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 금요일 밤 9시, 편안한 주말이 시작되는 시간 아줌마들 넷이 검은집 탐험에 나섰다. 황정민도 보고, 적당한 긴장감으로 공포를 즐기려는 다부진 마음을 가지고......

어리버리 신입사원으로 나타난 전준오(황정민 분)는 상담자의 금지사항을 무시하고 위험을 자초한다. 그리된 것은 동생의 죽음에 따른 죄의식이다. 많은 사람이 성장기의 경험에 따라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종종 발견한다. 초등학교 내 추억의 갈피에도 '저 애는 심성이 아주 못 됐어'라고 단정한 녀석이 있었다. 30년 후 동창회에서 들어보니, 여전히 못 되게 살고 있었다. 내가 어린 나이에도 통찰력이 있었던 건지... 좀 씁쓸했다. 하여간에 우리야 어찌됐든 커나가는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갖도록 해주는 것도 부모의 한 몫이다.

내리는 빗줄기가 이렇게 무서워보긴 또 처음이다. 드르륵 열리는 문소리에도 오소소 소름이 돋고, 컴컴한 등 뒤에서 뭔가 나타날 것 같은 긴장감에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복선이 깔린 것을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반전에 꺅~~~소리치며, 옆사람 손목을 꼭 틀어잡고 영화를 보기는 그 옛날, '13일의 금요일' 본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악~~~ 헉~~~~ 휴~~~ 여기저기서 터지는 비명소리... 하남점 5관의 분위기는 엄청 썰렁했다. 

인간적인 감정을 갖지 못한 사이코패스가 그 사람이 아니라고?
질질 끌지 않는 빠른 전개와 극적인 상황 연출이 좋다. 끔찍한 장면을 정면으로 들이밀며 보기를 요구하지만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다. 싸늘한 박충배(강신일 분), 악마같은 신이화(유선 분)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나 리얼해서 관객의 공포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자기 눈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우리의 주인공, 끝까지 인간적인 맛을 물씬 풍기며 당차게 맞선다. 사이코패스를 아무리 감정없는 괴물이라고 말해도, 끝까지 사람으로 대하며 목숨을 구하려는 그의 인간미가 아름답다. 그래서 숨조차 쉴 수 없는 극도의 긴장과 공포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일본 원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그 따뜻함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공중에 떠오른 그네타는 그림...... 우리가 모르는 세상, 어느 구석에서 사이코패스로 자라는 아이들이 있다는 전율은, 꿈자리 뒤숭숭할 것 같은 뒷 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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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15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네를 타고 있는 그림! 정말 잊혀지지 않지요. 으~~

순오기 2007-07-15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짱돌이 님도 저와 같은 느낌이셨네요~~~
앞으로 애들 그림 보면 그런 그림이 있나 굉장히 주시할 것 같아요.
 


Transformer, Cube~ 영어라면 울렁증이 이는 아줌마의 귀에도, 아들녀석을 키운 덕에 변신로봇의 이름을 줄줄이 읊었던 기억에 친숙하게 느껴진다. 아직도 장식장에 아들이 갖고 놀던'선가드'가 고이 모셔져 있다. 아이들은 '큐브 수학' 문제집 이름으로 기억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큐브를 끼고 살던 시절이 있었으니 어찌 익숙하지 않으랴! 

7월 10일 개봉한 '해리포터'를 보려다가 너도 나도 강추하는 '트랜스 포머'도 아직 안 봤다는 생각에 발목 잡혔는데, 드디어 우리 가족도 열광하는 '트랜스 포머' 대열에 합류했다.

와아~~~~환상이다!
아줌마가 따라잡기엔 너무나 빠른 변신, 압도하는 오토군단에 그저 입이 헤~~~벌어졌다. 애들과 남편은 넋이 쏙 빠져서 빵빵한 에어콘에 추운줄도 모른다.(어제밤 9시 40분 하남점, 7관 F열 중앙에 앉았던 난, 너무 추웠다. 조끼를 걸쳐 입고 갔기에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나와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어깨가 풀렸다. 에어콘 온도 조절이 안 되는지... 꼭 덧옷을 필요로 하는 실내온도에 기름 한방울 안 나는 나라~~ 운운하게 된다.)
앗~~ 삼천포로 너무 빠졌다,. 다시 돌아가자! ㅎㅎ

아이들의 꿈이었던 로봇 세계를 어쩌면 저렇게도 리얼하게 담아냈는지, 황홀한 변신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뭐가 어떻게 변한건가~~ 머릿속이 온통 빙빙 돌 지경이다. 그 와중에도 이 영화, 한번 다시 봐야 제대로 알겠다는 생각이 꽉 들어찼다.

