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파 - 2018년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박해울 지음 / 허블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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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찬기파랑가'를 읽으며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너무 잘 쓴 글이고, 아주 흥미있게 읽은 글 이었습니다. 미래에도 견고한 계급사회는 이어지고 있으며, 우주 크루즈 오르파 호는 그 계급사회를 온전히 싣고 우주로 여행을 떠납니다. 있는 자들의 과시욕과 자존심은 오르파 호 에서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우주 크루즈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후 지구에 남아있는 이들에게도 그들의 성이 무너지는 것은 용납되지 않기에 영웅이라는 존재를 통해 모든 것을 영웅담으로 미화하게 됩니다. 이 글을 읽으며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그 영웅이 실제로는 사회의 유지를 위해 만들어 진 것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완벽한 인간 승무원이 서비스를 책임집니다. - P104

로봇 산업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몸에 달 수 있는 기계 장기나 신체도 같이 발전했기 때문에 더욱 낙관적으로 전망했어. 하지만 변화한 것은 신분체뿐이었어. - P149

충담은 가슴의 고통을 또 느끼기 시작했다. 그가 말했다.
"그래, 아마 평생 사라지지 않겠지."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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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3호 환상 인문 잡지 한편 3
민음사 편집부 엮음 / 민음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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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사전적 정의는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 이라고 이 책의 편집자가 찾아봤다고 합니다. 책이 손에 들어오기 전 까지는 인문잡지 이기는 하나 실제 우리가 주변에서 느낄 수 잇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에 대해 기록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이런 것 까지도 지금은 환상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하고 실소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환상이라고 합니다. '기본소득' 역시 환상이구요, '교육이 약속하는 좋은 삶' 이것도 환상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사람들과 같이 북한출신 사람들이 스스럼 없이 섞여서 사는것,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함께 사는 삶 역시 환상이라고 합니다.

물론 각각의 내용이 그리 단순하지도 않고 무책임하게 환상이라고 주장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 주제들을 환상의 영역에 놓고 논한다는게 말도 안되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 스스로에게 짜증이 납니다. 앞으로 이런 논의들을 통해 좀 더 정상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욕망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육이 약속하는 ‘좋은 삶‘ 역시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 P127

우리가 현재 진실의 기준에서 거짓과 기만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그것의 생산에 적합한, 그것을 가능케 하는 세계의 진실에 기반한다. - P166

아마 우린 끝내 가질 것이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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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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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장을 함께 다녔던 후배로부터 얼마전 카톡을 통해 잘 지내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어느덧 여러해가 지났고, 결혼식장에 축하해주러 갔던 기억이 있는데 예쁜 아기의 엄마가 되어 있었습니다. 전에 선물해줬던 책은 가끔 읽고 있다고 항상 건강하라는 얘기도 전해왔습니다. 책 선물 받기를 좋아해서 남들도 좋아 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생각으로 같이 일하는 후배들에게 그 해 연말에 제가 읽고 좋았던 책들을 한 권씩 선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친구에게는 로맹가리의 '새들은 페루에서 죽다'를 선물했던 것 같습니다. 로맹가리의 책은 처음이었고 읽은 느낌이 너무 좋아서 당시 북미, 남미를 담당했던 그 친구에게 선물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몇년이 흘렀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로맹가리의 다른 이름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입니다. 히틀러의 시대가 지난 어느 프랑스 낡은 마을에 사는 시대의 풍파를 겪은 낡은 사람들의 이야기 입니다. 한때 잘 나가던 창녀였던 유태인 로자 아주머니가 돌보고있는 아랍소년 모모의 눈에 비친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출신, 다양한 경험, 다양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서로 도우며 눈앞의 삶에 충실하며 함께 낡아가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희망이 없어보이나 각각의 사람들은 그리 슬퍼보이지도, 우울해 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삶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저 읽고 있는 제가 우울하고 가라앉는 느낌이었고, 그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부러웠습니다.

 

사람이란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 믿게 되고, 또 살아가는 데는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다. - P61

"선생님 내 오랜 경험에 비춰보건대 사람이 무얼 하기에 너무 어린 경우는 절대없어요." - P267

어떤 좋은 책은 천년을 산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어떤 좋은 책은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떠올릴 수 있게 해주며 그 모든 좋은 책들은 아무리 늙었다 하더라도 행복이란 여전히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실 또한.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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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 믿게 되고, 또 살아가는 데는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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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로켓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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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항공우주산업이라는 대기업의 영역에 끼어든 중견기업 쓰쿠다 제작소의 사장 쓰쿠다 고헤이는 우주를 향한 꿈을 가진 로켓발사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우주과학개발기구 연구원 출신의 경영자 입니다.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게 되어 소형엔진이 주력상품인 변두리 공장을 운영 중 이지만 수소엔진의 밸브시스템에 대한 첨단기술 특허를 가지고 있는 능력있는 개발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기업이 아닌 곳의 팍팍함은 어디에나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입니다 쓰쿠다 제작소 역시 첨단특허를 가지고 있음에도 대기업의 틈바구니에서 이리 저리 치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쓰쿠다제작소는 밸브시스템 특허에 대한 동종 대기업에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과 항공우주 대기업에서 헐값에 특허를 가져가려는 시도로 위기인 동시에 반전의 기회를 얻게 됩니다. 이과정에서 회사내부 구성원들의 갈등과 외부 대기업, 은행 등 이해관계자들의 행태가 현실적으로 묘사됩니다. 현실의 세계에서 꿈만 가지고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쓰쿠다의 꿈과 직원들이 원하는 현실의 안락함의 충돌을 보며 어느편을 들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결국 꿈도 현실도 만족하게 되는 결론을 맞이하게 됩니다만 쓰쿠다와 직원들의 갈등이 설득력있게 봉합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습니다. 작가가 언급한 1층은 현실, 2층은 꿈이라는 말이 그나마 설득력이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오랜만에 책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발사통제소가 정적에 감싸이고 모니터 화면의 숫자가 멈췄다. 발사후 212초, 세이렌은 - 바다에 떨어졌다. - P16

하지만 회사는 달라, 회사에 윤리는 필요없어. 회사는 법률만 준수하면 무슨 짓을 하든 벌을 받지 않아. 다른 기업의 숨통을 끊어도 상관없어. 놀랍지 않아? - P72

"엔진제조사로서 꿈과 자존심의 문제지" - P202

"어느 쪽이 10년 후의 쓰쿠다제작소에게 이득일까요?" - P205

"굳이 말하자면 도전이랄까요? - P220

자신의 꿈은 어디까지나 자신만의 것이지 직원의 꿈은 아니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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