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너는 많은 환자들이 겉보기에 괜찮아 보여도 마음은 다른곳에 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병실에 방어벽을 친 채 주변 직원들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한 환자의 격렬한 신경쇠약을 지켜보면서 그는 그곳 사람들이 처한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환자들은 자신들의 공간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어서 아무도 그들에게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맥도너는 어째서 대형 제약회사들이 조현병 신약 개발에 변덕을부렸는지, 왜 아무도 신약을 위한 표적을 찾지 못한 채 수십 년을흘려보냈는지, 그 진짜 이유를 깨달았다. 그는 환자들이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보았다. - P413

그 답에는 놀라운 발견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첫째, 게놈의 세 가지 SHANK 유전자인 SHANK1, SHANK2, SHANK3은 조현병뿐만 아니라 다른 정신질환들과도 연관성이 있었다. 예전의 다른연구들은 각각의 SHANK 유전자가 자폐증이나 다른 뇌 질환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제 세 가지 SHANK 유전자를 함께 살펴봄으로써 적어도 어떤 정신질환은 스펙트럼의 일부로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SHANK 유전자의 면이는 어떤 사람에게는 자폐증, 어떤 사람에게는 양극성 장애나조현병을 유발한다.
질병의 스펙트럼이라는 개념은 갤빈 가족의 사례에도 적용될 수있다. 가령 피터는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가 나중에 양극성 장애로 진단명이 바뀌었다. 도널드도 처음에는 조증 진단을 받아 리튬을 처방받았고 이후 주로 조현병에 사용하는 신경이완제들로 약을 바꾸었다. 조가 보인 증상들은 짐의 증상들과 달랐고 짐과 매슈의 중상도 서로 달랐다. 분명 브라이언과 같은 증상을 보인 또 다른 형제도 없었다. 그러나 델리시에게 표본을 제공한 갤빈 형제 일곱 명은 조현병이 없는 몇 명을 포함하여 모두 같은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 돌연변이가 나타난 유전자는 다른 정신질환과도 관련성이 높았다.
"린이 옳았습니다." 맥도너가 말했다. 혈연관계에 있는 여러 명의 정신질환 환자들을 연구함으로써 공통적인 유전적 문제를 발견할수 있었고, 같은 변이도 사람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발현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멀티플렉스 가족 연구를 통해 같은 유전적 결정요인이 미묘하게 다른 질병들을 발생시킨다는 점이 분명하게 나타났지요." - P418

2010년 당시 미국 국립정신보건원 원장이었던 정신의학자 토머스 인셀은 조현병을 단일 질환이 아니라 "신체발달장애의 집합적 개념으로 재정의할 것을 연구계에 촉구했다. 조현병을 더 이상 천편일률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은 조현병에 대한 낙인이 사라지기 시작한다는 의미일 수 있었다. 조현병을 질병이 아니라 증상으로 본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제가 주로 사용하는 비유가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임상가들은 ‘고열‘을 하나의 질병으로 보았습니다." 호주 퀸즐랜드 정신건강 연구센터의 역학자이자 정신질환 유병률 통계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인 존 맥그래스가 말했다. "그러던 임상가들은 고열의 유형을 여러 가지로 분류하다가 고열이 단지 다양한 질병의 비특이적반응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신증도 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반응일 뿐이죠." - P419

