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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튼 -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과 배려
닥터 수스 지음, 김서정 옮김 / 대교출판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책과 영화
같은 스토리로 되어 있는 다른 장르의 작품
어느 게 더 재미있을까.
각자의 취향마다 다르고 작품마다 다를 것이다.
호튼.
영화로 나왔다는데 재미있을 것 같다.
나는 영화로 보기 전에 책으로 먼저 만났다.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덩치 코끼리 호튼.
5월 15일 정글, 무더운 한낮, 시원한 연못, 첨벙거리면서 호튼이 놀고 있는데......
엄마 캥거루와 주머니 속 아기 캥거루, 까불이 원숭이 형제들도 아무도 듣지 못하는 아주 작은 소리를 호튼이 듣게 된다.
바람에 날려 지나가는 조그만 먼지뭉치 속에서.
아무도 믿지 않는데 호튼은 믿어 준다.
보이지도 않는 그 조그만 먼지뭉치 속의 작은 이의 이야기를.
그 조그만 먼지뭉치가 얹힌 클로버를 보호하기 위해 조심조심 들고 가는데
심술쟁이 까만 궁둥이 독수리 허풍이가 뺏아 수백 킬로미터나 펼쳐진 클로버 꽃밭 어딘가에 떨어뜨려 버린다.
그러자 호튼은 몇 시간을 걸쳐 삼백만 번째 클로버에서 친구들을 찾아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호튼은 삼백만 번째 클로버를 꺽어서 찾아냈는데 꺽지 않고 목이 쉬도록 불러도 불러서 찾는 건 안됐었을까?
하나씩 살펴보고 골라내어 찾는 건 안됐었을까?
그 점이 안타깝다.
작은이들도 중요하지만 하나하나의 클로버들도 소중한 생명인데.
더 큰 위험이 닥쳐왔다.
캥거루와 정글의 원숭이들이 호튼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묶고 먼지뭉치를 들어 펄펄 끓는 기름 속에 넣으려 하자 호튼이 누구마을의 시장에게 다른 친구들이 들을 수 있도록 모두 모여 소리를 지르라고 한다.
모두 모여 꽥꽥 거리고 소리지르고 두드리지만 들리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을 모두 찾아내 함께 소리지르라고 하는데...
어떻게 됐을까?
막 포기하려던 참에
머나먼 아파트 12동에 사는 죠죠를 발견하고 시장은 죠죠를 데리고 에펠버거 탑으로 올라갔다.
죠죠의 찍!
소리가 들린 것이다.
그제야 믿게 된 캥거루와 친구들은 모두 함께 작은 친구들을 지키기로 한다.
호튼이 작은 친구들을 찾는 과정에서 꺾어버린 삼백 만개의 클로버가 좀 아쉽다.
하지만 그것보다 작가가 전해주고자 한 주제가 감동적이었다.
보이지 않더라도 작은 친구들을 위한 호튼의 정성과 노력 말이다.
“제발 내 ‘작은이’들을 해치지 말아 줘. 그 애들도 우리 큰 동물처럼 살 권리가 있단 말야!“
나와 다르더라도 인정하기.
아무리 하찮고 작더라도 그 존재를 인정하고 배려해주기.
국제화 시대, 불어오는 영어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일부러도 찾아 읽어주는 영어 그림책인데
다 읽고 나서 원어 그대로 적혀 있는 부분이 참 반갑고 고맙다.
옮긴이의 말을 읽으면서 아 옮긴이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구나 하는 이상한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십여 년 전 미국의 아주 작은 대학 도시의 장애인용 버스 이야기도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원어를 그대로 옮겨놓은 옮긴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보는 호튼은 더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한 권의 좋은 책이 만들어 나오기까지 작가와 옮긴이와 편집자와 그리고 보이지 않는 수많은 손들에 고개 숙여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