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 슈사쿠의 침묵


일본으로 선교를 하러 간 한 선교사의 배교에 관한 이야기.
사실 특별한 종교가 없어서 조금은 지루한 면이 있었지만 일본인에 잡힌 후 끊임없이 신도들의 죽음을 대하는 신부의 괴로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심리묘사에 아주 탁월한 책이었다.

 관헌에서는 표면적으로는 막역한 사이가 된 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페레이라에 대한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것은 인간이또 다른 인간에게 갖는 모든 감정을 포함하고 있었다. 증오의 감정과 모멸의 감정을 저쪽도 이쪽도 서로 안고 있었다. 적어도 그가 페레이라를 증오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 남자의 유혹에 의해 배교했기 때문이 아니라(그런 면에서는 이미 조금도 원망하거나 노하지 않았다) 이 페레이라 속에서 자사의 깊은 상처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의 못생긴 얼굴을 보는 사실이 견딜 수 없듯이, 눈앞에 앉아 있는 페레이라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일본인 옷을 입고 일본말을 사용하고 자신과 똑같이 교회에서 추방된 인간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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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고양이 창비세계문학 23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임미경 옮김 / 창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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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은 결혼한지 석달 반만에 까미유와 이혼을결심한다.
이유는 알랭의 고양이 사야를 고층 아파트에서 떨어뜨려서 죽게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까미유는 알랭이 사야만을 사랑한다고 질투를 한다.
이 삼각관계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알랭은 여자를 종속적인 관계만으로 생각하는 아직은어른이 되지 못한 어린아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까미유의 욕망에 충실한 삶, 자유분방한 행동들이 불편한 것이다.
 처음 다 읽고는 뭐이런 남자가 다 있어라고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생각해 보면 참 잘쓴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꼴레트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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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전설
데이비드 밴 지음, 조영학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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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버지와 화해를 한 로이 이야기

네 생각은 많이못 했다. 로이. 너보다는 네 나이 때생각만 했지. 집 앞에서 오리 사냥을 하고, 밤하면 호롱 을들고 잔교에 가 개복치 , 송어, 메기따위 를 잡았어. 온통 그런 생각 만 했구나.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의 삶에실제로 수많은 삶이 들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삶을 더해져 놀랍도록 다른 삶을 만들어내겠지? 그 때, 내 삶 도 지금과는 달랐단다. 당시 난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어.
지금 슬픈 것은 일이이렇게 돼버린 건 결국 모두 내가 원인이었기 때문이 야. 네가 다른 삶을 갖지 못하게된 것 도, 너한테는 기껏 두세 개의 삶뿐이겠구나. 케치칸에서의 어린 시절,이혼 후 캘리포 아에서 엄민와 살 때......
그래, 그렇게 둘밖에 없겠어. 나와 함께 이곳에 왔을 때가 세 번째 삶의 시작하었겠지만, 알다시피 넌 자살했다.
 내가 죽이지는 않았어.
 그러니 그 점만큼은 네 업보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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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독약 창비세계문학 28
엔도 슈사쿠 지음, 박유미 옮김 / 창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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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인해 사람들은 무기력과 피로감, 체념으로 양심마저 잃어버린 일본.
미군포로를 생체해부한 사건을 일본인의 시선으로 그려낸 책.

사람의 인연 따위는 의지가 안되는 세상, 홀몸인 저는 전쟁이 어떻게 되어가는지도 몰랐고 신문 한줄 읽을 마음도 들지 않았습니다.
사실 조국이 이기든 지든 관심도 없었습니다. 한밤중 눈을 떴을 때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요즘 들어 왠지 커지는 것 같았습니다. 어둠속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면 그저께 밤보다는 어젯밤이, 어젯밤보다는 오늘밤이 파도의 수런거림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제가전쟁을 느끼는 것은 이때뿐이었습니다. 커다란 북소리 같은 어두운 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높아짐에 따라 일본은 패망하고 우리는어디론가 끌려들어갈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p106

그럼에도 이제 와서 이런 수기를 쓰는 이유는 웬지 무섭기 때문 이다. 타인의 이목이나 사회의 벌만을 두려워하고, 그것이 제거되면 두려움마저 사라지는 자신이 어쩐지 무서워졌기 때문이다.
무섭다는 건 좀 과장된 이야기이고 이상하다는 표현이 더 알맞을 것이다.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여러분도 역시 나처럼 한꺼풀을벗기면 타인의 죽음이나 고통에 대해 무감각한가. 약간의 나쁜 지이라면 사회로부터 벌받지 않는 이상 별다른 가책이나 부끄러움을느끼지 않으면서 오늘까지 살아왔는가. 그리고 어느날 그런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진 적이 있는가.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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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인규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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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할지 잘 알지만 그래도 끝까지 덤벼보는 산티아고 할아버의 패기에 감탄한다.

노인은 바다를 건너다보고는 자기가 지금 얼마나 외롭게 혼자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그는 어둡고 깊은 바닷속에비친 무지갯빛 광선들과 앞으로 쭉 뻗은 낚싯줄과 묘하게 일렁이는 잔잔한 바다를 볼 수 있었다. 무역풍으로 인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고, 앞을 바라보니 한 떼의 물오리가 날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물오리들은 하늘을 배경으로 선명한 줄무늬를 이루었다가 넓게 흐트러졌다가 또다시 선명한 줄무늬를이루었다가 하면서 바다 위를 날아갔다. 노인은 바다에서는 그누구도 결코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p63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 노인은 말 했다. "사람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진 않아."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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