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될 거야, 오키나와에서는 - 여자 혼자 떠난 오키나와 여행기
송수영 지음 / 낭만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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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언제나 즐겁고 설렌다. 그런데, 이러한 설렘은 여행을 하기 때문에 느끼는 것만이 아니라, 여행을 꿈꾸기 때문에 더욱 설레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떠나기 전 짐을 쌀 때가 오히려 가장 설렌다. 일상을 벗어나 잠시 누리게 될 일탈의 특권에 대한 설렘, 내 삶의 영역이 아닌 타인의 삶의 영역을 엿볼 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히려 떠나기 전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런 설렘과 행복은 반드시 여행일정을 계획해 놓은 사람들만이 누리는 것은 또한 아니다. 여행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없다 할지라도 여행서적들을 읽어가며, 누군가 타인이 누렸던 설렘과 행복이 나의 것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여행서적들을 읽으며, 언젠가 저 자리에 내가 있을 것이라는 꿈을 꾸게 되기에 여행서적 역시 떠나기 전의 설렘과 유사한 설렘과 행복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이런 점 때문에 난 여행서적을 많이 읽는다.

 

그런데, 이런 여행서적들이 모두 같은 느낌을 갖게 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각기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여행서적들을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분류해 본다.

 

첫째, 여행을 하며 저자가 느낀 점들을 에세이처럼 기록한 책이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려 하기보다는 여행자체를 전해 주는 책이다. 이러한 책을 읽는 독자는 마치 저자의 여행이 독자 자신의 여행처럼 느낄 수 있어 많은 설렘을 갖게 한다.

 

둘째, 여행 정보를 알려주는 책이다. 이런 책의 장점은 실제 그 장소에 대한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다. 하지만, 단점은 정보의 나열이 되기에 저자의 여행이 독자의 여행으로 공감되지 않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답사책자라고 할 수 있겠다. 여행지에서의 관광이나 여행보다는 그곳의 문화유적들과 거기에 담겨진 역사를 설명해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답사 여행의 장점은 공간과의 만남뿐 아니라, 시간과의 만남도 허락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들 중 무엇이 옳은가? 사실 이런 질문은 잘못된 질문이다. 무엇이 옳고 그름은 없다. 각기 독자들의 필요와 취향에 따라 자신에 맞는 여행서적을 고르면 될 뿐이다. 그렇기에 세 가지 부류의 여행서적 모두 필요하며 각자의 역할이 있다. 첫 번째 부류의 책들이 여행에 대한 동기부여를 심어준다면, 두 번째 부류의 책들은 동기부여를 지나 실제적인 여행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

 

그럼, 이 책 『어떻게든 될 거야, 오키나와에서는』은 어디에 속할까? 글쎄, 잘 모르겠다. 꼭 어디에 속하는지 분류하려는 것 역시 어리석은 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굳이 분류해보고자 한다면,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이 어디쯤이 아닐까 여겨진다.

 

사실, 오키나와에 대한 여행책자이기에 기대했던 바는 오히려 세 번째였다. 오키나와는 슬픈 역사를 간직한 땅이다. 그렇기에 그 슬픔의 현장, 아픔의 시간들에 대해 여행을 통해 알았으면 싶은 욕심이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아쉽게도 생략되어 있다(여기에 대해서는 저자 역시 에필로그에서 살짝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 역시 나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게다가 유적지에 대한 소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의 상당부분은 류큐왕국의 유적지 소개에 할애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키나와만의 아픔과 통곡의 세월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말이니 오해하지 마시길... 그러고 보니, 이 책은 내가 앞에서 분류한 형태 가운데 세 번째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니 여행에 대한 모든 부분을 두루뭉실 다 소개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장점이며 또 한편으로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두드러진 특징은 사진이 많다는 점이다. 물론 여행서적치고 사진이 적은 책이 드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의 사진들은 굳이 설명이 없어도 오키나와라는 멋진 여행지에 대한 설렘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국적인 경치와 빼어난 자연경관 등에 대한 사진은 보는 것만으로도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아울러 저자가 여성이어서 그런지, 쇼핑에 대한 정보라든지, 분위기 좋은 카페(물론 맛난 카페도 포함), 맛집 등에 대한 소개가 적지 않은 분량이다. 이것 역시 여행에 있어 빠질 수 없는 부분이기에 유용한 정보가 된다.

 

또한 저자는 대표관광지만이 아닌, 그곳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뒷골목 풍경도 전해주고 있다. 이런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뿐 아니라, 여행자를 위한 교통정보 등의 세심한 정보소개도 고맙다.

