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의술이 발달한 현대의학이라 한들, 이미 존재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를 수 없다. 수없이 반복되는 억겁의 시간 속 생로병사를 어떻게 잠깐 스쳐가는 삶이 다스릴 수 있겠는가. 그저 잘 회복해서 밝은 봄의 기운을 보여주는 환자들에게 감사할 뿐이고, 나는 그저 회복에 도움을 준 보조자로서 겸허한 자세를 갖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달빛의 은은함은 사람의 마음을 은근하게 사로잡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서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은 성숙을 의미한다고 읽은 기억이 난다. 아마도 애벌레가 고치 껍질을 벗어던지고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하늘을 훨훨 날아가는 것도 같은 의미가 아닐까

육체의 변화, 추함, 죽음 등은 우리 모두가 외면하고 싶은 것들이다.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이기에 사람들은 그것을 추구하는가? 아름다움은 생명 자체인가? 그렇다면 죽음으로 가는 것, 소멸되는 것은 추한가?

살아갈 날이 더 많아야 할 청춘이 병으로 변해가는 모습, 특히 아름다움에서 다른 쪽으로 변해가는 것, 그것도 자연스러운 변화가 아닌 병으로 급격히 변화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꽃이 시들 때와 같은 허무함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생명에서도 마찬가지 비유를 들자면, 생명 자체가 규칙과 조화이기 때문에 그 조화가 깨진 것을 추하다고 여기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윤이 나는 혈색 좋은 피부와 고운 자태에서는 아름다움을 느끼고, 쇠락해가고 퇴색하고 생명을 잃어가는 모습에서는 추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생生과 사死를 통해 이루어지는 자연의 큰 섭리로 보자면 추한 것은 오히려 아름다움을 위해, 마치 애벌레가 고치 속에서 아름다운 나비로의 변태變態를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새로운 삶을 위한 준비 단계인 것은 아닐까?

학생 시절에 진료를 할 때는 지나친 감정이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배웠다. 하지만 같은 인간으로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위로의 말과 행동은 병을 치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의사에게도 역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슬픈 울음을 위로하는 주제넘은 의사가 된 것이 환자를 위한 것인지 나 자신을 위한 것이지 자문해보았다.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거나 죽음을 경험하거나 중대한 시험에서 떨어지는 등 살아가다보면 크고 작은 장애물을 만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그럴 때면 눈물을 흘린다. 울음은 육신의 정화작용이며 눈물에는 스트레스의 배설물이 들어 있다

눈물이 많은 나는 어찌보면 공감할 줄 알고 표현할 줄 아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나눌수록 커지고 돌고 도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사랑은 꼬리를 물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누구도 다가오는 미래를 알 수 없다. 불안감을 안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누군가와 함께 기꺼이 선택하는 것은 커다란 희생과 사랑을 요구한다. 그 선택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으로 앞으로 생길 수 있는 불투명한 부분을 같이 감수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이는 서로 무수한 교감을 통해 만들어진 확고한 믿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각자의 마음에 각인된 사랑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힘을 주는 원천이자 인간답고 고귀한 인생으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기 마련이고 그럼으로써 자연은 새로운 창조를 이어간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으면 새싹이 나는 것처럼, 낙엽이 대지에 떨어져 썩으면 나무의 거름이 되는 것처럼, 생과 사는 당연한 자연의 이치인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고귀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자연적인 귀결歸結을 본인이 선택하고, 또한 품위 있게 마감하는 것 역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우리 몸은 정교한 기계와 같아서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일상적인 삶이 불편해진다. 이러한 이상을 바로잡아주는 곳이 바로 병원이다

마음속 깊이 친절한 마음을 깨우는 동기는 이렇게 상대방의 상황을 내 일처럼 안타깝게 생각하고 마음 아파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게 아닐까