하여간 배경음악도 귀에 안 들어올 정도로, 내용이나 줄거리 생각없이 화려한 영상 활홀한 변신에 빠져든 영화도 흔치않은 경험이다. CG이든 어떤 재주든 저런 장면을 만들어 냈다는데 기립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였다. 로봇을 갖고 놀던 수많은 아이들이 꿈꿔왔던 세계를 영상으로 펼쳐 낸 감독에게 감사한다.

기대만큼 만족을 준 영화~~~관객에게 꿈의 실체를 보여주고도, 지금도 다양한 형태로 본모습을 감추고 우리 곁에 남았다는 오토봇을 어디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라는 꿈같은 희망을 남겨준 영화...... 아직도 눈 앞에서 어른거리는 황홀한 변신에 감전된 나를 추스려야겠다!

콜롬버스에서 올려놓은 자료엔 황홀하게 변신하는 오토봇의 모습은 하나도 안 보인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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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져 2007-07-15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보고 갑니다.
♧오늘하루‥‥♣
◀▲◁△◀▲◁△
▼▶▽▷▼▶▽▷
ノ ノ ノ ノ
♣행운만있길♣

순오기 2007-07-15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이웃의 다섯 살 꼬마가
"엄마, 우리 골목에 있는 자동차들은 언제 로봇으로 변해?"
라고 묻는답니다~~~ㅎㅎㅎ
 

 

7월 6일까지 볼 수 있는 무료 관람권을 썩힐 수 없어 막내랑 영화를 보러 갔는데, 무료관람 가능한 12세를 고르다 보니 택시4를 선택했다. 금요일 밤 9시 40분 하남점 8관, 팝콘과 콜라를 마시며 모녀의 행복한 시간.

난 단순한 코미디 영화는 절대 내 돈 주고는 안 보는데, 공짜라면 그냥 저냥 본다. 게다가 7월 4일에 끝난 아들녀석 기말시험 결과가 머리 아프게 하는 상황인지라 살기 싫을만큼 다운된 엄마의 스트레스를 단방에 날려줄 영화가 필요했다.

어벙한 프랑스 경찰을 적당히 조롱하며 초강력 스피드로 달리는 택시도 잠시 맛보고, 뭐 그런대로 실실 웃으며 스트레스를 날려주기에 딱 좋은 영화였다. 이틀간 아프던 머리도 말끔히 나았고, 오늘 기분이 한결 나아진 건 택시4 덕택이다. 머리 아프고 살맛 안나는 판에 스트레스 날려서 살맛 나게 했다면 그거로 족하다. 코미디 영화가 그러면 된 것 아닌가?

2002 월드컵으로 나같은 아줌마도 열성 축구팬이 되었기에 지브릴 시세가 나오는 초반, 마르세이유 경기장에 진입하는 것과 꼬마들이랑 청소년들이 이골목 저골목 어디서나 축구를 즐기는 그네들이 부러웠다.

우리 아이들은, 이 학원 저 학원 다니느라 골목에서 뛰노는 모습이 사라진지 오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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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장마 때문에 집안이 눅눅하고 꿉꿉하시죠? 이런 처진 기분 치켜 올려줄 처방이 필요하시다면, 눈 덮인 외딴집에 다녀오는 건 어떨까요? 집안에서도 다녀올 수 있는 문학 속으로 ......

온통 눈 뒤덮인 외딴 집. 열세 살 아들 세영의 눈에 비친 어머니의 삶을 잔잔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시처럼 아름다운 문장이 감동이다. 몸에 홍어 모양의 흰 반점이 있어 '홍어'로 불렸던 아버지. 홍어의 성기가 둘이라 그랬는지 바람둥이였던 아버지가 집을 떠나고... 부엌 천정에 매달은 홍어는 어머니의 기다림에 희망을 주는 부적이었을까? 당신의 고집을 위해 아들의 고집을 꺾으며, 이웃과 담을 쌓고 바느질로 살아가지만 자존심으로 당당한 어머니를 작가는 그려내고 있다.

밤새 폭설이 내린 날,
그 폭설에 부엌으로 찾아들어 홍어를 먹어치운 비렁뱅이 소녀를 심하게 매질하는 어머니, 홍어를 먹어치웠기에... 행여 아버지의 귀가를 기다리는 희망이 꺾여 돌아오지 않으리란 절망 때문이었을까? 모질게 매질했던 어머니는 더러운 소녀를 씻기며 남편처럼 반점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나는 혹시 비렁뱅이 소녀가 남편의 딸은 아닐까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녀에게 '삼례'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바느질 심부름을 시키며 식솔로 받아들인다. 삼례는 세영과 같이 읍내로 한복 심부름을 다니며 춘일옥 작부집 여자의 일감도 얻어온다. 어머니는 더 많은 돈을 준다 해도 자존심을 지키느라 받지 않았던 일이다. 영악한 삼례는 자기 몫의 돈도 챙기고, 몽유병을 가장하여 밤나들이나 하고 싶은 것을 거침없이 즐기며 방종한 여인네가 되어간다.