식품의약국은 프리드먼의 실험에 동의했다. 프리드먼이 이끄는덴버 연구팀은 고용량의 콜린을 임산부들에게 투여하는 이중맹검을 실시했다. 피험자 누구에게도 콜린 부족이 발생하지 않도록 연구자들은 대조군의 여성들이 충분한 고기와 달걀을 섭취하도록 했다. 콜린 보충제를 투여한 집단의 아기들은 출생 후 더 높은 비율로 프리드먼의 청각 자극 시험을 통과했다. 시험 통과 비율은 실험군이 76퍼센트였던 반면 대조군은 43퍼센트였다. 심지어 CHR-NA7에 이상이 있었던 아기들에게서도 정상적인 청각 관문 능력이확인된 경우가 더 많았다. 아기들이 자라면서 좋은 소식이 계속 들려왔다. 40개월 후 프리드먼의 연구팀은 콜린 실험군에서 집중력결핍과 사회적 위축 문제가 대조군에 비해 더 적게 나타났음을 관찰했다. 콜린은 거의 모든 아기에게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드먼이 콜린 연구를 발표한 2016년에 브로드 연구소의 C4A연구와 델리시의 SHANK2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2017년 미국의사협회는 조현병과 기타 뇌발달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임산부용비타민에 콜린을 더 높은 농도로 첨가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승인했다. 프리드먼은 30년 만에 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콜린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지는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갤빈 가족을 연구한 덕분에 프리드먼은 조현병 예방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략을 마련하게 되었다. - P4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장 수녀님 방을 나와서 혼란스러운 마음에 성당에 가서 성모님께 기도를 올렸더니 다시 마음이 평화로워졌어. 성모님께서는내 기도를 들어주시니까. 항상 나를 사랑해 주시고 내가 신앙을 잃지 않는 한 내게 불행이 닥치지 않도록 지켜주실 테니까. (잠시 말을 멈춘다.
커져가는 불안감이 얼굴을 덮는다. 머리의 거미줄이라도 치우듯 한 손으로 이마를 쓸어내고는 멍하니) 그게 졸업하던 해 겨울의 일이었지. 그리고 봄에 일이 생겼어. 그래, 기억나. 난 제임스 티론과 사랑에 빠졌고 얼마 동안은 꿈같이 행복했지. (슬픈 꿈에 젖어 앞을 응시한다. 티론은 의자에 앉은 채로 몸을 꿈틀한다. 에드먼드와 제이미는 미동도 않고 있다.)


1940년 9월 20일
타오 하우스에서 - P2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갤빈 가족의 가장 중요한 규칙이 무엇인지 메리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메리는 집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그 어떤 것도 이야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었다. 다음에 일어날 사고를 대비하면서도 그녀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너무화가 났다. 메리는 커가면서 자신의 답답함을 더는 숨기지 않았다. 열세 살이 된 그녀는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었고 마냥 당하고 있을 나이도 아니었다. 그녀는 밤이 되면 도널드를 조용히 있게 하려고 벽을 마구 두드렸다. 미안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메리는 다른 변화도 감지했다. 그녀는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가 벌어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어머니는 이제 아버지의 간병인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였다. 한번은 어머니가 동부에 사는 동생 베티의 집에 몇 주 동안 머무르며 메리를 아버지와 오빠 사이에 남겨둔 적이 있었다. 그때 메리는 또다시 버림받은 기분이 들었다.
미미는 메리의 그러한 마음을 알았던 듯하다. 메리 마음속의 분노를 알아챘거나 그 분노에 공감했을지도 모른다. 미미는 시내 쇼핑이나 친구들과의 다과회에 메리를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터놓고 말한 적은 없었지만 미미는 메리의 기분을 달래며 자신의 사랑을 느끼게 하려고 노력했다. 메리는 어머니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을 즐겼다. 메리는 집을 떠나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라고 생각했지한 사실은 친밀한 관계를 진정 원했을 것이다. 의심하지 않아도 되고 위험하지 않으며, 복잡할 것 없는 사랑 말이다. - P274

 두 번째 소리에는 작은 파형으로 반응했다. 정상뇌는 앞선 인식 경험에서 정보를 학습하기 때문에 같은 소리를 두번째 들었을 때에는 새로운 자극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조현병이 있는 사람의 뇌는 달랐다. 프리드먼은 실험을 반복하면서 조현병 환자의 뇌에서는 두 번째 소리를 듣고도 첫 번째 소리를 들었을 때와 같은 크기의 파형이 나타난다는 것을 관찰했다. 그들의되는 1초도 되지 않는 시간 전에 같은 소리를 들었어도 마치 처음들은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청각 자극 시험Double click test은 조현병 유무를 알아보기위해서뿐만 아니라 조현병의 잠재적 구성 요소 중 하나인 감각 관문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검사였다. 프리드먼의 실험 결과에서 흥미로운 점은 감각 관문 결손이 유전적일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세대를 거슬러 추적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프리드먼은 자신이 조현병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치료로 향하는 중요한 돌파구를 앞두고있다고 보았다. 만약 두 번의 소리에 똑같이 반응하는 사람이 갖고있는 변이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정말로 조현병 진단을 받는다면, 그는 조현병과 관련 있는 유전자의 존재를 입증하고 유전적 치료의 가능성을 열게될 것이었다. - P286