이렇게 작은 것에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은 아마도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이에게만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곁에는 많이 아파도 아프다 말하지 못하고, 외로움에 사무쳐도 외롭다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은 주변을 자세히 살피고 귀 기울이는 것뿐일 것이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시련과 고통을 겪는다. 다만 우리에게 주어지는 고통이 너무 가혹한 고통은 아니기를, 인간의 존엄성만큼은 유지시킬 수 있는 고통이기를 기도해본다

먼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 앞에서 무슨 말이 특별히 필요하겠는가. 당신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잘 가라고? 잘 가라는 인사는 결국 잘 오라는 뜻이 내포된 말이 아니었던가. 그 말은 결코 다시 오지 않을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침묵뿐이다. 침묵 속에서 그와 함께 있는 일뿐이다. 너무나 귀한 시간이라서 차라리 거룩한 침묵 속에서 함께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느끼는 데 온 정신을 몰입하면서 보내는 것이 옳다. 이때 언어는 방해만 될 뿐이다. 만약 당신이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 말없이 그의 옆에 서서 함께 있음을 느껴보라. 그 함께 있음이 얼마나 큰 기쁨이고 축복인지 맛보라"고 했다. 진료실에서 잠깐 동안의 침묵을 경험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단지 일찍 가고 늦게 가는 시간의 차이와 자신의 남은 생이 얼마인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이다. "세상 가장 빛나는 목소리로 우리의 헤어짐을 노래하게 하소서"라는 가수 유익종의 노랫말처럼

흔히 인생을 드라마나 연극에 비유한다. 이야기를 지켜보는 시청자나 관객들은 결말이 어떻게 될지 조마조마하다. 그런데 한 사람의 시각으로 생각하는 해피엔드는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모두를 아울러 본다면 해피엔드는 다차원적일 수 있다

해피엔드를 꿈꾸며 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 성실한 하루하루가 모여 ‘나’의 아니면 언젠가 먼 훗날 ‘누군가’의 해피엔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낀 대가의 특징 몇 가지를 적어보고자 한다.

첫째, 자신의 건강을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한다.
힐드 교수의 경우 조깅을 한다고 했다.

둘째, 나이가 들어서도 첨단기술을 잘 활용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고 있다.
힐드 교수 역시 컴퓨터와 슬라이드를 직접 다루었는데, 실제로 그날 발표한 자료를 자신의 컴퓨터에 다 넣어 가기도 했다. 또한 다른 젊은 일본의사들과 나란히 앉아 다빈치로봇수술을 보면서 관심이 많았다.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의 전공에 대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발전시키는 열정이 저 사람을 젊게 만드는구나 생각되었다.

셋째, 자신의 생각과 기술을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힐드 교수는 평생을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남미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직장암 수술에 대한 강의와 수술을 실연했던 분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관심과 호기심이 쇠퇴하며 시들하기 마련인데 대가들은 결코 식지 않은 열정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보통의 사람들은 고통을 공유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힘들어 한다. 나 역시 병원에서 근무하지 않았다면 가까운 사람들의 고통만을 보았을 것이다. 병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모르고 지나가거나 알 이유가 없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가끔씩 나는 지식과 경험, 기술을 파는 사람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에 빠져들곤 한다. 매일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보다보니 측은한 마음이 드는 대신 가끔 귀찮기도 하고 공감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싶을 때가 있어 힘들다. 진정한 의술, 인술은 옆에서 같이 아파하고 기도하는 마음이 아닐까.

나이가 든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육신이 늙어가는 것은 자연의 이치라지만 마음은 미처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내 마음속 가족들이 행복하게 지냈던 그 피서지로 가는 길을 이제는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빛바랜 사진 속, 딸아이의 함박웃음 속에서나 그곳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딸아이의 행복한 웃음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기도해본다. 또한 내 일상의 한 컷 한 컷을 아름답게 간직하며, 하루하루 마주치는 이웃들과 환자들에게 잘하자는 다짐을 해본다.

