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 슈사쿠의 침묵
일본으로 선교를 하러 간 한 선교사의 배교에 관한 이야기.
사실 특별한 종교가 없어서 조금은 지루한 면이 있었지만 일본인에 잡힌 후 끊임없이 신도들의 죽음을 대하는 신부의 괴로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심리묘사에 아주 탁월한 책이었다.
관헌에서는 표면적으로는 막역한 사이가 된 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페레이라에 대한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것은 인간이또 다른 인간에게 갖는 모든 감정을 포함하고 있었다. 증오의 감정과 모멸의 감정을 저쪽도 이쪽도 서로 안고 있었다. 적어도 그가 페레이라를 증오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 남자의 유혹에 의해 배교했기 때문이 아니라(그런 면에서는 이미 조금도 원망하거나 노하지 않았다) 이 페레이라 속에서 자사의 깊은 상처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의 못생긴 얼굴을 보는 사실이 견딜 수 없듯이, 눈앞에 앉아 있는 페레이라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일본인 옷을 입고 일본말을 사용하고 자신과 똑같이 교회에서 추방된 인간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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