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에서는 '만약 내가 이 집을 나선다면 수갑을 차게 될 것이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시체 발견에 대한 이야기. 어라, 이 여자가 수갑 찰 일을 한 것인가, 그리고 시체는 무엇인가, 라고 생각하노라면 이제 1장이 시작된다.
1장에서 밀리는 가사도우미 면접을 본다. 그녀는 현재 자신의 차car 안에서 생활하고 있으므로 입주 도우미라는 이 일자리가 너무나 절실하다. 두 발 뻗고 잠들고 싶고 샤워도 원대로 하고 싶다. 만약 가사도우미를 구하고자 하는 니나가 밀리에 대한 신상조사를 아주 자세히 한다면 밀리는 일자리를 얻지 못할 확률이 크다. 그녀에겐 전과가 있으니까.
니나는 만약 밀리가 이곳에서 일하게 된다면 머물 방을 보여준다. 일단 보여주는 손님방은 너무나 훌륭하지만, 그러나 밀리가 여기서 머무는 건 아니라고 한다. 흐음. 그래 이 훌륭한 방은 손님을 위한 곳이겠지. 그리고 그녀에게 보여주는 방은 청소도구함만한 아주 작은 방이다. 니나는 이 방이 작아서 유감이지만, 그러나 너의 프라이버시는 지킬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자, 보자.
This room is modest, but that's fine with me. -p.9
이 방은 대단하지 않지만, 그러나 나에게 좋다.
(번역서에는 '허름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감지덕지다' 라고 표현되어 있다.)
라고 밀리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밀리니까. 밀리는 그간 어떤 삶을 살았냐면, 차 안에서만 살았으니까.
The fact that this room is kind of crappy means maybe her standards are low enough that I have a teeny, tiny chance. -p.9
방이 형편없다는 사실은 그만큼 니나의 기준치가 낮다는 말이고, 그 덕에 어쩌면 나에게 기회가 올 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전자책 중에서
이 방이 형편없는만큼 밀리는 자신이 고용될 확률이 높아질 거라 생각하지만, 그런데 이 방은 뭔가 이상하긴 하다. 이 방에 있는 유일한 창문은 뒷문으로 나있고 게다가 겨우 손바닥만한 사이즈이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자신이 도와달라고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들을 수도 볼 수도 없을 것 같은거다. 이런 불안감이 들지만, 그러나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신은 그동안 차 안에서만 지냈으니까.
With my own bathroom and an actual bed where I could straighten my legs out all the way. That tiny cot looks so good compared to my car, I could cry. -p.10
내 방에, 그 것도 두 다리를 뻗고 누울 수 있는 침대라니. 작은 침대지만 차에 비하면 더할 나위 없어 보였다. -전자책 중에서
밀리는 자신이 이 집에 고용됐다는 소식을 듣기를 바란다. 이 집에서 일하고 싶다. 이 방, 이 작은 방에서 자고 싶다. 그전에 면접을 보았던 햄버거 집에서는 그녀에게 고용되지 않음을 알렸다. 아마 범죄이력을 조회했다면 그녀를 고용할 수 없었으리라. 그리고 그녀의 바람대로 니나로부터 연락이 온다. 그녀를 하우스메이드로 고용하기로 했다는 거다. 그녀는 당장 니나의 집으로 간다. 며칠간 이 소식을 기다리면서 불편한 잠을 또 자고 있었으니까.
Maybe she feels guilty about the fact that their ginormous guest room is lying empty while I am living in a room slightly lager than a broom closet. But that's fine. Anything larger than the backseat of my car is like a palace. I can't wait to sleep here tonight. I'm obscenely grateful.