린지는 그러한 환경에 있는 어린 소녀가 진실을 말하려면 얼마나많은 용기가 필요한지 알고 있었다. 미미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진실성을 의심받을 위험까지 감수한 것이다. 미미의 말이 사실이라면 린지는 지금까지 어머니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 미미와 나눈 대화는 린지의 인생에서 감정적으로 가장 복잡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린지는 한편으로 어머니의 솔직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과거의 이야기를 들은 후 그 어느 때보다도 어머니와 가까워졌다고 느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이야기가 부정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린지의 불운이 다시 한번 다른 사람의 불운에 가려진 것이다. 미미는 린지가 짐에 대해 했던 모든 이야기를 완전히 건너뛰고 자신의 경험에 몰두하고 있었다. 린지는 미미가 자신의 편을 들면서 짐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미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픈 자식을 두고 건강한 자식의 편에 선 적이 없던 어머니가 이제 와서 태도를 바꿀 리 없었다. 대신 미미는 짐이 정신적으로 얼마나 쇠약한지에 대해 말하기시작했다. - P315

그는 1987년 기자에게 "현재의 진단 기준에서 보면 조현병 환자의 가족 중 90퍼센트 이상은 조현병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와인버거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실제로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 중 두 명 이상에게 조현병이 생길 가능성은 낮았다. 그렇지만 조현병 환자의 형제에게 조현병이 생길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가족에 비해 열 배 더 높은 것도 사실이었다. 이 확률은 심장질환이나 당뇨병 등 다른 여러 유전성 질환들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족을 연구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로 보였다. - P329

1987년 와인버거가 발표한 이론은 실질적으로 조현병에 관한 모든 연구자들의 생각을 바꿔놓는 계기가 되었다. 그 전까지 연구자들은 조현병이 발병하는 청소년기 후기에 관심을 쏟아부었다. 뇌촬영은 그들의 생각을 더욱 강화했다. 전두엽은 청소년기 말기에즉 인간의 뇌에서 가장 늦게 성숙하는 영역이었으며 MRI 연구는많은 사례를 통해 조현병 환자들의 전두엽 활동에 문제가 있음을보여주었다. 그러나 와인버거는 새로운 이론을 내세우며 뇌의 문제는 훨씬 더 일찍, 그리고 조용하게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현병의 개념을 ‘발달 장애‘의 틀에서 설명한다. 환자들이 태어날 때또는 태아일 때부터 갖고 있던 비정상성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점차 뇌가 정상궤도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유전자는 뇌발달과 기능에 대한 청사진을 갖고 있으며 나머지 일들은 실시간으로 환경에 영향을 받아 일어난다고 말했다.
와인버거가 옳다면 청소년기의 뇌 성숙화는 전체 과정의 마지막 단계일 뿐이다. 태아 시절, 출생, 어린 시절을 지나오는 동안 뇌에 문제가 쌓이고 있더라도 뇌가 성숙하는 마지막 단계가 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문제를 눈치 채지 못할 뿐이다. 이렇게 볼 때 조현병의 발현은 사람의 손을 떠나자마자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조금씩 치우치다가 결국 레인의 가장자리를 치고야 마는 볼링공과 다소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첫 몇 미터 구간은 공이 앞을 향해 똑바로 나아가는 것 같다가도, 볼링핀에 가까워지고 나서야 그동안 궤도를 이탈하고 있었고 중앙에서 너무 멀어져 거터로 굴러 떨어질 것이라는점이 분명해진다. 1957년 에든버러 대학교의 콘래드 웨딩턴 ConradWaddington은 세포가 성장하고 증식하는 다양한 방향을 구슬에 비유해 설명했다. 수많은 구슬이 경사면을 굴러가고 있는데, 경사면에는 튀어나온 부분들과 움푹 파인 부분들이 있다. 각 구슬은 아래로 굴러가며 다양한 곳에서 여정을 마친다. 그가 ‘후성유전적 지형‘이라고 부른 이러한 경사면의 일부는 의도된 설계이며, 일부는 우연이라고 할 수 있다. - P331