체력과 건강은 나이와 상관없는 것임을 실감했다. 신체 나이와 실제 건강 및 체력 상태에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꽃과 식물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고 관심을 가지면 더 잘 자랄 뿐만 아니라 더욱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식물이라는 생명체에 경외심마저 느끼게 되었다. 아파트 베란다에 아기자기한 꽃을 키우는 집사람은 분명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더 늦기 전에 마음의 휴가를 갖고 우리 인생에서 만나는 좁은 문을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어쩌면 소설 속의 지나친 금욕주의와 종교적 숭고함을 추구하는 삶에 대해 답답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번밖에 없는 귀중한 삶인데, 어떻게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얽매여 살 수 있어?" 하고 당장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수많은 질문을 던질지도 모르겠다

삶의 아픔을 묵묵히 견뎌내고 옳게 살아간다면 진정 아름답게 공명하는 인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좁은 문’도 활짝 열린 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의 인간다운 삶을 완성하는 ‘좁은 문’을 무사히 통과하게 도와주는 마술피리는 어디에 있을까. 건강하고 보람 있는 삶을 살기 위한 부단한 고민 속에 그 답이 있는 것은 아닐까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이 하는 일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어려움이 오면 같이 고통을 감수하겠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랑이 만드는 에너지와 그로 인한 반사작용은 너무나 크다. 그러니 내가 이루어낸 사랑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상대를 아끼고 지키려는 마음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언제나 다짐한다.

의사도 사람이기에 실수도 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난처한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합병증을 겪을 때마다 내 소견과 경험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더욱 채찍질하게 된다

그리스 시인 콘스탄티노스 카바피의 시 <이타카Ithaca>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이상의 섬 이타카를 향해 항해를 시작할 때 온갖 바다괴물과 풍랑, 난파 등 두려운 상황을 너무 떠올리면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니 용기와 신념을 가지고 항해하라고 말이다.

비록 외과의사의 길이 아무리 험난할지라도 환자의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과 그 치료에 헌신한다면 그 목적지인 ‘환자를 살리는 섬’에 무사히 도착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날은 사실 개인적인 약속이 있었는데 이 수술로 인해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한 시간 늦게 참석하게 되었다. 외과의사와의 약속은 믿지 않는 편이 좋다

대장암이 급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특히 젊은 연령층의 대장암 발병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서구식 식생활, 지나친 음주, 흡연, 비만, 운동부족,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잘 알려진 위험요인을 피하는 것은 대장암 예방의 한 방법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가 가끔씩 식단이나 생활습관 등을 체크해주면 어떨까 생각한다

옛날 중국의 어느 의원이 진료를 받고도 형편이 어려워 진료비를 내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돈 대신 집 주변이 허전하니 살구나무 묘목이나 심어달라고 요청했지. 수십 년이 지나자 의원의 집 주변은 온통 살구나무 숲으로 변했고 그의 인술을 기리는 뜻에서 이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행림지업

오늘날 의사에게 그 옛날 중국의 의원과 같은 행림지업은 어렵겠지만, 환자와 보호자의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헤아리고 도와주고 격려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행림지업이 아닐까 싶다. 의사로서 환자와 가족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수십 년 후 그들의 마음속에 살구나무 숲을 가지게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늘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지켜보는 한 사람의 의료인으로서 위태로운 마음을 잘 붙잡을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역시 내게 예정된 시간을 의식하고 늘 깨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인생에 가장 중요한 이 시기에, 지금 여기에 왜 있고 왜 왔는가? 최선을 다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하기를 부탁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의 조언을 학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10년 뒤 모습이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논어》에 보면 공자가 어느 날, 아버지가 이웃집 소를 외양간에서 훔치는 것을 보면 자식은 관가에 고발할 것인지 아니면 부자 간 정을 생각하여 덮어줄 것인지 질문하였다고 한다. 어느 쪽도 공자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어려운 상황인데, 진실을 밝히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신념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각자의 가치관을 따라 개인이 판단할 몫일 것이다.

노부부의 소박한 삶은 거룩한 삶이다. 어떤 철학자보다 귀중한 철학과 메시지를 현대인에게 전해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런 인간적이고 소박한 삶이야말로 하늘이 보기에 좋은 삶이 아닐까.

