히 가열했더니, 대부분의 모기들은 벽의 온도가 사람의 체온에 도달했는데도 감감무소식이었다. 하지만 리우가 이산화탄소 스프레이를 한번 뿌렸더니, 모기들은 뜨거운벽에 몰려들어 계속 머물렀다. 요컨대 이산화탄소가 없을 때 열은 ‘역겹고 위험하다‘는 신호다. 그에 반해 이산화탄소가 있을 때, 열은 ‘매력적이고 먹을 만하다‘는 신호다. 보셜은 여전히 ‘인간을 모기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지만, 그러려면 후각, 시각, 열 감각, 미각등 여러 가지 감각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 P482
서로 보완하는 것을 넘어, 몇 가지 감각이 결합될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상이한 감각들이 경계를 넘어서는 것을 경험하는데, 이를 공감각 synesthesia이라고 한다. 어떤 공감각자에게는 소리에 질감이나 색깔이 있을 수 있고, 어떤 공감각자에게는 단어에 맛이 있을 수 있다. 이 지각적번짐 perceptual blurring은 인간에게는 특별하지만 어떤 생물들에게는 표준이다. 예컨대 오리너구리의 ‘오리 같은 주둥이‘에는 ‘전기장을 탐지하는 수용체‘와 ‘접촉에 민감한 수용체‘가 각각 존재한다." 그러나 뇌에서는 전자의 신호를 받는 뉴런이 후자의 신호도 받는다. 그렇다면 오리너구리는 전기촉각adecrotouch이라는 단일감각을 보유하고 있어서, 먹이를찾아 잠수할 때 가재가 일으키는 수류를 감지하기 전에 전기장을 탐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부 연구자들은 "오리너구리가 두 가지 신호의시간차를 이용해 ‘가재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판단한다"고 제안했다. 우리가 번개와 천둥 사이의 간격을 이용해 폭풍우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편 모기는 온도와 화학물질 모두에 반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뉴런을 가지고 있다. 나는 레슬리 보셜에게 묻는다. "그렇다면 모기가 체온을 맛볼 수 있다는 뜻인가요?"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세상을 감지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촉각과 후각과 시각을 분리하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모든 것이 매우 깔끔하겠죠. 하지만 동물계를 더 많이 살펴볼수록, 하나의 세포가 몇 가지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는 사례가 더 많이 발견돼요." 예컨대 개미를 비롯한 곤충들의 더듬이는 후각기관인 동시에 촉각기관이다. 1910년, 곤충학자인 윌리엄 모턴 휠러 William MortonWheeler는 "개미의 뇌에서 후각과 촉각이 융합되어 하나의 감각을 생성하는 것 같다"라고 썼다. 그는 ‘우리의 손끝에 섬세한 코가 있다고 상상해보라‘고 제안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우리가 길의 좌우에있는 물체를 만지며 이동한다면, 우리의 환경은 형상화된 냄새로 구성된 것처럼 보일 것이며, 우리는 ‘구형 냄새‘, ‘삼각형 냄새‘, ‘뾰족한 냄새‘라는 말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의 정신 과정은 ‘시각적(즉색깔) 형태의 세계‘에 의해 결정되지만, 그렇게 되면 주로 ‘화학적 구성chemical configuration의 세계‘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 P486
동물이 움직일 때 그들의 감각기관은 두 종류의 정보를 제공한다. 하나는 세상에서 일어난 일이 생성한 외부 구심성exafference 신호이고, 다른 하나는 동물 자신의 행동이 생성한 재구심성reafference 신호다. 나는 아직도 이 둘의 차이점을 기억하느라 애를 먹고 있는데, 만약 당신도 그렇다면, 타자의 생성물과 자아의 생성물로 생각할 수 있다. 나는 내 책상에서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나뭇가지를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외부 구심성신호이고 타자의 생성물이다. 그러나 나는 그 나뭇가지를 보기 위해 왼쪽을 쳐다봐야 한다. 그 순간 갑자기 거스르는 움직임으로 인한 빛의 패턴이 내 망막을 스쳐 지나가는데, 그것은 재구심성 신호이고 자아의 생성물이다. 모든 동물은 각각의 감각에 대해 이 두 가지 신호를 구별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애로사항이 있다. 감각기관의 관점에서 볼 때 두가지 신호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 P488