그가 아는 영역은 뇌 기능에 대한 것이었다. 프리드먼은 사람이 특정 순간에 어디에 있는지, 왜 이곳에 있는지,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우뇌와 좌뇌에 위치한 해마가 상황 인식을 도와주는 덕분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감각 정보를가져오기 위해서는 뇌 신경세포나 뇌세포가 아니라 순간적으로 상황정보를 삭제해주는 억제성 신경세포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는 청각 자극 시험으로 증명된 것이었다. 억제성 신경세포가 없다면 우리는 같은 정보를 매번 새롭게 처리해야 한다. 그럴 경우 우리는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우리의 장비들은 빠르게 마모되어 방향성을 잃고 결국 초조함과 편집증, 망상까지 겪게 될지도모른다. 
이제 프리드먼은 억제성 신경세포를 켜고 끄는 세포 차원의 무언가가 있고, 그러한 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갤빈 형제들처럼 정신질환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프리드먼의 연구진 몇 명은 쥐의 뇌세포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억제성 신경세포의 스위치가 해마 세포의 알파-7 니코틴 수용체에 의해 제어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복잡해 보이는 명칭이지만 기능은 꽤 단순하다. 쉽게 말해 알파-7 수용체는 신경세포 사이에서 메시지를보내 스위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통신 요원이다.  - P381

이 일을 하기 위해 알파-7 수용체는 신호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을 필요로 한다. 프리드먼은 조현병 환자들에게 알파-7 수용체 문제가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러한 수용체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아세틸콜린이 충분하지 않은 것인지 답을 찾고 싶었다. 만약 후자라면 갤빈 형제 중 몇 명은 정신이상을 막는 기계에 윤활유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프리드먼은 쥐에서 사람으로 실험 대상을 바꿔야 했다. 1990년대 말 그는 유전학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갤빈가족을 포함하여 아홉 가족의 자료를 수집했다. 36명의 조현병 환자를 포함한 총 104명의 자료였다. 이를 바탕으로 청각 자극 시험에서 이상 반응을 보인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공통적인 유전자 패턴을 찾는 연구가 실시되었다. 프리드먼은 그들의 조직 표본을 분석하여 수용체 문제가 발생한 정확한 지점을 추적할 수 있었다. 인체가 알파-7 수용체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CHRNA7이라는 유전자를 갖고 있는 염색체였다.
1997년 프리드먼은 CHRNA7을 조현병과 분명한 관련성이 있는첫 번째 유전자로 정의했다.  - P38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드먼드 - 어머니가 내려와요.
티론 - (황급히) 게임 계속하자. 못 본 척하면 금방 도로올라갈 거야.
에드먼드 - (앞응접실을 통해 보면서 안도한 목소리로) 안 보여요. 내려오다가 도로 올라가셨나 봐요.
티론 - 다행이다.
에드먼드 - 그래요. 지금쯤 엉망이 되셨을 텐데 그런 어머니를 보는 건 정말 끔찍해요. (고통에 차서) 제일 참기 힘든 건 어머니가 보이지 않는 벽에 둘러싸여 있는 거예요. 짙은 안개 속에 숨어 그곳에서 헤맨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네요. 고의적으로요. 그게 사람을 죽이죠! 고의적으로 그런다는건 우리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서 우리한테서 벗어나,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걸 잊으려는 거죠! 그러니까 마치, 우리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증오하는 것처럼요!
티론 - (점잖게 타이르며) 자. 자, 에드먼드. 그건 네 어머니 잘못이 아냐. 그 빌어먹을 독 때문이지.
에드먼드 - (신랄하게) 그런 효과를 노리고 마약을 하는 거잖아요. 적어도 이번엔 그래요! (느닷없이) 제 차례죠. 예? 여기요. (카드 패를 내놓는다.) - P171