나무에게도 삼나무, 참나무, 소나무 각자 나름으로의 길과 목적이 있듯, 단지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충실하게 살아내는 것이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오늘, 일상에서 보기 드문 성자聖者를 마주한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하였다

오늘 같은 일상에서의 탈출이 도리어 일상을 마주하게 되는 시간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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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목표가 처음부터 회사원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16년째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회사일에 딱히 소질이나 적성이랄 게 없다 보니
(회사가 파도고, 회사원이 파도타기 하는 사람이라면)
저는 멋있게 파도를 타 넘는 서퍼는 아니었고
무작정 보드를 꽉 붙들고 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도 이젠 알 것 같습니다.

보드를 잡고 발버둥치던 순간이 삶의 근육이었고,
반짝이던 물결과 귓전의 바람이 삶의 위로였음을.
사실은 그런 게 우리가 살면서 가질 수 있는
전부일지도 모릅니다.
‘최고의 서퍼란 가장 즐겁게 타는 서퍼를 말합니다.(필 에드워드)
노련한 서퍼는 아니어도끈질긴 서퍼, 
나아가 가장 즐거운 서퍼에 도전하는365일의 기록입니다.

벌어먹는 일을 하느라 하루 종일 일한 뒤에나는 피곤했다.
이제 나 자신의 일은 또 하루를 손해보았구나,
라고 나는 생각했지만, 그러나 나는 천천히 시작했고,
천천히 힘이 내게 돌아왔다.
분명히, 밀물은 하루에 두 번씩 온다.
찰스 레즈니코프

올해 첫날엔 그런 걸 했었다. 처음 본 것, 처음 만난 사람, 처음 들은 말, 처음 먹은 음식, 처음 본 책, 처음 들은 음악, 처음 산 것, 새해의
‘처음‘을 전부 적는 일이었다. 눈 뜨자마자 핸드폰 보고, 늘 그렇듯 스타벅스에서 전날 읽다 만 책을 펼쳤으니 새로운 건 하나도 없었다. 단지
‘처음‘이라는 꼬리표를 붙임으로써 그 모든 게 ‘2019년의 처음으로 영원히 남게됐다

고작해야 회사에서 심기를 거슬렀던 사소한 한마디 따위가 오늘의 인상적인 일‘로 남는 날들의 연속이다. 더이상 새로운 향수를 갖는일이 설레지 않을 때 향수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런 모양이구나, 이런감촉이었지, 멀리 놨다 가까이 봤다 해가며 연필로 포착하는 처음의기록. 다 익숙하고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토록 처음이라니, 아직도멀었다. 그 아직도 멀었음이 나를 설레게 한다. 오늘부터 그린다. 나의첫, 모든 것.

2. 더 할까 말까 할 때가 바로 안 할 때다.
나이 앞자리에 4자 들어가는 순간부터 무조건 이 말을 책상머리에 써붙여놔야 한다고 외칩니다. 조금만 더 하면 좋을 것 같을 때가 바로 안 할 때다! 내일 할 일을 오늘 해치우면 네 건강도 해치워진다! 넌일을 못할 때가 아니라 몸이 상할 때 갈아치워진다! ‘이것만 더 하면 이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들릴 때, ‘아하, 이때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날 때로구나‘라고 인식하도록 하자.

3. 네가 기분이 나쁜 것은 네가 해결해야 할 네 일이다.
내게 직접적으로 불평, 주문, 지시, 부탁을 하지 않는 한 너의 기분은 네가 해결해야 할 너의 일이다. 비언어적 제스처에 마음쓰기, 빙빙 돌린 말을 해석하려 애쓰기를 멈추고 표면에만 반응하는 눈치없는사람이 되자. 내가 염려하지 않아도 상사는 권력 쥐고 잘 살고 후배는앞길 창창해서 잘 산다. 중년은 자기 살길부터 챙깁시다.

