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피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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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에 실린 단편집은 장편소설 "상실의 시대"와는 판이하게 분위기도 다르고, 소설을 읽을 때 떠오르는 생각들도 천차만별일 정도로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상실의 시대"보다는 "TV 피플"이 내 취향과 가까워 더 선호한다.(상실의 시대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냥 개인적인 생각일 뿐;) 나는 연애소설보다는 인간의 본질에 탐구하는 쪽을 더 좋아하고, 평범한 일상만 반복되는 소설보다는 현실을 뛰어넘은 진기한 이야기들을 열광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TV 피플"은 만족 90%쯤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단편집으로 하루키를 좋아하게 되어, "해변의 카프카"가 나오자마자 읽었고, 그 후에 "상실의 시대"까지 손에 쥐게 되었으므로, 내게 이 단편집은 특별한 무엇이다.

 


하루키의 작품을 읽은 후, 가슴 한 구석에서 생겨나는 허무함은 황당한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여기서 끝나는 거야"라고 말할 만큼, 어쩐지 아쉽고, 여운이 길게 남는다는 뜻일 거라 짐작한다.

 


하지만 이 단편집은 그런 허무주의를 지향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인 공포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에 그 전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다른 곳으로의 전환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것. 하루키의 발전 가능성을 전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나의)교보 북로그에 이미 올렸던 글입니다.
쭉 정리하고 나서, 새 리뷰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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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사랑은 사람의 일이라는 것이다.
더 자세히 얘기하면 사랑은 외로운 사람의 일이다.
나는 술을 마시고 나 자신에게 수없이 물어본 적이 있다.
나는 외로운가?
나는, 외로운 나는 외로운 것을 깨워
그 외로운 것을 향해 말을 걸고 싶은가?

외로운 나는 외로운 것을 사랑하고 싶은가?
그때마다 나는 자신 있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 권태(악취미들 10), 김도언 소설집. _23쪽.


* 외로우면 사랑을 한다는 게

내 경우에는 여러 의미로 해석되는 것 같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포함,

무언가에 몰두하고 도전하는 것도
이 범주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외로우면 소설을 건드리고,
내가 만든 주인공들의 세계를 엿보며 짜릿한 감각을 느끼고,
스트레스와 이런저런 감정들을 해소한다.
더불어 노래를(특히, Rock 계열.)지르다시피 하면서,
조금은 가뿐해지는 기분을 만끽한다.
일시적이지만,
내겐 더없이 소중한 경험&습관&취미들.

 

 

- 2006.10.10, 홈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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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혼란스러울 때가 있겠지?
그럴 때는 어떻게 하지?

그럴 때 나는 글 쓰는 작업에 전념한다.
내 방에 틀어박혀 워드프로세서의 키보드를 두드리며
우선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다.
그게 효과가 있을 때도 있고, 물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는 단지 흔들리는 내 감정에 귀를 기울이며,
워드프로세서 앞에서 글자를 나열하고 싶을 따름이니까.
슬픔. 외로움. 즐거움. 기쁨. 혼란. 애정. 증오.
이 모든 것들을 워드프로세서는 받아준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혼란스러워지면 글을 쓴다.
글을 쓰는 것은 일종의 자기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 타이핑 레슨, 아라키 스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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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스타트에 해당하는 부분.
내 경험이어서, 공감이 커서,
정리해두는 소설 속 이야기.
내가 주로 쓰던 단어가 많이 나온다.

 

 

- 2006.02.20, 홈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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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의 마지막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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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8∥


 

 

[도서]하치의 마지막 연인


 

바나나의 소설에 긴장감은 그리 없다. 의식하지 않는 사이, 깊숙이 빠져들게 된다. <하치의 마지막 연인>또한 내게 그런 책이었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을 가진 전통적 서사 구도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이성으로 꼬집어 볼 기회는 주지 않고 물가에 파문을 일으키는 작은 돌멩이같이,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던져주는 책. 나는 사실,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책을 읽는 편이다. 그리하여 바나나 책을 읽을 때도 그렇게 읽고 말기 때문에 감성만으로 얘기한다면, 찬찬히 뜯어볼 거리가 잘 없다. 일일이 따져가며 읽긴 하지만, 그건 소설의 기본에 불과하다. 대부분, 문체, 구성, 주제에 관해 소설의 3요소에 관해 얘기. 그리하여 평을 쓰려 하면, 이런 유의 소설이 내겐 지극히 어렵다.
"너는 하치의 마지막 연인이 될 거다. 하치, 중요 ,하치의 마지막 연인"
할머니의 예언이 예기하는 파동은 상당히 크다. 시작부터가 심상치 않은 느낌. 이 유언이 이 소설의 전주곡이 되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무거운 주제의 늪에 빠져있는 건 아닌지라 가볍게 읽을 것 같은데 또 그게 아니다.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주인공의 자신과 하치의 관계에 대한 목마름은 깊은 사색처럼 빠듯하게 느껴진다.

(나의)교보 북로그에 이미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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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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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8∥

 

 

[도서]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이 책은 나오자마자, 서둘러 사게 된 책이다. 단편집이라 더욱 마음이 갔던 것 같다. 단편은 분량이 짧아서,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여러 번 거푸 읽으면서 미묘하게 다른 느낌을 간직할 수 있어 좋다.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하나가 된 느낌을 책을 읽는 동안 변함없이 내게서 떠나질 않고 있었다. 거쳐간 소중한 기억과, 오래 전 만난 인연과, 일에 쫓기다 보면 의식하지 않는 새, 잊혀버리고 말 찰나의 순간과 한 조각의 일상과, 자신을 들어올리는 생의 무게를 따뜻한 단편들과 함께 할 수 있다.
몸은 우리를 지탱하는 만큼,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마음이 고르지 못할 때 병치레를 하는 것처럼 몸과 마음은 뗄 수 없는 상호관계라는 것과, 열심히 달리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게 되더라도 읏차-하고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금방 다시 일어나게 만드는 값진 것을 소설 곳곳에서 얘기해주는 것 같다.
우리를 거쳐간 것은 그 무엇도 보잘것없지 않다. 매순간 기억해야 될 우리 몸의 일부이다.
우리를 보살펴주는 환경이라던가, 아낌없이 사랑을 나눠주는 내 주위 소중한 분들과, 내게 주어진 일과라던가, 사랑으로 하나하나 지켜가야 할 의무가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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