티론 - (약간 비틀거리며 힘에 겨운 듯 일어나서 스위치를 더듬어 찾는다. 그러다 아까 했던 생각이 되살아나서) 도대체 그 돈으로 뭘 사고 싶어서 그랬던 건지 모르겠어. (딸깍 소리를 내며 전구 하나를 끈다.) 난 말이다. 에드먼드. 훌륭한 배우로 성공만 했더라면. 그래서 그 추억에 젖어 살 수만 있다면 하늘에 맹세코, 내 이름으로 땅 한뙈기 없어도 좋고 은행에 저금 한 푼 없어도 좋다. (또 하나를 끈다.) 집도 없이 늙어서 양로원으로 가도 좋아. (세 번째 전구를 끄자 이제 독서등만 남는다. 티론, 다시 의자에 털썩 앉는다. 에드먼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억눌린 냉소적인 옷음을 터뜨린다. 티론, 기분이 상해서) 대체 왜 옷는 거냐?
에드먼드 - 아버지보고 웃는 거 아니에요. 인생이 우스워서요. 인생이 지랄 같잖아요.
티론 - (성을 내며) 또 그놈의 병적인 소리! 인생은 잘못된 거 하나 없어. 다 우리가.••••••. (연극 대사를인용하여) "여보게 브루투스, 우리가 부하가 된 잘못은 우리 운명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있는 걸세.  - P18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셜 미디어는 단순히 그것을 소비한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2010년대 초반에 학생들의 호주머니에 든 스마트폰을 통해 소셜 미디어가 학교로전파되었을 때, 그것은 즉각 모든 사람의 문화를 변화시켰다. (통신망16은 성장하면서 빠르게 훨씬 강력해진다. 학생들은 수업이 없는 시간이나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서로 대화를 덜 나누었는데, 휴대폰을 확인하는 데 그 시간을 쓰기 시작한 것이 그 원인이었으며, 하루 종일 마이크로드라마microdrama에 빠지는 경우도 많았다." 이것은 학생들이눈을 덜 마주치고, 함께 웃는 일이 줄어들고, 대화 연습이 사라졌다는걸 뜻한다. 따라서 소셜 미디어는 거기서 벗어나 있던 학생들의 사회생활에도 해를 끼쳤다. - P221

여자아이는 끊임없는 사회 비교에 특히 취약한데, 특정 종류의 완벽주의에 사로잡힌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부과된socially prescribed 완벽주의로 다른 사람들 혹은 대체로 사회가 부과한 아주 높은 기대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느낌을 말한다. 자신의 아주 높은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데 실패할 때 고통을 느끼는 자기 지향적 완벽주의self-oriented perfectionism는 성별 차이가 없다.) 사회적으로 부과된 완벽주의는 불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부과된 완벽주의에 휩쓸리는 경향이 더 강하다.  - P231

전통적으로 남자아이들은 싸움에서 누가 이기는지, 혹은 누가 폭력적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상대를 모욕할 수 있는지를 바탕으로 사회적 지위를 결정해왔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융화성 동기가 더 강하기 때문에, 다른 여자아이에게 정말로 타격을 주는 방법은 그아이의 관계를 손상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소문을 퍼뜨리고, 그 아이의 친구들을 돌아서게 만들고, 그 아이가 지닌 친구로서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연구자들은 ‘간접적 공격성‘(타인의 관계나 평판에 손상을 입하는 것을 포함하는)에 초점을 맞추면,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공격성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아동기 후기나 청소년기에만 그렇지만 자신의 가치 추락을 느끼는 여자아이는 불안이 커지는 것을 경험한다.  - P235

소셜 미디어는 자신의 말과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는 여자아이들에게 막대한 압력을 가하면서 관계적 집단 괴롭힘의 범위와 영향을 증폭시켰다. 이들은 자칫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그것이 금방 급속하게 퍼져 지울 수 없는 자국을 남긴다는 사실을 잘 안다. 소셜 미디어는 그러지 않아도 이미 배척 가능성에 대한 염려가 매우 큰 시기에 청소년의 불안감에 기름을 부었고, 그럼으로써 한 세대의 여자아이들을 발견 모드에서 방어 모드로 전환하게 만들었다. - P237