이건 너무나 근본적인 문제여서, 매우 다른 생물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해결해왔다. 동물이 움직이기로 결정하면, 동물의 신경계는 운동명령-근육에게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일련의 신경 신호을 내린다. 그러나 이 명령은 근육으로 가는 도중에 복제되며, 그 사본은 감각계로전달되어 ‘의도된 움직임의 결과‘를 시뮬레이션하는 데 사용된다. 움직임이 실제로 일어날 때, 감각은 이미 ‘동물이 경험하게 될 자아의 생성물(재구심성 신호)‘을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예측을 현실과 비교함으로써, ‘어떤 신호가 실제로 외부 세계에서 오는지‘를 알아내고 그것에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 모든 일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며, 직관적이지는 않지만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다. 감각에 의해 탐지된 정보는 항상 자아의 생성물(재구심성)과 타자의 생성물(외부 구심성)의 혼합물인데, 동물들은 자신의 신경계가 끊임없이 전자를 시뮬레이션하기 때문에 둘을 구별할 수 있다. - P489
과학자들은 (동반방출을 이용해 전기감각을 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진) 코끼리고기를 연구함으로써 동반방출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10장에서 보았듯이, 코끼리고기는 세 종류의 전기수용체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수용체는 코끼리고기 자신의 전기 펄스를 탐지하고, 두 번째 수용체는 다른 코끼리고기의 의사소통 신호를 탐지한다. 그리고 세 번째 수용체는 잠재적인 먹이가 생성하는 약한 전기장을 탐지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수용체는 물고기 자신의 전기 펄스를 무시하는 경우에만 작동하는데, 그들은 동반방출을 통해 그렇게 한다. 동반방출은 전기기관이 작동할때마다 생성되며, 물고기 자신의 펄스를 무시하기 위해 두 번째와 세 번째 수용체로부터 신호를 받는 뇌 영역을 준비시킨다. 이런 식으로 코끼리고기는 ‘잠재적인 먹이가 수동적으로 생성하는 신호‘와 ‘다른 전기어가 능동적으로 생성하는 신호‘와 ‘자신이 능동적으로 생성하는 신호‘를구별할 수 있다. "전기어는 예외적인 생물이지만, 거의 모든 동물은 이와 다소 비슷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어요"라고 브루스 칼슨은 나에게말한다. 동반방출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간질일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당신은 꿈틀거리는 손가락이 생성하게 될 감각을 자동으로 예측해, 실제로 느끼는 감각을 상쇄한다. 당신의 안구가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지만 시야가 안정적인 것도 동반방출 때문이다. - P491
일부 과학자들은 조현병이 근본적으로 동반방출 장애라고 제안했다. 이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내면의 말‘과 ‘주변의 목소리‘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환각과 망상을 경험할 수 있다. 타인과 자신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조현병의 이상한 증상 중 일부(예: 자신을 간질이는 능력)를 설명할 수도있다. 조현병을 앓는 코끼리고기가 자신의 분비물을 다른 물고기들의 분비물과 구분하지 못할 수도있지 않을까? "확실히 가능해요"라고 칼슨이 나에게 말한다. "극적으로 혼란스러운 행동이 예상돼요." - P492
문어의 중추신경계에는 약 5억 개의 뉴런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다른 모든 무척추동물들을 압도하며 작은 포유동물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 뉴런들 중에서 3분의 1만이 문어의 머릿속, 즉 중앙 뇌와 (눈에서 입력된 정보를 받는) 인접한 시신경엽 안에 위치한다. 그리고 나머지 3억 2000만 개의 뉴런은 여덟 개의 팔 안에 있다. 각각의 팔은 크고비교적 완전한 신경계를 보유하고 있으며, 팔 상호 간의 소통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로빈 크룩은 언젠가 이렇게 썼다. "그렇다면 문어는 사실상 아홉 개의 뇌를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뇌가 독자적인 의제를가지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각 팔에 있는 300개의 빨판도 어느 정도 독립적이다. 일단 뭔가와 접촉하면, 빨판은 흡착기 같은 모양으로 바뀐 다음 흡인력을 발휘해 달라붙는다. 한편 빨판은 가장자리에 있는 1만 개의 기계수용체와 화학수용체를 동원해, 물체에 달라붙음과 동시에 만지고 맛을 본다." 