그러다 휑하니 말없이 떠나버린 그녀, 중학생이 된 세영은 귀동냥으로 그녀의 거처를 알아내어 기생집으로 찾아간다. 엉덩이를 까고 시원스레 눈밭에 오줌을 누는 그녀, 이렇게 눈이 내리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미칠 것 같다며 오줌이라도 싸야 분이 풀린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왜 떠났고, 그녀는 어디로 떠나고 싶은 걸까? 혹시 내 어머니도 떠나고 싶은 건 아닐까? 세영은 마음으로 헤아려 본다. 삼례의 가출이 어머니도 떠날지 모른다는 복선으로 깔리며, 그들 모자의 위장된 평화에 불안의 그림자를 더한다.

어느 날, 처갓집이라며 불량스런 남자가 찾아들어 삼례를 찾아내라 행패를 부리고, 어머니는 그 남자를 추켜주며 돈을 쥐어주고 다독여 보낸다. 그 후 다시 읍내로 찾아든 삼례의 거처를 안 어머니는 세영을 앞세우고 그녀를 찾아간다.
"네가 이 마을을 떠나야 조용하게 살 수 있다. 이 돈은 남편을 찾아갈 때 쓰려고 모은 돈인데, 네가 가지고 떠나 꼭 필요할 때에 쓰거라." 어머니는 삼례의 손에 돈을 쥐어주고, 그녀는 조용히 슬집에서 떠난다. 남편의 행방을 찾아나서지는 않았지만, 그럴때를 대비해 돈을 모아온 어머니는, 삼례에게 돈을 주어버리고 비로소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

폭설이 내리고, 길손처럼 아기를 업은 여인네가 찾아 와 아이를 맡기고 읍내로 나간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어머니는 남편의 아이라는 걸 이미 알고 떠나버린 여인을 기다리지 않는다. 아버지가 네게 주신 동생인데 '누구나 아버지는 될 수 있지만 아버지답기는 어렵다' 말한다. 바느질하는 사람까지 들이고, 자신은 아이에게 정을 쏟으며 세월을 보낸다. 세영은 그런 어머니에게 배반을 느낀다. 성장과정에서 누구나 겪었을 마음의 갈등- 혹시 어머니가 부정한 건 아닐까? 이웃 남자와 어떤 관계일까? 염탐하려는 사춘기 소년의 비애가 공감되도록 잘 그려내고 있다.

어느 날 돌아오고 싶다는 무책임한 남편의 전갈이 오고, 어머니는 세영을 데리고 나가 말없이 남편을 모시고 돌아온다. 모자가 정성으로 절을 올리는 모습에 이제 행복한 삶을 살겠구나 기대했는데, 작가는 뒷통수 치는 반전으로 어머니의 가출로 마무리짓는다.
'아, 인고의 세월을 말없이 보낸 어머니의 한을 저렇게 풀어내는구나~ 그래, 멋진 반전, 멋진 복수다!'
처음엔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여자로서의 어머니 삶에 용기를 낸 결단에 박수를 보냈다. 이제 무책임하고 방종했던 남편은 남겨진 두 아들을 키우며 '아버지 되는 게 어떤 건지, 아버지답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고생 좀 하겠구나' 싶어 고소했다. 그러나, 아들 세영이는 기다림의 한을 멋지게 풀어내고 자유를 찾아 떠난 어머니를 이해하며 조용히 기다리며 살아가리라 보여준다.

현재 우리의 모습보다는 우리 어머니 세대의 정서와 인고를 보여 준 '홍어'를 통해 오랜만에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무조건 희생하며 고통을 견딘 어머니였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뜻을 보여 준 용기는 던져주는 의미가 컸다.
작가가 그림을 그리듯 보여주는 아름다운 문장은 밑줄 칠 귀절이 많았다. 천천히 음미하며 다시 읽게 하는 아름다운 묘사에 감탄하며, 잔잔한 정서가 그대로 묻어나는 홍어의 일독을 주부들과 남편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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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선 동서 미스터리 북스 52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점과 선"이라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글쎄요~ 처음부터 야스다가 범인임을 설정하고 완벽한 알리바이를 허물어가는 형사의 수사 방식이라 긴장감은 좀 덜하다. 셜록홈즈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보면 등장인물 누구라도 다 범인일 가능성을 전제로 끌어 가기에 박진감이 넘치고, 독자가 탐정이 되어 같이 파헤쳐 나가는 재미가 넘치는데~ 여기선 그런 묘미를 느낄 수 없어 조금은 실망이었다.