청소년의 정신 질환 유행 중 상당수는 두 가지 독특한 심리청소년 사이에서 두드러지게적 과정을 통해 확산되는 불안 변이의 직접적 결과일지 모른다. 첫 번째 과정은 파울러와 크리스태키스가 ‘단순한 감정적 전염 simple emotionalcontagion‘이라고 부른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감정이 전염되는데, 감정적 전염은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특히 강하게 일어난다. 두 번째는 2장에서 설명한 사회 학습 규칙인 ‘권위 편향‘이다. 이것은 아무나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누가 가장 권위가 있는 사람인지 알아낸뒤에 그 사람을 모방하는 경향을 말한다. 그런데 소셜 미디어에서 팔로워와 ‘좋아요‘를 얻는 방법은 더 극단적으로 변한다. 그래서 더 극단적인 양상으로 자신을 내비치는 사람이 인기가 가장 빨리 치솟고 사회 학습을 위해 모두가 모방하려고 하는 모델이 된다. 이 과정은 가끔 청중 포획audience capture 이라고 부르는데, 청중이 보길 원하는 것이 무엇이건 그것보다 더 극단적인 버전을 보여주도록 청중에 의해 훈련되는 과정을 가리킨다." 그리고 만약 대다수 사람이 특정 행동을 추구하는 네트워크에 들어가면 또 다른 사회 학습 과정이 작동하는데, 그것은 바로 동조 편향이다. - P242

최근에 성별 불쾌감gender dysphoria 진단이 증가하는 현상도 소셜 미디어의 추세에 일부 원인이 있을지 모른다. 성별 불쾌감은 자신의 성정체감이 생물학적 성과 일치하지 않을 때 느끼는 심리적 고통을 말한다. 이러한 불일치를 겪는 사람은 오래전부터 세계 각지의 사회에 존재해왔다. 가장 최근의 정신의학 진단 매뉴얼에 따르면, 미국 사회에서 성별 불쾌감 유병률 추정치는 1000명 중 1명 미만인데, 선천적 남성(태어날 때 생물학적으로 남성인 사람) 비율이 선천적 여성보다 몇 배나 높다. 하지만 이러한 추정치는 어른이 되고 나서 성전환 수술을 하려는 사람의 수를 바탕으로 한 것이므로, 전체 수를 크게 과소평가한 것이 분명하다. 지난 10년 사이에 성별 불쾌감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의 수가 빠르게 늘어났는데, Z세대 선천적 여성 사이에서 특히 많이 증가했다. 사실, Z세대 십대 사이에서는 그 성비가 역전되어 지금은 선천적 여성이 선천적 남성보다 더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 증가분 중 일부는 자신이 트랜스젠더이지만 그것을 알아채지못했거나 성 정체성 표현에 따르는 사회적 낙인을 두려워했던 젊은이들이 ‘커밍아웃coming-out‘ 한 결과가 반영된 것이 분명하다. 성별 표현의 자유 증가와 인간의 변이에 대한 인식 향상은 모두 사회적 진전을 보여주는 징후이다. 하지만 성별 불쾌감이 이제 사회적 군집(가까운 친구들의 집단처럼) 단위로 자주 표출된다는 사실, 이런 자녀를 둔 부모들과 자신의 선천적 성으로 되돌아가는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정보와 격려의 주요 원천으로 인정한다는 사실, 그리고 어릴 때 그런 징후가 전혀 없었던 많은 청소년이 지금 와서 성별 불쾌감 진단을 받는다는 사실은 모두 사회적 영향과 사회 원인 전파도 여기에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 P245