 너무 평범한 식사만한 것 같아, 이거 했으면 저기 갔으면 좋았을걸, 괜한 후회를 하는 서툰가이드에게 "괜찮아 괜찮아, 평범한 식사가 좋아" 말해주는 친구.
사실 임광빌딩은 십 년 전에 내가 회사 다녔던 곳이다(아직도 그회사가 입주해 있다). 그때도 서툰 날들을 지나가며 후회를 했더랬다.
괜찮아 괜찮아, 서툴고 평범한 날들도 반짝이는 날들만큼이나 좋아. 십 년 전의 나에게, 십 년 후의 내가.

피곤하면 삼라만상이 귀찮고, 건강한 신체에 제정신이 깃든다. 긴긴 인생길에 스스로의 손을 잡고 걸어줄 사람은 결국 나 자신뿐임을이제서야 깨달은 40대 원숭이는 오늘도 운동을 간다. 즐거움과 열의에찬 청춘이 지나가도 나는 여전히 나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사는 일은베스트컷 한 장이 아니라 수십 년짜리 활동사진임을 이제서야 뼈에 새기는 중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진짜 푸빳뽕 커리를 알 수 있어서다. 운이 나빠 맛없는 식당에 들어가거나, 고생하거나, 한국에서 편히 먹는것만 못할 수 있지만, 그래도 진짜 세계여서, 불편하거나 초라하대도먹어보려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고작 이게 푸빳뽕 커리인줄 알고살아갈 테니까.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파이는 망망대해에서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편 끊임없이 그를 집어삼키려는 호랑이(리처드 파케와도 사투를 벌인다. 삐끗하면 죽는 바다 한가운데, 한눈팔면 먹잇감이 될 호랑이와 함께라니 하늘도 너무하시다. 파이는 싸우고, 지치고,
절망하고, 도전하여, 마침내 살아남는다. 

회사원으로 살며 치러온 싸움들을 떠올린다. 일하는 손도, 사람을 대하는 마음도 단단해져야만 했던 시간들. 그래서 그들을 엿먹일‘
수 있게 되었다고,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고 생각했다. 글쎄, 내가 정말 단단해졌는지는 모를 일이다. 단지 그들이 이를테면 나의 리처드 파커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호랑이 때문에 내가 죽을 것 같았는데, 혹시 호랑이 때문에 내가 살아남은 건 아니었을까

"지금 먹는 밥 한 끼 한 끼는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한 끼한 끼 잘 먹어야 한다" 하신다.
나와 인생관이 비슷한 할머니와 냉면을 먹었다. 할머니와 나의,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올해 여름이 온다. 한 끼 한 끼, 하루하루, 여름 그리고 여름,

의미가 없다면서 왜 썼던 것일까. 애초에 다 헛짓이고 퇴사하면잊을 일들이라지만, 이 역시 인생의 일부가 아닌가. 회사에 다니는 순간도 엄연히 삶의 순간이라면, 회사를 대하는 태도 역시 삶을 대하는 태도일 거다. 모든 걸 무의미하다고 간단히 단정지을 수 있을까.

무언가를 쓰는 인간을 무조건 존경한다. 그건 쓰면서 느낀 단 하나의 진리다. 쓰는 일은 아주 쉽지만 아주 어렵다. 별다른 재능을 타고나지 못한 우리가 글을 쓰는 일은 사실 무의미하다. 

무엇이라도 매일 쓰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했다. 회사생활에 의미가 없다면 왜 의미가 없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적어도 내가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고 불평을 하자. 의미를 회사에 맡기지 말고 스스로 찾자

된 사람을 만난굉장히 좋아하는 작가가 몇 있는데, 그의 책 중 별로인 걸 읽어도이건 별로였다고 말할 수가 없다. 그 작가는 나를 모르니 아무 상관도없는데도 그렇다. 나는 이상한 사람.
듯 얕잡아보는이라는 걸 확사랑하는 사람을 단편적인 어긋남으로 쉽게 재단하지 않으려 한다. 배신당해도 사랑했던 기억만으로 이미 다 받았다.

회사원이 귀중한 여가시간에누군가를 만나는 건 돈보다 귀한 시간을 쓰는 거다. 좋아하는 사람만만나기에도 인생이 짧다.