 

책을 덮으며,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곳들, 그곳에 언젠가 내가 서 있게 될 설렘을 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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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마트 구양순 여사는 오늘도 스마일 어린이 나무생각 문학숲 1
조경희 지음, 원정민 그림 / 어린이나무생각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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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는 속된 말로 슈퍼 갑질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땅콩회항으로 전 세계적인 부끄러움이 되더니, 백화점 주차장 아르바이트생을 무릎 꿇리고 뺨을 때린 VIP고객의 갑질도 논란이 되고 있죠. 바로 이런 갑질에 상처받고 눈물 흘릴 수밖에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동화가 있답니다. 바로 이 책, 『행복마트 구양순 여사는 오늘도 스마일』이란 동화책입니다.

 

구양순 여사는 행복마트 계산원이랍니다. 같은 직원들 가운데 가장 고참에 속하는 구양순 여사는 오늘도 웃는 연습을 합니다. 왜냐하면 고객은 왕이기 때문이죠.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고객만 왕이고, 그들을 상대하는 직원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고객의 감정만 중요하고, 직원들의 감정은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고객들 중에는 직원들을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이들은 어쩌면, 고객이 왕이란 말을 오해하여 자신들이 선한 왕이 아닌 폭군이 되어버리는 거죠. 왕은 사실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돕는 자리인데, 백성들을 자신의 배를 채워주는 도구로 생각하는 부족한 폭군이 꼭 있답니다. 이런 고객들이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거죠. 이런 못된 고객들, 유식한 말로 ‘블랙컨슈머’들 때문에 직원들은 오늘도 피눈물을 삼킵니다. 이야기 속의 구양순 여사와 영심이 이모 역시 마찬가지고요.

 

게다가 그렇게 피눈물을 삼키는 직원들의 대다수는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인해 고용주의 횡포에도 노출되어 있답니다. 아니꼽고 더럽게 느껴지는 직장이지만, 그나마 그 직장에 머물러 있기 위해서는 피눈물을 삼키며 그저 버텨내야만 하는 겁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이런 한계에 부딪쳐 행복마트 직원들은 결국엔 노란 조끼를 입게 된답니다. 모두 한 목소리로 자기주장을 하게 되는 거죠.

 

이 책, 『행복마트 구양순 여사는 오늘도 스마일』은 바로 이처럼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답니다. 하지만, 무거운 주제를 결코 무겁지 않게 흥미롭고 재미나게 잘 다루고 있답니다. 행복마트에서의 엄마가 겪어나가는 이야기와 함께 학교에서 내준 모듬별 주제토의에서 ‘노동’이란 주제를 선택하여 조사하는 과정이 재미나게 섞여 있네요.

 

언제나 자신의 감정은 감추고 상대를 대해야만 하는 노동을 감정노동이라고 한답니다. 이 책은 감정노동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좋은 동화랍니다. 그리고 단순히 문제제기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가 나름대로 멋진 대안도 제시하는 훌륭한 동화랍니다. 이런 좋은 이야기들을 통해, 자라나는 다음세대들은 결코 ‘블랙컨슈머’들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무엇보다 그들 역시 누군가의 사랑하는 엄마, 아빠이며,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 딸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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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살려 주세요, 우리 형이 사춘기래요! 튼튼한 나무 3
소피 리갈 굴라르 지음, 장소미 옮김 / 씨드북(주)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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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살려 주세요, 우리 형이 사춘기래요!』라는 이 책은 책 제목에 그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주인공 윌리엄네 가족은 상당히 복잡하다. 그래서 주인공은 자신의 가족을 ‘퍼즐가족’이라 부른다. 윌리엄의 아빠와 엄마는 모두 이혼의 경험이 있는 분들이다. 그렇기에 윌리엄의 가정은 재구성가족이다.

 

그런 윌리엄에게는 누나가 둘, 형이 한 명 있다. 큰 누나 모린과 형 그레그는 아빠가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들이다. 그러니까 이들과 윌리엄은 아빠가 같다. 또 다른 누나 엘레는 엄마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다. 그러니 이 누나는 윌리엄과 엄마가 같다. 윌리엄은 이들 형과 누나들과 공통분모는 1/2인 것이다. 그래서 반쪽짜리 누나와 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가족사가 문제는 아니다. 진짜 문제는 윌리엄에게 반쪽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형 그레그와 누나 엘레가 사춘기를 겪고 있다는 점. 이 둘 중에 더 큰 문제는 바로 그레그 형이다. 예전에는 동생 윌리암에게 우상과 같던 형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변신했다. 멋진 변신 로봇으로 바뀐 것이 아니라, 문어발 돼지로 바뀐 것이다. 게다가 진짜 문제는 이런 문어발 돼지 형이 일주일에 한번 함께 하던 관계에서 이제는 아예 윌리엄네 집으로 와서 윌리엄과 함께 방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사사건건 신경질을 내고, 약 올리고, 괴롭히는 반쪽짜리 형, 그리고 온통 지저분하게 방을 더럽히는 돼지 같은 형 그레그로 인해, 윌리엄은 고민하게 되고, 이 고민 해결을 위해 친구들과 함께 서클을 만들게 된다. 바로 ‘사춘기 구원을 위한 모임’이 그것이다. 과연 윌리엄은 친구들과 함께 힘을 모아 사춘기 형과의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을까?

