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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님의 서재

돌고 도는 세상의 고요한 지점

햇빛이 별안간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더니 조가비 문양의 펜스를 타 넘어 가볍게 소리 없이 보행로를 반쯤 가로질러툭 떨어졌다. 이제 햇빛은 랜스와 옆에 앉은 젊은 여자의 발 위에 누워 있었다. 빛의 긴 끝이 보행로를 비스듬하게 가로질러 벤치의 여자에게로 가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 햇빛을 볼 때 여자도 보는 걸 알았지만, 여자는 눈길을 들지 않았다.
"세상의 고요한 지점." 젊은 그녀가 속삭였다.
"돌고 도는 세상의." 그는 또 죄책감을 느꼈다. 그들 주위에서 온통 세계가 돌고 있었다. 여기 성역과 같은 초록색 섬에서기계들도 돌아가고 시계도 돌아갔지만, 그와 그녀는 가만히 움직이지 않았다. 해야 할 일도 싸워 쟁취할 것도 너무나 많은데.-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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