우리의 혀는 풍미 flavor와 입맛mouthfeel (음식물을 섭취할 때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이나 촉감 등을 의미한다-옮긴이)을 별개의 특성으로 인식하지만, 빨판의배선을 감안할 때 문어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문어의 미각과 촉각은 아마도 ‘불가분의 관계‘로 융합되어 있을 거예요. 마치 공감각처럼 말이에요"라고 그라소는 말한다. 느껴지는 맛이나 질감에 따라, 빨판은 물체에 계속 달라붙어 있을 수도 있고 물체에서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 그리고 300개의 빨판은 제각기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모든 빨판이 자체적인 미니 뇌-빨판신경절sucker ganglion- 이라고 불리는 전용 뉴런 군집 dedicated cluster of neuron- 를 하나씩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부들은 종종 ‘문어의 몸에서 분리된 팔‘들을 목격하는데, 이 팔들이 물고기의 옆구리에 달라붙지만 (동일한 문어의) 다른 팔에는 절대 달라붙지 않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빨판의 독립성은 명백해 보인다. - P495
‘문어의 뇌가 하는 일‘을 설명할때 선택지를 들먹이는 것은 난센스다. 여덟 개의 팔이 각자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대부분이고, 어쩌다 한 번씩 거중조정 차원에서 넛지nudge (넛지는 원래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이다.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법학자 캐스 선스타인은 <넛지>에서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넛지를 새롭게 정의했다. 옮긴이)를 행사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어는 두 개의 독특한 환경세계 ‘팔의 세계‘와 ‘머리의 세계‘를 가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팔은 미각과 촉각에 의존하고, 머리는 시각에 의해 지배된다. 의심할 여지없이 두 세계 사이에 약간의 혼선이 있겠지만, 그라소는 ‘머리와 팔 사이에서 교환되는 정보‘가 단순할거라고 생각한다. 동물의 몸을 ‘감각 창이 있는 집‘에 비유한 웍스의 은유를 확장하면, 문어의 몸은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다. 즉 건축양식이 완전히 다른 ‘두 채의 연립주택‘과, 그 사이에 자리 잡은 ‘작은 쪽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 P498
수 세기에 걸친 노력을 통해 사람들은 다른 종의 감각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만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우리는 그 세계를 뒤엎었다. 우리는 지금 인류세 Anthropocene 인류의 행위에 의해 정의되고 지배되는 지질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함으로써 기후 변화를 야기하고 바다를 산성화했으며, 대륙을 넘나들며 야생동물을 뒤섞고 토착종을 침입종으로 대체했다. 우리는 일부 과학자들이 생물학적 절멸"의 시대라고 부르는 것을 촉발했는데, 이는 선사시대의 5대 대멸종 사건에 필적한다.‘ 그에 더해, 뜻있는 사람들을 낙담하게 만드는 생태적 죄악의 치부책을 들여다보면, 쉽게 평가할 수 있음에도 종종 간과되는 죄명이 눈길을 끈다. 그것은 바로 감각 오염이다. 다른 동물의 환경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며 그것을 이해하는 대신, 우리는 인위적인 자극으로 동물들을 괴롭히며 우리의 환경세계 안에 살도록 강요했다. 우리는 밤을 빛으로, 고요함을 소음으로, 토양과 물을 낮선 분자로 가득 채웠다. 우리는 동물들의 주의를 ‘실제로 감지해야 하는대상‘으로부터 분산시키고, 그들이 의존하는 신호를 익사시키고, 나방을 불길 속으로 유인하듯 그들을 감각덫으로 유인했다. - P506
심지어 바다에도 그 나름의 소리가 있다. 자크 쿠스토 Jacques Cousteau는 한때 바다를 ‘고요한 세계‘로 묘사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그것은 자연적으로 부서지는 파도 소리, 부는 바람 소리, 부글부글 끓는 열수분출구 소리, 갈라지는 빙산 소리로 가득 차 있는데, 이 모든 소리는 공기 중에서보다 수중에서 더 멀리 운반되고 더 빠르게 이동한다. 해양동물도 이에 가세한다. 고래는 노래하고, 두꺼비는 웅웅거리고, 대구는 으르렁거리고, 턱수염바다물범bearded scal은 떨리는 소리를 낸다. 커다란 집게발이 만들어내는 충격파로 지나가는 물고기를 기절시키는) 수천 마리의 딱총새우snapping shrimp들이 산호초를 ‘지글거리는 베이컨‘ 소리나 ‘우유를 튀기는라이스 크리스피‘ 소리로 가득 채운다. 이러한 음향풍경 중 일부는 인간이 바다의 거주자들을 그물로 잡고, 갈고리로 낚아채고, 작살로 찌름에따라 소거되었다. 다른 자연적 소음들은 우리가 추가한 소음에 파묻혔다. 해저를 훑는 그물이 만든 긁힌 자국, 석유와 가스를 탐사하는 시추기의 스타카토 진동, 군사용 수중 음파 탐지기의 초음파, 그리고 이 모든 소동에 대한 보편적 반주 backing track로서 선박 소리. - P519