사회생활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진짜 좋아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니,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존재만으로 고맙다.

처음 입사했을 때 항상 자리에 앉자마자 기도를 했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일하게 해달라고, 하루하루가 소중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책 일하길 바랐다. 그때는 그런 시절이었으니까. 늘 처음 같을 순 없으니까. 권태로운 순간도 인생이니까. 어떤 삶에도 그럴 때는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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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선택 없이 태어났고, 정신을 차려 보니 이곳이더라

병원은 두려운 장소이기도 하지만 지금 삶의 소중함을 역설적으로 알려주는 고마운 곳이기도 합니다.

그 저 수채화처럼 그려낸 진료실의 풍경을 독자들과 함께 바라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진료실에서 환자와 그 가족을 만나고, 투병 과정을 함께 겪다보면 느끼게 되는 소중한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 우리가 쉽게 잊고 지내는 인생의 소중한 가치들을 부족한 저의 글을 통해 여러분과 함께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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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
나도 똑같이 누군가에게 상처받게 됩니다

친구란, 당신이 지금 사람들을 속이고 있더라도
당신 내면의 진심과
아픔을 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아주 오래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우정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우정은 끝까지 곁에 남아 있는 것입니다

우리를 미워하고 혐오하는 사람들은, 실은 질투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꿈꿨던 모습이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죠.
그러니 마음 푸세요. 당신을 증오하는 사람도 따지고 보면 당신의 잠재적인 팬입니다. 지금 좀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당신이 왜 사람들한테 사랑받는지 모르기 때문이죠. 그걸 알려고 애쓰는 중이랍니다

남 욕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유언비어를 실어 나릅니다.
어리석은 사람이 이를 믿고
한심한 사람은 이를 널리널리 퍼뜨립니다

현명한 사람은 사랑을 해서 현명하고, 멍청한 사람은 사랑을 이해하려고 해서 멍청합니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가르치는 것만으로 다 선생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진정한 선생이란 학생 스스로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격려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그중에는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 지내나 궁금한 사람도 있습니다. 평소에 내 생각을 해주었으면 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리고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생각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책을 산다는 것은 단지 내용만 사는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시간에 걸친 착오와 고된 작업을 사는 것이고, 수많은 좌절과 기쁨의 순간을 사는 것이죠. 책을 산다는 것은 저자의 마음과 나의 영혼…… 그리고 내 삶의 일부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내가 마음먹은 일을 비웃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나는 꿋꿋이 헤쳐 나가는 사람들을 존경합니다.

보통 자신감 없는 사람들이 나를 끌어내리려고 합니다. 오히려 나를 혹평했던 사람들이 그 사람들과 맞서 싸우라고 격려하는 일이 생기더라니까요

배가 항구에 안전하게 정박해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배가 존재하는 이유는 아닙니다.

인류와 불안은 거의 동시에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불안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공생하는 법을 배워야 하죠. 폭풍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배우듯 말입니다

어느 날 당신은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젠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구나.
더 이상 시간이 없구나, 라는 것을요.
그러니 지금, 하고 싶었던 것을 하세요

당신의 꿈을 따라가세요. 돈은 좀 못 벌더라도 결코 궁핍하진 않을 겁니다.
아니면 다른 사람의 꿈을 좇아가세요. 돈은 좀 벌겠지만 결코 풍요롭진 않을 겁니다.

단순해 보이는 것이어도 실은 비범하고 훌륭합니다.
현명한 사람만이 볼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삽시다.
꿈은 크게 갖고
늘 감사하고
사랑을 베풀면서요.
그리고 많이 웃자고요.

많은 사람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명쾌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정작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명쾌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여행자를 위한 아홉 가지 조언
1.박물관 가지 않기. 다른 나라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과거를 살펴보는 것보다 말이죠. 물론 박물관도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박물관을 제대로 보려면 시간과 공을 많이 들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주마간산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커다란 박물관에 갇혀 과거를 보는 것보다 탁 트인 현재를 마주하세요.