"It's perfect," I say honestly. -p.24
넓은 게스트 룸이 비어있는데도 고작 청소함보다 살짝 큰 방을 내줘서 미안한 마음이 든 건지는 몰라도 나는 상관없었다. 닛산의 뒷자석보다 조금 더 클지언정 이곳은 내게 궁궐과도 같았다. 빨리 밤이 돼서 두 다리를 쭉 뻗고 자고 싶었다. 모든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완벽해요." 솔직한 심정이었다. -전자책 중에서
이 침실은 안에서 잠글 수 없고 밖에서만 잠그게 되어있다. 그런데도 그녀는 이 방에 만족한다. 나쁜 의도만 먹는다면 바깥에서 나를 가둘 수 있는데도 그녀는 괜찮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잖아? 그녀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불안한 생각과 두려움을 애써 몰아내며 이곳이 자꾸만 괜찮다고, 완벽하다고 말한다. 왜? 그녀가 이곳을 거부하면 다시 차 백시트로 돌아가야 하니까. 차 백시트에서 사는 삶은 고통스럽다. 친구들을 불러 만날 수도 없는 건 문제가 아니다. 샤워시설이 있는 휴게소를 가야만 샤워가 가능하다는 것, 식사는 주로 샌드위치로 먹어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두 다리를 뻗고 잠들 수 없다는 것. 이런 생활에서 드디어 벗어나는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만약 나였다면, 혹은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 손바닥만한 창문을 가진 방 바깥에서만 문을 잠글 수 있는 방, 아기침대만한 침대가 있는 방, 갇힐 확률이 보이는 방, 청소함보다 조금 더 큰 방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어휴 아무리 그래도 여긴 아니지, 라면서 돌아섰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밀리가 아니고 밀리는 내가 아니다. 나에겐 과거의 밀리의 삶이 없고, 그러니 앞으로 당면한 선택 역시 그 의미가 밀리와 다르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신세경은 가정집의 옷방에서 묵으며 가사도우미 일을 한다. 가족들 누구라도 벌컥벌컥 문을 열 수 있는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은 방이지만, 지방에서 올라와 갈 곳도 없고 배운 것도 없고 돈도 없는 그녀에겐 이 일이 그리고 이 공간이 절실하다. 그녀에게 우선한 과제는 프라이버시 확보가 아니다. 당장 잘 곳이다. 게다가 어린 동생과 함께였으니까. 그녀의 조건은 다른 사람들의 조건과 다르다. 그녀의 환경은 다른 사람의 환경과 달랐다. 그런 상황에서 '나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을 그 사람이 한다고 해서 어떻게 혀를 찰 수 있을까.
그러나 밀리의 걱정과 불안은 근거 없는게 아니었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복선이다. 그럴 리 없잖아, 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밖에서만 잠기는 방이라니. 가진 것도 없고 그래서 바라는 것조차 작았던 사람에게 위험은 너무 쉽게 찾아온다. 범죄에 대한 유혹도 찾아와서 악인이 되는 경우도 빈곤한 자에게 더 높은 확률로 찾아들듯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확률도 빈곤한 자에게 더 높은 확률로 찾아든다. 만약 내가 밀리의 친구였다면 '그런 곳에 가지마' 라고 하겠지만, 그런데 내가 과연 무슨 권리로 그렇게 말한단 말인가. 그녀에게 더 나은 것을 내가 뭐라고 권할 수 있겠는가. 내가 대안을 주지 않는다면 과연 무엇을 하지 말라고 또는 무엇을 하라고 어떻게 말하겠는가. 전과가 있어서 취업 자체가 어려우며 차 안에서만 지내는 생활을 한 사람에게 '그래도 거긴 아니야'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밀리야, 그곳에 가지마, 라고 생각이 들지만, 그러나 이 책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지난주에 5장까지 다 읽었다. 이제 13장까지 읽어보겠다.
그 다음주는 20장, 111 페이지까지 읽어봅시다!
그런데 이거 분량대로 읽는 사람 나밖에 없는 것 같다. 다들 재미있어서 훅훅 넘기고 있을듯. ㅋㅋㅋ 저는 실력이 미천한 관계로 천천히 가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뽜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