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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화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아!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할까......
가슴이 저려온다.
임진왜란 당시 나라에서도 어찌할 수 없었던 진주성
그곳에서 우리의 백성들이 무참히 도륙 당하고 끌려갔다.
그곳에 철영도 이화도 그리고 박동구 가족도 그리고 우리 바로 곁에 살았을 그런 백성들이 있었다.
작가는 철영보다 이화편을 든다고 했다.
끝까지 나는 조선의 신하라고 한 철영의 절개와 기개를 얕보아서가 결코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슴에 묻어야 했던 아들 편윤이를 품고
소식없이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일본으로 끌려가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삶을 살면서
히로시의 아이들을 낳고 길렀던 이화의 그 말이 가슴아프게 가슴 아프게 파고든다.
나는 이 아이들의 어미일 뿐입니다.
허물이라고. 어느 누가 감히 그 일을 두고 허물이라 한단 말인가.
우리의 할머니가, 우리의 어머니가, 우리의 누나가 겪어야 했었던 일들을......
만약 당신이라면 피해갈 수 있었을까.
진주 남강에 무수히 쏟아져 내린 열 두폭 치마였어야 했다고 누가 쉽게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얼마전 신문에 부고 기사가 실렸던 또 다른 이화의 마지막 말이 생각난다.
가엾은 내 민족 안타까운 역사라고만 하기엔 너무나 억울하지 않은가 말이다.
다시는 두 번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울면서 울면서 읽었던 유이화
가족들은 이런 내게 말했다.
왜 울면서 보는 책을 보느냐고.
이 소설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낯선 땅으로 떠나야 했던 사람, 돌아오고 싶었지만 돌아올 수 없었던 사람, 여전히 타향을 떠도는 사람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후기를 빌어 이야기하고싶다.
철영의 눈으로, 이화의 입으로 이야기 되는 우리 민족의 이야기.
조두진님의 빼어난 글솜씨와 주제의식이 잘 어우러져 탄생한 수작.
바람을 따라 흩어지는 배꽃처럼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 유이화.
서글서글한 눈매의 검은 머리, 고향의 숨결을 기억하는, 조상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당신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