 

이 책은 말 그대로 사춘기를 겪는 형제를 둔 동생들의 고민을 다루며, 그 고민을 해결해 나가는 멋진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게다가 재구성가족이라는 평범하지 않지만, 이제 어느덧 우리에게 익숙해진 가족형태를 통해, 그 안에서 겪게 되는 갈등과 화해 역시 보여준다.

 

가족의 화목함이야말로 삶의 가장 큰 힘이 아닐까? 가족이야말로 내가 세상 살아감에 있어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하고 말이다. 우리가 이것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물론, 사춘기라는 불안정한 시기를 생리학적으로 모두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불안한 순간을 넘어, 가족의 화목을 그려내고 있음이 멋지다. 그렇기에 이 성장 소설은 재미있으며, 감동까지 선사하는 좋은 소설이다.

 

한 가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가족의 화목은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이야기 가운데서도 사춘기를 겪는 형 때문에 시작된 동생과 친구들의 ‘사춘기 구원을 위한 모임’을 통해, 형과의 화해를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기에 형과 동생의 화해가 이루어진다. 물론 위기상황도 있었지만 말이다.

 

우리네 가족의 행복은 어느 누구에게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각자가 먼저 손 내밀고, 먼저 애씀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네 가정 모두가 때론 사춘기와 같은 격동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만, 결국엔 그러한 시간조차 가족이 하나됨의 재료가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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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 달고나 만화방
남동윤 글.그림 / 사계절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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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은 4학년 1반 아이들과 담임선생님이 만들어가는 재미난 에피소드를 엮은 만화랍니다. 그런데, 4학년 1반 아이들은 망했답니다. 왜냐하면, 담임선생님이 강귀신 선생님이거든요. 강귀신 선생님은 귀신이란 이름답게 대단히 엽기적인 선생님이랍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재미있습니다. 때론 유쾌하고, 때론 엽기적이기도 하죠. 강귀신 선생님의 지독한 방귀냄새에 과학실험을 하던 아이들이 기절하기도 하네요. 그리고 날마다 시험을 보고요. 친구들은 선생님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해주려고 합니다. 바로 선생님의 이상향인 현빈처럼 잘생긴 동곤이의 삼촌을 말입니다. 그리고 이 삼촌은 현빈처럼 잘 생긴 것만이 아니라, 이름도 장현빈이랍니다. 과연 동곤이 삼촌 현빈 삼촌은 귀신 선생을 받아들일까요?

 

편식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있네요. 갑자기 편식하던 친구들이 이상하게 변하는 놀라운 일도 벌어진답니다. 돼지처럼 바뀌기도 하고, 갑자기 할머니처럼 늙어버리기도 했네요. 어떤 친구는 돼지꼬리가 생기기도 하고요. 여러분! 편식하면 혹시 이렇게 될지도 모른답니다.

 

경식이는 잔소리가 심한 엄마가 잔소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말했다가 그 소원이 이루어지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엄마가 잔소리를 하지 않고 경식이가 뭘하든지 좋다고 하자 오히려 경식이는 여러 가지 곤란한 일을 겪기도 한답니다. 경식이는 나중엔 잔소리하는 엄마로 돌아오길 바라네요.

이 만화책은 정말 재미있답니다. 게다가 이 책에는 곳곳에 숨은 그림 찾기를 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답니다. 자연스레 이야기 가운데 말이죠. 재미난 이야기만이 아니라, 이처럼 꼼꼼히 숨은 그림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네요.

또 하나 이 책의 멋진 선물은 별책부록이랍니다. 『진짜 놀이 만화』 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별책부록 역시 매우 튼실한 내용을 담고 있답니다. 보너스 만화가 실려 있고, 그 안에 “숨은 그림 찾기”, “숨은 사람 찾기”등이 함께 실려 있답니다. 재미난 미로 놀이도 있고요. 물론, 정답도 뒤편에 실려 있답니다. 하지만, 정답을 미리 보면 재미없겠죠? 한번 꼼꼼히 놀이 만화를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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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손바닥
가네꼬 미수주 지음, 고오노 에이지 옮김 / 책마루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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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가 윤동주시인의 서시라는 기사를 어디에선가 본 기억이 있다. 가히 윤동주시인은 요즘 말로 국민시인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감히(?) 그런 윤동주시인에 비교되는 시인이 여기 있다. 바로 여류 동요시인인 가네꼬 미수주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의 윤동주 시인이란다.