우리의 영향력이 본질적으로 파괴적인 건 아니지만 종종 주변 환경을 균일화 homogenizing 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감각 공습을 견디지 못하는 ‘민감한 종‘을 몰아냄으로써, 우리는 ‘더 작고‘ ‘덜 다양한 개체군만을 남겨둔다. 우리는 경이로울 만큼 다양한 동물의 환경세계를 탄생시킨 굴곡진감각풍경을 평평하게 만든다. 동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호수를 생각해보자. 한때 이곳은 500종이 넘는 시클리드cichlid 물고기의 고향이었고, 거의 모두가 다른 곳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종이었다. 그 비범한 다양성은 부분적으로 빛 때문에 생겨났다. 호수의 깊은 곳에는 황색광이나 주황색광이 풍부한 반면, 얕은 곳에는 청색광이 풍부했다. 이러한 차이는 토종 시클리드의 눈에 영향을 미쳤고, 결과적으로 짝 선택을 좌우했다. 진화생물학자 올레 시하우젠Ole Schansen 은 ‘깊은 물에 사는 암컷 시클리드는 더 붉은 수컷을 선호하는 반면, 얕은 물에 사는 암컷은 더 푸른 수컷에 시선을 고정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발산된 기호 diverging penchant가 물리적 장벽처럼 작용해, 시클리드를 다양한 색깔과 형태의 스펙트럼으로 나눴다. 빛의 다양성이 시각, 색상, 그리고 종의 다양성을 이끌어낸 것이다. 그러나 지난 세기 동안농장, 광산, 하수에서 흘러나온 유거수流去水(지표면을 따라 흐르는 물-옮긴이)가 호수를 가득 채워, 부영양화된 호수에서는 물을 흐리고 숨 막히게 하는 조류의 성장이 급증했다. 이전의 빛 기울기 light gradient가 일부지역에서 소실되자, 시클리드의 색상과 시각적 성향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어 종의 수가 감소했다. 인간이 ‘호수의 등불‘을 끄자 다양성을 추동하는 ‘감각의 엔진‘도 꺼져, 시하우젠이 "지금껏 관찰된 것 중 가장 빠른 대규모 멸종"이라고 부른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 P522
다른 환경세계를 탐험하는 능력은 우리의 가장 위대한 감각 기술이다. 이 책의 도입부에서 상상했던 코끼리, 방울뱀 등의 동물들이 있는 가상의 방을 다시 생각해보라. 그 상상 속의 방에서, 인간-리베카-은 자외선 시각, 자기수용, 반향정위, 적외선 감각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다른 동물들이 무엇을 감지하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었고, 아마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일 것이다. 보공나방은 금화조가 자신의 노래에서 무엇을 듣는지 결코 알지 못하고, 금화조는 검은유령칼고기의 전기적 윙윙거림을 결코 느끼지 못하고, 칼고기는 갯가재의 눈을 통해 볼 수 없고, 갯가재는 개와 같은 방식으로 냄새 맡지 못하고, 개는 박쥐가 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일 중 어느 것도 제대로 할 수 없지만, 나름 근접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우리는 문어가 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결코 모를 수 있지만 적어도 문어가 존재하고 그들의 경험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다. 참을성 있는 관찰을 통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 과학적 방법을 통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호기심과 상상력을 통해, 우리는 그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려고 노력할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하기로 결정해야 하며,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선물이다. 그 선물은 우리가 ‘얻어낸‘ 게 아니라 자연이 ‘거저 준 ‘것으로, 우리가 소중히 간직해야 할 축복이다. - P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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