리브스의 책은 남자아이의 성공을 더 어렵게 만든 구조적 요인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리브스는 그 요인들로 신체적 힘에 더이상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 경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귀를 기울이는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교육 제도, 아버지를 포함한 긍정적인 남성롤 모델의 가용성 감소 등을 꼽는다. 여러 가지 요인을 나열한 뒤에 리브스는 이렇게 덧붙인다. "남성의 쇠퇴는 대규모 심리적 붕괴의 결과가 아니라, 깊은 구조적 문제의 결과이다."
나는 리브스가 구조적 요인에 초점을 맞춘 것은 옳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이야기에서 빠진 심리적 요인이 두 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안전 지상주의가 부상한 것은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에게 더 큰 타격을 주었는데, 남자아이는 더 거친 놀이와 더 위험한 놀이를 하면서 자라기 때문이다. 놀이 시간이 줄어들었을 때, 실내에 갇혀 과도한 감시를 받으면서 자라는 삶은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에게 더 큰 해를 끼쳤다.
두 번째 심리적 요인은 남자아이들이 2000년대 후반에 온라인 멀티플레이어 비디오게임을 시작하고, 2010년대 초반에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결과인데, 이 두 가지는 남자아이들을 대면 방식이나 몸과 몸이 맞부딪치는 상호 작용에서 멀어지게 하는 데결정적 역할을 했다. 나는 그 시점에 ‘대규모 심리적 붕괴‘ 징후가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적어도 대규모 심리적 변화 징후가 나타났을 것이다. 인터넷 연결 기기를 여러 가지 사용할 수 있게 되자, 많은 남자아이는 요한 하리의 대자가 그런 것처럼 그것을 통째로 꿀꺽삼켰다. 그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길을 잃었고, 그 때문에 지구에서 더 취약해지고 두려움이 커지고 위험을 회피하게 되었다.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에 미국 남자아이들의 우울증, 불안, 자해, 자살비율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서구 세계 전반에 걸쳐 남자아이들의 정신 건강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나빠지기 시작했다. 2015년에 이르자, 가까운 친구가 전혀 없고 외롭고 자신의 삶에 아무 의미도 방향도 없다고 말하는 남자아이들이 아주 많이 늘어났다. - P264

문제는 단지 현대의 포르노가 포르노 중독을 증폭하는 데에만 있는 게 아니다. 과도한 포르노 사용은 남자아이에게 불확실하고 위험한 현실 세계의 연애 게임을 시도하는 대신에 성적 만족을 위한 더쉬운 선택에 안주하게 만들 수 있다. 게다가 과도한 포르노 사용이 남자아이와 젊은 남성의 연애 관계와 성적 관계를 방해한다는 증거도 있다. 예를 들면, 여러 연구 결과는 포르노를 보고 나면 이성애자 남성이 자신의 파트너를 포함해 실제 여성을 덜 매력적으로 느낀다고 시사한다.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강박적 포르노 사용자는 파트너와 성적 상호 작용을 피할 가능성이 더 높으며, 실제 관계에서 성적 만족을 덜 느끼는 경향이 있다. 2017년에 10개국에서 5만 명 이상이 참여한 50건 이상의 연구를 메타 분석한 연구에서는포르노 소비가 "횡단 조사 연구와 종단 조사 연구와 실험에서 낮은대인관계 만족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그 관련성이 오직 남성들 사이에서만 유의미하게 나타났다는 점이 중요하다.
포르노는 진화한 미끼(성적 즐거움)를 현실 세계의 보상(성적 관계)과 분리하는데, 그럼으로써 과도한 포르노 사용자 남자아이를 현실세계에서 섹스와 사랑, 친밀감, 결혼을 추구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남성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 P280

뒤르켐의 사상에서 중심 개념은 아노미anomie인데, 이것은 널리 공유된 안정적인 규범과 규칙이 없는 무질서 상태를 가리킨다. 뒤르켐은 빠르고 혼란스러운 변화를 가져오면서 전통적인 종교의 지배력을 약화하는 현대성이 아노미를 조장하고, 따라서 자살도 조장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사람들은 사회 질서가 약화되거나 해체된다고 느낄때 해방된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썼다. 반대로 길을 잃은 느낌이 들고 불안해진다.

"만약 이것이 [모든 것을 유지하는 사회 질서가 해체된다면, 만약 우리가 그것이 존재하면서 작용하는 것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 안에 있는 사회적인 것은 전부 다 객관적 기반을 몽땅 잃게 된다. 남는 것은 환상적인 이미지들의 인위적인 조합인데, 이것은 조금만 성찰해봐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사라지는 환영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우리 행동의 목적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 - P28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