여행이야말로 돈이 아니라 용기가 결정합니다. 나는 젊을 적에 히피로 살며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그때는 가난해서 돈이라고는 어찌어찌 교통비 정도만 마련할 수 있었지요. 그렇지만 지금도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시절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여행을 통해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제자 : 기도보다 소중한 게 있습니까?
스승 : 네 옆에 있는 나무에서 가지 하나만 잘라보아라.
제자 : 네, 잘랐습니다.
스승 : 나무가 살아 있느냐?
제자 : 네, 멀쩡합니다.
스승 : 이제는 뿌리를 잘라보아라.
제자 : 그럼 나무가 죽습니다.
스승 : 기도란 무릇 나뭇가지 같고, 믿음은 그 뿌리라 할 수 있다. 믿음은 기도 없이도 존재하지만, 믿음 없는 기도는 허상이란다.

이유 같은 거 없어도 마냥 행복해하기.
언제나 왕성한 활동량.
뭐든 원하는 것이 생기면 어떻게 요구하는지 알기.

 

행여 상처받을까 겁먹고 너무 조심스럽게 대하다가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다가가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사랑을 표현하세요.

달걀은 외부의 힘으로 깨지면 삶이 끝납니다. 반면 내부의 힘으로 깨지면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요. 언제나 그렇듯 모든 위대함은 내부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항상 공부하고 배워야 합니다. 세상이 매 순간 변하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나는 세상을 다 알았다’ 하며 배움을 중단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림도 없는 일이죠. 배움에는 끝이 없습니다. 오직 정진뿐입니다.

꿈을 추구하려면 적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습관을 버려야 한다거나 고난의 길을 가야 한다거나 말이죠. 기대에 어긋날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편안한 삶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이 치러야 하는 비용보다는 확실히 싸답니다.

당신이 꿈을 이루려고 할 때, 많은 사람이 비난을 퍼붓고 모욕을 서슴지 않고 상처를 줄 것입니다. 저들에 맞서려면 용감해져야 합니다. 부디 저들의 욕구불만 따위에 멈추지 마세요

당신은 여행길에 누군가를 불러내 동행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걷는 것은 당신의 몫입니다. 아무도 당신을 위해 걷지 않습니다.

폭풍이 꼭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때로는 내가 가야 할 길을 말끔히 치워놓기도 합니다.

불안에 놀아나지 마세요.
불확실할수록 진실에 집중하세요.
누구도 무엇도 두려워하지 마세요.
나는 나의 편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사람을 가리지 않습니다. 남녀노소 어느 누구에게든 파고들어가 무시로 영혼을 갉아먹습니다.

가끔씩 이유 같은 거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난생처음 보는 사람에게 미소 지어 보세요. 혹시 알아요? 전혀 의도치 않았는데 그 사람을 구하게 될지도 모르죠. 당신의 미소가 상대에게 새로운 희망과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평가받고 인정받는 것에 목을 맵니다. 그렇기에 그 앞에서 약해지고 말지요. 평가와 인정은 가혹한 함정입니다. 걸려들지 마세요

도전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삶은 되돌아보지 않고요.

도전할 건지 말 건지 마음먹는 데 오래 걸릴 까닭이 뭐 있겠습니까.

하지말아야할것
첫째,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기. 결과를 바꾸려면 다른 방법을 써야 합니다

하지말아야할것
셋째,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앞만 보고 가기.

"글쓰기는 예술이란 관점에서 좀 평가절하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는 흑과 백을 이용해 사람들의 내면을 다채롭고 풍부한 색깔로 표현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누구든 죽습니다. 그렇다고 누구나 인생을 즐기며 살고 있지는 않아요. 부디 즐기세요. 지금도 이른 건 아닙니다

코엘료의 길지 않은 문장들은 이미 알고 있지만 잊고 있던 마음들, 너무 익숙해져서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던 능력들, 분명 예전에는 나를 놀랍게 했지만 지금은 식상해져버린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금 상기시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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