그래도 죽은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식당열차 1인분' 전표를 보고, 왜 기차를 둘이 탔는데 혼자만 식사했을까? 라는 의혹을 품고, 정사로 종결되어진 수사를 다시 시작하는 도리가이 주따로 형사와 경시청 미하라 형사의 추리가 조금씩 먹혀 들어가는게 다행이었다.(63쪽 이후)

수사관의 신념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데에 있다는 생각과, 인간의 선입관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작용하여, 상식이 맹점을 만드는 우를 범하지 말고 모든 상식을 백지화하고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라(162쪽)는 도리가이 형사의 편지는 완벽한 알리바이의 벽에 부딪힌 미하라 형사가 다시 도전하도록 영감을 주었다.

예전에 "TV책을 말하다"에서 탁석산교수가 강력 추천하기에 기대를 갖고 읽었는데... 추천사에 처음으로 사회적 부정을 추리소설에 끌어들인 '사회파'라는 말이 무색하게 사회적인 부정과 비리를 파헤친 것도 아니고~ 다만 사회의 구조속에서 상급자의 이용에 희생양이 되어 정사체인양 살해당한 사야마와 오또끼가 쓸모 없어진 소모품처럼 안쓰러웠다.

교묘하게 열차시간표의 공백 4분을 이용한 목격자 만들기로 작전을 전개한 야스다의 치밀함이 돋보이려는데, 어이없게도 그 아내 료꼬를 등장시켜 공범으로 만들더니 죄를 인식한 두 사람의 자살로 막을 내리는 건 추리소설을 완전히 맥빠지게 하는 결론이었다.

수사를 종결했음에도 뒷맛이 개운치 않은 미하라 형사의 고백처럼 일본인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였다. 그저 사회구조의 모순속에서 억울하게 당하는 힘 없는 자들의 비애가 가슴 아프고, 부정의 책임 상급자면서 가해자였던 xx성 이시다 부장은 부처를 옮기면서 더 좋은 대우를 받는(198~198쪽) 것은 우리의 현실과 너무 닮은꼴이라 화가 났다.

"점과 선"에 수록된 또 한 편의 작품 "제로의 초점"
점과 선 보다는 누가 범인일까 추리해 나가면서 읽을 수 있어 훨씬 흥미로웠다. 전후 일본의 결혼풍속이 좀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생존을 위해 선택한 직업- 양공주의 운명을 떨어버리려고 애쓴 여성들의 아픔은 이해되었다. 우리도 같은 운명을 가진 여성들이 많기에...

결혼 한 달도 못 되어 사라진 남편(우히라 겐이찌)의 행방을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의문과 연속된 살인을, 하나의 점으로 보면서 사건의 일직선상에 선으로 연결하는 추리... 수사관이 아닌 평범한 주인공 이따네 데이꼬 침묵속의 추리가 돋보였다.

결국 경제적인 부를 갖게 된 무로따 사장의 후처로, 지방 저명인사가 되어버린 양공주 출신의 사찌꼬 여사. 자신의 과거가 드러날까 두려워 관계된 사람을 하나씩 청산가리 섞은 양주로 독살해 나가는 과정... 자신의 추리가 들어맞아 가는것에 전율하면서 사건은 종결로 향하고~ 마지막 사찌꼬가 택한 죽음의 절벽까지 찾아간 그 남편 무로따와 데이꼬는 캄캄한 어둠속에 한 점으로 사라져가는 뗏목에 탄 사찌꼬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일본인들은 자신의 잘못을 자살로 종지부를 찍는다. 그것이 그 사회의 특징일까? 일본인들의 성격 탓일까? 우리네 정서로는 이해되지 않지만 추리소설로서의 흥미진진함을 갖춘 '제로의 초점'이었다.

사회적인 부정이라기 보다는 지도층, 혹은 재력가들의 부정을 숨기기 위한 살인 정도로 사회파 추리소설이라 했을까 싶다. 비록 기대치보다는 못 미친 작품이긴 해도, 추리소설의 맛에 손에 잡으면 놓지 않고 쭈~욱 읽어 나가게 하는 매력은 있었다. 추리소설의 맛은 바로 그 긴장감과 사건이 어떻게 될까 궁금증에 있으니 그런대로 성공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여름이 가기 전, 혹은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미스테리를 해결하는 재미를 맛보시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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