 

그 시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감상해본다. 역시 그런 찬사를 들을만한 아름다운 동시들이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너무나도 예쁘고, 아름다운 시인의 마음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시가 가득하다. 이렇게 예쁜 시를 읊조렸던 시인이 26세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음이 안타깝다. 더 많은 시를 우리에게 남겨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만큼 그 시가 예쁘다. 특히, 어른이 동심의 세상을 엿보며 어설프게 아이의 입장에서 노래하는 느낌이 아닌, 진짜 아이가 때 묻지 않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노래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예쁜 시들이 참 많지만, 그 가운데에서 시인의 마음, 시인의 영성을 느낄 수 있는 시 몇을 소개해본다.

 

엄마 / 집 뒤 나무 밑에 / 매미 옷이 / 있었어요 //

매미도 더워 / 벗었어요 / 벗고 잊고 / 가버렸어요 //

밤이 되면 추울 텐데 / 어디로 갖다 / 줄까요

< 매미의 옷 > 전문

 

매미가 변태하며 벗어놓은 허물을 시인은 매미가 벗어 놓은 옷으로 바라본다. 너무 더운 날씨에 매미가 벗어 놓은 옷으로. 그리고 그런 매미가 이제 밤이 되면 추워할까 걱정하는 그 마음.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인가!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며 흐뭇해지는 시가 아닌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맙시다 / 아침 뜰 한 구석에서 / 꽃이 살며시 우는 일 //

만약 소문이 퍼져 / 벌의 귀에 들어가면 /

나쁜 짓이라도 하듯이 / 꿀을 돌려 드리려 갈 것이니

< 이슬 > 전문

 

아침 이슬을 꽃이 흘리는 눈물로 바라볼 수 있는 그 마음이 부럽다. 그런 눈을 나 역시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렇다면 꽃이 왜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나? 그건 벌이 꽃의 꿀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그러면 벌이 나쁜 녀석일까? 아니다. 시인은 벌이 나쁘다 말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맙시다’ 말한다. 만약 꽃이 울고 있음을 벌이 듣게 된다면, 벌이 마치 나쁜 짓이라도 한양 꿀을 돌려주려 할 테니 그래서는 안 된단다. 꿀을 빼앗고 울고 있는 꽃, 그리고 벌 역시 나쁘지 않은 착한 마음의 소유자로 묘사하며 노래하고 있음이야말로 시인의 아름다운 영성을 알게 한다.

 

위에 눈 춥겠다 / 차가운 달빛 내려 있고 //

아래의 눈 / 무겁겠다 / 몇 백명을 등에 업고 //

가운데 눈 / 외롭겠다 / 하늘도 땅도 못보고

< 쌓인 눈 > 전문

 

시인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예쁘지 않은가! 쌓인 눈을 보며, 위에 있는 눈은 차가운 달빛 때문에 추울까 염려하며, 아래의 눈은 무거울까 걱정한다. 그렇다면 가운데 눈이 제일 좋을까? 아니다. 가운데 눈은 위의 하늘도, 아래의 땅도 볼 수 없기에 외롭겠다며 안타까워한다. 얼마나 예쁜 마음인가? 우리에게 이런 마음이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영성과 마음을 소유한 시인이 불행한 환경 속에서 결국엔 자신의 목숨을 다하게 됨이 가슴 아프다. 반면 이율배반적으로 이처럼 예쁜 시를 알게 되어 행복하다.

 

너무나도 예쁘고 좋은 시집이다. 단지 아쉬운 점은 출판사의 출판준비가 너무 미흡했음이다. 시 본문들에도 오타가 곳곳에 보인다. 시집의 오타는 처음이다. 뿐 아니라, 책날개의 저자 소개에도 오타가 있다. 나는 시집 뒤편에 수록된 해설은 거의 읽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나도 예쁜 시의 여운을 즐기기 위해 뒤에 수록된 해설을 읽다가 다 읽지 못하고 책장을 덮고 말았다. 그곳에는 더 많은 오타가 마치 지뢰밭처럼 날 공격하기에. 이런 아쉬운 점을 고쳐서 다시 책을 출판한다면 너무나도 좋은 시집, 요즘 말로 강추 할 만한 동시집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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